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더 많이 지났을 때에야,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은 ‘봉인‘된 비밀들을 몸속에 무덤처럼 지니고 다닌다는 걸 알게 되었다. 때로 내가 잊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나를 지우는 과정을거치면서, 작별이 찾아오기 전에 먼저 그 기억을 놓아주기도 한다는 것을,
죽는다는 것은 더는 비밀을 봉인할 무덤이 남지 않는 때가온다는 말 아닐까. 그 말은 그만큼 많은 기억의 무덤들이 우리몸에 들어차 있다는 뜻도 되지만 어떤 것도 봉인할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이 온다는 뜻도 된다. 그때는 죽음이 우리를 찾아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죽음을 향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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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이상하게도 항상, 마음 한구석에 강렬한 흔적을 남긴다.
건너편에 앉은 사람이 호명하는 목소리에 나는 이 세계로 귀환한다. 테이블 위의 커피에서는 김이피어오르고 있다. 찰나이지만 영원인 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지금과 같은 것을 느낀 순간이 있었다고도 생각한다. 폴 비릴리오는 이런 순간을 두고 ‘피크노렙시 pyknolepsy, 기억부재증‘라고 일컫는다.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도 수백 번의 부재가 일어난다. 하지만 겉으로보기에 우리는 아무런 단절 없이 살아가는 것 같다.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혹은 어떻게든 잘 설명해내기 위해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지우거나 봉합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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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같은 방에 앉아 자신이 기억하는 서로 다른 시간의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의 대화는 결코 서로에게 가닿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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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외로움 때문에 누군가를 곁으로 끌어들이기보다 그저 고독 안에서 머무르기‘를 선택한다. 이는 대상을 바라보기위해서는 자신에게조차 지켜야 할 거리가 있음을 아는 자의 태도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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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에게 안부를 묻는다.
그것의 자기 지향성과 그것의 고독함과 그것의 간절함과 그자체의 인간성과 아름다움을 오해하면서, 그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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