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개체의 자손은 하나의 계통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갈래로 갈라진다는 것도 기억하자. 당신의 8a번 염색체의 그 짧은일부분을 ‘창조한 것이 당신의 조상 중 누구든 간에, 그 사람에게는분명히 당신 외에도 다른 자손이 많이 있을 것이다. 당신의 유전 단위 중 하나는 당신의 6촌 형제에게도 있을 수 있다. - P93
시스트론이 한 몸을 이탈하여 다른 몸으로 들어갈 때, 즉 다음 세대로 여행하기 위해 정자나 난자에 실릴 때, 이전의 항해에서 같이했던 이웃, 즉 먼 조상의 몸에서부터 긴 방랑의여정을 같이해 온 옛 길동무와 한 조각배에 같이 실리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같은 염색체상에서 서로 이웃한 시스트론은 단단히뭉쳐 길동무를 이루고, 이들은 감수 분열 시기가 되더라도 반드시같은 배에 탑승한다. 엄밀히 말해서 이 책의 제목은 『이기적 시스트론도 『이기적염색체도 아닌, 「약간 이기적인 염색체의 큰 토막과 더 이기적인 염색체의 작은 토막』이라고 붙여야 마땅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생각해도 이것은 매력적인 제목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유전자를 여러 세대에 걸쳐 존속할 가능성이 있는 염색체의 작은 토막이라 정의하고, 이 책의 제목을 『이기적 유전자』라고 한 것이다. - P97
아기를 만드는 것이 이 정도로 복잡한 협력 사업이라면, 그리고 모든 유전자가 그 일을 달성하기 위해 수천 개의 동료 유전자를 필요로 한다면, 개별 유전자는 불가분의 존재라는 내 정의와 이 사실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을까? 각각의 유전자는 마치 불사의 영양처럼 세대를 거쳐 몸에서몸으로 뛰어다니는, 자유롭고 구속받지 않는 이기적인 생명체라고하지 않았던가? - P104
훌륭한 조정 선수의 자질 중 하나는 팀워크, 즉 팀 내 다른 선수들과 협조하는 능력이다. 이것은 강한 근육만큼이나 중요하다. 나비의 예에서 말한 것처럼, 자연선택은 역위에서와 같이 염색체 일부가 대규모로 이동하는 것을 이용하여 무의식적으로 하나의 유전자복합체를 ‘편집‘ 하고, 이를 통해 잘 협조하는 유전자를 모아서 가까이 연관된 집단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이 말은 물리적으로는 전혀 연결되어 있지 않은 유전자들이 상호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선택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다음 세대의 몸속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는 대부분의 유전자, 즉 유전자풀 내 다른 유전자 모두와 잘 협조하는 유전자는 유리한 셈이다. - P106
이 논의의 기초가되는 것은 유전자가 불멸인 데 비하여 몸 이상의 큰 단위는 일시적이라는 가정이었다. 이 가정은 두 가지 사실, 즉 유성생식과 교차가 있다는 사실과, 개체는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에 근거를 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명백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이 왜 사실일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왜 우리와 대부분의 다른 생존 기계는 유성생식을 하는 것일까? 우리의 염색체는 왜 교차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우리는 영원히 살지 못하는가?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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