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칸놀이터, 소설을 읽어요요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함께 읽은 책. 작가 클레이 키건이 작년에도 많은 찬사와 추천이 있었으나, 너무 메이저는 접근을 망설이는 경향에 이제 읽을 기회가 있었다. 아, 이래서 그랬구나를 이제야 느끼는중..
🍊 1940-60년대 펄롱이나, 내가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부모들 모두 비슷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가족을 부양하는 위대함을 느낀 소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 연대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느낀 시간이었다.
🍊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를 돌이켜보며 심란해하기도 다행스럽게 여기기도 하는 펄롱의 모습이... 누구에게나 있는 어른 안의 아이 모습을 느끼게했다. 그렇게 그냥 지나치지 않는 펄롱이 다행이고 고마웠다. 수녀원에서 본 아이들과 미시즈 윌슨이 그냥 지나치지 않았던 서사가 무겁게 다가왔다.
🍊 세라는 어떻게 이곳에 온건지, 다른 아이들은 어떤건지. 가정과 수녀원에 부조리가 있는 건지 궁금해하며 읽었다. 뇌피셜로 이런 사소한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던게 더 이상 사소하지 않은 사건이 된 건 아닌지, 마구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한 줄 한 줄을 읽어나가던 시간이었다.
🍊 수녀원에서는 묘사가 안되었지만, 펄롱은 수녀원을 나오기 전 세라의 젖이 새어 블라우스 얼룩지는 모습을 봤었고, 그 모습을 보았다고 하니 펄롱이 왜 그리 죄책감을 느끼고 답답해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 펄롱이라 다행이다.
🍊 옮긴이의 말까지 완벽했다. 이 짧은 소설은 많은 사건을 담지 못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서사와 진심을 보여주고, 또한 독자에게 물어본다. 나는 아직은...감히 어떤 답도 다짐도 차마 못하고 용기내지 못한 채 현실을 두려워하며 외면하는 사람이지만...
🍊 남기고 싶은 문장들
🌱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는 걸 펄롱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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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 아니면 그저 일상이 엉망진창 흐트러지고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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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롱은 차를 세우고 노인에게 인사를 했다.
˝이 길로 가면 어디가 나오는지 알려주실 수 있어요?˝
˝이 길?˝ 노인은 낫으로 땅을 짚고 손잡이에 기댄 채 펄롱을 빤히 보았다. ˝이 길로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데로 갈수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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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상관 없지. 우리한테 무슨 책임이 있어?˝
˝그게, 아무 상관 없다고 생각했는데, 당신 말을 듣다 보니 잘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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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롱은 젊은 수녀가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고 이제 수녀원장이 자기가 일어서길 바란다는 걸 알았다. 그렇지만 조금 전까지는 여기를 뜨고만 싶었는데 이제는 반대로 여기에서 버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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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창문을 쳐다보고 숨을 들이마시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친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처음으로 혹은 오랜만에 친절을 마주했을 때 그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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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반 시간 정도, 어쩌면 더오래 그렇게 앉아서 여자가 한 말, 닮았다는 말을 곱씹어보며 생각 속에서 불을 지폈다. 생판 남을 통해서 알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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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롱이 거기에 있는 동안 그 아이가 받은 취급을 보고만 있었고 그애의 아기에 관해 묻지도 않았고 그 아이가 부탁한 단 한 가지 일인데 수녀원장이 준 돈을 받았고 텅빈 식탁에 앉은 아이를 작은 카디건 아래에서 젖이 새서 블라우스에 얼룩이 지는 채로 내버려두고 나와 위선자처럼 미사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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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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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롱은 미시즈 윌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미시즈 윌슨이 아니었다면 어머니는 결국 그곳에 가고 말았을 것이다. 더 옛날이었다면, 펄롱이 구하고 있는 이가 자기 어머니였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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