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행복‘이 화두다. 그만큼 우리 스스로 행복하지 못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파리에서 살 때 한 프랑스 친구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왜 한국인은 휴가를 와서도 즐거워하지 않고 모두 화를 내지?"
- P4

내 인생에 대해서 스스로 어떻게 이야기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똑같이 오래된 낡은 집에서 살면서 초라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과고풍스럽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인생이 같지 않다. 이사를 여러 번다닌 것을 ‘집 없는 자의 설움‘이라고 말하는 사람과 유목민같이 자유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인생은 분명히 다르다. 
- P6

최소한 내가 만난 프랑스인은 절대로 다른 사람이 자기 인생을 성공했다‘느니 실패했다‘느니 하는 정의를 내리도록 허용하지 않는,
‘나는 나라는 극도의 이기주의자였다. 그야말로 시크했다. 이에 비해 한국인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스스로 남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이 불행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프랑스 문화의 핵심을 이루는 이기주의적 주관‘ 또는 쌀쌀한 행복‘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이이 책을 쓰게 된 동기다.
- P7

사람은 누구나 편한 것을 좋아하고, 편하기를 바란다. 편하다는 것에는 두 가지 개념이 포함된다. 즉 ‘편리함convenien‘과 ‘편안함Comfortable‘이다. 편리하다는 말의 사전석인 정의는 ‘편하고 이로우며이용하기 쉬운 것‘이다. 편리함이란 내가 힘을 적게 들이고도 원하는것을 빨리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편안함이란 마음이편하고 걱정이 없는 감정‘을 말한다. 특히 모든 것이 익숙하고 예측가능하기 때문에 별다른 의식이 필요 없는 상태다.
그런데 사람들은 편리함과 편안함을 쉽게 혼동한다. 
- P13

파리에 살면 살수록 나는 무언가 할아버지 시대의 자명시계처럼 구닥다리 톱니바퀴가 고장이 날 듯하면서도 용케도 잘 돌아가는 것 같은 포근함을 느끼고 그에 동화되었다. 그 편안함의 정체는 바로 삶이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프랑스식 편안한 삶의 정체다.
- P25

젊을 때 파리에서 조그마한 추억이라도 하나 만들어둔 사람은 오랜 세월이 지나 노년이 되어 파리에다시 간다면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이 고스란히 살아나 가슴이 촉촉해질 것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노벨상 수상 소설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가 파리를 영원한 젊은이의 도시‘라고 부른 이유도 그때문일 것이다.
- P29

미국의 정신의학과 교수인 마크 Marc Schoen 은, 현대인은 불편을즉시 해결하지 못하면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두려워하므로, 세상은점점 편리해지는데 우리는 갈수록 불편해진다고 했다.
- P32

죽음이 필연이라면 그 중간에 벌어지는 일들은 고통스러운 것이라도 숭고한 일이 된다. 또 인생이 죽기 전까지만 주어지는 것이라면 자기 감정과 느낌을 내일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항상 받아들이며 살아야 한다는 생활 태도를 가지게 될 것이다.
- P42

프랑스인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우리와 다르게 바라본다. 이는 메멘토 모리 전통과 관계가 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살아 있을때만 감정을 느낀다. 태어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고 죽은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이라면, 그것도 단 70~80년만 주어졌다면 슬픔, 절망, 우울같은 고통스러운 감정도 행복, 사랑 같은 감정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이 된다. 그것이 삶의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면 다른 사람 앞에서 감출이유가 없다. 이것이 언젠가는 죽을 것임을 잊지 않고 사는 프랑스인의 인생관이다.
- P49

영원하지 않아 아름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지중해 문화의철학 즉 삶은 죽음이라는 엔딩이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는 것을 철학자들은 ‘메멘토 모리‘라고 하는데, 파리야말로 그 자체가 거대한 메멘토 모리라고 말할 수 있다.
- P57

그저 항상 같이 있었고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던 것처럼 그냥 헤어지기 바로 전날로 돌아간다. 한 번도 자리를비우지 않은 것처럼 내 빈 자리가 금세 채워지는 것이다. 나는 프랑스친구들의 이런 우정 표현을 ‘차가운 우정‘ 이라고 내 나름대로 이름 붙였다.
- P96

프랑스인은 친구라는 이름을 상당히 아껴 쓰며, 진짜로 친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만나서 술 한잔을 하면 호칭이 형 동생으로바라며 금세 친해지는 우리나라 사람은 어떤 우정이 진짜 우정이고,
어떤 우정이 ‘아는 사람일 뿐인지 구분하기 어렵지만, 프랑스인은 연인관계는 드라마틱하게 빨리 발전해도 진정한 우정은 천천히 익어가듯 발전시킨다. 저온 숙성하는 치즈 같다고나 할까? 프랑스인은 연애를 좋아하는 민족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남녀관계 속에서 찾기 어려운 영구적인 연민은 친구 즉 아미와 나누려고 한다.
- P107

반면에 프랑스인은 원근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상대편이 원하는 거리 이상으로 다가가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한 예의로 본다. 이것은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슴도치‘ 비유법으로 아이들에게 전수된다. 고슴도치가 멀리 같이 가려면 서로 찔리지 않을정도의 간격, 서로 잊히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지키면서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 P109

이에 비해 프랑스에서는 ‘솔리대리테solidarite (유대, 결속, 상관성)가 넘치는 사회를 지향한다. 즉 모든 사람이 진정한 친구(아미)가 되어 프랑스 중세의 한 마을처럼 긴 테이블 위에 막 추수한 풍성한 음식과 와인을 차려놓고, 주위에 죽 둘러 앉은 사람들과 철학, 미술, 인생에 대해 상대편이 내 편인지 적인지 신경 쓰지 않고 열띤 토론을 벌일 수 있는 사회다. 이것이 프랑스인이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공생convivialit‘의 개념이다. 
- P112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예를 들어 며느리를 남에게 소개할 때 내며느리‘라는 식으로 나의‘ 즉 소유격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냥 ‘내 아들의 아내 또는 연인‘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 표현은 그 사람이 ‘내‘사람이 아니라 ‘내 아들‘의 사람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한다.
- P119

"너무 쿨하고 멋져…. 근데 난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 굴할 수없어."
하지만 프랑스인의 그런 모습은 ‘쿨‘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꽉 차 있고, 심지어 배우자나 가족일지라도 타인을 자기 중심에 두지않는 이기주의‘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여기서 이기주의라는 단어는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 P127

하지만 전자는 남 신경 쓸 것 없이 자기 만족도가 높은 삶을 좋게 보는 태도를 의미한다. 프랑스인의 이기주의는 전자에 해당된다고 본다. 모든 사람이 서로 자기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는 나름의 균형과 질서가 있는 것 같다.
- P128

프랑스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은괴로운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는 여정이 아니라 인생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기대되는 일이 되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가 어떤 방식으로 어른이 되고 싶은지 묻는다면, 어릴 때 자유를 실컷 누리고 크면서 점차 하향곡선을 긋기보다는 어릴 때 조금통제를 받더라도 어른이 되는 것이 기대되고 기다리게 되는 편이라고 할 것 같다.
- P152

노라나 뱅상이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누가 성공했다느니 또는 실패했다느니 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그저 인생의어느 한 기간에 같은 배를 타고 여행한 친구지만 지금은 저마다 다른항구에서 내려 자기 갈 길을 간 사람들 같았다.
- P174

또 프랑스는 사회 계층이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어서 계층마다 즐기는 문화, 말투, 정서, 가치관이 너무나 다르다. 설령 학업을 통해 상류사회에 진입을 하더라도 음식, 복시, 문화적 식견 등 세밀한 부분에서 차별이 심해, 결국 지기가 살던 동네와 계층으로 다시 내려오는 사람도 많다. 사회적 성공의 비용이 너무 비싸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만족감이 워낙 낮기 때문에 성공을 위해 올인하는 것은 프랑스 사람에게 너무 ‘가성비‘가 낮은 선택이 된다.
- P178

미국이나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는 성취가 성공의 척도라면 프랑스인에게는 노동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자기가 즐기는 레저 스포츠나식사 같은 이벤트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쓸 수 있는지를 성공의 척도로 본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 P189

어떤 목표를 이루는 것으로 내 인생의 성패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그 시간에 먹고 놀면서 느끼는 즐거움‘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어떨까? 어쩌면 프랑스인은 진짜 성공한 인생이란 성공하려고 발버둥치지 않아도 되는 인생이고, 진짜 행복한 인생은 행복이란 것을믿지 않고 주어진 순간에 충실한 인생일 수 있다는 결론을 오랜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것은 아닐까?
- P193

"그것이 미테랑과 올랑드의 차이지. 두 사람은 급이 달라."
이처럼 올랑드 대통령을 향한 프랑스인의 비판은 무슨 도덕성에관한 것이 아니라 미적인 감각에 대한 것이었다.
- P201

일국의 국가원수 중에 동거하는 여성이 바뀌는 경우나, 엄마뻘의이혼 여성과 결혼한 경력이 있는 경우는 프랑스 말고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프랑스에서는 나이 들 때까지 정치적 성공을 위해 독신으로살다가 ‘나는 나라와 결혼했다‘라고 주장하는 정치인을 더 이상하게바라볼 것이다.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던질 용기조차 없는 사람이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느냐면서 말이다.
- P202

나도 실연을 당하고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진 상태에서 로렐린을찾아간 적이 있다. 그때 그녀가 한 말이 기억난다.
"남자는 그 남자의 리브스토리의 합이지."
다시 말해 남자란 사랑의 기승전결을 여러 번 겪어보면서 차차 자신이 누구인지를 빌견하게 된다는 말이었다. 실연이란 하나의 러브스토리가 끝나고 다음 스토리가 시작하는 순간일 뿐이며, 자기에 대해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우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다. 사랑이라는 것이어차피 영원히 갈 수 없다면, 그리고 어차피 연애란 엔딩이 있는 소설같음을 알고 시작했다면, 그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롭고 멋진 이야기였는지가 중요하지, 새드 엔딩이 있다고 해서 나쁜 소설은 아니다.
- P208

연애에 목적이 없듯이, 인생은 즐거워서 사는 것이지 이유가 있어서사는 것은 아니다. 연애가 어떻게 끝나건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시간을 보내봤다는 것이 중요하듯이 인생도 살아봤다는 것이 중요하지 성공했는지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그런 프랑스인은 더 큰 집, 더많은 편의시설, 더 많은 돈과 소비로 행복을 사려는 영미인과 그들의문화에 젖어 사는 사람들을 딱하게 생각한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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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내 생일선물로 무슨 책을 살까 하다가, 사노 요코의 책과 조승연 작가의 책 중 하나를 고민했었다. 조승연 작가의 책을 골랐으나, 사노요코의 책에도 미련이 있어 검색하던 중 원래 마음에 두었던 책이 아닌 그림동화책에 눈길이 갔다.

사노 요코 작가의 책을 한 번이라도 읽어봤던게 아니라, 온라인 누군가의 밑줄이 좋아 꼭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한거라... 그림동화책이 있는줄 몰랐다. 게다가 냥냥이라니..

주인공 냥님께선 죽다가도 다시 살아나며 여러사람을 만나고 어느 정도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듯한 만남을 이어간다. 그러다가 하얀 야옹이를 만나고 아이들이 태어나고,하얀 야옹이가 무지개를 건너가고, 그리고 그길을 따라가듯 주인공 냥님도 그렇게 무지개를 건너간다.

간단한 줄거리지만 툭툭 내뱉는 츤데레 냐옹이와 그림, 그리고 결말을 보며 따뜻해지고 슬퍼지고 먹먹하였다. 우리 포냥이들 생각도 많이했다. 한냥이 두냥이가 2012년 1월생으로 추정되니 벌써 중년의 나이. 마당이와 룩이의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지만 그냥 세네살 정도로 추정한다. 건강은 괜찮은건지 문득문득 불안한 마음도 든다. 또또를 보냈고, 또순이를 보냈다. 그리고 회사 아롱이를 보내며, 동료의 샤샤와 나르가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 이별은 익숙한것이 될 수 없는거란걸 알면서도, 나보다 생명이 짧은 아이들과의 헤어짐을 받아들여야하는 순간을 때때로 생각한다.

어느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롱이 샤샤 나르가 같은 해 가던 때였나보다. 먼저 보내는 것이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과 슬픔에도 그런 멋진 멍멍이와 냥이들과 함께한건 행운이란 처음 생각. 그리고 사랑하니까 이별도 내가 감당할 몫이라는 이어진 생각. 이어서 내가 먼저 떠나서 혹여라도 불행해질지 모르는 삶을 주는것보다, 아픔도 이별도 내가 마지막까지 함께해주리란 약속.내가 이리 아프게 될줄은 몰랐지만, 냥냥이들과의 약속도,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나아야겠지만.

책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다 읽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은채 그저 먹먹하기만 했다. 그래도 마냥 슬픈 책은 아니다. 슬픔을 준비하지만 따뜻해질 수 있는 동화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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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09-07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을 맞아 기쁘고 들뜬 기분이어야 할 테지만 동고동락했던 고양이를 생각하며 측은지심과 희로애락을 넘나드는 글을 남기셨어요. 그저 지나치지 못하겠네요. 맞다… 생일 축하 드립니다!
 

독서모임에서 애리냥이 추천한 책인데 상당히 두꺼웠다. 책은 두꺼움에도 분명 스릴 감도 있고 이야기도 잘 풀어나가서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책이라 두꺼움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만한 책이었으나... 실제 처음 100페이였나 200페이지였나.. 진도가 잘 나가진 않았다.

책은 세 곳의 배경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콩고, 르완다 등의 아프리카와. 백악관을 중심으로 한 미국, 그리고 주인공의 실험실을 중김으로 한 일본이다. 이 세곳에서 신인류라 부르는 아키리를 도울만한 각 등장인물들이 있으며,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혼자인 듯 외롭지만 서로 조력자가 있었고, 연결되어 있었다. 이 연결이라는 부분이 참 흥미롭다. 우리는 각자인듯 하지만 연결 되어 있으며, 이런 연결이 없었다면 안전한 탈출도, 신인류의 보전도, 인간성을 지키는 것도 아무것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이 나와 다 설명하기 어렵고, 각자의 입장과 상황이라는 게 있었고, 생각 보다 어느 정도 반전의 인물도 있었다. 지금은 하나하나 설명하기 어렵지만 한 명 한 명이 없어서는 안될 사람들 이었다. 방대한 배경과 줄거리, 등장인물에 줄거리를 만들기도 어려운 책이다. 그럼에도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깔끔함도 있다.

제노사이드의 뜻이 인종, 이념들을 이유로 대학살 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재에 살며 그런 일이 없다는 점에 상당한 안도감을 느낀다. 미안하게도 그런 상황에 처해 있는 자들에 대한 미안함이나 도움이 될까 라는 생각 보다는, 안도감을 먼저 느끼고, 그 안도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이 같은 사람에게도 그러하고, 다른 종에게 그리 잔인해 질 수 있다는 점에 부정을 하지 못하겠다. 그 잔인한 것도 사람이며, 희생을 하는 것도 사람이다. 잘 만들어지 할리우드 영화가 될만한 이야기이면서,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차마 그 방대함은 말로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


<마음에 남은 구절, 내 맘대로 pick. 그리고 덧붙이는 내 느낌>

[불행이라는 존재는 그것을 보는 타인 입장인지, 직접 겪는 당사자 입장인지에 따라 완전히 견해가 달랐다.
- P29]

세상 모든 일에 대한 냉정하지만 현실 적인 말인 것 같다. 얼만 큼 타인에 대한 공감도가 높은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래서 이 책에서 탈출을 돕기 위해 결성된 네 명이나 많은 등장인물들이 타인의 입장이지만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의 사람들이 많이 구성되어진다. 그럼에도 어떤 인간들은 공감도가 높아 오랜 시간 힘들어도, 본인의 성향에 따라, 과학자의 호기심 등 여러가지 이유로 돕기도 하고, 희생하기도 한다.


[ 상대에게 던진 공격의 칼끝이 같은 날카로움으로 자신에게도 파고들었다. 그럴수록 서로가 불행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수 없었다.
- P46]

이 구절이 어느 부분에서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만약 서로를 죽이는 아프리카의 상황에서 나온 거라면, 그렇다면 참 답이 없다. 각자의 현실에서도 그 정도의 위험은 아니지만 서로가 불행해지는 공격이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멈추자.


[겐토는 하늘에 대고 전화 상대에게 들키지 않도록 작게 신음했다. 그후의 각오를 정하고 인생 최대의 도박이 될 말을 꺼냈다.
˝제가 약속합니다. 반드시 당신의 아이를 구하겠습니다.˝
- P349]

약속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거운 말이며, 반드시 라는 말은 또 얼마나 무거운 말인가. 인생 최대 도박이 된 말이며 이로 인해 소설은 계속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럼 우호적인 거라든가 박애 정신 같은 건가?˝
˝그렇게 아름다운 것은 아니고, 정은 안 좋은 일에도 생길 수 있어. 싫은 상대와도 정으로 이어지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다른 사람을100퍼센트 거절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거지.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대부분은 이 정에 대해서 다루고 있어.˝
- P362]

아프리카, 미국, 일본 세곳을 배경으로 하여 각자의 스토리가 풀어지고 서로 얽히면서 방대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이 소설에서.. 갑자기 일본에서 한국 유학생이 나오고 그 한국 유학생이 순수하게 돕고, 정을 얘기하는데.. 이 모든 것이 뜬금없는 게 아니라, 그런 뜬금없고 그런 인간의 마음이 있었기에 이 방대한 이야기가 만들어 졌던 건이 아닌가 한다. 한국 사람을 좋게 표현한 작가에게 고마웠다. 한국사람이니까.


[겐토는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반드시 ‘정‘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 P363]

일본 소설에서, 주인공이 한국사람의 정을 아는 사람이 되고싶다니. 지금 현재의 많은 한국 사람들도 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그 정을 아는 게 상당히 피곤해지는 일이지만, 참 따뜻한 일이다.


[동료를 위험에서 구해야 해. 이 세상에는 그런 인간도 있다는 것을 아키리에게 보여 주만 해.
- P392]

이런 조건 없는 인간의 정과 희생, 우정이 없었다면 이런 무서운 이야기는 그냥 무서운 이야기에서 그쳤겠지.


[무서운 것은 지력이 아니고, 하물며 무력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가장 무서운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입니다.
- P415]

만약 다른 책도 이런 마음이라면,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또 얼마나 무서운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하면 당분간은 읽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이 세상에 무서은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이지.


[인간으로 태어나지 말 것을, 새나 짐승으로 대어나서 아빠와 엄마, 형, 여동생과 함께 맞대고까지나 사이좋게 살고 싶었다.
- P522]

이 구절을 보며 상당히 착잡했다. 책을 다 읽고 르완다나 콩고의 역사나 현재에 대해 말해주는 유튜브 영상을 보았는데 도저히 그 역사가 이해되지도 가늠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의 일이라니. 지금의 아프가니스탄도 그렇고 이 모든 것이 2021년에 벌어지는 일이라니. 난 가늠 조차도 안된다.


[그리고 평생 사라지지 않을 죄책감이 느껴져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생명이란 것이 너무나 여려서, 인간의 소름끼치도록 끔찍한 부분 때문에, 선(善)의 무력함에, 그리고 선악의 판단조차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에게, 예거는 화가 나서 소리를 죽인 채 비통하게 울었다.
- P536]

선의 무력함과 선악의 판단조차 할 수 없다는 말이 무섭다. 또한 우리는, 나는 과연 선에 설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그러나 여기서 그런 현실을 아파하고 무엇이라도 하고, 상당한 희생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었다. 생명이란 것이 너무 여리다. 어쩌다 생명은 이리 여리게 되었을까.


[진화한 인류가 한 명 더 있었다.
- P583]

완전 반전이었지.


[한 가지만 말해 보자면 실패 없는 인생 따위는 있을 수가 없으며, 그 실패를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하기 나름이라는 말이다. 인간은 실패한 만큼 강해진다. 그것만은 기억해 두렴.
- P660]

정확한 기억은 아닌제, 무언가 이 부분이 겐토 아버지의 유서였던 것 같다. 하기 나름이다. 인생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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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9-03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
방점을 찍습니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손실 기피는 일종의 인식 넛지로 작용하여무언가를 교환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한다. 심지어는 커다란 이익이 되는 교환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에도 말이다.
- P62

 따라서 디폴트 옵션은 강력한 넛지의 역할을한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상황에서 디폴트는 매우 강력한 넛지의 힘을 갖는다.  - P65

심지어는 전문가들도 프레이밍효과(framing effect: 인지된 이득을 포함하는 리스크와 인지된 손실을 포함하는리스크를 다르게 생각하는 보편적인 경향 - 옮긴이)에 영향을 받는다. 의사들역시 100명 중 10명이 죽는다‘는 정보를 들었을 때보다 ‘100명 중 90명이 산다‘는 정보를 들었을 때 수술을 권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드러났다.
- P66

프레이밍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사람들이 다소 지각없이 수동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숙고 시스템은질문을 재구성할 경우 다른 답변이 나올 수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고확인하는 데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지 않는다. 한 가지 이유는 무엇이모순을 구성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프레이밍이 강력한 넛지이며, 따라서 주의 깊게 선택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 P67

특히 먹는 일은 우리가 수행하는 활동들 가운데 가장 무심한 행동에 속한다는 점이 밝혀진 바 있다. 그저 앞에 놓인 것을 무엇이든 먹는 사람은 수없이 많다. 곧이어 좋은 음식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커다란 그릇에 담긴 캐슈너트가 그렇게 쉽게 바닥나는 것도 바로그런 이유에서이다.
- P75

결론은, 인간들은 타인들에 의해 쉽게 넛지를 당한다는 것이다. 왜그럴까? 한 가지 이유는 우리가 틀에 따르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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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는 타성의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 힘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특정한 정책이나 방침이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되면, 민간의 기업이나 공공 부문의 관리자들은 그것을 디폴트 옵션으로 설정함으로써 결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P25

인간의 뇌는 다소 복잡하게 작용한다. 우리가 일부 과업들은 적절하게수행하는 반면, 다른 과업들에 대해서는 무지한 이유는 무엇인가? 베토벤(Beethoven)은 청각을 잃고도 놀랍도록 훌륭한 교향곡 9번을 작곡했다. 그러나 그가 종종 집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렸다고 해도 그리 놀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한 사람이 그토록 똑똑한동시에 그토록 멍청할 수 있는가?  - P40

우리들 대부분은 바쁘고 복잡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시간을쏟아 부어 모든 것을 일일이 생각하고 분석할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판단을 해야 할 때, 일테면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가 몇 살인지 또는 클리블랜드에서 필라델피아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추측할 때, 그저 어림 감정을 사용한다. 대개는 어림 감정이 빠르고 유용하기 때문이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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