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말로 한다면 패스트 팔로워rast follower 전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긴 부작용은, 새로운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걸 한다면 일단 주저함이 생깁니다. 그런 문화에서 교육받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수행할 때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시도한다 해도 사회의 수용성이 낮고요.
- P143

수용성이 높아진세계에서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방식을 체득하지 못하면 생존이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과거의 방식에서 빠르게 탈출을 도모해야합니다. 수용성의 서늘한 이면입니다.
- P146

내가 조심하는 만큼 상대방의 일탈에도 자비가 없습니다.
자기검열과 타인검열이 물고 물리면서,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용인받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 P161

나의 삶이 늘 관리된다는 강박 같은 것이 생기고 통제에 대한 순응성이 높아지다 보면 감시사회로 진입하게 될 위험도 있습니다. 어디를 가든 OR코드를 찍게 됐을 때 실제 이런 비판이 나오기도 했고요. 규칙을 만드는 정교함이라든지 합의의 기준이 충분히 토론되지 않으면 맹목적으로 따르게 되기 쉬워요. 이것이 말하자면 투명성의 위험성입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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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에 대한 정의 중제가 좋아하는 것은 "당신이 태어난 다음에 나온 것 Technology is anything invented after you were born, everything else is just stuff" 이라는말입니다. 컴퓨터과학자 앨런 케이 Alan Kay 의 말인데, 한마디로 내가 새로 배워야 하는 신기한 게 테크놀로지라는 거예요.  - P92

일하는 방식도 이처럼 바뀔 테니, 조직은 새로운 방식으로 산출된 결과를 어떻게 조합해서 전체 큰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 P93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변화의 시금석 하나는 격렬한 변화에 힘들게 적응하려 노력하면서 기존의 믿음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재택근무를 둘러싼 직원과 관리자의 인식 차이입니다.  - P98

자신의 업무가 직원들이 하는 일을 감시감독 지도편달하는 것이라 규정하는 분들은 현재의 변화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지근거리에 있으면 감시할 수 있는데, 각자 흩어져 보이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으니 일종의 조바심 내지 공포심이 생깁니다. 직원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못 미더운데, 막상 일을 잘하면 관리자인 내가 필요 없어질까 걱정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직원이 열심히 일하고 있어야겠지만 내가 독려할 여지가 있도록 조금은 느슨하게 하기를 바라는 애매한 상태에 빠지는 것입니다.
- P99

시스템이 바뀌어도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같은 변화 앞에서도 사람마다 수용성이 다릅니다. 서로의 욕망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환경 변화가 상수라면 우리의 욕망은 변수가 되기 때문에 같은 변화라도 그 결과는 각기 다른 양태로 나오는것입니다. 변화에 맞는 새로운 규칙을 합의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 P100

코로나가 부른 변화를 많은 분들은 ‘비대면‘이라고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선택적 대면‘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똑같이 회사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라도 부장님과 함께하는수직적인 형태의 회식은 싫지만, 팀원들끼리 격의 없이 어울리는수평적인 모임은 좋다는 속내가 나와버린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코로나 바이러스가 폭탄주를 돌리고 건배사를 강요하는 부장님을 제거하기 위한 핑계로 쓰인 거죠.
- P106

우리 삶은 다양한 변화를 언제나 겪고 있으므로 관찰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그를 통해 우리의 업을 현재의 변화에 맞춰가야 합니다.
- P107

이처럼 많은 이유로 우리의 삶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존 방식에 잘 적응했던 분들이 당황합니다. 새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이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전환기 또는 성숙기에 접어든 분들에게는 기존의 커리어 경쟁력이 와해됐을 때 어떻게 새로운 경쟁력을 얻을지가 새로운 숙제로 남게됩니다.
- P111

위 게시글의 교훈은, 일을 하자는 것입니다. 더 정확히는, 나의 생산성을 입증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일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라는 거예요. 바이러스와 세계대전을 벌이는 와중에 우리 각자는생존을 위한 분투도 치열하게 치러내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도 직장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의 관성이 깨졌기 때문이죠. 관성이있으면 실행하면 되는데, 이제는 관성이 무너졌으므로 실행하기건에 생각을 해야 합니다.
- P112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부가가치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잘해야 하는데, 이 구조를 따라가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바로 성장기에 개발시대의 논리를 교육받은 기성세대죠. 여전히 한국은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으로 수위를 다툽니다. 이미 경제성장의 기울기가 완만해졌는데도 아직도 급격한 성장에 맞는 과거의 방식을 놓지못하고 열심히 하라고 합니다. 
- P118

변화는 중립적이어서 그 자체가 좋거나 나쁜 것읃 아닙니다. 내가 준비를 해놨으면 기회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위기가 될 뿐입니다. 그렇다면 사회 변화를 불평하는 것보다는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다면 각자는 더 먼저 가 있으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옛날은 좋고 지금이 나쁘다고 한탄할 게 아니라, 그저 내가 준비할 수 있을지, 우리가 지혜로운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옳을 듯합니다.
- P121

합의의 기준을 ‘공존‘으로 두어 모색해보면 어떨까요? 인간은 군집생활을 통해 적응해온 종입니다. 따라서 상대에 대한 배려가 우리 종이 생존하는 데 가장 중요한 형질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전체가 공존하기 위해 각자에 대한 배려를 키운다는 전제가 현명한 합의를 가능케 할 것입니다.
- P123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은 분들은 과거의 경험보다 현재의 경험이 더 크기에 업데이트가 그다지 필요 없겠죠. 반면 기존의 규칙에 잘 적응했던 분들은 새로운 규칙을 재설정하는 현행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 P129

이분처럼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있으면 생존 가능하고, 그렇지않으면 도태되는 것입니다. 똑같은 일이 다른 영역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기술의 수용성이 생존과 연결된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변화를 배우지 않을 도리가 없죠. 그래서 누구든 무엇이든 배우게 됩니다.
- P132

아울러 공통의 합의를 이끌어낼 쉬운 설명 또한 필수입니다.
거대한 혁신이 이루어지려면 협업이 필요한데, 협업이라는 건 정서적 공감만으로는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전체 인류가 의사소통을 통해 각자 가지고 있는 지성과 지식을 합쳐야 하므로 논리적 설득이 요구됩니다.
- P136

제가 봤을 때 정말 훌륭한 사람은, 어려운 얘기를 쉽게 하는 사람이에요. 많은 산업 또는 학문의 전문가들이 그들 사이에 통용되는 나름의 언어를 만들고, 그들끼리는 쉽지만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그리고 정말 나쁜 사람은 쉬운 얘기를 어렵게 합니다. 상대방의 무지 혹은 정보의 격차가 자신의 헤게모니를 키워주기 때문에 일부러 못 알아듣게 말하는 거에요.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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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변화에 적응하고자 하는 개인의 변화는 생명체가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치열한 과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를 자세히 관찰하면 어떤 방향으로 적응해야 할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이것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남긴 흔적을 그러모아서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을 읽습니다.
(프롤로그 중) - P10

그 후 ‘빅데이터‘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신의 생각을 여러 곳에 알렸고, 그렇게 쌓인 데이터는 한 명 한 명의 욕망을 기술하는 근거가 되었으며, 그 욕망의 합은 우리 사회가 합의를 이루어가는 소중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러한 욕망의 상호작용을 바라보면서, 저는 서로에 대한 오해와 억측이 얼마나 많은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도 조금씩 보았습니다. 
(프롤로그 중) - P12

일어날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운명론이거나 정해진 결과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가 그것을 선호하고, 그것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모둠살이가 숙명인 인간종의 구성원 한명 한 명이 원하는 지점, 각자의 욕망이 합의되는 지점, 바로 그곳에서 일어날 일은 일어납니다. 
- P14

빅데이터가 사람들이 쌓은 흔적이라면 그 흔적이 왜 만들어졌고,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찾아보고자 했습니다. 특히 한 명 한 명이 아니라 복수의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하고, 함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파악하고싶었습니다.
- P21

 이처럼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는 것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해봅니다. 더 확장하면 지금 보기엔 당연한데 나중에는 당연하지 않을 것이 얼마나 많을지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 P25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변화를 여러분은 잘 받아들이고 있는지요? 여러분의 감수성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삶에 대한 이해도가 달라질 테고, 몸담은 산업의 전망도 달라질 것입니다.  - P27

코로나19가 일으킨 삶의 변화를 돌아봄으로써 알게 된 건,
코로나19 때문에 생긴 변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오래된 문제들이이번에 격정적으로 노출됐을 뿐이었습니다.
- P52

그런 이유로 예전 같았으면 ‘굳이 거기까지 할 필요가?‘ 했던 것들이 이제는 당연해지고있습니다. 예전에는 디테일에 대한 요구가 적었지만 지금은 당연해집니다. 그 당연한 섬세함이 풍요로운 삶을 만드는 전제조건이되기 때문입니다.
- P54

지난10년간 한국사회는 혼자서 무언가를 잘 꾸려가는 사회로 분화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변화를 이해하고 나면 나 또한 혼자 잘지낼 수 있도록 독립성과 유연성을 갖추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겠죠.
나아가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1인 사회로의 분화를 넘어 가족의 해체까지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P58

딜리버리 서비스를 비롯해 각종 가사노동이나 행정업무 아웃소싱 서비스가 성업 중이고, 반려산업도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미 가족의 의미가 희미해졌기 때문에 이런 산업이 뜨는 것일 수도 있겠고요. 좋든 싫든 가족이 내삶의 안전판이자 나를 지지해주는 존재였다면, 가족의 기능이 외주화되고 관계는 단속적으로 변하면서 가족이 차지하던 절대적인 의미가 축소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P59

효도 시스템을 외주화할 만큼 엄청난 부를 쌓든지, 아니면 독자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키워야겠죠. 이 점을 먼저 깨닫고 꾸준히 독서하고 운동하는 생활습관을 가진 어르신들처럼 말입니다. 자신의 생산성과 사회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일상의 혁신을 계속 해나가야 합니다. 기술과 세상이 바뀌는 속도에 뒤처지지 않도록 스스로 업데이트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 P60

2017년부터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에 관한 언급이 쭉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흔히 자동화라 하면 공장에서 기계적인 로봇이 조립을 대신하는 자동화를 연상하기 쉬운데, 이제는 논리적인로봇이 주도하는 사무직 자동화가 뜨고 있습니다. 과거 1980년대초반의 사무자동화, 즉 OA(office automation)를 생각하는 분들은 오늘날의 RPA가 어디까지 진화했는지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 P73

RPA도 사람이 하던 업무 중에서 OCR 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로 정보를 읽어내거나 텍스트를 바이트로 끌어낸 다음 그 안의 로직을 규칙화해서 자동화하는 작업이 확장된 것입니다. 
- P74

스마트팩토리가 만들어지면서 인건비가 싼 해외에 공장을 지었던 기업들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 사례가늘고 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글로벌 밸류체인의 취약점이노출되면서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죠. 그런데 이것이 고용을 담보하지 않습니다. 완전자동화 시스템및 인프라가 사람 없는 공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기회 또는 위기에서 어떻게 좋은 점은 취하고 그렇지 않은 점은 피해갈 수 있는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입니다.
- P75

지금까지 우리는 변화의 3가지 상수를 살펴보았습니다.
첫째, 분화하는 사회, 우리는 혼자 살고 좀 더 작아진 집단으로가고 있습니다.
둘째, 장수하는 인간,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오래 살고 젊게 삽니다.
셋째, 비대면의 확산, 이는 기술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대면을 꺼리기 때문에 강화됩니다.
- P76

기억해야 할 변화의 상수 3가지 :
당신은 혼자 삽니다.
당신은 오래 삽니다.
당신 없이도 사람들은 잘 삽니다.
- P78

집에서 혼자 또는 부부끼리 먹으니 안주와 주종 선택에 자신의취향이 한껏 발휘됩니다. 이 때문인지 와인이 급격히 뜨고 있습니다. 와인만큼 취향이 섬세하게 나뉘는 주종도 드물죠. 게다가 사진으로 찍으려면 병이 예뻐야 하거든요. 와인과 크래프트비어는되지만 기존의 소주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 P80

저는 직업상 다양한 영역에 계신 분들을 만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제게 하는 질문이 반복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한동안 줄창 MZ 세대에 대해 묻더니, 그다음에는 커뮤니케이션과 브랜딩에 대해 물었습니다. 지금은 업무를 둘러싼 하소연을 많이 듣습니다. 거칠게 요약하면 상사들은 ‘젊은 직원들은 왜일을 안 하는지 고민이고, 그 젊은 직원들은 상사가 무능해서 싫다‘고 합니다.
그래서 알았습니다. ‘아, 공통질문이 있구나.‘
저는 운 좋게도 다른 사람보다 먼저 질문을 받았고, 심지어 똑똑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물어보는 사람의 머리가 좋다는 말이 아니라, 고민이 깊었다는 것입니다. 자기 일과 세상에 대해 오래 고민한 끝에 나오는 핵심을 찌르는 질문에는 아무렇게나 대답할 수없죠. 저 또한 깊이 숙고하고, 사방의 전문가들에게 물었습니다.
- P81

즉 제 비결(?)은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이종heterogeneous 간의 지혜를 모으는 사고를 한 것입니다. 질문은 현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줬고, 그에 대한 해법은 다양한 주제를 공부하는 학자들에게 들으면서요. 저는 질문을 전달했을 뿐입니다. 각자 다른영역에서 깊은 사고를 하는 독립적 인간들이 모여서 함께 고민하는 작업이 가장 소중합니다.
그러니 교류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공부해야 하고요. 공부하지 않으면 질문을 받았을 때 ‘내 생각은 말야‘ ‘나 때는 말야‘ 하면서 뻔한 말을 늘어놓거나, ‘인생이 다 그런 거 아니겠어?‘ 같은 말로 모호하게 둘러댈 수밖에 없습니다.
- P82

다만 초반에는 이 질문이 변화의 신호인지 단순한 소음인지 알기 어려울 수는 있습니다. 그때의 방법은, 많이 읽는 겁니다. 책이든 뭐든 꾸준히 많이요. 읽다 보면 패턴이 반복되는 게 보입니다.
신호가 증폭되는 게 있고 감소하는 게 있는데, 그걸 보면 됩니다.
구글트렌드 등 검색엔진의 키워드 분석 툴이 이런 역할을 하기도하고요.
누군가에게는 원하는 대답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당장 미국 주식을 살지 말지 누가 찍어주면 좋겠다는 사람에게 몇 년 동안 책읽으라 하면 좋아할까요? 그러니 급한 대로 ‘1000권 읽고 깨달은 것들‘ 같은 다이제스트 책을 읽습니다. 그러나 성취란 다이제스트로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1000권을 읽는 와중에 그 노력을통해 각성하는 거지, 1000권에 담긴 정보가 저절로 각성을 주지는 않습니다. 성취란 목표가 아니라 과정에서 얻어지는 훈장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 P83

환경이 바뀌면 과거의 계획은 무의미해집니다. 변화가 일어다는 것은, 삶에 대한 우리의 정의와 그에 따른 준비를 돌아보아야 하는 상태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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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가 따르던 할머니 코끼리는 이렇게 말했다.
"눈이 멀어 이곳에 오는 애도 있고, 절뚝거리며 이곳에 오는 애도 있고, 귀 한쪽이 잘린 채 이곳으로 모는 매도 있어, 눈이 보이지 않으면 눈이 보이는 코끼리와 살을 맞대고 걸으면 되고, 다리가 불편하면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에게 기대서 걸으면 돼. 같이있으면 그런 건 큰 문제가 아니야. 코가 자라지 않는 것도 별문제는 아니지, 코가 긴 코끼리는 많으니까. 무리 옆에 있으면 돼.
그게 순리야."
- P12

하지만 코끼리는 무모하지 않았다. 그래서 쉽게 화를 내지 않았다. 화를 내면 그것은 곧 싸움으로 번졌고, 싸움은 죽음을 부르는 일이었다. 코끼리는 스스로의 목숨도, 남의 목숨도 함부로 여기지 않았다. 그것이 코끼리들의 지혜였다. 노든은 현명한 코끼리들이 좋았다. - P13

사람들은 겉에 드러난 것만을 보고 믿는다. 하지만 코끼리들은 바보가 아니다. 사람들은 이런 테스트로 코끼리를 시험했지만, 코끼리는 언제나 심사숙고 끝에 스스로의 앞날을 직접 선택했다.
- P14

그는 코끼리답게, 지혜롭고 현명하게 생각하려고 했다. 무모한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더 멀리 보고 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되뇌었다. 마음을 다잡은 노든은 할머니 코끼리에게고아원에 남겠다고 말했다. 할머니 코끼리가 기뻐해 줄 것이라고생각했지만, 기대와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너에게는 궁금한 것들이 있잖아. 네 눈을 보면 알아. 지금 가지 않으면 영영 못 가. 직접 가서 그 답을 찾아내지 않으면 영영 모를 거야. 더 넓은 세상으로 가. 네가 떠나는 건 슬픈 일이지만 우리는 괜찮을 거야. 우리가 너를 만나서 다행이었던 것처럼, 바깥세상에 있을 또 다른 누군가도 너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여기게 될 거야."
- P15

나는 언젠가 노든에게, 그때 고아원을 나오기로 한 선택을 후회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훌륭한 코끼리는 후회를 많이 하지. 덕분에 다음 날은 전날보다 더 나은 코끼리가 될 수 있는 거야. 나도 예전 일들을 수없이 돌이켜 보고는 해, 그러면 후회스러운 일들이 떠오르지. 하지만 말이야, 내가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것들도 있어. 그때 바깥세상으로 나온 것도 후회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일들 중 하나야."
- P18

혼자서는 코뿔소가 될 수 없었다. 노든이 코끼리로 살 수 있었던 것은 코끼리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코뿔소가 되기 위해서는다른 코뿔소들이 있어야만 했다. 다른 코뿔소들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노든을 코뿔소답게 만들었다.
- P22

하늘의 별을 바라보느라 노든은 알이 살짝 움직이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조금씩 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작은 부리가 껍질을 깨고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렇게 내가 태어났다.
- P76

살아남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데도 내가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는 치쿠와 윔보 때문이라고 했다.
"네가 어떤 기분일지 알아. 내가 그렇게 살아왔거든. 나는 항상 남겨지는 쪽이었지. 내가 바보 같지만 않았어도, 용감하게 가족을 지킨 내 아내를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내가 다리를 절지만 않았어도, 마음씨 고운 앙가부를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몰라.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알아차렸으면, 유쾌한 치쿠는 죽지 않았을지도 몰라. 이런 생각들이 항상 나를 괴롭게 해. 차라리 살아남은 게 내가 아니었으면, 하고 말이야."
- P80

"그런데 포기할 수가 없어. 왜냐면 그들 덕분에 살아남은 거잖아. 그들의 몫까지 살아야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안간힘을 써서,
죽을힘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해."
- P81

하지만 노든은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게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게 주었다. - P83

하지만 나는 내가 본 적도 없는 치쿠와 윔보의 몫까지 살기 위해 살아 냈다기보다는 나 스스로가 살고 싶어서 악착같이 살아났다. 그들의 몫까지 산다는 노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은 그 후로도 꽤 시간이 지나고 나서의 일이다.
- P83

적막을 깨고 별안간 노든이 웃음을 터뜨렸다.
"치쿠랑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서."
겨우 설명을 덧붙이더니 노든은 참지 못하고 계속 웃었다. 한방 웃음이 멈추고 나서야 노든은 나머지 설명을 계속해 나갔다.
"그때도 나는 복수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어. 그런데 웬 이상한 퓅긴이 들러붙어서, 나에 대한 배려라고는 코끼리 눈곱만큼도 없이 한참을 말 한마디 않고 걷다가, 느닷없이 자기 사정만 늘어놓는 거야. 정말 제멋대로였어. 내 생각은 한 번도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 맘대로 나랑 같이 바다를 찾아야 한다고 했지."
- P87

"그치만 나한테는 노든밖에 없단 말이에요."
"나도 그래."
눈을 떨구고 있던 노든이 대답했다.
그때 노든의 대답이 얼마나 기적적인 것이었는지, 나는 알지못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었다.
- P94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 윔보와 치쿠가 버려진 알을 품어 준 것부터, 전쟁 속에서 윔보가 온몸으로 알을지켜 내 준 것, 치쿠가 노든을 만나 동물원에서 도망 나온 것. 마지막 순간까지 치쿠가 알을 품어 준 것,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에 노든이 있어 주었던 것………. 모든 것이 기적이라는 단어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내가 마주한 ‘수영‘이라는 것이 그나마 기적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이었다. 
- P94

나는 절벽 위에서 한참 동안 파란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바다는 너무나 거대했지만, 우리는 너무나 작았다. 바다는 이루 말할수 없이 아름다웠지만, 우리는 엄망진창이었다.
나는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나간 노든의 아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직 죽지 않은 연인을 뒤로하고 알을 데리고 도망쳐 나오던 치쿠의 심정을, 그리고 치쿠와 눈을 마주쳤던 윔보의 마음을, 혼자 탈출하면 무슨재미가 있겠느냐던 앙가부의 마음을, 코끼리들과 작별을 결심하던 노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P124

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저 바닷물 속으로 곧 들어갈 것을, 모험을 떠나게 될 것을, 홀로 수많은 긴긴밤을 견더 내리라는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
어쩌면 언젠가 다시 노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내 냄새, 말투, 걸음걸이만으로 노든은 나를 알아보고 내게 다가와 줄 것이다. 코뿔소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다른 팽귄들은 무서워서 도망가겠지만, 나는 노든을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코와 부를 맞대고 다시 인사할 것이다.
- P125

어떻게 해도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지만, 그래도 정의해 보자면 이것은 늙은 코뿔소와 어린 펭귄의 로드무비이다. 둘의 걸음에는 고통이, 슬픔과 분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겁게 붙잡아야만 하는 희망과 오늘이 있다.
길 뒤에, 듬성하고 촘촘한 둘의 기우뚱한 발자국에, 이 모든 것이 아로새겨져 있다. (심사평 중)
- P140

우리 삶에는 우리가 자초한 불행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불행도 있다. 코끼리 고아원 밖으로 나간 것은 노든의 선택이지만, 느닷없이 찾아온 사냥꾼들과 벼락처럼 떨어진 전쟁은 노든의 선택이 아니다. 전자는 내 몫으로 여기고 견딘다 해도 반복되는 후자의 고통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완벽한 저녁이 깨진 이후 노든은 복수심으로 스스로를 불태우지만 앙가부와 치쿠와 알을 통해 깨닫게 된다. 사는 것보다 죽기가 더 쉬운 세상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를. (심사평 중) - P141

[긴긴밤] 속 주인공들은 우리의 삶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내 삶은 내 것이지만, 또 나만의 것은 아니기에 우리는 안간힘을 써서, 죽을힘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한다.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가 다리가 불편한 코끼리의 기댈 곳이 되어 주는 것저럼, 자연에서 살아가는 게 서툰 노든을 아내가 도와준 것처럼, 윔보가 오른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치쿠를 위해 항상 치쿠의 오른쪽에 서 있었던 것처럼, 앙가부가 노든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준 것처럼. 이 작지만 위대한 사랑의 연대는 이어지고 이어져 불운한 검은 반점을 가진 채 버려진 작은 알에 도착한다.
작은 알은 모두의 사랑을 먹고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살아남아 세상으로 나온다. 윔보와 치쿠의 생명 줄을 잡고 태어난 아기 펭귄은 늙은 코뿔소와 함께 바다를 향해 걸으며 자신의 근원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듣는다. (심사평 중)
- P142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를 향해 있던 모든 이의 긴긴밤을그 눈물과 고통과 연대와 사랑을 이제 어린 펭귄은 자기 몫의 두려움을 끌어안고 바닷속으로 뛰어들 것이다. 홀로 수많은 긴긴밤을 견뎌 낼 것이며,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 (심사평 중)
- P144

힘들고 무서워도 도망가지 않고 소리 지르고 울면서 똥을 뿌리는 것이 최선임을, 다리나 눈이 불편한 친구를 놀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불편한 다리와 눈 옆에 자연스레 서는 것이 순리임을, 그렇게 나와 친구를 지키는 것이 더러운 웅덩이를 별빛같이 만드는 일임을 알고 서로에게 기대어 오늘을 버티고 내일로 힘차게 나아가기를. 그러다 보면 언젠가 우리는 다시 인사하게 될 것이다. 코와 부리를 맞대고 눈과 눈으로, 마음과 마음으로, 영혼과 영혼으로.
(심사평 중)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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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든의 마지막에 대해서는 모르는 이가 없었다. 온 세상이 노든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노든의 처음에 대해서는 아무도몰랐다. 슬픈 것은 노든 자신도 그의 처음을 기억하지 못한다는것이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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