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사회는 중세 천 년 동안 기독교의 품에서 하나의 세계였다. 그러나 1517년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으로 시작된 종교개혁은 기독교를분열시켰다. 신이 하나면 모든 것이 하나여야 한다는 중세적 사고는치명상을 입었다. 같은 신을 믿는 다른 방식이 등장한 것은 세계의 자명성을 깨뜨렸다. 신교도가 될 것인가? 구교도가 될 것인가? 개종은인간이 신을 믿는 방식을 고르는 무거운 선택 행위였다.
- P124

누가 누구에게 감히 죄를 물을 것인가? 이제 이 복잡한 세상에서는 단선적인 흑백논리로 잘잘못을 따질 수가 없다.
- P143

죽음을 암시하는 사물들과 함께 그린 여러 점의 자화상들은 그가 덤덤하게 숙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음을 보여 준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죽음과 화해하기, 아무런 환상 없이 지옥을 지옥으로 체험하기 죽을과 상실조가 삶으로 끌어안고 항해하기, 이것이 뭉크가 삶을 사랑하는 방식이었고, 예술을 하는 방법이었다.
- P160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의 가장 큰 비극은 행복해지는 법을 아예잊어버린다는 것이다. "나는 행복해지는 재주가 없다."라는 사뮈엘 베케트의 자조적인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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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주인공들은 상황에 굴복하는 인물들도, 자신비극은 단순한 비참함이 아니다. 한때 행복했던 자가 몰락할때, 진실에 대한 갈망이 오히려 현실의 위선을 드러낼 때, 신념을 지키는 행동이 현실과 충돌해 파산할 때 대비적 효과에 의해 비극성은 더욱 강렬해진다. - P106

된제도와 관습은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것인데, 어느 순간부터 불완전한 제도와 관습들이 인간 위에 군림하면서 개인의 삶을 비극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 P110

그런데 로스코의 마지막 빨강은 보는 순간 가슴을 저미게 하는빨강이다. 노랑부터 검정에 가까운 갈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들과의 결합 속에서 자신의 생명력을 과시해 왔던 빨강은 마지막 작품에서는 홀로 남았다. 힘이 다 빠진 빨강. 그것은 삶에 대한 갈망과 그 갈망을 허용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깊은 절망의 투쟁 속에서 태어난 빨강, 패배하지는 않았으나 자랑스런 승리를 하지는 못한 빨강, 겨우 버티고는 있으나 여력을 모두 소진한 빨강, 더 이상 어떤 존재의 이유도,
전투의 명분도 찾지 못한 슬픈 빨강이었다. 마크 로스코의 투명한 빨강은 가장 비극적인 색이 되었다.
- P116

그 유명한 햄릿의 대사 "To be, or Not to be?"는 완결된 것이 아니라 열린 문장이다. Be 동사 다음에 존재하는 어떤 형용사도 올 수 있으며, 구문 자체는 여러 동사로 대체 가능하다. "To do, or Not to do?" "To have, orNot to have?".....…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단어들이 이 문장 안에 들어가 짝을 이루는 순간 모든 것은 불분명하고 모호해지고, 고뇌는 폭발적으로 증폭된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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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설의 주인공들은 파멸을 통해서 우리에게 구원의 방식을 제시한다. 험버트 험버트나 롤리타도 그런 경우다. 롤리타는 없었다. 다만 용서하기 힘든 욕망을 가진 한 남자가 있었다. 나이, 지식, 사회적인 힘 모든 것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었던 험버트 험버트는 롤리타의 모든 것을 빼앗고 오갈 데 없는 고아 소녀를 유린했다. 자기의욕망 속에 한 소녀를 희생시켰을 뿐이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롤리타는 어디에도 없다. 서글프고 아련한 돌로레스 헤이즈(Dolores Haze)가 있을 뿐이다.
- P100

오이디푸스는 왕다운 결단을 내렸고, 이로써비극은 역설적으로 가장 위대한 인간의 드라마가 되었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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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지배하는 것은 아가씨의 분홍 드레스, 분홍은 감미로움과 간지러운 유희의 색이며, 연약하고 변하기 쉬운 사랑의 색이다. 순수의 하양과 열정의 빨강 사이에서 태어난 분홍은 그 뉘앙스에 따라고상함, 연약함, 부드러움에서 천박함, 강렬한 매혹에 이르기까지 상반되는 감정 사이를 오가며 그네 타기를 하는 색이다. 젊은 남자의 기대와 달리 그네는 관성에 의해 제자리로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갈 수도 있다. 누가 이 사랑이라는 게임의 승자가 될 것인가?
- P29

사랑은 욕망을 포함하지만 결코 욕망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사랑에는 욕망 이상의 것이 포함되어 있다. 사랑은 어떤 사람 혹은 어떤대상에 대한 헌신적인 자기 낮춤이다. 나와 다른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여 좀 더 큰 자아에 도달하는 내적인 성숙의 계기이다. 상대방과나의 보다 좋은 삶을 도모하는 길이라면 안타까운 이별도 감내하는것이 사랑이다.
- P30

시골에서의 순박한 생활을 할 때는 발휘되지 않던 기질들이 욕망의도시, 파리의 뒷골목에서 끔찍한 화학작용을 발생시켰다. 둘의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거친 욕망이 그들을 몰아쳤다. 사랑이 격해질수록남편인 카미유는 방해물로 여겨질 수밖에. 더 많이 사랑하고 싶어서결국 그들은 살인을 했다.
- P45

19세기 말, 프리돌린의 시대는 "거리에는 창녀들이 그득했지만,
내 집안의 여자들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던 시대였다. 열일곱 살에 순결한 몸으로 자신과 약혼을 했던 아내에게 그런 환상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용서가 되지 않았다. 자신은 그런 "숨겨진 욕망의 시간을 주저 없이 탐닉하면서 말이다.
- P49

에곤 실레는 차라리 쇠퇴의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것은 그가 심사가 뒤틀린 인간이어서도 아니고, 애써 스스로를 위안하기 때문도 아니다. 그의 말대로 다만 인간이란 슬픈 존재이며, 이에대한 말할 수 없는 연민이 그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에곤 실레의 뒤틀린 그림이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삐뚤어진 영혼을 그려서가 아니라 그렇게 삐쩍 마를 수밖에 없었던 슬픈 시대의 슬픈 존재를 그렸기 때문이다.
- P54

21세기 초, 우리의 시대는 개츠비의 시대보다 나을 것이 없다.
사람에 대한 사랑과 물질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혼돈을 일으킨다. 돈,
물질과 결부되면 될수록 사랑은 초라해진다. 나를 행복하게 해 줄 물질적인 조건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나를 행복하게 해 줄 다양한 방법을 가진 사람이 나의 사랑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마찬가지로 사랑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첫 번째 미덕도 돈이나 외모가 아니라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다양한 기술이어야 하지 않을까?
- P72

그러나 세례요한에 대한 살로메의 사랑은 달랐다. 살로메의 사랑은 보는 것이고 소유하는 것이었다. 보는 것은 무한하지만 소유는유한할 수밖에 없다. 보는 것은 마음대로이지만 갖는 것은 마음대로가 아니라는 말이다. 가질 수 없을수록 욕망은 폭력적으로 작동한다.
살로메는 살아서 가질 수 없는 사랑을 죽여서라도 갖고 싶었다. 세례요한이 그 눈으로 다른 여자를 보는 것을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의붓딸에 대해 흑심을 품고 있었던 헤롯 왕은 세례요한의 목을 들고 기뻐하는 살로메를 보면서 두려움을 느끼고 죽음을 명한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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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파급 속도는 진실보다 훨씬 빨랐다. 한 문장의 무분별한 선동을 주워 담는 데는 수백 개의정리된 문장이 필요했다. - P10

우리나라의 여성들에게는 한 번쯤 내 친구였을 흔한 이름이 있습니다. 지은이라는 이름입니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를 호소했다는 이로 2차 가해에 시탈리는 한 사람의 김지은이 있습니다. 수많은 지은이들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한 사람의 김지은만의 일일까?"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일하고 살아간다는 것은수많은 순간에 내가 김지은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P202

직장 동료가 나더러 불쌍하다고, 김지은한테 이용당하는 거라고 떠들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내 스스로 결정해서 한 것이다. 누굴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하고 있는 것이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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