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권이 없는 미국 사람은 처음 보았다. 나는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돕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으로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가난한 시골에 사는 아주 평범한 여인이었다.
여유가 있어야만 남을 돕는 것이 아니었다. 에드나의 사랑은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한 것이었다. 그녀는 남을 돕기 위해 부자가 되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가진 것을 정성껏 내놓았을 뿐이었다. 자신도 가난했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한국의 어린이를 기꺼이 도운 것이다.
- P40

 ‘네가 하려고 하지 말고 하나님을 초청하여 주님이 하시도록 해라. 하나님이 네 안에 들어와서 일하시도록 해라. 네가 이루려고하지 말고, 너는 노력만 하고 이루시는 것은 주님이 하시게 하라는 말씀이었다.
- P50

당시 나는 믿음 생활을 하면 환난이나 고난이 없는 줄 알았다. 하나님께서 믿는 우리에게 광풍과 시련을 허락하셔서 믿음을 성장시키신다는 것을 몰랐다. "우리가 그와 함께 영광을 받기 위하여 고난도 함께 받아야 할 것이니라" 8:17 는 말씀을 몰랐다. 단지 신앙생활을 잘하면 주님의 도움으로 늘평탄한 길을 걷게 될 거라고 믿었다.
- P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주 가고싶어지고,
부모님과 여행 또 가고싶어짐.

un-PC 처음 앎
unPolitically correct


중경삼림 다시 보고싶다!






















엄마의 변화를 이끈 것은 찬장 안쪽 깊숙한 곳에 방치되어있던 빈티지 잔이 아니라 우연히 합류한 여행과 또래와의 만남 덕인 모양이었다. 
- P84

커튼 2년 전 그때 진저리를 치며 떼어내라던거실창의커튼이 다시 제위치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그때 엄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도 되는 시점이 왔다는 표식처럼 보였다.
- P85

나른한 눈빛으로 노인의 무릎을 베고 누운똑순이의 모습을 보면서 경진은 덩달아 느긋한 기분이 되었다. 노점에서 흘러나온 유행가가 여전히 아련하게 들려옴에도불구하고 어수선한 풍경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 같았다.
- P94

"그럼 낮에도 조용한 데가 나와요?"
"암만, 저기 뭐냐, 향교 근방에도 한옥숙박들 많잖니. 거기골목 사이사이 가 봐 한낮에도 고즈넉하니 담벼락 앞에서 고양이들이 일광욕하고 그런다니까 날 좋을 때는 아예 전주 천변 길을 걸어도 좋고, 치명자산도 시원하게 보이고 가을에는물억새가 장관이지."
- P96

엄마는 향교 길에서 몇 번이나 마주친 고양이 두 마리에게백미와 현미라는 별명도 붙여 주었다고 했다. 한 마리는 티끌하나 없이 하얘서 백미, 다른 한 마리는 흐릿하게 노르스름해서 현미였다. 둘이 워낙 찰싹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커플같다는 게 엄마의 짐작이었다.
- P97

"그래. 그 어진을 모시고, 실록도 거기 있고. 그런 건물 물이 오순도순 딱 마주 보고 있잖아. 성당이랑 경기전이랑 그사잇길을 걷다가 보면 저기 또 농민혁명기념관이 나오잖아"
엄마가 검지를 들어 동학혁명기념관을 가리켰다. "이런 데가또 어딨겠니? 재밌어 정말 내가 한평생 전주 살면서도 이런재미를 모르다가 커피 마시고 카페도 따라 다니고 그렇게 여유 부리면서 이런 재미를 다 알게 된거야."
- P98

"엄마, 어제부터 뭐에 씌었는지 사람들이 저한테 와서 막묻지도 않은 별별 얘기를 다 해 주더라고요. 엄마는 저한테뭐 하고 싶은 얘기 없어요?"
하기야 그때 얘기를 하기는 해야겠지." 엄마는 자못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그래. 하는 게 좋겠다."
- P99

털어놓을 이야기가 있다고 한 후에 집까지 이동하고, 각자씻고 나서 커피젤리가 든 병을 말끔히 비우기까지 엄마는 머뭇거리며 선뜻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았다. 비로소 엄마 입에서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경진은 머릿속에 아무렇게나 조각 나 있던 기억의 파편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재촉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 P99

"축 처져 있자니 종일 그냥 눈앞에 걱정거리가 둥둥 떠다니는 거야. 계속 보이는 거야. 아유,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려나 모르겠다."
"알죠."
경진이 동의했다. 그러면서 아마 자신이 엄마를 찾은 것은그 서러움이 극에 달했을 때였으리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 P105

엄마는 한평생 며칠만 빈둥거려 봤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으나 꿈꾸던 시간과는 전혀 달랐다고 했다. 허망함을 깔고, 걱정을 베고, 서러움을 덮고 누운 것 같은 날들이속절없이 이어졌다. 
- P107

계 모임에서 당일치기로 남원 다녀오자는 거 가 봤더니 한결 살겠는 거야. 그때부터 누가 어디 가자고 하면 다 따라 나갔어. 꽃집 걔네 가족이 경주 가자면 가고, 언니네 부부가 단양 좋다고 해서 따라가고, 전에 나 학습지 선생 할 때 거기 센터장이 자기네 남편 회사 산악회에서 단풍놀이 간다고 깍두기로 가자는 거까지 따라갔다니까? 앞뒤 생각 않고 부지런히 돌아다녔어. 내가그 덕에 산 거야.


 "오랜만에 만나자마자 나잇살 가지고 까는 건 좀 요즘 세상에 너무 언피시한 거 아니냐?"
- P116

그러나 속으로는 웅의 넘치는활력을 부담스러워하던 터였다. 그로 인해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현수에게 엷은 호감을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티를 내지않았다. 
- P126

그날의 설렘은 금세 빛이 바랬지만 첫 취업에 성공하고 다섯 곳의 직장을 전전하는 동안 그녀는 웅이 의지하고 기댈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웅은 틈만 나면 자신이 감내하고있는 것과 견딜 수 없는 것에 대해, 잃어버린 것에 대해, 그럼에도 끝내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해 토로했다. 비록 다정한 어투는 아니었더라도 처음에는 일일이 맞장구를 치며 때로 함께 눈물까지 흘려 주던 그녀의 반응이 점점 흐릿해졌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 P134

10대 시절에 본 영화라서 등장인물의 이름은 잊었지만 남자 배우가 금성무였다는 사실은 또렷했다. 앳된 티가 남아 있던 금성무를 귀찮아하던 임청하의 얼굴을 가리던 큼지막한선글라스와 금발 가발도 기억에 선했다. 삽입곡이었던 캘리포니아 드리밍」이 귓가를 맴돌았다. 하지만 사자성어처럼 네글자로 떨어지는 영화 제목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 P141

"너 옛날에도 이렇게 사람들 얘기를 잘 들어 줬던가?"
"아니야. 잔이나 채워 경진이 술잔을 내밀었다. "요새 내가뭐에 좀 씌어서 그래."
- P147

 "근데 네가 놓친 게 있어, 생물들이 존재하는 방식이 있지. 그게 약육강식하고 경쟁으로만 꽉 차 있는건 아니야."
"정말? 잘 들어 놔야겠다. 다른 방식에는 뭐가 있는지."
웅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기생, 우리 집에만 하더라도 있었는데, 몇십 년을 그리고사셨던 분이 경진은 허탈함에 어깨를 늘어뜨리는 웅의 팔을건드리며 말을 이었다. "야. 그리고 공생이 있잖아 예가 얼마나 많은데, 이 황태 다 먹을 때까지 공생하는 생물들, 호혜적으로 서로 돕는 관계만 읊어도 끝이 안 날걸."
- P150

귀찮을 법도 하건만 천성이 밝고 따듯한 딸은 항상 엄마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고 했다. 그리고 꼬마 때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에 진학하고서도 변함없이 다정하게 대답해 주었다. 한번도 짜증을 내거나 단답형으로 툭, 대답한 일이 없었던 딸.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녀는 딸의 마지막이 어떠했는지 알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 P167

찜질방 밖으로 빠져나오자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파고들었다. 따듯하게 데워진 몸으로 집으로 향하면서 경진은 세신사의 이야기를 좀 더 차근히 들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녀에게 눈물을 흘려보낼 시간을 조금이나마 더 주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질문이 마음속을 헤집었다.
- P167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한테 한번 말해봐. 천천히 다들어 줄게. 오늘 시간도 한 시간 더 있잖아."
해미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경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라졌던 사흘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에 앞서 무엇이 잊히지 않는 기억이 되어 이 아이를 괴롭히고 있을까. 경진은 섣불리 짐작하는 것을 멈추고 눈물이 맺힌 해미의 눈을 가만히들여다보았다.
- P170

작가의 말

햇살이 드리운 거리를 느긋하게 걷고얼굴을 마주하고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2020년 5월
은모든
- P171

이 책의 끝에서 ‘경진‘이 그리하듯 누군가가사라지지 않게 붙들어 놓고자 최선을 다해 보는 그런 마음이있다. 그런 마음들이 모인 그의 소설을 읽고 나면 그저 하염없이 걸었을 뿐인데 몸이 충분한 볕을 머금고 어느새 스르륵풀려, 산책에서 막 돌아온 기분이 드는 것이다. 
- P17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럴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결혼을 하는 게 미친것인지, 이제 와서 엎는 게 미친 짓인지 아직 정리가 안 되는데 들어 볼래?" 하며 오늘 낮에 주체할 수 없이 화가 나서 눈물을 쏟게 된 이유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 P57

모진 말들은 허공에서 부서져 집 안 구석구석에 남아 있었다. 깨진 유리잔의 파편을 제대로 치우지 않고 대충 한구석에 밀어 놓은 것처럼 집 안이곳저곳에 떨어져 있는 말의 파편이 때를 가리지 않고 피부를파고들었다. 
- P62

평소 소극적이고 과하게 주변 눈치를 보는 딸이 안타까웠던 언니는 아이가 엄마를 가리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제일 무서운 사람"이라고 표현하더라는 말을 듣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 P66

그렇게 말하고 집에 들어서며 엄마는 경진이 왔으니 같이맛있는 커피를 마셔야겠다고 했다. 요즘은 맥심모카골드 말고다른 브랜드 커피도 드시나 생각했던 경진은 식탁 의자에 앉자마자 펼쳐진 풍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놀라움의 시작은 질문이었다. "너 혹시 산미 있는 커피 싫어하지는 않지? 경희는 예가체프 산미도 영 별로라더라. 이맛있는 걸." 하더니 엄마는 물부터 끓였다. 
- P79

그렇게 한옥 카페에 첫번째 손님으로 들어가서 엄마는 두가지 사실에 놀랐다. 첫 번째는 커피의 맛이었다. 달달한 맛을 찾는 엄마는 아인슈페너를 추천받았는데, 작은 잔 위에 크림이 듬뿍 올라간 커피 맛이 평소에 마시던 것과는 차원이다르더라고 했다. 마치 케이크를 액체로 마시는 것처럼 진하고 달콤한 데다 풍부한 맛에 그야말로 줄어드는 게 아까울지경이더라고 엄마는 말했다. 한옥 처마에 드리워진 햇살을보면서, 담벼락을 대신하는 대나무 잎사귀를 훑는 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있자니 참 좋다 하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는 것이었다.
- P82

더도 말고 마흔만 되었어도, 아니 쉰만 되었어도 여기저기 더 다녀 보고 누려 볼 텐데. 이제깨달아 어쩌나 싶어 일순간 서러운 생각이 들더라고 엄마는말했다.
- P83

"아니 그때 카페 안으로 어떤 노부부가 들어오는데 그 어르신들이 완전히 호호 할머니에 호호 할아버지인 거야. 가만보니까 관광지라 그런지 카페 안에 나이 든 사람도 많데. 다들 그러더라고, 눈치 보여 못 할 게 뭐가 있냐고 말이야. 내키면 그냥 무조건 하래. 지금도 못 하는 일은 내년 내후년에는 더 못 한다면서. 게다가 우리도 관광지 가까이 사니까 좀좋으냐고, 민망하면 남들처럼 관광 온 사람인 척하면 된다는거야."
- P8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약사는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고 했다. ‘언젠가‘라는 말은 그 말처럼 막연할 때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따라서이미 구체화된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는 더 이상 ‘언젠가‘라는말이 의미가 없지 않겠느냐며 경진의 동의를 구했다. 
- P26

"살이 한번 찌면 저렇게 종일 서서 움직여도 잘 안 빠지나?" 은주가 경진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더니 속삭였다. "어쩌다 저렇게 졌을까."
경진이 고개를 저었다. "조용히 해. 남들도 지금 너 보면서저 여자는 무슨 사연으로 눈이 띵띵 붓게 울었을까. 저러고서두루치기 잡수러 왔을까 할걸."
"하긴."
- P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세기에 미국을 포함한 수많은 국가에서 인기를 끌게 되는 ‘웰시 래빗Welsh rabbit‘도 있었다. 요즘은 보통 이 녹인 치즈 요리를 양 적고 맛 좋은 음식이라는 의미의 ‘레어빗arebit‘이라고 부르는데, 누가 봐도 토끼는 아니기 때문이다.
- P266

이 수프는 내가 어릴 적 제일 좋아했던 음식 중 하나였다. 보기에도좋고 맛도 좋았다. 금속으로 된 그릇에 담겨 얼음을 깐 접시에 올려져나오는 방식도 좋았고, 숟가락을 넣고 움직일 때 크림같이 걸쭉한 수프의 질감도 좋았으며, 밝은 초록색 파가 흩뿌려져 있는 모습도 좋았다.
프루스트 풍(Proustian, 마르셀 프루스트의 작품이나 그가 그린 중산 계급 및 귀족 세계를 연상케 하는 묘사를 말한다). 내가 그 맛을 떠올리며 설명할 때 쓰는 표현이다. 
- P299

1974년 미국의 위대한 음식 작가 제임스 비어드James Beard는 이렇게 썼다. "이제 초콜릿은 작은 종이 포장재 끄트머리를 기울여 컵에 쏟아 넣고 뜨거운 물로녹여 그 위에 인공적으로 거품 낸 크림이나 마시멜로를 올려 먹는 게됐다. 이건 핫 초콜릿이 아니다. 모든 세대가 제대로 만든 핫 초콜릿 한잔의 영광을 모른 채 자란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 P302

BSE는 1986년까지 진단이 되지 않았지만 최초로 발견된 것은 1985년 영국 소였던 것으로 보인다. BSE는 사료에 들어 있는 감염된 신경조직 - 뇌와 척수 - 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를 죽음에 이르게하는 이 질병은 인간에게도 치명적인 불치병이다. 이 병의 인간 변이를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이라고 부른다.
- P435

미래에도 우유와 갖가지 유제품을 생산하는 낙농장은 여전히 존재할것이며 우유에 관한 오래된 쟁점들도 대부분 그대로일 것이다. 하지만미래에 먹게 될 유제품 대부분은 로봇이 생산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당연히 로봇이 생산한 우유의 상대적인 장단점에 대한 새로운 논쟁도뜨거울 것이다. 역사는 우유에 관한 논쟁이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줄어드는 게 아니라 늘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P4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