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수도원을 세운 수사의 묘도 있었다. 그는 ‘이 적막한 곳에 와줘서 고마워‘라는 노부인의 말 한마디에연고도 없는 이 작은 마을로 이사를 온 마음 여린 사람이었다. - P151
"모두와 잘 지내지만 절대 속을 알 수 없지. 나는 한 번도 한지가다른 사람에게 싫은 내색 하는 걸 본 적이 없어. 상대에게 상처 주는게 싫으니까 그런 것 같아. 그런데도 모두가 조금씩은 그애에게 반감이 있어. 한없이 친절하지만 그게 끝이라는 거지. 반감이라기보다는서운함이라고 해야 맞는 걸까? 가끔씩 보면 사람보다는 동물이랑 더잘 통하는 것 같기도 하고." - P156
"하지만 그건 고통스러운 일이란다. 그러니 너 자신을 조금이라도무디게 해라. 행복한 기억이라면 더더욱 조심하렴. 행복한 기억은 보물처럼 보이지만 타오르는 숯과 같아. 두 손에 쥐고 있으면 너만 다치니 털어버려라. 얘야, 그건 선물이 아니야." - P164
나는 그 텅 빈 어둠 속에서 한때 지구는 이렇게 쓸쓸한 곳이었구나‘라고 생각한다. 지구는 그저 융기하고 침식하며, 열심히 퇴적하고 있었구나. 참 열심히, 쓸쓸히도, - P167
사랑받고 싶은 마음, 누군가와 깊이 결합하여 분리되고 싶지 않은마음, 잊고 싶은 마음, 잊고 싶지 않은 마음, 잊히고 싶은 마음, 잊히고 싶지 않은 마음, 온전히 이해받으면서도 해부되고 싶지 않은 마음, 침묵은 나의 헐벗은 마음을 정직하게 보게 했다.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 상처받아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 무엇보다. 도 한지를 보고 싶다는 마음을. - P174
내 적막한 마음에 함께 있어줘서 고마웠어. 한지, 네가 앞으로 살아갈 시간에 축복이 가득하길. - P176
망각의 축복을, 순간순간마다 존재할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기를.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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