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짝반짝 샛별야학
최하나 (지은이) 나무옆의자 2024-03-05, 248쪽, 한국소설

#반짝반짝샛별야학 #최하나작가

🍉 내가 20대 중반 시절 돌아가신 할머니는 글을 모르셨다. 그게 부끄러우셨던 할머니는 교회서 예배드릴 때 옆에 앉아 찬송가와 성경책을 찾아달라 하셨다. 다른 사람들에게 글을 모르는 걸 들키기 싫어하셨다. 그 때 그런 할머니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지만, 글을 알려드려야 겠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다.

🍉 부모님 세대는 많이 이전 보다 배우셨지만 그럼에도 많이 부족해 아쉬움이 다들 크시겠지. 그 세대의 여자 어른들처럼 엄마 역시 가난때문에 공부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엄마는 어디서 배웠는지 미숙하지만 한글과 엑셀을 하신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엄마에게 고등학교 검정고시 수업을 내가 해드릴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실행은 커녕 엄마에게 의향ㅈ을 묻지도 못했다.)

🍉 그러던 때 이 책을 읽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할머니들을 꽤나 좋아하고 귀여워(?)한다. 그리고 칼라풀한 일러스트 좋아한다. 그러니 이 표지가 얼마나 끌렸을까. 그런데 읽다보니 할머니들이 주요인물로 나오는 이 귀여운 우당탕에 내 할머니들, 엄마들이 오버랩되어 응원을 하고 있다. 책을 읽기 보다 생활을 읽는다.

🍉 소설은 동화처럼 흘러가지만, 이 소설이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이미 현실로 이루어 가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할머니 될 때까지 같이 책 읽으며 냥냥거리고 싶은 친구와 내가 비슷한 시기 생일이었다. 할머니, 엄마에 이어 시간이 흘러 내가 이런 귀여운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이런 무해한 우정을 가진 귀여운 할머니들의 배우는 모임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러고 싶어 이 책을 선물로 준비했는데, 지금 두 달이 다 되어가도록 주질 못했다... 쩝

🍉 책의 앞 부분의 구절을 다시 읽어보며 돌아가신 할머니들, 어느 순간 할머니가 된 엄마들, 또 나이를 먹는 우리들을 응원한다.
˝샛별야학 신입생 모집!
미뤄왔던 졸업의 꿈을 이루세요. 훌륭한 강사진이 도와드리겠습니다.
남녀노소 대환영!!
그리고 그렇게 행자 할머니는 어느 가을날, 중학생이 되었다.˝
14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난 과거를 모두 뒤져서 지금 필요한 단 하나의 조각을 찾아야만 하는 원도가 생각의 터널에 멈춰 중얼거린다. 장민석이다. 장민석이 말했다. 
- P65

메워지지 않는 구멍을 내버린 것. 상처는, 징그럽게 곪다가도 자연과 약속한 시간을 정직하게 지키면, 새로운 살로 그 구멍을 메운다. 메워진 구멍은 고통을 견딘 대가다.
메워지지 않고 계속 썩어 들어가 더 깊은 구멍을 만들어버리는 것은 그러므로 상처라기보다 통로다. 상처는 몸의 일부지만 통로는 몸을 뚫고 지나가는, 몸의 바깥이다. 
- P66

죽음은 자기 자신처럼, 아무리 생각하고 탐구하고 친해지려 노력해도 절대 알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 그래서 무서웠다.
죽으면 끝이어서가 아니라, 소중하고 아까운 모든 것을 잃어서가 아니라, 홀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기에. 알 수 없는 그것을 철저히 홀로 겪어야 하므로.
- P81

뭐가 여백이고 뭐가 결핍인지, 원근감이 생겨버렸다. 빈틈없이 가득 차 충분한 줄 알았는데 텅 비었다.
무섭다.
외로움도 고독도 쓸쓸함도 슬픔도 아니다. 두려움도 아니지만 그것에 가장 가깝다.
원도가 운다.
목놓아 운다.
- P85

피할 수 없는 악취와 독기 속에서, 원도는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차차 괴물이되어갔다.
- P102

원도는 용서하지 않고 이해하지 않으려고, 장민석과 정반대되는 말과 행동을 하려고 애썼지만, 어려웠다. 용서하고 이해하는 것보다, 용서하지 않고 이해하지 않는 게 더 어려웠다. 장민석과 정반대의 사람이 되는 것 역시 장민석과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만큼 까다로웠다. 
- P1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것이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이라 믿었다. 믿음에 이성은 필요 없었다.
그리고 모든 것은 단숨에 무너졌다.
- P39

원도의 머릿속에는 버튼 하나로 원도를 박살내버릴 시소가 있다. 죽어야겠다는 생각과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이 같은 무게로 시소의 양 끝에 앉아 있고,
원도는 어느 쪽으로 몸을 기울일지 선택하지 못한 채 그 중간에 위태롭게 서 있다. 
- P42

산 아버지는 절대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원도는 한 번도 산 아버지를 이길 수 없었으며, 산 아버지의 말처럼 살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원도에게는 산 아버지의 모든 말이 틀린말이거나 혹은 그 말처럼 살지 못하는 자신이 바로 틀린 존재였다. 
- P56

네 엄마가 가르쳐줬어.
장민석의 말이다.
상대를 죽이고 싶을 만큼 화가 나면 바로 그 앞에서 웃으라고 했어. 웃어야 한다고 했어.
- P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저씨.
주인이 작은 창 너머로 얼굴을 내밀며 원도를 부른다.
여기서 이상한 짓 하면 안 돼. 장사하는 데야, 여기.
- P13

공기를 훔치듯 조심스럽게 숨을 쉬며 원도가 묻는다. 사는 동안, 잊을 만하면 튀어나와 원도를 궁지로 몰아넣던 질문. 때론 가소롭고,
때론 무섭고, 때론 고통스럽던 질문. 글자나 소리로 이루어진 대답이 아닌, 원도 자체를 요구하던 그것.
왜 사는가.
이것은 원도의 질문이 아니다.
왜 죽지 않았는가.
이것이다.
- P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럼 잘 자거라. 아침에 깨우러 갈게."
"할아버진 제 자명종 시계잖아요."
소년이 말했다.
"세월이 흐르면 나이가 자명종 시계가 된단다."
노인이 대답했다.
- P26

바다는 아름답고 다정하기도 하지만 갑자기 돌변하여 잔인해질 수도 있는데. 그런데도 저 새들은 작고 구슬픈 소리로 울면서 날다가 거친 파도의 수면에 주둥이를 처박고 먹이를 찾지. 저 새들이 이 험한 바다에서 살기에는 너무 연약하게 만들어진 게 아니냔 말이야.
- P32

노인은 바다를 생각할 때마다 ‘라 마르(la mar)‘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것은 사람들이 애정을 가지고 바다를 부를때 쓰는 스페인 말이었다. 
- P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