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은 꼭 보랏빛 꿈같지 않니, 다이애나? 살아 있다는 게정말 기쁘다는 생각이 들어. 아침에는 늘 아침이 가장 아름답다고생각하는데, 저녁이 되면 또 저녁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단 말이야." - P400
"너의 낭만을 다 버리진 마라, 앤, 낭만이 조금 있는 건 좋은 거란다. 물론 너무 많으면 곤란하지. 하지만 조금은 남겨두렴. 조금은 말이다." - P397
배리 할머니는 약속대로 우리에게 손님방을 주셨어요. 방은 정말우아했지만, 손님방에서 자 보니 어쩐지 제가 늘 생각했던 것과 달랐어요. 아주머니. 어른이 되어 간다는 건 그런 나쁜 점이 있는 거 같아요. 이제는 조금씩 알 거 같아요. 어릴 땐 그렇게 간절히 바랐던 소원들도 막상 이루어지면 상상했던 절반만큼도 멋지거나 신나지 않는 거 같아요. - P407
"정말 멋진 시간이었어요. 제 평생의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 P411
마릴라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말끝에 한숨이 따라 나왔다. 마릴라는 알 수 없는 서운함을 느꼈다. 마릴라에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준 어린아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진지한 눈빛을 한 키 큰 열다섯 살 소녀가 사려 깊은 조그마한 얼굴을 당당히들고 서 있었다. 어린아이를 사랑한 만큼 눈앞의 소녀도 사랑했지만, 마릴라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슬픈 상실감이 밀려왔다. - P436
글쎄다. 남자아이 열두 명을 준대도 너와 바꾸지 않을 게야, 앤. 잊지 마라. 남자아이 열둘보다 네가 나아. 에이버리 장학생이 남자아이는 아니었지, 아마? 여자아이였는데, 우리 딸, 자랑스러운 내 딸 말이다." 매슈가 앤의 손을 토닥였다. - P498
"아, 그냥 울게 해 주세요, 아주머니, 우는 게 가슴 아픈 거보다 나아요. 잠시만 제 곁에서 절 안아 주세요. 다이애나와 함께 있을 순 없었어요. 다이애나는 착하고 다정다감한 친구지만…… 이건 그 애의슬픔이 아닌걸요. 다이애나는 슬픔 속에 있지 않으니까 내 마음을온전히 이해하고 도와줄 수 없잖아요. 이건 아주머니와 저, 우리 두사람의 슬픔이에요. 아, 아주머니, 아저씨 없이 어떻게 살죠?" - P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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