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책을 말해야 오늘 밤을 살아남을 수 있다면 나는 천일 동안 쉼 없이 책의 이름을 대고는 기어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 가운데는 폭풍같이 휘몰아쳐 내 감정을 흩어 놓은 것도, 도끼처럼 내 생각을 쪼개 버린 것도, 읽을 때는 한없이 비밀스러웠으나 읽고 나선 미련 없이 던져 버린 것도 있을 테다. 그 천권의 책을 한 줄로 세워 일일이 무게와 경중을 잰다면 어떨까? - P158
도서관은 사후 세계이고, 한 사람이 읽은 모든 글이 보관된 낡은 캠핑카는 천국이다. 이 천국은 대체 무엇일까? 우리가 몇 시간씩, 몇 주씩, 평생토록 책을 읽으며 갈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오후의 완연한 햇살 아래 아늑한 의자에 앉아 아끼는 책을 영원히 읽을 수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희생할 수 있겠는가?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권예리 옮김, <심야 이동도서관), 이숨 인용 - P161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나비와 공주, 책방 고양이 두 마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심야 산책을 하며 이 천 권의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게 외우고 또 외워 본다. - P162
아이슬란드에서 작가는 대략 최고의 직업이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자기네 작가들을 무척 사랑한다. 이것은 일종의 자아도취다. 아이슬란드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작가 아니면 시민이기 때문이다. - P166
그때껏 읽어 왔던 많은 책의 이야기가 쌓이고 쌓이다가 중요한 어느 순간, 뒤통수를 탁 후려치는 책을 만나게 되는 것이리라. 이것은 마치 구름 속에 가려진 햇빛이 반짝 나왔을 때, 하필 그 순간 밤새 내린 빗물에 흙더미가 씻겨 내려 숨겨진 보석의 반짝거림을 만나는 것과 같은, 그런 운명적인 찰나와도 같이리라. 그렇게 그 책은 내 인생의 소중한 한 권이 되었지만, 사실 그 한 권의 뒤에는 수많은 독서의 체험이 깔려 있다. - P170
각성의 토대 위에서 내가 살던 지역에 ‘작은 도서관을 시작했다. 책을 좋아하고 책이 결국 사람을, 사회를 변화시킬 거리는 믿음을 갖고 있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 P172
때로 한 권의 책은 사람의 삶을 바꾼다. 그 한 권을 만나고 싶어 오늘도 우리는 목마른 사슴이 물을 찾듯 서가 앞을 서성이고 또 서성인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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