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이익에 대한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생물의 번식에 개입하지만, 자연선택의 주체로서의 자연은 어떠한 목적도 갖지 않는다. 자연은 그 자체로 펼쳐진 환경일뿐이다. 진화는 목적 없이 이루어진다.
- P141

한때는 인류 진화의 역사를 계단식의 선형적 발전의 모습으로 묘사하거나 하나의 줄기에서 출발해서 여러 가지로 나뉘는 나무의 모습으로그려냈었다. 즉,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호모 에렉투스가 되고, 다시 네안데르탈인이 되었다가 사피엔스가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을 하나의 연결선이 아니라 다양한 종과 계통의 분화와 혼합의 복잡한 연결고리 가운데 등장한 주요 지점들로 파악한다. 계단이나나무가 아니라 여러 갈래로 나뉘고 합쳐지기를 반복하는 강의 모습과도같은 것이다.
- P152

우리가 길가메시 서사시>를 알아본 것은 고대인의 삶과 오늘날 현대인의 삶이 다르지 않음을 이해함으로써인간이라는 존재의 보편성을 생각해보기 위해서였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모든 인류는 비슷한 고민과 슬픔을 가졌으리라. 이 세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해답은 없는 것인가?  - P166

우리가 세상의 부조리에 저항하려 할 때 가정과 학교와 사회는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질문을 멈추라. 그것은 먹고사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의 말을 따랐다. 내 안의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척했고, 세상이 혼란스럽지 않은 척했다. 모든 인류가 그러했듯 우리는 어느 곳에서는 매 맞는 코끼리였고, 어느 곳에서는 몽둥이를 든 자였다.
- P173

우리가 굳이 낯선 세계관인 《베다》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나의 세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다. 
- P181

신의 유형에 따라 개인이 고민하는 주제
B유형 : 피조물로서의 나의 역할과 의무는무엇인가?
A유형 : 우주 전체와 자아의 본질은어떻게 관계 맺는가?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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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완독한 문학동네시인선 100기념시집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일부 문장이 인상 깊어 공유합니다.
시는 어떤구절은 너무 마음이 가지만, 제게는 대부분 모를 낯설말이라 지루한 얘기를 듣는듯 했어요
긴글 주의하시고, 제 취향 pick이니 읽고 싶은 부분만 각자 자유롭게, 패스도 각자 자유롭게요.


기우뚱거리고
쏟아져도 괜찮아
낙관도 포기도 아닌 말이 마음에 닿기도 한다
- 남지은 시인 <테라스> 중에서

어린이 병원에서 일할때 한 아이와 자주 창밖을 내다보곤 했다. 비가 오지 않는날도 장화를 신고 다니는 친구였다. 우린 창가에 앉아 기차가 오가는 걸 바라보거나 비행기가 지날 때를 기다렸다. 기다리면 기자와 비행기는 어김없이 지나갔고 아이는 기뻐했다.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여겼던 나도 기차가 달리면,
비행기가 날면 어느새 기쁨을 느끼게 됐다. 무엇이 사람을기쁘게 할까. 
- 남지은 시인 <그리운 미래> 산문 중에서

그이의 뜰에는 돌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나는 그 돌을 한참 마주하곤 했다.
돌에는 아무것도 새긴 게 없었다.
돌은 투박하고 늙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나는 그 돌에 매번 설레었다.
아침 햇살이 새소리와 함께 들어설 때나바람이 꽃가루와 함께 불어올 때에돌 위에 표정이 가만하게 생겨나고신비로운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그리하여 푸른 모과가 열린 오늘 저녁에는그이의 뜰에 두고 가는 무슨 마음이라도 있는 듯이돌 쪽으로 자꾸만 돌아보고 돌아보는 것이었다.
- 문태준 시인 <입석 立石> 전문

가끔은 우울하냐는 질문이 새삼스럽고, 슬픔은 남몰래 귀신같이 내 몸을빌려 청승을 떨었다. 
- 서윤후 시인 <그대로 두면 그대로 되지 않는> 산문 중에서

하루하루 죽어간다고 해서 죽음을 만난 것이 아니듯이, 하루하루 살아간다고 해서 인생을 만났다고 할 수 없으니까. 아직 나는 인생을 만난 적 없으니까.
- 신용목 시인 <결정적인, 그래서 아직 오지 않은> 산문 중에서

젖은 베개를 털어 말리고 눅눅한 옷가지에 볼을 부비다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쓰다 만 편지를 세탁기에 넣고는 며칠을 묵혔다.
- 오병량 시인 <편지의 공원> 중에서

죽고 싶은 것과 살고 싶지 않은 것은 달라요
둘 사이의 공백을 견디는 게 삶이죠
- 이용한 시인 <불안들>중에서

우리의 말, 늦가을에 다시 피어나는
봄꽃처럼 얇아서 늘 조마조마하던걸
본심은 그게 아니었다는 안타까운 주름
그걸로 충분하네 이해가 오고 있네
측은하고 반갑고 또 많이 고맙네.
- 한영옥 시인 <측은하고, 반갑고> 중에서

곧 닥쳐올 무서리의 아침을, 무자비한 기습을 조마조마내다보는 꽃송이들에게 ‘내 앞에 와주어 고맙다고 중얼거리고 있는 스스로의 저의를 살핀다. 아무래도 뜨겁게 ‘고맙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해보고 싶었던 것이리라. 본심이 아니었다고, 말이 잘못 나왔었다고 그 누군가 진심을 시원하게 털어놔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리라. ‘고맙다‘는 말을앞질러 준비해놓고서.
- 한영옥 시인 <괜찮네, 고맙네> 산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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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뚱거리고

쏟아져도 괜찮아
낙관도 포기도 아닌 말이 마음에 닿기도 한다

남지은 시인 <테라스> 중에서 - P75

어린이 병원에서 일할때 한 아이와 자주 창밖을 내다보곤 했다. 비가 오지 않는날도 장화를 신고 다니는 친구였다. 우린 창가에 앉아 기차가 오가는 걸 바라보거나 비행기가 지날 때를 기다렸다. 기다리면 기자와 비행기는 어김없이 지나갔고 아이는 기뻐했다.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여겼던 나도 기차가 달리면,
비행기가 날면 어느새 기쁨을 느끼게 됐다. 무엇이 사람을기쁘게 할까. 

남지은 시인 <그리운 미래> 산문 중에서 - P76

입석(立石)

그이의 뜰에는 돌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나는 그 돌을 한참 마주하곤 했다.
돌에는 아무것도 새긴 게 없었다.
돌은 투박하고 늙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나는 그 돌에 매번 설레었다.
아침 햇살이 새소리와 함께 들어설 때나바람이 꽃가루와 함께 불어올 때에돌 위에 표정이 가만하게 생겨나고신비로운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그리하여 푸른 모과가 열린 오늘 저녁에는그이의 뜰에 두고 가는 무슨 마음이라도 있는 듯이돌 쪽으로 자꾸만 돌아보고 돌아보는 것이었다.

문태준 시인 <입석> 전문 - P78

가끔은 우울하냐는 질문이 새삼스럽고, 슬픔은 남몰래 귀신같이 내 몸을빌려 청승을 떨었다. 

서윤후 시인 <그대로 두면 그대로 되지 않는> 산문 중에서
- P96

하루하루 죽어간다고 해서 죽음을 만난 것이 아니듯이, 하루하루 살아간다고 해서 인생을 만났다고 할 수 없으니까. 아직 나는 인생을 만난 적 없으니까.
신용목 시인 <결정적인, 그래서 아직 오지 않은> 산문 중에서
- P115

젖은 베개를 털어 말리고 눅눅한 옷가지에 볼을 부비다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쓰다 만 편지를 세탁기에 넣고는 며칠을 묵혔다.

오병량 시인 <편지의 공원> 중에서 - P127

죽고 싶은 것과 살고 싶지 않은 것은 달라요
둘 사이의 공백을 견디는 게 삶이죠

이용한 시인 <불안들>중에서 - P163

우리의 말, 늦가을에 다시 피어나는
봄꽃처럼 얇아서 늘 조마조마하던걸
본심은 그게 아니었다는 안타까운 주름
그걸로 충분하네 이해가 오고 있네
측은하고 반갑고 또 많이 고맙네.

한영옥 시인 <측은하고, 반갑고> 중에서 - P220

곧 닥쳐올 무서리의 아침을, 무자비한 기습을 조마조마내다보는 꽃송이들에게 ‘내 앞에 와주어 고맙다고 중얼거리고 있는 스스로의 저의를 살핀다. 아무래도 뜨겁게 ‘고맙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해보고 싶었던 것이리라. 본심이 아니었다고, 말이 잘못 나왔었다고 그 누군가 진심을 시원하게 털어놔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리라. ‘고맙다‘는 말을앞질러 준비해놓고서.

한영옥 시인 <괜찮네, 고맙네> 산문 중에서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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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레이철 조이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독서모임 글 그대로 카피.

어제 온라인으로 모인 <헤럴드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의 독서토론 모임입니다.
참여하셨던 분들은 여운을 느끼고, 참여못하셨던 분들은 아래 글로 대신해요.
(제가 30분 동안은 좀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적다가 하도 야옹이들이 방해해서 머리로만 저장했습니다. 혹 같이 나누었던 좋았던 내용 기억하시는 분들이나, 내용을 제가 다르게 기억 한 부분은 보완하여 주세요!)

yj: 헤럴드가 도보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그 한 걸음의 대한 믿음을 보며, 종교적이고 (결은 조금 다를 수 있어도) 천로역정이 연상되었다.
(매 전 yj님의 기술 서포트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hj: 관계에 대해 굳이 미워하지도 붙잡지도 않는 해탈한 마음.
(my, jy의 동일한 의견 및 세부 설명. 개인적으로 20년 전 제가 보낸 뾰로롱 꼬마 마녀의 ost가 있는 메일을 얘기해줘 고마웠어요)
데이비드가 죽었을 거라고 마지막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스포일러... 인가요....?)
퀴니의 상태가 그 정도 일줄 모름. 누구를 위한 거짓말일까? 퀴니를 위한 것일까? 퀴니가 기다려 줄 거라는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인가? 퀴니는 괜찮을 거란 희망.

my: 이 나이 될 때 누군가를 부여잡고 싶은 게 인연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누군가와의 관계가 소홀해질 수도 있고 개선될 수도 있는데, 소홀해져도 누군가의 잘못이 아님.
편지라는 매개체가 몇 번을 생각하고 쓰는 거 같음. 마지막 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음. 편지라는 게 기다려지는 재미, 편지지를 고르는 재미. 잡지 찢어서 보내는 재미가 있음.
나는 나에게 엄한 사람이라 최근 몇 년 동안 자신도 없고 한 게 없다고 했는데, 친구가 너로 인해 많은 걸 시작하고 경험하게 해주고 추진해줘서 고맙다는 진심을 듣게 되었다.

jy: 오고 가는 인연에 대한 것에 요즘 ‘시절인연’ 이란 말이 있다.
(애리냥이 처음 들어보는 단어인데 가슴에 콕 박힌다고 감탄했으며, 모두들 완전 푹 빠져 들음. 폭풍검색해 보니 울림과 여운이 있는 단어입니다.)
오랜 시간 맘에 들지 않고 힘들게 했던 분이 최근 내가 있어 고맙다 (여러 어감의 얘기를 했지만 고맙다로 퉁 칠께요..) 고 했는데, 그 사건(?) 으로 만 5년이 넘는 시간들이 위로 (여러 얘기를 했으나 위로로 퉁 했어요) 등으로 보상받은 느낌이었다.

ar: 데이비드는 알콜, 마약 중독자인가? 데이비드는 반항심인가? 반항심은 아니었던 것 같다. 모린이 데이비드 방을 청소하는 등 데이비드가 없는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 그리고 좋은 이웃 렉스. (ar, hj 렉스에 대해 지금까지 얘기 안나온 것에 대해 격분!)

나: 헤럴드 혼자서 여행을 마친 건 아닌 것 같다. 조건 없는 선의의 힘. 의사였으나 현재는 그냥 외국인 노동자가 된 그 여자 분 (이름 기억 안남) 너무 멋있었다. 이 책에 렉스도 그렇고, 그런 분들이 꽤 나옴. 내가 누구가에게 준 이유 없는 도토리를 언젠가 다른 분에게 받을 수도 있고, 그게 널리 이롭게 함. 다만 내가 지치면서까지 도토리를 주면 안됨.


헤럴드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깊은 생각도, 추론도 없었다. 결정은 생각과 동시에찾아왔다. 그는 그 간단함에 웃음을 터뜨렸다.
˝해럴드 프라이가 가는 길이라고 전해 주세요. 그냥 기다리기만하면 된다고 말입니다. 내가 구해 줄 거니까. 나는 계속 걸을 테니,
퀴니는 계속 살아 있어야 한다고. 그렇게 전해 주겠어요?˝ 33p

 차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도, 그녀가 그것을자신의 생각들 사이 어딘가에 안전하게 챙겨 둘 것이라고, 그것으로자신을 심판하지 않을 것이라고, 앞으로 언젠가 그 이야기를 들이대며 자신에게 맞서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할 수 있었다. 그는 우정이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런 우정 없이 살아온 그 모든 세월을후회했다. 180p

해럴드는 이제야 그의 여행이 진짜로 시작되었다고 믿었다. 전에는 버윅까지 걸어가기로 결심한 순간 시작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자신이 순진했음을 알게 되었다. 시작은 꼭 한 번이 아닐 수도있었다. 다른 방식으로 다시 생길 수 있었다. 반대로 뭔가 새롭게 시작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에 하던 일을 그냥 계속 하고만있을 수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약점과 직면하여 그것을 극복했다.
따라서 진짜 걷기는 이제야 시작된 셈이었다.
198p

해럴드는 봉투를 집어 들었다. 진실이 무시무시한 무게로 곧장그를 관통하면서 모든 것이 박살 나 버리는 것 같았다. 지금 날씨가견딜 수 없을 정도로 더운 것인지 아니면 얼어붙을 듯이 추운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돋보기를 다시 만지작거리며 그동안 보지못했던 것을 이제야 보게 되었다. 그가 지금까지 쭉 잘못 생각하고있던 것. 어떻게 이런 것을 깨닫지 못했을까? 223p

 하지만 고개를 약간 기울이고 보면 거의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게다가 모린이 렉스에게 말했듯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다. 235p

 ˝아저씨가 아주머니를두고 떠났다는 건 사실이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아주머니가 사기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프라이 부인, 우리 모두 실수를 해요.
하지만 저는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알아요.˝
(중간생략)
주유소 소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어서 버윅어폰트위드로 가세요.˝
3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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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완독한 박상영 작가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의 문장이 인상 깊어 공유합니다.
긴글 주의하시고, 제 취향 pick이니 읽고 싶은 부분만 각자 자유롭게, 패스도 각자 자유롭게요.
마지막 257p 문구가 제가 오랜시간 가지고있는 생각과 비슷했어요,
고군분투하는 당신에게 측은지심과 전우애를 느끼는 제마음이요.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출근보다 싫은 것은 세상에 없다 6p

5만 명쯤 앉았다 일어나것 같은 소파에 기대앉아 한숨을 내쉬며 홀짝이는 커피, 언제나 부족한 나의 수면을 대체해줄 생명의 포션. 11p

여차하면 회사를 때려치우겠다고 마음먹은 뒤로는 모든 게 편해졌다. 아무렇지도 않다.
거짓말이다.
정말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초연한 사람이 이렇게주절주절 많은 생각을 늘어놓을 리가 없지. 22p

아, 정말이지 사람이 싫다. 직장인들 중 타인을 진심으로 미워해보지않았던 사람이 존재할까? 24p

게다가 긁지 않은 복권이라니. 상대방은 누구보다도 절실히 자신의 현실을 살아가는 중인데 타인이 왜 함부로 그 사람을 무엇이 되지 못한 존재로 규정하는 것인가. 물론 나도 그가 별다른 악의 없이, 오히려 칭찬에 가까운 의미로 그런 말을 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39p

혼자 산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부모님과 함께살 때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간이 숨만 쉬어도 돈이 든다는 것. 75p

나는 의자를 접으며 이것을 다시 대회의실에 가져다 놓을까, 하다가 그만뒀다. 한순간이라도 사무실에서도망쳐 있고 싶은 누군가에게 이 의자가 유용하게 사용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쩌면 직장에 다니고 있는 모두에게 이렇게 의자가 놓인 작은 방 하나쯤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마지막으로 보일러실의 문을닫았다. 130p

나는 예전부터 한아와 같은 사람들을 애정해오고 동경해왔는데, 실은 내가 그런 삶의 철학이나 기준이 전혀 없고 설사 있다고 한들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79p

하루가 또 하루를 살게 한다. 246p

그러나 친구들이 원하는 대답(당장 때려치워)을 속 시원히 해주지는못한다. 나만 해도 회사를 다닐 때는 퇴사만 하면 행복의 비단길이 펼쳐질 것이라 믿었지만, 정작 회사를 뛰쳐나와서 더 나아진 것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받던 봉급에 준하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에 비견하는 노동량과 만만찮은 스트레스를 견뎌야 하며 돈은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을 비참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255p

아침 일찍 출근해서 싫은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억지로만들어지는 루틴이 때로는 인간을 구원하기도 한다. 싫은 사람일지언정 그가 주는 어떤 스트레스가 긍정적인자극이 되어주기도 하며, 한 줌의 월급은 지푸라기처럼 날아가버릴 수 있는 생의 감각을 현실에 묶어놓기도 한다. 밥벌이는 참 더럽고 치사하지만, 인간에게, 모든 생명에게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생이라는 명제 앞에서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바위를어진 시시포스일 수밖에 없다. 256p

다만 내게주어진 하루를 그저 하루만큼 온전히 살아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같이 하루를살아가고 있는 당신,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 이 순간을버티고 있는 당신은 누가 뭐라 해도 위대하며 박수받아 마땅한 존재이다. 비록 오늘 밤 굶고 자는 데 실패해도 말이다. 2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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