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보에 찬동하기 위한 이성도그 어떤 역사 철학도 믿지 않지만, 적어도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인식하면서 부단히 발전해 왔다고 믿는다. 우리는 우리의 조건을 극복하지 못했지만, 그것을 보다 더 잘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는 모순을 안고 있지만 모순을 거부해야 하고, 그것을 줄이기 위해 응당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간의 임무란 자유로운 영혼들의 끝없는 불안을 가라앉힐 몇 가지 처방을 찾는 것이다. 
- P118

결박당한 영웅은 신들이 내린 천둥과 번개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지킨다. 그렇게 그는 그가 묶여있는 바위보다 단단하고, 그의 간을 쪼아먹는 독수리보다 인내심이 강하다. 우리에겐 이 오랜 끈질김이 신들에게 맞선 반항보다 더 의미 깊다. 어느 것에서도 벗어나지 않고 어느 것도 물리치지 않으려는 저 경탄스러운 의지가 인간의 고통스러운 마음과 세계의 봄을 늘 화해시켰고, 앞으로도 화해시킬 것이다.
- P128

아니다, 당신의 심장이 미지근하다면, 당신의 영혼이 초라한 짐승에 불과하다면 결단코, 가지 말기를! 다만 긍정과 부정, 정오와 자정,
반항과 사랑 사이에서 찢기는 고통을 아는 이들을 위해서라면, 바닷가의 모닥불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라면, 그곳엔 그들을 기다리는 불꽃이 있으니.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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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포의 모든 것

인체의 초정밀 메커니즘
아이뉴턴 편집부 (엮은이) 아이뉴턴(뉴턴코리아) 2010-03-09, 144쪽, 생명과학

🧬세포 하나 하나가 너무 정교하다. 미토콘드리아가 영양소와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꺼내는 과정도 전자 에네지, 수소 이온의 농도 차이로 인한 이동, 단백질의 회전운동 등 수 많은 정교한 과정이 필요하다. 이 정도면 책 날개에 나온 것처럼 우연히 만들어질 수 있는 건지, 설계도가 있었던 건 아닌지 생명과학자들은 계속 감탄했을 듯.

🧬전자현미경으로 보는 세포의 모습이 신기하다. 이 책의 내용이 다 이해되지도 추후 이해된 걸 온전히 기억하는 것도 불가하겠지만, 전자현미경으로 표현한 세포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은 오래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이해가 안된 많은 부분들이 있지만 그래도 비쥬얼로 전혀 알 수 없던 영역들이 친근하게 다가오고 이해를 도왔다.

🧬아쉬운 건 집필과 협력의 전부가 일본 의과대학과 연구소 학자들에 의한 것이었다. 의아해서 찾아보니 일본의 뉴턴프레스를 판권계약하여 만든 게 뉴턴코리아였다.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으로는 이런 수준 높은 과학잡지 만드는 게 쉽지 않겠다 싶었다. 찾는 김에 어릴 때 매료되었던 과학동아를 찾아보니 순수 우리나라 출판물이고, 아직도 출간되고 있었다! 난이도도 더 쉽다고 해서 도서관서 한 번 찾아보기로.

🧬세포의 생명 활동으로 나는 살아있다. 살아있음은 과연 무엇일까? 세포의 모든ㅈ것을 보면 결국 삶은 조금씩 죽어가는 과정이다. 삶과 죽음이 다르거나 분리된 면이 아닌 얽히고 섥힌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그러므로 살아있음이란 세포의 유지, 증식과 죽음 같이 상당히 복잡하고 거대한 시스템을 가진다. 생명이라는 건, 살아있다는 건 특별한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감탄해본다.

🧬 남겨보는 기록들

🌱성체에서도 DNA가 상처를 입고 회복될 가망이 없을 때 아포토시스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DNA는 자외선이나 체내의 활성 산소 등에 의해 평상시부터 그 염기 배열에 이상이나 절단이 일어난다. 계산에 따르면, 사람의 경우 하나의 세포에서 1초당 6곳 정도의 DNA가 상처를 입고 있다고 한다. 세포에는 DNA의 상처를 회복하는 기능이 갖추어져 있는데, 이 회복이 때맞추어 일어나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회복이 때맞추어 일어나지 않는 경우, 상처가 남아 있는 부분의 유전자는 정상 단백질을 만들 수 없게 된다.
정상적인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병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또 이와 같은 상처를 가진 채 세포가 분열을 반복하면 비정상 세포가 자꾸 늘어난다. 그리고 상처를 입은 유전자의 조합에 의해, 최악의 경우 암세포가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사태를 피하기 위한 대비책으로 아포토시스를 일으켜, 세포가 통째로 소실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34p (네크로시스와 아포토시스)

🌱세포는 세포 분열에 의해 증식하거나, 어떤 특정 작용을 하기위해 분화할 뿐만 아니라, 노화해 기능이 다했을 때나 이상을 일으켰을 때 스스로 죽는 아포토시스 기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죽음에 의해 생명을 유지한다는 역설적인 진리가 담겨 있다.
1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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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에서도 DNA가 상처를 입고 회복될 가망이 없을 때 아포토시스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DNA는 자외선이나 체내의 활성 산소 등에 의해 평상시부터 그 염기 배열에 이상이나 절단이 일어난다. 계산에 따르면, 사람의 경우 하나의 세포에서 1초당 6곳 정도의 DNA가 상처를 입고 있다고 한다. 세포에는 DNA의 상처를 회복하는 기능이 갖추어져 있는데, 이 회복이 때맞추어 일어나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회복이 때맞추어 일어나지 않는 경우, 상처가 남아 있는 부분의 유전자는 정상 단백질을 만들 수 없게 된다.
정상적인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병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또 이와 같은 상처를 가진 채 세포가 분열을 반복하면 비정상 세포가 자꾸 늘어난다. 그리고 상처를 입은 유전자의 조합에 의해, 최악의 경우 암세포가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사태를 피하기 위한 대비책으로 아포토시스를 일으켜, 세포가 통째로 소실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 P34

초기의 진핵생물은 ‘포식자‘였다고 생각됩니다. 예컨대미토콘드리아는 애초에 다른 진핵생물이며, 진핵생물의 조상이 이것을 삼킴으로써 세포 안에서 ‘공생‘이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 흔적으로 미토콘드리아는 내부에 독자적인 DNA를 가지고 단백질을 만들고 있습니다. 단, 공생을 계속하는 가운데 미토콘드리아는 하나의 생물로서의 기능을 잃고, 현재는 단독으로 살 수 없습니다. 반대로 진핵생물도 미토콘드리아가 효율적으로 만드는 에너지가 없다면 스스로의 생명 활동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식물 세포의 엽록소도 미토콘드리아와 마찬가지로 원래는 다른 원핵생물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의 몸을 형성하는 세포는 이와 같은 복잡한 진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 P41

세포는 세포 분열에 의해 증식하거나, 어떤 특정 작용을 하기위해 분화할 뿐만 아니라, 노화해 기능이 다했을 때나 이상을 일으켰을 때 스스로 죽는 아포토시스 기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죽음에 의해 생명을 유지한다는 역설적인 진리가 담겨 있다.
- P104

최근 연구에서 많은 항암제는 암세포에 아포토시스를 유발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항암제는 정상 세포에도 거의 같은 정도로 아포토시스를 일으키는 부작용의 커다란 원인이다.
- P107

암줄기 세포는 암의 근원으로 생각되는 세포인데, 암세포의 덩어리 가운데 1%, 또는 그 이하의 비율로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더욱이 항암제 등의 약품을 토해 내는 능력이 높은 특징을 가졌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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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우리는 언젠가부터 주위 사람들의 진정한 얼굴을 볼 줄 모르게 되었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동시대인들에게 더는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그저 그들에게서 우리의 행동 방침에 유용한 방향성이나 규칙을 찾는 데만 급급할 뿐이다. 우리가 그들의 얼굴에서 선호하는 건 더할 수 없이 닳고 닳은 시(詩)이다. 
- P61

가슴으로 확신하는 진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어스름이 피렌체 들판의 포도밭과 올리브나무들을 조용하고 커다란 슬픔으로 물들이기 시작한 어느 저녁, 나는 그 사실이 자명하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 고장의 슬픔은 아름다움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일 뿐이다. 저녁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기차 안에서 나는 내 안의 무언가가 풀리는 것을 느꼈다. 오늘 슬픔의 얼굴을 하고 있는 이것이 그럼에도 행복이라는 걸 어떻게 부정할 수 있겠는가?
- P64

하지만 행복은 늘 과분한 것이기에 놓치기 쉬운 법이다.  - P64

사랑 때문에 죽는 것만큼 헛된 일은 없다. 기필코 살아야 하리라. 살아있는 로렌조가 장미꽃 나무가 곁에 심어진 채 땅속에 묻힌 로미오보다 낫다. 
- P66

묘비명에 따르면 거의 모두가 죽음을 체념하고 있었는데, 아마 그들이 또 다른 의무를 받아들였기때문이리라.
- P68

인간이 자신의 마음이 순수하다고 느끼는 건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순간이 왔을 때 인간의 의무란 자신을 그토록 특별하게 정화시킨 것을 진실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 P69

절망이 어느 정도 연속되면 그 속에서 기쁨이 피어날 수도 있다. 삶의 온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영혼과 피가 섞여, 모순에도 편안해지고 신앙과 의무에도 무심해진다.
- P70

여기서 우리는 적어도 아무것에도 기대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오직 현재만을 우리에게 ‘덤으로 주어진 유일한 진실로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 P72

모든 진실에는 쓴맛이 섞여있다는것이 사실이라면, 모든 부정에는 긍정의 씨앗이 움트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 P74

이제 이 이야기의 핵심은 어떤 사막에 대한 지도를 그려보려는 시도임이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이 오묘한 사막은 절대 갈증을 속이지 않고 그곳에서 살아갈 능력이 있는 이들에게만 감지된다. 그때서야, 오직 그때서야 비로소 이 사막엔 행복의 청량한 물이 넘쳐나게 될 것이다.
- P76

세계를 이해하려면 때로는 다른 데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인간에게 더욱 헌신하려면 그들과 잠시 거리를 두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힘을얻는 데 필요한 고독은 정신을 집중하고 용기를 가늠하기 위한 긴호흡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 P85

데카르트는 암스테르담에서 문우인 장루이 귀에 드 발작에게 편지를 썼다. "나는 대규모 군중의 혼잡 속에서, 그대가 그대의 오솔길에서 누리는 만큼의 자유와 여유를 만끽하며 매일 산책을 합니다."
- P93

두 도시의 경쟁심은 아무 이유가 없는 만큼 더 거세다. 서로 사랑할 이유밖에 없기에, 그에 비례하여 서로를 증오하는 것이다. - P96

세계는 아름답고, 세계를 떠나서는 구원이란 없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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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미와 나이가 주는 무게, 삶의 가치 3종세트를 절대 무겁지 않게, 심지어 밝고 살짝 코믹하게 공감하는 책을 읽었다. 제목을 다시 읽어본다. 이 나이는 몇 살일까? 우리 사회에서는 암묵적으로 이 나이면 무엇을 이루었어야 하고, 이 나이엔 이런거 하면 안되고, 저 나이엔 칭찬받는 게 이 나이엔 철 없다는 시선을 둔다. 만약 ‘아닌데?‘라고 하는 누군가 있다면, 난 ‘ 멋있셔‘하면서 바라볼 뿐. 그리고 ‘이 나이‘ 옆에 ‘기어이‘ 라니. 뭔가 안 될 이유도 많은데 뭔가를 했다는 귀여운 뻔뻔함이 느껴진다.

🎶 평소 ‘취미가 너희를 구원하리라‘를 마음에 품고 사는 나로서는, 취미를 가질 시간도 돈도 없던 부모님세대에 죄송했고, 여유도 관심도 없던 우리 세대는 이해가 되기도 하고, 취미도 스펙으로 여겨져 많은 취미에 스트레스 받는 아이들을 안쓰러워했다. 그리고 꿋꿋하게 내 취미를 이어갔다. 그 올드하다는 책을 읽고, 피아노는 연습은 안해도 사랑했으며, 낑낑거리는 바이올린을 다시 시작한지 일 년 반이 되었다. 그렇지만 나를 구원하는 취미라는 건 돈과 시간이 필요했다. 잠 잘 시간도 모잘라 쓰러지던 내가 무슨 취미며 (결국 한참 시절의 베이스기타는 우리집 고물로), 계획 없던 퇴사 후 백수가 된 내가 취미에 쏟을 돈이라니.

🎶 그럼에도 어떻게 어떻게 취미를 이어가고 있는 내게 이 책은 공감과 위로였다. 그래서 우리는 이 나이에 기어이 하고 있다. 저자 역시 같은 장애물이 있었지만 얼떨결에 취미를 시작한다. 꼭 취미가 아니라도 모든 너무 많은 고민을 하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는 법. 비용이 신경쓰여 첼로케이스는 검은 자루(그리고 ‘시체유기용 바디백‘이라는 용어를 같이 쓰는 작가님. 아이구 어머나)부터 시작. 그리고 시작되는 이야기들. 첼로는 저자를 또 하나의 세계로 가게 해 준다.

🎶 여담. 책 보다 작가님을 먼저 만났다. 아줌마, 사모님, 어머님 호칭에 불끈하는 책내용을 볼 때마다 우아하고 귀여운 작가님께 그럴리 없다고 도리도리질을 하며 읽었다. 라디오작가와 출판번역을 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난 얼마나 부러워하며 봤던가. 난 애도 없는데 자꾸 어머님이란 소리를 많이 듣는다. 우리 호칭 좀 바꿔요. 아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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