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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 서울대 입학사정관이 알려주는 입시 맞춤형 공부법
진동섭 지음 / 포르체 / 202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변화하는 입시제도에 발맞춘 입시 맞춤형 준비 노하우!
복잡한 입시제도에 대한 개념 이해, 팩트 체크, 입시 설계 로드맵을 제시하다!
입학사정관제, 학생부종합전형, 고교학점제, 자유학기제……. 수시와 수능 위주의 입시 제도를 거쳐 온 나로서는 이런 말들이 다 뭔가 싶을 정도로 복잡하기 그지없다. 아이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은 설마 이 개념들을 전부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어차피 교육 제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이제 겨우 6살과 2살일 뿐인데, 하고 손을 놓고 있는 나는 정말 몰라도 너무 모르는 부모인 걸까.
내가 입시를 치를 때를 돌이켜보면 나의 부모님은 입시 제도는커녕 ‘공부하라’는 말조차 하지 않는 분이셨다. 그저 알아서 잘 하는 아이라 생각해주셨던 그 믿음에는 지금도 감사하다. 한편으로는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적절한 정도의 가이드를 해주셨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든다. 즉, 부모의 주도하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아이의 교육에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부모가 아이의 자유의지를 위해서 그저 믿고만 있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입시제도의 변화에 발맞춰 아이에게 제시해 줄 수 있는 적정선의 정보와 가이드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는 잘 몰라. 네가 알아서 잘 해야지’ 하고 방관하는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 복잡한 입시제도 속에서 아이가 마음껏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유연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슬슬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의 공부 역량을 키우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오늘도 입시를 앞둔 자녀의 부모들은 고민한다. 수능이 유리한지, 학종이 유리한지, 수능은 어떻게 대비할 것이며, 학종은 정말 비교과가 중요한지, 동아리 활동은 어떻게 해야 할지, 독서기록이 대학에 전달되지 않는다면 이제는 책을 보지 않아도 되는 건지 등 무엇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지 쉽게 판단되지 않는 정보에 머리가 아프다.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는 바로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 입학사정관이 알려주는 입시 맞춤형 공부법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MBC에서 방영되고 있는 에듀버라이어티 <공부가 머니?>에 출현하여 익히 알려진 진동섭 교육 전문가다. 드라마 <SKY 캐슬>에서 김주영 쓰앵님의 실존 모델이라 하니 더 눈길이 간다.
책은 입시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공부 역량 키우기에서부터 달라지는 입시 제도와 이에 따른 준비법, 입학사정관만이 알고 있는 평가방식, 입시에 관한 잘못된 상식을 점검할 수 있는 팩트 체크와 각종 공부법에 관한 노하우를 다루고 있다. 본격적인 입시 제도에 대한 이해에 들어 가기 앞서, 그 어떤 복잡한 교육 제도의 변화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우리 아이의 공부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강조한다. 바로 독서 습관 들이기, 스스로 챙기는 습관 들이기, 경청하는 습관 들이기, 공책 정리 방법, 적절한 보상을 통한 동기 부여, 적절한 성취 압력 주기 등이다.


수리력을 기르는 수학공부법을 소개하는 대목도 눈에 띤다. OECD가 ‘OECD 교육 2030’에서 미래 학습자가 가져야 할 4가지 역량을 제시한 적이 있는데, 바로 문해력, 수리력, 데이터 이해력, 디지털 이해력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문해력의 중요성이야 그동안 꾸준히 강조되어 왔던 바이지만, 그 뒤를 이어 등장하는 역량이 ‘수리력’이라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학생들에게 수학은 중요한 과목이라는 반증이다. 이에 저자는 수학을 놓치지 않기 위해 중요한 것은, 앞서 나가는 것보다 지나온 단계에 대한 학습 ‘결손’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전 학기에 배운 내용 중 학습 결손이 있으면 반드시 채우고 넘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매 학년의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학습 결손을 메우기에 적기라고 말한다. 예습보다 중요한 것이 복습으로 학습 결손을 점검하는 일이다. 중학교에 들어오는 과정에서도 초등학교 단계의 학습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또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도 해야 할 공부는 중학교 과정의 학습 결손을 찾아 보완하는 일이라고 한다. 즉, 중학교 단계의 학습 결손이 다 메워졌을 때에야 다음 학기 진도를 예습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예습을 할 때도 진도를 너무 많이 나가기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학교에서 해당 진도를 나갈 때 개념을 더 확실히 익히고 복습을 통해 문제를 풀어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예습하는 과정, 학교 수업에서 진도를 나갈 때 생각하는 과정, 복습을 통해 문제를 풀어보고 내면화하는 과정, 시험 준비를 하면서 다시 복습하는 과정을 거쳐서 공부가 심화된다고 말한다.
독서와 관련해 실천해야 할 사항을 몇 가지 조언하고자 한다.
첫째, 공부방이 있으면 책장을 놓고 책을 가까이 두자. 공부방이 따로 없다면 책상 위 책꽂이에 문제집, 자습서만 두지 말고 좋은 책을 꽂아 두자. 즉, 책을 가까이 두고 습관처럼 책을 읽자.
둘째, 책꽂이에 둘 내 책은 딱 세권으로 제한하자. 사서 보는 세 권의 책은 자신의 지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책이면 좋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가면 새 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학년이 올라가지 전에 사 둔 책은 모두 읽어야 한다. 학기 중간에 이미 다 읽었다면, 새 책으로 바꾸는 것도 좋다.
셋째, 책을 읽고 내용 파악이 되었는지,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정리해 두어야 한다. 즉, ‘독서록’을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 더 중요한 일은 책을 다 읽은 뒤 저자가 중점적으로 개진한 의견에 대해 두 개의 질문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같이 책을 읽은 친구나 부모님이 있다면 서로의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독서를 바탕으로 한 토론이 이루어진다. / 33p
엄마 혼자 단호하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집안에 있는 어른들이 모두 같은 태도를 취해야 한다. 함께 있는 시간이 엄마보다 긴 도형 학생의 할머니도 단호하게 손자를 교육할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들 때까지, 주어진 공부를 다 했는지 점검해주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아이의 공부 습관에 큰 영향을 미친다. / 47p


입시를 준비할 때 흔히 ‘수시냐, 정시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마련이다. 저자는 이에 내신 공부의 특징과 수능 공부의 특징을 나눠서 소개하며 이에 맞는 공부법을 소개하는데, 그러면서도 두 전형의 대비가 근본적으로는 같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때 수험생은 반드시 세 가지를 기억하기를 바란다. 첫째는 개념 이해다. 수시든 정시든 개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둘째는 자기주도학습 태도가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할 마음이 있어야 공부가 된다는 뜻이다. 셋째는 독서와 토론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독해력이 있어야 수능 문제도 이해하기 때문이다. 결국 수시냐, 정시냐가 아니라 ‘어떻게 공부를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영준 씨의 공부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빨간 펜으로 표시해가며 진행한 15회독이 핵심이다. 그 시작은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저는 모든 공부의 기본은 개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전에 문제를 풀지 않았어요. 문제집을 풀기 시작한 시기는 개념을 알고 난 뒤부터였는데요. 그래서 수능 당일에도 개념서만 들고 갔습니다.” / 107p


사실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를 읽기 전에는 우리 아이가 대학에 갈 때쯤엔 학생 수가 줄어드니 대학 가기 쉽지 않겠어?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대학 가기 쉬워졌다고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저자의 설명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또 한 번 시험을 망치면 수시를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 쉬운데 학생부종합전형은 ‘맥락’을 평가하기 때문에 이후 발전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망친 시험을 발목을 잡지 않을 거라는 조언 역시 새겨둘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 외에도 책은 수능, 학종, 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내신 등 각 영역에 따른 입체적인 분석과 각종 의문점을 해결해준다는 점에서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참고로 삼을 만하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교과서도 이런 점이 강조되어 ‘생각 열기, 핵심 개념, 기본 활동, 확장 활동’의 순서로 기술되어 있다. 과거에 비하여 설명은 획기적으로 짧아졌고 활동은 비약적으로 늘었다.
이 결과가 학생부에 기록되면 이것을 대학에서 받아서 다시 평가하는 방식이 학생부종합전형이다. 그러므로 개념을 잘 이해하고 학습 활동을 충실히 한다면 당연히 교과 성적도 좋고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학생이 성장한 모습이 기재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학생이라면 학생부 종합전형에 당당히 합격할 것이다. / 232p
학생부종합전형 방식의 공부에는 오답노트가 필요 없다. 문제풀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백지를 준비해서 자신이 배운 과목의 목차를 적고, 각 목차의 단원마다 학습 목표(이것을 성취기준이라고 하지만, 교과서에는 학습 목표라고 되어 있다.)를 적은 다음, 학습 목표에 해당하는 핵심 개념을 적어보는 것이 학종 스타일 공부다. 그런 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남 앞에서 발표하고 설명하거나, 글로 써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요즘은 녹음과 동시 문자로 바꿔주는 스마트폰 앱이 있으므로 스마트폰에게 설명하면서 문자로 변환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이러한 공부의 의미는 소소한 부분을 기억하는 것보다 큰 그림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 257p


미래는 “아이에게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더 좋은 기술로 다 잡아가니 스스로 잡는 법을 계속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교육이란,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발맞춰 ‘물고기 잡는 법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스스로 계발할 수 있도록 바탕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고기 잡는 방법을 말해주지 말고 바다와 낚시를 보여주어 스스로 고기를 잡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입시설계라는 말은 분명 내겐 이른 감이 있지만, 자녀 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조언인 듯하다. 내게 있어 입학사정관제, 학생부종합전형, 고교학점제 등과 같은 교육 제도는 여전히 어렵고 복잡하지만 이 책을 통해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충분한 계기가 되었다. 입시가 머지않은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현재와 앞으로 다가올 10년의 교육 체계가 어떻게 바뀔지 살펴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을 가까이 두고 읽어보시길 추천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