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손님들 마티니클럽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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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스파이들이 이렇게나 섹시하다니!

테스 게리첸의 소설은 독자를 이토록 즐겁게 한다!




  여름 손님들이 돌아왔다.

  캐나다 메인 주에 위치한 퓨리티 마을의 메이든 호숫가. 65년이라는 세월동안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해마다 들어오고 나가는 손님들을 쭉 지켜봐왔던 루벤 타킨은 올해도 어김없이 호숫가 별장에 하나둘씩 불이 밝혀지는 광경을 숨죽여 응시했다. 문뷰는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별장 중에 하나였다. 그곳의 소유자인 조지 코노버가 몇 달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의 미망인인 엘리자베스가 큰아들 콜린, 그리고 얼마 전에 결혼한 작은아들 에단과 함께 이곳에서 조지의 추모식을 열기 위해 다시 돌아온 듯했다. 루벤은 하늘을 할퀴고 있는 발톱처럼 생긴 문뷰의 굴뚝을 불길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몸서리쳤다.




‘여기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독이 서려 있는 메이든 호숫가의 

이 집은 피비린내 나는 피할 수 없는 최후를 맞이하게 될 곳이다.’ 

/ 152p




  한편, 은퇴한 다섯 명의 전직 CIA 요원 출신의 모임인 ‘마티니 클럽’은 독서 모임이라는 명목으로 오늘도 유쾌한 대화를 즐기고 있었다. 과거에 참여했던 작전으로 인해 전적들에게 위치와 신분이 노출된 매기가 위험해 처하자 마티니 클럽 멤버들이 합심해 이를 해결한 게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 평화도 잠시 뿐, 이웃에 사는 루터 윤트가 다급히 찾아와 매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열다섯 살, 조이 코노버. 문뷰의 여름 손님 중 한 명인 소녀가 실종되었다. 하필이면 루터의 손녀인 캘리가 소녀를 농장으로 초대해 함께 놀다 루터가 소녀를 집 앞에 데려다준 이후에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 설상가상으로 소녀의 혈흔이 트럭에서 발견되면서 루터가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그 사이 소녀의 행방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데…. 친절한 이웃인 루터의 혐의를 벗기고 사라진 소녀를 찾기 위해 나서는 우리의 마티니 클럽. 과연 이들은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언제 모든 것이 무너질지 모르는 위기의 끝자락에서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하며 눈앞의 재난이 보이지 않는 지금의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고 있으며, 한편으론 순간의 덧없음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재난은 언제든, 누구에게든 닥칠 수 있다. / 19p










  스릴러의 여왕 테스 게리첸이 ‘마티니 클럽’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여름 손님들』은 평화로워 보이는 작은 마을 퓨리티의 메이든 호수를 배경으로, 실종된 소녀의 행방을 쫓는 ‘은퇴한 CIA 요원 출신의 마티니 클럽 멤버들’의 활약상을 담은 미스터리 소설이다. 전작인 『스파이 코스트』가 위험천만한 전적들의 위협과 공격으로부터 일상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마티니 클럽의 분투를 담아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호숫가에서 사라진 소녀와 수면 아래에 오랫동안 잠겨 있던 미스터리의 진실을 추적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여러 인물의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다각도로 제공하는 테스 게리첸의 서술 방식은 마지막까지 긴박감을 선사한다. 마을 사람들이 경계하는 수상쩍은 이웃 루벤, 의붓딸이 실종된 것을 소재로 삼아 소설을 쓰고 있는 에,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코노버 가족과 이웃들, 루터의 차에서 발견된 실종된 소녀의 혈흔, 1972년에 메이든 호수에서 사라졌다던 여성의 정체 등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거듭된 반전으로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이런 짓을 할만한 누군가를 짐작하십니까?” 조가 물었다.

“음, 누가 그랬는지 정확히 알겠어요.” 조지는 호수 건너편에 있는 오두막집을 바라보았다. “항상 그였어요. 루벤 타킨. 그는 몇 년 동안 이런 짓을 해왔어요. 우리 집 데크에 썩은 생선을 가져다 놓거나, 손자의 유모를 괴롭히기도 했죠. 돌을 던져 창문을 깨버리기도 했는데, 아주 비싼 유리창이었어요. 그때도 경찰에 신고했었죠.” / 64p



참 슬픈 모습을 한 가정이었다. 장애를 가진 누나와 어두운 구석의 분노에 찬 남동생. 둘은 모두 은둔형 외톨이였다. 반세기 전 아버지가 저지른 잔혹한 행위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평생을 유배지에서 살아야 했다.

조는 메인스트리트 학살로 사망한 네 명만이 샘 타킨의 희생자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바로 이 집에 두 명이 더 있었다. / 231p



“사람들은 거의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 있어요, 매기. 그래서 역사는 꾸준히 반복되는 것이죠.” / 333p












  뭐니 뭐니 해도 마티니 클럽 시리즈의 매력은 은퇴한 스파이들이 각자의 장점을 발휘해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비록 과거의 영광과도 같은 기민함이나 예리함은 무뎌졌을지 몰라도, 이들이 연륜과 경험의 힘으로 사건의 핵심을 꿰뚫고 그들만의 끈끈함으로 위기를 극복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작이 그러했듯 테스 게리첸은 이번 작품에서도 잘 만든 캐릭터가 보여주는 이야기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비밀, 반전, 꽉 찬 결말까지, 올 여름 재미있는 미스터리 한 권을 즐겨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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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되기 전에 명상을 만나라 - 명상하는 변호사 최순용의 직장인을 위한 명상 입문서
최순용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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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일터와 복잡한 일상 속에서 온전히 나를 느끼는 명상의 세계!

명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삶의 자세를 바꾸고 싶은 분들에게!





  e스포츠 대표 선수인 페이커 이상혁은 자신의 성공 비결로 ‘명상’을 꼽은 바 있다. 실제로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눈을 지그시 감고 명상에 몰입하는 페이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데 이것이 도움 된다고 한다. 바둑 기사들도 마찬가지다. 경기 시작 전에 바둑판 앞에서 꽤 오랫동안 명상에 잠겨 있는 그들을 보면 확실히 집중력과 심신의 안정을 얻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부장검사 출신이자 현직 변호사라는 반전 이력을 가진 이 책의 저자 역시, 범죄자를 다루고 돈과 권력 그리고 성공에 매몰되기 쉬운 법조계에서 휘둘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명상에 집중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간 붓다의 가르침과 빠알리 원전을 연구하며 습득한 명상의 효과와 경험을 전수하며, 종교나 영적인 수행이 아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생활에 도움이 되는 행위로써의 명상법을 알려준다. 특히 마흔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시기 앞에서 명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삶의 자세를 바꾸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에 주목해보시길 바란다.





삶의 모든 흐린 날과 맑은 날에 명상을



  법구경에 나오는 제1번 게송의 유명한 문구에 따르면, “마음이 모든 것에 앞선다”고 한다. 우리의 마음이야말로 모든 것에 앞서고 다른 것들은 그 뒤를 따라간다는 뜻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다섯 가지의 멍에, 즉 ‘감각적 욕망’ ‘화’ ‘게으름과 몽롱함’ ‘들뜸과 후회’ ‘의심’과 같은 것들로부터 사로잡히거나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있는 그대로의 마음 상태를 지켜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지금 내게 일어나고 있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이해하고자 할 때 진정으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평정심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명상이다.




“명상을 하는 이유는 ‘생각’을 이해하고,

 ‘생각’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 53p




  책에서는 ‘마음챙김 명상’ ‘마음의 균형 잡기 명상’, ‘생각 바라보기 명상’ 등을 통해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일어나는 어떤 것, 즉 마음 상태를 살펴보는 법들을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느낀 명상법의 공통점은 몸을 최대한 이완시키고 나의 호흡에 먼저 집중해볼 것을 제안한다는 점이다. 숨이 들고 나는 감각에 먼저 집중한 다음, 몸 전체로 나아가 어느 부위에서 어떤 느낌이 생겼다 사라지는지 관찰하고, 이어 마음 쪽으로 집중해 지금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기분 등의 느낌을 알아차려보는 것이다.




  명상은 지금 여기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이해함으로써 개인이 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애써 느낌을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지금 있는 그대로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알아차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를 느끼지 않으면 그것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고,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생이라는 시간을 채워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 내 몸과 마음을 챙겨 알아차리면서 살아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마음챙김 명상에서도 호흡은 가장 중요한 명상 대상이다.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마음으로 연결해주는 통로인 호흡을 마음챙겨 알아차리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관심이다. 마음챙김 명상에서 호흡을 알아차림에 있어서는 여타 명상과 다른 점이 있다. 다른 명상에서는 호흡을 깊게 또는 얕게, 길게 또는 짧게 통제함으로써 마음에 영향을 주어 내가 원하는 상태를 얻고자 하지만, 마음챙김 명상은 호흡을 통제하지 않고, 통제해서도 안 된다. / 96p











  이 외에도 ‘걷기 명상’ ‘먹기 명상’ ‘감사의 명상’ ‘화와 욕심에 대한 명상’ ‘자애 명상’ 등 일상생활에 명상의 효과가 스며들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명상법들을 알려준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명상이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일상이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 10분, 매일 작은 성취를 이룬다는 마음으로 명상을 일상에 자주 적용하여 습관처럼 활용해봐야겠다. 마음이 쉽게 어지러워지기 쉬운 세상 속에서 내 삶에 온전히 몰입하며 살아가고 싶은 분들, 이제껏 명상을 복잡한 수행이라 여겼던 분들, 막상 명상을 해보려 하면 이런저런 생각이 파고 들어 어떻게 해야 제대로 명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막막한 분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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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꼭 알아야 할 지금 근현대사 -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광복 80주년 특별판
최태성 지음, 신진호 그림 / 다산어린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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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역사가 된다!

삶이라는 문제에 있어 역사보다 더 훌륭한 나침반은 없다!





  최태성 선생님의 대표 어린이 시리즈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특별판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지금 근현대사』로 돌아왔다. 동학농민운동에서부터 개항 그리고 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현재 우리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근현대사’를 조명한 책이라 특별히 관심이 갔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역사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함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역사 속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에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에게 지금보다 나은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불평등한 신분 제도에서 벗어났고,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도 해방되었으며, 전쟁으로 인한 극심한 가난을 이겨 내고 대통령을 직접 뽑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자유를 얻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최태성 선생님은 어떤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 수만, 수십만 명이 함께 모여 만들어낸 역사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했던 만큼,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이 땅의 많은 것들은 과거의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이다.





우리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봤으면 좋겠어요. 과연 우리는 나라의 주인으로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 87p



4·19 혁명부터 6월 민주 항쟁까지 이어지는 민주화 운동은 오늘날 우리가 숨 쉬듯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를 선문해 준 고마운 역사입니다.

불의를 외면하지 않고 거리로 나서 독재 정치에 맞선 평범한 사람들, 그분들의 용기 있는 투쟁과 저항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거랍니다. / 143p











  지난겨울, 우리는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엄중한 진실을 목도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지고 국민 모두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주목하고 있을 때, 나는 아이들과 이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곤 했다.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 항쟁 등 헌정 질서를 수호하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했던 분들의 노력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고. 우리 사회와 나의 삶이 모두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에 우리 역시 이를 지켜야 한다고.




  이 책을 읽고 부디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선택 하나하나를 무겁게 여기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역사는 계속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갑신정변과 동학 농민 운동이 마침내 세상을 바꾼 것처럼,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혼란을 수습하고 더 나은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실패로 보였던 일이 결국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길 바란다.





우리나라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땀과 노력으로 경제를 일으켜 세웠어요. 많은 사람의 희생과 책임감 있는 선택, 그리고 치밀한 계획이 모여 이룩한 성과였지요. 이것이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그저 ‘기적’이라고만 부를 수 없는 이유랍니다. / 162p



역사는 우리에게 말해 줍니다. 과거보다 나은 오늘이 있었던 것처럼, 더 나은 내일이 반드시 올 거라고요. 우리의 근현대사만 바라보더라도 백여 년 동안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자유를 얻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잖아요. 그러니 이제는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역사는 시간을 따라가는 공부가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공부라고요. 그리고 그 속에서 나와 우리를 찾아가는 공부이기도 하다고요. / 213p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뜨거워졌다. 다가올 방학에는 아이와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기로 했다. 최태성 선생님이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듯 술술 읽힐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굵직한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니 초등 고학년부터 두루 읽혀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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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술 안내서 - 초보 드링커를 위한
김성욱 지음 / 성안당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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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김성욱 작가가 말아주는 아주 특별한 술마카세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술에 관한 흥미롭고 친절한 안내서!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종종 식사 중에 마실 만한 가벼운 술을 찾기 위해 편의점 주류 코너를 살펴보곤 한다. 요즘에는 MZ세대 소비자들을 겨냥한 독특한 하이볼 상품이 특히 눈에 띄는데, 어제만 하더라도 요구르트맛 하이볼이 신상으로 나왔기에 관심이 갔다. 확실히 예전에는 전문 주류점 혹은 면세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술을 온라인이나 마트의 주류 코너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으니, 술을 맛보고 즐기는 문화가 다채로워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다양한 술의 매력을 소개하고, 초보 드링커들도 쉽고 재미있게 술을 즐길 수 있도록 친절한 안내서가 출간되었다. 자칭 ‘술을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라 밝히는 김성욱 작가는 알고 나면 더 맛있는 술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와인,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청주와 탁주, 일본 대표 술인 사케, 위스키, 보드카 등 각각의 술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제조 과정, 특징,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술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저에게는 맥주의 시원함이 즐겁고, 막걸리의 걸쭉함이 즐겁고, 사케의 깔끔함이 즐겁고, 청주의 고소함이 즐겁고, 소주의 어울림이 즐겁고, 보드카의 깨끗함이 즐겁고, 위스키의 차분함이 즐겁고, 데킬라의 독특함이 즐겁고, 럼의 자유로움이 즐겁고, 진의 향긋함이 즐겁고, 브랜디의 달콤함이 즐겁고, 와인의 느낌이 즐겁고, 리큐어의 다양함이 즐겁고, 백주의 따뜻함이 즐겁고, 우리 소주의 깊음이 즐겁습니다. / 558p




  술의 기원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 옛날 악마가 술의 재료가 되는 열매를 맺는 나무의 거름으로 양, 사자, 원숭이, 돼지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처음에 술을 마시면 양처럼 순하다가 곧 사자처럼 용맹해지고, 다시 원숭이처럼 춤추다 결국 마지막에는 돼지처럼 더러운 바닥을 뒹굴게 되는 거라고…. 여기에 신에 관한 이야기도 하나 있다. 술의 신이 술을 만들 때 술에만 들어가는 재료를 넣었는데 바로 ‘솔직함, 슬픔, 분노’였다는 것이다. 이후 술의 신은 조금 더 생각하더니 마지막으로 뭔가를 더 넣었는데, 그것이 바로 ‘망각’과 ‘후회’였다고 한다. 술만 마시면 인간이길 거부하고 내 안의 온갖 동물들을 다 만나다 다음날이면 꼭 후회를 반복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나 보다.




기원전의 기록에도 증류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으나, 지금과 같은 증류 기술이 정립된 것은 화학의 기초를 수립한 아랍의 연금술사들 덕분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그들 중 가장 유명한 연금술사이자 ‘아랍 화학의 아버지’라 불린 중세 과학자 자비르이븐 하이안이 770년경 화학 성분을 분리하는 실험을 했고, 그 실험을 통해 향수, 화장품, 증류주 등을 만들 수 있는 증류장치를 만들었습니다. / 32p












  적은 양이라도 이왕이면 제대로 즐기는 법을 알아두면 좋을 듯하다. 이를 테면 와인의 경우 스파클링 와인은 5~8℃로 차갑게, 화이트 와인은 8~12℃ 정도로 시원하게, 레드 와인은 15~18℃ 정도의 실내 온도로 맞춰서 마시는 게 좋다고 한다. 맥주의 경우 라거와 필스너는 3~7℃, 휘트비어는 5~7℃, 페일 에일은 7~10℃, 에일은 10~12℃, 포터나 스타우트는 12~13℃ 정도가 일반적으로 적당하다고 하니 기억해두어야겠다. 또 책에서는 맥주를 따를 때도 맥주와 거품의 황금비율을 7:3, 8:2로 맞출 것을 추천한다. 거품이 맥주 안에 탄산을 가둬두기 때문에 탄산을 더욱 오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맛있게 마시기 위해 책에서 알려주는 또 다른 방법들도 도전해봐야겠다.






곡물을 발효·증류·숙성한 술을 ‘위스키’라 하면, 과일을 발효·증류·숙성한 술은 ‘브랜디’입니다. 주로 포도로 만들지만 보리 외의 다른 곡물로 만들어도 ‘위스키’라 부르듯, 포도가 아닌 다른 과일을 발효·증류·숙성해서 만든 술도 ‘브랜디’라 부릅니다. / 235p




럼을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비슷할 겁니다. 바닷가, 배, 선원 등이 떠오르죠. 럼은 우리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는 바로 그 이미지인 바다, 배, 뱃사람들의 술입니다. (…) 럼의 고향은 서인도 제도라 불린 카리브해 인근 지역입니다. 인도를 찾아 신항로를 찾던 유럽인들은 인도로 생각했던 이곳을 발견한 후 세월이 흐른 뒤에 설탕의 원료가 되는 사탕수수를 옮겨오고 사탕수수를 가꿀 사람들도 옮겨왔습니다. 그 사람들은 노예였죠. 럼은 노예로 불린 이들이 노동이 끝난 뒤, 설탕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인 당밀로 만든 증류주입니다. / 353p




다른 여러 나라의 증류주들과 같이 소주도 아랍의 증류 기술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탄생했습니다. 정확히는 아랍의 문문을 받아들였던 원나라(몽골)를 통해 전해졌죠. 소주가 전해지고 알려지는 시기 또한 대부분의 증류주들과 비슷합니다. 우리나라 문헌에는 고려 충렬왕 시기에 소주(불사를 소, 술 주)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했고 이후 줄곧 기록이 있습니다. 원나라를 통해서 들어왔기 때문에 개성과 제주, 안동처럼 원나라의 영향이 크게 미쳤던 지역의 소주가 유명합니다. / 424p











  김성욱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감각적인 일러스트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각각의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그의 그림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읽힐 뿐만 아니라, 굳이 검색하거나 사진 자료를 일일이 찾아보지 않아도 브랜드를 바로 파악할 수 있어 유용하다. 페이지 곳곳이 마치 예술 작품 같아서 초보 드링커뿐만 아니라 술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소장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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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25.5.6 - no.60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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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이란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

문학의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격월간 문학잡지!






  격월간 문학잡지 『Axt』가 어느 덧 60호를 맞이했다. 이번 호는 지난 겨울, 우리 사회가 마주한 거대한 ‘변곡점’을 중심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표지의 그것처럼, 차가운 추위와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시간을 은박 담요 하나로 묵묵히 견뎌냈던 집회 참가자의 뒷모습은 우리가 그 변곡점 위에 어떻게 서 있었는지를 상징하는 하나의 은유다. 이제 우리는 변곡점의 새로운 기로에 서서 각자 어떤 선을 그리며 나아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그렇다면 바로 이 순간, 가장 예민한 언어로 우리 삶 속 다양한 변곡의 순간들을 포착해내는 문학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고 또 들려줄 것인가. 『Axt』 60호를 읽으며 우리 삶과 문학의 변곡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란다.




선은 이동할 때 그려진다. 

/ <issue> 중에서 53p




  최근 『치유의 빛』을 출간한 강화길 작가의 인터뷰나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로 대담을 나눈 <chat>도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issue> 코너에 실린 함윤이 소설가의 글을 상당히 인상 깊게 읽었다. 작가는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을 지정하지 않았을 때 거리로 나갔던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뜻밖에도 이때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인 ‘피크민 블룸’을 즐겼다고 고백하는데, ‘포켓몬 고’처럼 도심 곳곳에 출몰하는 빅플라워를 수집하는 게임인 것으로 보인다. 안국역을 중심으로 윤석열의 탄핵 찬반을 외치는 집회들이 열리고 경복궁을 사이에 낀 채 차별금지법 제정과 ‘중국발’ 간첩 퇴출에 관한 주창으로 매번 충돌이 발생하는 현장 속에서, 녹지와 꽃으로 가득한 피크민 블룸의 세계로 접속을 시도하는 일은 기묘한 감각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현실에서는 이쪽과 저쪽을 나눠 끊임없이 서로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곳에서 동시 접속한 피크민들은 이쪽과 저쪽을 구분하지 않고 서로를 돕는 아이러니함이라니. 하지만 그 안에서 연대의 힘을 느끼고 세계를 다시 보는 방법을 배우는 작가의 글은 뜻밖에도 긴 여운을 남긴다.




Q4. (강화길) 작가님 소설에도 다양한 변곡점이 존재하잖아요. 그중에서도 저는 장소의 ‘공기’가 단숨에 뒤바뀌는 전환점을 가장 좋아해요. 모골이 송연해지는 어떤 서늘함이 저를 덮칠 때, 아! 내가 이래서 강화길을 사랑했지! 생각하게 되거든요. 작가님 작품에서 그런 전환점을 맞닥뜨렸을 때 느껴지는 어떤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인물이 어떤 공간 안으로 들어갈 때, 그 순간의 감각을 묘사하는 걸 좋아하긴 합니다. 작가인 저도 함께 느끼는 감각이거든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저도 잘 모르니까요. 그래서 주인공과 함께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다고 생각하며 쓰는 것 같아요. 그러다 확, 뭔가가 나타나죠. / <interview> 중에서 22p



‘세계를 다르게 보는 방식’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불안과 공포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같은 광장에 놓여 있더라도 맞은편 타인이 어떤 식으로 세계를 보는지 알 수 없다. 이 사실은 내게 광장 맞은편에 선 상대가 무슨 모자를 쓰고 어떤 배지를 찼는지, 누구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었는지 살피도록 만들었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곳은 경쟁과 실패로 가득하다. 증강되지 않은 현실에서도 너무 많은 세계가 불거져나오고 시시각각 충돌한다. 사실 이 같은 충돌 끝에 남은 상처들이야말로 우리가 이번 광장에서 가장 격렬하게 얻어낸 변곡점이기도 하다. / <issue> 중에서 52p



한 사람, 또 한 사람을 각각 호명하는 듯한 사진을 다시 바라보며, 광장 속에서 견디고 있는 한 명, 한 명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그가 몹시도 춥고 길었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 또한 대의명분이나 집단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희생할 수 없는 개인의 기대와 바람을 가지고 광장에 나왔기 때문은 아닐까.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열렸던 광장이 한국 사회에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된다면, 그건 국민을 거역한 대통령을 국민의 뜻으로 바꿨다는 사실에서만 비롯되지는 않을 것 같다. / <cover story> 중에서 60p










  포인트 슈즈의 높이가 자신에게는 빌딩과도 같았다던 어느 죽은 무용수의 이야기 <윌리>, 20년 넘게 다닌 회사를 퇴직하고 농사를 지으며 사는 한 남자의 회환과 슬픔을 읽다 어느 덧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만 이야기 <가를 두고>, 한국 정치사를 유쾌하게 비튼 <또 다른 서울의 봄>도 재미있게 읽었다. 정치 이야기를 하다 끝내 입을 다물어버리기를 택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웃음이 나는데, 왜 자꾸 마음은 씁쓸해지는지….





돌아 보니 나는 어른이고, 무용수가 되어 있다. 나는 뛰어나지만 어딘가 휘어져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를 너무 악물었다. 나는 더 이상 할 수 없을 만큼 나를 사용했나. 그런데 나는 쉴 수 없다. 무용단에 입단해서도 결코 쉴 수 없다. (…) 피로하다. 지나치게 늙어버렸다. 시간의 가속력을 온몸으로 타고 돌며, 피로해졌다. 나는 고개를 든다. 갖추기 위해. 할 수 있는 여건을 다 갖추기 위해. 고개를 드는 순간, 나는 튕겨져나갔다. / 박연준, <윌리> 중에서 111p



발끝으로 서야 하는 무용수에게 예쁘다는 것은 사지가 계속 자라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 내내 곤두선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들린 사람처럼, 머리가 천장 끝까지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으로 길게 곤두서는 느낌. 길어지는 불꽃처럼 빛나야 한다. 잠깐의 풀어짐이 무용수의 인생을 영영 풀어지게 할 수 있다. 곤두선 사람은 무너지지 않는다. / 박연준, <윌리> 중에서 115p



뭔가를 먹는다는 것은 생에 생을 더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내 몸에 매일 생에 생들이 쌓이는 것을 상상합니다. 그러다 보면 이생이 버거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 백가흠, <가를 두고> 중에서 137p











  ‘변곡점’이란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니 문학 속에서 변곡점이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하는지, 각각의 전환점들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짚어보며 읽는 것도 좋은 독서법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다음 호에서도 또 어떠한 키워드가 새로운 영감을 줄지 기대된다. 격월간 문학잡지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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