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작은 범죄 하나가 수천 가지의 선한 일로 보상될 수는 없는 걸까? 한 사람의 생명 덕분에 수천 명의 삶이 파멸과 분열로부터 구원을 얻게 되고, 한 사람의 죽음과 수백 명의 생명이 교환되는 셈인데, 이건 간단한 계산 아닌가! 그 허약하고 어리석고 사악한 노파의 삶이 사회 전체의 무게에 비해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 P101

내 생각에는 만일 네 자신이 그 일을 결행할 마음을 먹지 못한다면, 거기엔 어떤 정의도 있을 수 없어! 
- P101

이성과 의지는 계획한 일을 실행하는 동안 계속 사라지지 않고 그에게 남아 있을 거라고그는 생각했다. 그렇게 단정지을 수 있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자신의 계획이 <범죄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 P109

그는 이제껏 한 번도 이처럼 기이하고도 무서운 감각을 겪어 본 적이 없었다. 가장 괴로웠던 것은 그것이 의식이나 관념이었다기보다는 감각이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가 여태껏 인생에서 겪어 본 온갖 종류의 감각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이고, 가장 괴로운 감각이었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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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지나왔는데 통째로 증발한 것처럼 느껴지는, 삶에는 그런 구간이 있었다. 설에게는 선우와 일했던 그 무렵이 그랬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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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치고 댓잎엿이 먹고싶다면 일부러 에치고까지 가서 사다드려도 좋을 만큼 훌륭한 분이다. 할멈은 내가 욕심이 없고 솔직한 성격이라며 칭찬했지만, 칭찬받은 나보다 칭찬하는 당신이 훨씬 더 훌륭한 인간이다. 기요 할멈이 보고 싶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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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피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공허함 말이다. 이 어둠은 나를 두렵게 한다. 나는 정말 두렵다. 그런데 이것은 차분하고 조용한 두려움이다. 불안함이없는 두려움. 하지만 나는 진실로 두렵다. 
- P26

그래, 내가 그들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더라,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지금 그들을바라보고 있다. 아니, 내가 그들을 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가, 어쩌면 이것은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상상속의 장면일지 모른다. 
- P55

이 숲속에 있는 건 나다, 나는 이곳에 혼자 있다. 그렇다. 이 숲속에 나 외에는 아무도 없다. 그리고 나는 이 숲을 빠져나가지 못하리라. 너무 피곤하고 춥다. 그래도 주변이 조금 환해지는 것 같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 P61

한 숨 또 한 숨, 어느 순간 숨이 사라지고, 그곳에 있는 것은 오직 호흡하는 무를 빛처럼 뿜어내는 반짝이는 존재뿐이고, 어느새 숨을 쉬고 있는 것은 우리다. 각각의 순백 속에서.
- P80

그럼에도 이 작품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것은 죽음의 문턱에 들어서는 한 인간의 미묘한 생각과 정서를 그리는 데, 어두운 단조와 밝은 장조를 적절히 섞어가며 시각적인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포세만의 문학성과음악성이 탄탄하게 받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옮김이의 말)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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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두사람에게 그토록 중요했던 그 문제는, 두사람을 충돌시키고 분노를 불러오며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보이기를 요구했던 그것은,
이렇게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이후 1년 정도 더 만났을까? 이별은쉬웠다. 
- P11

그의 말투에서 ‘참 한갓지고 팔자가 좋다‘는비아냥거림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너는 어느정도 그의 곤란한 상황을 해결해준다는 심정으로 숙박권을 양도받은 것인데, 그 마음을 부정당한 것만 같았다. 너의 선의는 지워졌다.  - P18

너는 이번 여행에서 시험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과연 숨을 수 있는 사람인가‘ ‘얼마나철저하게 숨을 수 있을까‘ 너는 그것을 알아보려고 이곳에 왔다. 
- P21

네가 잊은 것들을 모조리 되살려 이어 붙인다면, 망각을 복원한다면, 그렇다면 타인을 사랑하듯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너는 네가 망각한 것들을 그리워한다. 
- P31

사실을 말하면 공허함만 남을 상황에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거짓말을 했다. 의도치 않았던 거짓말에서 모종의 힌트를 얻은 너는 죄책감이 아닌 자유로움을 느끼며 와인 한잔을 더 청한다. 

죽은 새가 되어 땅에 묻힌 것만 같다.
새뿐이겠는가. 숱한 죽음이 묻혔을것이다. 땅속뿐이겠는가. 우주 또한 생명 없음으로 가득하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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