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일주 가이드북 - 대한민국 전국일주 여행 백과사전!, 2020-2021 최신 개정판
유철상 외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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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일주 여행 정보를 핵심만 쏙쏙 골라서 정리!

아름다운 대한민국 대표 여행지를 이 책 한 권으로! 대한민국 전국일주 여행 백과사전!

 

 

 

  코로나19로 인해 장거리 여행은 꿈도 꿔보지 못하는 요즘이다. 이번에는 꼭 제주도를 가보리라 마음먹고 비행기 표를 알아보던 중이어서일까, 몇 달째 근거리 야외 활동도 쉽지 않은 지금의 현실이 더욱 야속하기만 하다. 그런 와중에 어김없이 『전국일주 가이드북』 최신판이 출간되었다. 당장에는 눈으로 즐기며 마음으로 떠난다고 생각하고 책으로나마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그나저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여기 가봐야지, 저기 가봐야지, 가보고 싶은 곳이 늘어서 야단났다. 아, 어디라도 좋으니 떠나고 싶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이들에게,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망설이는 이들에게

 

 

 

   『전국일주 가이드북』은 우리나라 대표 명소 1,200곳을 소개하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여행 백과사전이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망설이는 여행자들을 위해 여행 전문가 4명이 모여 직접 고속도로와 국도를 중심으로 지역별, 테마별로 엄선한 여행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책 곳곳에는 다양한 알짜 여행 정보들이 가득하다. 유명한 여행지는 아니지만 멋진 풍경이나 의미가 크고 거기에 입장료나 주차비도 받지 않는 ‘알수록 돈 버는 베스트 공짜여행지’와 전국 고속도로에 있는 휴게소 중 대표 음식과 가격까지 정리해 모은 ‘휴게소 맛집 베스트’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로 손꼽을 수 있다. 벚꽃길이나 단풍길 등 제철에 여행하기 좋은 드라이브 코스를 소개해놓은 ‘사계절 베스트 드라이브 코스’와 ‘꽃놀이·단풍놀이 강추 여행지’, ‘지역별 축제 정보’는 그때그때 찾기 좋은 베스트 여행지만을 소개해주니 달력이 넘어갈 때마다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미리 계획할 수 있어 좋다. 이 외에도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한국 대표 관광지 100선’도 수록되어 있으니 하나씩 찾아다녀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바다의 모든 것을 만끽할 수 있는 ‘동해안 7번 국도’, 서울과 부산을 잇는 길이 416km의 ‘1번 경부고속도로’, 산과 바다, 계곡의 뛰어난 경관을 따라가는 ‘50번 영동고속도로’, 서울에서 동해안으로 가는 가장 빠른 도로 ‘60번 서울양양(동서)고속도로’, 태안, 서산, 변산반도 등 서해안의 아름다움 풍광을 담은 ‘15번 서해안고속도로’, 현충사가 있는 아산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정원이 있는 순천까지 아름다운 자연을 한껏 품고 있는 ‘25번 호남고속도로’, 옛 이야기가 흐르는 서정적 여행길 ‘27번 순천완주고속도로’, 우국충절의 기개가 서린 ‘35번 중부고속도로’, 삼국시대의 다양한 문화가 융합된 ‘45번 중부내륙고속도로’, 백두대간을 따라 유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55번 중앙고속도로’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주요 여행정보를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옛 이야기가 흐르는 서정적 여행길 27번 순천완주고속도로

순천완주고속도로는 비교적 최근인 2011년에 개통됐다. 이 고속도로로 구례, 남원, 임실, 완주 등의 접근성이 좋아졌다. 관촉사가 있는 논산, 연인들의 여행지 전주, 그 전주를 감싸고 있는 완주, 성춘향과 이몽룡의 고향 남원, 그리고 천년의 사랑을 담고 있는 정읍, 왠지 이곳 여행지들은 달달한 느낌이다. 이 고속도로 위에서 순정만화 같은 여행을 시작해보자. / 334p 

 

 

 

   내게 있어서 논산, 익산, 완주, 전주, 남원, 순창, 정읍을 잇는 27번 순천완주고속도로는 꽤 낯선 길이다. 비교적 최근에 개통된 고속도로이기도 하고, 자주 다녀본 경부고속도로나 중부내륙고속도로와 달리 마음먹고 떠나지 않으면 자주 찾기 힘든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중 가봐야지, 마음만 수백 번은 먹고선 아직 가보지 못한 ‘전주 한옥마을’과 소설 『춘향전』으로 유명한 ‘남원 광한루원’, 우리나라 대표 국립공원인 ‘내장산국립공원’은 꼭 가보고 싶다. 이 외에도 ‘완주 삼례문화예술촌&책박물관’과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처럼 특별하고 이색적인 박물관이나 우리 아이가 좋아할 듯한 ‘섬진강기차마을’ ‘상족암군립공원&고성공룡박물관’, 아주 어릴 때 가족과 함께 가본 적이 있는 ‘화엄사’와 ‘쌍계사’를 다시 찾아가보고 싶기도 하다.

 

 

 

 

 

 

낙안읍성_

낙안읍성은 소담스러운 초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민속 마을로 읍성 내에 주민이 거주하는 유일한 마을이다. 객사, 내아, 대장금 세트장, 옥사 등의 볼거리가 있다. 마을을 천천히 둘러본 후 성곽 위를 걸어보자. 나뭇잎 사이로 올록볼록 솟아 있는 귀여운 초가지붕을 볼 수 있다. 특히 남문과 서문 사이의 높은 성곽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풍경이 일품이다. / 302p

 

 

 

   그간 여행 가이드북을 보면 최대한 내가 사는 곳에서 멀리 있는 여행지만을 찾아보는 습관이 있었는데,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인지 우리 지역 근교에 있는 여행지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이를 테면 영남팔경의 하나로 유서 깊은 고적과 사찰, 관광명소가 많고 케이블카가 있어 금오산 중턱에 잇는 해운사와 대혜폭포, 도선굴까지 쉽게 관람할 수 있는 ‘금오산도립공원’이 그 예다. 거기에 금오산 도립공원 초입에 있는 저수지는 데크길이 있어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고 하니 가까운 주말에 찾아볼까 한다. 또 낙동강 자전거 코스인 ‘자전거박물관-국립생물자원관-경천섬-도남서원-상주보’를 잇는 여행지는 주말 오전에 일찍 출발해 쭉 다녀보기 좋은 코스인 듯하여 반드시 참고해볼 생각이다.

 

 

 

 

 

 

   이처럼 『전국일주 가이드북』은 전국 주요고속도로를 따라 이에 맞는 여행 테마와 효율적인 노선을 제시하여 알찬 여행을 계획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각 명소마다 핵심 정보는 물론, 관람시간과 비용, 대표 홈페이지, 추천 숙소, 추천 맛집과 같이 자세한 정보까지 함께 얻을 수 있으니 참고하기 좋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잠잠해지길 바라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어디를 가야할지 망설이는 이들에게 책에서 소개하는 여행지와 루트를 따라 꼭 여행해보시길 바란다. 아울러 그때그때 무작정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들에게도 이 책을 상시 차에 비치해두고 펼쳐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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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어른이 되는 법 - 나는 오직 나로 살아간다
이수진 지음 / 지식너머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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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유쾌한 소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법!

‘나이답게’가 아닌 ‘나답게’ 사는 법으로 건강한 에너지를 전하는 이 언니, 참 멋지다!  

 

 

   어릴 적의 나는 주위 어른들로부터 ‘넌 참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럽구나’란 말을 곧잘 듣곤 했다. 공부하란 말 한 번 한 적 없었지만 유독 예의범절에 있어서 엄격하고, 아무리 아파도 학교는 결석하면 안 된다며 성실함을 강조하셨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탓이었을 것이다. ‘또래답지 않게 말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하는 아이’란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나는 스스로에게 꽤 엄격했다. 그 말 때문에, 기대 때문에 나는 줄곧 ‘어른스럽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어른스러워’지려고 부단히도 애썼다. 정작 어른이 되어서는 ‘나이답게’ 사는데 온 에너지를 쓰느라 온전히 ‘나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왜 여전히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에 맞춰서 살아가느라 발버둥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 답답할 때가 있다.

 

 

 

   그래서일까, 세상의 기준에 휩쓸리지 않고 온전히 나로 살아가는 법에 대한 글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세상에 좋은 말들은 넘쳐나고, 이에 대한 갖가지 조언들도 많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동기부여가 될 만한 책을 찾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가운데 『느리게 어른이 되는 법』이란 제목의 이 책은 확실히 눈길을 끈다. 아니, ‘인스타그램, 유튜브 15만 명이 열광한 50대 최강동안 치과의사 이수진의 나답게 나이 드는 방법’이란 표지 문구에 확 마음을 사로잡혔다. 50대라기에는 믿기지 않는 그녀의 외모는 확실히 이목을 끄는 데가 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내 자신이 민망해질 정도로 자기 관리에 투철한 모습이다. 과연 대한민국 최강 동안 치과 의사 이수진, 그녀의 건강한 삶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녀가 제안하는 나다운 삶이란 또 무엇일까. 그 비결을 알아보고 싶어졌다.

 

 

 

 

 

 

세상의 가치로 스스로를 판단하지 않을 때, 당신은 아름다워진다

 

 

 

   『느리게 어른이 되는 법』의 저자 이수진은 SBS <동상이몽>에 출연해 ‘최강동안 치과 의사’로 화제가 된 바가 있으며 현재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통해 수십만 명의 팔로워로부터 ‘랜선 엄마’로 통한다고 한다. 일이나 진로,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의 관계에서 생긴 다양한 고민 앞에서는 편견 없는 시선과 사이다 같이 시원시원한 돌직구 조언을 건네는 것은 물론, 많은 여성들에게 동안의 외모와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함께 나누며 이들의 멘토 역할을 자처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 년에 한 번씩 바디프로필을 찍고,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으며 ‘50세 여자는 이래야 해’라는 사회적 통념을 과감히 깨부수는 그녀의 행보는 여러 여성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느리게 어른이 되는 법』은 이혼을 결심하고 홀로 딸을 키우며 겪은 다양한 경험들, 한 때는 야반도주를 결심할 정도로 생계의 위협을 느꼈으나 이제는 당당히 자신의 커리어를 완성해가고 있는 모습들, 동안의 비법이라 할 수 있는 삶의 중요한 태도들 그리고 그녀에게 보내온 여러 사람들의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실어놓은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나답게 사는 비결, 동안으로 사는 비결을 크게 4가지로 정의한다. ‘보랏빛 소’가 되길 두려워 마라, 나를 표현하는 키워드를 찾아라, 나다움을 일에 적용하라, 상대를 언제나 진심으로 대하라다. 여기서 ‘보랏빛 소’란, 《보랏빛 소가 온다》의 저자이자 마케팅 혁명가 세스 고딘이 제시한 마케팅 이론에서 가져온 것이다. 세스 고딘은 그의 저서에서 앞으로 TV나 신문, 라디오 등의 매스미디어에 돈을 퍼부어 홍보하는 방식은 통하지 않을 거라 경고하면서, 예외적이고 독특한 제품을 만드는 데 투자하고, 이 제품에 열광할 만한 소수의 소비자 집단을 공략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결국, 남들과 비슷한 것이 아닌 차별성에 중요한 가치를 두라는 말이다. 저자인 이수진은 이혼녀와 싱글맘이라는 이력으로부터 숨지 않고, 관종이라 불릴지라도 당당하게 세상과 소통하며 끊임없이 호기심을 잃지 않는 삶이 자신을 젊게 만든다고 말한다. 즉, 보랏빛 소가 되길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독자들에게 세상의 판단과 통념을 거부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누리며, 끝없이 도전함으로써 나만의 개인 브랜딩을 완성해볼 것을 독려한다.

 

 

 

미래는 현재 개인 브랜딩을 하고 있는 ‘관종’이 주도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개인 브랜딩의 첫째 조건은 ‘당신이 유니크한가?’,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거리가 있는가?’이다. 누구나 저마다의 개성이 있고 특장점이 있다. 또 나름의 인생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원한다면 당장 시작하라. 당신만의 개인 브랜딩을! 당신이 CEO나 프리랜서가 아니더라도, 회사원이나 학생이라고 해도 개인 브랜딩이 당신의 실력을 더 돋보이게 해 줄 것이다. / 39p

 

 

사실 내가 만나본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산다. 자신이 꼭 하지 않아도 될 일과 자신만이 해야 할 일을 철저하게 구분 지어 일을 잘 해낸다. 자신이 꼭 하지 않아도 될 일, 자신이 하거나 남이 하거나 비슷한 결과를 낼 일, 자신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은 다른 사람 혹은 전문가에게 맡긴다. 절대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해내겠다고 설쳐서 복잡하고 힘들게 살지 않는다. 대신, 남들은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자신만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효율적으로 몰입한다. 그리고 그 일로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인다. / 99p

 

 

 

 

 

 

   두 아이의 엄마여서일까, 나는 워킹맘이자 싱글맘으로 사춘기인 딸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쓴 그녀의 글에 유독 동화되었던 것 같다. 그녀는 딸 제나가 “엄마처럼 나도 명문대를 나와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왜 난 공부가 잘 안 되지?” 하고 압박감을 느끼며 힘들어 할 때, 그 이유를 먼저 이해하기보다 “이렇게 공부를 하면 돼”하고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려 했던 경험들을 고백한다. 또 사춘기가 온 딸 제나가 여행지에서 온종일 호텔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대화도 하지 않으려 하는 것에 당황해서 SNS를 통해 같은 경험을 해본 사람들과 고민을 공유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런 시행착오들을 통해서 아이의 마음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나간 그녀의 경험들은 나에게도 좋은 조언이 되어주었다. 특히 자퇴를 결심한 아이를 믿고 지지해주고, 아이에게 기대를 하고 부담을 줄 게 아니라 자식이 무얼 좋아하는지 함께 생각해 보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려는 부모로서의 태도는 더더욱 배워야 할 부분인 듯하다. ‘내 아이를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로 키운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는 그녀의 말에서, 다소 먼 길을 돌아가거나 헤매더라도 스스로의 길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나의 다짐을 다시 한 번 더 되새기게 만들었다.

 

 

 

많은 부모가 이유 없이 아이 방에 들어갔다가 나가라는 아이 말에 의해 쫓겨난다. 그러고는 사춘기라서 아이가 변했다고 한탄한다. 하지만 부모는 알아야 한다. 사춘기라서 아이가 변한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명령어만 입력해 온 부모의 부조리를 아이가 명확하게 표현하게 된 것임을. / 21p

 

 

문제는 동기부여이다. 스스로 마음 밑바닥에서 들려오는 자기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끔 주변인들은 조용히 기다려야 한다. 모든 생명체는 각자 자기 밥그릇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다 알아서 스스로의 길을 찾아갈 것이다. 괜히 옆에서 시끄럽게 굴어 그들이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기쁨을 누릴 기회를 빼앗지 말자. 당신이 조금만 인내한다면,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인생이라는 긴긴 마라톤을 힘차게 뛰어가 완주할 것이다. 아무리 거센 고난의 파도가 밀려와도 다 헤쳐가면서! / 115p

 

 

내 아이를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로 키운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는 사람은 끝가지 힘차게 나아갈 에너지가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 억지로 떠밀려 출발한 길은 그런 에너지가 없다. 말을 우물가에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억지로 마시게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우리의 사랑하는 아이는 온전한 인격체가 아닌가? 그러니 우리의 아이에게 시간을 주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 139p

 

 

 

 

 

 

   책을 읽다보면 ‘나이답게’가 아닌 ‘나답게’ 사는 법으로 건강한 에너지를 전하는 이 언니, 참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부족한 듯 살아왔다고 해서 당신의 남은 인생이 늘 똑같을 거라 단정 짓지 마라, 언제나 감사하고 겸손함을 마음에 품으면 내 마음이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너무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다 현재의 행복을 놓치지 말자는 그녀의 메시지는 마치 조금 더 살아본 언니로서 나의 등을 두드려주듯 의지가 되고 힘이 되는 것이다. 어른이 되려고 애쓰지 말고 최대한 느리게 어른이 되어보자, 이제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사람으로 살아보자는 그 말이 지금의 내게 그 어떤 말보다 중요하게 들린다. 5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멋진 언니,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주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할 수 있는 여성이 되어 보자. 그렇게 나는, 나를 격려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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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첫 과학책
황북기 지음, 김태은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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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경험하고 감각으로 느끼며 만나는 쉽고 재미있는 어린이 교양 과학책!

일상 속에서 부모와 함께 대화와 놀이로 키우는 우리 아이 과학적 사고!

 

 

   큰 아이가 6살이 되면서 부쩍 호기심이 많아졌습니다. 그림자가 나를 자꾸 따라와, 달은 왜 모양이 바뀌는 거야, 빨강색이랑 파랑색이랑 섞으면 무슨 색이 될까, 이 장난감은 물에 뜨는데 왜 이 장난감은 가라앉는 거야? 아이의 늘어나는 호기심을 하나하나 충족시켜주기엔 전 모르는 게 너무나 많은 엄마입니다. 정답은 알고 있어도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인지 자세히 알려주지 못해 늘 미안해지기도 하고요. 그럴 때면 “엄마가 알아보고 알려줄게. 조금만 기다려줘” 하고 검색의 힘을 빌려 아이에게 설명해주곤 하지만, 아이의 호기심을 모두 채워주기엔 역부족입니다.

 

 

 

   그래서 인터넷 서점을 통해 과학 동화책이나 도감 혹은 교양과학책을 자주 찾아보곤 합니다. 인체, 지구, 우주, 바다… 주제에 따라 분야별로 과학적 지식을 키울 수 있는 책들이 시중에 상당히 많이 나와 있어요. 하지만 아이가 일상을 생활하며 그때마다 드는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을 만한 교양과학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집에서 준비할 수 있을 만한 간단한 재료를 활용해 아이와 실험도 해보고 과학 원리와 답을 알아갈 수 있는 책들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마침 코로나19로 인해 매일 집에서만 지내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으려니 더더욱 그런 바람이 간절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아이 첫 과학책』은 저와 같은 부모들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울 만한 책입니다. 한양대학교에서 이동과학교실 및 과학 강연극을 선보이며 학생들에게 과학이 우리 생활과 가깝고 재미있는 것임을 알려온 저자답게, 대화와 놀이를 활용해 일상 속에서 우리 아이가 알기 쉽게 과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거든요. 사과가 왜 갈색으로 변하는 건지, 우리 가족은 왜 닮은 것인지, 마트에서 계산할 때 꼭 필요한 바코드는 어떤 원리를 지니고 있는지 등등. 백과사전 형식의 책이나 과학 이론을 앞세운 설명이 주를 이루는 책이 아닌, 생활 주변 속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주제여서 그런지 아이가 저보다 더 관심을 보이네요.

 

 

 

 

 

 

   책은 크게 ‘머리가 좋아지는 과학’, ‘몸이 튼튼해지는 과학’, ‘감각이 발달하는 과학’, ‘마음이 따뜻해지는 과학’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머리가 좋아지는 과학에서는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놀이를 해볼 수 있어요. 이를 테면 가벼워서 물에 뜨고 무거워서 가라앉는 것의 원리를 배워보고, 날달걀과 삶은 달걀을 통해서는 액체와 고체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어요. 목욕탕 의자는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알아보는 과정을 통해 우리 주변에서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건을 찾아보는 놀이도 해볼 수 있어요.

 

 

 

 

 

 

   이 중에서 저와 아이는 12페이지의 주제 ‘토마토 주스 위에 오렌지 주스’를 따라 한 가지 실험을 해보았어요. 농도가 다른 설탕물 두 컵에 마찬가지로 색이 다른 물감을 넣은 뒤, 한 쪽 컵의 물을 다른 쪽 컵에 부었을 때 때 어떤 물이 아래에 있고, 어떤 물이 위에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이었어요. 휴대폰 게임만 하던 아이가 설탕을 넣어보라고 하고 물감을 넣어보라고 하니 재미있다고 흠뻑 빠져들었네요. 엇, 그런데 뭔가 오류가 있었나 봐요. 색이 분리가 되었어야 할 텐데 곧장 색이 섞여 주황색이 되어버린 컵을 보고 저는 당황하고 말았어요. 하지만 이 실험 덕분에 저희 아이는 세 가지 중요한 과학적 사고를 깨우치게 되었어요. 고체였던 설탕 알갱이가 물에 녹으면 액체가 된다는 점, 둘째는 빨간색과 노란색을 섞으면 주황색이 된다는 점, 마지막으로 모든 실험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 그래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깨닫고 다시 시도해보기로 했어요. 아마도 물의 양에 비해 설탕이 적었거나 충분히 녹이지 않았던 게 원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외에도 몸이 튼튼해지는 과학에서는 신체 발달과 관련된 놀이를 해볼 수 있어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 발달과 관련된 놀이는 감각이 발달하는 과학 편에서 해볼 수 있고요. 마지막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과학에서는 환경이나 빈곤, 생명 등 함께 사는 사회를 생각하는 놀이를 해볼 수 있답니다. 이 중 저희 아이는 편의점에 갈 때마다 셀프로 계산하는 걸 좋아해서 집에 있는 물건들 중에 ‘바코드’가 있는 것을 찾아보기 놀이를 해보았어요. 아이가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찾은 바코드, 생각보다 참 많더라고요. 이렇게 신나게 바코드를 찾으면서 바코드는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보고, 물건마다 바코드가 제각기 다르다는 것도 알아보면서 이 날 하루 참 재미있게 과학 놀이를 하며 보냈답니다.

 

 

 

 

 

 

   이렇게 『우리 아이 첫 과학책』은 아이들이 과학을 즐겁게 느낄 수 있는 주제를 선별해 차근차근 과학적 설명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한 것은 물론, 찾아보기와 따라 하기를 통해 아이가 직접 과학 놀이를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인 책이에요. 부모가 먼저 쭉 읽어보고 아이에게 ‘이거 봐, 신기하다. 우리 해볼까?’ 하고 일상 속에서 함께 탐구해 볼 수 있고, 평소 아이가 궁금해 했던 질문이 있다면 이유와 과학적 원리를 자연스럽게 설명해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아이의 성취감과 탐구력을 키우는 별책부록인 워크북과 칭찬 스티커도 활용도가 높고요.

 

 

 

 

 

 

   어릴 때부터 주변 사물을 관찰하고 사물과의 관계를 파악하며 사물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탐구하는 능력을 갖춘다면 창의력은 물론, 우리 아이의 통합적인 사고를 키우는 데 크게 도움이 되리라 믿어요. 미리 엄마와 아빠와 해 보았던 간단한 실험이나 관련 원리를 접해 본 아이라면 분명 그것을 기억해 내고 과학 수업에도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휴대폰과 더욱 친해진 우리 아이, 이 책으로 매일 즐거운 과학 놀이를 해보면서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볼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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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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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지 않는 백야, 깊고 적막한 숲길이 전하는 아득한 공포!

실종된 딸을 찾아 집요하고도 외로운 추적을 해나가는 한 남자의 로드 스릴러! 

 

 

 

한밤의 태양은 사람들을 집 밖으로 내몰며 욕망으로 들끓게 할 것이다.

그들은 웃고 사랑을 나누고 미치고 난폭해진다.

심지어 사라지는 사람들도 있다. 눈이 멀고, 방향감각을 상실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들이 살아 있다고 믿고 싶었다. / 9p 

 

 

 

   스웨덴 북부의 작은 마을 글리메르스트레스크. 그곳의 실버 로드는 노를란드를 가로질러 광범위하게 뻗어나간 수많은 이면도로와 연결된 간선도로다. 이곳에는 하늘을 찌를 듯이 자란 나무가 늘어선 길이며 스노모빌이 지나다니는 길, 버려진 마을과 인구가 줄어든 도시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도 있다. 땅 위 그리고 아래로 강과 호수, 마실 수 없는 시냇물이 흐르고, 진물이 나는 상처처럼 퍼지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늪이 있는가 하면,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깊고 시커먼 호수도 있다. 이런 지역에서 실종된 사람을 찾으려면 평생이 걸릴 것이다. 그런 데다 은 광산이 폐쇄되면서 실버 로드의 유일한 목적이 사라졌고, 도로는 몇 년간 방치되면서 상태가 나빠지고 위험해졌다.

 

 

 

   매일 밤, 백야가 시작되면 렐레는 낡은 볼보를 몰고 실버 로드를 달린다. 그는 금이 간 아스팔트와 잡초가 무성한 배수로를 끔찍이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매일 같이 실버 로드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리나가 이 도로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버 로드가 그의 딸을 삼켜버린 것이다.

 

 

 

 

 

 

“날 찾아야지. 날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아빠뿐이야.”

 

 

 

   리나를 찾아야 한다. 렐레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오로지 자신의 딸을 찾는 일뿐이다. 3년 전,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려는 리나를 오전 5시 50분경에 그가 직접 버스 정류장에 내려준 뒤 리나는 사라졌다. 리나는 버스에 타지 않았다. 렐레가 떠난 뒤 버스는 15분 후에 도착했지만 운전사와 승객들의 말에 따르면 그때 리나는 정류장에 없었다고 한다. 고작해야 15분, 그 잠깐의 시간 동안에 리나가 연기처럼 사라진 것이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렐레 그 자신뿐이다.

 

 

 

   그해 여름부터 렐레는 환청처럼 들려오는 딸의 목소리를 따라 실버 로드를 뒤지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쓰레기통을 모두 열어보고 맨손으로 뒤졌으며, 습지와 폐광에도 들어가 확인했다. 거의 매일 경찰서에 전화해서 딸을 찾아내라고 소리쳤다. 자지도 먹지도 않았다. 실버 로드에서 힘든 낮과 밤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옷은 더러워졌고, 얼굴에는 어디서 생겼는지 모를 긁힌 자국이 있었다. 아내인 아네테는 렐레를 원망하는 마음과 딸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빠져 그를 떠났다. 하지만 렐레는 딸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렐레는 리나가 감금되어 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동시에 그것만이 그에게 남은 유일한 위안이었다. 이 넓은 세상에서 누군가는 리나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으며, 렐레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게 누군지 알아낼 작정이었다.

 

 

 

렐레는 무엇이 두려운지 알 수 없었다. 남의 사유지를 무단 침입했다는 사실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이 무언가를 발견할까봐 혹은 발견하지 못할까 봐서인지. 합법이든 불법이든 가능한 모든 수간을 동원해서 딸을 찾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미쳐가고 있는 게 두려운지도 몰랐다. 이렇게 혼자 바쁘게 돌아다니는 건 유혹적이다. 그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결론을 내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일은 렐레 혼자서 해결해야 했고, 그도 그걸 알고 있었다. / 99p

 

 

 

 

 

  한편, 메야는 엄마인 실리에가 인터넷으로 알게 된 남자 토르비요른이 사는 곳을 찾아 노를란드에 도착한다. 약물중독에 심리적인 문제까지 있는 엄마와 그녀가 만나는 남자들이 사는 곳을 따라 떠돌아다닌 지 벌써 17년이 되었다. 서른 번이 넘는 이사,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삶이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아니나 다를까, 메야는 토르비요른이 사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먼지와 악취, 숲에 고립된 듯한 낡은 집을 보고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닫지만 늘 그러했듯 애써 모른 척한다. 음산한 숲, 기나긴 백야, 질식할 것 같은 이곳의 느낌에 숨이 막히려는 그때, 그녀 앞에 칼 요한과 그의 형제들이 나타난다. 메야는 첫사랑처럼 단숨에 칼 요한에게 빠져든다. 어쩌면 그의 다정한 손길과 눈길만이 이 숨 막히는 공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이었을지 모른다. 토르비요른이 그들 형제와 부모들이 히피처럼 자기네들만의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것에 적대감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메야는 엄마와 토르비요른보다 점차 그들 가족을 더 의지하게 된다. 이윽고 메야는 칼 요한을 따라 그들 집에서 지내겠다고 선언한다.

 

 

 

머리맡 탁자에 놓인 메야의 휴대폰은 불이 꺼진 채 조용했다. 노를란드 행 기차를 탄 후로 아무도 메야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메야가 떠난 도시에서 그녀를 그리워하는 사람,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주말이면 담배와 약을 제공해주는 사람이 그녀였는데도, 자기를 그리워하지는 않더라도 약은 그리워할 줄 알았다. / 66p

 

 

토르비요른이 숨을 들이쉬자 그의 폐에서 쌕쌕 소리가 났다. “그 사람들은 거기서 일종의 히피 공동체를 운영하지. 현대 기술 문명에 반대하고 1800년대 사람들처럼 사는 거야. 비르게르는 자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려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내 기억이 맞다면 한바탕 난리가 났다. 비르게르는 아이들을 농장에서 홈스쿨링 하려고 했는데 교육청에서 결사반대했지.” / 86p

 

 

 

 

 

 

   그러던 어느 날, 캠핑장에서 또 다른 열일곱 살 소녀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렐레는 목격자도, 단서도 없는 이 사건에서 리나의 실종 사건이 연관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비슷한 나이, 어딘지 모르게 닮은 소녀들. 경찰은 다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지만 이렇다 할 진전은 없다. 과연 실버 로드에서 사라진 소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거기다 어딘지 수상쩍은 칼 요한의 식구들과 함께 지낸다는 메야에 이르기까지, 위기에 처한 소녀들의 행방을 찾기 위한 렐레의 외로운 수색은 계속된다.

 

 

 

“그 애가 가출했다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살해됐을까요?” 메야가 물었다.

“그 애비가 범인이라고 해도 난 놀라지 않을 거다. 렐레 구스타프손의 불같은 성격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 그 인간은 늘 시비를 거는 통에 수색팀에서 쫓겨나기까지 했어. 아마 자기 딸에게 화가 나서 성질을 못 참고 죽였을 거야. 그랬다가 제정신이 돌아오자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겠지. 내 생각은 그렇다.” / 125p

 

 

손가락에 잔뜩 힘이 들어갔고, 머릿속이 분노로 쿵쿵 울렸다. 할 수만 있다면 저런 부모들은 모두 없애버리고 싶었다. 자식을 위해 싸우지 않는 부모들, 자신의 고통에 푹 빠져서 자식을 돌보지 않는 부모들. / 306p

 

 

 

 

 

 

   『실버 로드』는 북유럽의 거대하고 음습한 숲 속을 배경으로 사라진 소녀들의 행방을 추적하는 한 남자의 숨 막히는 로드 스릴러다. 숲 속 폐가에 숨어 사는 퇴역군인, 포르노 수집광, 딸을 죽였다고 소문을 내고 다니는 남자친구, 밀주를 판매하는 쌍둥이 형제, 기술문명과 교육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렐레의 눈에 포착된 이들은 모두가 수상쩍고 누구나 용의자가 될 수 있다. 때문에 딸을 찾기 위해 집요하게 숲을 뒤지는 렐레의 필사적인 추적은 도리어 그를 위험에 빠뜨리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포스럽다. 더욱이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 그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자신들의 고통에 빠져 지내는 부모들의 모습은 공포 이면에 서글픈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과연 리나는 살아 있을까?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메야의 영혼은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렐레는 이 외로운 추적을 언제쯤이면 멈출 수 있을까? 북유럽만의 독특한 색채감과 서글픈 드라마를 갖춘 색다른 스릴러를 기대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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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맨스 북클럽 브로맨스 북클럽 1
리사 케이 애덤스 지음, 최설희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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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연애를 글로 배워야 할 필요도 있다?

유쾌한 상상력, 현실 부부의 갈등과 고민을 리얼하게 풀어낸 본격 로맨스!

 

 

 

“모든 배우자는 결혼 생활을 하다가 어떤 시점에선 서로에게 낯선 존재가 돼.” / 16p

 

 

 

   우리는 서로에게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을까. “모든 배우자는 결혼 생활을 하다가 어떤 시점에선 서로에게 낯선 존재가 된다”던 델의 말처럼, 아무리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부부라 하더라도 진실보다는 선의의 거짓으로 이루어지는 평화가 더 많다는 것을 깨닫는 때가 오기 마련이다. ‘괜찮은 척’과 ‘잘 지내고 있다’는 자기 긍정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텨지는 부부 혹은 가정이 얼마나 많은지, 수많은 로맨스 소설이 완성해놓은 해피엔딩 뒤에는 사실 더 많은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어릴 때의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완벽한 육아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믿었던 아내가 실은 꾹꾹 참으며 애써 연기를 해왔던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 개빈이 뒤늦게야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두 딸의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던 아빠에게서 남편을 겹쳐 보며 한 남자의 아내가 아닌, 자신의 삶을 선택하기로 결심하는 세아의 이야기는 유쾌 발랄 섹시 코미디를 지향하는 로맨스 소설치고는 상당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결국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소설은 그렇게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착하게 사는 데 질릴 대로 질린 여자만큼 세상에 강한 건 없다 / 19p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여섯 번째 경기에서 만루 홈런을 치며 선수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성공을 거둔 날, 개빈은 아내인 세아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그동안 좋은 부모이자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고 믿어왔는데, 그녀가 오랫동안 참고 견디며 연기를 해왔다는 말과 함께 이혼을 선언한 것이다. 심지어 잠자리에서조차 그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건 인정할 수 없을 만큼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어서 그는 집을 뛰쳐나오고 말았다. 괴로움에 술을 마시고 인사불성이 된 개빈을 보며 이런저런 충고를 하던 그의 동료들은 위기의 결혼 생활로부터 그를 구제해주기 위해 이내 믿을 수 없는 제안을 하나 한다. 바로 그들의 북클럽에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델이 말했다. “인간은 모두 진화 과정에 있지만 전부가 같은 속도로 변화하지는 않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이 사실은 그저 지나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걸 깨닫지 못해서 이혼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 16p

 

 

 

 

 

 

   프로 운동선수에 사업가, 공무원 등 내슈빌을 쥐락펴락하는 남자 열 명으로 이루어진 북클럽 사람들은 개빈에게 뜻밖의 책을 한 권 던져준다. 《백작부인 사로잡기》. 뭐지, 이 로맨스 냄새가 풀풀 풍기는 제목의 책은? 황당해서 어금니에 힘을 꽉 주고 눈을 치켜뜨는 개빈에게 북클럽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로맨스 소설이야말로 그들의 ‘지침서’라 소개한다. 알고 보니 북클럽 회원들은 모두 부인이나 여자 친구, 약혼 상대를 잃을 뻔했던 적이 있었던 남자들로, 그들은 로맨스 소설을 읽고 단순히 짝을 되찾은 게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도 관계가 좋아졌다고 말한다. 로맨스 소설을 읽다보면 여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길 바라는지, 삶과 관계에서 어떤 걸 원하는지 알 수 있으며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들의 언어로 말하는 게 얼마나 필요한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빈으로서는 18세기 영국 백작이 평범한 신분 출신의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를 담은 이 로맨스 책 한 권이 세아와 자신의 관계를 어떻게 되돌려줄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모두 준비됐지?”

남자들은 입안에 든 걸 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북클럽의 첫 번째 규칙은?”

모두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북클럽에 대해 발설하지 않는다.”

대체, 이게. 뭔 소리야.

개빈은 숨겨진 카메라가 없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건 분명 몰래카메라다.

“북클럽이라고? 내 결혼 생활을 구한다는 원대한 계획이 그거야?” / 48p

 

 

 

   한편, 세아는 집에서 감옥 같이 가로막혀 있던 벽을 망치로 깨부수며 자신의 결혼 생활도 종지부를 찍고, 그간 육아와 결혼 생활을 하느라 내려놓고 있었던 그림과 학업을 되찾으려 한다. 지금까지 무던히 애써왔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돈 많고 유능한 야구선수와 결혼하려고 일부러 임신한 ‘그 여자’로 여기는 시선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기에, 이제 유명인의 아내로 사느라 잃어버렸던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한다. 하지만 그간 야구를 하느라 쌍둥이 육아는 물론 남편의 역할에도 소홀했던 개빈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혹은 개빈에게 원래 이런 면이 있었던 것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변화된 개빈의 행동에 차츰 마음의 장벽이 무너져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정말 그의 말을 믿어도 될까? 끊임없이 그의 진심을 의심하던 그녀는 결국 한 달, 크리스마스 때까지만 그가 집에 있는 것을 허락하게 되고, 그때부터 개빈은 세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사력을 다하기 시작한다. 과연, 개빈은 세아의 마음을 돌려세울 수 있을까.

 

 

 

“남자들은 전부 얼간이야. 우린 도통 여자들 속은 모르겠고, 짜증 난다고, 진짜 원하는 게 대체 뭐냐고 불평이나 늘어놓잖아. 우리가 관계를 망치는 건 그걸 알아내는 게 너무 어려운 거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켜서야. 근데 진짜 문제는 바로 우리야. 우린 남자는 감정을 느끼고 울고 속내를 드러내면 안 된다고 생각해. 남녀 관계에서 그런 감정 노동은 전부 여자들이 해주길 바라지. 그러면서 그녀들이 우릴 포기해버리면 대체 문제가 뭐냐고 혼란스러워해.” / 51p

 

 

“난 지금 자신감 바닥이라고.”

“네 자신감 말고, 등신아. 여자의 자신감! 넌 그녀가 그 공간 안에서 마치 자기가 유일한 여자가 된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거야.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뺨이 살짝 붉어지게 하는 거지. 밤에 잠자리에 들었을 때 계속 되새길 수 있는 말을 해주는 거라고.” / 80p

 

 

 

 

 

 

   이처럼 『브로맨스 북클럽』은 결혼 생활에 위기가 찾아온 개빈이 북클럽 동료들의 조언과 로맨스 소설을 본보기로 삼아 무너진 아내와의 관계를 다시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유쾌한 로맨스 소설이다. 북클럽 회원의 남자들이 지침서로 삼은 《백작부인 사로잡기》의 이야기를 교차 편집하여 로맨스 소설책 한 권이 개빈과 세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따라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아이를 키우는 현실 부부의 고민에 공감하고, 서로 다른 남성의 언어와 여성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는 여러 대목들 역시 인상 깊다.

 

 

 

“무엇보다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어느 아침, 잠에서 깨 그녀의 삶 전체가 그냥 그렇게 가버렸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그가 읽어 내려갔다. “어느 순간, 자신의 존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그녀가 사, 사, 상상하던 것보다 하찮은 존재라는 걸, 자신이 바, 바, 바라던 모습보다 못한 존재라는 걸, 한 남자의 조용한 액세서리에 불과했다는 걸, 반짝이는 테이블의 반들거리기만 한 표면 같았던 자신의 엄마보다 나은 것이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 143p

 

“우리 안에는 스스로 잊고 있는 무언가가 있어. 다른 사람 안에서 찾아낼 때까지는 우리 안에 있어도 인정하기 싫은 그것,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그것. 네가 이 문제를 세아와 함께 풀어나가고 싶다면 그녀 안에 잃어버린 게 뭔지 알아내야 돼. 그런 다음 그녀의 상처 입은 그곳을 만져주는 거야, 더 이상 아프지 않을 때까지. 그게 세아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는 방법이야.” / 247p

 

 

 

 

 

 

   흔히들 로맨스 소설이나 연애의 기술을 다룬 책들을 읽는 사람들에게 ‘연애를 글로 배우냐’며 놀리곤 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연애를 글로도 ‘반드시’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만큼 남녀가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여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꾸준히 진실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도무지 알 수 없었던 남자들이 어떻게 연애의 고수로 거듭나게 된 것인지 그 비법을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추천 드린다. 주인공이 결혼을 한 부부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있는 이상, 아무래도 육체적 관계를 다루는 부분에 있어서 수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예비 독자 분들이라면 참고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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