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배운 생명과 사랑에 관한 가치관은 나의 종교가 상당부분 기여했다고 믿어왔는데, 이곳으로 고양이 포획을 하러 오다니…. 특히나 고양이를 없애려는 분들이 성직자분들이라니…. 나는 이해하고 싶었다. 왜 그런지 궁금했다. 그래서 무던히 새각해 보았다. 고양이를 없애려고 마음먹는 데에도 그만한 사정은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위생을 주장하고 어떤 사람은 혐오감을 주장하기도 한다. 나아가 어떤 사람은 대자연의 조화를 위해서는 지금 고양이들을 없애는 것이 더 나은 일이라는 조금 아리송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내게 그 주장들이 옳은지 그른지 하나하나 따질 지식은 없다. 허나 그런 주장을 하시는 분들은 세상의 중심이 자신인 경우가 많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 P142
이별은 언제나처럼 힘들다. 생각지도 않은 빠른 이별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어린 나이에 뭐가 급하다고 그렇게 빨리 무지개다리를 건넜는지 누군가에게 향하는지도 모를 원망도 있었다. 그러나 하니엘이 떠난 날을 기억하기보다 살아서 같이 행복했던 나날을 더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 P169
도움이 필요한 고양이는 항상 넘쳐났고, 그들에게 임시보호처는 항상 부족하기 마련이다. 몸과 마음에 장애가 있는 고양이라면 더욱 그렇다. - P235
자칫 조금만 인연이 달랐어도 달래는 아마도 철거된 건물과 같은 운명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아주 작은 사람의 관심과노력이 수많은 고양이들에게 열 번째 목숨을 준다. - P262
나는 고양이들에게 물어본 적이 없다. 물어볼 수도 없다. 단지추측하고 선택할 뿐이다. 하지만 선택에 따르는 무게만큼은 잘알고 있다. 생명의 무게를 알고 있다. 고양이들이 밖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를 앗아갈지라도 그들에게 안전한 삶을 주려한다. 고양이들이 새끼를 낳아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주지는 못하지만, 불행한 삶 속에 있는 다른 고양이들을 구조해 피가 아닌마음으로 이어진 가족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해 왔다. 이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나와 우리 가족이 선택하고 그 무게를 감당하려 노력해 온 우리의 답이다. - P304
우리는 사실 모두 알고 있다. 고통의 시간은 짧고, 고양이들과행복했던 시간들이 훨씬 길다는 것을.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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