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는 육체적 쾌락보다는 정신적 쾌락에 더 관심이 많았고, 어떻게 보면 쾌락을 추구하는 것 자체보다 고통을 피하는 데 더 관심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생각하기에 인간의 이상적 삶은 육체적 욕구의 충족보다는 모든 정신적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상태에 이르기 위해 매진하는것이었다. 에피쿠로스는 이를 아타락시아 ataraxia 라고 불렀는데, 직역하면 ‘근심 없음‘이지만 ‘평정‘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 P10

에피쿠로스는 차분한 평정심에 이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평정에 이를 수 있을까? 욕망의 좌절과 미래에 대한 염려라는 두 가지 위험을 극복함으로써 평정에 이를 수 있다. 
- P23

우리의 공포와 불안은 흔히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데 기인하기 때문이다. 잘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못 이해하거나 실존하지 않는 위협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에피쿠로스는 공포와 불안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세계의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 P24

쾌락을 추구한다는 것은 사실상 고통이 없는 상태, 추위와 배고픔과 아픔 등 우리가 피하고 싶어하는 조건에서 벗어난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에피쿠로스적 쾌락이란 탐식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그리 많은 것 없이도 도달할 수 있는 만족스러운 상태를 목표로 하는 소박한 생활일 뿐이다.
- P37

(쾌락은) 오히려 맑은 정신으로 심사숙고한 결과라네.
모든 선택과 거부 행위의 동기를 분석하고, 정신적 동요의 주된 원인인 신과 죽음에 관한 거짓 관념을 버리는것이지.
- P43

앞에서 이미 살펴본 것처럼, 잘살기 위해 외적 요소는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성찰적 · 철학적 사고는 타협 불가능한 기본 조건이다. 에피쿠로스는 그런 사고야말로 크고 강력한 변화의 가능성을 지닌다고 확신했다.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낸 편지의 말미에서 그는 철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 P44

이 문제에 대한 에피쿠로스의 접근은 기본으로 돌아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 육체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은 무엇인가? 음식, 물,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보금자리. 이것이 전부다.
- P49

에피쿠로스는 이렇게 적었다. 
"행복한 삶의 한도를 깨달은 사람은 결핍에 따른 고통을 떨쳐내고 대체로 완전한 삶을 꾸려가는 일이 어렵지 않음을,
따라서 굳이 모험을 감행하거나 성공하려고 몸부림칠 필요가 없음을 안다."
어찌 보면 에피쿠로스는 쾌락의 추구에 한도를 두었듯 우리의 욕망에도 한도를 두려 했다고 할 수 있다.
  - P52

우정이란 서로 배려와 도움을 주고받되 단지 호의의 교환에 그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관계인 것이다. 친구사이에는 물질적 원조 외에도 소위 도의적 원조가 이루어지는데, 이는 보통 연민과 인내라는 형태를 띤다.
- P65

신을 두려워 마라.
죽음을 염려하지 마라.
좋은 것은 구하기 어렵지 않으며,
끔찍한 일은 견디기 어렵지 않다.
- P77

"신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에피쿠로스는 이렇게 적고 나서 사람들이 자신의 견해에 퍼부을 비난을 방지하려는 듯 덧붙였다.
‘불경한 사람이란 대중이 생각하는 신들의 모습을 파괴하는 자가 아니라, 대중의 관념을 신들에게 부과하려는자다.‘
- P82

우리가 신에 대한 에피쿠로스의 이론을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평정한 삶이야말로 궁극적 목표라는 그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그의 신들은 인간사에 관심이 없으며,
따라서 우리는 현생 또는 그 어느 생에서도 신의 처벌을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다만 신들은 우리가 열망하는 평정의 이상적 이미지를 제시한다. 에피쿠로스의 우주에 존재하는 최고의 생명체들은 평화롭고 근심 없는 삶을 즐기며, 우리 또한 그렇게 살 수 있다.
- P85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는 에피쿠로스 철학의 핵심 주제가 되었는데, 이처럼 중요하게다뤄야 할 만큼 고대인이 죽음을 무척 두려워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P90

탄생 이전의 비존재가 문제되지 않는다면어째서 죽음 이후의 비존재를 두려워한단 말인가?
우리가 죽은 뒤의 비존재를 더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죽음이 현재의 삶과 함께 그에 따르는 모든 가능성을 앗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 P96

 죽으면 어떻게 될지, 얼마나 더 살수 있을지, 너무 일찍 죽는 건 아닐지 염려하느라 정신력을 낭비하기보다 지금 이 삶을 즐기는 데 집중하라는 것이 에피쿠로스의 교훈이다. 우리는 바로 지금 이 순간만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호라티우스의 유명한 경구처럼 "오늘을 즐겨야carpe diem" 하며, 내일을 걱정하느라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 
- P98

우리는 단 한 번 태어난다. 두 번 태어날 수 없으며 영원히 존재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우리는 내일을 통제할 수 없는데도 내일을 위해 오늘의 기쁨을 미룬다. 인생은 그런 유예 속에 낭비되며, 결국 모두가 그렇게 일만 하다 죽고 만다.
- P99

루크레티우스가 자세히 설명하는 에피쿠로스의 원자론은 그의 이전 시대 그리스 철학자인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에 기반하고 있다. 그 기본 전제는 이 세상 모든 존재가 무한한 공허 속을 떠도는 원자들(마치 자연의 나무 블록 장난감 같은)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 P105

어제는 가죽이던 것이 오늘은 자줏빛과 금빛 옷감이 되었다. 이런 잡동사니들이 인류의 삶을 원한으로 채우고 다툼으로 허비하게 만든다.
- P112

진정한 철학을 길잡이 삼아 살아가는 사람은 소박한 생활에서도 충만함을 발견할 것이며 평온한 마음으로 그런 생활을 즐길 것이다. - P1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하는 걸 모를 때 한 박자 쉬어가자
가을 (지은이) 새벽감성 2024-07-01, 120쪽, 에세이

#독립출판 #윈하는걸모를때 #한박자쉬어가자

🍊 물리치료사를 꿈꾸던 평범한 과수원집 학생이 학업을 하고, 취업을 한 후 끝나지 않는 고민, 욕심, 주춤거림, 그럼에도 조금씩 도전하는 20대의 모습을 읽어나갔다. 읽어나가며 작가분이 이런 분이셨구나 (이전 공저의 글과는 약간 다른 느낌)라는 느낌으로 조금은 다른, 아니 속을 조금 더 들여다 보는 느낌이었다.

🍊 각 사람의 경험과 느낌은 오로지 그들 각자만의 서사가 있는 것인지라... 글을 읽어나가며 20대의 나와 지금의 내 모습도 셀로판종이처럼 겹쳐가며 읽을 때도, 조금 넓은 틈에서는 살짝 치우기도 하며 읽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이렇게 닮기도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한 고유의 모습들을 깊게 드러내는 한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그 드러난 모습을 읽어 나가며 이것 또한 서로에 대한 격려와 응원이란 생각이 들었다.

🍊 원하는 걸 모를 때엔 어떻게 해야할까? 각자의 답이 다를 수 있고, 누군가는 그 답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다. 내 대답은,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걸 그냥 말고 명랑하게 해보자, 라는 것. 냥냥파워!

🍊 마음에 남은 구절들

🌱남들보다 뒤처지는 듯하고 나만 나의 목표를 잡지 못하고, 나 혼자 만족한 게 없는것 같은 두려움과 부끄러움에 아등바등 사는 나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힘듦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고 싶지않았다.
39

🌱저녁은 어둡고피곤한 시간이기에 산행을 하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다. 생각과 달리 줄지어 산행을 했다. 이른 아침보다 더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밖을 나오지 않으면 세상의 변화를 모르고, 내 안에 갇혀 있으면 발전을 할 수없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 게으르게 행동했던 나 자신의 성찰을 할 수 있었던 등산 모임이었다.
84

🌱무엇이든 시작이 어렵고 시작하면 그 이상의 값진 것들이 나에게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9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엇이든 시작이 어렵고 시작하면 그 이상의 값진 것들이 나에게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 P9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오로라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최진영 (지은이) 위즈덤하우스
2024-02-21, 88쪽, 한국소설


#빈칸놀이터 프로그램
#문학을낭독하는사람들 #문낭사



🍊 유진은 우울한 마음으로 제주도 여행을오고, 제주도를 같이 왔던 예전 여행을 복기한다. 20대의 연애와 이별을 곱씹으며 믿음에 대해 생각한다. 사실 유진의 여행은 세무사 시험에 합격을 기대한 친구 오세정이 자신에 대한 보상으로 예약한 장기숙소가 발단이었다. 첫 날 유진은 카페에서 갈증과 허기를 달래고 위스키바에서 식사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은 오로라, 누굴찾기 위해 여행을 왔다고 하며, 즐겁고 신나는 일반적 여행이 아닌 우울하고 심적으로 피곤한 여행을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한 여행은 끝에 가서야 유진도 미처 몰랐던 여행의 의미를 발견한다.

🍊 유진은 핸드폰을 받지 않을 때마다 ‘돌을 쌓는다‘라고 한다. 나만의 돌을 쌓았던 때나 그러고 싶을 때가 있었을까?

(검은색 돌과 돌 사이 틈으로 동백나무 푸른 잎이 보인다. 바람이 많은 곳의 돌담에는 저렇듯 바람이 드나드는 통로가 있어야한다고, 그래야 담이 무너지지 않는다는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누가 한 말일까. 30p)

(네가 잊은 것들을 모조리 되살려 이어 붙인다면, 망각을 복원한다면, 그렇다면 타인을 사랑하듯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너는 네가 망각한 것들을 그리워한다. 망각은 돌에 가까운가 
돌과 돌 사이 바람 통로에 가까운가. 
31p)

🍊 유진이 이 여행에서 시험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나는 과연 숨을 수 있는 사람인가‘. 왜 유진은 숨으려했고 오로라 라는 가명을 만들고 여행온 이유를 누굴 찾는다고 거짓말을 했을까?

(사실을 말하면 공허함만 남을 상황에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거짓말을 했다. 
의도치 않았던 거짓말에서 
모종의 힌트를 얻은 너는 죄책감이 아닌 자유로움을 느끼며 와인 한잔을 더 청한다. 35p)

🍊 왜 유진은 죽은 새를 묻으려 했으며, 에어비앤비 관리자는 왜 같이 묻어주었을까?

(죽은 새가 되어 땅에 묻힌 것만 같다.
새뿐이겠는가. 숱한 죽음이 묻혔을것이다. 땅속뿐이겠는가. 우주 또한 생명 없음으로 가득하다.  54p)

🍊 유진은 커다란 섬에 숨으며 찾은 건 기다림이었다고 독백한다. 기다림 이전, 그가 너를 계속찾는 걸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기다려. 내가 먼저 이별을 말할 때까지 넌 아무것도 모른 채 거기 그대로 있어.
연극은 끝났다. 오로라는 죽었다.
커튼콜은 없다. 확인할 필요 없다. 오로라의 탄생과 죽음은 혼자만의 일이니까. 
아무도 너에게 묻지 않을 것이다. 81p)

🍊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 믿음, 없음은 무엇일까? 작가는 아직 써야 할 글이 많다며 회피했다. 회피가 아닌 완벽한 대답이었다.

(《오로라》를 쓰면서 사랑과 믿음을 나란히 두고 바라봤습니다. 둘의크기는 같지 않아서 어느 한편에 더 많은그림자가 집니다. 믿음 없는 사랑은 가능한가.
사랑 없는 믿음은 어떤 모습인가. 그게......
완전히 없을 수가 있는가. 질문은 답이아닌 더 많은 질문을 불러옵니다. 84p 작가의 말)

🍊 이 책의 부제는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사랑을 감출 수 없어요‘이다. 왜 이런 부제를 작가 혹은 편집자가 만들었는지 알 듯 하다.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사랑을 감출 수 없어요.
누구나 감추고 삽니다. 한 명쯤은. 아무도모르게. 어둠 속에서 홀로 사랑합니다. 그러니 당신도 묻어버려요. 
마음에. 심장처럼. 그럼들키지 않고 그는 당신이 됩니다. 57p)


🌱그리고 다행히 사랑은 변화무쌍합니다.
‘사랑‘의 자리에 ‘사람‘을 넣어도좋겠습니다. ‘변화무쌍‘의 자리에 ‘영원‘을넣어도 괜찮을 테고요. 다시 말하자면,
매일과 당신은 매 순간 낯설고도 신비롭군요. (작가의 말)
8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유성이 진정성까지 가기 위해서는 축적의 시간이 요구됩니다.
고유함은 나의 주장이고 진정함은 타인의 평가이기 때문입니다.
- P298

조직과 사회에 많은 것을 희생하고 헌신했다고 믿었지만 그만큼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처한 미정산 세대는 본인 몫을 미래 세대에게 요구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준비하는 새로운 핵개인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 P307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당신이 아는 바와 같이 영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브랜드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하기에 그들은 협업 트랙의 어느 자리에 있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착상에서 시작해 제품화하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돌파해냈을 때 만들어지는 서사를 쉽게 전유해서는 안 됩니다. 협업자 혹은 관여자는 자신의 참여 영역과 정도, 그 시기를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 P309

어떤일을 하든 ‘그만두어야 할 때‘를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그만둘 수 있음‘이 조직에서 건강한 역학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할 때 관계는 좀 더 대등해집니다.
- P317

비전 없다고 여기는 직장에 계속 머물거나 서로를 갉아먹는 인간관계에 집착하기보다는 스스로 정한 반환점까지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보고 그에 도달하면 그만두는 결정을 내리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 P319

"그동안 감사했어요. 이제 시간이 되었어요!"
점점 ‘쿨한 안녕‘이 많아집니다. 있을 땐 위계 없이 떠날땐 원한 없이, 회자정리 거자필반去者必返입니다. 만나고 헤어지고 떠났다 돌아옵니다. 서로는 소중한 손님이며 지금 함께 있는 조직은 거대한 우주 속 환승 정류장과 같습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각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합니다.
- P322

상호부조와 이연된 보상 시스템으로 서로 의존에 의존을 거듭하는것이 아니라, 서로 간에 완전체로 자립이 가능한 구조를 함께 만든다면 결국 그 선순환이 돌고 돌아 정말 필요한 이들에게 돌봄이 닿을 것입니다. 마음의 빚짐과 실천의 되갚음을 이전의 세대로 한정하지 말고 전체 사회에 더 크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P3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