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책을 말해야 오늘 밤을 살아남을 수 있다면 나는 천일 동안 쉼 없이 책의 이름을 대고는 기어이 살아남을 것이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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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주민들은 도서관보다 좀 더 자유롭고 열린 분위기를 지향하는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책을 매개로 문화를 만들어 간다. 나아가서는 지역의 사람과 공간이 점점이 연결되어 우리 지역의 생활문화 지도를 만들어 내고 지역 공동체가 회복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애정을 갖게 하는 것. 돈으로 결코 환산할 수 없는 만남과 소통과 향유의가치로 바꿔 놓는 것. 그런 일들이 우리가 바이 로컬 캠페인을통해 할 수 있는 일이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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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편을 관통하는 이야기는 한결같다. 개와 고양이를 내세웠지만 실상 그것은 가난한 인간들의 이야기며 상처와 고통에 관한이야기다. 책 속에서 개와 고양이를 버리고 학대하는 사람들 역시 이 사회의 가장 취약지대에서 하루하루 생존을 근심해야 하는 약자다. 교과서는 약자끼리 힘을 합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실에서 약자들은 생존 앞에 비루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인간은 생존이라는 절대 과제 앞에 으르렁대는 야수와 다를 바 없고 따라서 김중미 작가의 동화 속에서 개와 고양이와 인간은 서로 종만 다를 뿐, 벼랑 앞에 내몰린 삶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 P131

시골로 이사를 하면 사실 개를 키우고 싶었다. 새끼 곰처럼 덩치가 산만 한 커다란 개와 푸른 잔디밭을 뒹구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막상 시골에 와 보니 개들은 목줄 하나씩을 매단 채 좁은 마당만 하릴없이 맴돌고 있었다. 인간과 친구가 되어 배고픔과 추위를 벗어나게 된 대신 자유를 잃어버린 개들이 나는 슬펐다.
이렇게 인간을 위해 길러지고, 인간에게 덕을 끼치는 동물들을 우리는 과연 얼마나 삶의 반려로 생각하고 있을까.
- P132

누군가의 빈 집에는 개 한 마리가 조용히 죽어 있다. 목줄만 풀었어도 다니면서 먹이를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이삼일이면 돌아올 거라 생각했던 주인의 다급한 걸음이 원망스럽다. 아니, 이런 지옥의 풍경을 만들어 낸 인간들의 탐욕과 문명이 무섭다. 이 모든 게 단지 바다 건너 일본의 일일 뿐이라고,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고 누가 말할 수있을까. 인간에 대해,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본다.
- P134

사르트르는 ‘작가란 폭로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세계를 드러내고 누구도 그 세계에 관해 책임이 없다고 회피할 수 없도록 하는 문학의 힘을 저는 믿습니다. 살아야겠다는 제게 그런 소설로 읽혔습니다.
제게 문학이란 그런 것입니다. 삶에 대해 가르쳐 주고 진실과 거짓 사이, 빛과 어둠 사이, 나와 타인의 사이에 흐르고 있는 깊은 강을 응시하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하게 만드는것입니다.  - P136

감정을 넣어 소리 내 글을 읽다 보면 달라지는 주변의 공기를 느낄 수 있다. 눈으로 조용히 책을 읽을 때와는 다른 격렬함과 열정이 전해져 온다. 때로 그 열기가 온몸으로 퍼져 마음과함께 몸이 반응하는 독서의 또 다른 세상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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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책이 세상을 더 살만한 곳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받은 날, 힘없이 계단을 올라가 다락방 청소를 하던 나는 손님들이 남기고 간 책방 노트에서 이 글을 만났다.
"상처받은 내게 작은 위로가 되어 줘서 고마워."
- P6

 끊임없이 우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얼마나 더 발전해야 하나, 확장해야 하나, 땅을 더 사야 하나, 이곳을 떠나 이사를 해야 하나, 고민하는 시간을 살았다. 행복하면서도 마음 한편이 늘 편치 않았다. 삶이란 끊임없이 문젯거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걸 실감하는 순간들이었다. 어제 읽은 책에선 이렇게 살라 했는데 오늘 읽은 책은 또 다른 길을가라 이야기하고, 어젯밤엔 깃털같이 가벼운 삶을 살리라 결심하고 훌훌 털어 버렸는데 아침이 되면 다시 또 삶의 무게에 휘청거렸던 시간들.
- P7

 책을 읽고 사람들을 읽고 마음을 읽고 세상을 읽었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었어도 육체는 서글프다‘는 시인의 말처럼 어쩌면 책이란 읽을수록 생에 서러움을 더해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읽지라도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에 읽고 또읽었다. 그렇게 읽은 책들이 숲속작은책방 서가에 쌓였다.
- P7

내 단잠을 방해하는 방문객들이 잠깐 성가시게 느껴지지만, 모쪼록 냥이 세상에선 ‘일하지 않는 냥, 먹지도 말라‘는 오래된 속담이 전해 내려오는바 몸을 일으켜 부르르 떨어 봅니다. 앞으로 뒤로 몸을 길게뻗어 쭉쭉 스트레칭도 한 번 하고요. 그리곤 자세를 바로 합니다. 오후 1시, 이제 책방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할 시간입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이 시골 책방에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존재, 영업이사를 맡고 있는 ‘나비‘입니다, 냐옹.
- P15

내 순찰 영역인 마을을 한 바퀴 다 돌아봐야 책 읽는 목소리 한 번 듣기 어려운 이 시골에 책을 파는 서점이라니, 말이 되냐고요. 한심한 집사들을 대체 어찌하나 걱정이었습니다. 그렇잖아요? 집사의 벌이는 그대로 아옹이 삶의 질과 비례하는데 걱정이 안 될 리가 없잖아요. 귀찮지만 어쩔 수 없이 나도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고양이 손을 빌면 어떤 기적이 일어나는지 세상사람들에게 한번 보여 주고 싶은 욕망도 있었고요.
- P17

다음 날 아침 마당 정자에 일명 그물침대, 해먹을 걸고 누워 흔들거리며 쉬는 조카를 보았다. 눈이 부셨다. 이모의 탐심에 조카는 결국 해먹을 그대로 둔 채 돌아갔고, 난 단 한 번도 치우지 않았다. 이토록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정원의 소품이라니.
- P25

해먹 위에서 내가 가장 많이 읽는 책은 바로 시집이다.
사가 긴 책은 도무지 읽어 낼 수가 없다. 여기서 5분만 책을 읽으면 곧바로 스르르 잠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흘러가는 구름과 기분 좋게 머리칼을 날리는 실바람, 옆에서 속삭이는 새들의 노래까지, 이곳에는 부족함이란 없다. 더욱이 손, 혹은 발 닿는 거리에 책방 고양이 두 마리까지 함께 누워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것도 없다. 이런 만족스러움을 만끽하기 위한 허영심으로 나는 시를 읽는다. 누워서 읽는다. 소리 내어 읽는다. 읽던 시집을 배위에 얌전히 내려놓고 방금 읽은 시를 왼다. 외워 본다.
- P26

말린 고사리 한 뭉치, 누군가에겐 하잘 것 없이 가벼운 것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겨우내 얼어 있던 땅을 뚫고 나온 봄의 소식이며 빛의 시간을 온전히 견뎌낸 보람이 아니던가. 그렇게 내게로 와서 살이 되고 피가 된 말린 고사리 한 뭉치. 가슴이 뭉클했다.
- P29

농촌 지역에는 서점이 별로 없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분석에 따르면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서점이 한 군데도 없는 서점 소멸 지역이 2019년 기준으로 5곳(인천 옹진군, 전남 신안군, 경북영양군, 울릉군, 경남 의령군), 서점이 단 한 곳뿐인 서점 소멸 예정 지역‘도 총 44곳이나 된다 (지역서점 현황조사 및 진흥정책연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9.12). 내가 살고 있는 괴산군도 그중에 속해 있다.
- P33

그러니 농촌 지역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이들이 원하는 책을 얻기는 쉽지 않다. 이런 도농 간, 세대 간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군 단위, 면 단위 농촌 지역에 서점 설립을 권장하고 그나마 우리처럼 문을 열고 있는 서점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정책 지원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서울과 경기도 등 대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서점 지원책이나 조례 제정 등의 활동이 이곳 괴산 오지에까지 이르는 데는 아직도 긴 시간이 필요할 것만 같다.
- P34

책방지기 인생에 아주 소중한 감동을 전해 주었던 책, <나는 걷는다〉였다. 프랑스 저널리스트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은퇴후 심한 우울증에 사로잡힌다. 아내와도 사별했고 이제는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자괴감에 시달린다. 삶의 우울을걷어 내기 위해 그가 선택한 건 실크로드 횡단의 여정이었다.
예순두 살 나이에 이스탄불에서 시안까지 1만 2000킬로미터를 두 발로만 걸어서 완주했던 4년간의 기록이 책 세 권으로 묶였다. 처음 책을 발견했을 때는 선뜻 읽기 시작하기가 어려웠다.
한 권이 무려 500쪽이나 되는 두꺼운 책. 게다가 여행기라고 하면 아름다운 정경들을 사진이나 이미지로 담기 마련이라 대개글 반 사진 반인데, 이 책은 사진이나 그림이 한 장도 없고 글만 빽빽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뒤 어떤 여행기도 나를 감동하게 만들지 못했다.
- P37

사람들이 바다에 병을 던지듯, 나는 실크로드에 나를 던졌다.
존재하기 위하여, 사람들은 나에게 이렇게나 먼 곳에서 무엇을찾을 거냐고 물었다. ‘살아남을 이유‘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 나는 가야만 했다. 살아 있는 한, 인간은 가야 하니까..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고정아 옮김, (나는 걷는다), 효형출판

인생 2막을 기약하는 이들에게 나는 언제나 이 책을 골라준다. 과거를 묻고 새 삶을 시작하고픈 이들, 쉼 없이 달리는 것으로 존재감을 확인하다 문득 멈춰 서게 된 퇴직자들, 그들에게 나는 새로운 시작을 이 책과 함께 하라고 권한다. 책은 때로 직접 하지 못하는 것들을 대신해 주는 고마운 조력자다.
- P38

대신 세 권의 책을 통해 나만ㅇ디 실크드를 걷는다. 어쩌면 야비한 방법이지만 독서란 그런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은퇴한 선생님이 이 책을 읽고 당장 배낭을 꾸린다고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독서란 또한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 P39

그 뒷모습이 어찌나 애잔하고 쓸쓸한지.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삶이란 쓸쓸하기 짝이 없고 주변에 가족과 이웃들이 있다 해도 한 권의 책을 읽고 진정으로 마음을 나눌 이는 적다.
- P43

"괴산에 와서 살아가며 가장 소중한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숲속작은책방이요‘라고 대답해 왔는데 소중한 이유가 또 하나 더해졌다. 책방에 와서 내 인생 책을 찾았다고 하는아이,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지금 자신이 살고있는 것 같다는 아이, 이렇게 저렇게 아이들의 마음 깊은 곳을건드려 준 책방에서의 하룻밤이 너무나 소중하다."
얼마 전 학교 북클럽 어린이들과 책방에서 북스테이를 하고간 초등학교 선생님이 남겨 주신 글이다.
- P45

책은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반려견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함께 사는 내내 기쁨이었던 반려견이 수명을 다해 점차 생명이 꺼져 가는 과정이 동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늙어가는 내 엄마에 관한 이야기처럼도 읽힌다. 어느새 책을 읽어 가는 친구의 목이 메고, 곁에서 낭독을 듣고 있던 친구가 갑자기폭풍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떠나보낸 반려견, 그리고아직 곁에 남아 점점 늙어 가고 있는 또 다른 식구 생각에 왈칵 울음이 터져 버린 것이다. 눈물은 전염이라 책을 읽고, 또 들으며 그 자리에서 우리는 함께 울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 함께 앉아 펑펑 울었다.
다 큰 어른들이 그림책을 읽으며 같이 운다는 것, 그래도 흉이 되지 않는 공간, 말로 미처 하지 못했던 내 안의 감정들이 무언가에 공명해 밖으로 터져 나오고, 그 감정은 다시 옆 사람에게 전이되고, 그래서 다 함께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책방에서는 자주 일어난다.
- P50

우리 세대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내게 첫사랑 같은 설렘을 안겨 주었던 세계 명작들이 있다. <빨강머리 앤〉, 〈키다리 아저씨>, <소공녀>, 〈작은 아씨들> 같은 추억의 명작들. 책 속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냈고 그러나 시련의 끝에는 해피엔딩이 있었다. 그들처럼 가난이 보편이던 시절, 어려웠던 우리들은 앤과 주디와 세라, 조와 자매들을 통해 힘든 일상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웠다.
- P56

"시련을 즐기지 말라. 시련은 흔히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다고 하지만 시련은 사람을 깎아내리고 거칠게 하고 고통을 남길뿐. 애써 시련을 거둘 필요는 없다. 나는 네가 시련 없는 행복한삶을 살기를 원한다."
불안정한 젊음과 해답 없는 미완의 청춘으로 방황과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던 내게 이 말은 추운 겨울 아침, 눈앞에서 쟁하고 부서지는 햇빛마냥 명징한 언어로 다가왔다.  - P57

그럴 때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생각한다. 내가 가장 많이 울면서 읽었던 책. 꼬마 제제의 아픔이 그토록 처절하게 다가올 수가 없었다. 제제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내 머릿속에 항상 질문으로 남아 있던 그 삶을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다시 만났다. 시리즈의 2부인 〈햇빛사냥), 3부인 (광란자)가출간된 것을 알았다. 짧은 유년기 이후 결코 행복하지 않았던 제제의 청년기가 가슴 아팠다. 그리고 도서관 관장이 되어 다시읽은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는 나를 제제보다 뽀르뚜가 아저씨에 감정 이입하게 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인가를 고민하게 했다.
- P63

할머니란, 모든 것을 보듬어 주는 따뜻한 존재가 아니라 실은 괴팍하고 까탈스럽고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 존재라는 걸 나를 통해 확인하는 순간 책 속의 삶과 책 밖의 현실이 괴리된다. 아아, 나의 현실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 P63

"온갖 새가 계속해서 우는 소리가 들리고 아름다운 고양이두 마리가 느릿느릿 걸어 다니고 하늘은 시시각각 변하고인기척처럼 바람이 불면 꽃들이 하늘하늘거리고, 그 마을에가서 느꼈던 충격이랄까, 감동 같은 것은 저의 미래와 연결되어있을 것 같은 그림 한 장일 텐데요. 그곳에서 누군가를기다리는 삶이에요. 이렇게 조용한 곳에 조용히 있으려고 들어왔지만 어느 한편으론 사람들을 끊임없이 기다리고 때 외로움을 다독이고……. 그 시간에 책을 읽고, 책장을 정리하면서 사는 내 미래의 삶은 어떤 것일까, 생각하게 된 것이죠."
- P67

한 사람의 꿈이 다른 누군가의 꿈으로, 나의 삶이 어느 낯선 타인의 삶으로, 이렇게 마음은 돌고 돌아 긴 인연의 끈으로 지구를 휘감고 그래서 세상은 아직 조금 더 살아볼 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P67

나 역시 큰 도시에서만 살다가 시골로 이사 와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일을 겪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엔 정말 잘하고 싶었다. 그러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관계가 틀어진 자리에 한숨과 한탄이 남았다. 되돌아갈 수 없기에 마음을 다잡고 남과 관계없는 나의 삶을 살기로 했다. 묵묵히 집과 정원을 돌보고 마음밭을 가꾸다 보니 척박한 돌밭이 윤택해졌고 상처가 퇴비가 된 자리엔 예쁜 꽃이 피었다. 비로소 삶을 이해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조급해하지 않는 법을 배우니 시골살이가 살 만해졌다.
- P79

마음은 먼 미래를 바라보며 꿈을 꾸지만, 현실은 오늘도 하루하루 그림을 그리는 대신 노동을 해야 먹고살 수 있는 차가운 겨울이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 공모전에 출품할 작품을 그릴 시간이 없고, 당장 먹고살기 위해 아르바이트만 하다보면 꿈꾸던 작가가 될 날이 참으로 요원하다.
- P90

현행 도서정가제의 최대 문제점은 불공정 경쟁이라는 점이다. 책은 그 성격상 어디에서 팔든 똑같은 상품일 수밖에 없다.
이런 똑같은 상품을 동네책방에서는 정가로 파는데 온라인 서점에서는 일단 10퍼센트 할인은 기본이며, 온갖 특혜와 화려한 사은품까지 선물로 받을 수 있다면 어떤 소비자가 동네책방에서 책을 사겠나.
- P103

학교 선생님들이 방문할 때마다 이런 설명을 구구하게다. 지역에 서점 하나가 살아 있는 것이 지역 문화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작은 책방에서 할인하지 말고 책을 구매해라고 여러 번 얘기했다. 시골에 있는 작은 책방을 사랑하고.
우리를 응원하는 몇몇 학교와 교사들은 이런 호소에 귀를 기울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말 일부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도교육청 장학사를 비롯해 괴산뿐 아니라 충북 지역 많은 학교와 교사들이 책방에 견학 혹은 연수라는 이름으로 단체 방문했다. 이 공간이 정말 좋다며 가족과 꼭 다시 오고 싶다고 이야기하지만, 돌아가서 우리 책방에 공식적으로 책을 주문하는 곳은 많지 않다. 개인의 응원이 시스템을 움직여 실제 협업과 지원로 돌아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고 있다.
- P104

20년 세월을 가뿐히 뛰어넘어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순정만화의 전설이 되었고, 이 만화를 읽었던 소녀들이 엄마가 되어 다시 딸과 함께 읽겠다고 펀딩에 힘을 보탠 것이다. 또한 잊지 못할 불후의 명언을낳은 작품이 아니던가. ‘인생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다‘, 복잡다단한 우리들의 운명과 삶을 한마디로 정리해버린 그 작품 앞에서 나는 고개를 숙인다.
- P110

만화로 우리 사회 내면을 들여다본 북직한 작품 중에 발군은 윤태호의 <미생>이다. 2012년부터 다음 웹툰 플랫폼에 연재를 했던 이 작품은 새 회차가 나올 때마다 눈이 발개지도록 울며 봤던 작품이다. 작가가 그린 만화는 북받치는 감정을 애써 눌러가며 읽었으나 독자들이 올린 댓글을 보다가 끝내 눈물이 터져 버린 경험은 나만의 것이 아닐 테다. 바로 이게 웹툰이 가진 힘이라는 걸 느꼈다. 만화가 올라오면 순식간에 수백, 수천의 댓글이 주르르 달리는데, 댓글을 읽으면서 공감의 폭과 깊이가달라진다. 본문 내용은 물론이지만 댓글 사연을 읽으며 눈물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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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은 심리학 책이다. 그런데 읽어보다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면 통찰력도 지혜도 조금 쌓이고 삶의 의미도 더 확장될것만 같다. 심리학 책인데, 무언가 따뜻함과 인생의 조언이 있다. 작가님은 우리의 착각과 오류, 오만과 편견,실수와 오해가 우리의 기존 프레임에 의한것이므로, 리프레임 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들을 제안한다. 그런 방법이 의미 중심의 프레임을 짜는 why를 묻는 상위프레임, 회피 프레임이 아닌 접근 프레임 등을 예시를 통해 쉽게 그리고 설득력있게 설명하고 제안한다. 이렇게만 쓰면 꽤나 딱딱한 책 같지만, 쉽게 설명하고 예시도 적절하고, 멘토링을 받는 느낌이다.

작가님은 또한 얘기한다. 우리가 프레임을 제대로 못쓰는건 세상이 구조적으로 애매함으로 가득차서라고. 역시 세상은 쉽지 않다. 가만히만 있으면 좌절하고 무기력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 생각도 하고싶은걸 작게나마 바로 실천하고, 적극적으로 작은 행복의 빈도를 올리고, 연대하고, 공감하고,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게 몇 년전부터 내 생각이다. 이리 말했어도, 항상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쉽지않다. 실천은 더더군다나. 그래서 약간의 내 생각과 손톱만큼이라도 비슷한 저자의 생각이 반가웠고, 그 방법들이 고마웠다. 그리고 세상이 원래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에 위로를 얻었다.

반대로 나의 편견과 착각들, 예를들면 다른사람들도 나 같이 선택할거라거나, 나는 남을 잘 안다거나, 남은 나를 모른다거나 등의 설명을 읽으면서, 나의 오만방자함과 건방짐을 들킨것 같아 부끄럽고 민망하기도했다. 아, 겸손해져야겠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그때그때마다 다름도 있음을 받아들여야겠다. 그리고 일어난 일에 대해 그럴줄 알았다는 ‘사후 과잉 확신 (hindsightbias)‘도 하지말고 조심해야겠다. ‘나는 그러지 않았는데‘와 커플로 엮어서 ‘정말, 내가?‘를 마음 속으로 삼세번은 묻지 않으면 그렇게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수도 있으니 마음속에 담아놓아야겠다.

책 거의 마무리 부분에, 목사이자 신학자인 찰스 스윈돌(Charles Swindol)은 삶에 있어서 객관적 사실은 인생을 통틀어 겨우 10%에 불과하고, 나머지90%는 그 일들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라고 주장했다는 인용된 부분이 나온다. 비슷한 얘기를 여러 사례와 순응되는 논리로 신수정 작가님이 [일의 격]에서도 조언하셨다. 오버해서 생각하지말고 힘든것도 딱 그만큼만 아파하자고. 화살을 맞으면 딱 그만큼만 아파하자고. 신수정 작가님과 완전 똑같은 얘기나 결론은 아니지만, 결국 원인은 객관적 사실이 아닌 우리의 마음이라는 게 아닐까. 작가님은 또 자른 아들러 심리학에 관한 [미움받을 용기]에서 조언 받은 ‘지금 여기‘를 살라는 것과 비슷한 조언을 하셔서 [일의 격] 만큼 반가웠다.현재를 희생하지 말고, 비교하지 말고, 오늘을 사는 삶을 살아야겠다.

<마음에 남은 구절, 내 맘대로 pick>

나는 마흔이 되어서도 내 자신이 이럴 줄은 몰랐다. 젊은 날의 나는 마흔이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고상해질 줄 알았다. 마흔이되기만 하면 어떤 마법에 걸린 것처럼 저절로 인생을 알게 되고,다른 사람들에게 더 관대해지고, 무엇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될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마흔을 먹고 나서도 나는 그때처럼 여전히 싱거운 농담을 즐기고, 노는 것을 좋아하며, 무시당하면 발끈하는 옛 성품 그대로다.
- P6

심리학은 우리 마음이 얼마나 많은 착각과 오류, 오만과 편견,실수와 오해로 가득 차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이런 허점들이 프레임이라고 하는 마음의 창에 의해서 생겨남을 증명하고 있다. 건물 어느 곳에 창을 내더라도 그 창만큼의 세상을 보게 되듯이, 우리도 프레임이라는 마음의 창을 통해서 보게 되는 세상만을 볼 뿐이다.
- P7

미국에서 널리 회자되는 유머 중 하나다. 위의 경우처럼 동일한 행동도 어떻게 프레임하느냐 - 담배를 피우면서 기도하는 행동으로 프레임하느냐, 기도하면서 담배 피우는 행동으로 프레임하느냐 - 에 따라 우리가 삶에서 얻어내는 결과물이 결정적으로 달라진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 프레임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P22

˝나는 지금 지구의 한 모퉁이를 청소하고 있다네!˝
이것이 바로 행복한 사람이 갖고 있는 프레임이다. 이 환경미화원 아저씨는 자신의 일을 ‘돈벌이‘나 거리 청소‘가 아니라 지구를 청소하는 일로 프레임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구를 청소하고 있다는 프레임은 단순한 돈벌이나 거리 청소의 프레임보다는 훨씬 상위 수준이고 의미 중심의 프레임이다. 행복한 사람은 바로이런 의미 중심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 P23

그렇다면 상위 수준과 하위 수준 프레임을 나누는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상위 프레임에서는 ‘Why‘를 묻지만 하위 프레임에서는 ‘How‘를 묻는다는 점이다. 상위 프레임은 왜 이 일이 필요한지 그 이유와 의미, 목표를 묻는다. 비전을 묻고 이상을 세운다. 그러나 하위 수준의 프레임에서는 그 일을 하기가 쉬운지 어려운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 구체적인 절차부터 묻는다.
- P24

접근 프레임은 보상에 주목하기 때문에 어떤 일의 결과로 얻게 될 보상의 크기에 집중하고 그것에 열광한다. 그러나 회피 프레임은 실패 가능성에 주목한다. 자칫 잘못하다간 실수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보상의 크기보다는 처벌의 크기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 P30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처음부터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제대로 프레임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 P39

우리가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들은 ‘잘 구조화되지 않은 문제가 대부분이다. 세상 자체가 애매함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경험하고 부딪히는 사건들에 단 하나의 분명한 답만이 존재한다면 프레임도 지혜도 필요 없을 것이다.
- P55

객관적으로 보자면 더 낮은 성취를 거둔 동메달리스트가 더 높은 성취를 거둔 은메달리스트보다 더 행복해했다는 얘기다. 이는C+를 피하고 간신히 B-를 받은 학생이, 아깝게 A-를 놓치고 B+를 받은 학생보다 더 만족스러워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리적으로 동일한 시각 자극들이 주변의 자극에 의해 다르게 해석되듯, 성취의 크기도 다른 성취(단지 상상 속의 성취였다 할지라도)와의 비교를 통해 달리 해석된다.
이처럼 공간상의 비교, 시간상의 비교, 심지어 상상 속의 비교에 의해서도 현실은 주관적으로 재구성된다. 그만큼 우리의 현실은 본질적 애매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P64

삶의 문제라는 것이 단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에 감성지능과 사회지능 두 개념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다.
- P71

자기라는 프레임에 갇힌 우리는 우리의 의사 전달이 항상 정확하고 객관적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가 전달한 말과 메모,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은 오직 우리 자신의 프레임 속에서만 자명한 것일 뿐, 다른 사람의 프레임에서 보자면 지극히 애매하게 여겨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의사불통으로 인해 생겨나는 오해와 갈등에 대해 사람들은 서로 상대방의 무감각과 무능력, 배려 없음을 탓한다.
- P79

우리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지!‘ 라며 상대방을 추궁하지만 실상 개떡같이 말하면 개떡같이 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79~80

나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에, 내 주관적 경험과 객관적 현실 사이에는 어떤 왜곡도 없다고 믿는 이런 경향성을 철학과 심리학에서는 소박한 실재론(Naive realism)‘이라고 한다. 이런 경향 때문에 사람들은 ‘내가 선택한 것을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선택할 것‘이라고 믿게 된다.
- P80

자기 프레임을 과도하게 쓰다 보면 ‘나는 남들을 잘 알고 있는데 남들은 나를 잘 모른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자신은 결코 치우침 없이 객관적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지만,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오해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타인에 의해 끊임없이 오해받고 왜곡당하고 있지만 ‘나는 너를 잘알고 있다‘고 믿는다.
- P91

자기 자신이 정직한가, 부지런한가, 외향적인가라고 물었을 때 나오는 가장 빈번한 대답은 ‘그때그때 다르다‘ 이다. 살다보면 정직할 때도 있고 선의의 거짓말을 할 때도 있고 또한 부지런할 때도 있지만 지독하게 게으름을 부릴 때도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성격에 대해 같은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자신있게 하나의 답을 내놓는다. 정직하거나 부정직하다. 게으르거나 부지런하다. 외향적이거나 내성적이라는 식으로 하나의 성향을 선택해서 상대방을 표현한다.
- P94

현재에만 존재하는 결과론적인 지식이 과거에도 존재했던 것처럼 착각하고는 ‘내 그럴 줄 알았지, 난 처음부터 그렇게 될 줄 알았어!‘
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심리 현상을 ‘사후 과잉 확신 (hindsightbias)‘ 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이런 현상을 선견지명 효과에 빗대어후견지명 (brindsight) 효과‘ 라고 부른다.
- P100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후에 내리는 모든 판단에 대한 확신을 지금보다 훨씬 더 줄여야 한다. ‘내 그럴 줄 알았지‘ 라는 말이 튀어나오려고 할 때 ‘내가 진짜 알았을까?‘ 라고 솔직하게 자문을 해봐야 한다. ‘어떻게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어?‘ 라고아랫사람을 문책하기 전에 ‘정말 나는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을까? 라고 다시 자문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 P105

다시 말해 사람들이 회상해낸 자신의 과거 모습은 과거의 실제 모습을 닮았다기보다는 현재의 자기 모습을 더 닮는다는 것이다.
- P108

˝나는 그러지 않았는데‘, ‘우리 땐 안 그랬는데‘ 라는 말은 입 밖으로 내뱉어지는 순간 부모와 자식, 상사와 부하 직원 간의 관계를 얼어붙게 만든다. 그러나 실상 이런 말처럼 근거 없는 표현도 없다. 자녀에게, 젊은 학생들에게, 아랫사람에게 ‘우리 땐 안 그랬는데‘, ‘저 나이 때 난 그러지 않았는데‘ 라는 말이 튀어나오려고 하면 ‘정말 그랬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 P109

현재 프레임은 과거를 현재와 유사한 것으로 부활시키기도 하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현재와 전혀 다른 과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특히 어떤 사건이나 특정 시점을 계기로 스스로 발전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기대감이 높은 경우에 그렇다.
- P110

이제 더 이상 날카로운 이빨을 지닐 수 없게 된 존재들은 과거 자신의 이빨이 얼마나 날카롭고 강했는지 떠올리며 현재를 보호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과거는 실제보다 더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부활하게 된다.
- P112

결국 10만 원이라는 돈이 자산에서 줄어들었다는 객관적인 사실은 동일하지만 그 지출을 이름이 서로 다른 두 항목에서 이루어진 지출로 여기느냐, 아니면 하나의 이름을 가진 항목에서 지출된것으로 여기느냐에 따라 돈 씀씀이가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그 공연을 보는 것이 자신에게 정말로 의미 있고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라면, 티켓을 잃어버린 경우에 티켓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현금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혜로운 프레임 방법이다.
- P150

만일 당신이 스포츠 센터 이용권을 끊어놓고도 자주 이용하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스포츠 센터로 달려가 30 개의 낱장으로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하라. 의지부족으로 스포츠 센터에 자주 못 가기도하지만, 그보다는 이용권이 패스로 되어 있어 몇 번씩 빠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 P153

이런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면 같은 넥타이를 루마니아 돈 ‘레이‘로 지불한다고 가정해보자. 미화 1달러가 2만 4500 레이쯤 되니까 200달러짜리 넥타이는 490만 레이쯤 된다. 아무리 실질적인 돈의 가치가 같다는 것을 알아도 490만 레이를 주고 선뜻 넥타이를 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돈의 단위가 돈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 P155

한마디로 돈의 형태가 바뀌자 지출의 규모가 달라진 것이다.
˝신용카드 소비‘ 라는 공식이 우리 의식 속에 강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보기만 해도 소비 행동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놀라운 연구 결과라 하겠다.
- P157

이 연구는 우리가 내린 모험적 선택 혹은 안전 위주의 선택이 객관적으로 최선의 것이어서가 아니라 프레임 때문에 내려진 선택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주어진 대안들 중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고민하기 전에, 그 문제가 이득으로 프레임되어 있는지 손실로 프레임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P166

그 이유는 동일한 양의 이득으로 오는 만족보다는, 동일한 양의 손실이 주는 심리적 충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카네만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손실은 이득보다 2.5배 정도 더 큰 영향력을 갖는다고 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손실 혐오(loss aversion)‘라고 한다.
- P167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스파게티 값은 이미 지불한 상태, 즉 경제학 용어를 빌리자면 ˝매몰 비용 (Sunk Cost)‘ 이다. 6000원에 산 스파게티를 먹는다고 해서 그 중 일부의 돈이 돌아온다든지, 3000원에 산 스파게티를 먹으면 손해를 본다든지 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아깝다는 이유만으로 제값에 산 걸 먹어야만 된다고 생각한다. 손실에 대한 원초적 거부다.
아깝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일을 계속하거나 투자를 계속하는것은 손실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이 유발하는 전형적인 비합리성이다. 아깝다는 이유만으로 남은 음식을 억지로 먹어본 적이 있다면, 식후에 밀려오는 자괴감과 늘어나는 뱃살 때문에 후회한 적도 분명 있을 것이다. 손실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이 가져다주는 폐해인 것이다.
- P170

지혜로운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태로 주어져 있는 대안을 ‘중립적인 대안‘으로 리프레임해볼 필요가 있다. 단 한번이라도 현재 사용하고 있는 물건이나 서비스, 심지어 기존의 직업까지도 처음 접하는 중립적인 대안으로 리프레임해서 본다면 아마도많은 선택들이 달라질 것이다.
- P172

지혜로운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태로 주어져 있는 대안을 ‘중립적인 대안‘으로 리프레임해볼 필요가 있다. 단 한번이라도 현재 사용하고 있는 물건이나 서비스, 심지어 기존의 직업까지도 처음 접하는 중립적인 대안으로 리프레임해서 본다면 아마도많은 선택들이 달라질 것이다.
- P175

참고로 판매하려는 가격과 구매하려는 가격의 차이를 ‘소유 효과 (Endowment Effect)‘ 라고 한다.
일단 무엇이든 내 소유가 되고 나면 그 물건은 나에겐 현재 상태가 되기 때문에 그것의 심리적 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그래서 쓰지 않고 방치하던 물건도 남이 달라면 아까워지는 것이고, 중고물건을 놓고 소유자와 구매자 사이에 흥정을 하면서 갈등이 생길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 것‘의 프레임으로 보는 사람과 아직은 내것이 아닌 중립적인 프레임으로 보는 사람이 계산해내는 값어치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 P177

해당 주민들에게 ‘토지‘는 그냥 토지가 아니라 ‘내 토지인 것이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의 위협도 일반적인 위협이 아니라, 직접적인 ‘내 건강‘의 위협이고 내 생태계의 위협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 주민들이나 정책 입안자들의 눈에는 그냥 ‘토지‘ 이고 그냥 ‘생태계 이며 그냥 ‘건강‘인 것이다. 따라서 해당 주민들의 보상 요구를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세워 비난만 하는 것은, 프레임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심리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경솔한 행동일 수 있음을 기억하라.
- P178

어떻게 이런 모순된 결과가 나왔을까? 배심원의 입장으로 돌아가 보자. ‘어느 부모에게 양육을 맡기서는 안 되는가?‘ 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 장점보다 단점을 찾는 프레임이 활성화된다. 그러니 부모 2>가 눈에 띈다. 출장도 잦고, 사회생활도 활발하니 자녀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느 부모에게 양육권을 주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받게 되면 단점 대신 ‘장점‘을 찾는 프레임이 활성화된다. 당연히부모 2>가 눈에 띈다. 수입이 많고, 아이와의 사이도 매우 친밀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으므로 부모 2>가 양육권을 갖는 것이 더나아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사람인데 프레임에 따라 양육에 적합하게 보이기도 하고, 부적합하게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 P180

처음 후불제로 물건을 주문할 때는, 나중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단 주문한 물건이 손에 들어오면 고객의 프레임은 ‘꼭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에서 ‘굳이 돌려보낼 결정적인 하자가 있느냐?‘의 프레임으로 돌변한다.
- P181

삶의 상황들은 일방적으로 주어지지만,
그 상황에 대한 프레임은 철저하게 우리 자신이 선택해야 할 몫이다.
더 나아가 최선의 프레임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인격성의 최후 보루이자 도덕적 의무다.
- P184

목사이자 신학자인 찰스 스윈돌(Charles Swindol)은 삶에 있어서 객관적 사실은 인생을 통틀어 겨우 10%에 불과하고, 나머지90%는 그 일들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라고 주장했다. 
- P185

새해 결심이 늘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결심을 하는 순간에는 상위 수준으로 생각하다가, 막상 실천을 시작하고 보면 어느새 하위 수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것이평균적인 사람들의 특징이다. 그런데 왜 평균만 되려고 하는가?
정말로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가까운 미래나 현재의 일도 늘 상위 수준으로 프레임해야 한다. 일상적인 행위 하나하나를 마치 그것을 먼 미래에 하게 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의미 중심으로 프레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 P187

그러나 자녀의 배우자감이 어떤 사람인지, 혹은 신입사원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당장 내일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 P187

하고 싶었지만 주저했던 일이 있다면 이제라도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 가정형편 때문에 가족여행을 미루고 있다면 지금 당장 돈이 적게 드는 가까운 곳이라도 떠나는 것이 좋다.
- P188

자기 방어에 집착하지 말고 자기 밖의 세상을 향해 접근하라.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갈 때, 새로운 일을 접했을 때 늘 접근의 프레임을 견지하라. 그것이 두려울 땐 기억하라. 접근함으로 인한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안주함으로 인한 후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진다는 것을!
- P189

‘지금 여기‘ 프레임을 가져라.
사람들은 현재를 ‘준비기‘ 라고 프레임하는 습관이 있다. 현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일방적으로 희생되어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즐기고 만끽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참고 견뎌야 하는 대상이라고 믿는다. 
- P189

영어의 Savoring 이라는 말은 ‘현재 순간을 포착해서 마음껏즐기는 행위‘를 의미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프레임은 준비기로써 희생하는 현재가 아니라 ‘Savoring‘ 대상으로써의 현재다. 
- P190

사람들이 만족을 느끼는 최상의 상태는 비교 프레임이 적용되지 않을 때다. 즐거운 식사자리, 가족들과 보내는 휴가, 친구와의 유쾌한 수다. 책 읽는 기쁨, 좋아하는 취미생활... 이런 것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감을 준다. 이런 일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여기에 비교의 프레임이 침투하기 시작하면 진정한 만족의 상태가 사라진다. 남들은 외식도 자주 하던데, 대학생이라면 어려운 고전부터 읽어야 한다는데, 저 집은 동남아로 가족여행가는데, 이런 비교 프레임에서는 남들보다 많아야만 좋은 것이 된다.
- P191

정호승 시인의 말처럼 남들과의 비교는 자신의 삶을 ‘고단한 전시적 인생‘으로 바꿔버린다.
- P192

그렇다면 생산적이고 지혜로운 비교는 없을까? 저자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들과의 횡적인 비교보다는 과거 자신과의 비교 혹은 미래의 자신과의 종적인 비교가 하나의 대안이 된다.
과거의 자신보다 현재의 자신이 얼마나 향상되어 가고 있는지,
자신이 꿈꾸고 있는 미래의 모습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상의 비교가, 남들과 비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생산적이라는 결론이다.
- P192

만일 기억에 담아둘 만한 이야기가 없다면 소설가 마샤 뮐러(Marcia Muller)의 방법을 이용해 볼 것을 권한다. 뮐러는 2001년<뉴욕타임지>에 기고하던 ‘글 쓰는 법에 대한 작가들의 조언‘ 이라는 연재물에서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인 샤론 매콘과 자신이 어떻게 닮아가게 되었는지, 더 정확하게는 자신이 어떻게 매콘처럼 변하게 되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뮐러의 미스터리 소설에서 매콘은 탐정으로 나오는데 뮐러는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자기 모습을 매콘의 캐릭터에 그대로 구현했다. 그러고는 의도적으로 매콘처럼 행동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 P195

만일 그런 대상이 없다면 뮐러처럼 자신이 가장 되고 싶은 이상적인 자기를 만들어보고 그 사람의이야기를 계속해서 자신에게 들려줘라. 반복적으로 들려주는 상상 속의 이야기가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 P197

본받고 싶은 인물의 사진을 걸어놓거나 가지고 다니는 것도 한방법이다. 자신이 닮고 싶은 롤 모델의 사진을 걸어놓는 행위가 그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만드는 프레임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98

저자 연구팀이 수행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 소비한 경우보다는,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위한 소비를 했을 때 더 강한 행복감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편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을 위해 소비해야겠지만, 정녕 한차원 높은 행복을 경험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소비하도록 하라. 누군가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을 단순한 인사치레나 의례적인 선물로 프레임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한 행복 비타민이라고 프레임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P199

우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건 ‘어디서‘ 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와‘의 문제인 것이다.
이제 이 프레임으로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들여다보도록 하자.
‘어디서‘의 문제로 주눅 드는 시시한 삶은 미련 없이 버려라.
- P202

우리가 천재라고 알고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타고난 천재성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집중과 반복의 산물임을 기억하라. 프레임을 바꾸기 위한 리프레임 작업이 바로 이와 같다. 한번의 결심으로 프레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리프레임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프레임은 단순한 마음먹기가 아니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근육을 늘리듯이,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새로운 프레임을 습득해야 한다.
- P204

나는 가끔 ‘심리학자로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를단 하나만 고른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한다. 심리학자로서 일종의 18번을 묻는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망설임 없이 ‘프레임‘을 선택한다. 프레임 이야말로 우리 마음에 깔린 기본 원리이면서 동시에 행복과 불행, 합리와 비합리, 성공과 실패,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상생과 갈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프레임을 이해하는 것은 일종의 ‘마음 설명서‘를 이해하는 것과 같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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