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진 제국과 로마 제국에 이르는 모든 협력망은 ‘상상 속의 질서‘였다. 이들을 지탱해주는 사회적 규범은 타고난 본능이나 개인적 친분이 아니라 공통의 신화에 대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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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수렵채집인들이 야생 밀 채취에서 집약적인 밀 경작으로 전환한 목적은정상적인 식량공급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원의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 P140

대부분의 야생 닭과 소는 그이전에 죽었지만, 상당히 오래 살 가능성도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가축화된 닭과 소는 몇 주 내지 몇 개월 만에 도살당한다. 그것이 경제적 관점에서 가장 적절한 도살 연령이기 때문이다(생후 3개월이면 몸무게가 최대가 되는 수탉을 3년씩 먹여 살릴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 P143

그럼에도 수렵채집인의 생업경제에서 장기 계획을 세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수렵채집인들은 그 덕분에 많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자기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일을 걱정해봐야 무의미했다.
- P151

근대 후기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90퍼센트는 아침마다 일어나 구슬 같은 땀을 흘리며 땅을 가는 농부였다. 그들의 잉여 생산이 소수의 엘리트를 먹여 살렸다. 왕, 정부 관료, 병사, 사제, 예술가, 사색가…… 역사책에기록된 것은 이들 엘리트의 이야기다. 역사란 다른 모든 사람이 땅을 갈고 물을 운반하는 동안 극소수의 사람이 해온 무엇이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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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학자들은 중동의 어느 특정 지점에서 농업이 시작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고 믿었다. 그러나 오늘날 학자들은 중동 농부들이자신들의 혁명을 수출한 게 아니라 농업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완전히 독자적으로 생겨났다는 생각에 합의하고 있다.  - P122

농업혁명 덕분에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식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분의 식량이 곧 더 나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시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구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낳았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 P124

범인은 한 줌의 식물 종, 밀과 쌀과 감자였다. 이들 식물이 호모 사피엔스를 길들였지, 호모 사피엔스가 이들을 길들인 게 아니었다.
잠시 농업혁명을 밀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1만 년 전 밀은 수많은 잡초 중 하나일 뿐으로서 중동의 일부 지역에만 살고 있었다. - P124

어느 종이 성공적으로 진화했느냐의 여부는 굶주림이나 고통의정도가 아니라 DNA 이중나선 복사본의 개수로 결정된다. 한 회사의 경제적 성공은 직원들의 행복이 아니라 오직 은행잔고의 액수로만 측정된다. 마찬가지로 한 종의 진화적 성공은 그 DNA의 복사본개수로 측정된다. 만일 더 이상의 DNA 복사본이 남아 있지 않다면그 종은 멸종한 것이다. 돈이 없는 회사가 파산한 것과 마찬가지다. - P129

농업혁명의 핵심이 이것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을 더욱 열악한환경에서 살아 있게 만드는 능력. 하지만 이런 진화적 계산법에 왜개인이 신경을 써야 하는가?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호모 사피엔스DNA 복사본의 개수를 늘리기 위해 삶의 질을 포기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런 거래에 동의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농업혁명은 덫이었다.
- P129

역설적이게도 일련의 ‘개선‘이 합쳐져서 농부들의어깨에 더 무거운 짐으로 얹혔다. 각각의 개선은 삶을 좀 더 나은것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 P133

그렇다면 왜 계획이 빗나갔을 때 농경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작
은 변화가 축적되어 사회를 바꾸는 데는 여러 세대가 걸리고 그때쯤이면 자신들이 과거에 다른 방식으로 살았다는 것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구 증가 때문에 돌아갈 다리가 불타버렸다는 것도 한 이유였다.  - P134

과거의 모든 수고와 시간을 절약했다. 하지만내가 좀 더 느긋한 삶을 살고 있는가?
- P135

우리는 시간을 절약한다.
고 생각했지만, 실은 인생이 돌아가는 속도를 과거보다 열 배 빠르게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에는 불안과 걱정이 넘쳐난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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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에 가까운 책은 아니다. 내용뿐 아니라, 심지어 책 자체에서도 몇건의 오타가 있었는데 인명과 지명이라 신경이쓰였다. 정확히는 작가님께 송구하게도, 성숙하거나 잘 구성된 에세이에서 멀고, 그렇다고 여행책이나 정보를 잘 주는 여행책도 아니었다. 실명일지 모르는 작가님의 지인들의 이름과 불편한 관계는 마지막까지 이래도?되나 싶었다.

그럼에도 그 우울함과 불안, 불편한 관계, 달라지고 싶은 도전은 꼭 20대의 것만은 아니기에 어느선은 그 마음이 혼자는 아니라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작가님 여행 시 나이 서른일곱. 서른일곱은 스물일곱과는 다른 환경, 사회요구, 어느정도의 기반을 갖는다. 그래도 스물일곱과 똑같이 아직도 성장해가는 한가운데에 있다. 마흔일곱이 넘고 그 이후가되어도 그렇겠지. 우리 아빠 나이도 관계에 상처받고 미래가 불안할다는 걸 알고있다. 그렇게 작가님께 조언이 아닌, 위로와 공감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에게, 그렇게 우리에게 해주고 싶단 생각이 들어 이 센티멘탈 여행기에 마음이 갔다.

여행을 여행지 순서가 아나, 여행가기전 지친 일상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혼자여행 부분, 혼자가 아닌부분, 스스로를 발견하는 부분으로 구성하여 여행지를 왔다갔다 하는 챕터나눔이 약간 진부하면서도 좋았다. 많은 기술적인 부분을 일부러 누락하고, 마음을 따라가는 부분만 서술하는것도 불친절하지만 좋았다. 작가님의 작은 성장이 좋았다. 또 성장아닌 머무름이어도 어쩌냐. 그냥 쉬어가는거지. 나도 작가님 같은 마음이어서 좋았던걸수도.

밑줄그은 부분 중 일부를 다시 옮겨본다.

방학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시험을 여러 개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6p

‘언령‘이라고 들어봤을까. 말에 깃들어 있다고 믿어지는 영적인 힘을 말한다. 말에는 힘이 있다. 내가 내뱉은 말이 언젠가 내 귀에 들어와 나를 일으킬 수도, 또는 넘어뜨릴 수도 있다. 37p

어느 누구도 나의 하루를 대신 살아 줄 수는 없지만, 함께 해줄 수는 있다. 41p

물이 흐르면 자연히 도랑이 생긴다‘라는 말이 있다. 어쩌다 흐른 물이 또흐르고 흐르다 보면 물길이 생긴다. 잊고 있었던 관심사가 우연히 런던의 한모습을 보고 툭 하고 튀어나왔다. 따르다 보니 런던에서의 여행이 어느새 과거의 간지러웠던 궁금증을 채워가고 있었다. 때가 이르고 조건이 갖추어져서 자연스럽게 마음의 빈방 한쪽을 채운 것처럼, 지금 갈급한 문제도 언젠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75p

서둘러 숙소에 들어가 비 맞은 흔적을 다 씻어 내고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편히 누워있었다. 아까의 쓸쓸함은 비와 함께 씻겨 내려갔는지, 컵라면 냄새로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100p

한 사람의 인생은 자기 자신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스쳐지나가는 한 사람까지 그 흔적이 남는다. 각자의 인생이라는 굴레가 서로의 굴레와 만나기도하고, 겹치기도 한다. 118p

 런던과 로즈힐은 과거, 현재, 미래, 어느 때에도 항상 같은 자리에 있지만, 내가 바라보는 시간에 도시를 감싸고 비추는 빛은 그때에만 보고 느낄 수 있는 장관을 만들었다. 그 시간에만 주어지는 유일무의한 특별한선물이었다. 125p

손글씨로 메뉴가 써있었다. 홈메이드 애플파이와 라떼를 시켰다. 이 카페라면 홈메이드는 무조건 맛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161p

오스트리아는 약간 차가우면서도 약간 따뜻하다. 차가운 도시남의 외모를지녔지만, 대가족 안에서 자라서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 165p

매일 걷는 길 위에서 어떤 감정이든 삶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그감정을 오롯이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 행복한 감정이든, 슬픈 감정이든, 그순간 자기 자신만이 느끼는 감정이고, 그 순간의 집합이 한 사람의 삶이다.
그 삶의 조각들이 나라는 사람을 이루어간다. 더는 강요받는 감정과 목표로 삶을 살지 않을 것이다. 193p

학교로 돌아가면 똑같은 문제가그 자리에 있겠지만 괜찮다. 그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여행의 어떤 한순간으로 갑자기 변한 것은 아니다. 2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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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기울어지고 있었지만, 시간이 멈춘 듯했다. 혼자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혼자가 아니었다. 시대의 흐름을 대변해 주는 건물과 함께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 P115

한 사람의 인생은 자기 자신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스쳐지나가는 한 사람까지 그 흔적이 남는다. 각자의 인생이라는 굴레가 서로의 굴레와 만나기도하고, 겹치기도 한다. 인생이라는 길을 가다가 사고를 만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남은 삶에 대한 위로일수도 있겠다. 아무렴 어떠리.  - P118

 정희를 만나기 전에 잊었던 삶의 한 부분이 드러났다. 그리워했다. 행복하게 해주었던 부분은 앞으로도 다시 꺼내고 싶었다. 남은 여행에서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기대가 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삶의 어떤 부분의포장이 벗겨져 민낯으로 자신을 깨우고 앞으로의 삶에 적용을 시킬지, 반면교사 삼을지 두고 볼 일이었다.
- P119

 여행의 묘미는 새로운 장소의 탐색과 경험도 있지만, 현지 사람들과의 만남, 여행길에서 만난 또 다른 여행자와의 만남도 있다. - P123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한쪽 하늘 귀퉁이는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로즈힐에서는 땅에서 솟은 듯 무릎 높이의 줄 지은 가로등이 하나 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저 멀리 런던의 건물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나 둘씩물들이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 P124

 런던과 로즈힐은 과거, 현재, 미래, 어느 때에도 항상 같은 자리에 있지만, 내가 바라보는 시간에 도시를 감싸고 비추는 빛은 그때에만 보고 느낄 수 있는 장관을 만들었다. 그 시간에만 주어지는 유일무의한 특별한선물이었다.
- P125

그동안 밤의 카페테라스에 여럿이서 앉아 있던 사람들처럼 앉아 있어보고싶었다. 하루 저녁 식사라고 할지라도 남은 여행에 다시 혼자 할 힘을 얻을것만 같았다. 꼭 키가 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여자여도 괜찮다. 누구든상관없었다. 암스테르담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수 있기만 하다면 만족했을것이다.
- P127

그가 자꾸 사진을 찍어준다고 했는데, 누군가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게 너무 오래간만이라 쑥스러워서 거절했다. 사진은사진 그대로의 의미도 있지만,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에 따라 표정도 달라진다. 그 순간의 감정이 고스란히 사진에 남겨진다. 시간이 지나서 사진을 볼 때,그 순간의 감정과 기억이 살아난다. 암스테르담의 추억이 될지, 악몽이 될지는 시간이 흘러봐야 알기에 화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혼자만의 표정을 지었다.  - P128

손글씨로 메뉴가 써있었다. 홈메이드 애플파이와 라떼를 시켰다. 이 카페라면 홈메이드는 무조건 맛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 P161

오스트리아는 약간 차가우면서도 약간 따뜻하다. 차가운 도시남의 외모를지녔지만, 대가족 안에서 자라서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 색으로 표현하면 연하디 연한 에메랄드 녹색에 비유하고 싶다.  - P165

 슈니첼 가게는 빨간 식탁보를 쓴 식탁이 있었다.  - P177

매일 걷는 길 위에서 어떤 감정이든 삶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그감정을 오롯이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 행복한 감정이든, 슬픈 감정이든, 그순간 자기 자신만이 느끼는 감정이고, 그 순간의 집합이 한 사람의 삶이다.
그 삶의 조각들이 나라는 사람을 이루어간다. 더는 강요받는 감정과 목표로삶을 살지 않을 것이다.
- P193

하고 싶은 것이 많았고, 가고 싶은 곳이 많았다. 여행길 위에서 만난 모든 것들이 감동이었고, 마음을 뜨겁게 했다. 감각이 없어진 발가락 따위 걱정하지않았다. 혼자서 못하겠다고 소리쳤지만, 또 여행을 가고 싶다.  - P198

학교로 돌아가면 똑같은 문제가그 자리에 있겠지만 괜찮다. 그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여행의 어떤 한순간으로 갑자기 변한 것은 아니다. 모든 여행의 시간동안 나도 모르게자신을 돌아보고, 때론 제삼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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