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낭사 2025년, 2월모임. 도망친 유기견을 찾는 사연과 자매의 갈등과 화해, 두 개의 고리로 연결된 소설이란 책소개에 공존, 연대에 대해 고민하고 싶었다. 소설은 주인공 예빈이 마지막으로 유나(사람이었는 줄…작가의 의도, 별나 역시)를 목격했다는 제보에 관해 독백을 하며 시작한다.

🪨 후반부로 가고 결말까지 낭독하면서 살짝 당황했다. 전개가 이런식으로 갈지 생각도 못했다. 무엇이 진실인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엄마의 죽음이 앞에만 해도 약간 두리뭉실하게 나왔었다. 채빈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만 애매하게 묘사되고. 사실 난 채빈이 불편했다. 무섭기까지 했다. 십 년 만에 만난 채빈은 예빈도 지내지 않는 엄마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했다. 이 조차도 뭐가 있나 싶었다. 엄마의 죽음, 채빈의 기이한 행동들. 책을 다 완독하고 나니 진실은 항상 거기에 있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게 갖춰진 프레임에서만 보려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리고 나서 진실은 무엇이지라고 의아한 건 아닌지.

🪨 그리고 후반부 유나를 발견. 유나를 찾았다고 했을 때, 잠시 소장이 아무 강아지를 내 놓고 유나라고 하는 게 아닌 가 하는 추측을 했다. 예빈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유나는 유나일까? 아니 그 보다는 유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입장. 처음엔 그저 행방불명된 유나를 찾기 위한 사람들인줄 알았다. 사실 그건 틀린 건 아니었다. 다만 소장, 간호사, 마지막 임보자아 중국인 학생, 예빈까지 각자의 입장은 너무도 달랐다. 내가 아는 진실, 진실 아래 또 다른 진실. 진실이라 하기엔 그저 생활, 현실, 입장. 그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건 무엇이었을까.

🪨 한두냥이 남매, 마당이, 룩이를 생각했다. 실제로 2주간 보호를 하다가 안되면 안락사를 시키는 보호소가 많다. 예전 마당이 룩이를 입양했을 때 이미 한냥이 두냥이 남매 나이가 있었다. 그 때 몸도 안 좋고, 집에 거의 있는 시간도 없었고, 동네에 길냥이로 그대로 놔둘 수도 없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마당이나 룩이가 이미 성묘인데다가 품종묘도 아니라서, 보호소에 가면 입양될 확률이 거의 없었다. 말이 보호소지만, 그건 나 자신에게 죄책감을 덜게 하는 방안이지 마당이나 룩이는 거의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입양을 하게 되었다. 입양을 하고도 얘들은 길에서 자유로운 존재인데 실내에 가둬놓는 게 맞는 걸까 고민했다.

🪨 가족, 다른 생명. 우리는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 가족이란 이름으로.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끼리도. 그리고 생물의 종을 넘어서도. 짧지만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다. 불편하지만 따뜻해질거라 믿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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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묘한 거리와 누구보다 버팀을 모두 주고 받았던 후배가 선물해 준 책을 이제 읽었다. 목차를 보고 갸웃거렸는데 역시나 오래전 읽었던 ‘잘가요 언덕‘이었다. 절판된 책을 개정한 작품이 이 책이라 한다. 그러나 난 책의 결말까지 완독하는 순간에도 다행인지 어처구니 없는건지, 전에 읽은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았다...

🐯 나의 어린이 시절 본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는 최초이면서도 지금까지 인생 최대 일제 강점기에서 짓밟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였다. 일제강점기 뿐 아니라 ‘역사속에서‘가 맞는 표현일 듯. 그 때 내 손에 꼽는 충격적인 몇 장면 중 하나는 그 악질 스즈키형사가 해방 된 조선에서 여전히 높은 직급의 경찰이 되어있던 것. 주인공 하림이 너가 왜 여기 있냐며 울분을 토하는데, 악질 친일파는 여전히 높은 세력을 가지고 있었고 독립운동을 한 주인공들은 비참했었다. 충격이었다. 너무 얘기가 딴 곳으로 갔구나.

🐯 이 책을 읽으며 주권을 뺏긴 나라의 평범한 사람의 삶을 생각 해본다. 정말 순이가 용이와 잘 도망가기를 바랬는데, 그 시절 그런 기적은 없었겠지. 그래도 이런 결말이라니. (정말 기억이나지 않았다). 제일 현실적이며 여운있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결말이겠지만. 일본의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평범한 일본인은 이 모든 상황을 제대로 알았을까? 일본군 대위 가즈오의 편지가 없었으면 이 책의 여운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을 듯. 어머니께 보내는 첫 편지만 해도 군인으로 자청했던 가즈오의 긍지가 보였으나, 나중엔 고민하고 당황스러워하다가 결국 전쟁과 범죄는 다르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의 선택은 옳은 것이 었을까, 현명했을까. 결국 어이없는 누구도 알지 못할 죽음과 불명예를 얻었지만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이미 하나의 캐릭터로 완성된 용이보다 더 마음을 움직일수도.

🐯 순이가 용이에게 말한 용서의 의미는 무엇이며, 내가 생각하는 용서는 무엇일까? 순이는 용이에게 백호가 잘못이 없어서가 아니라, 엄마별을 보기 위해 용서해야 한다고 한다. 책에는 나와있지 않고 현실은 용서를 구하는 자가 없기에 용서를 할 수도 없고 하지 않는 할머니들이 겨우 몇 분 생존해 계신다. 순이라면 일본군을 용서할 수 있을까? 그 일본군에는 악랄한 군인들도, 가즈오의 부대처럼 농사 짓다가 오던 군인들도 있다. 스즈키형사처럼 모든 조선인이 선하거나 악하지 않듯, 일본 역시 그러하다. 현실에서의 나의 용서. 그저 누구의 잘못이라기 보다 서로의 어긋남이라면, 아름다운 거리를 두고 각자의 삶을 사는 게 좋지 않을까. 현실의 상황은 그 시대같은 처절함은 아닐테니.

🐯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 인간들끼리 공존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책어 뒤에는 일본군과 조선의 이야기지만 앞에는 자연과 인간 있다. 육발이가 죽고 새끼 나올때 마음이 내려앉았다. 황포수가 발을 잘랐을 때 ‘서걱서걱‘이라는 표현이 너무 소름끼쳤다. 인간의 기준에서 유해한 생물과 무해한 생물이 결정되니 공존이 쉽지 않다. 그리고 나 역시 많은 경우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씁쓸하지만. 자연과도, 인간끼리도더불어 살지 못하는 세상에서 나는 무엇을 반성하고 무엇을 해야하는가. 우리가 적이라고 생각하는 상대는 적일까? 우리에겐 왜 연민이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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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지나온 길을 다정히 돌아보고앞으로 갈 길을 곰곰이 바라보자는 마음으로 회고를 자주한다. 
- P166

회사를 그만두면 나는 나를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이질문으로부터 나는 처음으로 ‘나‘에게 소속된 삶이 어떤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 P170

어른이 되면서 내 삶을 온전히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부담감, 내가 책임져야 하고 해결해야 하는 일, 혼자 일어서야 하는 순간을 여럿 겪었다. 이 모든 것은 내 몫이기에 내가 뭘 하면 행복해지고 언제 힘을 얻는지, 그를 통해 내 삶을 살아낼 연료를 어떻게 얻어갈지를 잘 알고 있어야한다.
- P175

내 삶의 목표는 무엇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갈것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었나? 이런 생각은 떠올리지도않고 그냥 살아간 날들이 대부분이다. 때때로 스스로에게묻는다, 내 삶의 목표와 내가 잃지 말아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 P183

하루를 살다 보면 무엇인가를 쉽게 포기하는 순간들이생겨난다. 주로 나를 위한 시간들이다. 하던 일이 안 끝나서 운동하기로 한 시간을 미루고,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일기를 쓰기로 한 시간을 포기한다. 결국 나를 위해서 사는 삶인데 내 시간을 가장 먼저 양보한다. 
- P190

누군가의 삶이 내 삶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도록,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삶도 멀리서 동경하는 어느 사람의 삶도 모두 내 영감의 힌트가 될 수 있도록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 P195

마침표를 찍은 경험은 끝난 경험이지만 그 경험에 물음표를 던지면 열린 경험이 된다. 그리고 물음표를 따라 느낌표를 찾으면 작은 경험이 영감으로 전환되는 마법이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회고는 성장의 방향타가 돼줄 것이다.
- P211

수집한 조각의 찬란함에 집중하자!
꾸미기가 아닌 수집!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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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나와 너무잘 맞고, 비슷한 점도 많은 것 같던 사람과 시간을 더 보내게 되지만, 나중에는 나와 다른 점들을 계속 발견하고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죠. 그런데 종희와 일영의 관계는 서로에게서 비슷한 점만 보면서 끝없이 확장하다가, 결국 서로의 ‘다름‘이 큰 골을 만들게 된 관계죠. 
- P168

성> ‘두 사람이 경험하는 시차‘라는 말이 멋지네요! 우리는 같은 일을 겪어도 필연적으로 다른 경험을 하게 되고, 그 어쩔 수 없는 ‘시차‘에 적응하지 못하면 매끄럽게움직이는 것 같던 관계도 조금씩 삐거덕거리기 시작하는것 같아요. 일영에게 종희의 전화가 ‘감정 쓰레기통‘이되는 걸 견디는 일이었다면 종희에게는 그저 자신의 삶을 공유하는 일이었던 것처럼요. 
- P169

고통에 의미가 있다고 믿는 낙관론자가 될 수도 없으면서 그 고통이 무의미하다고 단언하는 비관론자도 될 수없는 처지인 거죠. 그 극단을 왔다 갔다 하면서 계속 그상실을 끌어안고 살고 있는 셈이에요.
- P178

타인에게도 지키고 싶은 신념과 방향성이 있고, 그게 내 것에 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의외로잊고 살 때가 많아요.
- P188

노력으로 회복할 수 없는 관계가 있다는 것도 받아들이게 되어서 한계에 다다른 인연에 대해서는 쉽게 포기하는 편인 듯해요. 하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상황이 변하면 그 관계가 다시 이어질지 모른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을 조금 열어둔 상태이죠.
- P198

외딴섬이라고 생각했던 모두가 실은 우주 안에서 하나로 얽혀 있다는 사실에, 그리하여 어쩌면 나와 초월적으로 얽혀 있는 누군가가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한다는 상상으로.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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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홀로이면서 홀로이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방황하다가 중앙도서관의 지하 식당이라든가 홍보관의 클래식 음악 감상실이라든가 학생회관의 생활도서관 즈음으로내 생활반경을 정해두었다. 
- P152

놀랐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정신이 멍한 와중에도 내가 아니라 소진이 그 소식을 먼저 알았다는 사실을 질투하는 나 자신을 자책하면서, 나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 P157

 "사랑해야지, 살아 있는 것들을 더 많이 사랑해야지." 나는 소설 속 어딘가에 쓸 말을 생각하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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