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한 고양이
최은영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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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냥이 책인데 결국 인간에 대한 책이다. 냥냥이들과의 시간속에 슬픔 비참 판타지 코믹 심리 기쁨 헌신 모든게 다있다냥. 첫판부터 쇼코의 미소의 최은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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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존재의 이유리는 게 번식이 다가 아니잖아. 기왕 태어났으면 좀 사는것처럼 살아야지. 그래서 꼭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중성화를 시키는 거야. - P64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이런 얘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그림자가 동네 고양이들을 나한테로 인도하는 것 같아."
이런 얘기도,
"애당초 자기들 밥 챙겨줄 사람으로 나를 골랐던 게 아닐까?"
- P66

다들 범인이 고양이로는 만족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어. 자고로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는 법이거든. 그럼 고양이 다음은 뭘까? 모르긴 몰라도 그 끝은 인간이겠지.
- P68

고양이는 덤덤해야 오래 살 수 있다. 쏘나타 주인의 고함에도, 경비원의 빗자루에도, 죽은 엄마의 부윰한 눈동자에도 놀라선 안 되었다. 하지만 나는 덤덤하지 못했다.
매번 겁에 질려 털을 세우고 호령하듯 울었다. 그때마다너는 그릉거리며 나를 핥았다.
- P81

자기에게만 차갑게 군다고 고양이 네로를 걷어차 죽게 한 남자. 네로를잃고 꼼짝없이 누워 우는 내게, 돌아가신 장인이 살아오신다 해도 그 정도는 아닐 거라며 비아냥거리던 남자. 그경황 중에도 친정아버지 장례 때 울지 않는 나를 비꼬던남자. 침대에서 일어나 산발한 채로 달려들어 남편의 뒷덜미를 후려쳤을 때, 뒷덜미를 만지며 미쳤냐고 소리치던남자. 아프냐고, 너도 그게 아프더냐고 미친년처럼 소리치던 밤, 살인 충동이 어떤 건지 알게 된 날이기도 했다.
- P126

새로운 길을 보면 끊임없이 유혹당하는 버릇은 여전했다. 로마의골목길을 걷다가, 피렌체의 밤길을 걷다가 길을 잃고 헤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 P128

"곱네요. 먹기가 미안할 정도로."
되도록 음식을 따듯하게 드셔야 해요."
나는 화전을 뒤집다가 멈칫한다. 뒤이어 하선 씨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몸이 찬 편이라 찬 음식을 먹으면 금방 탈 나세요."
목구멍으로 뜨거운 것이 올라와 목이 멘다.  - P130

"식초요, 저도 한 병 얻을 수 있을까요?"
나는 얌이를 보며 하선 씨에게 묻는다.
"그럼요, 얼마든지요."
하선 씨의 대답이 봄날 노랑나비처럼 사뿐하다. 얼마든지, 얼마든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삶은 그다지 무겁지도 슬프지도불행하지도 않을지도 모른다. 얼마든지, 얼마든지.
- P131

미애는 내 마음을 하나도 몰랐다. 나는 새끼 시절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겐 한 번도 엄마가 없었고 나는 친구를사귀어본 적도 없었다. 내겐 오직 미애가 있을 뿐이었다.
"아니… 엄만 널 버리지 않았을 거야. 내 생각엔 네가다쳤을 때 아마 엄마도 다치신 것 같아. 그래서 널 돌보지 못하셨겠지."
나는 또 미애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아야! 왜 또 무는 거야!"
"그럼, 우리 엄마가 죽었단 말이야?"
나는 미애가 미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조셉 때문에 날키우겠다고 했다니. 나 같은 검정고양이는 안 좋아했다고?
- P148

"동물은 사람이랑 달라서 죽을 때가 되면 미련이 그리크지 않아요. 영혼 회수는 어렵지 않지만, 그렇다고 골칫거리가 아주 없지는 않지. 하지만 동물은 또 사람이랑 달라서 사람에게는 모질게 대하는 차사도 이놈들에게는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많소. 그게 이 부서가 늘 인력이 모자라는 이유입니다."
- P157

흔하디흔한 일이다. 열린 문을통해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해 객사한 녀석들, 단독으로 둬야 하는 녀석들을 대량으로 합사해 키우다가 제부모에게 잡아먹혀 죽은 놈들, 이유는 가지각색이어도인간의 과오가 아닌 경우가 드물다.
- P163

하룻밤을 꼬박 새워 겨우 회수한 영혼을 저승으로 보낸다. 동물들은 재판이 따로 필요 없다. 인간처럼 복잡하지않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이 좀 다른 점은, 생전 사랑받은녀석들은 제 주인이 죽을 때 마중 나갈 자격을 얻는다는것이다. 주인이 재판을 받을 때 선행의 증인이 되고, 종국에는 주인의 길을 따라간다. 그렇지 않은 녀석들은 더 좋은 삶을 살도록 윤회의 굴레 속으로 보내진다.
- P164

대체 고양이가 무엇이기에. - P170

 ‘우주의 모든 고양이들을 위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 P178

파란 모자와 재킷을걸친 고양이는 체다였다. 체다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눈이 팅팅 부어서 못생겨졌어, 은하."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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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팥빵이의 물건들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건 윤주만의 비밀이었다. 밥그릇은 그렇다쳐도, 죽은 고양이의 플라스틱 화장실까지 버리지 못하는 걸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실 윤주 자신도그런 자신을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플라스틱 화장실에도 팥빵이의 존재가 여전히 붙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윤주는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다.
- P11

인간은 그런 동물이다. 아니,
그럴 수 있는 동물이다. 배신할 수 있는 동물, 자신의 배신이 온전히 약한 생명에게 죽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알면서도 그럴 수 있는 동물.
- P13

팥빵이를 키울 때, 윤주가 가장 두려워했던 건 팥빵이를 잃어버리는 일이었다. 죽음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실종은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키우던 동물을 잠깐의실수로 잃어버린 사람들의 사연을 읽으며 윤주의 가슴이두근거렸다. 이미 팥빵이는 세상에 없는데도, 마치 여전히, 자신이 팥빵이를 잃어버릴 수 있는 사람인 것처럼.
한 달이 지났지만 고양이를 찾는다는 연락은 오지 않았다.
- P14

 그녀가 올린 글을 모두 읽고 나서, 윤주는 얼굴에 흐른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이 끝이 어떨 것일지를 다 알면서도, 다시 시작하려 하는 사람이었다.
- P21

밤을꼬박 새웠지만 고양이는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둘째 날,
주차장이 차들로 꽉 찬 늦은 밤에야 몸통과 꼬리를 잔뜩낮춘 쿠키가 슬금슬금 나타났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흰 고무줄을 두른 것처럼 목둘레에서 잠깐 끊어지는무늬, 네발 끝에 살짝 걸쳐 신은 듯한 흰 양말, 왼쪽 콧구멍 바로 아래에 있는 코딱지처럼 작고 까만 점, 세상에서지나는 조심스럽게 쿠키를 안아 이동장에 넣었다. 그렇가장 맑은 사파이어 색 눈동자. 그 눈동자가 지나를 보더니 까맣게 열렸다. 지나는 고함을 지를 뻔했지만 입을 틀어막으며 참았다.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쿠키야."
목이 메어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겨우 불렀다. 쿠키가 작게 아앙, 하더니 다가와 지나의 다리에 몸을 비볐다.
게 거짓말처럼 쿠키가 돌아왔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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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 감히 이것은 좋고저건 나쁘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운명이란 나날이 바뀌는 것이어서행복한 인간이 불행에 빠지기도 하고,
불행한 인간이 행복하게 되기도 하죠.
그 어느 누구도 인간의 운명을 알 수 없죠.
- P113

시체에 시체를 쌓아 마침내 결혼을 했고망자의 세계에서 두 분은 한 몸이 된 겁니다.
왕자님의 죽음과 안티고네의 죽음은현명한 충고를 거부한오만한 인간의 죄가 얼마나 큰가를온 세상에 밝혀 드러낸 것입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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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자신만이 유창하게 말할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자신만이 올바로 판단할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
그런 사람은 사실 알고 보면생각과 마음이 텅 비어 있는 경우가 많지요.
- P71

제 행동이 신께서 보시기에도 죄가 된다면고통 속에 죽어 가면서 신의 뜻을 깨닫겠죠.
하지만 그 죄가 나를 심판한 당신 크테은 왕에게 있다면당신 역시 나에게 주어진 형벌을 받게 될 겁니다.

- P89

우리 인간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죠.
그러나 죄를 지었다고모두 다 불운에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을 때,
그 잘못을 인정하고 고집을 꺾는 사람은결코 불운에 빠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자는 고집을 부리고오만한 마음은 불운한 운명으로 이끕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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