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가 중심을 잡고
아이를 믿어줄 때 아이는 커간다!
사교육 없이 책으로 아이의 공부머리를 키운 하은맘의
산전수전 책유아법!
해가 바뀌면 큰 아이가 6살이 된다. 그간에는 엄마표 놀이와 공부, 책읽기 중심의 교육으로 사교육을 대신해왔던 터라 앞으로는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지 부쩍 고민이 많아졌다. 일부 주변에서는 유명 브랜드 학습지에 맨투맨 스쿨, 주말에는 문화센터와 학원을 병행하며 꽤 많은 시간을
아이의 교육에 투자하는 것을 보고 내심 과한 것이 아닌가 싶으면서도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 엄마라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까닭이다. 글밥이
적당한 책은 혼자서 읽고, 덧셈이나 뺄셈 같은 수와 셈 영역도 좋아해서 관련 학습지도 앉아서 몇 장이나 풀 만큼 집중력도 있는 아이라 이 정도
수준만으로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곤 하지만 가끔씩 불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인가보다. 문제는 7살이 되면 곧 초등학생이
된다는 이유로 사교육의 유혹은 더 거세질 것이고 나는 또 어김없이 이리저리 나부낄 텐데, 중심을 잃지 않고 내가 지향하는 교육을 아이와 건강하게
실천할 수 있을까.
여기, 엄마의 불안에 매질이라도 하듯 단호하게 소리치는 엄마가 있다. “아직도 돈 버리고, 삽질하고, 애 잡고 앉았냐? 지성, 감성,
인성까지 다 가진 아이로 키우는 법, 책육아(머리 독서)랑 바깥놀이(몸 독서)가 함께 가야 정답인 거야!” 바로 육아계의 불온서적이라 불릴
정도로 『불량육아』와 『닥치고 군대 육아』를 통해 거침없이 짱똘을 날렸던 ‘지랄발랄 하은맘’이다. 이번에도 그녀는 사교육에 휘청거리는 엄마들의
정신줄 붙드는 멱살잡이 협박 에세이와 함께 돌아왔다. 이름마저도 어쩐지 파격적이고 마음을 후려치는 듯한 『십팔년 책육아』다. 학원, 학습지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고 오로지 책육아와 바깥놀이로 만 16세에 연세대 정시 최초 합격을 이루어낸 하은이의 독서 교육법을 소개한 책이다.
오늘도 아이의 육아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엄마들에게 뼈때리는 한 방, 거침없이 독설을 날리는 특유의 화법에 얼얼하다가도 어느새 흔들리지 않으려는
단호함이 내 안에 들어서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공부머리를 만드는 책육아의 놀라운 힘
시중에 나온 여러 자녀교육서를 살펴보면 그 모든 책에서 빼놓지 않는 것은 단연 ‘책읽기’다. 세계사를 불문하고 수많은 구루와 성공의
법칙을 논하는 이들도 모두 한입 모아 책이야말로 가장 명쾌하고 거스를 수 없는 교육의 답이라고 말한다. 『십팔년 책육아』의 저자 하은맘 역시
책육아 만큼 탄탄한 커리큘럼, 저렴한 비용, 깊이 있는 몰입을 제공하는 육아법은 지구상에 없다고 단언한다. 여기서 말하는 진정한 책육아란,
영유아 시절엔 다른 어떤 사교육도 시키지 않고 널널한 시간 속에서, 엄마 옆에서, 자연 속에서 실컷 놀면서 책과 함께 커가고, 각종 퍼포먼스와
비싼 교구, 방문 샘마저도 들이지 않고 집에서 빈둥거리며 노는 와중에 아이의 인성과 지성, 감성을 책으로 다져가는 것이라 정의한다.
근데 이거 시켜라, 저기 보내랴, 거긴 어떠냐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빈틈없이 시간표 짜는 사이 순식간에
돈 탈탈 털리고, 힘들다는 아이한테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 있니?” 잔소리하며 억지로 밀어 넣어 엄마랑 사이 나빠지고, 엄마는 서두르는
사람, 자기 못마땅해하는 사람으로 아이 뇌리에 고스란히 문신으로 박힐 터. 근데도 사교육, 선행 지금 안 하면 남들 앞서가는데 우리 아이만
뒤처지고, 기초 안 잡혀서 고학년 올라가면 정신없이 헤매다가 그땐 이미 늦어서 따라갈 수 없다고 땅 치고 후회할 것 같다? 딱 그런 공포심을
이용하는 게 바로 이 나라 사교육 시장의 경제 원리다. / 16p
책의 첫 장에서는 사교육에 매달리지 않고 책육아를 중심으로 한 특별한 교육관을 살펴본다. 여기에서는 책육아를 지도하기 앞서 일단
그녀의 교육 신조부터 퍽 인상적이다. 그녀는 하은이를 키우면서 아날로그로 사는 것을 중요시 여겼다고 한다. 진짜 만남, 진짜 경험, 진짜 대면,
진짜 느낌. 가상현실이나 디지털 창을 통한 허깨비 같은 관계가 아닌 진짜 현실의 삶을 온몸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 말이다. 그래서 뭘 더 많이
하는 것보다 쓸데없는 짓 ‘안’하는 것을 중점으로 두었고, 뻑 가는 장난감들에 물들어버리기 전에 책을 친구로 만들어줌으로써 인생의 진짜 멋진
친구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다고. 또 고된 육아를 엄마 혼자서 끙끙 싸매느라 아이에게 감정을 소비하기보다 아이도 집안일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아이 스스로 느끼고 해보고 난관에 부딪쳐보고 실수도 해봐야 진정한 자립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경험담으로 일러준다.


이 중 나를 반성하게 한 것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계속 반복하면서 뭔가를 어지럽히고 더럽히는 것이 보기 싫어서 그렇게
닦이고, 주의를 주었던 일이다. 아이의 몰입과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엄마인 내가 나서서 방해했던 것이다. 저자 역시 시간이 지나고서야 딸의
이해할 수 없는 모든 어린 시절의 ‘뻘짓’들이 그야말로 심층 훈련이었고, 몰입 연습이었고, 스킬 향상의 지름길이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냥 뻘짓같아 보이는 저 무한 반복의 시간에 아이는 몰입하고 있었고, 절절히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집 더러워진다고, 치우기
힘들다고 그런 사소한 이유로 아이를 절대 막지 마라는 그녀의 충고는 의미 있는 교훈이 되었다.
‘메타인지’는 본인이 뭘 알고, 뭘 모르는지를 정확히 아는 인지 능력, 학원에서 얼추 들었던 내용을 다
안다고 착각하는 거야. ‘메타인지’가 결국 입시 공부에서 성패를 좌우해. 단시간의 수능 공부로 하은이가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도 바로 이 ‘메타인지’가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봐. 자기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빨리 분별해낸 덕에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부해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거야. 고학년 오를수록 지 호기심, 의지로 공부하는 거라는 거 잊지 마. / 35p
2장과 3장에서는 본격적인 책육아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그녀는 그림에 홀려서 보다 보다, 엉겁결에 옆에 있는 글씨도 보다 보다,
어영부영 한글, 영어까지 깨우치는 자연스러운 메커니즘에 따라 엄마들에게 그림책 육아부터 시작할 것을 권한다. 특히 아이가 부담 느낄까 봐,
엄마가 두렵다고 영어책 안 읽어주고 밍기적거리다 영어에 대한 편안하고 흥미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기를 놓치지 말고 지금 당장
영어그림책부터 읽어줄 것을 강조한다. 또 아이가 책을 안읽는다고 푸념만 하지 말고 식탁 위, 화장실 안, 잠자리 머리맡, 차 안, 어디든 애 손
닿을 데 책을 놔두고, 여배우 뺨치는 연기력으로 오만 재주 부리고 칭찬해줘 가며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기 전에는 꼭 읽기 독립을 할 수 있도록
엄마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왕이면 도서관에 가거나 빌려 보는 책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양질의 동화책, 소설, 단편, 문학, 인문, 과학,
역사책을 다양하게 구비해놓고 수시로 읽히고 오랜 시간 습관을 들여서 도서관을 가도 서점을 가도 좋은 책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도
중요하다.
하은맘이 생각하는 엄마표 영어는 엄마가 아이에게 영어를 가열 차게 가르치고, 주입하는 게 아니라 집에서
자연스럽게 영어 노출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다. ‘영어책 읽기’를 기반으로 영어 듣기 환경을 조성해야 해. 나 또한 수시로 이리저리 영어 환경
바꿔가며 실패도 해봤다. 그 과정에서 애 안울리고 주눅 들게 안 하고 부담 안주면서 픽처북 읽기→리더스북 읽기→챕터북 집중 듣기→챕터북 집중
읽기→영어 소설 읽기까지 이어져 오는데 험난했다. 휴~ / 106p
애 끼고 키워본 엄마 눈에는 보일 거다. 내 아이와 오~랜 시간을 같이 붙어서 지지고 볶으며 지내다
보면 아이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알고 싶어 하고 찾아보고 싶어 해. 그 불꽃 같은 호기심, 타오르는 탐구욕! 엄마가 아이 호기심을 외면하지 않고
바로 반응해주고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노출해준 아이 중에 ‘앎’에 대해 열광하지 않는 아이는 이 세상에 없다. 꽝꽝꽝! 그러니 책육아 안 할
이유도, 중간에 그만둘 이유도 없지 않소. / 125p
그 자연과학의 방대한 지식들이 아이의 평생을 이어갈 ‘학문의 불꽃’이 되고, 엄마와 재잘거렸던 애착
대화들은 그 아이 인생의 ‘심리적 배후’가 되어 그 어떤 시련을 만나도 ‘나한텐 엄마가 있는데 뭐 그까이꺼~!’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뚫어내고,
그 난관을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로 딛고 일어서서 쭈~욱 성장해나가는 거다. 몸으로 많이 놀고, 운동 많이 한 애들이 단연 머리도 좋아. 뇌는
생각의 근육이거든. 몸 근육의 발달이 뇌세포 발달로 이어지고, 시냅스에서 신경 전달 물질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뉴런이 자라나 점점 더 머리 좋은
아이가 되는 거라고. / 136p


책을 읽으며 책육아의 노하우만큼 인상 깊었던 것은 교육에 관한 부모의 불안한 마음을 엄한 곳에 돈으로 충족시키기보다 진짜 아이에게
필요한 곳에 쓰이는 법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그녀는 돈이 들 것도, 남 신경 쓰며 이것저것 챙겨 입히고, 들러 매게 할 것도 없다며
말하길, “내 아이 자체가 정답이고, 명품이고, 보석이라는 확신만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된다. 돈은 차곡차곡 강제로 모아뒀다가 물건이 아닌
‘경험’에, 관광 여행이 아닌 ‘봉사 여행’에, 의미 없는 모임이 아닌 ‘진정한 만남’에, 주입식 학원 뺑뺑이가 아닌 ‘학습 탐사’에 쓰자고,
근사하게. 돈은 이렇게 쓰는 거다.”고 단언한다. 학습이든, 봉사든, 여행이든 뭐가 됐든 애가 두 눈을 부라리며 나 꼭 가보고 싶다고,
경험해보고 싶다고, 오래 꿈꾸고 준비했다고 할 때 “그래, 네 돈 많이 모아놨어. 이것 봐! 뭐든 해! 어디든 가봐!” 하고 훨훨 나는 애
뒤에서 팔짱 끼고 있는 ‘어깨 뽕 음흉 미소 개간지 모친’이 되어보는 것, 참 멋진 엄마 같지 않은가.
믿어줘. 나 자신을 믿지 못하면 애도 못 믿어. 그럼 이토록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 눈을 보면서도 정신이
딴 데 가버린다구. 불안하면 망해. 육아는. 알겠어? 모든 아이는 지극히 정상이야. 아이는 엄마의 거울일 뿐이고. 엄마의 불안, 긴장, 두려움을
오만 짓거리로 비춰줄 뿐이라고. ‘불안’은 애미의 후진 과거의 흔적에서 오는 거지 애한테서 오는 게 절대 아니다. 못난 놈도, 이상한 놈도, 덜
된 놈도 없어. 애미 불안이 애를 망치지 않게 세상에서 눈 돌려 아이만 봐. 분~명히 어제보다 컸어. 이제 너만 크면 돼. / 269p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직설적이고 단호한 화법에 때로는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결국엔 아이 앞에서 불안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믿어주라는
그녀의 확신에 찬 조언은 내가 보여주는 세상에 따라 아이의 세상도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물론 그녀가 주장하는 것들이 모두에게 적용될
수 없고, 정답이라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실컷 놀면서 엄마의 의지가 아닌, 자기 주도적으로 살며 책육아로 큰 아이는 인생에서 꼭 통과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인 입시에서도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며 엄청난 몰입의 힘을 보여준다는 것. 그러니까 초·중·고등을 지나 평~~생에 걸쳐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 이것만큼은 꼭 엄마가 옆에서, 앞에서, 뒤에서 독려하고 함께 풀어야 할 절대적 과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