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과 과학, 그 경계에 선 공룡 화석의 위기와 진실!
21세기 고생물학의 가장 큰 도전 앞에 선 인류,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2013년, 공룡을 피고로 하는 전대미문의 재판이 열렸다. 이 소송은 공룡 화석을 고국 몽골로 돌려보내기 위한 것으로 배후에는 불법적인 화석 거래와 에릭 프로코피라는 ‘공룡 사냥꾼’이 있었다. 공룡 화석이란 발견할 확률 그 자체도 귀한 일이겠지만, 발굴 작업은 고고학자와 관련 과학자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매우 정교한 작업이 아니었던가? 화석 거래는 또 뭐고 공룡 사냥꾼이라 불리는 이들은 또 무엇인가. 안킬로사우루스, 스테고사우루스, 티라노사우루스, 브라키오사우루스… 4살이나 5살에 불과한 아이들이 말하기도 힘든 공룡 이름을 줄줄 외고 특징까지 세세하게 기억하는 것처럼, 나는 이 기이한 재판을 소재로 한 책을 눈앞에 두고 문득 상상 속에서 여전히 이 땅을 떠도는 공룡과 그 땅 속에서 화석으로 마주하게 되는 공룡의 간극을 가늠하기가 어려워졌다. 게다가 그것이 지구 최고의 전리품으로, 암암리에 ‘돈’이라는 가치로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순진했던 것일까. 나는 책 속의 내용이 모두 실화라는 것에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 중 누구라도 공룡 사냥꾼이라 불리는 이 남자의 화석을 구매한 사람들의 목록에 니컬러스 케이지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면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공룡 사냥꾼 VS 고생물학자
처음에 이 사건은 단지 기괴한 범죄 사건쯤으로만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 눈에는
오래전에 세상에서 사라진 유물을 품고 있는
자연의 역사와 우리의 지속적인 관계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보였다. / 13p
화석이 없다면, 우리는 지구의 형성과 역사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화석이 없다면, 46억 년이라는 지구의 나이도, 어떤 시기에 어떤 생물이 살았으며, 언제 죽었으며,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대륙이 항상 현재의 위치에 있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나, 지구가 계속 움직이는 가운데 지구 내부의 판이 미끄러지면서 육지와 바다의 위치를 다시 배열한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지구가 다섯 번의 대규모 멸종을 겪었고, 이제 여섯 번째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몰랐을 수도 있다. 이처럼 화석은 지구의 역사와 그것의 잠재적인 미래를 이해하게 해줄 주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더욱이 지금까지 살았던 동물 종의 채 1퍼센트도 되지 않는 숫자만이 화석이 된 것으로 추산되는 지금, 화석의 소유권을 중심으로 한 첨예한 갈등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21세기 고생물학은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해있다.
『공룡 사냥꾼』의 저자이자 저널리스트인 페이지 윌리엄스는 수천만 년 전,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화석의 소유권을 분쟁의 원인 중의 하나로 ‘대륙마다 다른 화석을 보호하려는 태도’를 지적한다. 특히 화석이 풍부한 나라인 미국의 태도가 그러하다. 정책 입안자들이 사유재산에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 까닭에 화석을 자신의 토지에서 발견하거나 수집이 허락된 개인 소유지에서 발견하면, 그것이 과학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와는 상관없이 발견자가 갖거나 팔거나 무시하거나 파괴하더라도 국가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최근 자연사 관련 거래상 쪽은 유망하고, 고생물학자라는 직업은 골치 아픈 것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제 유서 깊은 미술품 경매회사들은 화석 경매를 진행한다.
이런 경매는 워싱턴DC에 있는 스미스소니언이나 뉴욕의 미국 자연사박물관과 같은 기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화석 표본을 자신들도 소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개인 수집가는 물론, 종종 해외 박물관도 구매자로 끌어들였다. 일례로 맥도날드사와 월트디즈니가 시카고의 필드 자연사박물관에 티라노사우루스 수를 구매해주기 위해 팀을 구성했는데, 구매 희망자에 대한 소문이 나면서 가격은 전례 없는 엄청난 금액인 836만 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 스미스소니언의 커크 존슨은 “그들이 수를 판매한 그날부터 화석은 돈이 되었다”라고 한 말에서 우리는 화석 시장이 어마어마한 상업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집가와 애호가들은 환상적인 화석 박람회장을 돌아다녔고, 온라인으로 쇼핑을 했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화석 거래가 문제가 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갈수록 커져만 가는 화석의 상업적 가치는 불법 발굴을 성행시켰다.
중국 사람들은 간혹 땅속에 박힌 고대한 해골을 발견하곤 했는데, 어떤 것은 마치 낮잠을 자는 것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그것의 허벅지 뼈 하나만 해도 성인 남자의 키보다도 더 큰 180센티미터에 달했다. 중국인들은 이 생물을 메이롱, 즉 ‘잠자는 용’이라고 불렀다. 롱구, 즉 ‘용의 뼈’가 치유력이 있다고 믿었기에, 불면증에서 심장질환에 이르기까지 모든 병에 그 뼈를 갈아서 섭취했다. / 77p
인간의 치아도 수집했던 표트르대제는 즉흥적으로 “빠르게 걷는 전령” 또는 “식탁보를 만든 사람” 등을 비롯해서 거리에서 만나는 아무에게서나 치아를 뽑으라고 명령하곤 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표트르대제가 “화장실에서 너무 오래 앉아 있던 어느 훌륭한 신사”의 항문에서 나온 파리 알을 유명한 해부학자에게서 사들이기도 했다고 자신의 저서에서 밝혔다. 또한 수집가들은 캐비닛을 채우기 위해 “가장 크고 아름답고 이상하고 특이한 것을 구하러 다녔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 88p


당연하게도 이러한 구조는 자연스럽게 공룡사냥꾼(화석사냥꾼)이자 화석 상인, 고생물학자 혹은 고고학자들 사이에 첨예한 갈등을 낳게 되었다. 고생물학자들은 공룡사냥꾼들을 향해 인류 공동의 유물인 자연사를 약탈해 상업적으로 거래하는 악랄한 장사치라고 비난한다. 반면, 대부분의 화석 상인은 자신들이 화석을 수집하고 판매함으로써 자칫 침식되어 사라져버렸을 유물을 구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들이 강의실이나 수집가 또는 때에 따라서는 박물관에 화석을 공급함으로써 그리고 자연계에 대한 광범위한 관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상업적인 화석사냥꾼은 박물관에 화석을 판매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부유한 개인 수집가의 환심을 사려고도 애쓴다.
“나는 과학자만이 화석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세상에는 합법적이고 양심적인 거래상들도 많으니까요.”
그가 언젠가 말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것들이 나라에서 나라로 밀수될 수도 있으므로, 어디까지나 법을 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국제적인 규제는 매우 다양했고, 자주 바뀌었으며, 대개는 영어로 번역되어 있지도 않았고, 어떤 사냥꾼은 아직 법으로 제재되지 않은 애매한 부분을 악용했다. 그들은 “공룡을 거래하는 실크로드”를 창조해낸 것이다. / 40p
수집가와 애호가들은 그 기구의 환상적인 화석 박람회장을 돌아다녔고, 온라인으로 쇼핑을 했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화석 거래가 문제가 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고생물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은 규제 문제가 있었고, 일부 국가에는 암거래 문제가 있었으며, 고생물학 전반에는 홍보 문제가 있었다. 화석에 대한 대중의 ‘잘못된 인식’은 학술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를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자금 확보와 일자리 유지도 저해했다. 그리고 갈수록 커져만 가는 화석의 상업적 가치는 불법 발굴을 성행시켰다. / 66p
레이는 과학과 공익은 늘 아마추어 공동체에 의존해왔으며, “엄격한 (그리고 시행불가능한) 규제가 아닌,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수준 높아진 대중의 힘이 더 많은 화석을 보호하고, 고생물학을 발전시키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레이는 이제 척추동물고생물학회의 “극단주의자들”이 그 논의를 지배하고 있기에 자신은 “포기했다”고 프랭크에게 털어놨다. / 100p
이런 환경 속에서 에릭 프로코피 같은 공룡사냥꾼이 등장하는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닌 듯하다. 에릭 프로코피의 회사 플로리다 포실즈는 고대 생물, 주로 상어의 이빨이나 빙하기 포유류의 거대한 화석을 사냥, 복원, 구매, 판매하는 일을 한다. 여러 수집품 중에서 공룡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 그 역시 다른 모든 공룡사냥꾼처럼 귀한 유물을 자신이 찾아내 지키고 있다고 느꼈다. 물론, 그도 처음부터 전문공룡사냥꾼이 되려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 입학하던 해 가을부터 자연사박물관 척추동물 고생물학 부서에 조교로 지원하며 과학에 관심을 두었으나 FMNH 과학자들이 그를 심각하게 위법적인 존재로 여기고 그가 발굴한 것들을 인정하려 들지 않자 그는 전적으로 사냥에만 헌신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결국 그는 화석을 발굴하기에 천혜의 자연 환경을 지닌 몽골의 고비 사막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 모든 일이 시작되었을 때, 에릭은 자신이 체포될 수도 있고, 그만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에게 몽골로의 첫 여행은 금전적인 수입뿐만 아니라 모험의 측면에서도 똑같이 의미 있는 일이었다.
에릭은 구매자가 디캐프리오라는 얘기를 계속해서 들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그는 전달받은 배달지가 바로 그 배우의 주소지와 일치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중략) 그 집을 떠나기 전에 에릭은 옆방이 자연사 관련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중국 검치호랑이의 두개골, 프시타코사우루스 골격, 일각고래의 엄니, 날도마뱀의 액자 수집품 등이 보였다. 환경 보호와 보존이라는 대의를 열렬히 지지하는 디캐프리오의 대중적인 이미지와 비교해봤을 때는 너무 과한 수집품이라고 에릭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일로 돈을 버는 에릭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겠는가. / 165p
“우리는 더 많은 과학자, 더 많은 연구, 더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오트고는 후에 말했다.
“그런데 정부는 그럴 능력이 없어요.” (중략)
“지역 주민들은 역사적 또는 과학적 중요성이라는 측면에서 그것을 보지 않습니다. 그들은 단지 화석 조각을 발견했다고 생각할 뿐이죠. 그리고 돈줄로만 생각합니다. 그들은 그저 ‘아! 난 이제 엄청난 행운을 잡은 거야! 이거 정말 비싼 거라고 들었는데! 도시에 있는 자네 남동생에게 이게 값이 얼마나 나갈지 물어봐주겠나? 아니면, 혹시 아는 거래상이 있다면 이걸 처분해줄 수 있을지 한 번 물어봐주겠어?’라고 얘기합니다. / 233p


지구의 자연유산을 둘러싼 인류의 태도에 질문을 던지다
“그들에게 아시아는 경제 발전과 착취를 위한 비옥한 토대였다. 중앙아시아 탐험 같은 프로젝트는 정치적, 경제적 팽창을 통한 개방의 뒤를 따랐을 뿐만 아니라 같은 태도와 목표를 구현했다.” 과학자 로널드 레인저는 2004년 저서 『고대 유물을 위한 의제』에서 “제국주의적 목표가 그 원정의 핵심 요소였다”고 적은 바가 있다. 에릭이 고비 사막으로 가기 이전에도 로이 앤드루스와 월터 그레인저와 같은 많은 고비 사막 원정대들이 몽골에 묻힌 화석들을 발굴해 화석 시장의 활기에 불을 지폈다. 아이러니하게도 몽골 내의 사정도 한몫했다. 고생물학센터는 반세기 동안 존재했지만, 직원들은 가족들을 부양할 만큼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해 비밀리에 고비 공룡 유적지를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여행 안내자가 되어야 했고, 연구는 주로 외국인의 협력 하에 이루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No. 49135. 티라노사우루스 바타르” 에릭이 경매 시장에 내놓은 것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사촌뻘 되는 일명 T. 바타르, 타르보사우루스의 거의 완전한 화석이었다. 몽골에서 최초로 발굴된 이 화석은 높이 2.4미터, 길이 7.2미터에 이르렀으며, 최종 낙찰가 105만 2,500달러에 판매되었다. 하지만 이후 몽골 정부의 화석 반환 요청으로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면서 에릭은 법정에 서기에 이르렀고, 이는 국제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희대의 사건으로 이어졌다.
몽골 국민은 T. 바타르 사건은 몽골 과학자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확신했다.
한 기자가 오유나에게 물었다.
“몽골 고생물학자들이 이 일에 연루되어 있어서 그렇게 많은 공룡 뼈가 나라 밖으로 밀반출되는 게 아닐까요?”
“저도 또한 몽골 고생물학자들이 밀수에 가담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참여는 몽골 고생물학자의 평판에 영향을, 그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거예요.” / 364p


화석은 발굴자의 것인가, 과학자의 것인가, 화석 상인들의 것인가 그것을 돈을 주고 산 구매자의 것인가. 집착과 욕망 그리고 지구 최고의 전리품을 얻기 위한 이 모험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남긴다. 페이지 윌리엄스는 미국과 몽골의 국제분쟁으로까지 이어졌던 이 타르보사우루스 경매 사건을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에 걸쳐 취재하면서, 이에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은 물론 과거의 역사, 문화에 이르기 최대한 사건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이 책은 그러한 결과물을 집대성한 역작이다. 지구의 자연유산을 둘러싼 인류의 태도에 전하는 그의 메시지는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묵직하다. 도록이나 사건과 관련된 사진이 수록되어 있었더라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이러한 책이 더 많이 쓰이고, 또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에릭의 재판에 참여한 헬러스타인 판사의 말은 두고두고 생각해볼 일이다. “이것은 점점 심화되는 미스터리입니다. 왜 이렇게 많은 훌륭한 사람이 나쁜 일을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