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영화 공식 원작 소설·오리지널 커버)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강미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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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해나가는 4명의 사랑스러운 소녀들!

이 고전 속에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의 방식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무려 여섯 번에 걸쳐 영화화 되었을 정도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고전 <작은 아씨들>이 2019년에 이르러 새롭게 개봉되었다.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최연소 노미네이트 되었을 정도로 대중과 평론가들로부터 연기력을 인정받아온 시얼샤 로전과 해리포터의 헤르미온느로 익히 잘 알려진 엠마 왓슨이 주연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된 작품이지만,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을 만큼 작품성 역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관을 찾아가 관람하겠다는 계획은 틀어지고 말았지만, 일단 원작부터 읽어두겠다는 생각으로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된 『작은 아씨들』 버전을 읽기 시작했다. 영화 <작은 아씨들>의 오리지널 커버이자 1868년 초판본 커버 디자인으로, 적절하게 삽입된 영화 스틸컷과 부록까지 추가로 만나볼 수 있어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원작에 대한 몰입감과 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들었다.

 

 

 

 

 

 

그 시절, 소녀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9세기. 미국의 어느 평범한 가정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네 자매 중 제일 맏이인 메그는 상당한 미인에 배우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치를 좋아한다’고 스스로 말할 만큼 허영기가 조금 있는 열여섯 살의 소녀다. 그녀는 또래의 젊은 처녀라면 누구나 예쁜 물건과 재미있는 친구들, 행복한 생활을 갈망하듯 가난을 큰 고민거리로 삼으며 가끔씩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반면, 둘째인 조는 “난 나이가 차서 미스 마치라고 불리는 것도 싫고, 기다란 드레스를 입는 것도 싫어.”, “마음은 온통 아빠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 싸우고 싶은 생각뿐인데 집구석에 틀어박혀 할머니처럼 뜨개질이나 해야 하다니.” 하고 푸념할 만큼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녀다. 그녀는 당시 여성들이 미덕으로 삼았던 결혼을 거부하고, 글쓰기에 몰두하며 더 큰 세계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솔직한 성격의 여성이다.

 

 

 

   셋째인 베스는 아버지가 ‘작은 평온’이라 부를 만큼 조용한 말씨에 평화로운 표정으로 수줍음을 많이 타는 열세 살의 소녀다. 그녀는 자신이 신뢰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있을 때만 간혹 외출할 뿐, 대부분의 시간을 자기만의 행복한 세계 속에 살기를 원한다. 막내인 에이미는 나이가 제일 어리지만 “오는 기회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최대한 활용할 거야”라고 당당히 말할 만큼 세속적 욕망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늘 자신의 몸가짐에 신경을 쏟고 화가가 되고 싶은 열망과 열정을 잃지 않는 매력적인 아이다. 소설은 이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네 명의 ‘작은 아씨들’이 저마다의 꿈을 키워가면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이웃과 사랑하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조의 야망은 뭔가 굉장한 일을 하는 거였다. 그게 뭔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알게 될 터였다. 조의 가장 큰 고통은 마음대로 책을 읽을 수도, 뛰어다닐 수도, 말을 탈 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급한 성격과 직선적인 말투,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기질 때문에 조는 늘 궁지에 빠졌다. 그 때문인지 그녀의 인생은 희극과 비극 사이를 오가는 시소게임 같았다. / 87p

 

 

세상에는 베스처럼 수줍음을 잘 타고, 말이 없고, 구석 자리에 앉아 있다 필요할 때만 모습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걸 너무 즐거워해서 오히려 누구에게서도 그 희생을 인정받지 못하는 소녀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화덕 위의 작은 귀뚜라미가 노래를 멈추고 나면, 따뜻한 햇살이 침묵과 응달을 남겨둔 채 모습을 감추고 나면, 그때서야 비로소 그들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 91p

 

 

메그는 에이미의 절친한 친구이자 조언자였고, 성격이 거의 정반대이긴 하지만 베스에게는 조가 그런 존재였다. 수줍음을 잘 타는 베스는 오로지 조한테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베스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껑충한 키에 늘 덤벙대는 조에게 가족 중 누구보다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메그와 조는 서로를 끔찍이 아꼈지만, 동생을 한 명씩 맡아서 각자의 방식대로 돌봐주고 있었다. 메그와 조는 이를 ‘엄마 놀이’라고 부르며 어린 여성의 모성 본능으로 인형 대신 동생들을 보살폈다. / 93p

 

 

 

 

 

 

   1부에서는 네 자매가 이웃인 로런스 씨와 그의 손자인 로리와 허물없는 우정을 나누어가는 과정, 일명 ‘라임 사건’으로 인해 에이미가 학교를 관두게 되고, 조와 다투어 언니가 아끼는 원고를 불태우기까지 하는 불상사를 일으킴으로써 스스로는 겸손의 미덕을 배우고 조는 자신의 몰인정함을 반성하게 되는 일화가 펼쳐진다. 한편 메그는 모팻 집안에서 처음으로 상류 사회 생활을 경험하면서, 가난보다 더 수치스러운 것은 요란한 치장으로 그들의 꼭두각시 인형 노릇을 했던 자신의 경솔함이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전쟁 중에 종군목사로 참전한 아버지가 위독해졌다는 전보를 받고, 어머니가 병간호를 하러 떠나는 과정에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기꺼이 잘라 팔고, 베스가 가난한 이웃을 돌보다 성홍열에 걸리자 각자의 방식으로 가족에게 헌신함으로써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이 그려진다.

 

 

 

그토록 단란했던 가정에 죽음의 그림자가 맴돌기 시작하자, 하루하루가 암담하기 짝이 없었다. 집에는 슬픔과 적막감이 감돌았고 일을 하며 기다리는 자매들의 마음은 무겁기 그지없었다. 그제야 메그는 혼자 앉아 일을 하다 말고 눈물을 뚝뚝 떨구며 자기가 그동안 얼마나 풍요로운 삶을 살았는지를 실감했다. 사랑, 보호, 평화, 건강 등과 같은 인생의 진정한 축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그 어떤 사치품보다 훨씬 소중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조가 컴컴한 방에서 병에 시달리는 어린 동생과 함께 지내며 베스의 아름답고 착한 성품을 새삼 깨닫는 한편, 그녀의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깊고 따뜻했는지 느끼게 된 것도 이때였다. 더불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면서 모든 이들이 가지고 있는 소박한 미덕들, 예를 들어 재능이나 부, 미모보다 훨씬 더 사랑하고 존중해야 할 미덕들을 발휘해 행복한 가정을 만들겠다는 베스의 욕심 없는 꿈을 정식으로 인정하게 된 것 역시 이때였다. / 377p

 

 

 

   위독했던 아버지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뒤, 메그가 가난하지만 정직한 브룩 씨를 만나 결혼을 맹세하는 것에서 1부가 끝이 나고, 그로부터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2부가 시작된다. 소설은 메그가 소박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린 뒤 두 아이의 엄마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고민을 사실감 있게 그려낸다. 또 성홍열을 앓은 뒤 급격하게 생기를 잃었지만 가족의 사랑 안에서 삶의 의지를 이어나가던 베스를 통해 초연하고도 성숙한 자세로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과 그 안에서 가족이 더욱 단단하게 연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대고모를 따라 유럽 각지를 여행 중이던 에이미는 돈이라는 가치에 따르기보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예술가로서의 꿈을 키워나가되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삶을 살아가려는 성숙한 여인으로의 자세를 보여준다. 끝으로 조에게서는 작가로서 자신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고뇌하고 한 개인으로서는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삶을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이끌어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렇듯 『작은 아씨들』은 19세기 후반, 마치 가의 소녀들이 가족의 사랑 안에서 자신의 꿈과 사랑을 직시함으로써 ‘여성’이라는 관습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자기긍정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금이 중요해, 메그. 젊은 부부는 언젠가는 멀어지기 마련이지만 그래서 더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단다. 처음 느낀 애정은 지키려고 애쓰지 않으면 금세 사라지기 마련이거든. 그리고 부모에게 처음 아이들을 가르칠 때만큼 아름답고 소중한 시간도 없단다. 존을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으로 만들지 마라. 시련과 유혹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네 아이들만큼 존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지켜줄 존재도 없으니까. 그리고 아이들을 통해 너희 부부는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될 거야.” / 785p

 

 

“부자라고 해서 가만히 앉아 호의호식할 권리도 없고, 돈을 쌓아두었다가 엉뚱한 사람들이 낭비하게 할 권리도 없어. 막대한 유산을 남기고 죽는 것보다 살아 있을 때 현명하게 돈을 써서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훨씬 더 낫지. 그러니까 우리도 우리끼리 즐겁게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후하게 베풀어 우리만의 기쁨에 추가로 큰 즐거움을 하나 더 얹자고.” / 912p

 

 

 

 

  사회적 제약이 심하던 시절에 여성들을 꿈꾸게 하고, 도전하게 했다는 점에서 이 고전은 15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의미가 깊다. 특히 소설을 읽다보면 이 소녀들이 보여준 삶을 향한 능동적인 자세는 어머니인 마치 부인의 교육관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유사 계열의 소설인 『오만과 편견』에서 베넷 부인이 보여주었던 과거의 보편적인 여성관에 비해 그동안 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볼 수 있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녀는 경험만큼 훌륭한 스승도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딸들이 엄마의 충고를 군말 없이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을 때는 기꺼이 나서서 일이 더 쉬워지도록 거들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딸들이 스스로 교훈을 배우도록 가만히 놔둔다. 뿐만 아니라 겸손의 미덕과 일과 놀이의 균형 있는 자세, 결혼에 대한 가치관, 물질적인 가치가 아닌 내면의 중요성, 사회적인 의미로서의 여성 등에 대해 솔직한 조언과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덕분에 나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등장인물 중 유독 마치 부인에게 이입해서 읽을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는 부모일까. 또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 엄마가 될 것인가,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이 부분을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나이가 너무 많아서 그런 놀이를 못하는 일은 절대 없단다, 에이미. 왠지 아니? 형태는 다르겠지만 살아가면서 우린 늘 천로역정 놀이를 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지. 우리의 짐은 여기에 있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우리 앞에 놓여 있단다. 그리고 선의와 행복에 대한 갈망은 수많은 역경과 실수를 헤치고 진정한 하늘의 도시인 평화로 향하도록 인도하는 길잡이란다. 자, 어린 순례자 여러분, 이제 놀이가 아니라 진짜 생활 속에서 다시 시작해 보는 게 어떻겠니? 그래서 아버지가 돌아오실 때까지 너희들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보는 거야.” / 31p

 

 

“난 너희들에게 욕심이 많단다. 하지만 세속적인 의미에서의 출세를 바라지는 않는다. 오로지 부자이기 때문에, 화려한 저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자와 결혼한다면 진정한 가정을 꾸린다고 할 수 없단다. 사랑이 부족한 가정은 가정이 아니기 때문이지. 물론 돈이란 것은 살아가는 데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요소야. 그리고 잘만 사용하면 고귀한 것이기도 하지. 하지만 난 너희들이 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건 절대 바라지 않는다. 권좌에 있으면서도 자긍심과 평화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여왕보다 행복하고 사랑받고 만족할 수만 있다면 난 너희들이 가난한 남자와 결혼한다 해도 개의치 않을 거야.” / 206p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서 노예처럼 일만 하진 말거라.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는 것도 중요하단다. 하루하루를 보람차고 즐겁게 보내렴. 그렇게 일과 놀이를 잘 조화시키면서 살면 시간의 소중함을 이해하게 될 거야. 그래야 젊은 시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고, 나이가 들어서도 후회를 덜하게 되지. 난 너희들이 가난하더라도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구나.” / 249p

 

 

 

 

 

 

   만약 10대 혹은 20대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어쩌면 마치 부인이 아니라 조 또는 에이미에게 더 이입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나는 이전의 나보다 더 적극적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을 고민하는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작은 아씨들』은 누구에게 공감하고 이입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나를 상상하고 꿈꿔볼 수 있는 작품으로, 이것이 왜 오랫동안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영화 개봉과 더불어 원작에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 기회에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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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악센트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서라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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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삶의 감동을 발견하는 일상의 힘!

나를 빛나게 하는 것은 사소한 것을 아름답게 바라볼 줄 아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느닷없이 1층 현관에서 벨이 울렸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인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택배를 제외하고는 배달 음식조차 시켜먹지 않은 지 오래되어서 낯선 이의 방문에 덜컥 겁을 먹었다. 워낙 뒤숭숭한 시기이다보니 낯선 이를 경계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반장입니다. 마스크 나눠드리려고 왔어요.”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린 때에 무상으로 각 가정에 지급할 마스크를 나눠주기 위해 곳곳을 방문 중인 듯했다. 4인 가족인 우리에게 할당된 양은 4장에 불과했지만, 이마저도 감사한 마음이라 나도 모르게 “수고 많으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하고 연신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한곳 또 한곳 벨을 누르고 마스크를 나눠주러 왔다며 외치는 그들의 수고로움이 눈에 들어오기나 했을까.   

 

 

 

   코로나19가 일상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고 있다. 벌써 2주에 가까운 시간동안 아이 둘과 집안에서만 생활하다보니 그간 너무나 당연하게 누려왔던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실은 우리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마음껏 창문을 열고, 따스한 햇볕을 쬐며,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해진 지금에 와서야 아이와 산책하고, 동네 노점상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며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었던 그 작은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는지를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매일을 정성껏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하루하루 삶의 감동을 발견하는 일상의 힘을 담은 『일상의 악센트』 속의 구절들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덕분에 나는 ‘오늘도 정성껏’이란 말을 이제 내 삶의 악센트로 삼아보려 한다.

 

 

 

 

 

 

기본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일상의 악센트』는 일본 셀렉트 서점의 선구자이자 수필가이며 일본 젊은이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프로페셔널인 마쓰우라 야타로의 에세이다. 그는 2006년부터 9년간 <생활수첩>의 편집장을 지내며 상업 논리에 좌우되지 않고 생활의 지혜와 착한 소비를 일깨워주었으며, 2015년부터는 웹사이트 <생활의 기본>을 통해 ‘일상을 온전히 산다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대중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상의 악센트』는 단조롭게만 느껴졌던 일상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삶을 좀 더 의미 있게 바라보고 행복해질 수 있는지, 보다 더 빛나는 일상을 살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인지 이야기해본다.

 

 

 

   책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여행지에서, 일과 다양한 생활방식 속에서 누구나 느끼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일상의 단편들을 진솔하고 다정한 어조로 써내려간다. 그의 이야기는 특히 관계 속에서 더욱 빛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신발을 만드는 장인과 한 달에 한 번씩 편지를 주고받다가 그로부터 마지막 신발 선물을 받고 곧장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간 일, 손님의 기운을 헤아리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골 카페의 바리스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을 것 같은 잡동사니 틈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재능이 있었던 헨리 씨, 청결한 몸가짐과 아름다운 매너 그리고 센스가 돋보이는 부드러운 대화 솜씨로 손님들의 지친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오자키 씨, 버그도르프 굿맨의 비밀의 장소에서 함께 하얗게 눈 덮인 뉴욕을 바라봤던 아야라는 이름의 이스라엘 여자 아이까지. 어쩌면 그들 모두는 우리 주변에도 늘 존재하는 사람들일 테지만 그 속에서 어떤 특별함을 느끼고 마음에 새길 줄 아는 그의 시선에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감동스러운 존재임을 또 한번 되새기게 된다.

 

 

 

카페의 그녀도 분명 이런 마음으로 매일 커피를 내일 것이다. 상대방의 기운을 헤아리는 마음가짐은 일과 일상에서 잘 살려봄직한 소중한 자세이다. 상대방의 기운을 헤아려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기운을 헤아려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마음이 행복할지 끝까지 지켜보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내 마음을 상대방의 마음으로 향하게 하면, 그 안에서 사랑이 피어나 모든 일에 마법처럼 작용한다.

물론 내 기운을 헤아리는 것도 잊지 말자. 그리고 무슨 일이든 마음을 담아 하자. 정성스럽게. / 20p

 

 

헨리 씨와 함께 있으면서 ‘발견하는 것’의 즐거움을 배웠다. 누구도 깨닫지 못하는 아름다움과 매력을 발견하는 것. 아무도 보지 못하는 근사함을 발견하는 것. 앞으로 누구나 갖고 싶어 하게 될 감각을 발견하는 것.

발견하는 것은 감동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 감동하는 만큼 발견할 수 있다. / 28p

 

 

 

 

 

 

   책에는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습관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들도 여럿 나온다. 그 중에서도 멋내기 혹은 꾸밈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적어놓은 글들이 다소 흥미롭다. 대개 이와 유사한 장르의 글들은 꾸미는 것에 마음을 쏟기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마련인데, 저자는 꾸밈이야말로 일상에 꼭 필요한 것이라도 말한다. 꾸밈이란 체면을 차리는 것뿐 아니라 그때 내가 생각한 아름다움을 손에 넣는 행위라고 하면서 본질적으로 아름다움은 사람을 건강하게 해준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면 먼저 나를 바꾸라고도 강조한다. 사람은 인상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활력이 생기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짐으로써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번 겨울에 친한 언니의 독려로 평소에 잘 입지 않는 스타일의 겨울 코트를 구매한 적이 있다. 둘째 아이를 낳고 외출도 자유롭지 않은 데다 특별히 어딘가에 갈 일도 없어서 사실 구매하기 직전까지도 많이 망설였다. 그런데 그간 입어왔던 클래식한 코트가 아닌 경쾌한 스타일의 코트여서일까. 움직임이 편안하고 활동 폭도 넓은 옷이라 외출을 할 때마다 은근 마음이 가벼워지고 뭔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언니의 추천이 없었다면 감히 시도해보지 못할 스타일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평소 남들이 웃을까 봐, 부끄럽거나 쑥스러워서 하지 못했던 스타일이 있다면 일단 도전해보자. 나도, 주변 사람도 반년만 지나면 새로운 스타일에 익숙해질 것이고 오히려 주변의 흐름이 내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테니까.

 

 

 

일이나 일상에서 상대방의 편리를 위해 애써 작은 수고를 들이거나 마음을 기울여도 실제로는 잘 드러나지 않아 상대방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때도 있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배려가 상대방을 알게 모르게 기분 좋게 만들고 이것이 요리에서는 맛있음으로 연결된다. 일상에서는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쾌적함, 즐거움으로 연결된다.

어떤 일에도 그 끝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생각하며 작게 배려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연구하다보면 언젠가 그것이 기본이 된다.

기본이 기본인 이유는 그 안에 사람에 대한 애정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기본은 사랑의 모습을 하고 있다. / 83p

 

 

오모테나시란 매일의 생활 방식이 아닐까. 그것은 밖을 향한 의식이 아니라 내면을 향한 의식이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베풀게 되는 것이다.

오모테나시의 목적이 타인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면 먼저 자신이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 행복이란 누군가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다. 거기에 기준이나 비교가 있을 턱이 없다. 그리고 행복은 결과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다.

오모테나시란 행복에 대한 적극적인 생활 방식이자 자신이 실천하는 것이다.

행복을 독점하지 말고 기꺼이 나누어 갖자. 거기에 오모테나시의 본질이 있다. / 127p

 

 

 

 

 

 

   ‘배움’에 대한 자세도 인상적이다. 그는 배움에 관하여 ‘근사한 부분을 예리하게 파악해낼 수 있는 컨디션과 솔직한 마음, 그리고 이를 위한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마음을 갖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그럼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 재빨리 반응할 수 있는 건강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루 종일 오가는 무수한 기회 가운데 이거다 싶은 기회가 찾아온 순간, 힘을 갖고 추진할 수 있도록 말이다. 무엇보다 중년의 나이에 이르러서도 나다운 삶이 아닌 나답지 않은 것을 계속 발견하고, 배우고, 경험하려는 그의 모습은 지금의 내가 반드시 배워야 할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한숨 돌릴 것. 그리고 그때까지 기울인 마음이나 사고방식, 생각, 습관 등 자신이 얽매였던 여러 가지 것들을 원래 있던 장소로 되돌린다는 느낌으로 이건 여기, 저건 저기, 그건 거기에 정리해보자. 정리를 하면서 이건 뭐지? 하는 것을 발견하거나, 없어도 좋은 것들이 있다면 주저 없이 버리자.

그렇게 하면 일이 막혀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마음의 중심이 차츰 정리가 된다. 막힌다는 것은 마음이라는 방이 여러 가지 것들로 어지러워진 상태다. 그리고 리셋이란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고 정리 정돈하는 것이다. 필요 없는 것은 버리고, 언젠가 다시 쓸 중요한 것은 필요해졌을 때 바로 쓸 수 있도록 제자리에 돌려놓자. / 146p

 

 

 

 

 

  이렇듯 『일상의 악센트』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너무나 소중하게 여겨지는 지금, 온 마음을 담아 하루를 정성껏 살아가는 법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무엇보다 나를 빛나게 하는 것은 사소한 것을 아름답게 바라볼 줄 아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그의 격려를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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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듬기 - 일상을 깨지 않고 인생을 바꾸는 법
히로세 유코 지음, 서수지 옮김 / 수오서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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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다운 삶을 위해 이제는 가다듬기를 실천해야 할 때!

소소하지만 일상의 작은 가다듬기로 인생의 흐름을 바꿔나가다!

 

 

   “의외로 버리는 걸 잘 못하는 사람인 거 같아.”

   언젠가 함께 집안 청소를 하면서 남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버리는 것에 인색한 사람이었다니, 그날 나는 남편의 말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집 안 곳곳에 ‘언젠가는 쓸 일이 있겠지’ 하고 버리는 게 아까워서 쟁여둔 물건이 한 둘이 아니었다. 옷장만 하더라도 살을 빼면 입겠다는 핑계로 벌써 몇 해째 꺼내 입지 않은 옷들이 수두룩하다. 하물며 냉장고나 아이 방의 자잘한 장난감들은 차마 말로 다 못할 지경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것저것 채워 넣는 데 신경 쓰느라 비우고 정리하는 데는 많이 소홀했다. 앞서 읽었던 책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에서 정목 스님이 ‘좋은 사과를 얻기 위해 사과나무 가지를 쳐내듯 인생의 좋은 과일을 얻기 위해 당신이 하는 많은 것들을 가지치기 해보라’던 말씀처럼, 비료만 열심히 준다고 좋은 과일이 열리지 않듯 이제는 의미 없이 채우기만 했던 것들을 가지치고 가다듬으며 정돈해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 앞에서 책 『가다듬기』는 거창한 계획과 일상을 뒤바꾸지 않고 그저 매일, 꾸준히 작은 가다듬기를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삶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가다듬기는 자신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만드는 과정이다

 

 

   상쾌하게 잠에서 깨어나 하루를 오롯이 느끼고,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때때로 마음이 통하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깨달음을 얻고, 내가 가진 힘을 온전히 발휘하고, 다시 잠자리에 드는 삶. 매 순간, 마음 편하게, 마음 가는 대로 행할 수 있는 삶.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사소한 것에 불과할지라도 어쩌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삶 속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에세이스트이면서 편집자이자 현재는 설계 사무소의 디렉터로 활동 중인 저자 히로세 유코는 답답하게 반복되었던 일상의 흐름을 바꾸고, 하루하루를 홀가분하고 쾌적하게 살기를 바라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가다듬기’라고 말한다. 감각적인 것부터, 일상에서 매일 할 수 있는 일에 이르기까지, 그가 설명하는 가다듬기에 정답이란 없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거나 나의 일상을 애써 무리하게 바꿀 필요도 없다. 각자의 방식대로 그저 오늘 하루부터 시작해 사흘 그리고 일주일, 현재에 집중하면서 꾸준히 가다듬다 보면 그것이 삶 전체로 이어져 자연히 반듯하게 가다듬어진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만나고 나서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면 배우면 된다. 내 마음에도 그와 같은 씨앗이 있기 때문에 마음이 움직인 것이니,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랄 수 있도록 보살펴야 한다. 본디 만남은 마음속 씨앗을 키우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사람은 가까운 사람에게 시나브로 무언가를 받아들인다. 단정하게 가다듬은 사람이 곁에 있으면 언젠가 나도 반듯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스스로를 가다듬다 보면 반듯하게 가다듬어진 사람이 찾아올 것이다. / 16p

 

 

 

   책에는 일과 공간은 물론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일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다듬기 실천법이 소개되어 있다. 우선 ‘지금, 나로 살기’ 위해 가장 먼저 나의 의식을 가다듬는 방법에서부터 출발한다. 저자는 평소의 태도를 바꾸는 가장 빠른 길은 ‘무엇을 할까?’보다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렇게 했을 때에야 비로소 관점이 달라지고 나의 생각과 행동이 변화하며, 한 걸음 너머에 펼쳐진 새로운 경지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또 ‘앞으로 이렇게 해야지’, ‘언젠가 꼭 해야지’ 하고 생각을 미루지 말고 바로 ‘지금’에 의식을 집중하고 눈앞에 보이는 풍경에 마음을 기울여보라고 한다. 마음이 흔들릴 때는 흔들림 그 자체를,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인정하되 ‘가다듬어진 기분 좋은 상태’로 최대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평소 가장 기분 좋은 상태를 마음속에 새기는 연습을 해볼 것을 권하기도 한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았는가?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시간을 마련하고, 방법을 생각하고, 움직이자. 어쩌면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이 그저 생각에만 머물고 있던 일일 수도 있다.

세상에는 내가 움직이면 할 수 있는 일, 내 의지로는 결정할 수 없는 일이 존재한다. 손에 쥐고 있는 시간은 내가 정할 수 없는 것 중 하나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지금에 의식을 집중하는 것. 눈앞에 보이는 풍경에 마음을 기울여보는 일뿐이다. / 20p

 

 

그렇게 생각하면 흔들리지 않는 게 좋은 게 아니라, 흔들리고 난 다음, 나를 어떻게 다잡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스스로 흔들리는 것을 인정하고, 그래도 괜찮다는 걸 이해하자. 자신의 섬세함을 장점으로 받아들여보자. 거기서부터 가다듬기가 시작된다. / 30p

 

 

 

   2장과 3장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가다듬는 법과 구체적인 정리의 기술을 일러준다. ‘이런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마음 다잡아보기, 아침이 되면 가능한 좋은 날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가다듬기 의식’ 치르기, 공간을 쾌적하게 만듦으로써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 속에 나 자신을 두지 않기, 좋아하는 물건이나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줄 만한 공간 만들기 등이 그것이다. 이때 '나'라는 사람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에 안도감을 느끼고 불안을 느끼는지 마음속을 들여다봄으로써 그 과정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과 없어도 좋은 것, 필요하다고 굳게 믿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들을 하나하나 골라내며 가다듬다 보면 삶이 한결 홀가분해질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손에 들 때마다 기쁨이 느껴지는 물건이 있다. 그런 물건을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행동은 그 공간에 영향을 미친다. 정성스럽게 다루면 정성 가득한 공기가 자리에 감돈다. 좋아하는 물건을 사용하면 그 마음이 공간까지 전해진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물건, 정이 가지 않는 물건을 함부로 다루게 된다. 물건을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사람을 가까이서 지켜보면 보는 사람의 마음도 편치 않다. / 94p

 

 

매일 손으로 만지는 물건, 사용하는 물건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일터라면 가방, 신발, 책상 위 풍경, 일상이라면 컵이나 식기일 수 있다. 식기를 닦는 부드러운 헝겊이나 몸을 감싸는 아늑한 이부자리, 몸에 걸치는 옷가지, 생활에 필요한 작고 사소한 물건들, 내 생활의 일부를 구성하는 물건을 하나하나 바라보는 과정은 물건을 통해 그 너머에 서 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성찰의 시간이다. (중략) 내가 소유한 물건이 나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가. 물건은 나를 둘러싼 세계의 존재 방식과 닮아 있다. / 99p

 

 

 

 

 

 

   4장 ‘모든 것은 몸에 남는다’에서는 몸이 전하는 정직한 목소리를 듣고, 먹는 행위 속에서 가다듬기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여기에서는 특히 하루하루 몸의 변화와 시시때때로 바뀌는 기분에 따라 각각의 순간에 맞는 편안함을 찾아나갈 것을 추구한다. 끝으로 마지막 5장에서는 ‘나는 매일 무엇을 느끼며 살고 싶은가’,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 가다듬기 과정 속에서 스스로 묻게 되는 것들에 집중해봄으로써 나를 성장시킬 수 있기를 독려한다.

 

 

글로 적는 행위는 나를 위한 지도를 만드는 작업이다. 지금의 지도와 지금을 포함한 앞으로의 여정을 위한 길라잡이다. 지도가 완성되면 눈에 보이는 장소를 목적지로 정하고 그곳에 다다르는 경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중략) 글로 적으면 이리저리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있던 것들이 한 곳을 향해 수렴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들이 필요성을, 그것들이 나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고자 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게 된다. / 144p

 

 

 

 

 

 

   저자는 가다듬기란 곧 깨달음이라고 말한다. 자신에 대해서도, 세상에 대해서도, 가다듬을수록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고 시선이 섬세하게 가다듬어진다는 것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이건 원래 이런 법’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속단하던 생각, ‘바꿀 수 없다, 바뀌지 않는다’는 선입관들이 서서히 무너지고, 자신의 시선이 변화했음을 알게 되면서 예전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다보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사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가다듬기 실천법이란 그리 거창하지도, 우리가 몰랐던 어떤 특별한 노하우랄 것도 없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고,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실천함으로써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법을 서서히 익혀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좀 더 명료하고 홀가분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조언은 새겨봄직하다. 늘 지지부진하고 정체된 일상에 마음이 답답했던 이들이라면 이 책을 삶의 변화를 일으킬 방아쇠로 삼아보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정갈한 문장과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책 속의 이미지들로 하여금 불안하고 복잡한 오늘의 마음을 느긋이 가다듬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독서 시간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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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 2020년 전면 개정판
정목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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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잃지 않도록 격려해주는 따뜻한 말씀!

인생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여느 때보다 뒤숭숭하고 심란한 요즘이다.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까닭에, 두 아이를 돌보며 바깥출입을 하지 않은지 일주일이 넘었다. 2주쯤이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했던 사태가 이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니, 뉴스를 볼 때마다 불안감은 커지고 밤잠도 제대로 이루기 힘들 지경이 되었다. 이렇다보니 복잡한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책 한 권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선택한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에 담긴 정목 스님의 글은 예민해진 마음을 여미고 하루하루 차오르는 초초함을 조금이나마 가라앉힐 수 있는 좋은 말씀이 되어주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 소중함을 느끼고 있는 요즘,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스님의 말씀은 그 어느 때보다 진하게 아로새겨지는 듯하다.

 

 

그러나 파도가 밀려왔다가 빠져나가듯

근심과 걱정도 밀려왔다가 빠져나가는 물결 같은 것입니다.

파도타기를 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은

파도가 두렵지 않습니다.

근심과 걱정도 파도타기를 하듯 탈 수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밀려왔다가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끝없이 밀려왔다가 밀려나가는 파도를 향해

바다 같은 인내심을 가지고 근심과 걱정의 파도타기를 해보세요.

바다는 그 많은 파도를 아무런 불평 없이

매번 받아들이지 않습니까.

근심과 걱정도 받아들이는 바다 같은 마음을 가져보세요.

/ ‘모든 것은 밀려왔다 밀려갑니다’ 중에서 15p

 

 

 

  스님은 우리를 괴롭히는 걱정이나 불안과 같은 감정은 그냥 일어나는 그대로 너그럽고 다정하게 이해하며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불안한 감정이 일어나는구나, 걱정하는 마음이 일어나는구나, 이렇게 그냥 바라보며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은 순간적으로 일어났다 사라지기 때문이다. 마치 파도처럼 말이다. 우리는 파도가 밀려온다고 해서 그것이 영원할 것이라 믿지 않는다. 그러나 근심, 걱정이 밀려오는 순간에는 그것이 영원히 빠져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안절부절못한다. 이에 스님은 파도가 밀려왔다가 빠져나가듯 근심과 걱정도 밀려왔다가 빠져나가는 물결 같은 것이라 생각하며 우리에게 자신의 감정을 너그러이 바라보기를 권한다. 나 역시 지금의 이 곤란한 사태 앞에서 내내 인터넷 뉴스와 댓글을 보며 불안에 떠느라 시간과 마음을 허비하느니 오늘도 생활 전선에서, 의료 최전선에서 애쓰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하고 하루 빨리 안정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원해보려 한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바세계의 실상은 어떻습니까? 둘의 힘을 합해 하나로 만들기보다는 하나마저 둘로 쪼개고 나누어 분열시키고 싶어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지요.

 

 

너와 내가 둘이 아니며

즉 타인과 내가 분리된 남남이 아니라

똑같은 아픔과 똑같은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우리의 자비심은 커집니다.

/ ‘너와 나는 둘이 아니다’ 중에서 100p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나라가 뒤숭숭한 가운데, 여전히 정치공방에만 열을 올리는 이들로 인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대통령 탄핵 청원이 40만 건에 육박하고, 단체 행동을 자제해달라고 하는 정부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은 계속 되고 있다. 물론 작금의 사태를 야기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관해서는 나 역시 쓴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런 시기야말로 불안과 분열을 조장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발언이나 행동은 자제하는 게 좋지 않을까. 모두가 똑같은 불안과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서로를 응원하며 앞서 나라의 위기 때마다 발휘되었던 우리의 성숙한 시민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때인 듯하다. 그런 뜻에서 너와 나는 똑같은 아픔과 똑같은 기쁨을 나눌 수 있는 하나와 같은 존재임을 전하는 정목 스님의 말씀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실수한 적 많으신가요?

돌이켜보면 부끄러웠던 실수, 그러나 그 부끄러움은 실수를 인정했을 때는 기억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남아 있는 부끄러움은 그 때 그 실수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던 마음의 찌꺼기입니다. / 176p

 

 

빠른 속도로 질주하듯이 달이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면

속도 중독증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 삶을 지배하게 됩니다.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능력을 신봉하느라

진정 가치 있는 것을 놓치지는 않았는지

자신의 호흡을 한 번씩 지켜보며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보세요.

그렇게 하면 마음의 속도가 조금 늦추어집니다.

느리게 기어가는 달팽이처럼 말입니다.

느린 속도로 보이지만

달팽이는 우주가 정한 자신의 시간에

결코 늦는 법이 없습니다. / 238p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마치 스톱 버튼을 누른 것처럼 그간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하지 않게 되자, 나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모적이었는지를 돌이켜보게 된다.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일상의 안녕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만이 간절해지다 보니 평소 나도 모르게 집착했던 것들,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데 급급했던 것들이 사실은 인생에 있어서 그리 큰 의미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정목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능력을 신봉하느라 진정 가치 있는 것을 놓치지는 않았는지 자신의 호흡을 한 번씩 지켜보며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보라고. 결국 나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나를 소모시키는 일에만 매달려왔던 것일까. 좋은 사과를 얻기 위해 사과나무 가지를 쳐내듯 인생의 좋은 과일을 얻기 위해 당신이 하는 많은 것들을 가지치기해보라는 스님의 말씀처럼, 지금의 이 시기를 기본에 충실하고 나의 마음을 정돈해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아보려 한다.

 

 

 

알고 보면 우리는 매일매일

스스로 기적을 만들어내거나

풀과 꽃과 나무와 바람과 물소리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기적 속에 살고 있답니다.

 

 

기적을 기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일상의 권태와 집착과 욕망의 껍질을 훌훌 벗어던지고 마음속 깊은 곳에 찰랑거리고 있는 영혼의 맑은 샘물을 길어 올리는 사람이지요.

/ ‘비갠 뒤 기적에 대해 생각합니다’ 중에서 95p

 

 

 

 

 

  불안과 걱정으로 하루하루가 초조한 이때, 정목 스님의 말씀은 들쑥날쑥했던 마음을 한결 차분하게 만들어주었다. 모두가 힘들고 민감한 시기를 겪고 있는 만큼 스님의 말씀이 따뜻한 응원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많은 분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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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 침묵으로 리드하는 고수의 대화법
다니하라 마코토 지음, 우다혜 옮김 / 지식너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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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으로부터 호감과 신뢰를 얻어내기 위한 효과적인 침묵 사용법!

더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활용의 모든 것! 

 

   ‘짤막한 시간에도 남시와 여시가 있기 마련이다.’

   무대 위에서 예술의 ‘꽃’을 피우기 위해 연기자들이 가져야 할 비결을 저술한 제아미의 《풍자화전》에는 이와 같은 기록이 남겨져 있다고 한다. ‘남시’란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때를, 반대로 ‘여시’란 상대에게 유리한 때를 말한다. 책은 남시와 여시는 피할 수 없고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고 하며, 대화의 흐름상 상대에게 유리한 여시 때는 굳이 이기려 하지 말고 여유롭게 기다렸다가 ‘바로 여기다!’ 하는 곳에서 전력을 다하라고 권한다. 오히려 남시일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이야기가 유리하게 흘러 자신이 내민 조건이 무엇이든 받아들여지는 듯할지라도 자만해서는 안 된다. 남시에 있더라도 불리한 상황을 대비하며 단숨에 해결할 방안을 준비해 두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렇듯 대화란 무슨 말이든 하면 되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다. 기업 법무, 기업 회생, 교통사고, 부동산 문제 등에 관한 사건을 뛰어난 교섭법과 논쟁력으로 해결해 온 일본의 유명 변호사인 다니하라 마코토는 자신의 책 『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의 서두에서 남시와 여시를 인용하며 대화를 잘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간격’을 두면서 대화의 거리를 조정하여 나만의 리듬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때 ‘말과 말의 사이’ 즉, 적절한 간격을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침묵’이다.

 

 

 

 

 

 

침묵으로 리드하는 고수의 대화법

 

 

   『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는 대화를 잘 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말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대화 속에서 침묵을 잘 이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역사상 뛰어난 화술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링컨, 스티브 잡스, 오바마 대통령,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침묵을 그 누구보다도 잘 활용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이야기 도중에 상대의 주의를 끌기 위해 중요한 말을 하기 전에 침묵함으로써 이목을 집중시켰고, 핵심이 되는 말을 반복하고 직후에 침묵함으로써 사람들의 머릿속에 문장을 각인시키도록 했으며, 이야기를 끝마치기 전에 침묵함으로써 청중의 기대감과 설득력을 높였다. 찰리 채플린 역시 ‘언어가 없는 팬터마임이야말로 세계 공통어’라고 말하며 침묵하고서도 훌륭히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이렇듯 너무도 당연하게 커뮤니케이션은 말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우리에게 저자는 침묵만큼이나 강하고 묵직한 대화법이 없음을 설명한다.

 

 

 

대화는 자신이 말하거나 상대가 하는 말을 듣는 것의 반복입니다. 말로 하는 캐치볼이지요. 한쪽은 말이 빠른데, 다른 쪽은 말이 느리다면 굉장히 어색한 대화가 펼쳐지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소위 ‘흐름이 좋지 못한 대화’이지요. 그럴 때는 적절하게 ‘간격’을 두면서 상대와의 대화 리듬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상대가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것 같다면 상대방의 대화 흐름이 너무 빠르다는 뜻입니다. 이럴 때는 상대를 가라앉힐 요량으로 일부러 ‘간격’을 두고 천천히 자신의 흐름에 맞추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 26p

 

 

 

 

 

 

   저자는 상대로부터 반드시 승낙을 이끌어내야 하는 협상의 상황에서도 침묵이 효과적으로 기능한다고 말한다. 한창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데 상대측에서 아무런 말이 없이 침묵을 하고 있다면, 우리는 아마도 ‘납득이 안 되는 걸까?’, ‘기분이 언짢을 법한 이야기를 했나?’ 하고 불안해진다. 결국 우리는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끊임없이 말을 이어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때 침묵은 상대를 불안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즉, ‘상대가 침묵하면 우리는 자발적으로 우리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내뱉기 쉽다는 점’을 역으로 이용해 상대로부터 의미 있는 정보나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활용해보는 것이다. 반면, 상대방에게만 행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도 침묵은 중요하다. 대화를 할 때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화가 나서 괜한 말을 하여 나중에 후회하거나 협상 자리가 불리하게 흘러가게 둘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분노의 감정을 터뜨릴 것 같을 때, ‘지금 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화를 내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고 곱씹어보고 침묵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에 집중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핵심은 침묵을 통해 상대의 기분을 이해함과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도 효과적으로 전달하여 더 좋은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즉 서로 간의 ‘호의 잔고’와 ‘신뢰 잔고’를 쌓기 위함이지요. 이 점을 간과하고 테크닉을 남용한다면 오히려 가벼운 사람으로 보이기 십상입니다. (중략)

중요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면 말을 많이 해서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조용히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침묵한 후에 중요한 이야기를 꺼내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 104p

 

 

 

 

 

 

   이 외에도 책은 침묵을 뒷받침하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과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들도 함께 설명한다. 여기에서는 타인을 판단하는 데 있어 시각 정보가 55퍼센트이고 청각 정보가 38퍼센트인데 반해 언어 정보가 미치는 영향은 7퍼센트에 불과함을 언급하며, 우선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지 항상 의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첫 만남 후 약 6초에서 7초 사이에 결정된다는 첫인상의 중요성과 동작의 완급과 크기 조절을 통해 더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또 상대와의 물리적 거리를 조정함으로써 관계성까지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과 미러링(상대의 몸짓이나 자세를 거울로 비추듯이 따라 하는 테크닉), 페이싱(상대의 말투나 말의 리듬을 따라 하는 테크닉), 캘리브레이션(상대의 심리 상태를 언어 이외의 사인으로 인식하는 테크닉-자세, 호흡, 표정, 목소리 톤), 백트래킹(상대가 한 말을 그대로 흉내 내는 것)을 이용해 상대와 의식을 교류함으로써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법에 대해서도 일러준다.

 

 

 

비의식적인 모방을 통해 상대와 의식을 교류할 수 있는데 이를 심리학에서는 ‘라포르’라고 말합니다.

라포르는 ‘친밀한 관계’, ‘두 사람 사이의 상호 신뢰 관계’ 등으로 표현됩니다. 프랑스어로는 ‘다리를 놓다’라는 의미가 있지요.

당신이 어떤 사람과 교제하는데 서로를 신뢰하고, 함께 있을 때 즐겁다고 느낀다면 둘 사이에는 라포르가 형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142p

 

 

 

 

 

 

   끝으로 저자는 침묵의 중요성과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도 의미 없는 침묵은 피해야 하고, 침묵으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들을 최소화하여 상대를 위한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의를 준다. 그러고 보니 평소 말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이어지지 않으면 어색해서 곧잘 의미 없는 말을 내뱉거나 눈치를 보며 나를 재미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속으로 고민한 적이 많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침묵 앞에서 어색해지는 순간을 모면하려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서 다음날 ‘이불킥’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휘둘리지 않고 나의 리듬을 찾으면서 대화를 리드하는 방법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해법이 되어줄 듯하다. 상대방으로부터 호의와 신뢰를 얻으며 더 나은 관계로의 발전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특히 이 책의 조언에 귀 기울여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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