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초록 지붕 집에서 맞은 아침

하지만 지금은 아침이었다. 그래, 마당에 꽃이 활짝 핀 벚나무가있었지. 
65p

한쪽은 사과나무 과수원이었고 다른 한쪽은 벚나무가 가득했는데, 여기도 꽃잎이 비처럼 쏟아졌다. 나무 아래 풀밭에는 민들레가 여기저기 피었다. 그리고 눈 아래 정원의 라일락 나무에는 보랏 빛 꽃이 만발했고 아찔할 정도로 향기로운 라일락 향이 아침 바람을타고 창문으로 흘러들었다. 
66p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앤은 그 모든 풍경을 허기진 듯 바라보며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가엾게도 지금까지 아름답지 못한 곳들만 지겹도록 보며 살았는데, 이곳은 앤이 꿈꾸던 모습 그대로라 할 만큼아름다웠다.
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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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것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 1390/95~1455

프라 안젤리코의 〈조롱당하는 그리스도>는 잔혹한 현실을 관념적으로 부정하는 그림이 아니라 거꾸로 타인의 고통을 제 것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섬세한 사람들을 양성하기 위한 작품이다. 암시적인 묘사만으로도 충분히고통에 공감할 수 있다면 굳이 그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폭력 포르노를 만들 필요가 없다.
55p

그러니까 이 그림은 예수의 수난이라는 이야기를 대하는 가장 타당한 자세는 묵상임을 보여주는 듯한 구조로 그려져 있는 것이다.
56p

기독교적인 맥락에서는 눈에 보이는 참혹함과 고통을 넘어선 신의 궁극적인 뜻에 대해 사유하는 자세라 할 수 있으며, 불교적인 맥락에서는 세계와나의 근본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순간의 자세일 것이다. 
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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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릴라 커스버트가 놀라다 51~64p

오랫동안 웃어보지 않아서 어색해 보이기는 했지만, 떨떠름한 미 소 같은 게 마릴라의 딱딱한 얼굴에 부드럽게 떠올랐다.
53p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저 애를 키워서 우리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우리가 저 애한테 도움을 줄 순 있지."
매슈가 불쑥 뜻밖의 말을 꺼냈다.
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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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로 사람을 잊은 전쟁을 한다.
파올로 우첼로Paolo Uccello, 1397?~1475
34~47p

지나친 성취욕이 일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새로운 기법이나 기술이 등장해서 긍정적인 호응을 얻게 되면, 사람들은 그것을 익히고 발전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그러다 보면, 왜하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열심히 하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는 멈춰서 질문을 해야 한다. ‘왜‘라고, 아니면 그것은 그저 일을 위한일이 되어버려서, 무의미한 결과만을 얻게 될 뿐이다. 
35p

무언가에 빠져들고 열중할수록, 멈추어서 생각할 수 있는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가 왜 이것을 하고 있는가?‘ 말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꾸준히 찾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성과도 미미하고, 그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체험해야 할 내적인 성장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은 일과 삶이 분리되어, 일은 먹고살기 위한 뻑뻑한 노동이 되어버리고 삶은 무의미해지기 쉽다.
모든 일에서 ‘인간‘ 이라는 가장 중요한 핵심을 놓치면, 의식하지못한 사이에 우리는 정신적인 성장판이 일찍이 닫혀버려 무감각해지고 만다. 그러니 질문을 멈춰서는 안 된다. 왜, 무엇을 위해 나는 이 일을 하고 있는가?
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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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슈 커스버트가 놀라다
29~50p

소녀는 그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어쩌면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할 수 있는 일이 앉아서 기다리는 것밖에없었기 때문에 혼신의 힘을 다해 앉아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30p

여자 대합실에서 기구라고 했는데도 밖이 더 좋다고 아주 진지하게 말하더군요. 상상할 거리가 많다나요. 별난 아이예요.
31p

한마디로보는 눈이 예리한 사람이었다면, 제자리가 아닌 곳으로 인도된 이여자아이가 부끄럼 많은 매슈 커스버트가 그토록 터무니없이 무서워하는 흔하디흔한 여자들과 전혀 다른 정신세계의 소유자라고 결론 내렸을 것이다.
32p

그래서 스펜서 아주머니께 길이 왜 붉은색이냐고 물었더니 아주머니도 모르신다면서 제발 그만 좀 물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질문을 천 번도 더 했다면서요. 제가 그런 거 같기는 하지만, 물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걸 어떻게 알아요? 
37p

하지만 머릿속에 거창한 생각들이 있으면 거창하게 말해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잖아요. 안 그런가요?
39p

전 자주 해봤어요.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게 좋으세요? 신처럼 아름다운 거랑 천재처럼 똑똑한 거랑 천사처럼 착한 거 중에서요.
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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