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소월은 단조로우면서도 명료한 운율로 꽃이 피고 지는것을 반복해서 노래한다. 꽃이 피고 지는 단조롭고도 명료한 반복 과정에서 그는 우주의 시간을 보았다. 피고 지는 꽃의 시간, 자연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소박한 어구의 반복으로 무한한 우주의 섭리를 노래한 짧은 소월의 시는 눌변의 수사학이고, 달변의 침묵이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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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에 대한 열광은 개인적인 취미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의 미래 비전으로확대된다. 이 점이 김환기의 위대함이다.
- P242

그녀의 에세이집에 실린 1988년의 글에는 감동적인 한 구절이실려 있다. "사람의 칠십 대는 인간으로서 완성되어 가는 시간이다. 여기엔 남녀도 빈부도 없다. 하나의 인간이 존재하다 소멸되는 기록이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완성의 시간에 그녀는 과거를 돌아보며 비로소 말문을 연다. 그녀의 첫 남편 천재 시인 이상(李箱)에 관한 말이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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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당하는 에니시테가 가장 마지막 순간에 본 것은 ‘빨강‘이다.
 빨강은 사방을 뒤덮은, 그 안에 세상의 모든 모습이 함께 있는 멋지고 아름다운 색이었다. 그리고 그는 신을 만난다. 이슬람 관습에서 벗어난 서양화풍의 이교도 그림을 그렸다는 고백에 신은 대답한다. "동방도 서방도 나의 것이다." 진정 신다운, 신의 말이다. 진정한 신이라면분파를 나누어 서로 죽이고 싸우지 말고, 서로 진정 사랑하고 이해하라고 했을 것이다.
- P197

솔로몬의 말대로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을지나가게 만드는 시간은 지상에 사는 우리에게 선물이기도 하다. 왜나하면 변화의 방향이 단순한 부패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좋은 변화를 우리는 성숙이라고 부른다. 시간의 흐름은성숙의 기회이다. 지상에서 느끼는 지옥 같은 고통도, 짜릿한 환희도모두 성숙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시간 속에서 사는 우리의 가장 커다란 과제는 인간적인 성숙이다.
- P211

예술가로서 그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은 본질의 계시가 드러날지도 모르는 "기억의 재현, 무의식적인 기억의 방식, 인상, 심상을 적극활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의 골격, 근육에 관한 예술이 아니라세계의 살, 그것도 아주 물컹물컹하고 무의식화된 삶을 포착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렇게 태어난 예술이 열한 권에 이르는 방대한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이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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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아가는 일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오래도록 남겨지는 일이니까. 그런 일들을 겪고도다시 일어나 밥을 먹고 홀로 길을 걸어나가야 하는 일이니까. - P239

아이들은 누구나 저들부모의 삶을 지키는 천사라고 여자는 생각했다. 누구도 그 천사들을부모의 품으로부터 가로채갈 수는 없다. 누구도.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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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수도원을 세운 수사의 묘도 있었다. 그는 ‘이 적막한 곳에 와줘서 고마워‘라는 노부인의 말 한마디에연고도 없는 이 작은 마을로 이사를 온 마음 여린 사람이었다.  - P151

"모두와 잘 지내지만 절대 속을 알 수 없지. 나는 한 번도 한지가다른 사람에게 싫은 내색 하는 걸 본 적이 없어. 상대에게 상처 주는게 싫으니까 그런 것 같아. 그런데도 모두가 조금씩은 그애에게 반감이 있어. 한없이 친절하지만 그게 끝이라는 거지. 반감이라기보다는서운함이라고 해야 맞는 걸까? 가끔씩 보면 사람보다는 동물이랑 더잘 통하는 것 같기도 하고."
- P156

"하지만 그건 고통스러운 일이란다. 그러니 너 자신을 조금이라도무디게 해라. 행복한 기억이라면 더더욱 조심하렴. 행복한 기억은 보물처럼 보이지만 타오르는 숯과 같아. 두 손에 쥐고 있으면 너만 다치니 털어버려라. 얘야, 그건 선물이 아니야."
- P164

나는 그 텅 빈 어둠 속에서 한때 지구는 이렇게 쓸쓸한 곳이었구나‘라고 생각한다.
지구는 그저 융기하고 침식하며, 열심히 퇴적하고 있었구나.
참 열심히, 쓸쓸히도,
- P167

사랑받고 싶은 마음, 누군가와 깊이 결합하여 분리되고 싶지 않은마음, 잊고 싶은 마음, 잊고 싶지 않은 마음, 잊히고 싶은 마음, 잊히고 싶지 않은 마음, 온전히 이해받으면서도 해부되고 싶지 않은 마음,
침묵은 나의 헐벗은 마음을 정직하게 보게 했다.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 상처받아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 무엇보다.
도 한지를 보고 싶다는 마음을. - P174

내 적막한 마음에 함께 있어줘서 고마웠어.
한지,
네가 앞으로 살아갈 시간에 축복이 가득하길.
- P176

망각의 축복을, 순간순간마다 존재할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기를.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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