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 그럼 우리도 끝이군요.
묵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새로운 슬픔이 밀려와 겹치다니.

서막
- P11

이방인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잘 처신해야 할 필요가 있답니다.
하지만 원래 거기 사는 사람도 잘해야 해요.
같은 시민이 된 이방인들에게거만하게 행동하는 건 옳지 않아요.
무지하고 이기적인 마음 탓이지요.


1삽화, 메데이아 대사 - P25

하지만 우리 여자들은 모두별수 없는 아낙일 뿐이랍니다.
여자들 험담을 하진 않겠어요.
하지만 당신은 남자이시니여자처럼 어리석게 행동하진 마세요.
어리석음을 어리석음으로 갚지 마세요.
제가 포기하고 인정할게요.
그땐 정말 제가 어리석었어요..

제4삽화, 메데이아 대사
속내를 숨기고 정말 상대를 잘 알고 설득해서 소름 - P82

틀림없어. 하지만 지금부터내 갈 길은 험하고 비참하고자식들이 갈 길은 더욱 험난한 길이야.

제5삽화, 메데이아 대사
어, 아니야. - P97

이아손: 당신도 고통의 상처를 받긴 마찬가지,
이 불행이 어찌 나만의 것이겠는가?

종막 - P121

우리가 기대하는 일, 이루어지지 않고,
우리 인간이 생각지도 못한 일,
신의 뜻으로 이루어지는구나!
이 일 또한 이렇게 끝나는구나!
- P126

에우리피데스가 이 작품에 재현한 신은 자비로운 신이아니라 "예상치 못한 많은 일들로 우리 인간들을 놀라게 하는 신이다. 인간들은 신에게 간구하지만 "인간이 기대하는일, 이루어지지 않고, 인간이 생각지도 못한 일"을 이루게 하는 신이다. 작품은 우주의 질서가 깨어지고 인간의 불화가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막을 내리고 있다. 즉 "우주를 지배하는 힘과 인간 도덕의 근본적인 법칙 사이에 아무런 관계도 없는 세계"를 제시한다. 

해설 - P13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공공연한 고양이
최은영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냥냥이 책인데 결국 인간에 대한 책이다. 냥냥이들과의 시간속에 슬픔 비참 판타지 코믹 심리 기쁨 헌신 모든게 다있다냥. 첫판부터 쇼코의 미소의 최은영이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그런데 존재의 이유리는 게 번식이 다가 아니잖아. 기왕 태어났으면 좀 사는것처럼 살아야지. 그래서 꼭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중성화를 시키는 거야. - P64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이런 얘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그림자가 동네 고양이들을 나한테로 인도하는 것 같아."
이런 얘기도,
"애당초 자기들 밥 챙겨줄 사람으로 나를 골랐던 게 아닐까?"
- P66

다들 범인이 고양이로는 만족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어. 자고로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는 법이거든. 그럼 고양이 다음은 뭘까? 모르긴 몰라도 그 끝은 인간이겠지.
- P68

고양이는 덤덤해야 오래 살 수 있다. 쏘나타 주인의 고함에도, 경비원의 빗자루에도, 죽은 엄마의 부윰한 눈동자에도 놀라선 안 되었다. 하지만 나는 덤덤하지 못했다.
매번 겁에 질려 털을 세우고 호령하듯 울었다. 그때마다너는 그릉거리며 나를 핥았다.
- P81

자기에게만 차갑게 군다고 고양이 네로를 걷어차 죽게 한 남자. 네로를잃고 꼼짝없이 누워 우는 내게, 돌아가신 장인이 살아오신다 해도 그 정도는 아닐 거라며 비아냥거리던 남자. 그경황 중에도 친정아버지 장례 때 울지 않는 나를 비꼬던남자. 침대에서 일어나 산발한 채로 달려들어 남편의 뒷덜미를 후려쳤을 때, 뒷덜미를 만지며 미쳤냐고 소리치던남자. 아프냐고, 너도 그게 아프더냐고 미친년처럼 소리치던 밤, 살인 충동이 어떤 건지 알게 된 날이기도 했다.
- P126

새로운 길을 보면 끊임없이 유혹당하는 버릇은 여전했다. 로마의골목길을 걷다가, 피렌체의 밤길을 걷다가 길을 잃고 헤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 P128

"곱네요. 먹기가 미안할 정도로."
되도록 음식을 따듯하게 드셔야 해요."
나는 화전을 뒤집다가 멈칫한다. 뒤이어 하선 씨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몸이 찬 편이라 찬 음식을 먹으면 금방 탈 나세요."
목구멍으로 뜨거운 것이 올라와 목이 멘다.  - P130

"식초요, 저도 한 병 얻을 수 있을까요?"
나는 얌이를 보며 하선 씨에게 묻는다.
"그럼요, 얼마든지요."
하선 씨의 대답이 봄날 노랑나비처럼 사뿐하다. 얼마든지, 얼마든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삶은 그다지 무겁지도 슬프지도불행하지도 않을지도 모른다. 얼마든지, 얼마든지.
- P131

미애는 내 마음을 하나도 몰랐다. 나는 새끼 시절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겐 한 번도 엄마가 없었고 나는 친구를사귀어본 적도 없었다. 내겐 오직 미애가 있을 뿐이었다.
"아니… 엄만 널 버리지 않았을 거야. 내 생각엔 네가다쳤을 때 아마 엄마도 다치신 것 같아. 그래서 널 돌보지 못하셨겠지."
나는 또 미애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아야! 왜 또 무는 거야!"
"그럼, 우리 엄마가 죽었단 말이야?"
나는 미애가 미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조셉 때문에 날키우겠다고 했다니. 나 같은 검정고양이는 안 좋아했다고?
- P148

"동물은 사람이랑 달라서 죽을 때가 되면 미련이 그리크지 않아요. 영혼 회수는 어렵지 않지만, 그렇다고 골칫거리가 아주 없지는 않지. 하지만 동물은 또 사람이랑 달라서 사람에게는 모질게 대하는 차사도 이놈들에게는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많소. 그게 이 부서가 늘 인력이 모자라는 이유입니다."
- P157

흔하디흔한 일이다. 열린 문을통해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해 객사한 녀석들, 단독으로 둬야 하는 녀석들을 대량으로 합사해 키우다가 제부모에게 잡아먹혀 죽은 놈들, 이유는 가지각색이어도인간의 과오가 아닌 경우가 드물다.
- P163

하룻밤을 꼬박 새워 겨우 회수한 영혼을 저승으로 보낸다. 동물들은 재판이 따로 필요 없다. 인간처럼 복잡하지않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이 좀 다른 점은, 생전 사랑받은녀석들은 제 주인이 죽을 때 마중 나갈 자격을 얻는다는것이다. 주인이 재판을 받을 때 선행의 증인이 되고, 종국에는 주인의 길을 따라간다. 그렇지 않은 녀석들은 더 좋은 삶을 살도록 윤회의 굴레 속으로 보내진다.
- P164

대체 고양이가 무엇이기에. - P170

 ‘우주의 모든 고양이들을 위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 P178

파란 모자와 재킷을걸친 고양이는 체다였다. 체다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눈이 팅팅 부어서 못생겨졌어, 은하."
- P1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죽은 팥빵이의 물건들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건 윤주만의 비밀이었다. 밥그릇은 그렇다쳐도, 죽은 고양이의 플라스틱 화장실까지 버리지 못하는 걸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실 윤주 자신도그런 자신을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플라스틱 화장실에도 팥빵이의 존재가 여전히 붙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윤주는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다.
- P11

인간은 그런 동물이다. 아니,
그럴 수 있는 동물이다. 배신할 수 있는 동물, 자신의 배신이 온전히 약한 생명에게 죽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알면서도 그럴 수 있는 동물.
- P13

팥빵이를 키울 때, 윤주가 가장 두려워했던 건 팥빵이를 잃어버리는 일이었다. 죽음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실종은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키우던 동물을 잠깐의실수로 잃어버린 사람들의 사연을 읽으며 윤주의 가슴이두근거렸다. 이미 팥빵이는 세상에 없는데도, 마치 여전히, 자신이 팥빵이를 잃어버릴 수 있는 사람인 것처럼.
한 달이 지났지만 고양이를 찾는다는 연락은 오지 않았다.
- P14

 그녀가 올린 글을 모두 읽고 나서, 윤주는 얼굴에 흐른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이 끝이 어떨 것일지를 다 알면서도, 다시 시작하려 하는 사람이었다.
- P21

밤을꼬박 새웠지만 고양이는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둘째 날,
주차장이 차들로 꽉 찬 늦은 밤에야 몸통과 꼬리를 잔뜩낮춘 쿠키가 슬금슬금 나타났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흰 고무줄을 두른 것처럼 목둘레에서 잠깐 끊어지는무늬, 네발 끝에 살짝 걸쳐 신은 듯한 흰 양말, 왼쪽 콧구멍 바로 아래에 있는 코딱지처럼 작고 까만 점, 세상에서지나는 조심스럽게 쿠키를 안아 이동장에 넣었다. 그렇가장 맑은 사파이어 색 눈동자. 그 눈동자가 지나를 보더니 까맣게 열렸다. 지나는 고함을 지를 뻔했지만 입을 틀어막으며 참았다.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쿠키야."
목이 메어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겨우 불렀다. 쿠키가 작게 아앙, 하더니 다가와 지나의 다리에 몸을 비볐다.
게 거짓말처럼 쿠키가 돌아왔다.
- P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제가 지금 감히 이것은 좋고저건 나쁘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운명이란 나날이 바뀌는 것이어서행복한 인간이 불행에 빠지기도 하고,
불행한 인간이 행복하게 되기도 하죠.
그 어느 누구도 인간의 운명을 알 수 없죠.
- P113

시체에 시체를 쌓아 마침내 결혼을 했고망자의 세계에서 두 분은 한 몸이 된 겁니다.
왕자님의 죽음과 안티고네의 죽음은현명한 충고를 거부한오만한 인간의 죄가 얼마나 큰가를온 세상에 밝혀 드러낸 것입니다.
- P1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