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에 충만한 산소가 모든 물질과 닥치는 대로 반응하여 결합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 생명체는 산소를 다루는 법을 개발하여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는 산화반응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반응성이 큰 만큼 얻는 에너지도 크다. "위험이 없으면 보상도 없다 no risk, no return "랄까. 이처럼 이온결합은 주기율표 좌우 양 끝에 존재하는 다혈질 원자들이 만나서 이룬 평화다. 이이제이夷制夷라 할만하다.
- P83

흑연은 마치 A4 용지가 쌓여 있는 것처럼 평평한 판들이 층층이 쌓인 구조를 갖는다. 여기서 공유결합은 평평한 판 모양의 구조물을 형성하는 데에만 기여한다. 판과 판 사이는 약한 결합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외부에서 힘을 가하면 팬들이 서로 미끄러진다. 연필심은 흑연으로 만든다. 연필을 종이 위에서 움직이면 탄소판이 미끄러지며 종이위에 펼쳐진다. 연필로 종이 위에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다. 
- P86

고등학교 화학 시간에 ‘칼카나마알아철니주납수구수은백금‘이라고 외운 것이 바로 금속의 이온화 경향, 그러니까 전자를 잃기 쉬운 정도의 순서다. 뒤로 갈수록 전자를 내놓지 않으려 한다. 은, 금, 백금이 전자를 가장 내놓지않으려하니까 잘 녹슬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금속을 귀금속이라 한다. 
- P94

납으로 완벽한 구형의 총알을 만드는 데 기발한 방법이 이용되었다. 녹인 납을 높은 곳에서 방울방울 떨어뜨리는 것이다. 납 방울이 낙하하는 동안 표면 장력 때문에 거의 완벽한 구형이 되는데, 이 상태로 바닥에 놓은 찬물에 들어가며 바로 굳어버리게 된다. 이렇게 완벽한 구형의 납탄환이 만들어진다. 천재다!
- P96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사실 우리 몸이 바로 화학 공장이다. 우리 몸을 이루는 탄소와 공장에서 쏟아내는 오염 물질 속의 탄소는 완전히 같다. 우리 몸에서 음식물을 태워서 에너지를얻는 것이나 휘발유를 태워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이나 화학의 관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화학은 이들을 동일한 관점으로 다룬다. 다시말해 화학이란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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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바람, 별, 그리고 인간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었다
- P7

부분의 합은 전체가 아니다. 새로운 지식을 이해한다는 것은 자신이 이미 이해했다고 믿는 지식과 새로운 지식이 정합적으로 연결되는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해는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으며, 결국복잡한 세상에 대한 총체적 이해는 한사람의 머릿속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 P10

책의 제목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으로 정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가득한 책이지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의 경이로움을 담아보려 했다. 
- P13

우리 몸의 원자는 고양이에서 왔을 수도, 태양에서 왔을수도 있다. 우리가 죽으면 원자로 산산이 나뉘어져 나무가 될 수도 있고 산이 될 수도 있다. ‘나‘라는 원자들의 ‘집합‘은 죽음과 함께 사라지겠지만, 나를 이루던 원자들은 다른 ‘집합‘의 부분이 될 것이다. 이렇게우리는 우주의 일부가 되어 영원불멸한다.
- P48

지구상의 다세포 생물은 대개 산소 호흡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앞서 이야기한 탄수화물, 지질을 산소로 태워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이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호흡의 부산물이다. 우리가 탄소를 자연에 되돌려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 같은 동물은 다른 동물이나 식물을 먹어서 탄소를 얻는다. 식물도 생물이니 탄소가 필요하다. 식물은 동물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에서 탄소를 얻는다. 원자는 영원불멸한다. 생명의 원자인 탄소는 동물과 식물 사이를 오가며 여러 가지 물질의 일부가 될 뿐 결코 사라지거나 만들어지지 않는다. 동물과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통해 탄소를 주고받는다. 동식물 간 원활한 탄소 교환이 가능한 것은 이산화탄소가 기체이기 때문이다.
- P61

불산은반응성이 워낙 강하다 보니 닥치는 대로 녹인다. 그렇다면 불산을 담아들 용기가 존재할까? 놀랍게도 불산에도 녹지 않는 ‘테플론teflon‘이라는 물질이 있다. 테플론이 불산에 녹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테플론은 탄소가 줄줄이 늘어선 끈 구조물 주위에 불소를 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불소 대신 수소를 두르면 폴리에틸렌이 된다. 사람들은 폴리에틸렌을 플라스틱이라 부른다. 다시 말해 불소에 버틸 수 있는 물질은, 즉 불소라는 창을 막아줄 방패는 불소 그 자신뿐이란 뜻이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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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라는 것은 능력의 한계로 찾아오는것이 아니라 ‘환기를 위한 신호‘ 인지도 모릅니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도 띄어쓰기가 존재하듯 쓰는 삶에도 띄어쓰기가 필요합니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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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작가가 머물렀던 공간으로독자를 초대하는 글입니다.
내가 앉았던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내가 벗어둔 옷을 잠시 입을 수 있도록,
그리하여 나의 생각과 감정과 감각까지 공유하는 것이 에세이의 목적입니다.
타인으로 하여금 나를 이해하게 하는 작고 좁은 문, 에세이.
- P5

세상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든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방향과 속도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 쓴 글이 조금 형편없으면 어떤가요, 내일은 보다 더 근사한 문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텐데요. 
- P7

에세이는 일기나 일지와는 다르게 하나의주제를 중심으로 쓰인 문학입니다. 작가의 실제 경험을 기반을 하고 있지만 작가의 경험 모두를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 P152

다큐멘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솔한 모습을 거짓 없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에도 연출은 존재합니다. 기획 의도에 맞는 모습을 집중하여 담아내고 취지와 불필요한 장면은 편집할수 있겠죠. 과한 편집은 위험할 수 있지만 주제를 분명히 드러내기 위한 편집은 불가피합니다.
- P153

글을 낯설게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퇴고는 더욱 정교해질 것입니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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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거의 크리스마스 유령이다."
- P43

문이 열리면서 기다랗고 썰렁하고 음침한 교실이 나타나는데 허술한 의자랑 책상이 줄줄이 늘어서서 분위기를 훨씬 황량하게 만들었어. 바로 그런책상에서, 미지근한 난롯불 옆에서, 외톨박이 아이가 책을 읽는 거야.
스크루지는 의자에 앉았어. 그리고 오랫동안 잊고 지낸 자신의 불쌍한 어린 시절을 바라보며 구슬피 울었어.
- P47

"그런 게 아니오 유령님. 그런 게 아니오 영감님한텐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힘도 있고 불행하게 만들 힘도 있소 우리가 하는 일을 편하거나힘들게 즐겁거나 고통스럽게 만들 힘 말이오 입에서 나오는 말과 표정하나하나에서 너무 사소하고 하찮아서 덧붙일 수도 없고 셀 수도 없는행위 하나하나에서 그런 힘이 솟구쳐 나온다면 유령님은 뭐라고 하시겠소? 영감님이 베푸는 행복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값진 것이오"
- P57

질병과 슬픔도 전염이 잘 되지만 재미있는 말과 웃음처럼 전염이잘 되는 것 역시 없다는 사실을 보면 세상 이치가 정말 공평하고 숭고하고 정의롭다는 생각이 들어.
- P88

그런데 자신이 늘 머물던 모서리에 낯선 사람이 있는거야. 게다가 시계는 자신이 평소에 거래소를 찾던 시각을 가리키는데 출입구로 밀려드는 군중 가운데에는 자신을 닮은 사람이 하나도 안보였어. 그렇다고 해서 많이 놀란 건 아니야. 다르게 살겠다고 단단히 결심한 터라, 그런 결심을 행동에 옮겼다는 생각도 들고 정말 그러면 좋겠다는 희망도 떠올랐거든.
- P105

귀에 대고 이렇게 말하는 목소리도 없는데 스크루지는 침대를 바라보다가 이런 소리를 들었어. 그러자 이런 생각이 절로 드는 거야. 이사람이 다시 일어난다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길까? 탐욕, 경쟁,집착? 그러다가 이렇게 비참하게 죽은 거잖아!
- P112

맞아. 아무리 감추려 해도 마음이 가벼워 아이들도 옹기종기 모여서 뭔지 모를 말을 숨죽여 듣다가 표정이 밝게 변했어. 노인네가 죽어서온 집안이 행복하다니! 노인네가 죽었는데 유령이 보여줄 수 있는 감정이라곤 기쁨밖에 없다니! 그래서 스크루지가 사정했어.
"노인이 죽어서 슬퍼하는 사람을 보여주세요 안그러면 방금 나온컴컴한 방이 계속 생각날 거예요, 유령님."
- P115

그래! 침대 기둥이 자기 것이야. 침대도 자기 것, 침실도 자기 것.
무엇보다 즐겁고 행복한 건 자신한테 시간이 있다는, 그래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다는 사실이야. 그래서 스크루지는 침대에서 기어 나오며 유령한테 한 말을 그대로 중얼거렸어.
- P123

세상 사람 일부는 스크루지가 변한 모습을 보고 비웃기도 하지만 본인은 남이 비웃건 말건 개의치 않았어. 앞에 나선 사람이 처음에 조롱하는 분위기를 못 견디면 세상에 좋은 일은 영원히 안 일어난다는 사실을, 자신은 이런 비웃음을 못본 척하면 그만이지만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리는 대신 차라리 비웃기라도 해서 눈가에 주름을 잡으면 훨씬 좋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 그래서 마음이 편해. 스크루지는 그걸로 충분했지.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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