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 블루 컬렉션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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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네시

2019-015
(4/21~23)

아멜리 노통브 (Amelie Nothomb, Fabienne Nothomb), 김남주 옮김, 열린책들, 2017-10-30, 232쪽 프랑스 소설

#읽은지백만년됨
#밀린독서기록정리중
#책사는속도는읽는것보다빠르고
#기록은읽는것보다느리다

🍊 메모만 휴대폰에 해두고 이제야 제대로 정리중... (이런 게 꽤 있음) 읽은지 백만년 되었다.

🍊 아멜리 노통브는 치밀하게 심리를 궤뚫어 인간의 속내를 꺼내서 밖으로 널어놓는 작가다. 그리고는 ‘자 이게 너희들이야. 부정할 수 있어?‘라는 걸 고급스럽게 따지고 드는데, 그 날카로움에 한 마디도 못하고 수용하고 만다. 몇 권 안읽었지만 다 그랬다. 심리학의 예시를 소설로 늘어놓은 것처럼. 검은 마음을 들킬것만 같은 작가.

🍊 그래서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그대로 남겨본다. 책을 찍어둔 사진이 없어서,책 빌려준 독서메이트에게 부탁했다는.. (thanks to Scott).
출생1967년 8월 13일, 일본 (벨기에)
데뷔1992년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
작품: 추남, 미녀 / 느빌 백작의 범죄 / 샴페인친구 /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 로베르 인명사전 / 황산 / 두려움과 떨림/ 머큐리 / 배고픔의 자서전 / 불쏘시개 / 푸른 수염 / 사랑의 파괴 / 적의 화장법 / 공격 등 (많음 !!)

🍊 나의 잡다한 생각들을 남겨본다.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 가 옮김이의 말까지 읽고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낯선 타인에 대한 느낌. 읽었을 당시는 네이버 웹툰 <돼지우리> 가 생각났다. 베르나르뎅에게 그 오후 네시는 어떤 의미였는지.. 내가 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인간의 본성이란 무엇일까. 양면, 다면적인 모습들, 무너지는 모습들을 한없이 생각해본다.

🍊 책 속의 문장들

🌱갑작스러운 감동이 나를 휩쌌다. 우리가 결혼 이후, 아니 우리가 처음 만난 이후 그녀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15p (이때만 해도 이 말 자체가 좋았으나.. 이 말은 책을 다 읽고 나면 변하는 관계를 맞음)

🌱그러자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 그가 이곳에서 40년을 산 것은 세상에 대한 혐오 때문이었고 그가 우리 집에 와서 침묵을 지키는 것은 죽음을 앞두고 새로운 종류의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었다.
28p (이미 앞에 진실?이 있었는데, 이 때만 해도 몰랐음...)

🌱이 세상에는 선한 연민과 악한 연민이 있다고 말하겠지. 확신하건대 베느라느댕 씨의 연민은 선하지 않아. 120p 에밀이 쥘리에트에게

🌱우리한테 그걸 판단할 권리가 있을까?
그런 야비한 인간에 대해 우리는 어떤 권리라도 가질 수 있어. 그가 매일 두 시간씩 우리 집에 와서 죽칠 권리가 어디 있어?
120P 쥘리에트와 에밀의 대화
(타인에 대해서는 좋은 것도 함부로 평가하지 말아야 하는데, 나는 아직도 그걸 못하고 있다. 몇 번이고 인지를 하는 데 항상 너무 늦게 하고 있어서, 이런 문제가 조심할 거라는 걸 다시 한 번 숙지하는 중)

🌱우리는 모두 밤이 되면 낮의 자신을 산산조각 내고, 아침이 오면 또다시 밤의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던가?
199p

🌱6월에 불행하다는 것은 슈베르트를 들으며 행복해하는 것만큼이나 곤란한 노릇이다.
203p

🌱등꽃을 바라보며 나는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그 결정은 끔찍하게 느껴졌다. 앞으로는 쥘리에트에게 나를 이해시키려 애쓰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206p

🌱선의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찬탄을 받는 순간, 그것은 이미 선의가 아니다. 215p

🌱타인이 바로 지옥 2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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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그의 주인공은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도덕적인 사람도 부도덕한 사람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범주는그에게 어울리지 않고 그는 다만 작가가 부조리라는 이름을 할애하는, 매우 특이한 종류에 속한다. 
- P164

이 문제들은 17세기 이래 메마르고 단견적(短見的)이며 관조적인 - 이것은 매우 프랑스적인 면이지만-이성을 가진사람들이 지적해온 것으로써, 고전적 회의주의의 흔해빠진 단골 주제로 쓰이던 것이다. ‘연약하며 반드시 죽게 마련인 우리들 조건의 이 자연적인 불행, 너무나 비참해서 그 문제를 조금만 자세하게 생각해보아도 위로가 될 것이라고는 찾아볼 길 없게 될 불행‘ 에 대하여 강조한것은 파스칼이 아니었던가? 
- P165

그러나 그의 진정한 스승들은 딴 데있다. 그의 추론 방식, 그의 생각의 명쾌함, 에세이스트다운 스타일의 양태, 어떤 종류의 음산하면서도 태양이 밝게 비치며, 정돈되어 있으면서 엄숙하고 동시에 황량한 정서 등 모든 것이 한 고전적인 인간, 지중해적 인간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 P167

그의 독창성은 바로 자기 생각의 극한점에까지 밀고 나가는 데 있다. 
- P167

《이방인》은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그것은 증명하는 책도 아니다. 부조리의 인간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묘사한다. 카뮈는 다만 제시할 뿐, 원래가 정당화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인 그것을 정당화하려고애쓰지 않는다. 
- P171

부조리한 것으로 우리에게 소개하고자 했던 이 세계, 세심한 배려를 다하여 인과율을 제거한 이 세계 속에서는 가장 조그만 사건조차도 그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모든 요소들 중에서 주인공을 범죄와 사형 집행으로 몰고 가는 데 기여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한 가지도 없다. 《이방인》은 부조리에 대하여,
부조리에 반대하여 창작된 고전적 작품, 질서 있는 작품이다. 
- P192

얼른 보아서는 소설과 관계가 적은 것 같은, 1937년 8월의다음과 같은 메모. 흔히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두는 곳(결혼, 출세 등)에서 삶을 모색하는 사내. 그런데 그는 돌연, 유행잡지의 카탈로그를 읽다가 자신이 얼마나 자기의 삶(유행잡지의 카탈로그 속에서 고려되고있는 그런 삶)과 무관한 존재인가를 알아차린다.
- P200

남는 것는 어떤 유리창을 선택하느냐이다. 여기서 선택된 유리창은 ‘이방인‘의 의식이다. 실제로 그것은 하나의 투명체이다. 그 의식이 보는 것이면 우리들에게도 다 보인다. 다만 그 의식은 사물에 대하여는 투명하고 의미에 대해서는 캄캄하게 되도록 조직되어 있는 것이다.
- P218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뫼르소의 태도는 사장에게 매우 이상하게 보인다. 결혼에 대한 그의 무심한 태도는 마리를 놀라게하고 그의 몇 가지 행동들은 변호사를 당황하게 만든다. 작품의 형식-즉 앞에서 설명했듯이, 어떤 바라보는 거리를 허락하지 않는, 따라서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는 형식-으로 인하여 생긴 ‘인물‘
의 이해 곤란한 면에, 이번에는 이 인물이 노출시켜주도록 되어 있는
‘인간‘의 심리적 난해성이 추가된다.
- P226

인간은 ‘자연‘ (혹은 본연의 모습)과 혼연일체가 될 때 다른 인간들에 의하여 이방인으로 규정된다는 것을 그는 깨닫게 되었다. 
- P227

이방인으로서의 그의 인격의 핵심이다. 저마다 말로 대가를 치르려 하고, 감정을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 드는 세계에 대하여 그는 이방인이다. 뫼르소는 이중인격자가 되는 것을거부한다. 그는 자신의 실제 됨됨이와 상치되는 외관과 언어를 거부한다. 뫼르소가 유죄선고를 받은 것은 바로 언어의 코미디를 연출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 P231

그렇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뫼르소가 살인을 저지르는 순간 왜 자신의 불행을 예감했는지("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 설명하는 일이다. 살인사건이 저질러지는 정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는 자신이 어떤 고의적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의 균형을 본의 아니게나마 파괴했기 때문에 죄인이라고 여기는 것이 분명하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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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빼는 거면 빼는 거고, 주는 거면 주는 거지. 그게 바로 균형이라고 강사는 말했다. 남들은 어떻게 이런 균형을 어렵지 않게 잡을까. 
- P86

자긴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지만 주호는 뭐랄까, 실력이 늘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물위에 둥둥 떠 있기만 하면서 계속 연습을 나오는 주호가 신기했다.
- P87

물속에서는 물 밖에서와 반대로 숨을 쉬어야 한다. 물속에서 코로 숨을 뱉고, 물 밖에서 입으로 숨을 들이마신다. 그 숨이 간절해진다. 숨쉬기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 아주 부자연스럽고 절실한 일이 된다는 점. 그 점이 주호는마음에 들었다.
- P87

대화의 내용은 비슷했다. 늘 주호는 회주의 장바구니를 궁금해했고, 희주는 재료 하나하나에 대해 진지하게 말했다. 중요한 건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중요하지 않은 말들이라는 사실이었다. 집으로 돌아가서 떠올리더라도 후회하지 않아도 되는 말들. 그 자리에서 흩어지고 휘발되어버리는 말들.
- P90

희주는 반짝이던 도시가, 사람들이, 색색의 거리들이 물에 잠긴 모습을 상상했다.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이상하게 위안이 됐다. 같이 떠내려가는 것 같이 잠기고 같이 사라지는 것. 그런 것도 사랑이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 희주는 생각했다.
- P91

"선생님, 괜찮으세요?"
진심으로 걱정하는 목소리였다. 당황한 강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희주도 당황했다. 대체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야 저런 말이 나올까. 대화 맥락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없는 것일까. 지금까지 주호와 나눴던 대화가 아닌 대화들이 떠올랐다.
- P95

"악당이 됐네요. 그 강사가 졸지에 우리 때문에."
물 밖으로 나온 주호에게 희주가 말했다. 
"악당은 우리죠."
주호가 말했고 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 P97

희주가 먼저 간다.
주호가 뒤따른다. 물이 흔들리고 물이 휜다. 딱 그만큼 몸이 흔들리고 몸이 휜다. 떠오르는 몸. 가라앉는 몸. 물을 밀어내는 만큼 밀려가는 몸. 밀어내는 만큼의 무게. 딱 그만큼 두 사람은 손안에 들어오는 물을 만진다. 움켜쥔다. 갈 수 있는 만큼 간다.
- P98

나는 아주 뒤처져서 느릿느릿 움직였는데, 먼저 가 있던 사람들이 그런 나를 향해 박수를 쳐주었다. 물속에 얼굴을 박고 가는 중이었지만 도착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것을 알았다. 그건 무언가 부끄럽고 수치스러우면서도...... 좀 따듯했다. 그 순간이 마음에 강하게 남았다.
- P101

 사실 ‘누군가‘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나는 ‘나에게‘라고 말하지 않고 ‘누군가에게‘라고 말하길 택했다.
그것은 내가 나의 삶을 견디기 어려울 때 택하는 방식들 가운데 하나였다. 나는 나를 통과하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면서, 글을 썼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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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못한다는 게 뭔지 몰랐다. 못하는 것이 꼴찌로 여겨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수영을 못하니까 배우는 게 아닌가. 
- P75

네가 왜 난리냐, 라는 말을 듣고 주호는 그러게 내가 왜 난리일까, 싶었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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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정세랑

🍊 제목에서 오는 친숙하고도 낯설음의 이중적인 느낌 (설자은이란 이름이 이유 없이 너무 좋은데, 돌아왔다고 하니.. 뭔가...). 코발트블루 바탕의 친숙하고도 낯선 표지. 거기에 정세랑 작가라니.. 진작부터 읽고 싶었는데 항상 책은 밀려 있고, 내 정신은 나가 있어서 미루는 줄도 모르면서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가 얼마전 도서관에서 얼쩡거리고 있는데 내 앞에 저 설자은 책등이 짠 하고 보이면서 낼름 대출신청을 ^^

🍊 앞 서 표지를 얘기했는데 내 스타일의 표지였다. 사실 나는 꽤 오린 시간 표지의 새를 매가 발톱을 세우고 하강하는 듯한 모습이 아닌 하얀 부엉이 혹은 하얀 올빼미로 알고 있었다 (사실 부엉이와 올빼미가 지금도 비슷하게 생긴 걸로 알고 있다.. 새를.. 잘 모른다...). 그랬더니 책을 읽으며 알았다. 눈이라 생각했던게 발톱이었다는.... (나는 도대체 무엇을 보는 것인가) 심지어 그 옆의 칼은 지금까지 알지도 못했다가 역시 책을 읽으며 표지에 칼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인가....ㅠ 책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저 하얀매와 칼은 큰 상징성을 가지는데, 그 상징성이 책의 끝에 가서야 나온다. 바로 설자은의 앞으로의 활동에 관한 상징성이었다.

🍊 이 책은 역사, 삼국 이후 신라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며 또한 추리를 해 나가는 소설이다. 왜 친숙하고도 낯설었는지 네 개의 챕터 중 첫 번째만 읽고도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미야베 월드 제 2막‘의 느낌이었다. 오래전 그 시대로 돌아가 추리를 하는데, 그 추리의 내용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그 속에 사람들 자신만의 서사가 있고 때로는 무겁고 때로는 처연한데 그 속에 따뜻함이 있다. 따뜻함이 있을리가 없는데 그렇다. 하나 하나가 단독적인 이야기지만 묶어두고 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미미 여사를 따라했다거나 그런게 아니다. 내가 감히 말하기도 그렇지만, 정말 잘 짜여져 있고 그 와중 여운이 짙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책의 뒷 쪽 책날개를 보면 이 책이 시리즈로 진행될 거라는 걸 알 수 있다. 현재 3권까지 기획에 된 것 같은데 벌써 2권, 3권이 기대가 된다.

🍊 책에는 총 4개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첫 번째인 <갑시다, 금성으로>는 첫 번째 추리이며 주인공인 자은과 인곤이 만나는 이야기다. 여기서 설자은이 원래는 설미은으로 죽은 오빠를 대신하여 가문을 위해 남장하는 여인으로 나온다. 큰 형 (큰 오빠)인 효은 조차 셋째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는데, 그 시대엔 그랬나 싶다. 역사라는 게 학교 다닐 때엔 그렇게 싫다가 커서 보면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건데... 지금 신라 생각나는게 골품제가 있었다는 것 밖에 없다 (그래서 도서관서 빌렸다. why 시리즈 ‘삼국의 경쟁‘ ㅎㅎ) 자은이 된 미은이지만, 원래도 자은이 그랬을 것 같기만 하다. 그 시대의 여인 같은 느낌 보다 원래 자은이었던 사람 그 자체다. 남녀를 떠나서 내가 좋아하는 내 취향. 그에 반면 인곤은 아직까지 미스터리다. 뭔가 시리즈 마지막 권에 가면 뭐가 나올 것 같은데. 자은만큼 똑똑하고 능력있는 사람이 친구(?)이며 식객이지만, 자은 만큼 비밀이 많은 사람. 알고 보니 백제를 다시 부흥시키려는 집단의 수장(이라기엔 너무 혼자 여행하고 있음)이나 왕족이거나... 등등등...

🍊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두 번 째 이야기 <손바닥의 붉은 글씨> 였는데, 완전 이 느낌은 미야베 월드 제 2막 느낌이었다 (비슷하다는 게 아니라, 이 말이 나에겐 정말 최고의 칭찬이다). 정세랑 작가 역시 지금을 만들어준 책에 미야베 미유키의 <외딴집>을 들었다. 외딴집... 아 정말 좋지...말투 하나하나 인물 하나하나, 심지어 꼭 그렇게 결론을 내려야 겠어라는 처연함까지 모두 돌이켜보니 다 그래야만 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세 번째 <보름의 노래>나 네 번째 <월지에 엎드린 죽음>이 덜 한 건 아니었다. 특히 네 번째는 설자은 시리즈가 계속 되고, 심상치 않게 될 거라는 걸 보이면서 큰 역할을 한다. 다만 아쉬운 건 선아의 남편인 진오룡을 조금 더 멋있는 사람으로 두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너무 찌질하게 나온 것 같은데 그게 설자은을 더 멋있어 보이게 하지 않는다. 자은을 그렇게 하려고 작가님이 만드신 건 아니겠지만... 차라리 진오룡, 선아, 인곤, 자은 모두 각자의 색깔로 괜찮은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 효은은 진짜 짜증나는데 매력이 있고, 도은도 좋다. 설씨 집안 매력있다. 그러고보면 선아네 친정은 풍지박산 났지만 선아 뿐 아니라 지율, 옥화, 두 가신들까지도 매력있어. 역시 소설은 인물이 매력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내 글이.....ㅠㅠ)

🍊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절로 ‘아, 미치겠다‘가 나왔다.


🍊 더더더 마음에 남은 구절들

🍃 자은과 인곤은 함께 생각의 고리를 짚어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각자 서로를 평가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41

🍃엎치락뒤치락 없이 명분이 틀림없는 싸움을, 하나의 적과 했더라면, 싸웠던 이들도 지금보다는 평안에 이를 수 있지 않았을까?
˝지옥에서, 지옥으로……………˝
끔찍하게도 그것이 김무헌의 마지막 말이었다.
143

🍃하지만 나도 잃은 과거에 잠겨버리는 쪽을 택했네. 앞서 이끌던 사람이 뒤를 돌아보고 멈춰 서면, 뒤따르던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방향을 바꿔 꼬리가 될 수밖에 없지.
154

🍃잃은 것을 잃은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은...... 괴롭지요. 무엇을 잃었는지 아는 쪽이 낫습니다.
172

🍃˝으...... 어울리지 않아. 전혀 어울리지 않아. 나는 설자은이 데면데면해서 마음에 드는 것이네. 잘 보관한 맵쌀처럼 습기가 없는 게 좋아. 제발 다시는 그러지 말게.˝
198

🍃˝자네에겐 그런 사람이 있나? 그렇게 어긋난 일도하게 만들 만한 이가?˝
자은이 기대하며 묻는 것 같아, 인곤은 바로 떠오른 답을 전하지 않고 말을 돌렸다.
˝그런 이가 있는 자가 부러움을 살 자인지, 없는 자가 두려움을 살 자인지 모르겠네.˝
212

🍃˝설자은.˝
자은의 이름을 불렀다. 자은이 대답했지만 목소리가 형편없게 나와 혀를 깨물었다.
˝나의 흰 매가 되어라.˝
284

🍃 작가의 말
제가 쓴 이야기는 앞서 읽은 이야기들에서 태어났을 겁니다. 장르문학의 근사함은여러 시대의 작가들이 크고 높은 탑을 이어 쌓는 데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작은 돌을 보태고 싶습니다.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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