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제 내 의문은 이런 것이오. 어떤 물건이 더 이상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가? 그것이 여전히 똑같은 물건인가, 아니면 뭔가 다른 것이 되었는가? 우산에서 방수천을 찢어 낸다면 그 우산을 여전히 우산이라 할 수 있을까? 그 우산살을 펼쳐서 머리 위에 쓰고 빗속으로 걸어 나간다면 흠뻑 젖을 터인데도? 그래도 이 물건을 우산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체로 사람들은 그걸 우산이라고 부르지요. 기껏해야 그 우산이 망가졌다고나 할 테고. 내가 보기엔 이것이 아주 심각한 오류, 우리가 안고 있는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더 이상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그 우산은 이제 우산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 P121

「아니, 선생님 탓이 아니에요. 누구도 어떤 사람을 24시간내내 지켜볼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 사람 속으로 들어간다면 모를까.」
「바로 그게 문제였습니다. 저는 제가 그 사람 속으로 들어간 줄 알았거든요.」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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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는 자신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후 오랫동안, 몇 년이 지난 후에도, 그 시선은 고통스러운 치욕이 되어 그녀의 심장을 찢어 놓곤 했다. 그녀가 그때 사랑에 가득 찬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는데도, 그는 그 시선에 아무런 화답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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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으로 간단한 트릭을 써서 이름을 요령 있게 살짝 바꿈으로써 그는 더없이 가볍고 자유로운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이 모두 일종의 망상이라는 것도 알고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분명히 어떤 위안이 있었다.  - P82

분명히 그가 쫓아가야 할 사람은 그였다. 형편없이 망가지고 주위와 단절된 그 초라한 인물, 분명히 그 사람이 미치광이 스틸먼이었다. 퀸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가 떨리는 가슴으로 내쉰 다음 다시 들이쉬었다.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그 사람이 아니면 누구도 아니었다. 
- P91

하지만 과거의 사실들은 현재의 사실들과 아무런 관련도 없어 보였다. 퀸은 깊은 환멸을 느꼈다. 그는 언제나 훌륭한 탐정 업무의 관건은 대상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라고 여겨 왔었다. 조사가 더 정밀하면 정밀할수록 결과가 더 성공적일 것이라고. 거기에 함축된 의미는 인간의 행동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며, 무한한 몸짓과 경련과 침묵이라는 겉모습 이면에는 결국 어떤 일관성이나 질서, 또는 동기가 있다는 것이

하지만 과거의 사실들은 현재의 사실들과 아무런 관련도 없어 보였다. 퀸은 깊은 환멸을 느꼈다. 
- P105

실제로 그는 걸음을 옮김으로써 글자들을 만들었지만, 그 글자들은 기록이되지 않았다. 그것은 손가락으로 허공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이미지는 그리는 순간 사라져 버리고,
그렇게 그린 그림에는 어떤 결과나 흔적도 남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그 그림은 분명히 존재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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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을 겪지 않게 해드릴 수도 있었어요. 그녀가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선생님 눈으로 직접 보시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아서요.」「이해합니다.」 퀸이 대답했다.
「아뇨, 저는 이해하신다고 생각 안 해요.」 그녀가 신랄한 어조로 되받았다.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 P43

 눈앞에 있는 사람을 인간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면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고서도 그 사람에 대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것이니까. 
- P70

낙원에서 아담이 맡은 일 가운데 하나는 언어를 만드는, 즉 하나하나의 생물과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일이었다. 그 순진무구한 상태에서 그의 혀는 곧장 세상의 핵심으로 향했다. 그가 하는 말은 눈에 띄는 사물에 부가된 것이었을 뿐 아니라, 그 본질을 드러내고 실제로 사물에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기도 했다. 사물과 그 이름은 서로 교환될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타락 이후에는 더 이상 그렇지가않아서 이름이 사물로부터 분리되고 말았다. 언어는 임의적인 기호의 집합체로 바뀌었고 언어는 신으로부터 단절되었다. 그러므로 낙원의 이야기는 인간의 타락에 관한 기록일뿐 아니라 언어의 타락에 관한 기록이기도 한 것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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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악의가 그를위협하고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그녀에 대한 자신의 연민이그녀를 자극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그에게서 본것은 사랑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동정이었다.  - P37

레빈은 청춘을 함께 보낸 친구였다. 성격이나 취향은 서로 달랐지만, 그들은 청년기에 만난 친구들이 서로 사랑하듯 그렇게 서로를 사랑했다. 그렇지만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종종 그러하듯, 그들은 이성적으로는 상대방의 활동을 인정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그것을 경멸했다. 
- P48

"스테판 아르카지치, 당신 같은 분이 어째서 불평을 하십니까?"
"추악하고 비루해." 스테판 아르카지치가 무거운 한숨을 쉬며 말했다.
- P55

레빈은 키티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의 변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하면서 때로는 희망이 있다고 확신하기도 하고, 때로는 절망에 빠진채 자신의 희망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를 뚜렷이 깨닫기도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그녀의 미소와 "다음에 봐요."라는 말을 대하고 난 후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 있음을 느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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