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경사 바틀비
허먼 멜빌 (지은이), 하비에르 사발라 (그림), 공진호 (옮긴이) 문학동네 2011-04-15, 108쪽,미국소설

#인천독서모임
#그러나경기도민이절반
#필경사바틀비

🍒 독서모임 5월 25일,
73번째 도서냥냥!

🍒 아주 오래전에 매 주 금요일에 만났던 건대 근처서 했던 독서모임 ‘브레이니‘에서 같이 토론한 책. 정작 그 당시는 너무 바빠서 못읽다가, 인천독서모임에서 같이 읽었던 책,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 한병철 교수 <피로사회>에서 인용되며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같이 읽게 되었다.

🍒 작가 허먼 멜빌은 그 유명한 <모비딕>을 지은 작가인데, 모임 참가 누구도 모비딕을 포함 허먼 멜빌의 책을 읽어 본 적이 없었고, 다들 이 책이 처음이었다.

🍒 바틀비, 줄거리.
화자는 월스트리트의 변호사로 일이 많아지며 기존 세 명의 직원 외에 필경사인 (당시 전산이나 타이핑이 없어 필사를 하던 사무직원) 바틀비를 추가 채용하게 된다.
그러나 SNL의 맑눈광 캐럭터처럼 바틀비는 처음 완벽한 일처리와 달리 업무시마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말을 하며 업무를 거부한다.
연민과 짜증, 현실적인 시선에 화자인 변호사는 사무실 이사라는 꾀를 내며 바틀비를 자연스레 해고하고 (이전 어느 정도의 기회를 주긴 함),바틀비는 결국... 생각치 못한 엔딩으로 책은 끝이난다. 반전까지는 아니고, 아쉬움과 슬픔.

🍒 인물들에 대한 우리의 감정들
바틀비와 화자는 말이 안 통하는데 이는 독자도 같은 마음이라, 모임의 많은 사람들은 공감이 되지 않는다와 짜증으로 나뉘어졌으나, 연민도 느껴졌다.
화자인 변호사도 이 정도면 할만큼했다는 느낌,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는 허세 등 복합적이었다.
주인공의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는 말은 자기가 표현할 수 있는 자유 의지의 표현이었던 것 같다는 의견이 인상적이었다. (나 개인적으로는 바틀비가 무서웠다)

🍒 노동 환경이 안 좋은 상황
노동 환경이 안 좋은 상황에서 우울증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누었다.
<피로사회> 모임이 끝나고 (책을 읽지는 않고) 필경사 바트비를 검색을 해봤는데, 어디선가 이 책의 주인공이 현대사회에서 더 생각해 볼 인물이며,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주인공 바틀비가 자본주의를 거부하는 사람, 우울증을 앓는 사람,노동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란 시선이 있었다. 우리 모임서는 어떤 부분을 일정 부분 동의, 어떤 기존 평가는 도무지 이해가지 않아했다.

🍒 그 외 필경사 바틀비로 나눈 이야기들
소설 쓰기의 기본은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라인데, 인물 하나하나 설명을 다 하니까 지루하다는 의견(작가 살아생전 책이 안팔렸던 이유를 알 것 같다는)과 책의 서사를 이끌어 가기 위해 (바틀비는 깔끔하고 감정 기복이 없기 때문에 더 중점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필요하다는 다른 의견을 나누었다. 냥냥파워!

🍒 남기고 싶은 구절들

🌱바틀비는 처음에는 놀라운 분량을 필사했다. 마치 오랫동안 필사에 굶주린 것처럼 문서로 실컷 배를 채우는 듯했다. 소화하기 위해 잠시 멈추는 법도 없었다. 
27

🌱그런데 바틀비가 그의 은둔처에서 나오지 않고 매우 상냥하면서 단호한 목소리로 ˝안 하는 편을택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을지, 아니 당황했을지 한번 상상해보라.
29

🌱사람이 전례가 없고 몹시 부당한 방식의 위협을 받으면 그 자신이 지닌 가장 분명한 믿음마저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것, 이것은 별로 드문 일이 아니다. 말하자면, 그것이 제아무리 훌륭해도 모든 정의와 이성이 반대편에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34

🌱아, 행복은 빛을 유혹하지. 그래서 우리는 세상이 즐겁다고 생각해. 반면 불행은 멀리 숨어 있지. 그래서 우리는 불행이 없다고 생각하고. 
48

🌱오히려 그것은 과도한 구조적 악을 고칠 희망이 없다는 데 기인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에게 동정심은 때로 고통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런 동정심이 효과적인 구제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으면 상식은 영혼에게 동정심을 떨치라고 명한다. 
50

🌱명백한 사실은 이제 그는 내게 목걸이로 쓸 수 없을 뿐 아니라 감당하기 괴로운 맷돌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그에게 동정이 갔다. 
59

🌱핵심은, 그가 나를 떠나리라는 가정을 내가 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가 그렇게 하는 편을 택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그는 가정보다는 선택과 관계있는 사람이었다.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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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원망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게 없다는 것, 조금도 다른 게 없다는 것을 그에게 강조해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것은 결국 별로 소용이 없는 일이고 또 귀찮기도 해서 단념하고 말았다.
- P94

그는 여전히 좀 피곤한 표정으로 내가 한 행동을 후회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잠깐 생각을 하고 나서, 진정한 후회라기보다는 차라리 일종의 귀찮음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나는 그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 P99

그때 나는 바깥 세상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산사람이면 감옥에서 백 년쯤은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추억할 거리가 있어 심심하지는않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건 유리한 일이었다.
- P109

한나절이 얼마나 길고 동시에 짧을 수가 있는 것인지 나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지내기는 물론 길지만 하도 길게 늘어져서 하루는 다른 하루로 넘쳐서 경계가 없어지고 마는 것이었다. 하루하루는 거기서 이름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어제 혹은 내일이라는 말만이 나에게는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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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틀비는 처음에는 놀라운 분량을 필사했다. 마치 오랫동안 필사에 굶주린 것처럼 문서로 실컷 배를 채우는 듯했다. 소화하기 위해 잠시 멈추는 법도 없었다. 낮에는 햇빛 아래, 밤에는 촛불을 밝히고 계속 필사했다. 그가 쾌활한 모습으로 열심히 일했다면 나는 그의 근면함에 매우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창백하게, 기계적으로 필사했다.
- P27

그런데 바틀비가 그의 은둔처에서 나오지 않고 매우 상냥하면서 단호한 목소리로 "안 하는 편을택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을지, 아니 당황했을지 한번 상상해보라.
- P29

사람이 전례가 없고 몹시 부당한 방식의 위협을 받으면 그 자신이 지닌 가장 분명한 믿음마저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것, 이것은 별로 드문 일이 아니다. 말하자면, 그것이 제아무리 훌륭해도 모든 정의와 이성이 반대편에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따라서 그 자리에 누구든 이해관계가 없는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그들이 자신의 비틀거리는 마음을 지지해주기를 기대하게 된다.
- P34

아, 행복은 빛을 유혹하지. 그래서 우리는 세상이 즐겁다고 생각해. 반면 불행은 멀리 숨어 있지. 그래서 우리는 불행이 없다고 생각하고. 
- P48

오히려 그것은 과도한 구조적 악을 고칠 희망이 없다는 데 기인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에게 동정심은 때로 고통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런 동정심이 효과적인 구제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으면 상식은 영혼에게 동정심을 떨치라고 명한다. 
- P50

명백한 사실은 이제 그는 내게 목걸이로 쓸 수 없을 뿐 아니라 감당하기 괴로운 맷돌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그에게 동정이 갔다. 
- P59

핵심은, 그가 나를 떠나리라는 가정을 내가 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가 그렇게 하는 편을 택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그는 가정보다는 선택과 관계있는 사람이었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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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독서기록정리중
#책사는속도는읽는것보다빠르고
#기록은읽는것보다느리다
#인천독서모임
#그러나경기도민이셋이나

📚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은이), 유나영 (옮긴이), 나익주 (감수) 와이즈베리 2015-04-01, 318쪽, 정치학

🍒 인천 독서모임 4월도서 & 72번째 도서

🍒 곧 5월 인천 독서 모임이 다가 오기에, 다른 밀린 리뷰를 제치고 뒤늦게 정리중. 시간이 거의 한 달이 다 되어 (물론 밀린 다른 리뷰는 한 달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모임서 나눈 그 귀한 얘기가 전혀 기억이 안난다. 다들 철저히 진보 입장에서 쓴 저자에게 당황스러움과 어느 정도의 동의를 동시에 느꼈다는 정도만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래서 모임서 나눈 책이지만 모임을 제치고 내가 읽었을 때 받은 느낌 위주로, 원래 내가 남기던 막하는 리뷰로 써보려 함.

🍒 서론을 읽으며 책의 결은 다르지만 최인철 교수의 프레임도 생각이 났다. 작가 표현을 빌리자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구조물‘인 프레임에 의해 우리는 모든 것을 바라보고 구성한다. 이에 어떻게 동의하지 않을 수 있으며 자신의 판단기준인, 혹은 그렇게 믿거나 세뇌당하고 있는 그 망할 프레임의 힘을 특히 정치에서 많이 느끼곤 한다. 그런데 작가는 그건 당연하고,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영역에서 모순된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기본 전제 조건 위에 작가는 철저하게 진보 편에서 왜 진보가 밀리는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와도 비슷한 미국의 상황을 느끼며 많이도 공감한 독서 시간이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가져다 쓴 것 뿐 진정 진보이고 보수인지는 모르겠을뿐.

🍒 책에서 친근하면서도 당연한 건 아닌가 하면서도 실제 놓치기 쉽겠다 싶은 건,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하면 생각할 수 밖에 없다는 진리이다. 저자는 워터게이트 사건 수 닉슨이 tv에서 ˝저는 사기꾼이 아닙니다˝라고 한 예시를 들었는데, 독서모임에서 모든 인원이 이 부분을 읽으며 안철수의 ‘mb아바타‘ 일화를 떠올렸다고 한다. 정말 적절한 예시다. 상대방에게 반대를 제시하려면 철저히 상대방 언어를 쓰면 안되는데 진보를 포함한 정치도 그걸 못하나, 일상에서도 다를 건 없어 보인다.

🍒 인상적이었던 책의 구절은, 사람들은 자기 이익이 아닌 자신이 동일시 하고픈 대상에게 투표한다는 부분이었다. 왜 가난한 우리 부모님들의 투표성향이 그러했는지 의문이 풀리면서도 여전히 시원해지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대로라면 진보는 동일시 하고픈 대상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건데 이건 새겨 들어야 할 부분이 아닐까.

🍒 이 책을 읽으며 더더 인상적이었던 건 ‘모든 중도파가 공유하는 관점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고 작가가 강조한 부분이다. 중도파 중에는 대부분 진보적이지만 일부 보수적인 사람도, 대부분 보수적이지만 일부 진보적인 관점을 띠는 사람도 있다고 작ㅇ가는 말한다. 진보와 보수의 세계관이 서로 충돌하며, 한 사람의 뇌 안에 상충하는 신경 회로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상충되는 걸 상호 억제하기도 하고, 쟁점에 따라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넘나들며 이중개념 소유자가 된다는 것이 작가의 6장 챕터의 요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소리가 아닌가.

🍒 그래서 쟁점에 따라 프레임을 재구성해야한다는 내용이 7장 부터 나온다. 어렵게 말하는 것 같지만 일종의 세계관 재정립 같은 개념이라면 좀 쉽지 않을까? 의도를 숨기고, 명칭이나 이미지를 다른 식으로 바꾼다거나. 그렇다면 이런 생각도 든다. 이미 성공(?)한 보수나 권력자, 기업은 이미 이렇게 하고 있지 않을까. 그러하다면 상황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쟁점에 따라서는 비판적인 시각, 반성적인 사고가 더더더 필요하고 공부를 해야하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내린 최종 결론은 당연하면서도 엉뚱하게도 ˝독서와 토른을 해야만 한다˝이다. 쩝. 왜 항상 나는 같은 결론이...

🍒 책의 거의 마지막 후반부는 좀 재미있어진다. 보수가 원하는 건 무엇인지, 진보가 결집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설명과 설득을 하던 작가는 보수의 음흉한 계획(?)도 폭로한다. 그러면서 일상에서 보수주의자들에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를 나열한다. 이 부분이 재미있는게 미국이나 한국이나 어떤 건 이리도 비슷한지, 우리 명절날 친척 어른들께 써먹을 만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책이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 남기고 싶은 구절들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프레임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과 우리가 짜는 계획,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 우리가 행동한 결과의 좋고 나쁨을 결정한다.
10

🌱프레임을 바꾸는 것은 이 모든 것을 바꾸는 일이다. 그러므로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은 곧 사회 변화를 의미한다.
11

🌱슬로건으로는 저인지를 극복할 수 없다. 지속적 공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문제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변화를 위한 대대적이고 진지한 헌신이 필요하다.
79

🌱이것이 바뀌면,
즉 우리 도덕적 감각을 특징짓는 회로망이 바뀌면 우리의 인성도 바뀐다. 다시 말해, 우리가 옳다고 여기는 것,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이 바뀜으로써 우리가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도 바뀐다. 
91

🌱압도적 다수가 자기는 오바마케어는 싫지만 저렴한 건강보험법은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들 대부분은 이 두 개가 같은 법안임을 알지 못했다. 결국 명칭이 달라지면 일반적으로 그 지시물도 달라진다.

🌱많은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개선하기는커녕 더 악화시키는 조치에 투표하는 경우가 많다. 보수의 지속적인 프레임 구성으로 인해, 바로 그것 때문에 삶이 본질적으로 황폐해질 수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에까지 보수적 세계관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129

🌱또 프레임 구성에 대해 공부하고 겉으로는 일상적이고 평범하게 보여도 그 속에 정치적 의도를 숨기고 있는 프레임을 꿰뚫어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기자들의 특별한 의무다.
187

🌱빨간 주와 파란 주,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를 막론하고 우리는 모두 한 배에 타고 있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가 의미하는 바다. 그래서 우리는 9·11 직후 짧은 순간 그랬던 것처럼 단결해야 한다. 비열한 문화 전쟁에 휘말려 분열하지 말아야 한다.

🌱프레임 형성에 대해 다른 것은 다 잊어버려도 이것 하나만은 기억하라. 일단 나의 프레임이 담론으로 수용되면, 내가 말하는 것은 모두그냥 상식이 된다. 왜? 이미 자리 잡은 일상의 프레임 안에서 사고하는 것이 바로 상식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280

🌱상대를 존중하라.
프레임을 재구성하여 대응하라.
가치의 차원에서 생각하고 발언하라.
자신의 신념을 말하라.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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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지은이), 정혜윤 (옮긴이) 문학동네 2022-02-28, 408쪽, 에세이

🍊 십여년 넘게 win-win을 고민하던 협력사로 있다가 이제는 친구가 된, 미국에 가 있는 친구와 그의 아내분이 감사하게도 이 책과 ‘죽음의 수용소에서‘ 영문판과 쿠키, 쵸코 이것저것을 보내주었다. (EMS박스안에 키우고있는 고양이 밀이의 흰털도 있을 수 있다 했으나, 아쉽게도 발견을 못함 ㅠ) 이미 그런 의미에서 뉴욕서 건너온 이 책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책이나... 읽고나니 더 내게는 의미가 깊어졌다.


🍊 책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미국인 아빠와 한국인 출신 엄마를 둔 2세대의 성장과 엄마의 암투병, 임종을 겪는 이야기이다. 요즘 세상에 보편적일 수도 있지만 그걸 담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후회, 아쉬움, 슬픔, 그리고 기쁨과 가족의 의미까지 어떻게 간단히 말할 수 있을까. 읽는데 쉽지 않았다. 좋은 글이고 가독성이 좋은 책이었고, 지금은 다시 재독을 할 것이며 정말 의미있는 책이 되었으나... 정말 어렵게 읽었다. 이 책을 병원 입원 중에 처음 읽었는데 쉽지 않았고, 좀 쉬다가 3주 후 다시 병원 입원 중에 읽었는데.. 그랬으면 안되는 거였다. 그리고 퇴원해서 읽으며 정말 웃으며 울며 읽었다. 엄마의 투병, 임종, 상실과 애도를 읽자니... 가독성이 좋고 작품이 좋다는 건 읽는 것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함부로 추천을 하기도 어려운 책이다.

🍊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건강하게 잘 살아가고, 중간 중간 마음은 상해도 서로를 사랑하겠지만... 칠순이 넘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픈 나, 누가 먼저 간다고 해도 슬픔이 덜하거나 잦아드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실도 갑작스럽지 않은 것이 없으며, 어떤 애도도 쉬운 것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그런 마음을 절실히 보여주며, 또한 잃어버린 존재와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 평범한 사람의 시선에서 묵묵히 감정을 나눈다. 혼혈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화자의 이야기, 모녀간만 느낄 수 있는 애틋하고도 전쟁같은 이야기, 돈이 되지 않고 완성되어 있지 않은 직업을 가지며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이야기, 언어가 통하지 않지만 친척들과 관계에 위로를 얻는 이야기, 내가 모르던 엄마에 대해 알아가는 이야기, 나에게 힘이 되는 사랑을 얻는 것 많은 이야기들이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로 잘 다져서 웃고 울게 만든다. 그리고 엄마를 떠나 보내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모습에서 엄마를 찾아가고, 한국의 음식을 영상을 찾으며 하나하나 만들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거의 마지막에 다르면 나를 포함한 우리들은 어떤 슬픔도 슬프지만 받아들이고 회복해야 한다는 걸 인정하게 되지 않을까...

🍊 개인적으로는 수필이지만 소설같은 전개와 드라마에 얼마 전 읽었던 비비안 고닉의 ‘상황과 이야기를‘를 다시 복기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도 절로 나오던 책이었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내 안에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구분 짓고 마음 먹었지만, 글로 남기기에는 아직도 엉성하여 가슴에 안고만 있다. 글을 역시나 써야 하는 것이었다. 우리 엄마는 엄마의 엄마를 보내면서 무슨 마음이었을지, 그리고 지금 외할아버지를 보는 엄마 마음, 아빠도 한 때는 나 보다 어렸던 것을, 이 책을 보내준 친구와 그의 아내는 벌써 2년 가까이 한국을 떠나 미국에 있는데 어떤 마음일지... 하나하나의 기억이 그냥 소실 되지 않도록 말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단순히 슬픈 것이 아닌 살아가는 것이란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책 표지는 면을 한인타운에서 나누어 먹는 모녀의 식사 같지만, 젓가락은 눈이고 면은 눈물 같기도 하다가, 어느 사이 울면서 웃기도 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Thanks to Charls , Miseon and Cats (Meal & Ssal)


🍊 남기고 싶은 문장들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
9

🌱인생은불공평하고, 때로는 분별없이 남 탓을 해보는 게 아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때도 있으니까.
14

🌱 당시에는 엄마의 슬픔이 얼마나 깊은지 지금처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 엄마는 어마어마한 상실의 영역으로 넘어갔지만 나는 아직 그쪽으로 넘어가지 않았으니까. 나는 엄마가 자기 엄마에게서 떨어져 지낸 그 모든 세월에 대해, 한국을 떠난 것에 대해 느꼈을지도 모를 죄책감도 생각하지 못했다.
64

🌱 피터는 한참 지나서야 내게 말해주었다. 우리 부모님이 자신에게 먼저 전화했노라고 엄마가 아프다는 걸 자신이 나보다 먼저 알았노라고 내가 그 소식을 듣게 되는 순간에 반드시 내 옆에 있겠다고 두분에게 약속했노라고. 그리고 이 모든 일이 다 지나갈 때까지 자기가 내 옆에 있겠노라고.
85

🌱 엄마는 내가 말괄량이처럼 제멋대로 굴고 점잖게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 덜렁댄다고 시도 때도 없이 야단쳤지만 그런 엄마도 한때는 나 같은 아이였다.
193

🌱 ˝괜찮아, 괜찮아.˝ 엄마가 말했다.
내게 너무도 익숙한 한국말. 내가 평생 들어온 그 다정한 속삭임. 어떤 아픔도 결국은 다 지나갈 거라고 내게 장담하는말. 엄마는 죽어가면서도 나를 위로했다. 엄마의 모성이, 엄마가 느꼈을 테지만 능숙하게 숨겼을 무진장한 공포를 제압해버린 것이다.
203

🌱 하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이미 찢겨나간 육체적 자율성의 조각들은 하루하루 누더기 꼴이 되어갔고, 이제 살아가는 일과 죽어가는 일은 그 차이를 분간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215

🌱 아빠는 부부 사이가 별로 친밀하지 않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나는 아빠의 비밀을 알았지만 아빠가 엄마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늘 믿어왔고, 인생이란 게 그냥 그렇게 생겨먹을 때도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238

🌱 세상에 우리 엄마만큼 내 기분을 있는 대로 잡쳐놓을 수 있는 신랄한 사람도 없지만, 또 우리 엄마만큼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게 만드는 사람도 없었다.
240

🌱 우리는 아름답고 냉정한 성인 여자가 곧장 눈물 터뜨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얼추 40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도 엄마라는 말 한마디의 파급력은그 정도였던 것이다. 나는 몇 년 뒤에 똑같은 감정과 맞닥뜨릴 내 모습을 상상했다. 엄마의 죽음이라는 벌에 쏘이는 그 순간부터, 나란 존재가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남은 평생을 벌침이 박힌 채로 살아가게 될 것이었다.
247-248

🌱 ‘사랑스럽다‘는 말은 엄마가 굉장히 좋아하는 형용사였다.
엄마는 나를 딱 한 단어로만 표현해야 한다면 ‘사랑스럽다‘는말을 고를거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엄마에게는 그 단어가 이상적인 아름다움과 열정을 아우르는 말처럼 느껴졌나보다. 그것은 엄마의 묘비명에 새겨넣기에도 딱 알맞은 단어였다. 자애로운loving 엄마는 남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사람이지만 사랑스러운 lovely 엄마는 온전히 자신만의 매력을 지닌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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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역시 자기 몫의 슬픔이 있을 테지만 그 순간만큼은 꼭 삼켰다. 한 사람이 무너지면 나머지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 어깨를 내주며 그 무게를 감당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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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요 몇 년 전에 와서야 우리는 불가사의한 문을 열어 서로를 수용할 심리적 공간을 만들어내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어떻게든 공통점을 찾아보려고 탐색했다. 그러다 가장 풍성한 이해의 과실을 거둬들여야 했을 시간들이 그만 난폭하게 잘려나가고 말았고, 이제 나는 열쇠도 없이 남은 비밀들을 혼자서 해독해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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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로 아버지는 내가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고 절대 이해 못할 방식으로 전 생애에 걸쳐 자기 것을 빼앗겨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어린 시절과 자기 아버지를 빼앗겼고 이제 또 사랑한 여자마저 강탈당했다. 관계의 마지막 장에 이르러 사이가 좀 멀어지긴 했지만 그 기간은 몇 년 되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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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엄마의 옛 편지와 사진을 정리하면서 나는 이모를 자주 떠올렸다. 그걸 이모에게 보여줘야 할지 아니면 그것들로부터 이모를 보호해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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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모에게 하고 싶은 말이너무나 많았다. 엄마가 나를 한글학교에 보낸 모든 세월을 생각했다. 엄마한테 딱 한 번만 학교를 빠지고 금요일 저녁에 친구들이랑 놀면 안되겠냐고 애원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내가 갖다버린 돈과 시간도 전부 다. 한국어 공부를 지겹게 생각한 걸 언젠가 후회할 날이 올 거라고 엄마는 골백번도 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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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궁금해졌다. 만일 엄마를 가장 잘 아는 우리 세 사람,
그러니까 아빠와 나미 이모와 나에게 엄마가 남겨둔 10퍼센트의 부분이 제각각 다르다면, 우리가 같이 그 숨겨진 부분을 짜맞추어 엄마의 전모를 알아낼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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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마지막 여행이 병원 격리 생활로 변해버리기 전에 엄마가 나를 데려가려 한 곳이었다. 엄마가 나와 함께 만들려던 마지막 추억이고, 엄마가 나를 키우며 내가 사랑하도록 만든 것의 원천이고, 내가 기억했으면 하는 맛이고, 내가 절대 잊지 않았으면 하는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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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 갈 때마다 본인부담금을 100달러씩 내고 있었으므로 그돈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50달러짜리 점심을 사 먹는 게 정신건강에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은 상담을 취소하고 스스로를 돌볼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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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기억을 곪아터지게 놔둘 수는 없었다. 트라우마가 내 기억에 스며들어 그것을 망쳐버리고 쓸모없게 만들도록 방치할수는 없었다. 그 기억은 어떻게든 내가 잘 돌봐야 하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공유한 문화는 내 심장 속에, 내 유전자 속에 펄떡펄떡 살아 숨쉬고 있었다. 나는 그걸 잘 붙들고 키워 내 안에서 죽어버리지 않도록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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