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할머니는 그에게 윤이가 극락으로 갔다고 했다.
극락이 어디 있어요?
아주 멀지만 가까운 곳이라고, 할머니는 어쩐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P254

그때 그는 자신이 언젠가 일 년에 하루뿐인 초파일을 아쉬워했던 것을 기억했다. 하지만 일 년에 하루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그만큼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을까.
아름답다는 건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보다고 그는 생각했다. 
- P260

맵싸한 감각이 그의 목구멍 안쪽에 느껴졌다. 왜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겠지만, 그 스님이 눈물을 흘린 까닭을 어쩐지 알 것만 같았다. 하지만 대답할 수 없다면 안다고 할 수 있는 걸까.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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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때 제일 바라는 게 뭐예요? 선물도 말고 백만 파운드도 말고 그냥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하는 거요." 조는 엄마에게 물었다.
- P94

스티븐은 살짝 현기증이 나 눈을 감았다. 눈을 떠보니 놀랍게도 미시즈 존슨이 조지와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심지어어떤 술을 들고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 P122

"주로흑백영화가나오던 시절에 컬러영화가 개봉하면 ‘빛나는 총천연색‘ 어쩌고 했잖아. 당신이 그런 사람이야. 나한테는 빛나는 총천연색이야."
마틴은 젠의 칙칙한 갈색 머리칼과 핏기 없는 뺨을 쓰다듬었고,
회색 카디건과 회색과 라일락색이 섞인 치마를 입은 그녀를 두 팔로 감싸안았다. 
- P142

페니는 지난 몇 년 동안 워낙 씩씩하게 지냈기에 연민이나 동정의 기미가 느껴지기만 해도 발끈했다. "아니, 아니, 저를 불쌍하게여기실 것 없어요." 그녀는 얼른 말했다.
"나는 당신을 불쌍하게 여길 겨를이 없어요. 페니. 내가 너무 불쌍해서 남을 동정할 여유가 없거든요."
- P154

이번 한 번, 올해 크리스마스만이에요. 그날이 지나면 우리 모두 치유받고, 해결해야 하는 일을해결할 마음의 준비가 되겠죠.
- P162

"아, 나는 내년 이맘때면 당신과 아주 잘 아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는데요."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아주 잘 아는 사이가요."
- P169

그리고 완벽한 크리스마스로 인해 지연되기는 했지만 야단법석의 계절이 돌아왔고, 모든 게 다시 괜찮아졌음을 깨달았다.
- P209

나이얼 오코너는 벤에게 그의 아내 이름도 엘런이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같이 실컷 울었다. 다음날 스테이크를 만들 때는 전날 흘린 눈물에 대해 서로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 P219

"어디서 보니까 비법이 물을 계속 마시는 거래요."
"뭘 받아들이는 태도가 굉장히 극단적이네요." 멕은 감탄과 비난을 반씩 섞어 말했다.
"맞아요." 톰 오닐이 말했다. "그게 내 인생의 축복이자 저주예요."
- P228

소시지와 소음과 남다른 술이 있고 누가 누군지 완벽하게 파악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모임이야말로 그들에게가장 알맞은 자리였다. 
- P242

세라는 제인을 만난 적이 없었기에 속을 털어놓기가 왠지 더 쉬웠다. 6000마일의 거리가 있었기에 좀더 솔직해질 수 있었다. 제인은 현실적이었다. 죽은 사람은 없지 않냐고, 마음의 상처는 치료하면 된다고 했다. 세라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버티는 거라고.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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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어떻게 측정하지? 행복은 감정, 기분,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 P28

어쩌면 행복이야말로 새로운 슬픔이라고 할 수있을지 모른다.
- P32

우리는 행복을 성취하고 싶어 하지, 그냥 행복을 경험하기만 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심지어 불행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갖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 적어도 불행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 하는 것 같기는 하다. 행복을 진심으로 음미하기 위해서.
- P46

그때 깨달음이 찾아온다. 그 모든・・・・・・ 자유로부터 해방된 느낌이라는 깨달음. 관용은 훌륭하지만, 쉽사리 무관심으로 변질될 수 있다. 그건 아주 좋지 않다. 
- P50

"깨끗함." 디터가 말한다. "우리나라의 공중 화장실을 본 적 있어요? 아주 깨끗해요." 처음에 나는 이 말이 농담인 줄 알았지만 그럴리가 없다고 금방 생각을 바꾼다. 스위스인들은 농담을 하는 법이없다. 무슨 일에 대해서든, 결코.
- P58

스위스의 도로에는 움푹 팬 곳이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간다. 스위스는 대단히 기능적인 나라다. 이것이 기쁨이나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없을지는 몰라도 불행의 원인을 많이 제거해주는 건 사실이다.
- P59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권태를 "우리 목에 닿는 무無의 뜨거운숨결"이라고 정의했다. 스위스에서는 그 뜨거운 숨결이 없는 곳이없다. 공기 중에 쫙 퍼져 있다. 프랑스에 와인이 있고 독일에 맥주가 있다면, 스위스에는 권태가 있다. 그들은 권태를 완벽하게 다듬어 대량생산했다.

- P61

만족감. 중립적인 감정. 어쩌면 이래서 스위스가 중립국인지도 모른다. 스위스가 중립국이 된 것은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도덕 때문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퐁듀와 전쟁은 어울리지 않으니까.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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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향해 등대를 밝히듯 집집마다 거대한 어둠에 맞서 자기 별에 불을 밝혀, 대지는 서로에게 보내는 환한 신호로 가득했다. 사람들의 삶과 관련된 모든 것이 이미 반짝이고 있었다. 파비앵은 이번에는 어둠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마치 정박지로 들어가는 것처럼 느리고 아름답게 이루어지고 있음에 감탄했다.
- P18

휴식도 희망도 없는 노력이었다. ‘난 이제 늙었어......‘ 자신의 유일한 행위에서 더이상 위안을 찾을 수 없다면, 그건 나이가 들었다는 뜻이었다. 
- P22

그는 열린 창문 앞에 서서 밤을 이해했다. 밤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품고 있었고, 예배당처럼 아메리카도 품고 있었다. 그는 이런 장엄한 느낌에 놀라지 않았다. 칠레의 산티아고 하늘은 낯선 하늘이지만, 우편기가 일단 칠레의 산티아고를 향해 가면, 우리는 그 항로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하나의 웅장한 지붕 아래 살고 있는 것이니까.  - P41

"나는 정당한가 부당한가? 나는 알 수 없다. 내가 엄격하게 굴면 사고는 줄어든다. 책임이란 개인에게 있지 않다. 그것은 모든 이에게 적용되지 않으면 아무에게도 적용되지 못하는 막연한 힘과 같다. 내가 정말 정당하게 군다면, 야간비행은 매번 죽음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그는 이 길을 너무 혹독하게 달려온 데 대해 피로감이 들었다.  - P57

그는 문을 닫고 거리로 나와 밤거리의 낯선 사람들 속에서 정복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녀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에게는 단지 바다의 심연에 지나지않을 이 꽃들, 이 책들, 이 온기를 그녀는 슬프게 바라보았다.
- P67

그러나 해가 떠오를 동쪽을 뚫어져라 본들 무슨 소용인가. 그들 사이에는 너무도 깊은 밤이 있어 그것을 뚫고 다시 올라가지 못할 테니 말이다.
- P77

모두 문을 잠그고, 불빛 없는 거리의 집들은 각각한 척의 배처럼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세상과 단절되었다. 새벽만이그들을 구해주리라.
- P81

정비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공익은 개인의 이익이 모여 이루어집니다. 그 외의 것들은 아무것도 정당화되지 못해요." 한참 뒤에 리비에르가 대답했다. "하지만 인간의 목숨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 해도, 우리는 항상 무언가가 인간의 목숨보다 더 값진 것처럼 행동하죠.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 P88

고대의 지도자는 사람들의 고통에는 연민을 느끼지 않았지만, 죽음에는 엄청난 연민을 느꼈다. 그것은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모래언덕이 지워버릴 종에 대한 연민이었다. 그래서 그는 백성에게 적어도 사막에 매몰되지 않을 돌을 세우도록 한 것이다.
- P89

그들은 보석이 가득한 방에 갇혀 다시는 그 방을 나올 수 없는, 동화 속 도시의 도둑들 같았다. 그들은 얼음처럼 차갑게 반짝이는 보석들 가운데서 엄청난 부자가 되었지만, 죽을 운명을 맞이하여 떠돌고 있었다.
- P97

파비앵 부인 또한 남편의 죽음이 내일쯤부터 어렴풋이 실감나기 시작할 것이다. 이제는 소용없어진 행위 하나하나에서, 그리고 사물들 하나하나에서, 파비앵은 천천히 집을 떠나갈 것이다. 
- P106

이처럼 혼란한 가운데서도, 그에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신념에 대한 복수이자 증명이었다. 이 순조로운 비행은 전보를 통해 다른 수많은 비행 또한 순조로우리라는 점을 예고했다. ‘매일 밤 태풍이 오는 건 아니다.‘ 리비에르는 또 이런생각도 했다. ‘일단 길을 개척해놓으면, 그 길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법이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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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크리스마스, 댄." 엘리가 말했다.
"아니, 무슨 대답이 그래?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그는 습관처럼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예전에는 그걸 보면 그녀의 몸이 달아올랐다.
"잘 가라는 말을 노인의 방식으로 표현한 거야. 댄." 엘리는 외치고 문을 닫았다.
- P72

그리고 살다보면 뭐가됐든 적게 설명할수록 좋은 경우가 더 많았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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