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지배하는 것은 아가씨의 분홍 드레스, 분홍은 감미로움과 간지러운 유희의 색이며, 연약하고 변하기 쉬운 사랑의 색이다. 순수의 하양과 열정의 빨강 사이에서 태어난 분홍은 그 뉘앙스에 따라고상함, 연약함, 부드러움에서 천박함, 강렬한 매혹에 이르기까지 상반되는 감정 사이를 오가며 그네 타기를 하는 색이다. 젊은 남자의 기대와 달리 그네는 관성에 의해 제자리로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갈 수도 있다. 누가 이 사랑이라는 게임의 승자가 될 것인가? - P29
사랑은 욕망을 포함하지만 결코 욕망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사랑에는 욕망 이상의 것이 포함되어 있다. 사랑은 어떤 사람 혹은 어떤대상에 대한 헌신적인 자기 낮춤이다. 나와 다른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여 좀 더 큰 자아에 도달하는 내적인 성숙의 계기이다. 상대방과나의 보다 좋은 삶을 도모하는 길이라면 안타까운 이별도 감내하는것이 사랑이다. - P30
시골에서의 순박한 생활을 할 때는 발휘되지 않던 기질들이 욕망의도시, 파리의 뒷골목에서 끔찍한 화학작용을 발생시켰다. 둘의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거친 욕망이 그들을 몰아쳤다. 사랑이 격해질수록남편인 카미유는 방해물로 여겨질 수밖에. 더 많이 사랑하고 싶어서결국 그들은 살인을 했다. - P45
19세기 말, 프리돌린의 시대는 "거리에는 창녀들이 그득했지만, 내 집안의 여자들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던 시대였다. 열일곱 살에 순결한 몸으로 자신과 약혼을 했던 아내에게 그런 환상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용서가 되지 않았다. 자신은 그런 "숨겨진 욕망의 시간을 주저 없이 탐닉하면서 말이다. - P49
에곤 실레는 차라리 쇠퇴의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것은 그가 심사가 뒤틀린 인간이어서도 아니고, 애써 스스로를 위안하기 때문도 아니다. 그의 말대로 다만 인간이란 슬픈 존재이며, 이에대한 말할 수 없는 연민이 그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에곤 실레의 뒤틀린 그림이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삐뚤어진 영혼을 그려서가 아니라 그렇게 삐쩍 마를 수밖에 없었던 슬픈 시대의 슬픈 존재를 그렸기 때문이다. - P54
21세기 초, 우리의 시대는 개츠비의 시대보다 나을 것이 없다. 사람에 대한 사랑과 물질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혼돈을 일으킨다. 돈, 물질과 결부되면 될수록 사랑은 초라해진다. 나를 행복하게 해 줄 물질적인 조건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나를 행복하게 해 줄 다양한 방법을 가진 사람이 나의 사랑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마찬가지로 사랑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첫 번째 미덕도 돈이나 외모가 아니라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다양한 기술이어야 하지 않을까? - P72
그러나 세례요한에 대한 살로메의 사랑은 달랐다. 살로메의 사랑은 보는 것이고 소유하는 것이었다. 보는 것은 무한하지만 소유는유한할 수밖에 없다. 보는 것은 마음대로이지만 갖는 것은 마음대로가 아니라는 말이다. 가질 수 없을수록 욕망은 폭력적으로 작동한다. 살로메는 살아서 가질 수 없는 사랑을 죽여서라도 갖고 싶었다. 세례요한이 그 눈으로 다른 여자를 보는 것을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의붓딸에 대해 흑심을 품고 있었던 헤롯 왕은 세례요한의 목을 들고 기뻐하는 살로메를 보면서 두려움을 느끼고 죽음을 명한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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