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다 히로시(長田弘) 1939~2015시인, 평론가, 아동문학가 번역가, 수필가1960년 와세다 대학 재학 중에 시 잡지 <새>를 창간했다. 1965년에 시집 <우리 신선한 나그네》로 문단에 데뷔한 후 시인으로 활동했다. 나무나 숲, 계절 등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통해 사람의 마음을 풀어낸 시와 에세이를 주로 집필했다. 평이한 말을 의식적으로 사용해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문학을 지향했다. 2015년, 75세에 담관암으로 작고했다. 대표작으로 《심호흡의 필요》 (길가의 돌 문학상), 《마음속에 담긴 문제》 (길가의 돌 문학상), <세상은 아름답다고》(미요시 다쓰지상), 《기적 - 미러클(마이니치예술상), <숲의 그림책>(고단샤 출판문화상), 《고양이 나무》, 수필집<나의 이십 세기 서점>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기억을 만드는 법》(구와바라 다케오 학예상)등이 있다. - P1
그것은 바람의 소리 같기도 하고, 하늘의 소리 같기도 하고, 길들의 소리 같기도 하고, 꽃들과 나무들의 소리 같기도 하고, 오솔길 안쪽의 소리 같기도 하고, 아침의 소리나 밤의소리 같기도 하고, 먼 기억 속 누군가의 소리같기도 했다. 그런 침묵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일상의 일처럼 되면서, 말을 하지 않는 것들의 목소리를 말로 적어두는 것이, 어느새 나에게시를 쓰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 되었다는 걸깨달았다. - P8
아름다운 것의 이야기를 하자. 언제부터였을까. 문득 생각해보니, 아름답다는 말을, 망설임 없이말하는 것을, 아무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 뒤로 우리의 대화는 가난해졌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말하자. - P10
산뜻한 하루하루야말로, 우리의 가치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말하자. 아기 고양이와 노는 한때가 아름답다고. 종려나무 가지를 태워, 재로 만들어 뿌린다. 무엇 하나 영원한 것은 없고, 언젠가는모든 것이 티끌로 돌아가기에, 세상은 아름답다고. - P11
말을 믿을 수 없는 날에는, 창을 연다. 그리고밖을 향해, 조용히 숨을 고르고, 나이 수만큼, 심호흡을 한다. 천천히, 마법을 걸듯이. - P12
눈앞에 흐드러지게 핀, 산뜻한꽃들의 이름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무엇을 알고 있을까. 아무런 속셈 없이, 하루하루를 아름답게 하는 것들에 대해 15 - P15
읽는다는 것은, 책에 남겨진 침묵을 듣는 것이다. 함부로 하는 말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 P19
하늘의 푸름이 깊어졌다. 나무숲의 초록 그림자가 짙어졌다. 햇살이 온통 퍼지고, 공기가 한결 투명해졌다. 끝도 없이 계절을 채우고 있는 건, 풀의 색, 풀의 반짝임이다. - P24
재앙에서 멀리 떨어진 채, 무한의 한가운데에, 가만히 서 있는 것. - P26
인간의 것이 아닌 세상에 죽음이란 없다. 죽음은 오로지 재생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계절의 무성한 잎들 아래에 오래오래 서 있으면, 나도 초록의 아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P31
노을빛으로 물든 채 펼쳐지는 풍경과, 하늘에 흩날리는, 몇 개의 귤의, 따스한 햇빛에 물든선명한 색. - P36
그러고 나서, 피로와 권태와, 애처로울 만큼불가해하고, 하등하며, 지루한 인생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었다, 라고. 해질녘이 아름다운 계절이 돌아오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해질녘의 말을 떠올린다. - P37
거의 백 년 전, 기차의 차창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소녀가 던져 올린선명한 색의 귤이, 후두두둑, 희망처럼, 마음 위로 떨어져 내릴 때까지. - P37
그저 여기에 있다는 것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해하지 않고, 자랑하지도 않고, 스스로멋지게 살아갈 수 있다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꽃나무들의 기적. 너는 먼저 풍경을 사랑하라. 모든 것은 그것부터다. - P39
구름 밑에, 초록색 나무가 있었다. 나무 밑에 숨 쉬는 것들이 있었다. 숨을 쉬는 것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 있는 것은, 죽음을 알았다. 한 방울의 눈물에서, 말이 자라났다. - P48
파스칼의, 잊을 수 없는 말이 생각난다. 인간의 불행이라는 것은 방 안에서 가만히 조용하게 있지 못한다는, 단지 그것 하나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 P51
아무리 회한으로 가득하다 해도사람이 짊어지는 인생은, 이른 봄의 온화한 하루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 P55
그대로 거기에 가만히 서 있으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데도 하늘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감각에 젖어든다. 이토록 - P56
차가운 물, 따뜻한 음식 음악, 계속 찾아보는 사전 잊고 싶지 않은 천 권의 책 친구가 죽고 나서 기르기 시작한 수염한
한 사람의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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