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도 안 돼서 그는 이 결혼이 실패작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1년도 안 돼서 결혼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렸다. 그는 침묵을 배웠으며, 자신의 사랑을 고집하지 않았다.  - P105

그가 운 것이 자신 때문인지, 슬론과 함께 보낸 젊은 시절이 함께 땅속에 묻히고 있기 때문인지, 그가 사랑했던 저 마르고 가엾은 사람 때문인지는 스토너 자신도 알 수 없었다.
- P125

시내에 거의 다다랐을 때 고든이 이디스의 안부를 물었다. 윌리엄은 적당히 대답하고 나서 캐롤라인의 안부를 물었다. 고든이 이 질문에 대답한 뒤 한참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 P126

"맞아." 윌리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고든 핀치에게 커다란 호감을 느꼈다. 그는 차에서 내려 고든의 차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지나온 과거의 또 다른 한 부분이 거의 알아보기 힘들 만큼 천천히 그에게서 멀어져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음을 절감했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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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의 루돌프
김성라 (지은이) 사계절 2023-07-10

#그림책
#제주바다를그린책
#여름의루돌프
#멜때가반짝반짝 #숨비소리호이호이

🍊 여름에 관한 책을 도서관에서 검색하다가 북페어에서 이름을 들어봤던 책을 보았다. 그림책은 읽어 본적이 거의 없는데, 몇 해전 읽은 고양이가 나왔던 강풀 작가 <안녕, 친구야>와 사노 요코 작가의 작품 <100만 번 산 고양이>가 그 어떤 두꺼운 책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았던 기억이 있다. (얼마 전 읽은 하루키의 그림책은 좀 묘하다..생각을 좀) 이 책은 이야기를 담았다기 보다는 여름을, 제주바다를, 할머니들에 대한 감성을 담았다고 해야겠다.

🍊 할머니들이 귀엽다. 아주 많이.
특히 잇차 하고 일어나고, 오토바이 타고 물길질 하러 가는 장면들. 다른 할머니들과 믹스커피 타 마시는 장면도. 다같이 걷기운동하는 것도. 하정 작가의 책 제목처럼 귀여운할머니가 되고 싶다.

🍊 ‘그래도 망사리는 몸을 움직인 만큼 차오른다‘ 할머니가 바닷속서 성게나 소라 같은 걸 캐면서 하는 혼잣말(생각)인데 이상하게도 위안이 되는 말이다. 태그의 뜻은 이렇다. [멸치 떼가 반짝반짝, 숨비소리 (해녀들이 바닷물 밖으로 나와 참은 숨을 뱉을 때 나는 소리) 호이호이] 호이호이 귀엽다

🍊 잘 그리지 않았는데 잘 그렸다
색이 진하지 않아서 좋았다. 쨍쨍하지 않고 은은해서. 바닷속도 진한게 아니라 여린 하늘 빛, 초록빛, 물빛이 좋았다. 책 전체적으로 청량한 여름이 있었다.
그리고 거의 끝에 나오는 문구처럼 ‘바래지 않는 상냥함‘도. 이 모든 게 그림과 색에 녹아 있었다.

🍊 왜 제목이 <여름의 루돌프>일까 했더니, ‘여름의 배웅은 여름의 루돌프
할머니들이 버스정류장서 나를 배웅하는데 코 끝이 모두들 빨개졌다.‘에서 알 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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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교차로 한복판에서 마치 누군가로부터 마지막 명령을 기다리기라도 하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그 어느 곳으로부터도 응답은 들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가 딛고 있는 돌처럼 말없이 죽어 있었다. 그에게만은 모든 것이 죽어 있었다......
- P254

세입자들은 이상하고 은밀한 만족감을 느끼면서 한두 명씩 문 쪽으로 물러났다. 이 만족감은, 친한사람에게 불행이 닥쳤다고 할지라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마저도 으레 마음속에 품게 되는 감정이며, 아무리 진실한 슬픔과 동정심을 갖는다고 할지라도, 누구나 예외 없이 느끼게 되는 그런 감정었다.
- P261

저 사람은 돈벌이는커녕, 가난을 부채질했지요. 
저 사람은 주정뱅이였고, 있는 걸로 다 마셔 버렸단 말이에요. 우리 돈을 다 훔쳐서는술집으로 가져갔어요. 이 애들의 인생과 내 인생을 술집에서 다 탕진해 버렸다고요! 그가 지금 죽는 게 다행일 지경이에요! 손실이 적어질 테니까!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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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리 대학 영문과의 옛 동료들과 내 친구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그들은 이 책이 픽션임을, 여기에 묘사된 인물들 중 어느 누구도이미 죽은 사람이든 살아 있는 사람이든 실존인물을 모델로 하지않았으며 소설 속 사건들 또한 우리가 미주리 대학에서 겪은 현실속 사건들에 전혀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 P5

그때의 시간은 익숙하게 흐르지 않고 발작처럼 뚝뚝 끊겨 있었다. 순간과 순간이 나란히 놓인 것 같으면서도 서로 소외되어 있어서, 그는 자신이 시간과 동떨어진 곳에서 고르지 못한 속도로 돌아가는 커다란 디오라마(배경 위에 모형을 설치하여 만들어낸 장면-옮긴이)를 보듯이 시간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 P22

"내가 입대하는 건 군대에 가고 안 가는 것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야. 세상을 한바퀴 휙 돌아보고 이 폐쇄된 공간으로 돌아오는 것이 재미있을 것같기도 하고. 여기서는 서서히 사멸해 가는 운명이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 P49

고든은 자신에게 허락된 미덕의 힘을 처음으로 느끼고 있는 거야. 그러니 당연히 온 세상 사람들을 거기 끌어들이고 싶어 하지. 그래야 자신의 믿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으니까. 
- P50

하지만 전쟁의 결과가 무엇인지는 알 수 있네. 전쟁은 단순히 수만 명, 수십 만 명의 청년들만 죽이는 게 아냐.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 마음속에서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뭔가가 죽어버린다네. 사람이 전쟁을 많이 겪고 나면 남는 건 짐승 같은 성질뿐이야.  - P51

그가 느리게 말했다.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는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잊으면 안 되네. 인류가 겪은 전쟁과 패배와 승리 중에는 군대와 상관없는 것도 있어.
그런 것들은 기록으로도 남아 있지 않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할 때 이 점을 명심하게."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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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은이), 임홍빈 (옮긴이) 문학사상 2009-01-05, 280쪽, 일본에세이

#인천독서모임 #그러나나는경기도민
#절반은경기도민

🍊 인천독서모임 6월책.
책을 추천한 독서모임 멤버는 원래는 하루키 작품을 안좋아했다고 한다. 오래 전에 소설을 읽다가 너무 안맞는다고 생각해 쭈욱 안 읽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독서모임서 지난 번 <고양이를 버리다> 이후 하루키 에세이가 좋았졌다고 한다. 그러던중 5월 마라톤도 참가해서 그 열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그 친구의 추천이유가 나 역시 비슷하게 느꼈던 내용이었다.

🍊 달리기에 관한 이야기인데 꼭 달리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소설에 대한 이야기이며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렇게보면 결국 달리기는 소설(나의 진심과 열정을 담는 일)과 인생(성공, 실패 등 총체적인 삶)과 같은 게 되고만다.

🍊 독서모임에서 한 친구는 이 에세이를 읽으며 과거를 돌이켜보았다 했고, 추천을 했던 다른 한 친구는 미래를 지향하게 되었다고 했다. 과거를 돌이켜보는 것과 미래를 지향하는 건 다른 방향이지만 결국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똑같다. 책을 읽으며 나를 돌아본다.

🍊 더더 남은 구절들

🌱 건전한 자신감과 불건전한 교만을 가르는 벽은 아주 얇다. 
87

🌱그렇지, 어떤 종류의 프로세스는 아무리 애를 써도 변경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프로세스와 어느 모로나 공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집요한 반복에 의해 자신을 변형시키고(혹은 일그러뜨려서), 그 프로세스를 자신의 인격의 일부로서 수용할 수밖에 없다.
아, 힘들다.
107

 🌱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글 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128

🌱 그에 비하면 나는, 내 자랑을 하는 건 아니지만, 지는 일에 길들여져 있다. 세상에는 내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산만큼있고, 아무리 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산더미처럼 있다.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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