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만이 하는 것 The Ride of a Lifetime - CEO 밥 아이거가 직접 쓴 디즈니 제국의 비밀
로버트 아이거 지음, 안진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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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우아하고, 대담하면서 탁월한 리더십이 또 있을까!

비주류에서 최고의 미디어 제국, 디즈니 은하계의 중심에 선 밥 아이거의 기적 같은 이야기!

 

 

   지금의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들이라면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 있어 디즈니 영화를 빼놓고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디즈니’와 ‘도날드 덕’이 저 아득한 기억의 시작점에 머물러 있다면, 아름다운 스토리라인과 황홀한 O.S.T가 돋보이는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알라딘’ 등의 작품들은 우리의 유년, 성장기를 늘 함께 했다. 거기에 ‘토이스토리’, ‘카’ 등 비약적인 영상 기술의 발전을 이룬 일련의 작품들은 현재 우리 아이가 태어나 다시 찾아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어 ‘겨울왕국’, ‘어벤져스’ 시리즈까지. 과연 ‘최고의 미디어 제국’, ‘디즈니 은하계’라고 표현할 만하다. 어쩌면 우리는 정서적으로 디즈니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플에는 스티브 잡스가, 페이스북에는 마크 저커버그가, 알리바바에는 마윈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도 디즈니에는 밥 아이거가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그래서 나는 무려 15년간 이 대제국을 이끌어온 디즈니의 CEO 밥(로버트) 아이거가 직접 쓴 최초이자 유일한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얼른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혁신 아니면 죽음이다

 

 

 

   밥 아이거는 월트 디즈니 이래 디즈니의 6번째 CEO로, 침체되어 있던 노장 기업 디즈니를 부활시키고 혁신을 주도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디즈니만이 하는 것』에는 디즈니가 100년 된 브랜드를 지키면서도 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훌루, 21세기폭스에 이르기까지 거물 콘텐츠를 차례로 흡수하며 미디어 제국이 되는 과정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 뉴욕 롱아일랜드의 노동자 동네에서 태어나 피자헛에서 피자를 굽던 평범한 청년이 디즈니의 CEO가 되기까지의 과정, 위기와 실패의 대처법, 리더십 원칙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경험했던 각종 노하우를 가감 없이 전하고자 한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자서전도 아니고 회고록도 아니며 여느 리더십 책이 그러하듯 딱딱한 경영 원칙만을 열거하지 않는다. 그는 확실히 스토리텔링을 다룰 줄 아는 작가이자 경영자인 듯하다. 그래서 이 책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어떻게 픽사, 마블, 21세기폭스와 같은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었는지, 그 불가능할 것 같은 협상 뒤에 절대로 꺾이지 않을 것 같았던 픽사의 스티브 잡스와 마블의 아이크 펄머터, 영화 <스타워즈>를 탄생시킨 조지 루카스를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인지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진정한 리더십이란 무엇인지 확인하게 된다.

 

 

 

그는 스포츠 프로그램이란 이벤트를 방송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훌륭한 스토리를 전하려면 탁월한 재능이 필요하다. 그는 내가 만난 상사 중 가장 유능한 인물이자 무슨 일에도 굴하지 않는 혁신가였지만, 주변에 자신만큼 유능한 사람들을 두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았다. / 56p

 

 

룬이 내게 준 금언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이후 내가 맡은 모든 직무에 길잡이가 되었다. ‘혁신 아니면 죽음이다. 새로운 것이나 검증되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면 혁신은 없다.’ / 57p

 

 

“좀 더 낫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하라.”

내가 룬에게서 배운 모든 것 중,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리더십의 특질 중 하나인 이것을 나는 ‘완벽에 대한 집요한 추구’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이것은 수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서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특정한 규칙의 집합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사고방식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내면화한 바로 그것은 ‘어떤 것을 희생하더라도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완벽주의’가 아니다. 평범함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 58p

 

 

 

 

 

 

   “결국 최종적인 계약의 성사 여부는 매번 인간적인 요소에 좌우되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의 하나는 이 한 문장에서 드러난다. 이는 픽사와 마블, 루카스필름의 인수를 돌이켜보며 그가 남긴 말이다. 즉, 매번 협상이 필요한 복잡한 쟁점들이 있기 마련이고 길고 긴 시간 동안 밀고 당기는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결국 최종 결정에는 ‘인간적인 진실성’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이야기다. 스티브는 디즈니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픽사 고유의 본질을 존중하겠다는 밥의 약속을 얻고자 했고, 아이크는 마블 팀이 가치를 인정받고 새로운 조직 안에서 발전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확신하고 싶어 했으며 조지 루카스는 자신의 유산이, 자신의 ‘어린 자식’이 디즈니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밥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꾸준히, 진정성 있게 보여주었다. 상대방이 이룬 업적을 존경하면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고결함을 믿고, 품위와 정직을 잃지 않았다.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에서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사람’에 있다는 그의 경영 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적시에 피드백을 주지 않는 한 사람의 태도가 어떤 식으로 조직에 불필요한 중압감과 비효율을 야기하는지 절감했다. / 78p

 

 

다른 무언가를 그토록 갈망하는 경우 당장 맡고 있는 책무에 최선을 다하기가 힘들어진다. 야망이 역효과를 낳는 것이다. 결국 야망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방법을 아는 것이 관건이다. 주어진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인내심을 유지하며 기여와 확장, 성장을 위한 기회를 찾아야 한다. 동시에 그런 기회가 찾아왔을 때 보스의 뇌리에 적임자로 떠오를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될 수 있도록 태도를 가다듬고 에너지와 집중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 141p

 

 

CEO와 2인자 사이의 역학은 종종 긴장에 휩싸이는 게 사실이다. 누구나 자신이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길 원한다. 비결은 자신이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집착하지 않는 수준의 자의식을 갖추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훌륭한 리더십은 대체 불가능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준비를 갖추도록 아랫사람들을 지원하는 데 있다. 리더의 의사결정 과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발전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 자질을 파악해 그들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 142p

 

 

 

 

 

 

   밥 아이거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뿐만 아니라 사업체를 운영하든 팀을 관리하든 공동의 목표를 위해 누군가와 협력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에 몇 가지 기본 원칙과 함께 진정한 리더십의 10가지 대원칙을 소개하는데, 이는 리더십을 떠나 누구나 새겨볼 만한 내용인 듯하다. 그가 첫 번째 대원칙은 ‘낙관주의’다. 특히 어려운 순간에, 리더는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능력을 통해 모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좋다고 말하거나,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신념을 전달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리더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이 최상의 결과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도록 리더가 분위기를 설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누구도 비관론자를 따르고 싶어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두 번째는 창의적인 의사결정에 필수인 ‘용기’다. 셋째는 우선순위를 자주, 명확하게 알리기 위해 필요한 ‘명확한 초점’이다. 다음은 시의 절적한 ‘결단력’, 혁신을 이끄는 ‘호기심’, ‘공정성’ 있고 품위 있으며 ‘사려 깊은 태도’다. 끝으로 항상 정직하고 진실된 태도를 담은 ‘진정성’이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사례를 보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불가능할 것 같던 일들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지를 볼 수 있다. 뻔한 이야기 같겠지만 이것이 무려 15년이 지나서도 그가 건재한 이유가 아닐까.

 

 

 

리더는 주변 사람들이 일상의 업무를 추측해서 처리하도록 만들지만 않아도 그들의 사기를 아주 많이 진작시킬 수 있다. CEO는 회사와 고위간부들에게 로드맵을 제공해야만 한다. 대부분의 일은 복잡하고 집중력과 에너지를 상당히 많이 쏟아부어야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지점은 이곳이다’, ‘그 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은 이것이다’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은 비교적 간단하다. 일단 그렇게 단순한 목표가 설정되고 나면 상당히 많은 의사결정을 수월하게 내릴 수 있다. 그러면 조직 전체를 감돌던 불안감도 잦아들게 된다. / 196p

 

 

  『디즈니만이 하는 것』을 읽으며 이토록 우아하고, 대담하면서 탁월한 리더십이 또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이니까 당연히 상당수 미화된 부분이 있을 것이라 지적할 법 하지만, 공정성과 진정성을 경영 철학의 대원칙으로 삼은 그답게 진실 되고 솔직한 그의 면모에 누구나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과거의 우리가 그러했듯, 우리는 앞으로도 디즈니와 쭉 함께 웃고 울며 성장하리라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밥 아이거의 철학이 디즈니의 모든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계속해서 구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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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사냥꾼 - 집착과 욕망 그리고 지구 최고의 전리품을 얻기 위한 모험
페이지 윌리엄스 지음, 전행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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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과학, 그 경계에 선 공룡 화석의 위기와 진실!

21세기 고생물학의 가장 큰 도전 앞에 선 인류,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2013년, 공룡을 피고로 하는 전대미문의 재판이 열렸다. 이 소송은 공룡 화석을 고국 몽골로 돌려보내기 위한 것으로 배후에는 불법적인 화석 거래와 에릭 프로코피라는 ‘공룡 사냥꾼’이 있었다. 공룡 화석이란 발견할 확률 그 자체도 귀한 일이겠지만, 발굴 작업은 고고학자와 관련 과학자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매우 정교한 작업이 아니었던가? 화석 거래는 또 뭐고 공룡 사냥꾼이라 불리는 이들은 또 무엇인가. 안킬로사우루스, 스테고사우루스, 티라노사우루스, 브라키오사우루스… 4살이나 5살에 불과한 아이들이 말하기도 힘든 공룡 이름을 줄줄 외고 특징까지 세세하게 기억하는 것처럼, 나는 이 기이한 재판을 소재로 한 책을 눈앞에 두고 문득 상상 속에서 여전히 이 땅을 떠도는 공룡과 그 땅 속에서 화석으로 마주하게 되는 공룡의 간극을 가늠하기가 어려워졌다. 게다가 그것이 지구 최고의 전리품으로, 암암리에 ‘돈’이라는 가치로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순진했던 것일까. 나는 책 속의 내용이 모두 실화라는 것에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 중 누구라도 공룡 사냥꾼이라 불리는 이 남자의 화석을 구매한 사람들의 목록에 니컬러스 케이지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면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공룡 사냥꾼 VS 고생물학자

 

 

처음에 이 사건은 단지 기괴한 범죄 사건쯤으로만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 눈에는

오래전에 세상에서 사라진 유물을 품고 있는

자연의 역사와 우리의 지속적인 관계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보였다. / 13p

 

  화석이 없다면, 우리는 지구의 형성과 역사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화석이 없다면, 46억 년이라는 지구의 나이도, 어떤 시기에 어떤 생물이 살았으며, 언제 죽었으며,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대륙이 항상 현재의 위치에 있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나, 지구가 계속 움직이는 가운데 지구 내부의 판이 미끄러지면서 육지와 바다의 위치를 다시 배열한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지구가 다섯 번의 대규모 멸종을 겪었고, 이제 여섯 번째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몰랐을 수도 있다. 이처럼 화석은 지구의 역사와 그것의 잠재적인 미래를 이해하게 해줄 주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더욱이 지금까지 살았던 동물 종의 채 1퍼센트도 되지 않는 숫자만이 화석이 된 것으로 추산되는 지금, 화석의 소유권을 중심으로 한 첨예한 갈등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21세기 고생물학은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해있다.

 

 

 

   『공룡 사냥꾼』의 저자이자 저널리스트인 페이지 윌리엄스는 수천만 년 전,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화석의 소유권을 분쟁의 원인 중의 하나로 ‘대륙마다 다른 화석을 보호하려는 태도’를 지적한다. 특히 화석이 풍부한 나라인 미국의 태도가 그러하다. 정책 입안자들이 사유재산에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 까닭에 화석을 자신의 토지에서 발견하거나 수집이 허락된 개인 소유지에서 발견하면, 그것이 과학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와는 상관없이 발견자가 갖거나 팔거나 무시하거나 파괴하더라도 국가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최근 자연사 관련 거래상 쪽은 유망하고, 고생물학자라는 직업은 골치 아픈 것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제 유서 깊은 미술품 경매회사들은 화석 경매를 진행한다.

 

 

 

   이런 경매는 워싱턴DC에 있는 스미스소니언이나 뉴욕의 미국 자연사박물관과 같은 기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화석 표본을 자신들도 소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개인 수집가는 물론, 종종 해외 박물관도 구매자로 끌어들였다. 일례로 맥도날드사와 월트디즈니가 시카고의 필드 자연사박물관에 티라노사우루스 수를 구매해주기 위해 팀을 구성했는데, 구매 희망자에 대한 소문이 나면서 가격은 전례 없는 엄청난 금액인 836만 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 스미스소니언의 커크 존슨은 “그들이 수를 판매한 그날부터 화석은 돈이 되었다”라고 한 말에서 우리는 화석 시장이 어마어마한 상업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집가와 애호가들은 환상적인 화석 박람회장을 돌아다녔고, 온라인으로 쇼핑을 했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화석 거래가 문제가 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갈수록 커져만 가는 화석의 상업적 가치는 불법 발굴을 성행시켰다.

 

 

 

중국 사람들은 간혹 땅속에 박힌 고대한 해골을 발견하곤 했는데, 어떤 것은 마치 낮잠을 자는 것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그것의 허벅지 뼈 하나만 해도 성인 남자의 키보다도 더 큰 180센티미터에 달했다. 중국인들은 이 생물을 메이롱, 즉 ‘잠자는 용’이라고 불렀다. 롱구, 즉 ‘용의 뼈’가 치유력이 있다고 믿었기에, 불면증에서 심장질환에 이르기까지 모든 병에 그 뼈를 갈아서 섭취했다. / 77p

 

 

인간의 치아도 수집했던 표트르대제는 즉흥적으로 “빠르게 걷는 전령” 또는 “식탁보를 만든 사람” 등을 비롯해서 거리에서 만나는 아무에게서나 치아를 뽑으라고 명령하곤 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표트르대제가 “화장실에서 너무 오래 앉아 있던 어느 훌륭한 신사”의 항문에서 나온 파리 알을 유명한 해부학자에게서 사들이기도 했다고 자신의 저서에서 밝혔다. 또한 수집가들은 캐비닛을 채우기 위해 “가장 크고 아름답고 이상하고 특이한 것을 구하러 다녔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 88p

 

 

 

 

 

 

   당연하게도 이러한 구조는 자연스럽게 공룡사냥꾼(화석사냥꾼)이자 화석 상인, 고생물학자 혹은 고고학자들 사이에 첨예한 갈등을 낳게 되었다. 고생물학자들은 공룡사냥꾼들을 향해 인류 공동의 유물인 자연사를 약탈해 상업적으로 거래하는 악랄한 장사치라고 비난한다. 반면, 대부분의 화석 상인은 자신들이 화석을 수집하고 판매함으로써 자칫 침식되어 사라져버렸을 유물을 구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들이 강의실이나 수집가 또는 때에 따라서는 박물관에 화석을 공급함으로써 그리고 자연계에 대한 광범위한 관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상업적인 화석사냥꾼은 박물관에 화석을 판매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부유한 개인 수집가의 환심을 사려고도 애쓴다.

 

 

 

“나는 과학자만이 화석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세상에는 합법적이고 양심적인 거래상들도 많으니까요.”

그가 언젠가 말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것들이 나라에서 나라로 밀수될 수도 있으므로, 어디까지나 법을 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국제적인 규제는 매우 다양했고, 자주 바뀌었으며, 대개는 영어로 번역되어 있지도 않았고, 어떤 사냥꾼은 아직 법으로 제재되지 않은 애매한 부분을 악용했다. 그들은 “공룡을 거래하는 실크로드”를 창조해낸 것이다. / 40p

 

 

수집가와 애호가들은 그 기구의 환상적인 화석 박람회장을 돌아다녔고, 온라인으로 쇼핑을 했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화석 거래가 문제가 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고생물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은 규제 문제가 있었고, 일부 국가에는 암거래 문제가 있었으며, 고생물학 전반에는 홍보 문제가 있었다. 화석에 대한 대중의 ‘잘못된 인식’은 학술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를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자금 확보와 일자리 유지도 저해했다. 그리고 갈수록 커져만 가는 화석의 상업적 가치는 불법 발굴을 성행시켰다. / 66p

 

 

레이는 과학과 공익은 늘 아마추어 공동체에 의존해왔으며, “엄격한 (그리고 시행불가능한) 규제가 아닌,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수준 높아진 대중의 힘이 더 많은 화석을 보호하고, 고생물학을 발전시키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레이는 이제 척추동물고생물학회의 “극단주의자들”이 그 논의를 지배하고 있기에 자신은 “포기했다”고 프랭크에게 털어놨다. / 100p

 

 

 

   이런 환경 속에서 에릭 프로코피 같은 공룡사냥꾼이 등장하는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닌 듯하다. 에릭 프로코피의 회사 플로리다 포실즈는 고대 생물, 주로 상어의 이빨이나 빙하기 포유류의 거대한 화석을 사냥, 복원, 구매, 판매하는 일을 한다. 여러 수집품 중에서 공룡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 그 역시 다른 모든 공룡사냥꾼처럼 귀한 유물을 자신이 찾아내 지키고 있다고 느꼈다. 물론, 그도 처음부터 전문공룡사냥꾼이 되려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 입학하던 해 가을부터 자연사박물관 척추동물 고생물학 부서에 조교로 지원하며 과학에 관심을 두었으나 FMNH 과학자들이 그를 심각하게 위법적인 존재로 여기고 그가 발굴한 것들을 인정하려 들지 않자 그는 전적으로 사냥에만 헌신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결국 그는 화석을 발굴하기에 천혜의 자연 환경을 지닌 몽골의 고비 사막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 모든 일이 시작되었을 때, 에릭은 자신이 체포될 수도 있고, 그만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에게 몽골로의 첫 여행은 금전적인 수입뿐만 아니라 모험의 측면에서도 똑같이 의미 있는 일이었다.

 

 

 

에릭은 구매자가 디캐프리오라는 얘기를 계속해서 들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그는 전달받은 배달지가 바로 그 배우의 주소지와 일치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중략) 그 집을 떠나기 전에 에릭은 옆방이 자연사 관련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중국 검치호랑이의 두개골, 프시타코사우루스 골격, 일각고래의 엄니, 날도마뱀의 액자 수집품 등이 보였다. 환경 보호와 보존이라는 대의를 열렬히 지지하는 디캐프리오의 대중적인 이미지와 비교해봤을 때는 너무 과한 수집품이라고 에릭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일로 돈을 버는 에릭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겠는가. / 165p

 

 

“우리는 더 많은 과학자, 더 많은 연구, 더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오트고는 후에 말했다.

“그런데 정부는 그럴 능력이 없어요.” (중략)

“지역 주민들은 역사적 또는 과학적 중요성이라는 측면에서 그것을 보지 않습니다. 그들은 단지 화석 조각을 발견했다고 생각할 뿐이죠. 그리고 돈줄로만 생각합니다. 그들은 그저 ‘아! 난 이제 엄청난 행운을 잡은 거야! 이거 정말 비싼 거라고 들었는데! 도시에 있는 자네 남동생에게 이게 값이 얼마나 나갈지 물어봐주겠나? 아니면, 혹시 아는 거래상이 있다면 이걸 처분해줄 수 있을지 한 번 물어봐주겠어?’라고 얘기합니다. / 233p

 

 

 

 

 

 

지구의 자연유산을 둘러싼 인류의 태도에 질문을 던지다

 

 

   “그들에게 아시아는 경제 발전과 착취를 위한 비옥한 토대였다. 중앙아시아 탐험 같은 프로젝트는 정치적, 경제적 팽창을 통한 개방의 뒤를 따랐을 뿐만 아니라 같은 태도와 목표를 구현했다.” 과학자 로널드 레인저는 2004년 저서 『고대 유물을 위한 의제』에서 “제국주의적 목표가 그 원정의 핵심 요소였다”고 적은 바가 있다. 에릭이 고비 사막으로 가기 이전에도 로이 앤드루스와 월터 그레인저와 같은 많은 고비 사막 원정대들이 몽골에 묻힌 화석들을 발굴해 화석 시장의 활기에 불을 지폈다. 아이러니하게도 몽골 내의 사정도 한몫했다. 고생물학센터는 반세기 동안 존재했지만, 직원들은 가족들을 부양할 만큼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해 비밀리에 고비 공룡 유적지를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여행 안내자가 되어야 했고, 연구는 주로 외국인의 협력 하에 이루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No. 49135. 티라노사우루스 바타르” 에릭이 경매 시장에 내놓은 것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사촌뻘 되는 일명 T. 바타르, 타르보사우루스의 거의 완전한 화석이었다. 몽골에서 최초로 발굴된 이 화석은 높이 2.4미터, 길이 7.2미터에 이르렀으며, 최종 낙찰가 105만 2,500달러에 판매되었다. 하지만 이후 몽골 정부의 화석 반환 요청으로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면서 에릭은 법정에 서기에 이르렀고, 이는 국제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희대의 사건으로 이어졌다.

 

 

 

몽골 국민은 T. 바타르 사건은 몽골 과학자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확신했다.

한 기자가 오유나에게 물었다.

“몽골 고생물학자들이 이 일에 연루되어 있어서 그렇게 많은 공룡 뼈가 나라 밖으로 밀반출되는 게 아닐까요?”

“저도 또한 몽골 고생물학자들이 밀수에 가담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참여는 몽골 고생물학자의 평판에 영향을, 그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거예요.” / 364p

 

 

 

 

 

  화석은 발굴자의 것인가, 과학자의 것인가, 화석 상인들의 것인가 그것을 돈을 주고 산 구매자의 것인가. 집착과 욕망 그리고 지구 최고의 전리품을 얻기 위한 이 모험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남긴다. 페이지 윌리엄스는 미국과 몽골의 국제분쟁으로까지 이어졌던 이 타르보사우루스 경매 사건을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에 걸쳐 취재하면서, 이에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은 물론 과거의 역사, 문화에 이르기 최대한 사건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이 책은 그러한 결과물을 집대성한 역작이다. 지구의 자연유산을 둘러싼 인류의 태도에 전하는 그의 메시지는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묵직하다. 도록이나 사건과 관련된 사진이 수록되어 있었더라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이러한 책이 더 많이 쓰이고, 또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에릭의 재판에 참여한 헬러스타인 판사의 말은 두고두고 생각해볼 일이다. “이것은 점점 심화되는 미스터리입니다. 왜 이렇게 많은 훌륭한 사람이 나쁜 일을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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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샷 -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끄는 설계의 힘
사피 바칼 지음, 이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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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과 조직 혁신에 관한 한 가장 신선하고 통찰력 있는 책!

룬샷은 미래 그 자체이며 우리가 꼭 기억해야만 할 키워드다!

 

 

   타인의 선택을 적극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보여준 리처드 H. 탈러와 캐스 R. 선스타인의 『넛지Nudge』,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행동의 방아쇠를 당기는 힘을 강조한 마셜 골드스미스의 『트리거Triggers』 이후 가장 명확하고 실용적이며 통찰력 있는 책을 만났다. ‘미쳤다’고 손가락질 받던 아이디어가 기존의 질서와 상식을 무너뜨리고 혁신과 폭발적 성장을 이루어내 어떻게 위기를 승리로 이끌어내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룬샷Loonshots’이야말로 ‘미래’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힘이자 우리가 기억해야 할 단 하나의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물리학의 이론을 이용해 새로운 경영 공식을 도출해낸 사피 바칼의 이 신선하고 흥미로운 발상에 빌 게이츠가 “내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읽는 책”이라 한 것만으로도 이미 설명을 다 한 책이다.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바꾼 룬샷의 비밀

 

 

   “지난 세기 ‘한국의 기적’을 기억합니다. 농업 중심의 어려웠던 경제는 강력한 공업 중심 경제로 발돋움했습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나라가 이제는 세계 최고 부국들 가까이에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교육, 의료, 교통, 산업 시스템은 전 세계의 모범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요?” 『룬샷』의 서두에는 특별히 한국 독자들에게 남기는 저자의 메시지가 등장한다. 그는 한국이 과학과 기술, 수학의 역할을 오랫동안 강조해왔으며 이 분야 연구자와 학생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평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디어가 한국 독자들에게 더 깊은 울림을 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유망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한국의 우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가운데, 어마어마한 성장의 역사와 단기간의 유명세를 달성하고도 불꽃처럼 사라져간 기업들의 운명을 한국의 기업들은 피해갈 수 있을지 우려하며 그는 이 책에 나름의 답을 담고자 한다. 물리학자이자 바이오테크 기업 창업가이자 경영자답게 그가 제시하는 개념은 다소 이례적이다. 물리학과 경영이라니. 물리학과 비즈니스, 역사를 결합한 그의 독특한 경영 방정식은 이제껏 읽어보았던 여러 경영서에서 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접근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룬샷’이 있다.

 

 

 

룬샷loonshot

1. 주창자를 나사 빠진 사람으로 취급하며,

2.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

 

 

 

   룬샷은 사피 바칼이 직접 만든 말로, 주창자를 “나사 빠진 사람”으로 취급하면서 대다수가 무시해버리는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그는 미친 아이디어라고 손가락질 받는 이 룬샷을 육성하는 자야말로 미래를 지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페이스북, 애플, 구글, 할리우드 등 오늘날 성공을 이룬 기업들의 핵심에는 이 룬샷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에 사피 바칼은 『룬샷』을 통해 우리 주변의 세상에 대해, 그리고 집단행동의 미스터리에 대해 완전히 새롭게 통찰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또한 크리에이터들의 창의적 발상과 관리자의 효율적 경영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새로운 경영이론을 제안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흔히 쓸모없는 생각이라고 무시하고 홀대했던 아이디어 속에서 가능성을 포착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는 방법을 소개하려는 것인데, 이는 놀랍게도 물 한 잔 속에서 포착되는 ‘상전이’라는 물리학 이론에서 시작한다.

 

 

 

비즈니스에서는 미스터리일 수 있는 행동 변화가 물리학에서는 상전이라는 괴상한 행동 패턴의 핵심을 이룬다. 물이 가득 찬 커다란 욕조를 한번 떠올려보자. 물 표면을 망치고 내려치면? 물이 튀면서 망치가 액체 속으로 쏙 미끄러져 들어간다. 이번에는 온도를 낮춰 물을 얼린 다음, 다시 망치로 내려치자. 어떻게 될까? 표면이 산산조각 날 것이다.

‘똑같은’ 분자가 이 맥락에서는 액체처럼 행동하고, 다른 맥락에서는 딱딱한 고체처럼 행동한다. / 29p

 

 

 

  우리가 룬샷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주장하는 ‘상전이’, ‘상분리’, ‘동적평형’이라는 핵심용어를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이 가득 담긴 욕조를 얼어붙기 직전으로 만든 상태를 상상해보면 개념은 쉽게 이해된다. 어느 쪽으로든 조금만 움직이면 전체가 얼거나 녹아버린다. 바로 이러한 현상, 물질이 온도, 압력, 외부 자기장 등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상에서 다른 상으로 바뀌는 현상을 ‘상전이’라고 한다. 그런데 바로 그 접점에서는 얼음 덩어리와 액체 상태의 물이 공존한다. 이때 경계에서 두 가지 상태가 공존하는 현상을 ‘상분리’라고 한다.

 

 

 

   그런데 얼음과 물의 상태는 서로 나눠지면서도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 두 상태의 관계는 주고받는 것이 서로 균형을 이루는 순환관계 형태를 띤다. 얼음 조각의 분자들은 인접한 물웅덩이로 녹아든다. 얼음 조각 옆을 헤엄치던 액체 분자들은 얼음 표면에 붙잡혀 얼어붙는다. 이렇듯 어느 쪽 상태도 압도적이지 않은 이 순환관계를 ‘동적평형’이라고 한다. 바로 여기에 룬샷의 핵심이 있다. 저자는 이른바 예술가이자 혁신적인 발명품을 개발하는 그룹으로 지칭되는 ‘룬샷 그룹’과 룬샷으로 탄생한 제품의 후속작 또는 업데이트 버전인 ‘프랜차이즈 그룹’이 잘 분리돼 있으면서 똑같이 강한 힘을 발휘하는 한편(상분리), 지속적으로 프로젝트와 아이디어를 양방향으로 교환하는 상태(동적평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베일 역시 기술 프로그램의 상세한 부분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부시도, 베일도 본인들의 할 일은 룬샷과 프랜차이즈 사이의 균형과 소통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괴상한 것을 탐구하는 과학자와 탄약을 조립하는 병사들 사이의 균형과 소통, 벨 전화연구소의 뜬구름 잡는 연구와 전화 사업의 고된 업무 사이의 균형과 소통 말이다. 두 사람은 어느 한쪽에 깊이 뛰어들기보다는 둘 사이의 이전에 초점을 맞췄다. / 85p

 

 

 

 

 

 

  저자는 룬샷 그룹과 프랜차이즈 그룹은 너무나 다른 길을 걷지만, 양쪽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흔히 한 사람의 뛰어난 천재 혹은 아이디어가 회사 전체의 성공을 이룬 것처럼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확실한 프랜차이즈가 없을 시 실패 확률이 높은 룬샷 때문에 회사나 산업 전체가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회사는 룬샷을 육성하는 동시에 룬샷과 프랜차이즈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룬샷의 두 종류인 제품형 룬샷과 전략형 룬샷을 구분하여 이 두 가지 유형 모두에 균형을 이루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애플이 성공할 수 있었던 궁극적인 이유도 제품형 룬샷(제품 측면에서 놀라운 돌파구가 마련되는 것)이 훌륭했던 것 외에 전략형 룬샷(아무도 생각지 못한 약간의 전략상의 변화로 큰 차이를 만드는)이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책에서는 팬암처럼 한 종류의 룬샷을 놓친 것이 전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던 항공사를 무너뜨리고, 폴라로이드 사처럼 다른 종류의 룬샷을 놓친 것이 전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던 소비자 기술 기업을 무너뜨린 사례를 다양하게 마주할 수 있다. 잡스가 “때로는 회사 자체가, 회사를 조직하는 방식이 바로 최고의 혁신이더군요.”라고 한 이 한 줄의 말이야말로 앞선 설명들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우리는 이런 ‘가짜 실패’를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가짜 실패는 과학계에도 있고 비즈니스계에도 있다. 프로젝트가 폐기될 수 있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자금 지원이 줄어들 수도 있고, 경쟁자가 승리할 수도 있고, 시장이 변화하거나 핵심 인물이 떠날 수도 있다. 그러나 룬샷이 폐기되는 흔한 이유는 가짜 실패 때문이다. 우리는 가짜 실패 때문에 프로젝트가 폐기될 위험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당신의 아이디어에 결함이 있습니다’라든가 ‘당신의 테스트에 결함이 있습니다’라는 번쩍이는 네온사인이 따라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위험성을 줄일 수는 있다. 엔도와 포크먼이 했던 일이 바로 그것이고, 이 책에서도 그 부분을 얘기할 것이다. 엔도와 포크먼이 위대한 발명가였다 해도 그들의 가장 뛰어난 능력은 실패를 철저히 수사하는 능력이었다. 두 사람은 진짜 실패와 가짜 실패를 구분할 줄 알았다. / 117p

 

 

랜드와 그의 경영진이 디지털을 일축한 이유는 30년간 필름을 팔아 돈을 벌었기 때문이었다. 폴라로이드는 카메라를 팔아서 버는 돈보다 즉석 사진의 카트리지를 팔아서 얻는 수입이 더 많았다. 디지털로 가면 필름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이는 수입이 없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폴라로이드는 디지털이 “절대로 돈이 될 리 없다”고 했다. 랜드가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일축한 이유는 전략형 룬샷, 그러니까 디지털을 통해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을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컨대 랜드는 후안 트립과 마찬가지로 본인의 강점(제품형 룬샷)에만 의지하고 약점(전략형 룬샷)을 직시하지 않았다. / 216p

 

 

 

   책을 읽다보면 결국 아무리 위대한 기업도 룬샷을 놓치면 그 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또, 중국이 월등히 크고 높은 기술적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혁명은 서양에서 일어난 것인지를 룬샷을 통해 설명하기도 한다. 하나의 산업 내에서 상분리와 동적평형을 이룬 할리우드, 밴팅의 인슐린 발견 역시 상분리와 동적평형을 적절하게 이룬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룬샷』은 룬샷을 장려할 수 있는 조건들을 기업이나 다양한 분야의 사례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어 독자의 이해도를 높인다. 덕분에 상전이라는 물리 법칙에 생소한 이들에게도 쓸모없어 보이는 아이디어가 놀라운 발견으로 변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 아울러 혁신에 관심이 있는 스타트업이나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있음에도 훌륭한 결과물로 이어내지 못하는 기업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균형과 소통을 제대로 유지하려면 내부의 장벽을 극복하게 도와줄 손길이 필요하다. 어느 모세의 보좌진의 손길이 아니라, 정원사의 손길처럼 부드러운 손길이 필요하다. 아이디어가 이전되는 데 힘을 너무 받거나(추상같은 명령) 힘이 부족하면(아무 지원 없음), 유망한 아이디어와 기술도 실험실에서 썩게 될 것이다. 그러면 조직은 그 기술을 상실하고, 시간과의 싸움에서 질 것이며, 그 기술을 발명한 사람의 충성심을 잃게 된다. 핵심 인재는 회사에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다. / 267p

 

대부분 회사들은 어떤 직원이 프로젝트에 기여하지 못하거나 상사로부터 안 좋은 평가를 받으면, 그 직원을 해고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어떤 회사는 직원을 자르기 직전에 누군가 개입해서, 이 직원에게 다른 역할을 맡겨 한 번 더 기회를 줘봐야 하는 것 아닌지 살펴보는 경우도 있다. / 372p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부시에게 쓴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성의 새로운 전선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이 전쟁을 치르는 동안 우리가 가졌던 비전과 대담함, 추진력을 가지고 그 전선을 개척한다면, 더 유익한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고, 더 보람찬 삶을 가꿀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사피 바칼은 약간의 도움과 약간의 과학이 있다면 우리 각자도 개인으로서, 팀원으로서, 그리고 시민으로서 자신만의 끝없는 전선을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라 단언한다. 그런 의미에서 창의성과 조직 혁신에 관한 한 가장 신선하고 통찰력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룬샷』을 꼭 읽어보시라 추천 드린다. 이제 룬샷은 미래 그 자체이며 우리가 꼭 기억해야만 할 중요한 키워드라는 점을 누구도 의심할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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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마다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 Vol 1. 우리 집에 왜 왔니 3개월마다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 1
포럼M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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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시장의 흐름 앞에서 이젠 마이크로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누구보다 빨리 캐치하기 위한 트렌드북!

 

 

 

   언택트(un+contact, 비접촉) 시대, OO 챌린지, B급 전성시대, 온라인 탑골공원, 레트로와 뉴트로, 낯설렘, 실감 세대, 뉴스탤지어 마케팅, 미닝아웃, 부캐…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각종 트렌드를 반영한 키워드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요즘 유행하는 게 뭔지 알아?’ 하고 이야기를 꺼낸 순간 ‘그게 언제적 얘긴데’ 하고 벌써 지나간 유행이 되고 마는 그야말로 트렌드 순삭의 시대이기도 하다. ‘리드 더 웨이브Lead the wave!’ 끊임없이 변화하는 파도에 빠르게 반응하고 상황에 맞게 방향을 바꿔가며 이동하는 서핑처럼, 이제는 환경에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매 순간 기민하게 반응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며 동시에 변화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균형감각도 갖춰야 하는 요즘, 마이크로 트렌드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절실해졌다.

 

 

 

 

 

 

가장 마이크로한 트렌드 리포트를 지향하는 트렌드북

 

 

   제목에서 알 수 있듯『3개월마다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는 가장 빠르고, 가장 마이크로한 트렌드 리포트를 지향한다. 서핑의 시대를 맞이한 마케터, 기획자, 창업자를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시장의 변화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직접 경험한 사례를 공유하며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매달 분석되는 트렌드 자료를 바탕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키워드와 관련 사례들을 담아 분기별로 독자들을 찾겠다는 취지가 분명한 트렌드북이다. 전반적으로 밀레니얼-Z세대이 공유하는 소비, 취향, 문화를 분석하여 ‘누구보다 빠른’ 트렌드로 시대를 읽고, 생생한 인플루언서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키워나가거나 마케팅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팁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상당히 유용할 만한 책이다.

 

 

 

전문가들은 2020년 1분기 쇼핑 키워드로 ‘홀로HOLO’를 꼽았다. 홀로는 헬스케어, 대용량, 집콕, 온라인 쇼핑의 약자다. 실제로 2020년 3월 31일 이베이코리아가 발표한 G마켓과 옥션의 1분기 판매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건강 관련 용품 판매가 급증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건강, 의료 용품 전체 판매량은 148% 증가했고, 마스크 등이 포함된 호흡, 수면 관련 건강 용품은 3배(222%), 체온계 등이 포함된 건강 측정 용품은 2배(113%) 늘었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영양제, 홍삼 등이 인기를 끌며 건강기능식품 판매량 역시 18% 증가했다. 때 아닌 보양식 열풍이 불기도 했다. / 17p

 

 

 

 

 

 

   아무래도 2020년 1분기는 코로나19를 빼놓고서는 이야기 할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개인의 삶의 방식, 특히 우리 사회 전반적인 생활 및 소비 패턴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급격하게 나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로 유통, 외식, 여행 업계, 오프라인 영업점 등은 매출 급감을 겪고 있는 반면, 이커머스와 배달업을 주축으로 하는 온라인 유통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건강, 의료, 대용량 제품에 대한 관심과 재택근무와 홈스터디 로 인한 디지털 가전 수요는 증가했고, 각종 온라인 강의와 플랫폼, 언택트 마케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코로나19는 일상에도 갖가지 이색적인 풍경을 몰고 왔다. ‘재택경제’, ‘집콕족’, ‘집콕육아’ 등이 일상화되면서 언택트 소비는 물론 홈트레이닝족의 증가와 랜선 아무놀이 챌린지, 달고나 커피 만들기 등과 같은 킬링타임용 놀이들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처럼 책은 코로나19가 유발한 본격 ‘언택트 바람’이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이어 2020년 1분기 트렌드를 분석하면서 펭수, 유산슬, 장성규, 카피추 등을 통해 권위와 상식의 ‘선’을 넘기 위한 도전과 그것들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을 알아본다. 그러면서 공정성과 정의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임으로써 지켜야 할 선은 지키려는 MZ세대의 특징을 입체적으로 다루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슈가맨, 곰표 패딩, 두꺼비 소주 등과 같이 익숙함과 새로움의 공존을 상징하는 ‘뉴트로’를 통해 이러한 현상이 왜 생겨났는지, 그것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 분석하면서 독일의 철학자 바우만 저서 《레트로토피아》를 인용하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바우만은 “레트로토피아는 분통 터질 정도로 변덕스럽고 불확실한 현재에 내재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바로 그 원천”이라고 진단한다. “불안정하고 너무 뻔해서 신뢰할 수 없는, 미래에 더 좋아질 거라는 대중의 희망에 투자하기보다, 그 희망을 흐릿하게 기억되는 과거, 추정된 안정성과 그로 인한 신뢰성만큼의 값어치가 있는 과거에 다시 투자하기로 한 셈”이라는 그의 말은 오늘의 ‘뉴트로’ 현상을 설명하기에 상당히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그러한 점에서 뉴트로 마케팅은 단순히 ‘추억 팔이’가 아니라 그 본질은 시간의 힘을 활용한 진정성을 소비자에게 파는 것이라는 지적은 타당해 보인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들은 “B급 유머를 쓰지만 B급 인생은 아니에요.”라고 자신들을 표현하며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한다. 이들은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고 인지하고, SNS 등을 통해 불공정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려고 한다. 환경, 성평등, 인종차별 금지 등의 이슈에 대해 그 누구보다 예민한 세대가 이들인데, 밀레니얼 세대는 이것을 텍스트로, Z세대는 동영상으로 공유하고 공부한다. / 39p

 

 

돈을 벌면 비싼 옷을 사고 자동차를 사고 집을 사는 ‘소유’ 위주의 소비를 해온 이전 세대와는 달리 MZ세대는 독특한 ‘체험’이나 ‘경험’을 위해서 시간과 돈을 주저 없이 투자한다. 전에 없는 새로운 감각을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이 세대를 ‘실감 세대’라고 한다. / 56p

 

 

이제 우리 삶은 매우 자연스럽게 ‘멀티 페르소나’를 향해 가고 있다. ‘회사 내에서의 나’와 ‘회사 밖에서의 나’가 다르고 SNS에서의 모습이 또 다르다. 그것을 인정하고 즐긴다. ‘일하는 나’와 ‘즐기는 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본업은 직장인이지만, 부캐는 OOO입니다.” 풀타임 일자리는 점점 줄고 있고, 평생직장 개념도 이미 사라진 시대, 직장에 다니면서 부업으로 추가 수입을 버는 다양한 ‘부캐’ 활동, 일명 ‘사이드 프로젝트’가 유행하고 있다. 1가지 일도 하기 힘든데, 직장과 삶을 완전히 구분하는 삶이 피곤하지는 않을까. 하지만 부캐 활동을 하는 20대들은 새로운 상황이 주는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 91p

 

 

 

   이처럼 『3개월마다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는 현재 어떤 문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그들이 어떤 콘텐츠에 열광하며, 어떤 마케팅에 반응하는지 풍부한 사례를 통해 분석함으로써 마케팅, 기획, 창업 아이디어가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이는 실제 활동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홈플러스 더 클럽 소비 패턴’ 인스타그램 담당자 안성호 모바일 마케터, 곰표 브랜드를 인싸템으로 등극시킨 김익규 대한제분 마케팅팀 팀장, 슈가맨과 효리네 민박 등 시대를 선도하는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JTBC 윤현준 CP, B급 콘텐츠의 달인 김선태 충주시 주무관, 요즘 사람들이 열광하는 콘텐츠를 캐치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밤비걸, 1인 미디어를 만드는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알려주는 김범휴 샌드박스 CBO 등의 이야기가 그러하다(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으로 책에 나오지는 않지만, 병맛 마케터를 자처하며 출판사 마케터들끼리 ‘사장님 몰래 하는 이벤트’를 진행해 가장 보수적일 듯한 출판 시장에서 과감히 선을 넘는 마케팅을 선보이는 흐름출판의 박대리님도 인상적이다). 이렇게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넷플릭스 등 MZ세대들이 주도하는 소비 트렌드를 잘 분석하여 파고든 마케팅과 아이디어가 실제 노출, 판매 데이터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살펴볼 수 있다. 덕분에 우리는 많은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왜 마이크로 트렌드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다.

 

 

 

고객들이 기업 마케팅에 대해 더 깊이 있게 보고 더 까다롭게 보는 건, 과거에는 광고는 광고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광고도 하나의 엄연한 콘텐츠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이러한 고객의 변화에 맞춰 마케터도 끊임없이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두꺼운 책을 보거나 특별한 수업을 듣는다고 해결되는 건 아닐 거예요. 일상 속에서 마케터는 마케터인 동시에 고객이기도 하니까, 재미를 느끼는 콘텐츠, 감동을 느끼는 콘텐츠, 불편하다고 느껴지는 콘텐츠를 유심히 보고 유저의 입장에서 마케팅을 기획하는 데 답이 있을 것입니다. / 105p

 

 

레트로라고 하면 추억이라고 생각하시잖아요. 경험한 사람에게는 옛날 것, 추억이 많아요. 그런데 그걸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거예요. 옛날에 있었던 거라도 자기는 처음 보는 거니까 새로운 겁니다. 물론 10~20대들이 옛날 거라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그중 신기하고 재미있고 취향에 맞는 것이어야 좋아하죠. 그러니까 레트로를 그냥 무조건 옛것을 재활용한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아는 사람에게는 추억, 모르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것일 수 있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참 좋은 소재가 됩니다. / 114p

 

 

 

 

 

 

   『3개월마다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는 트렌디함은 물론 컴팩트한 사이즈와 읽는 재미가 있는 구성 요소들로 충분히 추천할 만한 책이다. 마케팅 관련 업무나 각종 이슈와 트렌드에 관한 정보가 필요한 분들뿐만 아니라 다수가 호응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다음 호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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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일주 가이드북 - 대한민국 전국일주 여행 백과사전!, 2020-2021 최신 개정판
유철상 외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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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일주 여행 정보를 핵심만 쏙쏙 골라서 정리!

아름다운 대한민국 대표 여행지를 이 책 한 권으로! 대한민국 전국일주 여행 백과사전!

 

 

 

  코로나19로 인해 장거리 여행은 꿈도 꿔보지 못하는 요즘이다. 이번에는 꼭 제주도를 가보리라 마음먹고 비행기 표를 알아보던 중이어서일까, 몇 달째 근거리 야외 활동도 쉽지 않은 지금의 현실이 더욱 야속하기만 하다. 그런 와중에 어김없이 『전국일주 가이드북』 최신판이 출간되었다. 당장에는 눈으로 즐기며 마음으로 떠난다고 생각하고 책으로나마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그나저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여기 가봐야지, 저기 가봐야지, 가보고 싶은 곳이 늘어서 야단났다. 아, 어디라도 좋으니 떠나고 싶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이들에게,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망설이는 이들에게

 

 

 

   『전국일주 가이드북』은 우리나라 대표 명소 1,200곳을 소개하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여행 백과사전이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망설이는 여행자들을 위해 여행 전문가 4명이 모여 직접 고속도로와 국도를 중심으로 지역별, 테마별로 엄선한 여행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책 곳곳에는 다양한 알짜 여행 정보들이 가득하다. 유명한 여행지는 아니지만 멋진 풍경이나 의미가 크고 거기에 입장료나 주차비도 받지 않는 ‘알수록 돈 버는 베스트 공짜여행지’와 전국 고속도로에 있는 휴게소 중 대표 음식과 가격까지 정리해 모은 ‘휴게소 맛집 베스트’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로 손꼽을 수 있다. 벚꽃길이나 단풍길 등 제철에 여행하기 좋은 드라이브 코스를 소개해놓은 ‘사계절 베스트 드라이브 코스’와 ‘꽃놀이·단풍놀이 강추 여행지’, ‘지역별 축제 정보’는 그때그때 찾기 좋은 베스트 여행지만을 소개해주니 달력이 넘어갈 때마다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미리 계획할 수 있어 좋다. 이 외에도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한국 대표 관광지 100선’도 수록되어 있으니 하나씩 찾아다녀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바다의 모든 것을 만끽할 수 있는 ‘동해안 7번 국도’, 서울과 부산을 잇는 길이 416km의 ‘1번 경부고속도로’, 산과 바다, 계곡의 뛰어난 경관을 따라가는 ‘50번 영동고속도로’, 서울에서 동해안으로 가는 가장 빠른 도로 ‘60번 서울양양(동서)고속도로’, 태안, 서산, 변산반도 등 서해안의 아름다움 풍광을 담은 ‘15번 서해안고속도로’, 현충사가 있는 아산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정원이 있는 순천까지 아름다운 자연을 한껏 품고 있는 ‘25번 호남고속도로’, 옛 이야기가 흐르는 서정적 여행길 ‘27번 순천완주고속도로’, 우국충절의 기개가 서린 ‘35번 중부고속도로’, 삼국시대의 다양한 문화가 융합된 ‘45번 중부내륙고속도로’, 백두대간을 따라 유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55번 중앙고속도로’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주요 여행정보를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옛 이야기가 흐르는 서정적 여행길 27번 순천완주고속도로

순천완주고속도로는 비교적 최근인 2011년에 개통됐다. 이 고속도로로 구례, 남원, 임실, 완주 등의 접근성이 좋아졌다. 관촉사가 있는 논산, 연인들의 여행지 전주, 그 전주를 감싸고 있는 완주, 성춘향과 이몽룡의 고향 남원, 그리고 천년의 사랑을 담고 있는 정읍, 왠지 이곳 여행지들은 달달한 느낌이다. 이 고속도로 위에서 순정만화 같은 여행을 시작해보자. / 334p 

 

 

 

   내게 있어서 논산, 익산, 완주, 전주, 남원, 순창, 정읍을 잇는 27번 순천완주고속도로는 꽤 낯선 길이다. 비교적 최근에 개통된 고속도로이기도 하고, 자주 다녀본 경부고속도로나 중부내륙고속도로와 달리 마음먹고 떠나지 않으면 자주 찾기 힘든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중 가봐야지, 마음만 수백 번은 먹고선 아직 가보지 못한 ‘전주 한옥마을’과 소설 『춘향전』으로 유명한 ‘남원 광한루원’, 우리나라 대표 국립공원인 ‘내장산국립공원’은 꼭 가보고 싶다. 이 외에도 ‘완주 삼례문화예술촌&책박물관’과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처럼 특별하고 이색적인 박물관이나 우리 아이가 좋아할 듯한 ‘섬진강기차마을’ ‘상족암군립공원&고성공룡박물관’, 아주 어릴 때 가족과 함께 가본 적이 있는 ‘화엄사’와 ‘쌍계사’를 다시 찾아가보고 싶기도 하다.

 

 

 

 

 

 

낙안읍성_

낙안읍성은 소담스러운 초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민속 마을로 읍성 내에 주민이 거주하는 유일한 마을이다. 객사, 내아, 대장금 세트장, 옥사 등의 볼거리가 있다. 마을을 천천히 둘러본 후 성곽 위를 걸어보자. 나뭇잎 사이로 올록볼록 솟아 있는 귀여운 초가지붕을 볼 수 있다. 특히 남문과 서문 사이의 높은 성곽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풍경이 일품이다. / 302p

 

 

 

   그간 여행 가이드북을 보면 최대한 내가 사는 곳에서 멀리 있는 여행지만을 찾아보는 습관이 있었는데,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인지 우리 지역 근교에 있는 여행지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이를 테면 영남팔경의 하나로 유서 깊은 고적과 사찰, 관광명소가 많고 케이블카가 있어 금오산 중턱에 잇는 해운사와 대혜폭포, 도선굴까지 쉽게 관람할 수 있는 ‘금오산도립공원’이 그 예다. 거기에 금오산 도립공원 초입에 있는 저수지는 데크길이 있어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고 하니 가까운 주말에 찾아볼까 한다. 또 낙동강 자전거 코스인 ‘자전거박물관-국립생물자원관-경천섬-도남서원-상주보’를 잇는 여행지는 주말 오전에 일찍 출발해 쭉 다녀보기 좋은 코스인 듯하여 반드시 참고해볼 생각이다.

 

 

 

 

 

 

   이처럼 『전국일주 가이드북』은 전국 주요고속도로를 따라 이에 맞는 여행 테마와 효율적인 노선을 제시하여 알찬 여행을 계획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각 명소마다 핵심 정보는 물론, 관람시간과 비용, 대표 홈페이지, 추천 숙소, 추천 맛집과 같이 자세한 정보까지 함께 얻을 수 있으니 참고하기 좋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잠잠해지길 바라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어디를 가야할지 망설이는 이들에게 책에서 소개하는 여행지와 루트를 따라 꼭 여행해보시길 바란다. 아울러 그때그때 무작정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들에게도 이 책을 상시 차에 비치해두고 펼쳐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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