암살쾡이는 물러설 길 없는 한판싸움을 벌이다가 죽어가려하고 있지만, 읍장이나 다른 사람들은 그 싸움을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 P135

 그는 총을 가슴 위에 올려놓고 침낭 위에누운 채 자신의 생각들이 강 밑바닥의 조약돌처럼 가라앉도록내버려 두었다.
- P136

"살쾡이의 발자취가 너무 확실해서 금방 잡을 수 있겠다 생각이 든다면 그건 그놈이 뒤에서 네 목을 뚫어져라 쳐다보고있기 때문이야"라고 수아르 족들은 말하는데 그 말은 사실이지.
- P140

수컷이 암컷의 울음소리에 응답하는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고, 노인은 어렵잖게 수컷의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암컷보다 덩치가 작은 수컷이 고목 줄기에 의지해서 누워 있었다. 수컷은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어서 총 한 방이면 넓적다리가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겨우 숨을 쉬는 걸로 봐서 무척고통스러운 최후를 맞이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네가 원하는 게 이거냐? 숨을 끊어 달라는거야?"
- P149

노인은 총구를 수컷 가슴팍에 겨누었다.
"미안하네, 친구. 그 망할 놈의 양키녀석들이 우리 모두의삶을 다 망쳐놓았군."
그리고 나서 그는 방아쇠를 당겼다.
- P150

강물이 흘러가는 소리와 비가 내리는 소리, 그리고 살쾡이가움직이는 소리만이 그를 우주와 연결시켜 주고 있었다. 
- P153

노인은 부상당한 발의 고통을 잊어버린 채 살쾡이를 쓰다듬었으며, 자기 자신이 비열하고 천하게 느껴져서 부끄러움으로눈물을 흘리면서 이 싸움에서 자신이 결코 승리자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눈물과 빗물로 두 눈이 뒤범벅이 된 채 그는 살쾡이의 시체를 강가로 끌고 갔고, 강물은 살쾡이를 정글 깊숙한 곳으로, 백인들의 더러운 손이 결코 닿지 않을 땅으로, 아마존 강이 합류하는 곳으로, 비열하고 해로운 것들이 절대 손댈 수 없도록 비수처럼 날카로운 돌들이 그를 갈기갈기 찢어 놓는 일을 맡게될 여울로 실어갔다.
그리고 나서 그는 화가 나서 총을 집어던져 버렸고, 살쾡이가 강물 속으로 가라앉는 걸 바라보았다. 모든 인간들로부터치욕을 당한 금빛 짐승.

- P156

 새끼를 잃은슬픔으로 미칠 지경이 된 살쾡이 한 마리는 스무 명의 살인자가 힘을 합친 것보다 더 위험합니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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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크르」호가 출발을 알리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에 안토니오는 책을 두고 가라는 부탁을 신부에게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신부는 책을 읽어 보고 싶다는 전보다 강한 욕망을 그에게남겨놓고 갔다.
그는 자기 인생이 고독이라 이름붙은 짐승들에게 포위당했다는 느낌을 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한편 책 한 권 없는 독서가로서의 자기 처지를 되씹으면서 우기를 그대로 보내야만 했다.
- P75

이렇게 해서 다섯 달 동안 그는 자신에게 질문과 대답을 전갈아 던지면서 독서 취미를 갈고 닦을 수 있었다.
- P80

독서 취향이 안토니오와 완전히 똑같지는 않은 여선생은 그가 이 《묵주》라는 책을 갖고 엘 이딜리오로 돌아가도 좋다고허락해 주었기 때문에 그는 창문 앞에서 이 책을 백 번도 더 읽고도 읽었던 것이었고, 이제는 시간보다 더 영원한 행복과 사장의 고통으로 채워넣으려고 그의 기억의 심연을 한껏 벌려놓존재,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은 무질서한 과거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치과의사의 손에 들려와 높은 책상 위에 가지런히 쌓여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소설들을 읽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 P81

늙으면 지혜가 는다는 말을 자주 들었던 그는 그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지혜라는 미덕이 자기에게도 찾아오리라 믿고 기다렸다. 그가 가장 갖고 싶은 것은 그가 간직하고 있는 추억의 가닥을 잡을 수 있는 힘.
그의 기억이 쳐놓은 덫에 걸리지 않게 해줄 수 있는 힘이었다.
- P93

엘 이딜리오로 돌아가서 유해를 넘겨주자 읍장은 그가 조용히 지내도록 내버려 두었고, 그는 그같은 평화를 간직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지 다 할 각오가 되어 있었는데, 왜냐하면 그렇게 평화롭게 지내야만 높은 책상 앞에 선 채 강을 바라보며 연애소설을 느릿느릿 읽는 행복한 순간들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 P106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야말로 생명의 소리였다. 수아르 족이 하는 말에 따르면 낮에는 인간과 숲이 별개로 존재한다. 그런데 밤에는 인간이 곧 숲이라는 것이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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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세풀베다 Luis Sepulveda
1949년 칠레 북부에서 출생,
단편과 중편, 희곡, 라디오 대본,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를섭렵한 인물이다.
그는 학생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오랜 망명생활에 들어간다.
쿠바와 에콰도르, 콜롬비아에 연극단체를 설립했으며유네스코에서도 일했고 신문사 기자로도 있었다..
1980년부터 독일 함부르크에서 살고 있다.
1969년에 받은 카사 데레스 아메리카스 단편소설 상으로 시작하여,
그의 희곡 <살찐 자와 마른 자의 삶과 열정 그리고 죽음으로카라카스에서 열린 세계연극축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독일 북부 방송인 NDR에서 주는 최우수 외국인 작가상을 받았다.
- P1

과묵하면서도 행동적이었던 사랑하는 친구 치코 멘데스,
자네는 이 소설을 읽지 못하겠지만,
그러나 이 티그레 상은 자네에게 주는 상이기도 하며,
자네가 걸어간 그 길을,
단 하나뿐인 우리의 이 세계를 옹호하기 위해자네가 걸어간 그 길을 뒤따라갈모든 사람들에게 주는 상이기도 하다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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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혼이 없는 몸이다. 엄청나게 수동적인 거대한 독서다.
- P130

프랑스어 단어 "bonheur(행복)‘는 지속 상태의 기쁨을 말한다. 이 말은 분해해서 살피면 ‘지속되는 기쁨, 즉 끊임없이기대를 넘어서는 행복감이 ‘bonne heure(이른 시간)‘, 즉 제 시간보다 더 일찍‘인 시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알려준다.
- P135

개와 늑대의 중간이라는 썩 좋은 표현이 있다. (길든 것과야생의 중간, 지금과 옛날의 중간, 문명과 자연의 중간, 신석기시대의 기하학적으로 닫힌 농지와 인류 이전 세계의 모험으로가득한 열린 숲의 중간.)
- P139

접이식 혹은 미끄럼 장치가 된 서판 아래로는 가구의 가로대와 다리가 있었고, 두 문 달린 장롱을 열려면 작은 자개단추 두 개를 당기면 되었다.
받았으나 답장할 의사가 없는 우편물이 그 안에 보관되곤했다.
- P144

 꿈이 제시하는 무의지적 환영을부인scotomisation"하지 않는 날은 단 하루도 없다. 이 문장은대플리니우스의 저서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아펠레스가그의 예술에 대한 비결을 묻는 한 방문객에게 들려주는 속내이야기에서도 되풀이된다. "나는 한 줄도 긋지 않고는 단 하루도 보내지 않는 것을 영원한 습관perpetua consuetudino 으로 삼았다오."
- P148

나는 독자들이 지금 손에 들고 읽는 이 책을 어느 날 쓰기시작했다. 그 어느 날은 꽃을 따듯이 시간에서 따낸 하루였다.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오늘을 잡아라!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내일‘은 없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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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하룻낮을 고려하지 않고 나날의 삶을 생각할 수 없다면, 강물의 철썩임으로 움푹 패고, 흠이 생기고, 침식되고, 무너지는 기슭을 고려하지 않고 삶 (강)의 흐름을 생각할 수도없다.
- P108

철학자들은 늙은 광인들로서, 기원전 6세기 말 그리스 섬들에 대거 나타났다. 나는 그들이 집필한 책이며 거론한 책.
그리고 그 책을 세심하게 해설한 책까지 모두 다 좋아한다.
이 책들은 신화로 가득한 낡은 피라미드들이다. 
- P114

이렇게 매번 잠이 제2의 자궁에서 보내는 하룻밤인 것보다는 매번 새벽(낮의 빛이 다시 솟아오를 때)에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 더욱 상실에 대한 난폭한 환기다.
하룻낮은 거대한 상실이다.
- P125

사실 죽음은 날들과 삶에만 종지부를 찍는다.
오직 죽음만이 연이어 찾아드는 잠 이후에 깨어나는 불완전한 모든 죽음을 종식할 수 있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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