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등장인물은 위대한 스승들이고, 중심 소재는 거대 사상이며, 결론은 세계와 자아의 통합으로서의 일원론이다.
현대인은 인류 사상의 역사가 파편적인 정보의 무더기일 것이라고 상상하지만, 실제로는 놀라운 정합성과 일관성으로 이어져 있다. 하나의 철학, 종교, 사상 속에서는 찾아낼 수 없지만, 마음을 열고 위대한 스승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우리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 거대 사상의 맥락을 발견하게 된다
아마도 가장 단순하고 말초적인 답은 이 정도가 될 것이다. "그냥 배부르고 할 일 없으니 탁상공론하는 것이다."
이 설명이 흥미로운 것은 철학의 오랜 질문인 ‘무(無)에서 유(有)가 발생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과학이 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유’는 ‘무’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이 신기한 현상을 동양적으로 표현해보면, 고요한 ‘무’의 공간이 사실은 ‘음(陰)’과 ‘양(陽)’의 생성과 소멸로 들끓고 있는 잠재적 ‘유’의 공간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근대 물리학이 막을 내리고 현대 물리학으로 전환하게 한 ‘코펜하겐 해석’이다. 양자물리학자들은 덴마크 코펜하겐에 모여 이렇게 선언했다. "소립자들은 여러 상태가 확률적으로 겹쳐 있는 파동함수로 존재하고 있다가, 관찰자가 측정을 시작하면 파동함수의 붕괴가 일어나면서 하나의 상태로 결정된다."
알파 입자가 50%의 확률로 결정되는 그 순간 우주가 갈라진다. 즉, 고양이가 살아 있는 세계와 고양이가 죽은 세계로 우주 자체가 나눠진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우리의 의식은 이 갈라진 우주 중에서 하나의 세계만을 따라가기 때문에 다른 세계는 우리에게 드러나지 않는다. 갈라진 두 우주는 이후 독립해서 나름의 역사적 흐름을 따라 나아가고, 결코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제로), 채사장> 중에서
인류: 인간과 문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