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내내 매슈가 파이프를 입에 물고 그 문제만 생각하자, 마릴라는 넌더리를 냈다. 두 시간 동안 담배에 의지하여 골똘히 생각한끝에 드디어 정답을 찾아냈다. 앤이 다른 여자아이들과 다른 옷을입고 있었다!
- P344

오라버니, 이건 앤의 허영심만 채워줄 거예요. 그 아이는지금도 공작새만큼이나 허영심이 가득하다고요. 그래도 앤 마음에들었으면 좋겠네요. 이런 어처구니없는 소매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이걸 입고 싶어 했으니까요. 뭐, 한 번 그런 소릴 한 뒤로 입 밖에 꺼낸 적은 없지만요.  - P352

매슈가 멋쩍게 종이 포장지를 풀어 옷을 꺼내 앞으로 내밀면서 눈치를 살피듯 마릴라를 흘깃 보았다. 마릴라는 모르는 척 찻주전자에물을 채우고 있었지만, 궁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곁눈으로 힐끔거렸다.
- P353

"글쎄다. 내가 보기엔 우리 앤이 제일 잘하는 거 같더구나."
매슈가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그래요. 그럽디다. 똑똑한 아이예요, 오라버니, 그리고 정말 예뻤어요. 나는 이런 발표회를 한다기에 썩 내키지 않았는데, 뭐 나쁠 건없는 것 같아요. 어쨌든 오늘 밤엔 앤이 자랑스럽더군요. 앤한테는아무 말 안 할 거지만요."
마릴라도 인정했다.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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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질 수 없어도, 멈출 수 없는 사랑의 꿈
장 앙투안 바토Jean-Antoine Watteau, 1684~1721

괴테의 말대로, 그토록 아름다운 사랑의 성공은 결국 진부한 부르주아적인 결혼으로 끝난다는 것을 우리 모두 다 안다. 그럼에도 그 꿈을 멈추지 않는 것은 사랑하기 좋은 곳이 우리가 품꾸는 진정한 유토피아이기 때문이다. 21세기의 우리도 사랑의꿈을 멈추지 않는다. 행복한 사랑이 아니라 쓸쓸한 사랑 노래가더 많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오늘도 어디선가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담은 한 편의 시, 소설, 드라마, 한 곡의 노래를 위해누군가가 피, 땀,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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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은 선생님에게 유익한영향을 받으며 꽃처럼 피어났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감탄을 잘하는매슈와 비판을 잘하는 마릴라에게 학교 공부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 P336

아주머니, 아주머니가 저만큼 발표회를 고대하지 않으신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아주머니의 어린 앤이 발표회에서 돋보이길 바라지 않으세요? - P340

매슈는 간절한 표정에 생기 넘치는 조그마한 얼굴을 내려다보며미소를 지었다. 앤도 마주 보고 웃었다. 둘은 가장 좋은 친구였다. 매슈는 앤의 교육을 맡지 않은 행운에 수없이 감사했다. 교육은 오로지 마릴라의 몫이었다. 만약 매슈가 앤의 교육을 맡았다면 앤의 바람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과 의무감 사이에서 매번 갈등하며 고민에빠졌을 것이다. 앤을 교육할 의무가 없으므로, 마릴라의 표현대로 하면 매슈는 마음껏 앤의 버릇을 망쳐 놨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게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작은 ‘칭찬‘이 때로는 세상에서 가장 충실한 ‘교육‘만큼이나 좋은 효과를 내는 법이니까.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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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적 사랑의 노래
얀 페르메이르Jan Vermeer, 1632~1675

시선을 영화의 카메라 처럼 뒤로 쭉여러 가지 상상이 떠오르는 가운데, "음악은 기쁨의 동반자, 슬픔의 치유약" (MVSICA LETITIAE COMES MEDICINA DO-LORVM)이라는 하프시코드에 쓰여 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사랑으로 행복할 때도, 사랑으로 아플 때도, 사랑의 모든 순간에는 음악이 함께하고 있다. 그림은 어떤 결론도 내지 않은 채 가능성만을 열어 두고있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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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갈색 책상에 다시금 다이애나와 나란히 앉게 된 것도 행복한 일이었다. 루비 길리스는 통로 건너편에서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고, 캐리 슬론은 쪽지를 보냈으며, 줄리아 벨은 뒷자리에서 ‘껌‘을전달하여 건넸다. 앤은 행복에 겨워 길게 숨을 고르며 연필을 깎고그림 카드를 책상 안에 가지런히 넣어 두었다. 삶은 확실히 즐거운일이었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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