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생각한 후에, 저희는 새 울음소리를 만드는 것이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덜 해로운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죠.(동시에저희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주기도 하고요.) - P51
오백 년 전에 말이야. 그 목소리가 말한다. 세 명의 현자가 판사 누쉬란 앞에서, 슬픔으로 가득한 삶이라는 바다에서 가장 무거운 파도가 무엇일까를 놓고 논쟁을 벌였거든. 이제야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 것 같다. 끼어들기 좋아하는 알렉산드리아의 야리다. 첫번째 현자는 병과 고통이라고 했지. 야리가 계속 말한다. 또 다른현자는 나이들과 가난이라고 했어. 세번째 현자는 죽음에 가까워졌는데 할 일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지. 결국 세 현자는 마지막이 최악이라는 데 동의를 했어. 죽음에 가까워졌는데 할 일이 없는 상황이라고. - P66
에우리피데스는 이렇게 적었다. 나 또한 너의 불쌍한 운명에 함께했으니, 나의 슬픈 인생을 눈물 속에 보내게 되겠지. - P82
가장 가까운 식당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해요. 그와 얼굴을마주하고 무슨 말을 할지는 모르겠어요. 그 사람이라는 걸 어떻게알았는지는, 설명할 수 없어요. 그 동안 실험실 검사에서 밝혀진 건한 가지뿐이에요. 제 몸이 그 자체로 하나의 실험실이라는 것. 그리고 그 실험실에서 나온 결과가 그를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죠. 그 사람 때문이었고, 저는 그가 저를 보기를 자신 때문에 인생이 끝나버린 저를 보기를 원했어요. 아직 제 몸에 반점 같은 것은 없지만, 그가 저를 본다면, 자신이 한 짓을 깨닫고 그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도 알겠죠. 그런 다음 제가 그를 죽일 거예요. - P82
아이가 죽을거예요. 점점 더 아프다가 끔찍하게 죽는다고요. 무방비 상태로, 이병은 다른 병이랑 다릅니다. 병 이름을 말하지도 않아요. 그냥 레트로바이러스라고 부릅니다. 마치 그게 이름이라도 되는 것처럼요. 다른 병들은 어느 날 죽음이 찾아오면, 생명이 훅하고 꺼지죠. 이병은, 니농의 이 병은 서서히 삶에서 버림받는 겁니다. 몸의 부분부분이 차례로 말을 듣지 않으면서, 삶이 무너지는 거죠. 무슨 이야기인지 아시겠어요. 성스러운 성모님? 아이의 능력이 사라지는 거예요, 하나씩 하나씩요. 밤도 별도 없고, 절대 밖으로 나갈 수 없는병실만 있는데, 다른 사람이 거기 머무를 수도 없어요. 약을 먹으면죽음의 속도를 잠시 멈출 수 있지만, 대신 몸이 아픕니다. 그렇게잠시 멈춰 놓은 동안에는 고통과 시간이 있을 뿐, 희망은 없죠. 제아이는 성모님의 딸이기도 합니다. 바랄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무엇이든 바라게 됩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을 무엇이든 바꿀 수 있게 해 주세요. - P89
내가 너무 가까이 다가갔던 모양이다. 지노, 그 아가씨의 눈에서 고통을 보고 말았지. 너무 고통스러워서 더 이상의 고통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 보이더구나. 그때 아가씨가 웃음을 터뜨렸고, 나는 할 수가 없더구나. 커피 한 잔 마시고 그냥 나왔다. 할 수가 없더구나. - P99
제 생각에 인생에서는요, 알게 된 무언가에 대해 의미를 주는 건 장소가 아니라 사람인 것 같아요. 아끼는 사람이나 존경하는 사람이요. 지금 제 생각은그래요, 프랑스 아저씨. - P126
대머리 남자는 여인의 규칙적인 숨소리를 느낄 수 있다. 주무세요, 가련한 어머니여, 주무세요. - P141
낯선 사람이 자신의 슬픔에 다가오게 내버려 두는 일, 그래서 그와 시시덕거리기까지 하는 일은 지금까지 즈데나에게 한 번도 없었다. 그 어이없음에 그녀는 울고만 싶지만, 한편으로는 안도감에 미소를 짓는다. - P148
이런 고통을 차례차례 겪다 보면 결과적으로 주변의 모든 지평이 닫혀 버리고, 아픈 사람은 고통 외의 다른 것을 생각하는 일(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종종 권하는일)은 할 수가 없다. 고통은 사람을 단절시키고, 고립시키고, 마비시킨다. 또한 그것은 완전한 실패 혹은 패배감을 불러일으킨다. - P162
우리는 광기 (craziness)와 속임수(canning)와 보살핌(care)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갈 거예요. 셋 모두랑요. ‘c‘가 세 개네요. 권투선수 마테오는 제가 미쳤대요. 제가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다고, 제가 말해요. - P167
니농은 죽은 셈 치라고 했죠. 죽은 거라고, 니ㅎ겪었던 일을 겪으면 누구나 죽을 만큼 힘들 거예요. 기다리라고, 그럼 어쩌면, 정말 어쩌면, 니농이 두번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정말 그녀를 원하면 그렇게 하라고 제가 말했어요. 지노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아세요? 놀랐어요. 지노는, 잠시도 주저하지 않았거든요. 니농의 두번째 삶은 우리 결혼식으로 시작할 거야. 지이렇게 말했어요. - P179
아름답고 활달한 스물세 살의 나놓은 어느날 예기치 못한 병에 걸린다. 더이상 누구와의 사랑도 허락되지 않는, 함께하려면 상대의 죽음까지 각오해야 하는 병이다. 하지만 그녀와 사랑에 빠진 지노는 흔들림 없이 결혼을 결심한다. 니농의 아버지는 오토바이를 몰고, 어머니는 버스를 타고 결혼식이 열리는 베네치아 남쪽 지방으로의 여정에 오른다. 이십세기가 저물어가는 현대 도시에서 시골 마을로의 여행길은 우연한 만남과 대화, 깊은 연민과 눈물로 채워진다. 그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어느 눈먼 이야기꾼이 있다. 그리고 결혼식 가는 길‘의 종착지에서 슬프지만 행복한 사람들의 축제를밤새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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