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도
최진영 (지은이) 한겨레출판 2024-03-30, 248쪽, 한국소설
#소설을읽어요요 #빈칸놀이터프로그램 #밀린독서기록정리중
🍓 작년 7월 빈칸놀이터, 문학을 낭독하는 사람들 프로그램에서 <오로라>를 진행 후 최진영 작가의 매력에 빠진 나. 요요님이 진행하는 소설 나눠 읽기 프로그램에 (아마도 오로라 진행 전) 24년 8월 책으로 추천했던 <원도>. 결국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말을 이리도 길게 하는 중.
🍓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작가님이 참 용감한 사람이란 것부터. 주인공이 욕 먹는 건 예상한 듯 하고, 작가 자신이 오해되어도 어쩔 수 없고, 오해가 아닌 제대로 보여서 공감받을 수 없더라도 그러려니 하려는 용감함. 나는 글이든 관계던지 세상속에서 이런 용감함을 한 번이라도 가질 수 있을까. 어려운 얘기다. 아름다운 문장, 생각하지 못한 소재를 가진 자는 글을 써야된다고 생각했었다. <원도>를 읽고 나서야 알았다. 이런 용기와 소신을 가진 자가 글을 써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감히 말이다. 그런 글에서 읽는 자는 마구 욕을 하다가 미워할 수만 없게 되고, 오해인가 하며 더 그 글을 찬찬히 읽게 되고, 분명 동의하지 못 한다했는데 이해하고 싶어진다.
🍓 이기적인 원도의 아픔과 고통. 원도는 연약한 자아를 가진 자이나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다. 자신을 과장하게 생각하고 그러다보니 탁월한 타인을 수용하지 못하고 질투하거나, 자신이 질투받는다 생각한다. 그러나 그 조차도 대부분은 제대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 짜증나는 원도는 자신의 아픔과 고통에만 집중한다. 그럴만한 이유도 사실 있었다. 원도가 왜이리 엇나갔는지 이해도 될 만한 이유. 그러나 폭우가 쏟아진다고, 모두가 비를 맞는다고 해서 모든 걸 망가뜨리진 않는다. 어느 누구는 그런 폭우 뒤에도 꽃을 피우거나, 다른 비 맞는 이에게 우산을 씌우기도 한다. 우울하고 공격적이었던 사회초년생 시절, 내게 팀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다. 그러니 원도 역시 그 시절 우울하고 공격적이던 나처럼 모든 상황이 그래도 되는 것은 아니다
🍓 그럼에도 나는 원도를 손가락질만 할 수 없다. 극적으로 나가긴 했지만 저런 원도의 모습이 어느 시절이나 지금 나의 일부 모습에도 보일뿐더러, 내 사랑하는 누군가들에게도 있다. 명분을 만들어내며 내 마음대로 모든 것을 해석하고, 그런 해석이 축적된 삶은 돌이킬 수 없어진다. 원도가 아팠겠구나, 고통스러웠겠구나 싶어진다. 그렇다고 그게 맞는 삶이라는 꼬투리를 줄 수도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이 책을 읽은 걸 후회하다가, 또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 다시는 이 작가 책을 읽지 말아야지 하고 같잖은 다짐을 하다가 오히려 작가의 다른 작품을 만나고 싶어진다.
🍓 원도의 질문이 아니던, 왜 사는가.
왜 죽지 않았는가. 원도는 왜 죽지 않았을까.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여관주인이 고마웠다.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 살아있으므로 특별하다. 사는 데까지는 나는, 우리는 충분한 삶을 살아야 할 자격도 책임도 있다.
🍓 더 남은 문장들
🌱 원도의 머릿속에는 버튼 하나로 원도를 박살내버릴 시소가 있다. 죽어야겠다는 생각과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이 같은 무게로 시소의 양 끝에 앉아 있고,
원도는 어느 쪽으로 몸을 기울일지 선택하지 못한 채 그 중간에 위태롭게 서 있다.
42
🌱 뭐가 여백이고 뭐가 결핍인지, 원근감이 생겨버렸다. 빈틈없이 가득 차 충분한 줄 알았는데 텅 비었다.
무섭다.
외로움도 고독도 쓸쓸함도 슬픔도 아니다. 두려움도 아니지만 그것에 가장 가깝다.
원도가 운다.
목놓아 운다.
85
🌱 원도는 용서하지 않고 이해하지 않으려고, 장민석과 정반대되는 말과 행동을 하려고 애썼지만, 어려웠다. 용서하고 이해하는 것보다, 용서하지 않고 이해하지 않는 게 더 어려웠다. 장민석과 정반대의 사람이 되는 것 역시 장민석과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만큼 까다로웠다.
103
🌱 엄마, 나도 알아요. 다 알면서 하는 거예요. 뜨거운 줄 알면서도 만지고, 위험한 줄 알면서도올라가고, 다칠 줄 알면서도 잡는 거예요. 몰라서가 아니에요. 호기심은 아예 모르는 것에 대한 마음이 아니에요.
153
🌱 불행하다고 말하기에는뭔가 부족했다. 그렇다고 행복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모두가 인정할 만큼 불행하지 않아서 불행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 그런데도 거추장스러운 불행이 미세하게 느껴져 끊임없이 불안하다는 것이 불행이라면 불행이었다.
159
🌱 당신에게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안다는 것은 문을 여는 행위와 같다. 문을 열어야 내부가 보인다. 혹은 길이 보인다. 문조차열 수 없을 때, 잠긴 문고리만 악에 받쳐 비틀어야 할 때, 잠긴 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을 때 사람들은 문을부수거나 문을 떠난다.것이다.
여기, 문 앞에 원도가 있다.
199
🌱 나는 지금 소통의 불가능을 믿는다. 타인의 몰이해를 믿는다. 그 믿음이 나의 입구며 출구다.
243 (초판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