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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술 안내서 - 초보 드링커를 위한
김성욱 지음 / 성안당 / 2025년 6월
평점 :

일러스트레이터 김성욱 작가가 말아주는 아주 특별한 술마카세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술에 관한 흥미롭고 친절한 안내서!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종종 식사 중에 마실 만한 가벼운 술을 찾기 위해 편의점 주류 코너를 살펴보곤 한다. 요즘에는 MZ세대 소비자들을 겨냥한 독특한 하이볼 상품이 특히 눈에 띄는데, 어제만 하더라도 요구르트맛 하이볼이 신상으로 나왔기에 관심이 갔다. 확실히 예전에는 전문 주류점 혹은 면세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술을 온라인이나 마트의 주류 코너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으니, 술을 맛보고 즐기는 문화가 다채로워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다양한 술의 매력을 소개하고, 초보 드링커들도 쉽고 재미있게 술을 즐길 수 있도록 친절한 안내서가 출간되었다. 자칭 ‘술을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라 밝히는 김성욱 작가는 알고 나면 더 맛있는 술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와인,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청주와 탁주, 일본 대표 술인 사케, 위스키, 보드카 등 각각의 술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제조 과정, 특징,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술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저에게는 맥주의 시원함이 즐겁고, 막걸리의 걸쭉함이 즐겁고, 사케의 깔끔함이 즐겁고, 청주의 고소함이 즐겁고, 소주의 어울림이 즐겁고, 보드카의 깨끗함이 즐겁고, 위스키의 차분함이 즐겁고, 데킬라의 독특함이 즐겁고, 럼의 자유로움이 즐겁고, 진의 향긋함이 즐겁고, 브랜디의 달콤함이 즐겁고, 와인의 느낌이 즐겁고, 리큐어의 다양함이 즐겁고, 백주의 따뜻함이 즐겁고, 우리 소주의 깊음이 즐겁습니다. / 558p
술의 기원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 옛날 악마가 술의 재료가 되는 열매를 맺는 나무의 거름으로 양, 사자, 원숭이, 돼지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처음에 술을 마시면 양처럼 순하다가 곧 사자처럼 용맹해지고, 다시 원숭이처럼 춤추다 결국 마지막에는 돼지처럼 더러운 바닥을 뒹굴게 되는 거라고…. 여기에 신에 관한 이야기도 하나 있다. 술의 신이 술을 만들 때 술에만 들어가는 재료를 넣었는데 바로 ‘솔직함, 슬픔, 분노’였다는 것이다. 이후 술의 신은 조금 더 생각하더니 마지막으로 뭔가를 더 넣었는데, 그것이 바로 ‘망각’과 ‘후회’였다고 한다. 술만 마시면 인간이길 거부하고 내 안의 온갖 동물들을 다 만나다 다음날이면 꼭 후회를 반복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나 보다.
기원전의 기록에도 증류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으나, 지금과 같은 증류 기술이 정립된 것은 화학의 기초를 수립한 아랍의 연금술사들 덕분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그들 중 가장 유명한 연금술사이자 ‘아랍 화학의 아버지’라 불린 중세 과학자 자비르이븐 하이안이 770년경 화학 성분을 분리하는 실험을 했고, 그 실험을 통해 향수, 화장품, 증류주 등을 만들 수 있는 증류장치를 만들었습니다. / 32p



적은 양이라도 이왕이면 제대로 즐기는 법을 알아두면 좋을 듯하다. 이를 테면 와인의 경우 스파클링 와인은 5~8℃로 차갑게, 화이트 와인은 8~12℃ 정도로 시원하게, 레드 와인은 15~18℃ 정도의 실내 온도로 맞춰서 마시는 게 좋다고 한다. 맥주의 경우 라거와 필스너는 3~7℃, 휘트비어는 5~7℃, 페일 에일은 7~10℃, 에일은 10~12℃, 포터나 스타우트는 12~13℃ 정도가 일반적으로 적당하다고 하니 기억해두어야겠다. 또 책에서는 맥주를 따를 때도 맥주와 거품의 황금비율을 7:3, 8:2로 맞출 것을 추천한다. 거품이 맥주 안에 탄산을 가둬두기 때문에 탄산을 더욱 오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맛있게 마시기 위해 책에서 알려주는 또 다른 방법들도 도전해봐야겠다.
곡물을 발효·증류·숙성한 술을 ‘위스키’라 하면, 과일을 발효·증류·숙성한 술은 ‘브랜디’입니다. 주로 포도로 만들지만 보리 외의 다른 곡물로 만들어도 ‘위스키’라 부르듯, 포도가 아닌 다른 과일을 발효·증류·숙성해서 만든 술도 ‘브랜디’라 부릅니다. / 235p
럼을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비슷할 겁니다. 바닷가, 배, 선원 등이 떠오르죠. 럼은 우리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는 바로 그 이미지인 바다, 배, 뱃사람들의 술입니다. (…) 럼의 고향은 서인도 제도라 불린 카리브해 인근 지역입니다. 인도를 찾아 신항로를 찾던 유럽인들은 인도로 생각했던 이곳을 발견한 후 세월이 흐른 뒤에 설탕의 원료가 되는 사탕수수를 옮겨오고 사탕수수를 가꿀 사람들도 옮겨왔습니다. 그 사람들은 노예였죠. 럼은 노예로 불린 이들이 노동이 끝난 뒤, 설탕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인 당밀로 만든 증류주입니다. / 353p
다른 여러 나라의 증류주들과 같이 소주도 아랍의 증류 기술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탄생했습니다. 정확히는 아랍의 문문을 받아들였던 원나라(몽골)를 통해 전해졌죠. 소주가 전해지고 알려지는 시기 또한 대부분의 증류주들과 비슷합니다. 우리나라 문헌에는 고려 충렬왕 시기에 소주(불사를 소, 술 주)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했고 이후 줄곧 기록이 있습니다. 원나라를 통해서 들어왔기 때문에 개성과 제주, 안동처럼 원나라의 영향이 크게 미쳤던 지역의 소주가 유명합니다. / 424p


김성욱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감각적인 일러스트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각각의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그의 그림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읽힐 뿐만 아니라, 굳이 검색하거나 사진 자료를 일일이 찾아보지 않아도 브랜드를 바로 파악할 수 있어 유용하다. 페이지 곳곳이 마치 예술 작품 같아서 초보 드링커뿐만 아니라 술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소장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