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 -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으며 청춘의 일기를 쓰다
나태주 시와그림, 김예원 글 / 시공사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세상의 모든 청춘들에게 띄우는 나태주 시인의 다정한 연애편지!

70대인 시인의 시와 20대 청춘의 에세이가 진솔한 대화를 나누듯 어우러진 따뜻한 책!

 

 

   나는 책에 있어서 지독한 편식가였다. 과제나 학과 수업의 보충 교재를 제외하고는 오로지 소설책만 읽었다. 그러다 약 3년 전부터 책 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책들을 읽어보려 부단히 노력했고, 덕분에 이제는 잡식가에 가까울 정도로 책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런 와중에도 유일하게 하나, 여전히 꺼려지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시’다. 대학생 시절 시에 대한 두려움을 잊기 위해 일부러 시 창작 과목을 선택하는 용기도 내보았지만, “선생님께서 설명해주신 그림이 떠오르지 않아요” 하고 눈물어린 결례를 범하기도 했다. 나는 줄곧 시라는 것은, 오로지 시적 감수성을 타고난 사람들만이 쓸 수 있는 것이라 믿었고 또 시와 소설은 너무도 다른 것이어서 소설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시적 사고를 읽어낼 수 없다고 믿어왔다. 그건 내게 너무도 다른 세상이었다.

 

 

 

   그런 와중에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라는 책을 만났다. 나태주 시인하면 대중에게 친숙하고 그가 쓴 <풀꽃>이란 작품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처음에는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가도 이내 내가 잘 읽을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이 슬금슬금 피어올랐다. 여전히 시는 내게 어렵고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느 시집과는 다른 책의 구성이 뜻밖에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일단 자신을 시인의 팬이라 자처했다. 마치 시인의 시와 대화를 나누기라도 하듯 그녀는 한 편 한 편을 읽을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자신만의 언어로 뭉근히 담아 썼다. 그렇게 70대인 노시인의 시와 20대인 청춘의 에세이가 나란히 놓여 세월을 넘어서서 서로에게 응답하듯 책이라는 한 공간 안에 머물러있었다. 시에 대한 해설이나 비평 같은 것이 아닌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보통의 20대들이 겪는 일상이 가만가만 쓰여 있었을 뿐이지만, 힘들 때 읽으면 위로가 되고 기쁠 때 읽으면 삶에 감사하게 되는 나태주 시인의 시로 인해 순간순간을 아름답게 받아들이고 아픔을 성숙하게 이겨낼 수 있었던 청춘의 참 따뜻하고도 특별한 만남이 거기에 있었다.

 

 

 

 

 

 

 

우리 앞에 펼쳐진 인생, 그 모든 오늘에서 당신은 꽃입니다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의 저자 김예원은 나태주 시인의 작품을 두고, ‘문학에 조예가 깊은 똑똑하고 박식한 사람들만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독자들도 즐길 수 있는 시. 그를 통해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시. 그게 나태주 시인님 작품의 매력이다’라고 소개한다. 그냥 평범하디 평범한 독자로서 문학에 바라는 점은 복잡하고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잠깐 ‘그냥 쉬고’ 싶을 때 함께 할 수 있는 진심이 담긴 글귀를 받는 것이며, 박식한 단어와 세련된 문학적 장치가 가득해서 시를 읽고 나서 시를 소화해냈다는 뿌듯함을 얻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힐링을 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시를 어렵게 어겼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던 게 아닐까. 시로부터 마음을 쉬고 위안을 받는 게 아니라 마치 수능 공부를 하듯 해석하는 데만 몰두하느라 진짜 시의 매력은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90편에 이르는 나태주 시인의 시를 찬찬히 읽다보면 그 어떤 복잡한 수사나 기교도 없는 단조로운 언어지만 그래서 그 소박한 멋에, 세상을 아름답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에 어지러운 내 마음이 단정해지는 것 같다.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연애편지를 쓰는 심정으로 시를 쓰기 시작하셨다하니, 그에게 있어 시는 세상에 전하는 연애편지가 아니었을까. 누가 받아볼지 알 수 없으나, 이 편지가 어딘가에 가닿아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되고 위안이 되며 응원이 되었을 것이다. 스물 다섯의 김예원처럼 말이다.

 

 

 

아기를 재우려다

 

 

아기를 재우려고 엄마가 아기를 끼고 누우면

아기의 숨소리가 너무 고와서

아기의 숨결이 너무 향기로와서

엄마는 그만 아기보다 먼저 잠이 들고

아기는 잠든 엄마 곁에서

방글방글 웃고 있다.

엄마가 아기를 재우는 것인지

아기가 엄마를 재우는 것인지……. / 40p

 

 

 

   5살인 첫째 아이와 9개월인 둘째 아이를 재우려다 내가 먼저 까무룩 잠이 든 밤이다. 누가 누구를 재운 건지, 아이들은 어느 새 단잠에 푹 빠져 들어 있다. 하루 종일 웃고, 울고, 뛰어놀고, 기어 다니느라 하루의 힘을 모두 다 써버린 듯 코를 고는 소리도 나지막이 들려온다. 부모들은 아이가 잘 때 제일 예쁘다고들 하지 않던가. 새근새근 잠이든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하루의 고단함이 쓰윽 밀려 내려간다. 오늘도 여지없이 아이들은 신나게 이불을 걷어차고, 엄마인 또 열심히 이불을 덮어주느라 뒤척이는 밤이 될 테지만 말이다.

 

 

 

 

 

 

 

아이는 자라는 것임을

 

 

‘기다려주고, 참아주고, 져주기’ 어렵지만 ‘낳아주고, 길러주고, 가르쳐주기’보다 그게 더 중요한 양육 태도다. 모든 부모는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는 욕심이 앞서지만 사실 참고 기다려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아이들에게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중략)...베토벤은 죽기 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런 말을 한다. “아이는 키우는 게 아니라 자라는 것임을 왜 몰랐을까.” 아이들은 어쩌면 가르쳐주고 이끌어주려는 부모보다 기다려주고 본인을 인정해주는 부모를 더 존경할지도 모르겠다. / 45p

 

 

 

   “안 돼”, “하지 마”, “그만”, “위험해!” 엄마의 시선에서 아이는 늘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기어코 하고 있다.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더 필사적으로 하는 게 아이의 본능인가보다. 오늘도 육아서를 들여다보면 아이의 자율성과 자존감을 위해 말리지 말고 기다려주고, 참아주라고 말한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어느 새 불쑥 “안 돼”, “하지 마”, “그만”, “위험해!”는 하나의 언어 세트처럼 동시에 쏟아져 나온다. 나태주 시인도 <부모 노릇>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써놓았다. ‘낳아주고 길러주고 가르쳐주고 그리고도 남는 일은 기다려주고 참아주고 져주기’라고. 저자 김예원 역시 ‘모든 부모는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는 욕심이 앞서지만 사실 참고 기다려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아이들에게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나는 아이가 자라는 동안에 얼마나 자주 기다려주지 못하고, 참아주지 못하고, 져주지 못해 아이와 얼굴을 붉히게 될까. 그러는 동안에 아이는 또 얼마나 큰 상처를 받게 될까. 잘 알면서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그것. 기다려주고, 참아주고, 져주기. 거듭 새기고, 새겨야 할 그 말.

 

 

어머니 말씀의 본을 받아

 

 

(중략)

지금껏 우리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보다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에 목을 매고 살았다

기를 쓰고 무엇인가를 이루려고만 애썼다

명사형 대명사형으로만 살려고 했다

 

 

보다 많이 형용사와 동사형으로 살았어야 했다

남의 것을 부러워하기보다는 내 것을 더 많이

사랑하고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살았어야 했다

내가 얼마나 귀한 사람인가를 처음부터 알았어야 했다

 

 

당신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애당초 그것은 당신 안에 있었고

당신의 집에 있었고 당신의 가족, 당신의 직장 속에 있었다

이제부터 당신은 그것을 찾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 63p

 

 

 

   나태주 시인은 마당을 쓸고, 꽃 한 송이를 피어올리고, 마음속에 시 하나를 싹틔움으로써 지구 한 모퉁이가 조금씩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질 것을 믿는다. 그의 시를 읽고, 교생 실습을 하며 아이들과의 대화에 공감하고 부대끼면서 자신이 준 사랑에 지구 한 모퉁이가 더 아름답고 밝아졌길 바라는 저자처럼 나도 누군가를 위해 한 작은 행동이 지구의 가장 어두운 곳을 조금이나마 밝힐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또 알고 보면 삶은 사랑을 주는 존재로 가득하다는 것을 느끼며 사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그걸 찾아내고 그들이 주는 사랑을 받을지 말지는 우리의 마음과 의지에 달렸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며 사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본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중략)

이렇게 보면 우리가 하루하루를 무탈하게 살아내는 것처럼 당연하다고 치부되었던 일들도 참 대단한 것이고 칭찬받아 마땅한 일인 것 같다. 그리고 열심히 산다고 살았지만 후회되고 잘못했던 일들을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지만, 반성을 통해 자각하고, 부족하고 어렸던 생각을 고쳐서 내일부터는 더 나은 사람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려는 마음을 가진다면 충분하다. 실수를 했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는 실수를 인정하고 만회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리허설도 없는 공연을 마무리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인데, 그 결과를 가지고 우리 자신을 다그치는 일은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 133p

 

 

 

말에서 시작되는 배려

 

 

(중략)

상대를 사랑한다면서 함부로 말을 던지고 사랑으로 그 상처를 감내하라고 강요하기 시작할 때부터 상대는 존중받지 못함을 느끼고 자연스레 그 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서로를 말로 상처 주지 않으려는 노력에서 성숙한 연애가 시작된다. / 192p

 

 

 

 

 

 

 

   70대와 20대라는 나이의 간극은 크지만 글을 읽다보면 시인의 농익은 지혜와 세상을 바라보는 너그러운 마음에 위로를 얻고, 내가 지나온 20대를 되돌아보며 사랑과 이별, 관계 앞에서 흔들리고 방황했던 순간들에 많이 공감했다. 덕분에 내 사람들의 안위와 이웃에 대한 각별함과 지나쳐온 모든 관계들에 감사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 모든 오늘에서 꽃을 발견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기를, 아니 이미 그 자체로 우리 모두는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임을 잊지 않으리라 다짐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디치 가문이 꽃피운 르네상스
박영택 지음 / 스푼북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르네상스 최고의 전문가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르네상스 미술과 역사 이야기!

청소년에서부터 어른들까지 르네상스 미술을 접하기 위한 가장 쉬운 해설서!

 

   tvN에서 방영하는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란 프로그램을 특별히 즐겨보고 있다. 그 중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편 방송을 보면 유독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 있는데, 바로 ‘메디치 가문’이다. 중세 유럽의 역사와 미술 관련 책을 읽다보면 메디치 가문의 흔적을 흔히 마주치게 되는데, 이 방송에 의하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역시 메디치 가문에 헌정하기 위해 쓰인 책이라고 소개한다. 대체 이들이 당대에 미친 영향력이 얼마나 컸기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수많은 예술가와 과학자들이 메디치라는 이름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이고, 또 유례없이 다수의 위대한 작품들을 탄생시키게 된 것인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메디치 가문이 꽃피운 르네상스』는 청소년에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르네상스의 역사와 미술을 한꺼번에 배울 수 있는 책으로, 르네상스 전문가가 집필한 교양서답게 전문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어 앞선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좋은 해답이 되어주었다.

 

 

 

중세 미술에서 르네상스 미술로 넘어가기까지

 

 

   중세는 ‘종교의 시대’라고 부를 정도로 로마 가톨릭교회가 사회의 모든 면을 전적으로 지배했던 시기다. 그에 따라 로마 가톨릭교회는 미술에 장식적인 측면보다는 신앙심을 불러일으키고 종교적 규범을 교육한다는 목적을 부여했고, 당연히 당시 그림이나 조각은 모두 종교적 내용을 소재로 할 수밖에 없었다. 즉, 신의 말씀, 천상의 세계, 죽음 이후에 갈 수 없는 낙원에 대한 이야기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로 인해 교회에 속했던 중세 미술가들은 자신들의 재주를 신에게 바치는 일, 이른바 신앙을 위한 봉사로 여겼다.

 

 

 

   그러다 14세기에 들어 유럽을 휩쓴 흑사병(페스트)으로 인해 유럽인들은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였고, 지금까지 절대적으로 믿고 의지해왔던 신의 존재와 신의 은총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중세 사회를 지배했던 로마 가톨릭교회는 위기에 처하게 되고, 교회의 최고 권위자인 교황의 권력도 위협(아비뇽 유수, 교회의 대분열)을 받게 되었다. 당시 유럽은 교회의 분열 못지않게 정치적인 변화, 프랑스와 영국과의 백년전쟁, 십자군 전쟁 등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상태였고, 그 사이에서 르네상스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시민 계급이 성장하기 이르렀다. 이제 유럽은 종교의 시대에서 국가와 개인의 시대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중세 교회를 연 교황이자 크리스트교를 더욱 체계화한 교황으로 알려진 그레고리우스 1세(Gregorius Ⅰ, 재임 590~604)는 “글을 몰라 책을 못 읽는 사람은 성당의 벽면에 걸려 있는 그림을 읽도록 하시오.”라는 지시를 내렸어요. 미술이 좋은 교육 수단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무신자나 문맹자를 믿음의 세계로 끌어들이려 할 때 청각보다 시각적인 방법이 훨씬 더 효과적인 수단으로 이용되었던 거예요. 무엇보다도 중세 미술, 즉 크리스트교 미술의 기본적인 사명은 포교였기 때문에 조형적인 아름다움이나 미학적인 특성보다도 도상들과 성경의 내용이 절대시되었어요. 따라서 그러한 미술은 감성적인 즐거움이나 미적인 체험을 얻기 위해 구상된 것이 아니라 말과 문장, 설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었죠. / 17p

 

 

상업 중심의 시장 경제가 이루어지려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화폐가 있어야 하고 그것이 서로 통용되는 영역,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여러 규범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필요에 따라 요구되었던 것이 바로 강력한 통치와 법체계를 갖는 국가와 관료 체제입니다. 서로의 거래를 보호하는 체제가 있어야 안전한 상업 행위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인들은 절대적인 권력 체제를 선호하게 됩니다. 이는 교회가 삶의 중심이 되었던 중세 때와는 무척 다른 권력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경, 국가, 민족, 법체계 등으로 이루어진 근대 민족 국가의 필요성이 서서히 요구되면서 교회가 모든 부분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잡았던 중세 봉건 사회가 무너지고 새로운 자본주의 사회가 조금씩 자리 잡기 시작하였습니다. / 39p

 

 

 

 

 

  흔히 르네상스를 일컬어 ‘인간을 발견한 시대’라고 말하는데, 이는 신이 중심이 된 중세에서 인간 중심의 세계, 즉 모든 것을 신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보는 방식이 지배하는 세계로 전환되었다는 뜻이다. 이 무렵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자부심을 찾기 위해서는 인간의 관심을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세에서 현세로 끌어 내릴 수 있는 어떤 가치관이 있어야 했다. 따라서 종교적인 가르침을 내세우는 삶 대신 자연과 인간에 중심을 둔 이른바 자연주의와 인문주의 사상이 새로운 가치로 탐구되었고, 이러한 탐구가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빛을 발하면서 등장한 것이 바로 르네상스 문화와 예술이었다. 그리고 이 물결의 조짐은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태동되기 시작했다.

 

 

 

피렌체에서 발전된 르네상스와 그 중심에 있었던 메디치 가문

 

 

   왜 하필 피렌체였을까? 14세기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도시 국가 피렌체는 국제 교역과 은행업의 중심지로, 사업 도시답게 매우 현실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상인들의 도시였다. 모직 공업과 방대한 무역 규모, 은행업 등으로 막대한 이윤 추구와 이자 소득으로 부를 축적하게 된 피렌체의 신흥 상인들은 그들의 부와 명예를 과시할 수 있는 장소로 수도원을 이용하고, 성당을 치장하는 데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고리대금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라는 점을 이용해 일부를 교회에 반환하면 속죄한 것으로 여겨져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한 로마 가톨릭교회의 목소리도 한몫했다. 그에 따라 당대 최고의 화가들을 동원해 가족 예배실 내부를 호화롭게 꾸미는 내부 장식 등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고리대금업자인 아버지가 구원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들인 엔리코 스크로베니가 지은 예배당 내부에 그려진 벽화 <최후의 심판>이 대표적인 예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은 위대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니는 것을 고귀한 명예로 삼고, 인간이 발전하여 영원한 존재가 되는 것을 원했습니다. 그로 인해 다분히 정적이고 수동적인 중세의 인간관에서 벗어나 적극적이며 창조적인 인간관으로 변하였지요. 즉, 르네상스는 ‘인간이 어떠한 존재가 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세 시대처럼 신의 은총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인간 스스로 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주체성을 중시하는 창조적인 인간주의를 지향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 38p

 

 

중세 미술의 기본 방침이란 ‘화가는 마음속에 있는 이상적인 상에 따라서 제작한다.’라는 것이었어요. 이미 로마 가톨릭교회가 정한 이상적인 기준이 있다고 한 것이지요. 반면 르네상스 미술인들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본 그대로를 그리겠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사고의 전환이지요. 이것은 중세 미술의 기본을 완전히 거부하는 자세입니다. / 46p

 

 

 

 

 

  신흥 상인들 중에서도 가장 주목해야 할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메디치 가문이다. 메디치 가문은 성당을 건축하고 복원하는 데에 엄청난 재산을 기부하는 한편, 학자들을 통해 그리스·로마 시대의 학문을 복원하고 번역하는 사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막대한 서적들을 수집해 도서관을 만들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예배당을 만들어 주었다. 아울러 당대 최고의 화가와 조각가, 건축가 들을 고용해 수많은 걸작들을 만들어 내게 했다. 이처럼 피렌체에서 메디치 가문의 융성은 학문과 예술을 장려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문화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메디치 가문의 여유 있는 경제력과 자유로운 학문 연구의 지원은 개인을 자각하고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모든 사실의 근원을 캐내고자 하는 과학적인 연구로도 이어졌다. 또한 인간성을 추구하는 시민운동은 현실주의, 합리주의, 자연주의의 발전을 가져왔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피렌체에서 점차 작은 군주 국가로 전파되었고, 이내 이탈리아 전역으로 확산되기까지 했다. 책을 통해 이러한 과정을 쭉 살펴보다보면 한 가문의 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들이 서양 미술의 가장 화려하고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냈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이들 가문의 후원이 없었다면 도나텔로, 브루넬레스키,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과 같은 거장들의 작품도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코시모가 피렌체의 국사를 맡아본 기간 동안 피렌체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되었고, 최고의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메디치 가문의 후원 아래 만들어진 예술 작품은 대부분 ‘화려함’보다는 ‘장엄함’을 바탕으로 합니다. 코시모는 수많은 예술가와 건축가를 보호하고, 큰 규모의 건설 사업을 시도했습니다. 피렌체를 상징하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을 비롯하여 산 마르코 수도원, 산 로렌초 성당 등이 이때 새롭게 단장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예술가들 역시 코시모의 후원을 받으며 제각기 자유롭게 기량을 발휘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당대의 뛰어난 예술가들이 불멸의 명작을 남길 수 있었으며, 그들의 작품으로 인해 르네상스 예술의 위대함이 활짝 피어났습니다. / 93p

 

 

브루넬레스키의 대표작은 바로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의 돔이었습니다. 흔히 르네상스 초기 미술을 대표하는 인물로 건축은 브루넬레스키, 조각은 도나텔로, 이론은 레오네 바티스타 알베르티, 그림은 마사초를 꼽습니다. 르네상스 미술은 고대의 로마 미술에서 수치 비례, 균형, 조화의 통일성, 기념비적인 예술성, 경험적이고 실제적인 사실성, 재료 및 기술의 적절성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는 르네상스 미술가들에게는 커다란 수확이었습니다. 신의 말씀을 형상화한다는 중세 미술의 비유적인 상징주의적 세계가 인간 자신이 본 세계, 즉 살아 숨쉬는 세계로 바뀐 것입니다. / 101p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학자들은 ‘인간도 신처럼 될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하는 새로운 교리, 이른바 ‘헤르메스 주의’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합니다. 인간이 신처럼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로써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구원관이 피렌체에서 탄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교리에 심취한 인문학자들은 성직자의 역할을 대신 맡았고, 예술 작품의 주제도 이들이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고대 로마 제국의 문화와 이교도로 여겨지던 그리스의 신들이 예술 작품의 주제로 적극 선정되기도 합니다. 바야흐로 르네상스 예술 작품에 새로운 주제가 등장하는 전환점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 104p

 

 

 

 

 

 

   조반니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두 아들 코시모와 로렌초를 불러 놓고 “피렌체의 선하고 훌륭한 시민들을 존경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으면, 시민들은 우리 가문을 그들의 안내자로서 빛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 유언은 이후 메디치 가문의 중요한 원칙이 되었고, 후대에까지 줄곧 이어졌다. 덕분에 메디치 가문의 정치권력이 몰락한 뒤에도 그들이 남긴 방대한 문화유산은 흩어지거나 약탈당하지 않고 피렌체에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다. <메디치 가문이 꽃피운 르네상스>의 저자는 바로 여기에서 오늘날 우리가 메디치 가문을 다시 살펴봐야하는 가장 큰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정치적 집권의 저력이 문화에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며, 둘째는 기업의 문화 후원을 가리키는 메세나의 중요성이 바로 그것이다. 공동체 사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정치가나 자본가, 지식인 들이 어떤 가치와 이상을 가져야 하는지, 또 미술에 대한 관심과 후원이 사회 구성원들의 지적·정신적 가치를 얼마나 고양시키는지, 새로운 창의성과 상상력이 한 사회를 새로운 세계로 밀고 나가는 데에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메디치 가문이 우리에게 전해 주는 교훈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피렌체의 인문학자들은 피렌체에서 펼쳐질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과거 고대 로마 시대의 문학 작품과 신화에서 찾았습니다. 이와 같이 보티첼리는 메디치 가문의 적극적인 후원과 지시에 힘입어 고대 스리스의 정신과 르네상스의 정신이 유쾌하게 혼합된 그림을 그리는 한편, 인간의 아름다운 몸과 고귀한 정신, 자유로운 삶의 공기 등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메디치 가문이 추구했던 이상입니다. / 112p

 

 

코시모 1세는 막강한 권력을 통해 적극적인 예술 후원을 펼쳤습니다. 메디치 가문의 대표적인 미술 후원자 중에서 작품 주문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 바로 코시모 1세였습니다. 하지만 코시모 1세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미술 애호가이기보다는 미술을 통하여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강화하고자 한 인물이었습니다. 코시모 1세는 자신의 집권 과정에 철학자나 신학자, 역사학자, 인문학자 등 피렌체의 지식인들을 적극 활용하였습니다. 통치 시에 도움이 되도록 학자들에게 주제를 선정해 주고 글을 쓰게 하는 등 군주에게 봉사하는 문화 정책을 일관하였으며, 미술 후원도 그러한 목적으로 했다고 합니다. 특히 미술은 보는 순간 의미가 즉각 전달되며 암시적인 주제를 통해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만큼 정치 선전 시 이용 가치가 있었던 것이지요. 이러한 정치적 의도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작품은 바로 자신의 초상화와 초상 조각이었습니다. / 124p

 

 

 

 

 

  <메디치 가문이 꽃피운 르네상스>는 중세 미술이 교회 중심에서 르네상스라는 인간 중심의 문화로 태동·발전된 과정을 비롯하여 그 중심에 있던 메디치 가문을 통해 얼마나 다양한 예술가들이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었는지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하듯 쓴 책이다. 덕분에 그간 다양한 미술사나 중세 유럽 역사에 관한 책을 읽었음에도 어렵게만 여겨졌던 르네상스 시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무래도 청소년들을 위해 쓰인 책이니만큼 중세 유럽과 르네상스 시대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이라면 누구에게나 더없이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또 책 곳곳에 다빈치와 보티첼리, 도나텔로 등의 작품도 수록되어 있으니 그것을 감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힐 만한 책이라 꼭 읽어보시길 추천 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와이 셀프트래블 - 2020-2021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정꽃나래.정꽃보라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하와이를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

낭만과 여유가 가득한 꿈의 섬, 하와이 여행에 관한 모든 것!

 

   하와이. 어쩌면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한번쯤은 꼭 품게 되는 꿈의 여행지로 이곳을 꼽지 않을까. 요즘은 하와이를 대체해 상대적으로 물가가 싼 동남아시아를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아무래도 휴양지하면 단연 하와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에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남궁민이 하와이에서 촬영을 하다 쉬는 틈에 바다거북을 보기 위해 해변으로 찾아가는 장면이나 서핑을 하며 여유를 만끽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는데, 추운 겨울을 이불 속에서 전전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화면만 보아도 마음이 설렐 지경이었다. 푸른 야자수를 배경으로 하와이 원주민들이 추는 멋진 훌라춤과 하와이안 뮤직을 감상하고, 환영과 축복 그리고 감사의 의미를 지닌 레이를 목에 두르고 신선한 로컬푸드를 만끽한 뒤 세계 3대 커피 중 하나로 꼽힌다는 코나 커피를 마시고 해변으로 걸어 나가는 이 기막힌 상상만으로도 어쩐지 행복한 기분이지 않은가.

 

 

 

 

 

 

알로하~ 하와이에서 꼭 해봐야 할 모든 것

 

 

   쌍둥이인 <하와이 셀프트래블>의 두 작가는 하와이의 매력을 꼽는다면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쨍한 날씨, 맑은 공기, 에메랄드빛 바다, 푸른 하늘, 웅장한 대자연의 매력에 ‘사람’이 더해져 하와이가 완성된다고 말이다. 그래서 그 어느 곳보다 “알로하”, “마할로”라는 인사에 담긴 그들의 진심 어린 따뜻한 마음과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기원한다.

 

 

 

   책은 하와이 여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오아후를 비롯해 저마다의 개성을 갖춘 마우이, 빅아일랜드, 카우아이를 중심으로 필수 여행지들을 소개한다. 본문인 지역별 주요 스폿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하와이에 대한 기본 정보를 비롯하여 ‘가기 전 자주 묻는 질문 8가지’를 통해 하와이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서 출발한다. 하와의 경우 비자가 필요하지는 않으나 사전에 인터넷을 통해 전자여행허가제를 신청해 발급을 받아야 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다는 점, 한국보다 비싼 물가에 팁 문화가 있어 예산을 잘 고려해야 한다는 점 등을 참고하기를 바란다. 더욱이 하와이에서 지켜야 할 법률과 규칙이 한국보다 더 세세하게 규정되어 있어 책에 적힌 유의사항들은 반드시 숙지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이 외에도 일 년 내내 즐길 수 있는 하와이 축제, 여행 전 알아둘 하와이 역사와 문화, 알아두면 쓸모 있는 하와이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비롯해 저자가 추천하는 일정별 코스, 하와이에서 만날 수 있는 핫 스폿과 먹거리 등을 하이라이트로 소개해놓고 있으니 하와이를 떠나기 전에 미리 살펴보고 가자.

 

 

 

횡단보도 건널 때 스마트폰 사용 금지_

하와이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적발 시 $15~99의 벌금이 부과된다.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주의할 것. 단, 긴급연락번호인 911을 사용할 때는 위법 대상에서 제외된다. 디지털카메라, 태블릿,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사용하면서 건너는 것도 같은 행위로 간주한다. / 36p

 

 

하와이 음식점 이용 매뉴얼_

패스트푸드점,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음식점은 입장한 순간부터 직원이 안내할 때까지 대기해야 하며, 테이블마다 담당 서버가 있어 자리에 앉은 다음 메뉴가 정해지더라도 주문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기본 상식이다. 큰 목소리로 손을 들어 직원을 부르는 것은 매너 위반. 서버가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물어보기 전까지는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자. 만약 서버가 오지 않으면 주변에 있는 직원에게 작은 목소리로 “Excuse me”라고 부른 다음 부탁하면 된다. / 148p

 

 

 

 

 

 

   하와이는 계절을 막론하고 한결같이 좋은 날씨와 경치를 자랑하고 있어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고 한다. 저자가 꼽은 ‘하와이에서 꼭 해야 할 일 베스트 10’을 살펴보자면, 청량한 하와이 비치에서 물놀이 즐기기, 서핑이나 훌라 댄스, 우쿨렐레 같은 하와이 전통 문화 체험하기, 호놀룰루에서 쇼핑 삼매경에 빠지기, 지역적 특색과 독특한 문화가 더해진 핫플레이스 방문하기, 전 세계의 식문화가 만나 독특하면서도 재미난 맛을 선보이는 하와이 로컬 푸드 맛보기, 빅아일랜드 코나 지역에서 생산하는 코나 커피 음미하기, 하와이 왕국 시절의 문화와 풍습을 소개하는 역사 명소 둘러보기, 대자연이 선사하는 감동의 자연 만끽하기, 당일치기나 1박을 통해 오아후섬을 이웃하는 섬들 둘러보기, 와이키키 비치가 보이는 호텔에서 호캉스 누리기 등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오아후의 쿠알로아 랜치에서 사륜구동차, 크루즈, 승마, 전동바이크와 같은 시를 넘치는 액티비티를 경험해보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 될 듯하다.

 

 

 

 

 

 

오아후 OAHO_

‘하와이’ 하면 떠오르는 호놀룰루, 와이키키, 노스 쇼어, 진주만 등의 단어는 8개의 주요 섬 가운데 오아후섬에 있는 지역과 명소를 이르는 말이다. 즉, 하와이 여행이라는 것은 실은 오아후 여행을 말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와이 여행의 핵심이자 하와이를 대표하는 오아후는 주도 호놀룰루가 위치한 하와이 제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다. 1845년부터 하와이 왕국의 수도로 활약하며 역사적 발자취를 남겼고 그 유산이 지금도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다. 관광,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으로 하와이 전체 인구 중 80%가 살고 있으며, 도시적인 분위기와 대자연의 풍경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지역이다. 촘촘하게 늘어선 호텔과 상업시설 사이로 푸른빛 바다와 하늘이 가슴 뻥 뚫리듯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굴곡진 산맥 아래로 광활한 자연 풍광이 고혹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대조적인 모습을 즐길 수 있다. 전통문화 체험, 먹거리, 쇼핑 등 어느 하나 빠짐없이 만족감을 채워주는 최고의 관광지임이 틀림없다. / 224p

 

 

 

   무엇보다 <하와이 셀프트래블>을 읽으며 만족했던 것은 하와이의 독특한 문화와 그들이 규칙으로 삼고 있는 여행 매너들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관광객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그것에 따르는 것이 기본 예의! 뿐만 아니라 관광객으로 혼잡한 음식점보다는 현지인이 즐겨 찾는 맛집이나 숨은 명소까지 알차게 구성해 소개하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하와이만을 소개하는 여행가이드북 치고는 좀 두껍다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자유여행자들이 하와이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고려한 책이라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하와이 하면 역시 뭐니뭐니해도 와이키키 비치! 하와이 원주민어로 ‘분출하는 물’이라는 뜻으로, 맑고 깨끗한 물이 풍부하고 어린이나 노약자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해서 더 좋은 곳이다. 와이키키는 호놀룰루를 넘어 하와이를 대표하는 초승달 모양의 해변으로 서쪽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부터 동쪽 카피올라니 파크까지 약 3km의 비치를 일컫는다고 한다. 왕의 휴양지로 이용된 와이키키 비치는 사실 7개의 비치를 총칭하는 단어라고! 저자는 각 해변이 지닌 특징과 풍경이 달라 여유만 있다면 2, 3곳을 골라 방문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바쁜 일정에 쫓기는 여행자라면 숙박하는 호텔 부근의 비치를 이용하거나 와이키키의 현관문 쿠히오 비치만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와이를 떠올리자면 아름다운 비치와 푸른 자연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1790년에 분화한 이후 현재까지 휴화산으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910m의 분화구를 보유하고 있는 마우이의 할레아칼라 국립공원에서 일출을 보고, 세계 각국의 천체 관측소가 모여 있는 빅아일랜드의 마우나 케아에서 별자리를 관측하는 경험도 특별할 것 같다. 이처럼 <하와이 셀프트래블>은 하와이의 주요 명소뿐만 아니라 숨은 명소, 하와이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하고 있어 이곳을 여행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꽤나 만족스러울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식당, 숙소, 주소, 가는 법, 요금 등 여행에 있어서 유용한 각종 팁까지 알차게 소개하고 있으니 꼭 참고하면 좋겠다. 책의 마지막에는 하와이에 관한 일반 정보, 출입국수속법, 하와이어, 영어 회화 등의 정보도 함께 제공하고 있으니 초보 여행자라고 두려워말고 차근차근 따라해본다면 누구나 만족스러운 여행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사실 하와이는 그저 막연히 우리가 꿈꾸는 지상낙원의 황홀한 이미지만 있을 뿐 이렇다 할 뚜렷한 정보는 많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하와이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지금 당장 떠나기에는 부담이 있지만, 언젠가 하와이로 떠난다면 그때도 꼭 셀프트래블을 이용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 - 스탠딩에그 커피에세이
에그 2호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들의 노래처럼, 곱게 갈린 커피의 은은한 향기처럼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가느라 수고한 당신을 위한 스탠딩에그의 따뜻한 커피에세이!

 

 

   사각사각(엄밀히 생각하면 서걱서걱, 혹은 드르륵드르륵에 가깝다).

   칼리타 핸드밀에 원두를 넣고 곱게 갈릴 때 나는 소리가 참 좋다. 아니, 밀봉이 되어 있던 갓 볶은 원두를 꺼낼 때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고소한 원두향을 맡은 순간부터 이미 나는 매료된 상태다. 드리퍼에 알맞게 간 원두를 넣고 이제 2분 남짓한 시간 동안 정성을 들여 물을 내릴 때, 나도 모르게 호흡을 가다듬어가며 경건해지는 그 마음까지도. 한때는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왕창 부어 꿀물처럼 마신다고 놀림을 받던 흑역사도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섬세하고도 정교한 커피 맛에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아마도 카페에서 커피 만드는 법을 배우고부터였을 것이다. 혹은 더 거슬러 올라가 인테리어를 하는 남편을 따라다니며 이런저런 카페를 찾아다닌 것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는 동안에 커피로 인해 기억되는 추억도 생기고, 커피를 마셨던 공간으로 인해 기억되는 사람도 늘어났다. 고작 한 잔의 마실 것에 불과한데, 커피는 내게 가장 달콤한 여유와 안정을 주었다. 한 뼘 크기의 믹스 커피에서부터 풍성한 우유 거품으로 만든 라테에 이르기까지, 그날의 분위기와 기분에 따라 다른 커피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내 하루도 매일 특별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에 나는 커피가, 아직도 마시고 싶은 커피가 많아서 더 좋다.

 

 

 

 

The Best Coffee is The Coffee You Like.

당신이 좋아하는 커피가 최고의 커피입니다.

 

 

   왠지 책을 펼치면 아몬드 계열의 원두향이 맡아질 것만 같은 아담한 책 한 권을 만났다. 평소 「오래된 노래」와 「여름밤에 우린」란 노래를 좋아해서 내 플레이리스트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뮤지션, 스탠딩에그의 에세이다. 게다가 커피에세이라니. 미처 몰랐던 사실인데 스탠딩에그의 멤버 에그2호님이 망원동에서 ‘모티프 커피바’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그들의 음악적 색채만큼이나 책 곳곳에서 드러나는 커피에 대한 특유의 감수성도 허투루 읽히지 않는다. 적어도 매일 수십 잔의 커피를 만들어보고, 맛과 향의 미묘한 차이를 혀끝의 감각과 코끝의 감각으로 느끼며, 그 한 잔을 위해 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얼굴을 수도 없이 마주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갓 추출한 에스프레소 한 잔에서, 우연히 뛰어 들어간 카페에서, 뒷골목의 카페에서 만난 바리스타와 나눈 “I like it"이라는 한마디에서 일상의 바이브를 느끼고 그만의 감각적인 언어로 풀어쓴 여러 에피소드들이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커피가 우리의 무미건조한 하루를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 되고, 내일을 다시 기대하도록 만들게 하는 그 무엇이 된다는 것을, 물과 에스프레소가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듯 우리의 인생 역시 마찬가지라는 그 깨달음에 자연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나는 세상엔 여전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고 믿는다. 오랜 시간 여전할 때 점점 아름다워지는 것들이 있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는 절대적인 무언가가 어느 날 우리로부터 그 여전한 것들을 순식간에 앗아버리곤 한다...(중략)...이것은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저 삶이 우리에게 야박한 탓이다. 그래서 이 삶 속에서 하루를 버텨야 하는 나는 오늘 연희동 길을 걷고, 매뉴팩트 커피로 가기 위해 16개의 작은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문을 밀고 들어가는 순간 나는 오늘도 이 안에 가득한 ‘여전함’들에 한 번 더 안도한다. / 28p

 

 

실제로 매일 수십 잔의 커피를 만들다 보면 똑같은 원두, 똑같은 방식이라 하더라도 매번 그 맛이 미묘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닫는다. 그렇다. 만약 당신이 어느 날 평생 잊지 못할 커피 한 잔을 마시게 된다 하더라도 당신 또한 그날의 커피와 똑같은 커피를 다시는 마실 수 없단 이야기다. 그러니 맛있는 커피를 대할 때면 천천히 한 모금씩 입에 머금을 때마다 그 순간에 흐르는 음악과 주변의 공기, 빛과 온도, 앞에 앉은 사람의 표정을 기억하기 위해 온 감각을 집중해야 한다. (인생의 모든 근사한 순간마다 우리가 가져야 하는 태도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사실을 당신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 60p

 

 

 

 

   나를 비롯한 우리 대부분은 언젠가부터 SNS를 통해 다른 이들의 삶을 관찰하고 은밀히 동경하는데 익숙해지고 있다. 누군가가 올린 근사한 커피 한 잔의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고, 인생 커피라고 추켜세우는 해시태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거기다 시선을 압도하는 멋진 인테리어까지 겸비한 카페라면 당장 우리의 주말을 그곳에서 채워갈 생각으로 마음이 앞서가기도 한다. 우스갯소리로 내가 커피를 마시러 가는 건지, SNS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건지 헷갈리기도 한다.

 

 

 

   에그2호님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그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몇 년 전 라이프스타일이 근사해 보여 인스타그램을 팔로잉하던 A씨가 올린 한 장의 사진-그의 손에 들린 투명한 플라스틱 컵, 그 컵에 인쇄된 하늘색 병 모양의 로고와 블루보틀이라는 감각적인 네이밍, 자신의 ‘인생 커피’라는 A의 코멘트, 그리고 수천 개의 ‘좋아요’-에 압도되어 그 순간 이미 뉴올리언즈를 내 인생 커피로 삼아버렸다고 고백한다(이 말에 아직 블루보틀을 접해보지 않은 나는 뉴올리언즈를 검색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스위스 취리히의 뒷골목에 자리한 작은 카페의 창문 앞에 멈춰 서서 ‘인생 커피’라는 단어의 무분별함에서 오는 피로감과 그 말미에 밀려오는 ‘인생이란 단어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부터 마침내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그러고 보면 나 역시 누군가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찾아간 유명 카페에서 인증 샷에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의 안식처처럼 찾곤 했던 작은 뒷골목의 어느 카페가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참 오랜만에 그곳을 떠올렸다. 없어지지는 않았겠지, 조만간 그곳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모금 입안에 넣자 몽글몽글한 느낌이 적절한 온도로 퍼지고, 혀 깊은 곳부터 잘 익은 포도의 달콤함이 진하게 와닿더니 이어서 화사한 ‘보라색’이 한가득 확 퍼졌다. (그래, 라벤더의 향이다.) 따뜻한 커피가 부드럽게 목을 타고 내려가면 마지막엔 지나간 달콤함과 함께 삽싸름하고도 화한 허브의 느낌이 입안에 남는다. 깔끔한 피니시였다. 나는 마지막 한 모금을 넣고 눈을 감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게이샤를 느끼기 위해 모든 신경을 내 입안에 집중했다. 나는 그렇게 조금씩 멀어져가는 라벤더 향을 힘겹게 따라가고 있었다. / 53p

 

 

나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근사한 노래 제목을 적은 메모지를 들고 자리로 돌아와 식어버린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오, 그런데 그 미지근한 커피 맛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었지만 카페 내부에 흐르는 음악들-캐러멜 시럽보다 달곰쌈쌀하면서 우유만큼이나 부드러운 음악, 에스프레소 같은 진한 풍미를 지닌 솔 뮤직-에 진즉에 취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커피 맛을 이런 식으로 평가해도 되느냐고 물을지 모른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저는 커피 맛을 평가하고 싶지 않아요. 그저 커피를 마시는 순간을 즐기고 싶어요. 우리가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요.” / 80p

 

 

  책을 읽다보면 그가 런던에서 마신 플랫화이트를, 도쿄에서 마신 게이샤를 한 모금 마셔보고 싶어진다. 쉴 새 없이 흘러나오는 LP의 아날로그 사운드가 평범한 아메리카노마저 특별하게 만드는 베드포드 애비뉴의 “파이브 리브스”도 가보고 싶어진다. 언제든 스스로 커피를 만들어 마실 수 있는 바리스타들이 일부러 ‘돈을 내서 마시고 싶다던’ 아이스 큐브 라테 맛집 연남동의 “도깨비 커피집”에도. 카페를 연 지 2년 만에 찾아온 커피의 권태감을 잊게 해줬다던 롯폰기의 블랙 커피마저도. 블랙 커피는 분명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곳에서 그가 보았던 오래된 두 친구의 연주를 나도 볼 수만 있다면 쓴 커피도 어쩐지 달게만 느껴질 것 같다.

 

 

 

“1분만 더 있다가 드세요.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를 뜨거운 물에 섞는 거잖아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물과 에스프레소는 서로 다른 성분이라서, 서로에게 완벽히 섞이고 녹아들 시간이 필요해요. 그제야 진짜 아메리카노가 되죠.” / 138p

 

 

나는 오랜만에 가정용 커피 메이커로 내린 평범하기 짝이 없는 커피 한 모금을 입에 머금은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한 모금의 커피가 가슴을 타고 내려가 몸 안에 온기가 퍼질 즈음, 커피에 대한 애정이 다시 서서히 살아나 있음을 느꼈다. 그 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말이다.

‘그래, 좀 더 편안하게 대해야겠다. 오래된 친구를 곁에 두듯이.’

커피를 나의 10년 지기 친구라고 한다면, 내가 그에게 처음 같은 열정을 지니는 것도, 그에게 여전히 새롭고 특별한 매력을 기대하는 것도 억지스러운 일일 테니 말이다. / 187p

 

 

‘만약 정말로 사랑이 그저 뇌에 전달되는 전기 신호에 불과하다면,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나는 차라리 그 사실을 모른 채 그저 나의 진심이라 믿고 사랑하고 싶다.’

커피에 대한 내 생각도 이와 비슷하다. 나는 커피 맛이 단지 어떤 성분과 비율에 따라 정해진다고 믿고 싶지 않다. 그것이 과학적 사실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우리가 실험실에 갇혀서 눈을 가린 채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어디선가 좋은 음악이 흐를 때, 올해 첫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 좋아하는 사람과 마주하고 있을 때…….

똑같은 커피도 분명 훨씬 맛있게 느껴지니까. / 206p

 

 

 

 

 

  두 해 전 여름, 카페에서 직접 핸드 드립으로 내려 마셨던 코스타리카 한 잔이 무척이나 좋아서 아직까지도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문득 책을 읽는 내내 그 커피가 다시 생각나서 오랜만에 핸드드립 도구들을 꺼내보았다. 아,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원두가 신선하지 않아 단번에 인상이 윽, 하고 찌푸려졌다. 두 아이를 키우며 핸드드립은 어쩐지 사치 같아서, 원두를 일일이 가는 것이 번거로워서 믹스 커피나 편의점 커피만 마시느라 사놓았던 원두를 죄다 방치해놓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내일 아침이면 원두를 사러 가야할 것 같다. 커피 한 잔으로 기억될 나의 멋진 하루를 위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지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 - 해피 모지스마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겨울, 찬란하고 평온한 크리스마스를 위한 단 하나의 책!

모지스 할머니의 아기자기한 겨울 풍경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 동화! 

 

 

 

고요하고 거룩한 크리스마스.

모든 게 평온하고 모든 게 찬란합니다.

천국의 평화 같은 단잠에 들겠지요.

천국의 평화 같은 단잠에 들 거예요.

 

 

 

   ‘모지스 할머니’로 불리며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화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그녀는 1860년에 태어나 12세부터 15년 정도를 가정부로 일을 했다고 하지요. 그러다 남편을 만난 후 버지니아에서 농장 생활을 했고, 관절염으로 자수를 놓기 어려워지자 바늘을 놓고 붓을 들었다고 해요. 그때 그녀의 나이가 76세라니 믿겨지나요?

 

 

 

 

 

 

   한 번도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운 적이 없는 데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사랑스러움과 아기자기함으로 그림 곳곳에서 따스한 온기가 오롯이 전달됩니다. 그렇게 무려 101세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왕성하게 활동하여 1,600여 점에 달아하는 작품을 남겼다하니 ‘인생이란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네요.

 

 

 

   모지스 할머니의 기억 속에서 크리스마스는 어떤 풍경이었을까요. 겨울은 매서운 날씨가 찾아오는 계절이지만, 유리처럼 투명한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재미를 놓칠 수 없는 계절이고, 썰매를 타고 눈길을 쌩쌩 달리며 숲을 누빌 수 있는 행복한 계절이기도 합니다. 다 함께 모여 크리스마스에 쓸 나무를 구하러 갈 때면 참으로 신이 났어요. 또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밀 상상을 하며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올 때면 얼마나 더 설레었을까요.

 

 

 

   그렇게 신나게 놀고 집으로 돌아와 따뜻하게 불이 지펴진 몸을 녹이자면 저절로 감사한 마음을 들 것 같아요. 그저 마음껏 누리고 마음껏 상상할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겠지요. 이렇게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 속 겨울은 너무도 따스해서 매서운 추위도 잊힐 만큼 우리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 안는 것만 같습니다.

 

 

 

추위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겁니다.

쌓인 눈도 꽁꽁 언 연못도 사르르 녹겠지요.

그리고 다시 봄이 오면 말들은 들판을 달릴 거예요.

 

 

 

 

 

 

   모지스 할머니가 기억하는 첫 크리스마스는 네 살 때라고 해요. 산타클로스가 누구인지 잘 몰랐지만 커다란 장난감 보따리를 등에 짊어지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겁이 나면서도 은근히 설레기도 했던 시절을 추억하지요. 문득 나에게 있어서 크리스마스는 어떤 날이었을까를 떠올려보았지만 좀처럼 생각이 나질 않네요. 그냥 산타클로스가 실은 아빠였다는 사실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것만 기억이 납니다. 오히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뒤에 처음 맞은 크리스마스가 더 많이 생각납니다. 크리스마스에 놀이 공원으로 놀러 가본 게 처음이었거든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놀이 공원의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캐럴을 들으며 남편과 나 그리고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아이와 회전목마를 탔는데, 그게 이상하게 기분이 참 좋았어요. 크리스마스란 그런 건가 봐요. 추위 따위가 뭔가요, 사랑하는 사람과 천진난만하게 뛰어놀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을요. 저는 그 기쁨을 조금 늦게 알아버렸지만, 사랑하는 두 아이에게만큼은 오롯이 느끼게 해주고 싶네요.

 

 

 

 

 

 

  모지스 할머니의 이 따뜻한 그림 동화를 읽으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합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어떤 추억을 남길 수 있을까요.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따스한 꿈이 자라날까요. 모지스 할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이 책을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어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