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들이란 그들의 시인을 발견하는 법이지요. 발견하려고 소망하니까요." 폴 발레리의 말이다. 예술은 언제나 인간의 역사와 함께했다. 인간의 손에서 탄생하는 예술은 언제나 인간의 가장 진한체취를 담아냈다. 예술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격변의 역사를 살아 낸 인간들에 대한 생생한 기록을 따라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 P21
훌륭한 예술이 좋은 시대에만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가장 비인간적인 상황에서도 예술은 꽃필 수 있다. 이 경우 예술 작품은 인류가 불의와 억압에 굴복하지 않고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를 지켜냈다는 승리의 증표가 된다. 예술은 인류의 꿈을 밈으로 유전하는좋은 매체다. - P24
지금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서양미술사지만, 21세기인지금 그것은 결코 남의 역사가 아니다. 민주주의, 평등, 자유, 박애, 인류애 등의 가치는 이제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존중하는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세계의 역사는 어떤 곳을 중심으로 보든지 전 지구적인인식을 향한 넓이의 확대와 더불어 인간 상호 간 이해를 향한 깊이로의 진척을 보여 준다. - P25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검색 하나로 수많은 정보를 취할 수 있고 이전 시대의 사람들보다 훨씬 똑똑하게 굴 수 있지만, 우리가 더 훌륭한 사람이라고는 장담할 수가 없다. 그것은 ‘이야기가 되지 못한 사악한 정보가 난립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어떠한 경우든 인간적인 것에 대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인간적인 것,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힘들어졌어도 우리는 해야 한다. 이 사고를 멈추는 순간, 인문학적 성찰이 소멸하는 순간, 우리는 그저 ‘인간‘이라는 이름의 동물이 될 뿐이다.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 결국 우리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나의 모든 책들은 이 이야기의 힘에 기대어 쓰였고, 이 책도 마찬가지다. 역사와 미술이 부드럽게 녹아들어 하나의 이야기로 읽히기를 바란다. - P35
신의 관점을 시각화한 것이라면, 선원근법은 ‘지금, 여기‘ 현존하는주체의 존재를 전제한 방법이다. 이제 ‘지금, 여기‘의 인간이 바라본자연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미술의 과제가 되었다. ‘지금, 여기‘의 인간이 문화의 중심으로 설정됨으로써 문화 전체의세속화는 더욱 가열히 진행되었다. - P75
얀 판에이크가 1434년에 그린 「아르놀피니의 결혼은 최초의시민 초상화로 알려져 있다. 중세 시대 그림의 주인공은 당연히 기독교 성인이나 귀족이었다. 그러나 아르놀피니의 결혼식을 다룬 그림과 조반니 아르놀피니의 다른 초상화가 더 있다는 것은 그만큼상인 계층이 성장했다는 의미다. - P59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는 도나텔로나 베로키오의 것보다 훨씬 나이 든 인물로 형상화되었다. 시대의 고뇌는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소년은 역사의 무게를 짊어지고 청년이 되었다. 이십 대 중반 청년은 지금 골리앗을 향해서거대한 새총을 겨누고 있다. 전투 중에는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지지않는다. 공동체의 영웅이 될 것이냐, 아니면 공동체를 궁지에 빠뜨릴 것이냐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는 직면해 있다. 이게 바로 진한 고독과 결단의 아름다움이 다비드의 표정에 깃든 이유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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