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 대하여 오늘의 젊은 작가 17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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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김혜진 (지은이) 민음사 2017-09-15,216쪽, 한국소설

2019-013번째 읽은 책
<2019 4/20 인천 독서 모임 (오전 11시 ~ 오후 1시 30분)>

<김혜진 작가>

1983년생
밖이 아닌 안에서 보는 작가
중앙역 – 홈리스 들의 문제 ?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힘없는 이들의 소리 없는 고통을 내부의 시선으로, 무뚝뚝한 뚝심의 언어로 그린다는 평을 받으며 개성을 인정받아 온 작가 김혜진의 이번 작품은 혐오와 배제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교보문고)
저자 김혜진은 1983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012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치킨 런」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 『중앙역』으로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어비』가 있다 (교보문고)

<전체적인 소감>

딸에 관한 소설이 아니다. 작품해설처럼 어머니의, 인간에 대한 소설이고.
동성애에 관한 소설이 아니다. 사회적 약자 중 하나인 동성애자 일뿐. 힘없는 약자들의 대한 소설이다. 치매 노인도 나오고.
사회복지, 연대, 청년/중년/노년의 여성.
일인칭의 계몽적 소설은 아님.
다니가 생각남. 우리는 모두 이어져 있다.

<던지는 질문>

버티는 삶에 대하여 주저리 떠들어 보자. (삶. 끝이 없는 노동, 고군분투. 삶을 살아근 ㄴ것들에 대한 측은지심과 전우애), 미래와 인생에 대해 떠들어 보자.
꼭 동성애가 아니더라도 부모와 자녀의 갈등?
내가 생각하는 엄마(부모)의 이야기, 사회적약자의 이야기 (동성애자, 장애인, 비정규직, 여성, 노인, 고아, 등등), 나이듦의 이야기를 해보자.
젠은 딸의 미래. 젠을 위해 맞서고 할 말을 하게 되고, 딸을 젠을 돌보며 받아들이고. 젠의 젊은 시절은 그린 같지 않았을까.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 선입견은? 그리고 내가 받은 차별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가족의 의미?

<기억에 남는 문구 및 생각들>

운동화의 뒤축이 비스듬하게 닳아 있다. 올이 풀어진 청바지 밑단도 지저분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인상을 결정한다는 것을 얘는 정말 모르는 걸까. 11P

이런 사람들과 말을 섞고 생각을 나누고 어쩔 수 없이 동의하면서 나도 젊은 애들이 말하는 앞뒤가 꽉 막히고 편견으로 가득 찬, 세금만 축내는 부류의 노인이 되는 걸까. 20p

고요하고 어두운 방에 누워 내가 생각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끝이 없는 노동. 아무도 날 이런 고된 노동에서 구해 줄 수 없구나 하는 깨달음.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 그러니까 내가 염려하는 건 언제나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어떤 식으로든 살아 있는 동안엔 끝나지 않는 이런 막막함을 견뎌 내야 한다. 나는 이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 버렸다. 22p

어쩌면 이건 늙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 시대의 문제일지도 모르지. 이 시대. 지금의 세대. 생각은 자연스럽게 딸애에게 옮겨 간다. 딸애는 서른 중반에. 나는 예순이 넘어 지금, 여기에 도착했다. 그리고 딸애가 도달할, 결국 나는 가닿지 못할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나을까. 아니, 지금보다 더 팍팍할까. 22~23p

언젠가부터 나는 뭔가를 바꿀 수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지금 이 수간에도 나는 천천히 시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뭐든 무리하게 바꾸려면 너무나 큰 수고로움을 각오해야 한다. 그런 걸 각오하더라도 달라지는 건 거의 없다. 좋든 나쁘든, 모든 게 내 것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내가 선택했으므로 내 것이 된 것들. 그것들이 지금의 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 과거나 매리 같은, 지금 있지도 않은 것들에 고개를 빼고 두리번거리는 동안 허비하는 시간이 얼마나 아까운지. 그런 후회는 언제나 남은 시간이 얼만 남지 않은 늙은이들의 몫일지도 모른다. 30p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다수라는 게 위로가 되진 않는다. 오히려 내 딸이 그런 부류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매일 충격적이고 놀랍다 그래서 매번 똑같은 강도의 실망감과 죄책감으로 다가온다. 32p
다른 불행한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위로가 되진 않는다 라는 것.. 너만 그런 게 아니야. 이런 말이 얼마나 무의미한건지.

가끔씩 딸애의 이런 말이 왜 협박처럼 들리는 것일까. 울먹일 것 같은 저런 표정이 왜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수단이 되는 걸까. 딸애는 그걸 아는 걸까, 모르는 걸까. 33p

문득 삶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딸애에게 양해를 구하고 싶다. 그렇게라도 하면 이런 시달림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다. 이 집이 사라지거나 내가 죽기 전까지 마지막 같은 건 없다. 결코 끝나지 않는다. 33p
삶 한가운데 고군분투. 삶이란...

그러나 이제는 나와 아무 상관 없다는 듯 굴고 있다. 저 혼자 태어나서 저 스스로 자라고 어른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 모든 걸 저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고 언젠가부터 내게는 통보만 한다. 심지어 통보하지 않는 것들도 많다. 딸애가 말하지 않지만 내가 아는 것들. 내가 모른 척하는 것들. 그런 것들이 딸애와 나 사이로 고요히, 시퍼렇게 흐르는 것을 난 매일 본다. 37p

딸애의 목소리는 뜨겁고 그 애의 목소리는 적당히 서늘하다. 차가운 것은 아래로, 뜨거운 것은 위로, 곡선을 그리며 만들어지는 원. 그 둘을 섞으면 적당한 온도가 만들어질 것 같다. 51p

이 애와 나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니까 언제나 적당한 만큼의 배려와 예의를 보일 수 있는 거겠지.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세탁기가 있는 다용도실을 나왔다. 61p
적당한 만큼의 배려와 예의. 상관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번번이 그 애가 하는 말에 동의를 하고 한마디를 보태고 그러면서 어떤 대화라고 할 만한 것을 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아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 애는 때때로 지나치게 사려 깊다. 내게 어떤 말이 필요하고, 무슨 말을 듣기 원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61p
사실 진짜 생각..

지금의 나는 그럴 자격이 없다. 딸애를 세상에 데려왔다는 사실. 그것만으로 자격이 유지되던 시절은 끝나다. 이제 그것은 끊임없이 갱신되고 나는 이제 그럴 능력도 기운도 없다. 64p
뭔가 슬픔..

기억은 늘 가장 연약한 부분부터 깨어난다. 67p

나는 좋은 사람이다.
평생을 그렇게 하려고 애써 왔다. 좋은 자식, 좋은 형제, 좋은 아내, 좋은 부모, 좋은 이웃. 그리고 오래전엔 좋은 선생님.
정말 힘들었겠구나.
나는 공감하는 사람.
최선을 다했으면 됐다.
나는 응원하는 사람.
다 이해한다. 이해하고 말고.
나는 헤아리는 사람.
아니. 어쩌면 겁을 먹은 사람. 아무 말도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 뛰어들려고 하지 않는 사람. 깊이 빠지려 하지 않는 사람. 나는 입은 옷을, 내 몸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사람. 나는 경계에 서 있는 사람. 듣기 좋은 말고 보기 좋은 표정을 하고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뒷걸음 질 치는 사람. 여전히 나는 좋은 사람이고 싶은 걸까. 그러나 지금 딸애에게 어떻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며칠 동안 딸과 나 사이에는 캄캄한 침묵이 흐른다. 69p
거짓은 없지만, 이게 나였을까. 뒤에 부분이 나..

그게 뭐든. 언제나 받는 사람은 모르는 법이다. 그건 다만 짐작이나 상상으로는 알 수가 없는 거니까. 자신이 받는 게 무엇인지, 그걸 얻기 위해 누군가가 맞바꾼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그 돈이 어떤 빛깔을 띠고 무슨 냄새를 풍기며 얼마나 무거워지는지 결코 알 수 없다. 74p

나는 잠시 저 애들의 엄마가 보내는 길고 고단한 하루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러나 그 정도를 감당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77p
삶의 고단함. 그리고 평범한 고단함.

부당한 일이니까요.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아니지만 또 언제 내 일이 될 모르고. 또 그 사람은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기도 하고요. 79p
진짜 용기 있고, 진짜 무모하고, 진짜 부끄럽고.

정말 속이 상해요. 그 애는 왜 평범하게 살려고 하지 않을까요. 왜 그런 노력조차 안 하는 걸까요. 83p

어쩌자고 이 여자는 이렇게 오래 살아 있는 걸까.
이런 순간 삶이라는 게 얼마나 혹독한지 비로소 알 것 같다. 하나의 산을 넘으면 또 하나의 산이 나타나고 또 다음 산이 나타나고. 어떤 기대감에 산을 넘고 마침내는 체념하면서 산을 넘고. 그럼에도 삶은 결코 너그러워지는 법이 없다. 관용이나 아량을 기대할 수 없는 상대. 그러니까 결국은 지게 될 싸움 져야만 끝이 나는 싸움. 91p
삶의 팍팍함. 나중에... 나는 우리 부모님에게 나만 힘든 것을 억울해 하지 않을까. 차라리 혼자 힘들어하고 억울해 하지 말자. 그럴 현명함이 있을까.

어떤 말들은 곧장 내 앞으로 들어와 바닥으로 가라않는다. 그것들은 육중하고 거대한 방차제처럼 차곡차곡 쌓이고 그때부턴 꿈쩍도 하지 않는다. 끝내 소화되지 않는 말들. 소화할 수 없는 말들. 내가 절대 잊을 수 없는 말들. 108p
상처받음에 대한 이 표현...

내게 끝없는 괴로움과 슬픔과 불행을 가져다주는 이 애를 사라지게 하고 싶다. 110p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실은 이런 것들이 호시탐탐 삶을 노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삶에서 결코 마주치고 싶지 않은 모습들이 이 골목을 빠져나가면, 저 모퉁이를 돌면 정확히 바로 그때에 짠, 하고 나타나는 것. 언제 어디서나 득시글거린다는것. 왜 아무도 이런 것들을 미리 말해 주지 않는 걸까. 113~114p
인생에 매뉴얼이 있다면..

그린이 왜 거기 길 위에 서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한참 만에 그 애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124p
‘한참 만에’란 표현. 그리고 ‘단호한’이란 표현.

제가 아무 생각도, 확신도 없이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세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에게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돈을 버는 건 저한테도 고된 일이에요. 가끔씩은 저도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고요. 이런데도 저한테 아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세요? 124p

마음은 왜 항상 까치발을 하고 두려움이 오는 쪽을 향해서 있는 걸까. 129p

그 말을 하는 동안 나는 젠이 아니라 나를 생각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내가 아니라 딸애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건 세상의 일이 아니고 바로 내 일이다.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나의 일이다. 이런 말이 내 안의 어딘가에 있었다는 게 놀랍다. 그런 말이 깊은 곳에 가라앉아 죽을 때까지 드러나지 않는 게 아니라, 마침내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이렇게 말이 되어 나온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131p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 되는 순간.

방귀 소리가 터져 나오고 나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혼잣말을 한다. 142p

그럼에도 불구하고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나는 간신히 삼킨다. 내 잘못이 아니지. 너의 잘못이 아니지.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 그렇게 말한다면 세상의 수많은 피해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사과를 받아야 할까. 162p

그러나 이것이 장난 같은 일이라면, 하반신이 마비될지도 모르는 그 사람의 너무나 명백한 비극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 어쩌면 지금 이순간에도 딸애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공격할 순간을 기다리는 그 수많은 비극들은 어떻게 막아야 하는 걸까. 167p

나는 내 딸이 이렇게 차별받는 게 속이 상해요. 공부도 많이 하고 아는 것도 많은 그 애가 일터에서 쫓겨나고 돈 앞에서 쩔쩔매다가 가난 속에 처박히고 늙어서까지 나처럼 이런 고된 육체노동 속에 내던져질까 봐 두려워요. 그건 내 딸이 여자를 좋아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잖아요. 난 이 애들을 이해해 달라고 사정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이 애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고 그만한 대우를 해 주는 것. 내가 바라는 건 그게 전부예요. 169p

훌륭한 삶요? 존경받는 인생요? 그런 건, 삶이 아주 짧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에요. 봐요. 삶은 징그럽도록 길어요. 살다 보면 다 똑같아져요. 죽는 날만 기다리게 된다고요. 173p

눈을 감으면 시간이 떠내려가는 소리가 오싹하다. 순식간에 낮과 밤이 바뀌고, 여름과 겨울이 가고, 비가 퍼붓다가 개고, 푸르게 녹음이 차올랐다가 앙상하고 메마른 배경이 내려앉는다. 이 계절 속에서 나는 돌이킬 수 없이 늙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175p

저분은 가족이 없어요. 피를 나눈 직계가족 같은 게 없다고요. 찾아올 사람이 세상천지에 하나도 없다고요. 가족이든 아니든 그게 도대체 뭐가 그렇게 중요해요. 176p
추후 183~184, 188쪽을 보고 아이들에게 어려움을 알려주기 위해 젠을 이용했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 바탕에는 젠에 대한 가여움과 애틋함이 있었다.

제가 뭘 좀 만들어 드릴까요?
그 애가 얼른 몸을 일으키며 묻는다. 젠이 손을 뻗고 그 손을 맞잡는 그 애의 얼굴 위로 엷게 미소가 떠올라 있다. 182p

누군가를 보살피는 것의 수고로움. 내가 아닌 누군가를 돌보는 것의 지난함. 실은 나는 아름다고 고결해 보이는 이런 일의 끔찍함과 딸애와 그 애에게 알려 주고 싶은지도 모른다. 183~184p

젠이 가져다 준 평화. 잠깐의 휴전.
그리고 그것은 젠이 마지막으로 주고 간 것이 되어 버렸다. 187p

그렇게 울 때에 나를 쾅쾅 때리며 지나가는 수많은 감정을 나는 끝내 딸애에게 다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189p

이렇게 있어 줘서 고맙구나.
나는 간신히 입을 연다. 그 애는 다시 앉아야 할지, 돌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엉거주춤 서 있다. 나는 앉으라는 손짓을 하고 이런 이야기를 한다. 누군가 내게 너에 대해서 물을 때, 너와 내 딸에 대해서 물을 때, 여전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다. 아니다. 알고 있지만, 알게 됐지만, 여전히 그 말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194p

내가 너희를 이해할 수 있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까. 때로 기적은 끔찍한 모습으로 오기도 하니까.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오긴 오겠지.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시간이 필요한 일이잖니. 나한테 그만큼의 시간이 남았는지 모르겠다. 194~195p

그러나 그런 기적이 오기도 전에 내가 이해한다고 말할 순 없지 않니. 그건 거짓말이니까. 내 딸을 포기하는 거니까. 떳떳하고 평범하게 살 수 있는 내 딸의 삶의 내가 놓아 버리는 거니까. 내가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거잖니. 195p

먹어라. 많이 먹어야 돼.
나는 수육과 김치를 맞으편으로 밀어 준다. 그 애가 수육 한 점을 먹는다. 나는 따뜻한 물 한 잔을 가져와 그 애들 곁에 놓아 준다. 그리고 남은 밥을 깨끗하게 비운다. 196P

한숨 자고 나면, 아주 깊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 이 모든 일이 다 거짓말처럼 되어 버리면 좋겠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와 있으면 좋겠다.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순조롭고 수원한 일상. 그러나 이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끊임없이 싸우고 견뎌야 하는 일상일지도 모른다.
그런 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견뎌 낼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으면 고집스럽고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젓는 늙은 노인의 모습이 보일 뿐이다. 다시 눈을 감아 본다. 어쨌든 지금은 좀 자야 하니까. 자고 나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삶을 또 얼마간 받아들일 기운이 나겠지. 그러니까 지금 내가 생각하는 건 아득한 내일이 아니다. 마주 서 있는 지금이다. 나는 오늘 주어진 일들을 생각하고 오직 그 모든 일들을 무사히 마무리하겠다는 생각만 한다. 그런 식으로 길고 긴 내일들을 지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볼 뿐이다. 197P

아들처럼 사회적으로 성공하지도 못하고, 딸로서 평범하게 결혼하여 늙은 자신의 몸을 의탁이라도 해 볼 수 있는 삶을 살지도 않는 레즈비언인 딸은 ‘쓸모’가 없는 것이다. 207P 작품해설

화자는 이것이 늙음의 문제인지, 시대의 문제인지 궁금해하는데 여기엔 젠더의 문제가 하나 더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그녀가 교사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혼자서 딸을 돌보아야했기 때문이다. 209P 작품해설
나이의 문제, 시대의 문제, 여성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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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 was a man of fifty or sixty - just the kind of age we midtrust on the road - but there was no anxiety in his manner, and his voice was that of a body of eighteen.
- But it was abarier, and in a moment I lost all aleasure in the grass, the sky, the trees, the happy men and women, and realized that the place was but aprison, for allits beauty and extent.

The other side of the h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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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n I do not know how or why, I began to see a difficulty.
- Faith and doubt pulled like strings round my throat.
- The impossible had happened.
- Life was a dream, I thought; no, a nightmare, for the ape was beside me.

the sa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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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andard of living

- Many of their evenings and most of their Sundays were passed in each other‘s company.
- Invariably the girls spent the fine idle hours of their hot-weather Saturday afternoons together.
- And the death was to be neither untimely nor painful.
- Now, what would be the first thing you‘d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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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하면 안 되나요?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뭉쿨하면 안되나요?
2019016
1독 201904.24 ~ 04.27
마스다 미리, 권남희 옮김. 이봄. 2015

< 잡다한 생각들 >

사소한 일에 뭉쿨하는 작가가 귀엽다. 귀엽다고 연발하는 그 모습이 귀엽고, 아직 이런 사람들이 이런 사소함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 아직 세상 모든 것이 귀엽다.

‘뭉클’이란 단어는 나만의 단어장을 만들어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되어버렸다. 이 세상속에서 ‘뭉클’이란 말이 주는 느낌, 그 생각들. 이 단어 하나를 잡고 간다는 그 자체가,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 되어가고, 그 방식은 분명 이전의 방식과는 다르겠지. 조금 더 일상을 사랑하면, 아름다워가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그리고 일상의 낯선 사람들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많이 얘기해야겠다.

내 뭉클아이템은? 사무실 책상위 토순이, 사슴이, 병아리 ?
뭉클 아이템을 만들어야 겠다 !

일상의 뭉클은 아름다운데, 너무 남자들의 모습에만 (특히 연하남) 뭉클 하는 것 같아서, 여자친구들에게도 그랬으면 더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순수한 남자들의 예찬으로만 보일 수도 있어서. 그리고 은근 일본스러운 장면들이 있음.

< 책속의 문장들 >

이렇게도 일상에 ‘뭉클’이 넘쳐나다니 ! (책 표지)

주스를 건네받는 어른, 참 귀엽습니다. 19쪽, 멜론주스에 뭉클

엘리베이터, 얼른 문을 잡아주면 뭉클. 22쪽,‘고맙습니다’에 뭉쿨

백화점 물산전은 굳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 제일 위층에서 열린다. 그 말은 그들 역시 굳이 이곳까지 올라왔다는 것이다. 물산전을 즐기기 위해서.
그렇게 생각하니 따스한 마음이 퍼진다. 24쪽, 물산전 남자에게 뭉클

책을 읽는 남자가 멋있어 보이는 것은 손에 넣을 수 없는 아우라는 뿜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데 멀다. 이야기 속을 어슬렁거린다.
진짜 나는 여기에 있어요! 빔을 쏘아도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연애하기도 하고, 형사가 되기도 하고, 전국시대에서 싸우기도 한다.
넘보기 어려운 남자다. 38쪽, 독서에 뭉쿨

지금 만약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아마 농구부 주장에게 사랑 따위 느끼지 않을 거다. 교실을 찬찬히 둘러보고, 수수한 가운데에서도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가진 남자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남자가 주뼛거리며 하는 “좋아해”라는 말을 들어보고 싶다. 52쪽, 양자역학 남자에게 뭉클
(나는 지금도 그런 남자가 더 좋음...)

공부를 하는 할아버지에게 뭉클했습니다. 53쪽, 양자역학 남자에게 뭉클
(나이가 있는 분이 공부를 열심히 하시거나, 책을 읽거나, 의외의 취미를 가진 걸 알게되면.. 뭔가 나 역시도 뭉클함이 있다. 괜히 귀여우시고, 존경스러운 마음도 있고.)

편의점에서 물건을 산 뒤로 출구로 향하는 데 마침 중학생 남자아이가 들어오는 참이었다. 자동문이 아니어서 나는 그 아이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그뒤에 가게를 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세상에, 그 아이가 나를 위해 한 손으로 문을 잡고 있어 주었다. 66쪽, 문을 잡아주어서 뭉클

그런 ‘젊은이용 기능’은 사용하지 않을 테지만... 설명을 해주어서 왠지 기뻤다. 74쪽, 전자제품 가게의 점원에게 뭉클
(구석까지 모시고 가서 친절히 열심히 설명하고 캐논을 추천해주던, 알고 보니 출장 왔던 캐논 직원 ㅎㅎㅎ)

색기가 하나도 없는 것이 그들 최대의 색기. 77쪽, 디저트부페에서 뭉클

점원과 얘기할 일은 주문할 때 정도여서, 가게 안을 둘러보아도 모두 조용히 차만 마신다. 그리고 차를 마시면서 주방에 있는 미남들을 흘낏흘낏 보고 있다.
보려면 보세요.
그런 느낌으로 남자들은 적당히 모르는 척해주었다.
“남자를 흘끄거리며 보는 것 괜찮네요.”
“정말요. 흘끌거리는 것 좋은데요.”
79쪽, 한류 카페에서 뭉클
(조용히 차 마시면서 흘끗거리는여성 손님들이 귀여움 !)

라면 가게 앞에서 혼자 줄을 서 있는 모습에 뭉클. 89쪽 (줄을 선 남자에게 뭉클)

어떤 식으로 어른이 된 사람일까?
청년이 숨죽여 우는 것을 옆에서 느끼면서 나는 그의 천진난만함에 가슴이 벅찼다. 91쪽, 눈물에 뭉클
(연극을 보고 눈물 흘리는 순수함에도 뭉클하지만, 그 앞 문장 ‘ 어떤 식으로 어른이 된 사람일까’ 이 부분이 더 눈길이 갔다. 이렇게 괜찮은데 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해왔고,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사람들을 만났었던 것일까. 그런 게 호기심이 일어나 궁금해진다.)

연극이나 영화를 보며 우는 남자는 사랑스럽습니다. 92쪽, 눈물에 뭉클

담담한 자상함이란 것도 멋지군요. 101쪽, 편의점 점원에게 뭉클.
(이젠 츤데레가 아닌 담담한 자상함으로 불러야 겠다.)

저요? 저는 초 육식계입니다.
초식계 같은 사람이 그렇게 대답해서 뭉클했습니다. 111쪽, 육식계 남자에게 뭉클
(초식계, 육식계중 어떤 타입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혀 안그럴 것 같은 아이가 다른 쪽을 말할 때의 당황스러움과 은근한 귀여움. 그런 마음.)

그리고 칭찬받은 것은 언제까지고 기억하는 그에게 뭉클했다. 물론 그 사실을 칭찬하지는 않았습니다만. 116쪽, 기억해주어서 뭉클

단골 가게에 데리고 갔을 때, “계단 가파르니까 조심해요” 하고 돌아봐주면, 때에 따라서는 좋아하게 될 가능성도 있으니, 별로 좋아해주길 바라지 않는 여성에게 그런 말 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122쪽, “조심하세요”에 뭉클

“무슨 소원이든 들어준다면?”하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이 있었다.
“노래를 잘 부르게 되는 것이요”
뭐든지 들어준다는데?!
너무 귀엽습니다.
126쪽, 노래를 못 부르는 사람에게 뭉클

“마스다 씨, 나하고 나이 별로 차이 안나죠?”
이 사람의 평소 거슬렸던 한마디도 지금 한 말로 모두 용서. 128쪽, 나이를 잊어주어서 뭉클

“우리 세대는......”
37세와 42세. 거기에는 사십대라는 큰 벽이 가로막고 있는데, 세상에 같은 세대 취급을 ! 삼십대 남자는 좀처럼 할 수 없는 거라고, 그후 사십대 여자들 모임에서 보고했더니, 모두 아카베코처럼 “알아, 알아”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143쪽, 같은 세대여서 뭉클

정성껏 슨 게 이거라고 생각하니 얼마나 미치도록 귀여운지.
멋있는 사람의 글씨가 악필일 때 뭉클합니다. 162~163쪽, 초등학생 같은 글씨에 뭉클

함께 우산을 들려고 하는 이상한 배려에 뭉클했습니다. 167쪽, 이상한 배려에 뭉클

인사치레로 “무거워 보이네요. 뭐가 들어 있지요? 하고 물었을 뿐인데 순진하게 가방의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뭐지, 이 무방비 플레이. 181쪽, 보여주는 남자에게 뭉클

창구에 있는 사람이 사적인 화제를 꺼내면, 마구 친근감이 생깁니다. 191쪽, 책임감에 뭉클.

그러고 보니 이 사람, 언제나 약속 시간에 정확하게 우리집 초인종을 눌렀지. 지금까지도 이렇게 일찌감치 와서 시간 조정을 했었구나 생각하니, 과거에 기다린 시간까지 합산에서 뭉클해졌다 ! 202쪽, 캔커피에 뭉클
(이런 배려심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겠다. 어제부터 결심 ! 그리고 실천해야지.)

”어머, 멋지네요, 한번 써봐요.“
쑥스러워하고 거절할 줄 알았더니, 웬걸. 얼른 써보였다. 모자를 샀어요, 해놓고 그걸 써보이기까지 했다! 뭐, 보통 이런 일에 여자는 뭉클하죠. 205쪽, 모자에 뭉클
(뭐, 보통 이런 일에 여자는 뭉클하죠. 이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남자들의 모자뿐 아니라, 친구, 동료, 가족, 청소하시는 여사님들까지.. 가끔 이런 순진함에 나도 꽤나 뭉클해지니까. 담담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뭐, 보통 이런 일에 저는 뭉클하죠._

그의 책 책장을 넘기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그가 그은 밑줄을 기다리고 있었다. 앗, 여기에. 앗, 여기도 있네. 밑줄을 그을 때 눈동자의 움직임이 나와 포개져서 두근거린다. 비린 책은 건전한 화학책인데 불건전한 독서. 짝사랑하는 사람을 역에서 몰래 기다리는 듯한 그런 애잔함. 212쪽, 빌린 책에 뭉클.
(나 또한 빌린 책에 메모나, 밑줄, 접기가 되어 있으면 혹시 나와 같은 부분이 마음와 왔나, 이 사람의 마음은 어떠했나 두근거리게 된다. 같은 구절을 발견했을 때의 진한 동질감 !)

언젠간 죽어버릴 우리에게 주어진 사소한 포상. 그것이 ‘뭉클’일지도 모릅니다. 271쪽, 후기를 대신하며.

아, 뭉클했던 기억을 찾다보니 갑자기 온 세상이 뭉클뭉클 감동 넘치는 세상처럼 느껴지네. 참고로 원제의 ‘큔토스루’라는 말은 ‘찌하고 짠하고 뭉클하고’라는 뜻이 모두 포함되었지만, 편의상‘ 뭉클하다’로 뭉뚱그러 번역할 수밖에 없었다. 부디 읽으실 때는 세 가지 뜻 모두 적용해주시기를.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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