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복잡한 세상에서 나를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여기에 있다!
불안과 위기의 오늘을 극복하는 열쇠,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책!
1944년 2월 23일 수요일 아침, 안네 프랑크는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숨어 지내던 다락방으로 기어 올라갔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서 작은 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며 파란 하늘, 그 아래 이파리 없는 밤나무, 공중에서 휙휙 날아다니는 새들을 바라보며 말문이 막힐 만큼 황홀감을 느꼈다. 바깥은 아주 조용하고 평온했다. 그녀의 눈에 비친 세상은 전쟁 중이 아닌 것 같았다. 히틀러가 이미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자신들 역시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단 하루도 보낼 수 없는 현실이 거짓말 같았다.
2019년 2월 말 경, 온 거리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도무지 저녁 일곱 시의 풍경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도, 사람도 모두 일순간 사라져버린 듯했다. 그렇게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렸던 대구의 풍경은 마치 시간을 모조리 빼앗긴 듯한 모습이었다. 그 작은 바이러스 하나에 우리의 건강이, 일상이, 생계가 무너져버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봄은 찾아왔다. 언제쯤이면 이 위험이, 불안이 그칠까 두려워하는 동안에 자연은 소리 없이 따스한 기운을 몰고 왔다. 창문을 열면 가까이 보이는 앞산에도 초록빛과 핑크빛이 스며든 것을 보면서 나는 내 안에 쌓여 있던 공포와 두려움이 조금씩 잊혀져가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안네 프랑크가 다락의 작은 창으로 바라보던 풍경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그녀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쟁의 위협 속에서 기운을 북돋아주고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무엇인가를 자연 속에서 찾았듯, 나 역시 아이들과 이 기나긴 시간을 자연을 통해서 위로와 안정을 받고 있다. “불행 속에도 아름다움은 존재한다. 찾아보려는 노력만 한다면 점점 더 많은 행복을 발견할 수 있고 균형을 되찾을 수 있다.”던 일기장 속의 글처럼, 어쩌면 이 시간이야말로 그간 잊고 지냈던 소소한 행복과 바쁜 일상에 뒤틀려있었던 내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 절호의 순간이 아닌지 생각해보려 한다. 스틸니스, 즉 고요를 내 안에 깃들기. 어쩌면 『스틸니스』에서 강조하고 있는 ‘고요’야말로 불안과 두려움에 먹이를 주지 않으면서 안팎으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해야 할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단어가 아닐까.


거의 모든 문제를 푸는 열쇠의 핵심, 고요
1세기 말, 로마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정치가이자 철학가인 안나이우스 세네카는 외부의 소음과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고 명료한 사고와 예리한 글 솜씨를 빛냈다고 한다. 그는 소음에 불평을 털어놓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든 정신을 집중한 다음, 무엇에도 정신이 팔리지 않도록 그 상태를 유지하는 거지. 내면이 어지럽지만 않다면 바깥이 아수라장이어도 상관없거든.” 주변 환경을 무시할 수 있고 어떤 곤경에 처하든 언제 어디에서나 자기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니! 세네카를 비롯해 스토아 철학을 신봉하는 그의 동료들은 인간이 내면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면, 즉 그들이 일컫는 아파테이아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면 세계가 전쟁 통에 빠지더라도 우리는 문제없이 사고하고 능숙하게 일하면서 여전히 잘 지낼 수 있다고 믿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도 흔들리지 않는 것, 흥분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 반드시 들어야 할 소리만 듣는 것, 안팎으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스틸니스』의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는 이를 가능케 하는 힘을 ‘고요’에서 찾는다.
고요란 침착함은 물론이고 깨달음과 탁월함, 고귀함, 행복, 성취로 향하는 경로이며 누구라도 갈 수 있는 길이다. / 21p
라이언 홀리데이는 공자, 석가모니, 존 스튜어트 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존 F. 케네디, 윈스턴 처칠 등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쌓았던 사람들에게는 주변의 소음에 휘둘리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해 눈앞에 닥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힘, 즉 고요를 지니고 있었다고 말한다. 러시아가 쿠바섬에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기지를 건설했을 때,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인 당시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침착하고 허심탄회하면서 명료한 판단력으로 흐루쇼프의 결심을 철회하게 만들었다. 지독한 슬럼프에 빠진 야구선수 숀 그린은 엄청난 계약과 시즌에 대한 기대감, 언론의 비평 등으로 인해 조급해지는 머릿속을 비우고 그저 발 딛고 있는 곳에서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기로 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했다. 윈스턴 처칠은 죽을힘을 다해 열심히 일하면서도 창의적이고 회복성 있는 여가 시간을 보내며 삶의 균형을 유지했다. 이렇듯 저마다 방법은 다르지만 이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기 안의 고요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기 안에 지니고 있는 고요를 어떻게 발견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을까? 저자는 고요를 찾기 위해 집중해야 할 세 가지로 느끼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정신의 영역, 마음을 움직이고 생명을 부여하는 영혼의 영역, 정신과 영혼의 실행자인 몸의 영역으로 나눠서 소개한다. 정신적인 고요를 기르는 방법은 이렇게 요약된다. 현재에 온전히 집중할 것, 지나치게 분석하지 말고 그저 할 일을 할 것, 여유와 충분히 시간을 가질 것, 조용히 앉아 곰곰이 생각할 것, 모든 경험을 성스럽게 바라볼 것, 익숙하지 않은 것에 익숙해질 것, 주위의 조언이 우리의 신념에 반하는지 판단할 것, 내려놓을 것 등이다. 안네 프랑크가 일기를 씀으로써 고통스러운 현실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은 것처럼, 침묵을 통해 진짜 들어야 할 소리를 찾았던 작곡가 존 케이지처럼, 궁도의 명인인 아와 겐조가 제자들을 가르칠 때 명중보다 무심에 더 집중했던 것처럼, 소음을 무시하고 정말 중요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현재에 집중해볼 것을 강조한다.
기억해야 한다. 굉장한 일이 미래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일은 없다. 명료함도 통찰력도 행복도 평화도 마찬가지다. 오직 지금 이 순간만 존재할 뿐이다.
지금 이 순간이 문자 그대로 1, 2초의 시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지금’이란 과거에 잡착하거나 미래를 염려하지 않고 우리가 존재하기로 선택한 순간을 뜻한다. 우리는 과거에 일어난 일 또는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를 일에 대한 희망이나 걱정을 우리가 원하는 만큼 멀리 밀어낼 수 있다. (중략) 지금 이 순간을 붙잡아라! / 51p


고대부터 사람들은 평온함을 찾기 위해서, 자신의 업적을 잃지 않고 보호하기 위해서 내면 깊은 곳에 존재하는 힘을 길들이고 통제하려고 힘써왔다. 행복 또는 불행, 만족 또는 불만족, 절제 또는 과욕, 고요 또는 동요를 결정하는 열쇠는 바로 우리의 영혼이 쥐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요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다음과 같은 상태에 도달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 질투와 시기를 비롯한 해로운 욕구를 가까이 하지 않을 것, 어린 시절에 겪은 고통스러운 상처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것, 세상에 감사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할 것, 삶 속에서 관계와 사랑을 키워나갈 것, 결코 ‘충분한’ 상태에 도달할 수 없다는 사실과 끝없이 더 많은 것을 바라다가는 결국 파산에 이른다는 사실을 이해할 것 등이다.
그 중 어린 시절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 내면아이를 안아주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대목이 인상에 남는다. 하나의 예로 타이거 우즈는 아버지의 지속적이고 거친 훈련 때문에 정신적인 문제를 낳았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인정욕구를 채우지 못해 성인이 되어서도 아버지처럼 자신을 절대적으로 보호하고 지지해줄 후원자를 찾은 것처럼, 우리는 유년 시절에 겪은 트라우마가 성인이 되어서도 해소되지 못했을 때 발생되는 여러 정신적인 문제들을 종종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어릴 때 받은 상처가 있는지 차분히 생각해보자. 상처를 받거나 배신을 당하거나 예기치 못한 힘든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자신이 ‘몇 살’짜리의 감정 반응을 보이는지 생각해보자. 저자는 그게 바로 당신의 내면아이라고 지적하며 당신이 그 아이를 안아줘야 한다고 말한다. 또 그 아이에게 말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봐, 친구. 괜찮아. 네가 상처받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널 돌봐줄게.” 제대로 된 어른이라면 내면의 아이가 알아듣고 안심할 수 있도록 손을 내밀고 도와야 한다고 말이다.
당신을 삶의 아름다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일을 허락하지 마라. 세상을 신성한 곳으로 여기고 모든 경험을 성스럽게 해보라. 무엇이든 이런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당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경탄하라. 무의미한 싸움에 서로를 괴롭히고 있다고 할지라도, 무의미한 일로 우리 자신을 죽이고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언제나 이 모든 일을 멈추고 주변에 수없이 존재하는 아름다움에 몸을 담글 수 있다.
그 아름다움 속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 아름다움 속에서 깨끗해져보라. / 172p
끝으로 고요의 마지막 영역인 몸은 물질세계의 변덕에 취약하기 때문에 우리의 정신과 영혼을 담는 육체적 그릇을 반드시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몸을 올바른 위치에 두려면 마음과 정신을 바르게 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올바른 위치에 놓기 위해서는 습관, 행동, 의식, 자기관리를 통해 우리의 몸을 바르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에서는 확실하고 절제된 일상의 원칙 만들기, 야외에서 활동적으로 시간 보내기, 고독과 자기만의 관점 기르기, 사람들이 나를 찾을 때 나서지 않는 법을 배우기, 충분히 수면을 취하고 일중독에서 벗어나기, 나 자신보다 더 큰 대의에 헌신하기 등을 제안한다.
산책은 칼로리를 소모한다거나 심장박동수를 올리기 위한 일이 아니다. 아니, 애초에 무엇인가를 위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다. 산책은 존재, 초월, 마음을 비우는 것, 당신을 둘러싼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아차리고 감상하는 것에 대한 개념을 표현하고 구체화하는 행동이다. 이제는 떨쳐내야 할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떠오르는 생각을 향해 다가가야 할 때다. / 242p
인생에서 당신이 도피할 수 없는 한 가지는 바로 당신 자신이다. (중략) 당신이 추구하는 것은 가만히 앉아 집중해야만, 진정한 자기 인식과 인내심을 가지고 스스로를 면밀히 들여다봐야만 얻을 수 있다. 아주 고요한 상태에 있어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볼 수 있으므로 흙탕물이 가라앉도록 기다려야 한다. (중략)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우리가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저 안을 들여다보기만 하면 된다. “자기 자신의 영혼보다 더 평화롭고 더 방해가 없는 곳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 297p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는 존재들이다. 책 속에서 예시로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모순된 행동과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 안에서 고요를 찾고 계속해서 정신과 영혼, 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어쩌면 불안과 두려움으로 어수선한 바로 지금이야말로 내 안의 고요를 찾을 절호의 기회인지 모른다. 그렇게 책 속에서 제시하는 방법들을 하나씩 이루어나가다 보면 이 힘든 시기도 다 지나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