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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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의지로 충만한 이들, 운동에 의지가 꺾인 이들이라면 모두 주목하시라!

운동하는 여성을 위한 어느 운동 유목민의 참 운동 응원 에세이!

 

 

   “여자 연예인 출산 3개월 만에 OOkg 감량!”, “OOO, 두 아이 엄마 몸매 맞아?”

   출산 후 여자 연예인이 연예 뉴스 면에 나올 때면 꼭 이런 헤드라인이 등장한다. 출산한 지 불과 몇 개월이 채 되지 않았는데 아랫배가 쏙 들어가고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는 날씬한 몸매를 하고서. 올해 둘째 아이를 출산한 나로서는 이런 기사가 썩 달갑지 않다. 내 몸 관리에 투자를 할 여력이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부족한 나는 나름 합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처럼 되지 못하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끼고 마는 것이다. 출산을 하고서도 날씬해야 하고, 아이 엄마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탄탄하고 관리된 몸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인식은 나만 불편한 것일까.

 

 

 

   그러면서도 미련해보이고 싶지 않아서, 관리 안하고 늘어져있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홈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먹는 양을 절반씩 줄이고 틈틈이 훌라후프와 세라밴드를 이용하고, 유튜브에 올라오는 각종 ‘홈트’ 영상을 따라하면서 그렇게 감량한 지 3개월 만에 나는 딱 임신 전의 몸무게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아기띠를 하고 석 달 내내 하루에 만 걸음 이상을 걸었던 게 무리였는지 고관절 통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저 내 몸 하나 믿고, 빠지는 몸무게를 보니 즐거워서, 출산 후라는 것도 잊었다가 결국 지금은 운동 중단 사태로 이어지고 말았다. 덕분에 다시 몸무게는 오르고, 그렇게 오르는 몸무게를 보며 자괴감과 불안을 느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육아를 하는 데 필요한 체력을 얻고, 출산 후에 기초 체력을 회복하는데 중점을 두었더라면 체중계에 수시로 오르락내리락하며 몸무게에 집착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했을지도 모르고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죄책감이라도 느끼듯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라면서 운동을 단순히 ‘지방을 태우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지금 나의 몸을 어서 벗어나고 바꾸어야 할 수치스러운 ‘나쁜 몸매’로 해석하고, 미용 목적 혹은 나의 몸을 성적 대상의 맥락-남자친구가 싫어한다, 남편이 좋아한다-에서 접근하지는 않았는지. 각종 미디어나 SNS를 통해 자기 관리와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오늘날, 내가 생각하는 운동이란 무엇이고 나에게 맞는 운동이란 무엇인지부터 우선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일확천근의 꿈, 금메달 따려고 운동하는 거 아니니까요

 

 

   여러 운동을 전전하며 오랜 세월 운동 센터의 ‘회원님’으로 살아온 작가 이진송의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란 에세이가 이목을 끈다. 스스로를 운동 유목민이라 자처할 만큼 그녀는 ‘체험판에 가까운 수준으로 이 운동, 저 운동을 전전’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헬스, 복싱, 수영, 댄스, 요가, 스쿼시, 아쿠아로빅, 승마 등등 줄을 잇는 그녀의 운동 경험담을 보면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그야말로 ‘운동 센터 기부 천사’라고 할 만하다. 그러다보니 매번 운동의 재미에 푹 빠지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의 심정과, 여러 운동을 전전하는 가운데 겪게 되는 불편한 현실과 사회적 시선을 기록한 그녀의 글은 마치 내 이야기처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다정도 체력이라는 말이 있던가. 둘째 아이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고 나면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하원을 하고, 그때부터 저녁 준비에 틈틈이 첫째 아이와 놀아주고, 그 사이에 둘째 아이가 울면 달래주고 그러다보면 저녁 식사 시간이고, 설거지와 정리로 마무리를 하고 나면 곧바로 아이를 씻기고 재워야 한다. 자장자장, 토닥여주다 내가 까무룩 잠이 들기 일쑤고 얼마 자지 않았던 것 같은데 둘째 아이가 새벽에 자지러지게 운다. 이런 일상이 몇 달째 지속되고 있다 보니 간혹 너무 지친다 싶으면 아이의 사소한 짜증에도 울컥 화가 치민다. 저자 역시 마법의 단어 ‘스트레스’에 몸과 마음이 갉아 먹히는 기분을 수시로 마주하는 모양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사소한 실수에도 지나치게 엄격해지고, 퇴근하고 만나는 가족에게 짜증이 난다고 고백한다. 아, 이러다 나는 결국 짓무르고 터지겠구나. 일터가 나를 빨아먹는 대로 내버려뒀다가는 애먼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겠구나, 하고 점점 실감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러니 운동하고 체력을 단련하는 일은 단순히 나 혼자 잘 살려는 목적만이 아니라, 공정한 마음을 기르고 타인을 정확하게 사랑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그녀의 말에 공감이 간다. 언제나 다정하고 너그러울 수는 없겠지만, 그런 순간을 늘려가겠다는 마음으로, 체력을 키우고 운동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보니 몸의 변화는 내가 가장 뚜렷하게 느끼고 있었다. 복근과 등근육이 발달하면서 구부정하던 자세가 많이 좋아졌고, 통증이 사라졌다. 예전보다 근육이 더 단단해졌고 아침에 일어나기도 훨씬 수월했다. 변수가 있는 검사 기기보다 나의 24시간을 운영하는 동력에 집중하자 성과에 대한 집착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나도 황의 말처럼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무언가를 조금씩 적립하는 중이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다. / 66p

 

 

 

 

 

 

   『모두 거짓말을 한다』라는 책에 의하면 ‘어린 자녀에 관련된 질문’에서 ‘내 딸이 과체중인가요?’라는 질문이 아들의 과체중을 묻는 질문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많았다고 한다. 딸의 체중은 전 세계 양육자, 특히 유전자를 나눈 부모, 그중에서도 엄마에게 너무나 중요한 문제인가 보다. 여성복의 사이즈는 44, 55, 66으로만 삼분할되고 이 중 어디에 속하는지가 여자의 가치를 결정한다고 굳게 믿는 세상에서, ‘표준’이라고 제멋대로 설정한 사이즈보다 몸이 크면 별의별 차별과 혐오 발언을 듣는다. 운동에서라고 예외는 없다. 운동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항상 날씬하고 날렵하다. 가늘고 탄탄한 몸은 여성 운동의 궁극적 목적이나 결과로 제시된다. 오히려 건강한 몸이 아니라 마른 몸을 추구하고, 표준 체중이 아니라 근거 기준이 무엇인지도 모를 미용체중에 몸의 무게를 맞춰 그것을 이상적인 몸매라고 부추긴다. 많은 운동이 남자의 몸은 ‘키우고’ 여자의 몸은 ‘줄이는’ 데 치중한다는 사실에서도 성별의 격차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처럼 저자는 운동 열풍이 부는 한편으로는 ‘마르고 탄탄’한 몸을 관리 능력, 운동 내공으로 환산하는 기묘한 공기에 우려를 표현하며 자신의 경험담과 이것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함께 고민해본다. 그 과정에서 몸매 타령밖에 못 하는 빈약한 상상력은 뭇매나 맞으시라, 이 통쾌한 한 마디가 가슴을 뚫는다.

 

 

 

남학생의 운동장과 여학생의 운동장은 신체 활동과 운동의 기회 여부에 따라 다르게 구획되는 ‘장소’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 운동장이 남학생들에게 전유되는 현상을 지적했다가 ‘운동장 여교사’로 불리며 온갖 비난과 공격을 받았다. ‘내’가 부정한다고 해서 현실에 존재하는 차별과 불평등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좀 받아들여야 할 텐데. 운동장의 성별 불균형은 페미니즘뿐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도 중요한 의제다. 운동장은 여학생을 밀어낸다. 동시에, 학교의 교육과 우리 사회의 규범을 체화한 여학생도 운동장을 밀어낸다. 이는 결국 운동장이라는 공간이 상징하는 운동 그 자체와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 41p

 

 

여자의 물리적 힘 행사를 괴상하고 기이한 것, 특별한 폭력성의 표출 정도로 만들어버리는 관습 안에서 복싱과 주짓수는 황에게 자신의 힘을 긍정하고 정확하게 행사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도, 황은 운도 따랐다. 좋은 관장님과 선생님을 만나, ‘운동하는 내 몸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라보는 나’에 구속되지 않고 운동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 재미가 아니라면 아무리 당위가 충분해도 꾸준히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운동은 몸과 마음이 모두 따라야만 하는 행위다. / 67p

 

 

 

 

 

 

   이렇듯 여성으로서 운동의 공간에서 마주하는 차별과 배제, 혐오의 문제들을 마주하다보면, 그 속에서 어떠한 마음가짐과 태도로 운동을 하고 또 중심을 잡아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중요성을 보다 절실히 깨닫게 된다. 나는 그동안 내 몸을 그저 빼야 할 대상, 가꾸기의 대상으로만 인식해왔던 것은 아닌지, 그래서 날씬한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몸에 스트레스만 준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덕분에 이제는 스트레스 받지 않고, 부상의 위험을 줄이며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으려면 우선 내 몸에 대해서 샅샅이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회와 미디어에서 제시하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몸’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똑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나는 다른 조건과 다른 신체를 가지고 있기에 개인차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도. 토익 학원에 등록한다고 모두가 원하는 토익 점수를 따는 게 아니듯이, 수영을 배우러 가도 모두가 같은 속도로 4주 안에 자유형을 마스터할 수 없듯이, 수치 하나하나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고, 살이 쪘다고 죄송해할 이유는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지금의 시행착오를 거쳐 생존 수영 교육이 안정적으로 안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름다운 영법이나 기록, 다이어트의 효과보다 수영의 효용이 더 부각되기를 바란다. 수영뿐만 아니라 수영에 대한 개인의 능력치나 신체 조건, 심리적 부담감이 다르다는 사실도 함께 교육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뻔히 물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연예인을 억지로 물에 빠뜨리는 예능을 재미있다고 내보내는 나라에서는 이러한 감수성 교육이 필수적이다. 개인의 특성까지 고려하는 수영 교육이라니, 일견 이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성과가 더디더라도 꼭 필요한 역할을 해내는 것이 공교육의 존재 이유다. / 94p

 

 

산을 오를 때 목표만 보는 사람이 있고, 눈앞의 풍경과 꽃과 풀과 흙과 나무의 냄새를 더 중시하는 사람이 있다. 운동의 궤적은 퀘스트를 깨듯 쭉쭉 나아가기만 하는 전진형보다, 어제보다 조금 더 멀어진 지점을 찍고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나선형에 더 가깝다. 변화하는 몸은 ‘이미 깬 판’과 달리 ‘나’와 단절되거나 지나가지 않고, 매번 똑같은 위기나 다른 변수에 봉착하기도 한다. 그러니 얼마나 멀리 가느냐보다 얼마나 꾸준히 나가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 167p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는 그간 운동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내 몸에 대해 가졌던 죄책감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사실 이런 것 저런 것 다 차치하고 이 작가의 유쾌하고 찰진 입담 때문에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래서 운동의 재미니 건강의 중요성을 떠나 그냥 작가의 입담에 빠지는 재미라도 느껴보시라 추천하고 싶다. 나는 그간 고관절 통증으로 내려놓은 운동이 내내 마음에 쓰였는데, 살을 빼는 게 목적이 아닌 고관절 강화와 체력 키우기에 중점을 둔 운동법부터 차근차근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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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도 근육이 붙나 봐요
AM327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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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하고 단단한 삶을 위해, 여기 내가 있음에 집중하는 시간!

몸과 마음에 차곡차곡 정성이 쌓이다보면 어느 새 오랜 상처와 아픔이 훌훌 사라진다!

 

 

   “엄마, 미워. 엄마랑 이제 안 놀 거야.”

   5살인 첫째 아이가 최근 들어 부쩍 하는 말이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게 있으면 펑펑 울면서 밉다는 말을 곧잘 하곤 한다. 그런데 그게 어쩔 때는 귀엽게 보이다가도 어쩔 때는 명치에 쿡, 하고 와 박힌다. 울컥하는 마음에 나도 “#$#^#%$%&*!!!” 하고 소리치고 싶지만 다섯 해를 아이와 함께 하다 보니 이젠 일을 키우기보다 적당히 타협하는 걸 택하게 된다. 그렇다고 아이가 복에 받쳐 울고 있을 때는 어떤 설득의 말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우리 잠깐만 시간을 갖자.” 하고 잠시 방에 들어가 숨고르기를 한다. 들이 마시고, 내쉬고. 오르락내리락하는 들숨과 날숨에 치솟았던 감정이 하나하나 누그러진다.

 

 

 

   아, 아니다. 솔직해지자. 사실 이건 열에 두어 번 정도? 대부분의 경우 나는 아이와 감정싸움에 치닫는다. 나에게도 이렇게 욱, 하는 면이 있었나. 차곡차곡 담아두는 일에 익숙했던 나였는데, 이게 이렇게 어이없게 터져버릴 일인가. 돌이켜보면 별 것 아닌 일인데, 불쑥불쑥 그렇게 서럽기까지 할 때가 있다. 엄마로서도, 어른으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나는 아직 내공이 부족한가보다. 그래서 요즘은 문득 육아책으로 육아 기술을 늘리는 일 보다 내 마음 다독이는 일이 더 시급하게 느껴진다.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면, 그래서 단단해질 수 있다면 조금은 덜 흔들리고, 덜 휘청일 수 있을까.

 

 

 

 

 

 

오늘도 나마스떼! 균형 잡힌 삶을 위해

 

 

 

들숨에 호흡으로 내 몸을 가득 채웠다가

날숨에 남김없이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세요.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여기에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그저 바라보세요. / 44p

 

 

 

   『마음에도 근육이 붙나 봐요』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AM327이 나답게 잘사는 것에 관심이 많아 미숫가루 탄 물처럼 뿌연 마음을 정면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며 그렇게 마주한 생각을 붙잡아 꾸준히 기록한 에세이다. 자주 크게 감탄하고 자주 크게 분노하는 성정을 가진 나를 잘 보듬어서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던 그녀의 소망에 살포시 지어지는 미소처럼, 소박하면서 정감 있는 그림체와 다정한 글귀가 마음을 이끈다. 여기에는 회사 생활 10년 차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마음속 깨달음으로 회사를 뛰쳐나와 버렸으나, 고정적인 수입을 포기한 대가로 이리저리 휘청이다 만난 요가를 통해 몸을 바라보는 대신 마음에 근육을 채우고, 일상에 중심을 지탱하는 법을 배운 지난 과정이 그려져 있다.

 

 

 

머리로는 알아도 몸이 따라주지 않던 동작에서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갔을 때 마음 가득 희열을 느껴요. 하지만 하나를 알았다고 좋아하면 그 앞에 또 다른 숙제가 펼쳐지는 느낌을 자주 받아요. 같은 동작을 해도 매일의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어제 했던 동작이 오늘은 안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하나를 깨달을 때마다 몸짓의 깊이가 어제와는 달라진 것을 분명히 느끼죠. 요가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관찰하게 하고, 한없이 겸손해지게 만들어요. 그렇게 깨달음의 반복을 통해 요가를 하면 할수록 내 안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가요. / 73p

 

 

 

 

 

 

   책은 요가를 처음 접하는 이들을 위해 요가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바른 자세, 호흡법, 몸과 마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한 컷 한 컷 정성을 다해 담아놓았다. 요즘처럼 다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는 ‘비탈라사나 마르자리아사나’로 호흡기 기능을 향상시키고, 발목을 발달시키고 굳은 어깨를 풀어주기 위해서는 ‘가루다아사나’를, 고단하고 지친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아도무카 스바나아사나’를, 무너진 몸과 마음에 균형을 잡기 위해 ‘우르드바 프라사리타, 에카파다아사나’란 동작을 차근차근 실행한다. 그러는 동안에 잘 되지 않던 동작을 꾸준한 연습으로 성취해봄으로써 내 몸과 마음을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재미를 느끼고,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진짜 ‘잘’ 사는 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가끔 마음 속 검은 꽃이 자라는 느낌이 들 때 가슴을 활짝 여는 ‘푸르보타나사나’를 하며 마음까지 활짝 열어보고,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이 정도면 괜찮은지, 이 정도는 어떤지 몸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봄으로써 나와 대화하는 법을 익혀나가기도 한다.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소개된 동작들을 따라해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이리 휘청 저리 휘청, 다리와 팔은 부들부들, 뭐하나 마음처럼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나이가 들고 아이를 둘 낳고 보니 몸은 천근만근이고 뻣뻣하기는 젓가락 같아서 어느 하나 만만한 동작이 없었던 것이다. 이건 전문가가 하는 것 아닌가, 좌절하려는 찰나에 책의 어느 한 대목이 내 마음을 붙든다. 저자도 한 자세에 머무는 동안 느껴지는 떨림을 늘 속상하게 여겼는데, 강사분이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한다. “매트 위에서의 흔들림도 움직임의 일부랍니다. 그런 나를 스스로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조절이 가능한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요?” 라고 말이다. 어디 매트 위에서일뿐일까. 덕분에 우리는 흔들리고 때로는 상처받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삶에서의 좌절도 인생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여야겠다는 유연한 자세를 배우게 된다.

 

 

‘변하지 않는 것은 보석이 된다’

이 문장을 참 좋아해요. 제 꿈은 귀여운 할머니가 되어 오래오래 그림을 그리는 거거든요. 그러려면 지금부터 세상을 세심히 바라보며 나의 이야기를 그려 나가야겠죠. 가치 있는 주름살을 만들며 깊어지고 싶어요. / 198p 

 

 

 

 

 

 

   요가란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나아가는 게 중요하듯이 우리 인생도 무리하지 말고, 나를 채근하기보다 응원해주면서 천천히 나아가는 법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가장 어려운 그 깨달음에 최대한 관대해져보는 건 어떨까. 외부를 향한 눈을 잠시 가리고 내 안에 있는 눈을 뜨고 그저 여기 있음에 집중하는 시간. 그 시간이 현재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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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 2018년 공쿠르상 수상작
니콜라 마티외 지음, 이현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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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대한 열정으로 번뜩였지만 그래서 한없이 유약했던 그 시절!

사랑과 분노, 희망과 좌절로 얼룩졌던 우리 젊은 날의 이야기!

 

 

Smells Like Teen Spirit.

‘아직 신곡이나 다름 없는 그 노래는 미국 어딘가 갈 데 없는 백인 청소년들이 체크무늬 남방을 입고 싸구려 맥주를 마신다는 후미지고 가난한 도시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노래는 가난한 노동자 자녀들, 불량 청소년들, 위기를 맞은 사회 낙오자들, 어린 미혼모들, 오토바이족, 마약쟁이들, 직업반 아이들을 중심으로 바이러스처럼 번져나갔다. (중략)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산업화가 해제되어 버린 도시마다, 가난한 마을마다, 이렇다 할 꿈 없이 살아가는 청소년들이면 누구나 시애틀 출신의 그룹 너바나가 부르는 이 노래를 들었다.’ / 80p

 

 

 

   우리는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에서 부조리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들의 강렬하지만 변함없이 쓸쓸한 연민의 지독한 냄새를 맡는다. 후미진 틈 사이에서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와 그 안에서 갈 곳을 잃은 10대들의 얄팍한 삶을, 사회가 원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부적응자로 낙인찍히는 위기의 20대들을, 그렇게 등 떠밀린 채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내일을 살게 될 나날들을.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은 프랑스의 변두리 도시 속에서 너바나의 음악으로 대표되는 1990년대 사춘기 청소년들의 불안한 열망이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볕처럼 펼쳐진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을 때 무엇을 해도 안 된다는 것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내 젊은 날에 대한 위로가 그곳에 있었다.

 

 

 

 

 

 

사회적 위계와 소외를 맛본 첫 경험의 기억, 그 생생한 증언

 

 

   19세기 산업 혁명과 더불어 유럽 철광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여 번영과 전성기를 누렸던 프랑스 북부 로렌 지방의 도시 에일랑주. 하지만 세계화의 바람을 겪으며 제조업이 쇠퇴하고 용광로가 폐쇄되면서 한때 뜨거웠던 도시의 열기는 서서히 식어가다 마침내 흉물로 변해버렸다. 도시 곳곳은 이제 어디를 가도 고름이 쌓이다 못해 곪아서 터져버릴 지경이었고, 어설픈 이상주의와 권태가 사람들의 삶을 좀먹고 있었다. 이제 막 열다섯 살이 된 앙토니는 동네를 한 바퀴 돌 때마다 살짝 열린 지붕 밑 창틈으로 새어나오는 마리화나 타는 냄새를 맡고, 그의 가족은 언제 폭발해버릴지 모를 감정을 간신히 억눌러 담아 꾸역꾸역 살아갔다. 으레 그 시절의 청소년들이라면 그러하듯 또래 사이에 유행하는 것에 민감하고 그들처럼 하지 않으면 빚쟁이가 되는 것 같았던 앙토니는 곧잘 엉뚱한 짓을 벌이곤 했다. 사촌과 함께 동네 호수 저편에 ‘누드 비치’가 있다는 소문에 카누를 훔쳐 타고, 마리화나를 나눠 피우며 소녀들과의 성적 충동에 쉽게 이끌렸다. 그것은 이 갑갑한 곳에서 그나마 찾을 수 있는 유희이자 해방구였다.

 

 

탐욕스러운 공장의 몸체는 할 수 있는 데까지 버텼다. 선택의 기로에서 공장은 출퇴근길과 노동자들에게 쌓인 피로를 쥐어짜 연명했으며, 물건들이 일단 부려졌다가 무게 단위로 팔려 나간 다음에는 이 도시에 잔인한 출혈만 남긴 운송망들이 공장을 먹여 살렸다. 유령 도시처럼 변하고 구멍이 숭숭 뚫린 이곳은 벽을 창백하게 뒤덮은 항의 문구, 산탄이 곰보처럼 박힌 표지판의 기억에 의지하며 잡초에게 먹힌 자갈처럼 살아갔다. / 139p

 

 

어슴푸레한 불안이 엄습하면서 더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억압, 유년, 치러야 할 대가고 뭐고 전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순간순간 기분이 너무 나쁜 나머지, 이런저런 생각이 화살처럼 빠르게 머릿속을 통과하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 균형 잡힌 머릿속과 몸에 잘 맞는 옷, 자가용까지 두루 갖춘 사람들이 잘도 등장하건만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앙토니는 자책감이 들었다. 학교에선 꼴찌에 뚜벅이 신세, 여자 친구 하나 없고 별 일 없이 지내는 일조차 서툴기 짝이 없는 신세가 미워졌다. / 155p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사촌과 ‘누드 비치’에 갔다가 우연히 스테파니와 클레망스를 만난 앙토니는 스테파니에게 단숨에 빠져버렸고, 강 건너 부촌 아이들이 벌이는 파티에서 그녀와 만나기 위해 아버지가 아끼는 오토바이를 훔친 것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차가운 냉대와 마리화나나 환각제 같은 것을 돌려 가며 얄팍한 우정을 나누는 부촌 아이들의 허울뿐이었다. 문제는 그곳에서 환각제를 들이켜고 졸도한 앙토니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아버지의 오토바이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한편, 옆 동네 아랍 이민자 밀집 구역에 사는 열여덟 살의 하신은 이 동네에서 제일 잘 나가던 약 도매상이었으나 마리화나 품귀현상으로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상태였다. 하루하루가 감옥처럼 여겨져는 이곳에서의 삶을 하루빨리 청산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였다. 아버지처럼 살다가 아버지처럼 인생을 끝낼 수는 없었다.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국립 고용 센터에 거짓 이력서를 들고 가 기웃거려 보기도 했지만, 그저 훔치고 달아나고 분노하는 일밖에 뚜렷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일단은 당장 훔친 앙토니의 오토바이를 팔아서 돈을 구할 생각이었는데, 앙토니가 엄마와 동행해 아버지를 찾아온 바람에 수치심에 따른 복수심으로 그만 오토바이에 불을 질렀다. 이때부터 그들은 절대 화해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게 되었다.

 

 

 

‘이민자’라는 한마디로 모든 것이 정리되지 않을까? 아니면 아무도 자발적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 무국적자 신세? 왜냐하면 이 아버지들은 두 개의 언어, 두 개의 강, 박봉, 존중받지 못하는 처지, 자녀들에게 물려줄 변변한 유산 하나 없는 뿌리 뽑힌 사람들이라는 균열 사이에 간신히 그리고 여전히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운명은 자녀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원통함과 경멸을 물려주었다. / 429p

 

 

 

 

 

 

   소설은 오토바이 도난과 방화 사건을 시작으로 부모인 파트릭과 엘렌이 이혼하고, 중학교를 간신히 마치고 고등학생이 된 뒤 군대에 자원입대했다가 의병 제대하고도 여전히 저소득층 사회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앙토니의 궤적을 따라간다. 그 사이에 하신 역시 고향 북아프리카로 돌아가 마약 거래인으로 크게 돈을 벌었지만 사기를 당하고, 결국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 결혼을 하고서도 이렇다 하게 나아질 것 없는 비루하고 옹색한 삶의 연속을 사실감 있게 펼쳐 보인다. 이외에도 우울과 무기력 그리고 지독한 권태 속에서 반복된 일상을 견뎌내야 하는 앙토니의 엄마 엘렌, 맨정신에 있을 때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은, 그래서 알코올에 의지해 기울어진 삶을 추스를 능력이 사라진 아버지 파트릭,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엘리트 코스를 향한 독촉에 시달리는 스테파니와 클레망스의 일상들도 함께 전개된다. 특히 끊임없이 주변을 서성이는 남성의 시선들, 나머지 모두를 시시하게 만들어버리는 사회적 능력이란 권력의 힘을 스테파니의 목소리를 통해 담아낸 점은 이 소설이 남성의 서사뿐만 아니라 여성의 서사까지 입체적으로 다룬 보기 드문 수작임을 입증한다.

 

 

 

본래 하신은 재교육을 위해 그곳에 보내졌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는 더 망가졌고, 성매매 업소에 드나들었으며, 아버지가 육 개월 동안 일해서 벌던 돈을 하루 만에 벌어들이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사업의 세계라는 것이 우습게 여겨졌다. 수송 경로를 통해 하신이 고용한 사람, 그 사람이 먹여 살리는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이 마약 거래는 여러 면에서 옛날의 주요 산업 지도를 재생산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었다. 베드타운에 밀집한 다수의 수공업자들, 외국인이 주를 이루는 가방끈 짧은 이들이 이제 블루칼라를 대신할 금싸라기 산업인 딜러업에 종사하게 된 것이다. 이 새로운 프롤레타리아의 철학은 상업학교가 아니라 계급 간의 최종 투쟁에서 나온다는 것으로 비교는 끝난다. / 350p

 

 

조상대대로 전해 내려온 유산을 더욱 견고히 하는 엘리트들은 그에 걸맞게 두둑한 보상을 받고 왕조를 소생시키고 프랑스의 피라미드라는 끔찍스러운 건축물을 한층 더 튼튼하게 다져 주었다. 소위 ‘유능한 인재’들은 궁극적으로 출생과 혈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았다. 그것은 또한 법률가와 사상가들, 프랑스 혁명의 악마들, 또는 공화국의 검은 경기병이 꿈꾸던 바이기도 했다. 실제로 역사에서 엄청난 분류 작업, 엄청난 응집, 계층 구조의 지속적인 교체 프로젝트가 이루어졌다. / 389p

 

 

 

 

 

 

 

  이렇듯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은 번영과 성공으로부터 물러나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마을 속의 사람들을 통해 유전처럼 되물림되고, 달아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되돌아오고야 마는 끔찍한 삶의 관성들을 여러 인물의 시선에서 집요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집에 함께 사는 아이가 자식이 아니라 웬수가 되었음을 발견하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위대한 사랑 외에 다른 힘이 있다는 것을, 주간지의 페이지를 채우는 하찮은 가십, 무사안일, 열정적으로 살기, 정신 나간 듯이 성공하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 의도와 상관없이 그들 모두 벗어나고 싶어 했던 이 촌구석에서 날이면 날마다 뜨개질하듯 이어지는 삶, 아버지들과 너무나 닮은 존재가 되었다는 점, 느릿하게 찾아오는 저주까지. 순종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는 삶에 대한 기나긴 수치심은 마치 우리네 삶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카린을 보는 것만으로도 앙토니는 불편해졌다. 이 여자들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똑같은 기쁨, 똑같은 고통을 선사하는 자녀의 존속만을 위해 스스로 무너지며 하녀나 다름없는 신서를 자처한다. 모든 것이 앙토니에게는 심각할 정도로 우울했다. 그 소리 없는 집요함 속에서 앙토니는 자신이 속한 계급의 운명을 그려 보았다. 최악은 가스레인지 앞에서 세월을 보내는 여자들의 자각 없는 몸, 넙데데한 엉덩이, 불룩한 뱃살을 통해 영원히 지속되는 종족의 법칙이었다. 앙토니는 가족을 증오했다. 가족은 목적도 끝도 없이 연장되는 지옥이었다. 그는 길을 떠나고 기적을 만들 것이다. 다른 것을 이룰 것이다.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 553p

 

 

 

 

 

 

   세계 3대 문학상이라 불리는 공쿠라 상 수상작답게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은 묵직한 두께와 여러 인물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매우 정교하고 입체적인 서사를 통해 생에 대한 열정으로 번뜩였지만 그래서 한없이 유약했던 그 시절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재현해낸 작품이다. 덕분에 소설을 읽는 내내 너바나의 사운드가, 특유의 패배주의가, 마이너적인 감성이 하나의 결을 이루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외로 높은 가독성에 깊은 공감까지 불러일으키니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이유로 진입 장벽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에게 꼭 이 책을 추천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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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요리 백과사전 - 한국인이 좋아하는 진짜 중국 음식
신디킴.임선영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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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만나보지 못한 중국요리 교양서의 완결판!

해박한 지식과 생생한 사진으로 보는 맛까지 즐기는 중국요리에 관한 모든 것!

 

 

 

   최근 ‘마라’ 열풍이 대세다. 워낙 맵고 얼얼하고 뜨거운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제격인 듯 치킨, 라면 등에 까지 마라 소스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선보이고 있다. 불과 몇 해 전만 하더라도 마라탕, 마라샹궈 등 중국의 정통 마라 요리는 일부 마니아 혹은 여행지에서나 찾아먹는 음식에 불과했기에 한국에서의 이 같은 유행이 흥미로울 따름이다. 거기에 중국요리 하면 짜장면이나 짬뽕 혹은 탕수육으로 대표되는 중식당의 단골 메뉴 정도였던 것이 어느 새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소비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런 중국요리의 인기가 내심 반가운 듯 중국음식문화의 전문가이자 칼럼리스트인 『중국요리 백과사전』의 두 저자는 중국요리의 다양성과 내재된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한다. 워낙 가짓수가 다양하여 중국인들도 평생 다 먹어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지 않은가. 『중국요리 백과사전』은 이렇게 한국 독자들이 보다 쉽게 중국요리를 이해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되었다고 한다. 아울러 ‘음식은 예술이자 학문이다’라는 말에 힘입어 요리 안에서 복잡한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음식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도 살펴봄으로써 중국요리의 훌륭한 가이드가 되고자 한다.

 

 

 

중국의 8대 대표 요리부터 알아두면 득이 되는 중국요리 정보까지

 

 

   『중국요리 백과사전』은 중국 8대 요리의 역사, 지리적인 특징, 식재료의 종류, 향신료의 쓰임을 기본적으로 정리하여 그야말로 중국요리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백과사전이다. 저자는 지난 5천 년 동안 지리적 환경, 역사의 흐름, 소수민족의 특성을 다양하게 융합하여 이어온 중국의 음식 문화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사상, 도덕 관념, 자연관과 민족관, 생활 방식, 신앙과 예절에 이르기까지 한 그릇의 음식에 이를 오롯이 담아낸 중국 특유의 음식 미학을 소개하고자 한다.

 

 

 

맛에는 절대적 기준이 없습니다. 오감의 기분 좋은 충돌로 새로운 맛이 탄생하며 사람을 즐겁게 합니다. 중국요리는 거대한 용광로 같습니다. 동북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로 이르는 광활한 대지, 사시사철을 한순간에 포용하는 계절의 신비가 요리에 녹아들었습니다. 요리사는 식재료에 따라 칼을 다루고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향신료를 연구합니다. 불의 세기는 날것과 익힘 사이에서 절묘한 식감을 발견해내었습니다. 소수민족의 자양한 생활 문화는 중국요리에 개방과 창조의 기틀을 마련해주었습니다. / 14p

 

 

 

 

 

 

   책은 지역적으로 분류된 중국의 8대 요리를 기준으로 역사, 특징, 식재료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았다. 중국요리는 범위가 넓고 다양하여 이를 체계화하려는 노력이 지속되었는데, 청나라 때 산둥요리, 쓰촨요리, 광둥요리, 화이양요리로 나누었던 것을 저장요리, 푸젠요리, 후난요리, 후이저우요리를 추가하여 지금의 중국 8대 요리를 완성했다고 한다. 그 첫째인 산둥요리는 중국 궁중요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향기가 특별하며 맛이 짜고, 씹는 맛은 부드러우며, 채색이 선명하고 조형이 섬세한 것을 특징으로 한다. 중국 북부지역 요리의 정수이자 황하 유역의 식문화를 대표하는 루차이의 조리법으로 ‘빠오’가 가장 유명한데 고온의 기름에서 살짝 튀기는 방식이다. 중식 셰프의 현란한 웍 돌리기 기술이 바로 이 빠오법에서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책에서는 중국 산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파와 전병을 이용한 음식 지엔빙따충과 계란 노른자를 부서지게 볶은 모양이 노랗게 핀 꽃잎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무쉬러우 등의 요리를 소개한다.

 

 

 

공씨 집안의 연성공은 다양한 요리를 개발해 제사에 참석한 황제와 관리들을 융숭히 대접했고, 그것이 중국 최고의 연회 요리, 쿵푸연이 되었습니다. 중국요리의 최고봉이라 부르는 ‘만한전석’도 쿵푸연에서 발전된 형식입니다. 쿵푸연은 그 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아 2015년 유네스코 무형 문화재로 등재되었습니다.

쿵푸연은 공자의 탄생일, 기일, 집안의 가례에 따라 군(君), 신(臣), 부(父), 자(子) 등 직분에 따라 연회 규모와 형식을 갖추었습니다. 1등연은 황제를 모시는 만한연으로, 청나라 국빈연회의 기준에 따라 은식기에 196가지의 산해진미가 등장합니다. 2등연은 집안 자제들의 혼례상으로 고기와 야채, 견과류, 생선 등 모든 상에 오르는 음식과 가짓수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와 같이 연회상은 다양한 등급으로 나누어 그에 맞는 식재료를 엄선하여 조리해 올립니다. / 38p

 

 

  2010년 2월 유네스코는 쓰촨성 청두를 아시아 최초로 미식의 도시로 지정했다고 한다. 오늘날 청두에는 100평 이상의 레스토랑이 3만 7,000개가 넘는데 하루에 한 곳씩 방문해도 100년이 걸리는 셈이라고 하니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알려진 요리만 해도 6,000여 종에 달한다고 하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쓰촨요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맵다’인데, 얼얼하고 칼칼한 매운맛을 자랑하는 마라가 바로 이 요리에 해당한다. 책에서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외식 1순위로 최애템이라 할 수 있는 훠궈,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한국의 중화요리점에서도 맛볼 수 있는 닭고기 볶음요리인 궁바오지딩, 마파두부, 탄탄면 등을 소개한다.

 

 

 

 

 

 

   이 외에도 네발 달린 것이면 책상 빼고 무엇이든 요리로 만들어진다는 말이 이곳에서 나왔다던 광둥요리, 생선과 쌀의 고향인 장쑤요리, 미학적 가치가 뛰어나 문화적 상상력을 충족시키는 저장요리, 만드는 과정은 섬세하고 복잡하지만 평온하고 정갈한 푸젠요리, 중국식 매운 요리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후난요리, 산에서 채취하는 산나물과 차, 죽순, 버섯이 바탕이 되며 야생동물을 쓰고 민물 생선과 자라 등을 조리한 것을 특징으로 하는 후이저우요리까지 소개한다. 여기에 궁중요리와 귀족요리가 발달한 화북지역, 소박하고 푸짐한 가정식 요리가 특징인 동북지역 등의 기타 지역 요리까지 함께 소개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읽을거리가 풍부하다. 또한 각 요리마다 관련 역사와 특징, 식재료, 만드는 방법 등의 정보는 물론, 저절로 군침을 흐르게 하는 맛깔나는 사진까지 하나하나 담겨 있어 보는 맛까지 즐길 수 있다.

 

 

 

저장은 예로부터 많은 문인과 묵객들이 사랑한 지역입니다. 이 지역 요리는 당송 시기 문학작품에 자주 등장합니다. 항저우 출신 위안메이는 중국 최초의 요리서 『수원식단』을 저술하여 이 지역에서 발생한 요리의 특징과 조리법을 성실히 정리하였고 후세에 전해주었습니다. 먹성이 좋기로 유명한 시인 소동파는 지필묵을 깔아 음식의 향연을 벌이는가 하면 동파육, 동파전과 같은 요리를 직접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무협지의 대가 김용 선생도 고향이 저장인데 그의 무협지에도 저장요리가 많이 등장합니다. / 176p

 

 

매운맛의 3대 고장을 일컬으며 이런 말이 전해집니다. “쓰촨인은 매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후난인은 맵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꾸이저우인은 매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여기서 매운맛 즐기는 데 가장 고수는 후난인이 아닐까요. / 246p

 

 

 

 

 

 

   끝으로 ‘알아두면 득이 되는 중국요리 정보’는 중국요리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소소한 재미를 더하여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특히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이라면 중국의 접대 에티켓에 주목하자. 테이블이 하나일 때는 출입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또는 동쪽 자리가 상석이며, 상석의 왼쪽이 차석, 상석의 오른쪽이 삼석이라고 하는데 중국에서 자리 배정은 자칫 소홀하면 상대방을 무시당했다고 느낄 수 있다고 하니 기억해두면 좋겠다. 생선요리는 완전함을 상징하는 상서로운 음식이므로 꼭 하나씩 시키고, 절대 뒤집어 먹으면 안 된다고 하니 이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중국에서 생선을 뒤집는 행위는 “배가 뒤집혔다”는 의미로 전달되어 매우 불길한 뜻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국요리 백과사전』은 방대한 중국요리의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평소 중국요리에 대해서 잘 몰랐던 사람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읽는 내내 군침이 흘러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지금 당장 중국집 번호를 누르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평소 중국요리에 관심이 있거나 중국문화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의 도움을 받아보시길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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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결정하는 유·초등 교육 - 세계 최고의 교육에서 배우는 맞춤형 지혜
최창욱.유민종.이승화 지음 / 러닝앤코(LEARNING&CO)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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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계 유수의 교육 속에서 흔들리는 우리 교육 정책의 길을 찾다!

소중한 내 아이의 교육 방향과 가치관을 세우기 위해 부모들에게 꼭 권할 만한 책!

 

 

  지난 해, “초등학교 1·2학년은 영어보다는 모국어에 집중할 시기”라 하여 방과 후 영어 수업을 전면 폐지할거라는 소식에 학부모들이 크게 술렁거렸다. 2014년에 제정된 선행학습 금지법으로 인해 학교에서 선행교육을 하거나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법 때문이었다. 한창 우리말을 배워야 할 아이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치면 부작용이 우려되고, 지나친 선행학습 경쟁으로 영어 사교육이 증가될 수 있다는 이유로 찬성하는 여론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부모들은 방과 후 영어수업 폐지가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생각했기에 반발이 컸다. 이는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기회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있어서 결국 유예 기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그러던 중 2018년 10월, 교육부는 ‘유치원 방과 후 과정에서 놀이중심 영어를 허용’하기로 밝히면서 금지되었던 초등학교 1·2 학년 영어 방과 후 수업도 다시 운영할 것을 결정했다. 당장 2년 뒤면 학교를 보내야 하는 아이의 부모로서 반가운 소식이기는 했지만, 다음에는 또 어떻게 바뀔지 매번 흔들리는 교육 정책으로 인해 혼란스럽고 불안한 마음은 해결되지 않았다.

 

 

 

   교육 전문가 3인이 모여 쓴 『인생을 결정하는 유·초등 교육』에서도 ‘교육 정책은 고정된 사물과 같은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맞게 움직이는 유연한 상태여야’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나, 이것이 정권 교체 때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는 오늘의 교육 현실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책에 의하면 우리나라만 불완전한 교육 정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미래를 위한 세계 교육 지수’ 1위로 ‘핀란드식 육아’, ‘핀란드 교육법’을 선도하고 있는 핀란드도 높은 자살률과 엘리트 교육의 부재라는 비판을 얻고 있다. 행복한 교육, 창의성을 이끄는 교육을 지향하는 스웨덴 역시 PISA 성적 하락, 교육 격차 심화, 교사의 질 하락 등의 그늘이 존재한다. 체계화된 공교육에서 비롯된 평등 교육과 모범적인 가정교육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또한 높은 유급 비율, 공교육과 격차를 보이는 사립대학의 엘리트 교육, 우리나라의 SKY 대학을 뛰어넘는 학벌주의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렇듯 교육 강국이라고 생각하는 나라들도 나름의 그늘과 문제점을 갖고 있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여야 우리에게 맞는 좋은 교육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떠한 교육 환경과 정책 속에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부모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책 『인생을 결정하는 유·초등 교육』은 선진 교육을 우리 문화권에서, 우리 교육 현장에서, 우리 가정에서 어떻게 실현시킬지 고민해봄으로써 유아교육에 대한 가치관을 확립하고 실제 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본다. 여기에 유아교육을 바라보는 경제학자의 시선까지 더해져, 유아 교육의 가치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우리 아이를 위한 교육은 반드시 존재한다

 

 

   책은 이스라엘,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완벽하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각국의 교육 사례들을 선별해 우리의 교육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살펴본다. 가장 먼저 언어의 힘을 키우기 위해 이스라엘의 ‘밥상머리 교육’과 ‘하브루타’로부터 질문하는 법과 토론하는 법에 대해 알아본다. 저자는 질문하는 문화에 꽤 익숙한 유대인들처럼 우리도 어려서부터 질문하고 대화하는 습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학습에 질문과 토론의 습관이 전이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닫힌 질문과 열린 질문과 같은 기술적인 방법만큼이나 상대방의 흥미나 관심사에 맞는지 고려하면서 질문하는 법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어린 나이일수록 ‘자기중심적’ 세계관에 몰두해 있기 때문에 아이가 직접 경험한 것, 가까운 것에 대해서 질문하고, 적절한 반응(고감, 심화·확장 질문, 반론)을 통해서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아이가 마음껏 질문할 수 있는 환경, 자유롭게 생각을 꺼내어 반응을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주는 것이 토론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일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가능한 매일 저녁 식사를 아이와 함께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고, 아이가 잠자리에 들면 베갯머리에서 책을 15분 이상 읽어주는 오랜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유대인 가정에서 지금도 지켜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유대인 아이는 4살이 되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언어 인지력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높다고 합니다.

이러한 가정교육에 하브루타 방식의 교육이 적용되어, 부모와 자녀 간에 거듭되는 대화와 경청, 토론이 끊임없이 이루어집니다.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사고의 상호작용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다듬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며, 이를 반복할수록 생각의 근육이 단단해집니다. / 35p

 

 

 

   다중 언어, 즉 외국어 교육에 있어서는 미국의 교육 사례를 인용한다. 여기에서는 언어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출’과 ‘필요’임을 강조하며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생활 어휘 영역에 따른 다중언어 학습법을 제시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어려서부터 주입식으로 언어 학습을 한 친구들은 ‘언어’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고, 나아가 반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아이의 정서적인 면을 고려한 비인지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어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독서 편에서는 일본의 교육 사례를 통해 ‘슬로리딩’법에 대해 배워본다. 일본에서는 하시모토 선생님이 <은수저>라는 책 1권으로 3년 동안 수업을 한 다소 놀라운 사례가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조금 느리더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책을 받아들이고 내면화하는 독서 태도의 중요성을 체득할 수 있다. 또 책에서는 ‘주. 원. 문. 해’에 따른 책 읽기로 문제 해결력을 기르고, 마인드맵을 통해 어휘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들까지 소개하고 있어 유용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한 것, 생각한 것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반듯한 정자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끼적이기’부터 쓰기의 시작으로 생각하고 맘껏 표현할 수 있도록 합니다. ‘낙서 같은 글자’, ‘거꾸로 된 글자’ 등도 모두 발달 단계에 하나입니다. 옹알이처럼 말이죠.

그러니 직접적인 교정보다는 ‘어떤 말을 쓴 거야?’라고 물어봐줍니다. 학년이 올라가서도 능숙하게 쓰지 못한다면 말로 생각을 먼저 풀어놓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스스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 우선이고, 바르고 예쁜 글자는 그 이후의 문제입니다. / 98p

 

아이가 스스로 고른 책을 읽은 후에는, 좋아하는 책과 싫어하는 책을 구분하고 이유를 이야기하며 스스로의 취향에 대해 알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이렇게 스스로의 취향을 확립한 것이 과도한 편독으로 이어져 걱정될 때는, 자연스럽게 다른 영역의 책을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합니다.

‘가족’에 대한 주제와 관련된 책 중에서 읽고 싶은 책 고르기, 책 표지에 빨강색이 있는 책 중에서 읽고 싶은 책 고르기, 제목에 ‘ㅂ’글자가 들어간 책 중에서 읽고 싶은 책 고르기 등. 놀이와 같은 다양한 미션을 통해 균형 있는 독서를 유도합니다. / 103p

 

 

우선 어휘 학습으로는 ‘개미’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자유롭게 펼치도록 합니다. 나아가서 문장 학습으로는 ‘개미’가 들어간 문장을 만들어보도록 합니다. 책의 내용을 참고해서 만들어도 되고, 자유롭게 만들어도 됩니다. 이후에 ‘주어에 넣기’, ‘목적어에 넣기’ 등으로 나누어서 진행합니다.

탐구 학습으로 개미의 특성에 대해 알아본다면 ‘먹이’, ‘크기’, ‘모양’, ‘사는 곳’ 등의 카테고리를 구분하여 펼쳐나가도록 합니다. / 107p

 

 

 

 

 

 

   독일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는 ‘모든 아이에게 악기 하나씩’이란 프로젝트가 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기초학교 어린이들이 악기 연주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문화예술교육으로, 인격과 사회성을 형성하는 주요한 시기의 아이들에게 일상의 미적 경험과 다양한 문화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이제는 독일의 거의 모든 연방주로 확대되었다. 책에서는 이러한 독일의 사례를 통해 과학, 수학, 예술이 상호 연계된 교육의 중요성과 이를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영국의 선진 미디어 교육 사례를 통해서는 오늘날 더욱 중요시되고 있는 미디어에 의한 교육과 이른바 코딩 교육으로 대표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평소 미디어에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마냥 죄책감만 느끼고 있었는데, 이 대목을 통해 부모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어떻게 교육하느냐에 따라 미디어가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어린 시절에 교육에 집중 투자하면 아이의 성취동기가 향상되고, 이는 지식과 기술 습득에 큰 도움을 준다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프리스쿨 프로젝트, 에이비씨데리언 프로젝트, 오바마 대통령의 ‘0~5세 플랜’ 등을 통해 영·유아 교육이 성장기에 지속적으로 미치는 영향과 유아기 때의 과감한 교육과 보살핌이 다른 어떤 투자보다 경제적으로 바람직한 투자임을 입증한다. 이 부분에서 자칫 저자가 조기 교육에 따른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할 수도 있는데, 저소득층 영·유아를 위한 재정 보조를 확대하고 육아 비용 재정 확대, 어린이를 양육하는 부모들에 대한 지원 확대 등 국가적인 차원에서 유·초등 교육에 관한 정밀한 정부 시스템과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렇듯 『인생을 결정하는 유·초등 교육』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자주 뒤바뀌는 유·초등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교육 강국이라 불리는 세계의 교육 사례들을 통해 우리 아이에 맞은 현실적인 답을 제시하려 한 책이다. 독서토론 교육부터 외국어 교육, STEAM 교육, 미디어 교육과 소프트웨어 교육까지 최근 교육에 관한 이슈에 밀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수의 교육기관과 부모들이 함께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자녀 교육을 가장 큰 고민으로 삼고 있는 부모로서 가장 현실적인 고민에 접근하여 교육의 방향을 점검할 수 있어 유용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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