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과 나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그것
조르조네Giorgione, 1477~1510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게 있다. 입으로는 ‘사랑한다‘고말하지만 이미 그 사랑이 예전 같지 않음을, 그렇게 사랑이 조용히 끝나가고 있음을. ‘괜찮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음을, 어떻게 아는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건 그냥 아는 것이다.
말의 어조, 눈빛, 몸짓, 분위기, 뉘앙스라는 것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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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에 베네치아는 오늘이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며 그저 멍하니 앉아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노을이 지기 시작했고, 도시는 그동안 숨겨두었던 엄청난 장관을 펼쳐냈다. 노을은 현란한 색채로 도시를 물들였다. 하늘은 주홍빛에서 보랏빛까지 다채롭게 변주되고 있었고, 물은거기에 차가운 민트색과 남색을 더하며 아름다움을 증폭시켜냈다. 색채에서 색채로 이어지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은절로 카메라를 꺼내 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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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당신과 나사이에 흐르는 그것이 따뜻한지, 차가운지에 따라 우리는 서로를 다르게 인지한다. 당신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일을 하는 우리 사이의 그것이 따뜻하다면 우리는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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