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밥상
공지영 (지은이) 한겨레출판 2016-10-27, 에세이, 328쪽

#독서모임 #냥냥독서모임 #경기인천독서모임
#밀린독서리록기록중

🍂 9월 시흥에서 진행한 독서모임 도서. 예상치 않게 많은 말이 오간 도서이고, 그 시작은 나 였으며 (나의 얕은 지식의 설파에 깊은 반성중), 그럼에도 이 또한 독서모임의 묘미가 아닌가 하는 긍정&명랑의 결론을 내려본 책. 작가님의 유명세와 호불호만큼 이번 도서도 그랬다. 하지만 모든 것은 결국 아름답고 자유로운 토론 문화의 하나라고 생각해 본다는.

🍂 지리산학교 이후 다시 지리산에 모인 박남준 시인의 요리와 지인들이 가지는 소박하고 자연친화적인 식단과 사진,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나오는 요리들은 화려하기 보다는 정갈하고, 슥삭 만들기보다는 정성이 있을 것 같다. 사진에 나오는 풍경과 음식에서는 도시적이고 바쁘거나 효율 대신 시골의 한가하고 느리며 여유낙낙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너무 나이들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인생의 지혜가 느껴지는 60대 초반 전후의 친구들이 있다.

🍂 열띤 토론이 있을 게 없을 시간이었는데, 나의 무신경한 말에 다들 냥냥냥이 시작. 저 정성과 여유, 분위기도 있는 집 사람들, 엘리트 적인 기반에서나 가능할 것 같다는 내 소감이 시작이었다. 이후 삼시세끼 같이 세팅된 기반이라는 의견이 작가의 작법 등등. 9월에도 열띤 토론이었으나, 이번엔 너무 주제를 벗어났고, 나는 깊은 반성을🥲 그래도 독서모임은 이래서 더 즐겁다.

🍂 더 남았던 구절들

🌱그러면 ‘아, 세상이 그리 녹록지 않구나. 우리 세대는 힘들 것 같으니 다음 세대에 기대를 해보자‘ 하고 호박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지.
사람하고 똑같아.˝
23

🌱 흰 눈은 오시고 임은 아니 오시고
고양이는 잠들러 간밤에
두그릇 뚝딱 굴밥
109

🌱 한번은 송이버섯이 한 상자가 도착해 왔기에 전화를 해서 대뜸 ˝벼룩의 간을 빼먹지, 내가 이걸 어떻게 받아?˝
하니까 최도사 형이 천천히 말했다.
˝나...... 벼룩 아니야. 그리고 나 네가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어.˝
1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주일 내내 그는 위험한 미치광이를 시중드는 사람이느꼈음 직한 감정, 즉 미치광이를 두려워하는 동시에 그와 함께 있는 동안 자신의 정신마저 걱정해야 하는 그런 느낌을 계속 맛보았다. 브론스키는 경멸을 받지 않으려면 엄격하고 공적인 경의를 단 한순간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늘 느끼고 있었다.
- P254

그러나 브론스키가 이 왕자를 유난히 불쾌하게 느낀 주된 이유는 왕자에게서 무심결에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가 이 거울에서 본 것은 그의 자존심을 치켜세워 줄 만한 것이 못 되었다. 
- P254

그는 자신이 꺾어 시들어 버린 꽃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자신으로 하여금그 꽃을 꺾어 망치게 만들도록 유혹한 그 아름다움을 애써 찾아보려는 남자처럼 그렇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 P263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가 가족에게 돌아가지 않을 작정으로 집을 나온 후부터, 그리고 변호사를 만나 적어도 한 사람에게 자신의 의도를 입 밖으로 말한 후부터, 특히 이 삶의 문제를 서류상의 문제로 전환시킨 후부터, 그는 점차 자신의 의도에 익숙해졌고 이제는 그 실행 가능성을 분명히 보게 되었다.
- P301

여느 사람과 달리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대단히 추상적이고 진지한 논쟁의 종결을 위해 아테네의 소금을 뿌려  상대방의 기분을 바꿀 줄 아는 사람이었다. 
- P313

 "파멸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구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녀의 천성이 너무나 부패하고 타락하여 파멸 자체를 구원으로 여기고 있다면, 더 이상 무엇을 할 수있겠습니까?"
- P336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을 실망시켜서 죄송합니다.
저마다 나름의 충분한 슬픔이 있는 법이죠!" 그리고 자제심을 되찾은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침착하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
- P3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두와 다른 대신 모두가 다른편이 나았다. 이해받거나 이해시킬 필요가 없으니까.
- P9

실패했을 때 기회가 주어지는 사람이 있고, 기회를 직접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 있었다. 은선과 그들은 후자였다. 얼기설기 만들어 조악하기 그지없는 기회의 발판을 밟고 올라가야 했다. 발판이든 발판에 선 사람이든 무너지면 함께 무너져내릴 뿐, 그들을 받아줄 안전망은 없었다.
- P24

함께 보낸 세월만큼 그들은 서로가 어떤 말에상처를 입는지 잘 알고 있었다. 
- P33

스마트폰 지도에서 그녀는 광막한 면 한가운데 떨어진 점에 불과했다.

- P35

영리하진 않습니다. 그냥 인정한 것뿐이죠. 길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 P36

또 다투게 되더라도 해야만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불안하고 두려운 순간 앞에서 무작정 도망치지않기 위해서, 설령 새로운 시작이나 끝을 맞이하게 될지라도열었다.
- P41

거리는 텅 비고 가게는 문을 닫았으며 사람들은 집에 고립된 채 천천히 썩어갔다. 한수가 사는 동네와는 상관없는 비극이었다.

- P46

몇몇 치료사들은 이제 다 끝났다는 거짓말로 그들을 달랬다. 그런 거짓말은 효과가 없었다. 아픈 사람은 아프지 않은 사람보다 더 빨리 거짓을 꿰뚫어볼 줄 알았다. 그리고 더 깊은 상처를 입었다.
- P52

과거는 독이었다. 간절히 바라도 돌아갈 수 없으니까.  - P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을 세는 단위로 김 100장을 한 톳이라고 한다.
김 한장은 얇고 그 무게도 가볍지만,
김 한 톳에 담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 P5

 예상과는 다르게, 상하지도 숙성되지도 않은 모습. 유통기한이 지나도, 나는 나였다. 다소 색 번지고 빛 바랬지만, 나는 나였다.
- P15

길고양이처럼 불쑥 찾아온 허무, 삼색 고양이처럼 다채롭게 다가온 허망. 그 공허를 헤아리다 생채기가 난 나날들.
- P18

누군가의 불안에는 난장미(美)가 있다. 불규칙 속에 규칙이 있듯, 난장판 속에도 나름의 질서가 존재한다. 
- P28

툭 던진 한 마디가 여러 행의 시보다 묵직하다. 찰나의 순간으로 일생을 버티는 사람이 있다. 
- P30

오늘 나를 가라앉게하는 건, 시집 속에 수록된 수십 편의 시가 아닌 겨우 두 줄적힌 ‘시인의 말‘이다. 나는 고작 그 두 줄 적어내지 못해 이렇게 길고 긴 글을 쓴다.
- P30

매 순간 서두르는 사람은 매 순간 서투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득, 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빠르게 생각이 스치는 순간, 나는 느려지기 때문이다.
- P46

구체적인 고민을 하고 비 구체적인 행동을 한다. 생각은 행동으로 희석된다고 하는데, 내 생각은 점점 짙어지는 것만 같다. 
- P52

바늘구멍에 자신을 욱여넣는 내게 주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경고. 우리는 아픔이 찾아와야지만 잠시 멈춰서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아픔이 찾아와야지만 잠시 숨을돌리는 세상 속에 살고 있다.
- P63

무거워서 가라앉는 대신, 가벼워서 차분해지고 싶다.
- P65

어떤 삶은 살아갈수록 내게 딱 들어맞는다. 어떤 삶은 살아낼수록 자기 목을 조이기도 한다. 우린 살아가고 있는 걸까, 살아내고 있는 걸까.
- P69

너를 향한 무한한 연민과 나를 향한 무한한 연민의 값이 같았다면 어땠을까. 
- P104

이젠 좋은 공을 주고받고 싶다. 적당한 위치에,
적당한 세기로, 상대가 받기 좋게끔 패스하고 싶다.
- P105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건 누군가의 감정을 헤아려보겠다는 뜻이고, 해아려보겠다는 건 단순히 눈으로 읽는 행위보다 몇 배고 몇십배고 감정을 소모하겠다는 의지입니다. 
- P1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극도의 불행 속에 내던져진 사람에게 무언가를 질문한다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웠고 그 불행의 깊이를 탐색하는 과정도 탐탁지 않았다. 
- P14

민영의 말에 수긍하면서도 승준은 지유가 성장해가는 동안 겪게 될 상처와 결핍의 시간들이 훨씬 더 신경 쓰였고, 그 상처와 결핍앞에서 자신이 무력한 아버지가 될까봐 무섭기도 했다. 
- P16

그녀가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사는지도 모른 채 지나온 칠 년의 세월이 곧 무심함의 환산치였다는 걸 천천히 곱씹으며...
- P47

무엇보다 언제라도 치명적으로 다치거나 죽을 수 있다는 원초적인 공포를 이겨내려 애썼던 그 모든 지난 시간들이 결국 타인의 고통 위에 세워진 모래성 같은 자기만족에 불과할 수 있다는 허무를 알게 해준 피사체가 그녀에게는 살마였던 셈이다. 
- P56

닮지 않아야, 그러니까 피사체와의 거리가 유지되어야 거리낌없이 촬영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거리는 결국 냉정함의 거리라고 여기지 않을 도리가 없었고, 그런 생각은 셔터를 누른 이후 피사체가 살아갈 실제 삶에는 무심했다는 자각,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사진을 위해 한사람의 고통을 이용해온 건지도 모른다는 자각으로 이어졌다.
- P60

나는 그에게 살마의 엄마 역할은 사양한다고, 남들보다 이르게 엄마의 부재를 겪은 사람들끼리는 끈끈하게 결속할 때가 있다고 웃으며 대답했을 뿐, 더이상의 말은 덧붙이지 않았어. 내가 살마에게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제대로 설명할 자신이 없었으니까.
- P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