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에 버금가는, 아니 이건 보다 더 우아하다!

섬세한 심리 묘사, 충격적인 반전, 마지막까지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소설!

 

 

 

   이제는 가정 스릴러의 공식이라고 할 수 있는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 이후, 최근까지도 사랑과 결혼에 관한 우울한 심리학과 서스펜스를 결합한 작품들이 대세를 이루는 듯하다. 부부의 극명한 시각차와 내밀한 결혼 생활의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준 『조용한 아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코마 상태에 빠진 한 여인의 잃어버린 기억 뒤에 찾아온 소름끼치는 진실을 그려낸 『원래 내 것이었던』, 여기에 노르웨이의 길리언 플린이라 불리며 화제가 된 『테라피스트』는 이들 사이에서 정점을 찍는 듯하다. 전체적으로는 심리치료사인 주인공이 남편의 실종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좇아가는 단순한 구조이지만, 자신이 알고 있거나 혹은 기억하고 있는 것이 진짜 기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데서 오는 극적 긴장감과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 불안으로 점철된 부부의 내밀한 관계를 섬세한 필치로 담아낸 점이 단연 인상적이다. 아무래도 작가 자신이 심리학자인 점은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의 성격상 매우 주효한 듯하다. 덕분에 우리는 심리학적으로 깊이가 있으면서도 굉장히 영리한 스릴러 소설 한 편을 만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디테일이다

 

 

   금요일 아침, 건축설계사인 남편 시구르는 주말을 앞두고 친구들과 산장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선다. 사라는 아직도 공사가 채 마무리 되지 않은 추운 욕실에서 잠을 깨우고 심리치료사로서 상담을 시작하기 위해 상담실로 향한다. 오늘의 상담 일정은 환자가 셋뿐이지만, 벌써부터 피곤한 느낌이다. 반에서 여왕 노릇을 하는 아이가 뒷줄의 제일 말없는 여자애를 깔보는 것처럼 그녀를 대하곤 하는 베라, 엄마를 화나게 하려고 자해를 하곤 하는 크리스토페르,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게임에 중독된 트뤼그베를 상담하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얼른 일을 끝내고 시구르가 없는 집에서 느긋하게 화이트와인 한 잔과 치킨 샐러드를 먹고 싶을 뿐이다.

 

 

 

   그 사이 산장에 잘 도착했다는 시구르의 음성 메시지를 듣고, 스포츠센터에 다녀오던 그녀는 뜻밖의 전화를 받는다. 지금쯤 토마스, 얀 에리크와 함께 있어야 할 시구르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명 잘 도착했다는 음성 메시지를 받았는데, 시구르는 곧장 토마스를 태우러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처음에는 시구르의 친구들이 장난을 치는 것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던 사라는 이내 그가 실종된 게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실종 사건은 곧 살인 사건으로 전환된다. 죽은 아버지 소유의 산장인 크록스코겐에서 그가 총에 맞아 살해된 모습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사소한 것들이다. 중요한 건 중요한 디테일을 가려내는 능력이다. 모든 걸 다 기억하면 중요한 것들을 떠올리기 어렵다-기억해야만 하는 것들을. / 15p

 

그는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뭐? 나는 그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내가 뭘 알지? 남자들이 거짓말을 한다면 그 첫 번째 대상은 그들의 아내가 아닌가? 사람들은 수천 가지 이유로 가장 가까운 이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나? / 56p

 

 

 

 

  사라는 남편의 죽음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가운데서도 통제력을 잃지 않기 위해 예약된 상담을 진행하고, 자신만큼 시구르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고 장담하면서도 울지 않는다. 남편이 죽은 와중에도 철저히 직업윤리의식을 내세우고, 홧김에 남편의 마지막 음성 메세지까지 지워버린 일로 인해 도리어 수사관들로부터 곤경에 처한다. 그러는 사이 남편이 사라졌던 날 분명 그가 들고 간 게 틀림없던 도면통이 다시 나타나고, 냉장고에 자석으로 붙여놨던 사진들이 사라지거나 집 안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리는 등 그녀의 신경을 자극하는 수상쩍은 일들이 발생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점점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과 실제 일어난 일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을 느낀다. 더 이상 무엇이 진실인지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 것이다.

 

 

오늘이 끝나고 날들이, 이번 주가 끝나도 주들이 이어질 것임을 문득 떠올린다-나는 무수한 시간 동안 심리치료자로서 일을 계속하고 노트를 작성하고 약속을 정하고 치료하고 청소년들의 불안과 우울과 불만을 치유해야 할 것이다. 수없이 많은 평범한 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가장 무서운 건 이거다-평범하고 무료한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해야 할 날들이. 그토록 무시무시하고 기나긴 날들이. / 154p

 

 

목요일 밤에 시구르는 내게 다음 날 아침 6시 반까지는 토마스를 태우러 그의 집에 갈 거라고, 그래야 일찍 도착해서 하루 종일 슬로프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 짧은 대화를 너무 많이 떠올린 나머지 그가 한 말과 그가 말했다고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그 대화에 관한 내 기억이 실제 일어난 일의 과정을 반영한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내가 언제나 과거에 대한 내 기억에 의지할 수 있었던 것처럼? / 248p

 

 

 

   작가 헬레네 플루드는 폭력성, 재피해자화, 트라우마를 전문 분야로 하는 심리학자답게 불안과 혼란이 가중된 사라의 심리 상태와 그 이면에 숨겨져 있던 가족의 트라우마, 이들 부부 관계의 진실까지 함께 교묘하게 배치함으로써 매우 영리하게 긴장감을 조성해나간다. 그러는 가운데 우리는 사라가 사람들의 심리를 치료하는 상담가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외면하고, 모른 척 하고, 깊이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정작 자신 내부의 문제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 데서 발생한다는 점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어쩌면 사라를 비롯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관계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따귀를 맞은 것 같다. 시구르는 한 번도 내게 그런 식으로 말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내 남자친구를 악취처럼 감싸고 있는 이 광포함과 분노에. 들쑤시고 싶지도 않고 악화시키고 싶지도 않다. 그 안에서 발견할지 모를 뭔가를 알고 싶지 않다. 이건 시구르가 아니다. “나는 관여하고 싶지 않아.” 내가 말한다. “거실에 있을게.” 나는 그 방에서 나온다. 그를 내버려둔 채. / 234p

 

“아니, 모르겠어. 그냥-왜 한 번도 말 안 했어?”

그는 어깨를 으쓱한다.

“무슨 말을 해?”

그는 나와 코담배 얘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다. 나는 알아듣는다. 우리는 다시는 그것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다. / 283p

 

 

누구나 사랑받고 존경받고 싶어 한다-인간이라면 당연한 거다. 하지만 증오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투명인간이 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상대가 나를 봐주지 않는 것-그래, 그것도 나쁘다-하지만 내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것? 숲속에서 비명을 질렀는데 아무도 대답이 없다면, 비명을 질렀다고 할 수나 있을까? 접시가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나는데도 남편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그 일이 일어나기는 한 것인가? 내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 나라는 그 작은 존재가 당신이 집과 침대를 공유하는 남자에게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인가? 이건 차원이 다른 고통이다. / 285p

 

 

 

 

 

 

   이처럼 『테라피스트』는 사라가 느끼는 불안과 심리적 공포 그리고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 흔적을 쫓아가다보면 어느새 충격적인 사실과 반전을 맞이하게 되는 꽤 인상적인 작품이다. 첫 작품이라기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수준 높은 통찰력과 강렬한 이야기적 요소까지 두루 갖추었다. 올 여름,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끝 페이지까지 단숨에 몰아치게 되는 작품을 찾는다면 꼭 이 책을 추천 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단 시작하는 힘 - 생각이 너무 많은 나를 행동하게 하는 법
윤희철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도 기회 앞에서 주저하고 있는 당신에게 던지는 주문, 일단 시작하라!

세상 밖으로 나아갈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권하고 싶은 자기계발서!

 

 

  나이가 들면 과거에 유독 미련을 갖게 된다더니, 지금의 내가 꼭 그렇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다보니 부쩍 ‘그때 이렇게 해볼 걸, 저렇게 해볼 걸’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가 많이 들곤 한다. 곧 죽어도 서울 올라가서 방송 작가에 도전해볼 걸, 해가 뜰 때까지 마시던 술값에 쓸 돈으로 재테크에 투자해볼 걸, 혼자 있었을 때 딱 한 달만 외국에서 살아보는 여행 한 번 해볼 걸 등등.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려는 습성 때문에 나는 도무지 뭔가 새로운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도전보다는 안정을 쉽게 택하고, 새로운 일 앞에서는 늘 고민부터 앞서는 이 성격이 쉽게 고쳐질 리도 없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 브레이크는 더 힘껏 잡아당겨지는 법이다. 무엇보다 이런 나의 습성을 첫째 아이까지 고스란히 닮아가는 것 같아 종종 마음에 걸린다. 때문에 『일단 시작하는 힘』이란 책 제목을 마주하는 순간, 뭔가가 내 마음을 탁- 하고 잡아챈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위한 완벽한 때가 따로 있을까? 머뭇거리고 망설이는 사이 어쩌면 내 것일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이 메시지가 참 별 것 아닌 듯해도 그게 가장 중요한 거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한다.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시작도 못 하는 나에게

 

 

 

   유튜브에서 ‘희철리즘’을 검색하면 5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여행 콘텐츠가 등장한다. 국내를 비롯하여 1년 반 동안 35개국을 돌며 담은 약 250여 편의 영상 속에는 여행 시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들이, 특히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돌발적인 상황까지 매우 리얼하게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는 라오스 야시장에서 만난 ‘북한 여자’들의 영상이 인상적이었는데, 많은 댓글에서 그들의 아름다운 미모를 강조하는 내용이 눈에 띄었지만 그 중 이곳까지 와서 그들이 외화벌이를 하는 이유에 대해 써놓은 누군가의 댓글을 읽고선 우리가 그들에게서 진짜로 봐야할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이처럼 ‘희철리즘’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이 카메라를 들고 여행지를 돌아다니며 현지의 분위기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는 점, 덕분에 독자들은 해당 여행지에서 마주하게 될 법한 여러 상황들을 편안하게 시청하며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콘텐츠인 듯하다.

 

 

 

   이렇게 유튜브 ‘희철리즘’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시작한 이유는 바로 이 희철리즘을 운영하는 문화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책 『일단 시작하는 힘』의 저자 윤희철, 그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채널명을 희철리즘으로 지은 이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쩐지 가수 비가 자신의 노래 제목에 Rainism을 붙인 것처럼 이 사람도 자의식이 꽤나 강하구나, 생각할 법도 하겠지만 그는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 영상을 통해 내 관점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나만의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남들 말에 쉽게 현혹되고 남들이 원하는 걸 내가 원하는 것으로 착각하면서 헛된 행복을 좇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불행해지는 걸 원치 않았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저마다 나만의 이즘을 만들어가야 한다던 그의 말이야말로 각자에게 훌륭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싶다.

 

 

 

헛된 경험은 없다. 진짜다. 경험은 사서라도 하는 거다. 나도 그래서 돈이 많이 깨졌다.

여행을 하다 보면 길을 헤맬 때가 많은데 더 나이 들어서 체력이 떨어졌을 때는 헤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많이 헤매면서 길 찾는 노하우를 체득하자.’

이렇게 다짐한다.

지금은 헤맬 시간도 체력도 있으니까, 괜찮다.

많이 헤매자.

헤매면서 본 풍경이 다 나의 자산이며 기초 체력이 된다. / 29p

 

 

결국엔 태도의 문제다. 여행을 가면 평소 입지 않던 스타일의 옷도 사게 되지 않는가? 한국에선 해보지 않은 일도 여행을 왔으니 한번 해보자고 용기 내어본 적이 있지 않은가?

그런 태도를 일상에서도 유지하면 어떨까.

지금 나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뭔가에 도전해보고 성취하며 성장할 수 있다. 관성에 저항하며 도전해나가는 일상의 삶도 여행에서 얻는 것만큼 큰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 59p

 

 

  책에는 아나운서를 꿈꾸던 대학생에서 유튜버, 영어 스터디 플랫폼 사업가, 세계여행가, 영상제작자, 강연자가 되기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해 도전해나갔던 한 건실한 청년의 경험들이 녹아들어 있다. 특히 현재 자신의 커다란 자산이라 할 수 있는 ‘희철리즘’을 운영하게 되기까지의 과정들이 매우 흥미롭다. 그가 처음 유튜브에 뛰어들 때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유튜브가 그리 주목받지 못하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이때 인터넷을 뒤져서 독학을 하다시피 영상 제작과 편집에 뛰어들어 그가 처음으로 제작한 영상이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의 인상’을 주제로 한 것이었다. 이를 테면 ‘한국에 사는 백인들’ ‘한국에 사는 흑인들’ ‘한국계 미국인 입양인들’ 같은 것들인데, 당시 업로드 할 때마다 100만 조회 수를 훌쩍 넘긴 것은 물론 언론에서도 이를 기사화했다고 한다. 유튜브에 대해 잘 몰랐던 나조차도 기억하는 영상들인 것을 보면 당시 인기가 어마어마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나는 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것도 아닌데 외국인들과 인터뷰가 가능할까?’ ‘좋은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닌데 화질도 썩 좋지 않은 카메라 겨우 한 대 가지고 촬영이 될까?’ ‘외국인들이 열이면 여덟은 거절하는데 어떻게 인터뷰를 하지?’ 하는 생각을 했더라면 그는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는 실패해도 내가 잃을 건 별로 없다, 인터뷰를 거절당해서 좀 쪽팔릴 수 있고 유튜브가 잘 안 돼서 좌절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그때 가서 개선 방법을 고민해보거나 빨리 털고 일어나 다른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일단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떡하지? 저렇게 되지 않을까? 계획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상담을 해볼까? 이런 고민을 하는 사이에 처음의 패기는 점점 쪼그라들고, 결국엔 관성에 이끌려 살던 대로 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아무리 기가 막힌 아이디어나 계획이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과 같다. 언젠가 좋은 생각이 떠오를 거라고 착각하지 마라, 좋은 생각은 나쁜 생각을 실행에 옮길 때 차라리 더 잘 떠오른다는 그의 말을 새겨보자. 그 어떤 것도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는 나을 테니 말이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자신이 가진 것을 한번 쭉 써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나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

자본금을 걱정하기 전에 내가 가진 것을 파악하라. 투자를 받더라도 내가 어필할 게 없는데 어떻게 받겠는가. 밖에서 뭘 받을지 생각하기 전에 내 안에 뭐가 있는지 파악하는 게 먼저다. 내가 가진 아주 작은 자원이 엄청나게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 73p

 

 

 

 

 

  물론 그의 이야기 속에는 성공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큰 기대 없이 시작했던 유튜브로 넉넉한 수익을 벌고 난 이후, 그는 영어 스터디 사업으로 전향해 모든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돈을 쏟아 부었건만 처참한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다. 아나운서 학원을 다니던 시절에는 “넌 좋은 아나운서가 될 가능성이 희박해”라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는 크게 잃을 것도 지킬 것도 없는 젊을 때야말로 헤맬 시간도 체력도 충분히 있으니 헤매는 것에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헤매면서 본 풍경이 다 나의 자산이며 기초 체력이 된다는 것이다. 또 실패를 할까봐 두려워서, 가보지 않은 길이라서 해도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미리 머릿속으로 재단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해보기 전에는 절대 결과를 알 수 없는 거니까, 다른 사람들이 나를 거절할지라도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기회까지 없앨 수는 없지 않을까.

 

 

 

남의 말을 다 무시하라는 게 아니다. 진정으로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라면 고맙게 들으면 되고 일리 있는 말이라면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그런 사람이라면 내 생각을 말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눠볼 수도 있다. 하지만 별다른 근거도 이유도 없이 안 될 거라고 말하는 사람은 멀리하는 게 낫다.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일이 뭔지 아는가.

사람들이 안 된다고 말하는 일을 보란 듯이 해내는 것이다. / 113p

 

 

내 안에서, 그리고 밖에서 내가 늘 좋은 방향을 향해 걸어가도록 이끌어주는 존재들과 함께하자. 나의 단점만을 지적하고, 나를 주눅 들게 만들고, 믿어주지 않는 사람을 굳이 가까이할 필요는 없다. / 125p

 

 

“실망하지 말자. 이 일이 너를 어떤 좋은 길로 인도할지 모르잖니. 다른 학교들보다 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거야. 인생을 조금 길게 보자. 넌 이제 겨우 성인이 됐어, 아들.”

인생을 한 권의 두꺼운 책에 비유한다면 내게 닥친 대학 입시라는 이슈는 고작 한 페이지에 불과한 일이었다. 내 인생의 다음 챕터에서 그로 인해 어떤 좋은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 슬퍼하는 건 여러모로 내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터였다. / 128p

 

 

 

 

 

 

   사실 『일단 시작하는 힘』은 성공의 기술이나 삶의 위대한 철학을 전하는 여느 자기계발서 같은 부류의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긍정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한 청년의 값진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도전하는 삶’의 즐거움과 신선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그러는 가운데 안정적인 일상에, 변함없는 환경 속에서 늘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좇았던 나의 지난날을 반성하거나 나도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기분 좋은 자극을 받게 된다.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이제 고등학생이 되려는 10대들 또는 여전히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헤매는 20대 청년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올 거라는 이 긍정의 메시지를 나의 아이들을 비롯해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꼭 기억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플라스틱맨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8
백민석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실과 소설이 마치 평행 우주처럼 펼쳐지는, 기묘한 기시감을 경험하게 하는 소설!  

전 대통령 탄핵 소추의 기각, 이 가정법에서 출발하는 낯설지만 낯익은 불안 그리고 공포!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2016년, 우리는 아직도 대통령 탄핵을 앞세운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던 대규모 촛불 시위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정부 출범 이전부터 각종 정책에 비선실세인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전면에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로 인해 국회에서는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었으며, 이듬해 3월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로 대통령 박근혜는 파면되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이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으며 또 변화한 것은 무엇일까. 만약, 그날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이 아니라 탄핵을 기각했다면 과연 역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스물여덟째 작품, 백민석의 『플라스틱맨』은 바로 이러한 가정법 아래에서 출발하는 소설이다. 탄핵 결정과 기각, 실제 우리가 경험했던 현실과 소설의 가정법이 마치 평행 우주처럼 펼쳐지는 듯한 이 놀라운 느낌은 낯설지만 또한 너무도 낯익어서 기묘한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어떤 일이 닥쳐도, 어떤 상황을 맞닥뜨려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마음의 열전도율이 낮아 얼굴까지 전해지지 않는

사람이거나, 마음이 아예 없는 사람이거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사람이다.

그 플라스틱이 어느 날 말을 하기 시작했다. / 12p

 

 

 

우리는 모두 플라스틱맨을 알고 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청와대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무고한 시민 한 명을 토요일에 살해하겠다.”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으면 무고한 시민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이 담긴 USB가 각 언론사에 도착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선다. USB가 담긴 우편물에는 지문이나 머리카락 같은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고, USB는 어디서나 흔히 살 수 있는 제품이었으며, 무슨 기기로 녹음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만한 단서조차 없다.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억양이 없는 목소리, 흡사 마네킹 혹은 플라스틱 인간이 떠들고 있는 듯한 협박범의 말투는 듣는 이로 하여금 묘한 불쾌감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는 협박범의 신원이 밝혀질 때까지 그를 ‘플라스틱맨’이라 부르기로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은 USB에 담긴 진의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대통령더러 물러나라는 협박인데도 청와대로 보내지 않고 언론사로 보낸 것 하며, 누굴 어떻게 해치겠다고 특정하지도 않는 데다 그저 이번 주 금요일, 토요일이라고만 한정할 뿐 날짜도 특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협박범은 날짜가 지나도 협박을 실행에 옮겼는지, 안 옮겼는지의 여부도 알려오지 않는다. 온 언론이 대통령 탄핵 이야기를 하고 있고, 토요일마다 광화문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벌어지는 중이며 국회에서는 탄핵소추를 논의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렇게 모호하기만 한 플라스틱맨에 대한 관심은 점점 사그라지고, 단독으로 사건을 전담하게 된 하 경감조차 온 나라가 대통령 퇴진을 두고 소란스러운 가운데 마치 복사해 붙인 똑같은 파일로 한 달 반이나 협박을 반복하고 있는 협박범 태도로 보아서는 어떤 게으른 놈이 그저 농담을 지껄이는 게 아닌가 싶다. 그나마 있는 제보자들의 전화를 받으면 한결같이 “내가 플라스틱맨을 알아요…….” 라고 말하지만 늘 모른다는 사실로 통화는 끝난다. 하 경감은 그저 평범한 시민들이 자기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화가 나 있고, 그들을 얼마나 망쳐놓고 싶어 하는가 하는 사실만 깨닫게 될 뿐이다.

 

 

 

기자는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

“자기 의견을 가질 만한 놈은 아닌 것 같던데.”

기자는 이 세상에 자기 의견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드문지 아냐고 물었다. 협박범도 그저 남들이 대통령 쫓아내자니까 그게 역사의 소명인 줄 아는 어중이일 수도 있다고 했다. 하 경감은 동의할 수 없었지만, 냉소적인 게 어쩐지 기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 62p

 

 

하 경감은 잠에 빠져들면서도 생각의 한끝을 놓지 않았다. 흉포는 플라스틱맨의 특징이 아니었다. 플라스틱맨은 너무나 흉포해서 누구의 눈에나 띄도록 생겨먹은 놈이 아니었다. 그 정반대였다. 제보자들을 저마다 자기도 안다고 착각하게 만들 만큼 흔하고 평범하고 레디메이드 같을 게 분명했다. 공장에서 찍어낸 대량생산 플라스틱 마네킹 같은. / 86p

 

 

“촛불집회에 100만 명씩 나오는데 그게 무슨 증거가 돼요?”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어요. 이놈의 사회는 충격이 필요하다.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박근혜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청와대 앞길에 생피가 뿌려지는 꼴을 보게 될 거다……. 유튜브에 나온 협박하고 똑같죠.”

제보자는 무슨 큰 비밀이라도 털어놓는 양 소곤소곤 목소리를 낮췄다. 하 경감은 한숨을 쉬었다. 이 나라는 ‘죽고 싶다’란 말과 ‘죽여버린다’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이는 나라다. / 92p

 

 

 

 

 

 

 

   그렇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제보된 인적 사항들을 통해 플라스틱맨 용의자들을 추적하던 도중, PC방 살인사건의 용의자이자 플라스틱맨으로 추정되는 이를 쫓다가 동료가 상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한다. 연이어 처음 USB 파일을 제보하고 유튜브로 공개하면서 용의자 찾기에 도움을 주었던 시사주간지 기자마저 실종된다. 그러는 사이에 마침내 탄핵 최종 선고일이 다가오고, 탄핵이 거의 확실시 되는 가운데 이야기는 뜻밖에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대통령 탄핵이 기각된 것이다. 하 경감으로서는 이 판결의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짐작도 할 수 없는 가운데, 601번 버스가 폭발하고 헌법재판관이 살해되며, 성당 예배당에서 폭탄이 터지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진다. 이 모두가 플라스틱맨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하 경감은 플라스틱맨 사건이 의미나 가치 없는 사건으로 치부되던 신세에서 벗어나 드디어 실체를 가지게 된 것에 내심 설레는 것을 느낀다.

 

 

 

하이디는 요들송의 화창한 음표들 너머로, 검은 해일이 일본 열도를 휩쓰는 장관을 바라봤다. 가고시마를 덮치고 후쿠오카를 지나 쓰시마섬을 삼키는 모습을 봤다. 해일은 계속 밀려들었다. 거제도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덕유산 국립공원이 잠기고 곧바로 대전이 사라졌다. 해일이 그 모든 것을 덮친 시간은, 하이디가 요들송 한 소절을 부르는 시간보다 짧았다. 검은 해일은 평택을 집어삼켰고 과천이 사라졌다. / 57p

 

 

 

 

 

 

 

   이쯤 되면 『플라스틱맨』은 마치 추리소설처럼 용의자의 정체가 드러나고 마침내 사건이 종결되는 수순으로 나아갈 듯하지만, 소설은 예상을 철저히 깨부순다. 청와대에서 지시가 내려와 테러사건이 경찰청 최우선 선결과제가 되고, 경찰청 내에서 유능하다고 소문난 수사관들이 차출되어 위기대응팀이 꾸려지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지만 하 경감은 그곳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테러가 일어나던 순간까지도 플라스틱맨을 쫓고 있었고 그에 대한 가장 많은 자료를 갖고 있던 그녀지만, 고작 떨어지는 명령이라고는 ‘우악스런 촛불집회 시위대로부터 평화염원집회의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광화문에 나가라는 지시만 내려올 뿐이다.

 

 

 

   대통령 탄핵 결정이 기각된 이후, 태극기 부대니 친박집회니 탄핵반대집회니 하고 여러 이름으로 불리던 집회들이 이제는 평화염원집회라 불리게 되고, 특정 세력이 오랜 기간 독점하는 상황은 불합리하다는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에 의해 광화문 광장은 더 이상 촛불 집회가 아닌 평화염원집회들을 위한 자리로 뒤바뀌게 된다. 더욱이 서울행정법원은 연이은 테러의 책임 역시 촛불 세력에 있을 가능성을 무시하지 못하는 바, 촛불집회 자체가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직시한다. 전에는 시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던 행정부와 사법부가 권력의 논리에 따라 편을 바꾸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플라스틱맨의 협박은 계속된다. 한두 주에 한 번씩 우편물이 방송국에 보내지고, 과연 그가 했는지 증명할 수 없는 테러사건들이 일어나 희생자들을 낳는다.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고, 경찰의 진압은 갈수록 강경해지고, 개헌 논의는 불이 붙는다. 광장마다 꾸역꾸역 흥분한 시민들이 몰려나오고, 다시 협박이 방송을 타고 테러가 일어난다. 하 경감은 마치 양면이 뒤바뀐 필름지를 겹쳐놓은 듯 어제는 저쪽이었던 이들이 오늘은 이쪽이 되어버린 광경의 중심에 서서 결코 끝나지 않을 끝과 마주한 기분을 느낀다. 이로써 소설을 읽고 있던 독자들은 더 이상 플라스틱맨이 누구인지, 탄핵이 선고되었든지 기각이 되었든지의 여부는 그리 중요치 않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진영의 논리와 이익을 지키려는 집단의 폭력성은 여전하고, 권력의 실세에 따라 움직이는 기득권은 기생충 같은 습성을 버리지 못하며, 공감을 상실한 우리들은 마음의 온도를 잃어버린 채 틀에 넣어 만들어진 것처럼 양산되고 복제되고 반복되는 저 수많은 플래스틱맨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무력감으로 인해 그만 허무해지고 마는 것이다. 그건 어쩌면 직접 목격했고, 경험했던 우리 시대의 역사여서 더 비참하고 서글픈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간 읽었던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 『목화밭 엽기전』, 『죽은 올빼미 농장』, 『아바나의 시민들』, 『멜랑콜리 해피엔딩』의 단편수록작 <냉장고 멜랑콜리> 그리고 이번 작품에 이르기까지. 어쩌다보니 작가 백민석은 내가 한국 문학이라는 걸 처음 접하게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듬성듬성이지만 변함없이 찾게 되는 몇 안 되는 작가인 듯하다. 다소 냉소적이지만 시대의 절망과 폐허 같은 현대인들의 삶의 허기를 독특한 상상력으로 직조해낼 줄 아는 그의 작품들은 시간이 지나서도 늘 생각난다. 다음에는 또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줄까, 『플라스틱맨』을 읽고 나니 나는 이전보다 기대하는 마음이 더욱 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이름은 스텔라 특서 청소년문학 15
유니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모두는 별처럼 빛나는 존재들이야, 그걸 잊지 마!

소외당하고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전하는 특별하고도 따뜻한 이야기!

 

 

 

나는 왜 태어났을까?

무슨 특별한 사명이라도 있는 걸까?

 

 

   『내 이름은 스텔라』 의 주인공 소녀처럼, 나 역시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어벤져스>에서 타노스가 “나는 필연적인 존재다”라고 말했듯, 나란 존재는 세상에 태어날 수밖에 없는 어떤 필연적인 이유가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건 일종의 마법 주문과도 같아서 상처와 좌절로 점철된 그 어떤 순간마다 나는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를 주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저마다 특별하고도 반짝이는 빛을 간직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 아닐까. 아니, 그런 믿음이 있어야만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러므로 이 땅의 모든 ‘스텔라’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만약 어딘가에서 상처입고 그늘 속에서 괴로워하는 ‘스텔라’가 있다면 반드시 당신과 내가 먼저 다가가 말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는 별처럼 빛나는 존재들이야, 그걸 잊지 마!

 

 

 

 

 

 

세상의 모든 스텔라에게

 

 

   흔히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그러하듯 공상과 상상하기를 좋아하던 소녀 수민은 책을 읽다가 ‘스텔라’라는 이름과 우연히 마주한다. 수민은 별이라는 뜻을 지닌 이 아름다운 이름을 거듭 되뇌어보다가 문득, 자신의 이름을 스텔라라 부르기로 한다. 스텔라, 하고 부르면 왠지 별처럼 빛나는 사람이나, 아주 특별하고도 소중한 존재가 된 것 같기 때문이다. 한때 수민은 굳이 스텔라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자신이 매우 특별한 아이라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학교 성적은 좋지 않고, 간혹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받기도 하며, 평범한 외모에 부모의 이혼까지 겪으면서 자신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만다. 그저 이 잔인한 지구라는 별에서 자신을 구해줄 흑기사가 나타나주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수상쩍은 한 남자가 수민 앞에 나타난다. 자칭 소설가인 그는 자신이 머물만한 곳을 찾아 수민이 사는 동네까지 찾아오게 된 것인데, 이 날부터 수민은 창고처럼 쓰이던 허름한 방 안에서 그와 함께 살게 된다. 이때 수민은 생각한다. 그동안 기다리고 있던 흑기사가 혹시 이 남자가 아닐까 하고, 어쩌면 이 소설가는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나에게 주어진 특별한 사명은 없는 걸까?’에 대한 궁금증을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자신이 기다리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자신이 태어난 이유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기는커녕 너무 후져 보이기까지 하다. 맛없는 할머니의 요리를 엄청 열성적으로 먹는 데다 할 일이 없는지 동네 초등학생들을 불러 모아 구슬치기나 하고,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겨드랑이가 잔뜩 늘어진 러닝셔츠 꼴을 보고 있으려니 ’닝구 씨‘라는 별명이 딱이다.

 

 

학교생활도 쉽지 않다. 애들은 벌써 세 번째 나를 따돌렸다. 역시 셋은 불안하다. 둘이거나 넷이어야 한다. 셋이 되면 꼭 한 명을 따돌리려 한다. 그게 열네 살 소녀들이 가지고 있는 사악함이다. 그 희생자는 번번이 내가 된다. / 8p

 

“이럴 거면 뭣 하러 쟤를 낳자고 했어?”

엄마가 울면서 소리쳤다.

그 ‘쟤’가 아무래도 나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한번은 엄마를 위로하기 위해 등 뒤에서 엄마를 안았다.

“너도 이젠 좀 컸잖니? 엄마를 좀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되겠니?”

엄마가 내 팔을 뿌리쳤다. / 34p

 

나의 고독과 사색은 “쟤는 왜 저렇게 청승을 떠누,” 하는 할머니의 한마디로 정리되었다. 예민한 감수성은 ‘속 좁은 계집애의 소심함’으로 비난을 받았다. 사람들은 이제 나를 특별한 아이가 아니라 공부 못하는 찌질이로 보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궁금했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나에게 주어진 특별한 사명은 없는 걸까? / 46p

 

 

 

 

  다행인지 불행인지 독감에 걸려 견학을 가지 못하고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던 날, 수민은 닝구 씨의 제안으로 서울 투어 버스를 타러 나서게 된다. 서울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맛있는 식사도 한 후 나지막한 산으로 이어지던 비탈길을 걷던 도중, 수민은 닝구 씨로부터 뜻밖의 말을 듣는다. 너는 참 친절해서 함께 지내는 사람들이 행복할 거라고, 오른쪽 뇌에 별이 박혀 있는 사람들처럼 너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준다. 덕분에 수민은 닝구 씨가 자신에게 찾아와준 행운이자, 유일한 친구이며 아빠가 떠난 자리를 채워준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는 자신의 편이라고는 한 명도 없었던 때에 내 편이 되어 주었으며, 내가 누군지 아무도 몰라줄 때에 나를 알아봐준 사람이다. 무엇보다 특별하다는 것은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며,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는 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듯 『내 이름은 스텔라』는 자신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고 믿게 된 소녀 스텔라처럼 상처와 좌절로 괴로워하는 세상의 모든 ‘스텔라’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하는 성장 소설로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정말 진심이야. 게다가 넌 받아야 할 칭찬이 많이 밀려 있는 것 같아서…….”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칭찬에 인색한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건 힘든 일이잖아.”

나는 묵묵히 닝구 씨의 말에 대해 생각했다. 고개가 떨어졌다. 내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아 울컥해졌다.

“그건 사과도 마찬가지지.” / 88p

 

 

“행복을 느끼는 것은 마음의 일이란다. 보람이나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도 마음의 일이고.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도 마음이야. 그래서 마음이 병들면 아무것도 할 수 없거나 잘못된 행동이 나오게 되는 거지.”

닝구 씨가 나의 표정을 살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진심이 통할 때 진정한 관계도 맺어지는 거잖아. 사실 친구가 꼭 많아야 하는 것도 아니야. 소중한 것은 본래 흔치 않잖니?

진심이 통하는 친구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서글펐지만, 나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야. 게다가 그런 재능 덕분에 그들에겐 태어날 때부터 특별한 사명이 주어졌지.” / 91p

 

 

“자신의 사명을 소중히 여기는 용기.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못한다고 해도 실망하지 말고 꿋꿋이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는 용기 말이야.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하지. 그래야 비로소 자신의 운명을 감당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 그런 용기가 없으면 별은 소멸해버리고 말 거야.” / 93p

 

 

 

 

  닝구 씨가 그러했던 것처럼 문득, 학교와 집에서 상처받고 외로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그 아픔을 진심으로 위로해줄 수 있는 진짜 어른이 세상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물론, 부모가 꼭 함께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오늘 이 아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어른인지 늘 질문할 수 있는 삶을 살자고, 스스로 다짐해보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심과 열심 - 나를 지키는 글쓰기
김신회 지음 / 민음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에세이 작가 김신회, 글 쓰는 행위에는 모든 감정이 들어있다던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

 

 

 

   13년 동안 에세이를 쓴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나의 일상을, 그것도 여러 권의 책에 걸쳐 쓰인다는 건 매번 고민스러운 일이 아닐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써야할 지, 이걸 글로 써도 되는 것인지, 나를 아는 지인들이 모두 이 글을 볼 텐데 나는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을 지, 무엇보다 이게 책으로 나올 만한 것인지. 더욱이 전업 작가에 프리랜서라면 내가 쓴 글로 얼마나 벌어서 먹고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늘 따르기 마련이지 않을까.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아무것도 안 해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등의 에세이집을 통해 익히 알려진 저자 김신회는 신간 『심심과 열심』을 통해 글 쓰는 삶이란 무엇인지, 어째서 그 긴 시간동안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인지를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글을 쓸 때, 글을 쓰지 않을 때, 글이 상처가 되고 또 응원이 될 때, 일상이 글이 되고 글이 일상이 되는 그 모든 순간에 대한 진솔한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글을 쓰는 사람이 지닌 글에 대한 진심을 들여다본다. 또 그러함으로써 느끼게 된다. 우리는 꼭 무언가를 쓸 때 진짜의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글쓰기란 결국, 나를 들여다보는 일

 

 

   『심심과 열심』에서 김신회는 심심한 일상을 열심히 쓰는 것, 그게 바로 에세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첫 장 ‘나는 이렇게 쓴다’에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책을 쓰게 된 순간에서 시작해 글쓰기를 일상으로 만드는 방법, 좋은 글을 쓰는 여러 방법들을 써내려간다. 그 중 글을 쓰고 싶지만 망설이는 이들을 위한 몇 가지 조언들은 새겨둘 만하다. 이를 테면 시작부터 머뭇거리며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에게 에세이를 쓸 때는 첫 문장보다 마지막 문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에세이는 일상의 깨달음에 대해 쓰는 글인 만큼 첫 문장이 떡 벌어질수록 뒷이야기가 초라하게 느껴질 수 있고, 첫 문장에 들인 힘을 끝까지 유지하면 지나치게 비장한 다짐과 교훈으로 점철된 글이 완성되기도 하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첫 문장을 쓰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그러고 보면 나 역시 글을 쓸 때 첫 문장에 유독 과할 정도로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첫 문장이 잘 풀리면 글이 수월하게 진행되는 편인데, 첫 문장에서부터 막혀버리면 내내 더듬거리며 써내려가는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각 문단의 첫 문장이 명확해야 글의 방향성도 뚜렷해진다고 믿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나서부터는 빈 페이지 위에 깜빡이는 커서를 내내 지켜만 보고 머리 아파하기 보다는 고치면 된다는 마음으로, 이번만큼은 마지막 문장에 더 힘을 실어보자는 마음으로 여유를 가져볼까 한다. 일단 쓴다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초고를 다 쓰고 나면 논다. 2주 정도 원고는 쳐다보지도 않고 휴식을 취한다. 친구들과 놀고, 술도 마시고, 여행을 가거나 가족과 시간을 갖는다.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을 읽거나 영화를 왕창 보기도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글쓰기라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던 나를 일에서 분리시키는 것이다. 최대한 글쓰기와 상관없는 일을 하면서 ‘그 글을 쓴 나’가 아니라 ‘그 글을 읽을 나’를 만든다. / 24p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은 끝 문장 쓰는 법은 다음과 같다.

1. 뭔가를 느끼지 않아도 된다.

2. 교훈이 없어도 된다.

3. 이야기의 결론을 꼭 내지 않아도 된다.

4. 다짐과 희망 사항에 대해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된다. 안 물어 봤다! / 31p

 

 

좋은 글을 쓰려면 무엇보다 나를 들여다봐야 한다. 나를 알고, 내 감정을 파악하며 쓰는 글은 모두를 지키는 글이 될 수도 있다. 마음이 편안하고 풍요로울 때, 좋은 글이 나온다고 믿는다. 우울하고 괴로울 때 멋진 글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 우울하고 괴로울 때는 그저 그냥 우울하고 괴로운 글이 나오더라. / 73p

 

 

 

 

 

 

   2장 ‘근로자입니다, 또 고용주이고요’에서는 작가로서의 삶에서 겪는 여러 가지 고충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대목들이 눈에 띤다. 글을 쓰면서 계산기를 두드리게 되는 자신에 대한 실망, 이 책은 안 팔리겠지 하며 펑펑 울었던 기억, 원고 청탁과 강연을 요청하면서도 강연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미루는 업계의 행태에 대한 지적, 요샌 개나 소나 책을 쓴다는 사람들의 모욕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말한다. 더 많이 팔리는 책을 쓰고 인기 작가가 되기 보다 그저 이 일을 앞으로 10년만 더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또 10년이 지난 후에 한 번의 10년이 주어진다면 바랄 게 없겠다고. 적은 돈을 주고 많은 일을 시키는 것을 예술이라 부르는 사람을 멀리하고, 노동에 대한 적절한 임금을 받을 권리와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돈 이야기를 포기하지 말자고. 나를 포함해 더 많은 개나 소가 글을 써서 더욱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이다.

 

 

 

결국 망한 책이 새로운 책을 쓰게 한다. 책이 잘되었다면 결코 떠올리지 못했을 아이디어가 그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내가 쓴 대부분의 책이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 그렇다고 해서 글을 그만 쓸 수는 없었다는 점. 나는 어제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답 없는 생각을 하고, 달성되지 않을 계획을 세우며 방구석에서 혼잣말을 끄적이는 사람이라는 점. 그런 사람이 경험하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 평범한 사람이라서 낼 수 있는 목소리가 분명 있다는 발견. / 103p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파악하고, 그런 나와 잘 지내는 일이다. 내가 어떤 것에 강한지를 알고, 어떤 것에 취약한지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삶에 대한 면역력을 기를 수 있다. ‘이럴 땐 이렇게!’ 하고 나를 다루는 방법을 알면 수시로 넘어지고 무너지는 자신을 일으킬 수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이 결국은 인생 전체를 잘 살 수 있다고 믿는다. / 158p

 

 

시인 박준은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난다, 2017)에 이렇게 썼다. “편지는 분노나 미움보다는 애정과 배려에 더 가까운 것”이라고. “편지를 받는 일은 사랑받는 일이고 편지를 쓰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읽을 때마다 마음이 누그러지는 이 문장을 참 좋아한다.

그러고 보면 글쓰기 역시 편지를 쓰는 일이다. 우리가 쓰는 글은 누군가를 향한 편지이며, 마음을 보여 주는 도구다. / 206p

 

 

 

 

 

 

   끝으로 3장과 4장에서는 사소한 일상이, 사람이 어떻게 가장 빛나는 글감이 되어주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내 일상을 되돌아보고 좋으면 좋은 대로, 맘에 안 들면 맘에 안 드는 대로 무언가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할 것을 다짐한다. 내 안에서 퐁퐁 샘솟는 이야기를 그저 꾹 삼키지는 않는 것, 결국 나를 파악하고 그런 나와 잘 지내는 일이야말로 좋은 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자기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작가는 글을 쓰고, 그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하며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굳게 믿고 또 그만큼 나를 믿으며 꾸준히 쓰려 한다. 비록 나는 진즉에 소설 쓰기를 잊어버리고 말았지만, 꽤 오랜만에 그녀처럼 쓰는 자와 읽는 자가 같이 호흡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을 나도 써보고 싶어진다. 그러니 언젠가는 나도 나의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쓰기를 멈추지 말아야지. 글쓰기는 곧, 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