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았다, 그치 - 사랑이 끝난 후 비로소 시작된 이야기
이지은 지음, 이이영 그림 / 시드앤피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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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이별앓이로 아파하고 있는 이들에게!

가슴 시린 이별이 찾아 온 뒤, 나를 위한 진솔한 이야기를 시작하다! 

 

 

  한때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라는 노래가 꽤 오랫동안 플레이리스트에 담겨져 있던 적이 있다.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 볼만한 멜로드라마 괜찮은 결말 그거면 됐다 널 사랑했다”로 시작하는 가사는 “널 사랑했고 사랑 받았으니 난 그걸로 됐어”라며 온갖 감정으로 얼룩져있는 가슴을 담담하게 누르고, “너에게 참 많이도 배웠다”라는 가사로 이별이 반드시 슬프기만은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우게 한다. 물론, “널 사랑한 것만으로도 되었다”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하고, 또 얼마나 아픈 마음을 위로해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언젠가는 “참 좋았다, 그치.”라고 지나간 사랑을 덤덤히 껴안을 수 있을 때가 오겠지. 그저 이 기나긴 시간동안 내가 덜 아파하고, 새로운 사랑에 인색하지 않고 그래도 다시 한번 거침없이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길 바랄 뿐.

 

 

 

하루 어린 내가, 하루 더 어른이 될 나에게

 

 

   <참 좋았다, 그치>는 사랑의 모든 순간들, 때로는 찬란했지만 가슴이 저리게 아팠던 그 많은 순간들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담아낸 이별에세이다. 평생 단 하나일 것 같았던 사랑이었기에 모든 것을 다 주었던 마음과 만나기 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왈칵 치솟는 이별앓이를 묵묵히 견뎌내야 했던 그 모든 시간들에 위로를 건넨다. 그러면서도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 앞에 조금 더 담대해지기를, 무너질 것 같은 바람 앞에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 하루 어린 내가, 하루 더 어른이 될 나를 위해 응원을 건네기도 한다.

 

 

 

 

 

 

우리 둘, 함께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만으로도 나의 내일은 벅차도록 아름다웠다. 그런 네가 떠났다. 너라는 사람을 사랑하다니, 세상에서 가장 기특했던 스스로가 너를 잃고 하나부터 열까지 잘못투성이인 사람이 되었다. 내 잘못이다. 마음이 떠나가는 것도, 의지를 잃어가는 사랑도 눈치채지 못한 나의 잘못. 분명한 것 하나 없던 나의 미래에, 너 하나만은 자신했던 나의 오만이다. / ‘엇갈린 계절, 나는 아직 여름’ 중에서 43p

 

 

 

   선명하게 새겨놓은 서로를 향한 기억이 자주 아파 하루는 울고, 울고 나면 개운해진 마음으로 또 하루를 살아낸다. 그 후에는 또다시 주저앉아 울고 싶은 날들이 반복된다. 그 누구도 견줄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사랑을 했던 것 같은데, 이별을 하고 나면 다들 그렇게 감내하고 견디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지독히도 보편적인 결말. 그래서 이별을 하면 더 서러운 건가 보다. 내 사랑도 별 거 아니었던 것이고, 이별 앞에선 다 똑같은 사람이 되어버리니까.

 

 

 

떠나간 이의

이름 세 글자는

남겨진 이에게

한 편의 완전한 시가 되어

보이지 않는 행간에서

오래도록

길을 잃게 하는 것이었다. / ‘이름’ 중에서 101p

 

 

 

 

 

 

   나는 늘 관계 앞에서 ‘기대’라는 감정을 덜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줬으면 하는 건 그냥 내 이기심인 거라고. 물론 끊임없이 대화하고 때로는 다퉈가면서 기우는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어느 새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하기로 결론을 내린다. 기대하지 말자. 하지만 그러다가 나 혼자 상처받고, 외로워하고, 비우다 비워서 감정이 메말라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이것마저도 알아달라고 하면 욕심일까봐 또 삼키고 삼키다 결국, 헤어진다.

 

 

 

욕심과 기대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잔뜩 흔들리기도 하면서

균형을 맞추어가는 일이 중요한 것인데,

계속해서 접시에서 추를 덜어내기만 하던 한쪽이

더 이상 내려놓을 추가 없어

저울이 기울어진 채 흔들림이 멎거든 그 인연도 끝이 난다.

한 번쯤 생각해보길 바란다, 당신.

저울 그릇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추를,

욕심과 기대를 올리기만 했던 것은 아닌지.

상대는 사랑하는 마음을 지키기 위해

욕심 아닌 욕심까지도 내려놓고,

당신에게 무엇도 기대하지 않으려다

마음, 메말라가고만 있는데. / ‘양팔 저울’ 중에서 209p

 

 

 

 

 

 

   <참 좋았다, 그치>를 읽으며 몇 번이고 울컥해질 때가 있었다. 한때 내가 느꼈던 이별의 감정과 차마 건네지 못했던 말로 인해 애잔해진 감정들 때문에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사랑이나 이별, 실연의 아픔이란 모두 개별적인 추억이자 감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서 머물렀던 어떤 한 장면들이 떠오를 만큼 보편적이기도 해서 특유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사랑이란 건 아이처럼 시작하되 어른의 마음으로 지켜내야 하는 것’이라는 말에 여러 번 공감했다. 한 남자를 만나 두 아이를 키워내면서도 사랑이란 감정 앞에서는 순진무구한 아이여야 하지만, 그것을 단단히 지켜내는 힘은 어른의 마음이어야 한다는 것을 나날이 더 크게 느끼고 있는 까닭이다. 이것이 ‘이별’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결국엔 ‘사랑’을 이야기했던 이 책이 좋았던 큰 이유 중에 하나다.

 

 

 

   이별 뒤 남몰래 몇 번이고 주저앉아 울고 있다면, 오랜 만남으로 서로에게 지쳐 상대를 할퀴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면, 혹 새로운 사랑 앞에서 주저하고 있다면 한 번쯤 <참 좋아다, 그치>를 읽어보시라 추천을 드리고 싶다. 조금은 답답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내 안의 솔직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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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 조금 덜 젊은 이가 조금 더 젊은 이에게 전하는 사연
성신제 지음 / 드림팟네트웍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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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저 그런 날’이라고 믿었던 일상에 찾아온 따뜻한 희망들!

좀 더 많이 살아본 어른이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 당신의 계절은 온다!

 

 

 

  우리는 늘 “괜찮다”고 서로를, 스스로를 위로한다. 있는 그대로도 괜찮다는 위안과 오늘도 열심히 사느라 지친 청춘들을 위로하는 메시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들려온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고단하고 열심히 살아도 늘 제자리걸음이라 갑갑하기는 매한가지다. 이제는 고작 괜찮다는 그 한 마디 말로 인해 심란했던 마음이 금세 누그러지고,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위로하는 순간조차도 상념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괜찮지 않은 세상에서 괜찮게 살아가려면, 또 괜찮다고 매순간 다독여가며 살기엔 그럴 만한 에너지도 마음의 여유도 좀처럼 없다. 이게 현실인데, 어쩔 수 없잖아. 서른 중반을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나는 입버릇처럼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해왔다. 어떤 비전이나 희망을 제시하기보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체념을 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처럼.

 

 

 

조금 덜 젊은이가 조금 더 젊은이에게 전하는 사연

 

 

   <괜찮아요>라는 표지의 책을 손에 들고 가만히 들여다보고만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괜찮다는 말이 내게 정말 위로가 될까 하고. 최근에 둘째 아이를 낳으면서 첫째 아이가 다소 거칠게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피로해진 상태였다. 그렇다고 내 마음을 다독일 틈도 없이 일단 두 아이를 돌보고 빠듯한 살림을 챙기는 일이 우선이었던 터라 얼마 지나지 않으면 쌓인 둑이 터져버린 것처럼 스스로 와르르 무너질 것 같았다. 때문에 괜찮다는 이 말 한 마디가 오롯이 새겨진 책을 보며 마음이 이래저래 뒤숭숭해졌다.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전하는 위로가 정말 위로가 되지 않을까봐.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괜찮아요>를 읽으면서 잠시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얻었다. 1980년대에 피자헛 브랜드를 한국에 런칭하여 큰 사업적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IMF 시대를 거치며 10번의 사업적 흥망과 암투병을 포함한 18번의 대수술을 겪어온 70대의 저자가 몸소 느끼며 얻은 깨달음이었기에,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를 과신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묵묵히 거친 세월을 거치면서 얻은 삶의 소소한 희망과 감동을 이 땅의 청춘들에게 들려주고픈 그의 소박한 바람이 내게도 전해진 까닭이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위로라는 것은 누구나 해 줄 수 있는 일이지만 70년이라는 세월을 거쳐도 여전히 어찌 살아야 되는지 모르겠다는 이 진솔한 자기 고백이, 그래도 좀 더 오랜 삶을 경험한 이 시대의 어른이 전하는 ‘아무도 너를 격려하고 이해해 주지 않아도, 아마도 그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럴 뿐. 너도 그도 다 잘 하고 있는 거라는’ 이 메시지가 내게 더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번의 사업적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고, 암투병으로 무려 18번이라는 대수술을 거쳐 온 저자 성신제는 한 때 몇 번 방송에 출현한 것을 계기로 ‘실패의 아이콘’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에서는 내 인생에도 절정의 순간이 찾아오리라는 기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거창한 희망보다 애써 노력해도 목표를 가닿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과 허망함을 토닥여주는 듯한 글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여기에는 스스로를 ‘조금 덜 젊은 이’라고 칭하며 ‘조금 더 젊은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진솔한 소통을 나누면서, 이들이 무엇으로 고민하고 힘들어하는지를 가까이서 체감할 수 있었던 것도 크게 한몫한 듯하다. 덕분에 진솔하고 소박한 청년들의 사연이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잔잔한 감동과 울림을 준다. 나의 이야기거나, 나의 아버지 혹은 엄마 그리고 친구의 이야기인 것 같아서.

 

 

꿩은 총소리를 들으면, 자기 머리만 숨긴다고 한다. 나는 사람이다. 그런데, 꿩이었던 순간들이 자꾸 떠오른다. 부끄럽다. / 103p

 

 

누군가 당신에게 ‘할 만큼 했다’라고 말한다면, 그 말을 인정해보자. 겉으로만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여보자. / 108p

 

 

어쩌면, 우리는 서로 가장 이해해 줄 수 있는 상대와의 소통에 서투른 것은 아닌지... / 152p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아무래도 IMF를 온몸을 겪고, 암이라는 커다란 병과 숱하게 싸운 그의 경험들이 눈에 밟힌다. 양재동의 한 버스정류장 앞에 서서 어마어마한 자금압박의 부담감으로 인해 출근을 자꾸만 미루게 되는 그의 뒷모습에서 나의 아버지를 보았고, 걱정하는 아내에게 괜찮다고 이겨낼 거라고 애써 태연한 척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나의 어머니를 보았기 때문이다. 작지만 탄탄하게 회사를 경영해 온 아버지가 IMF사태로 위기에 내몰리고 넓은 집에서 나와 작은 집을 전전하며 살아야 했을 때 나의 아버지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잦은 빚 독촉에 시달려야 했던 아버지는 때때로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을까. 그런 와중에 당신의 자식들은 속으로 원망 아닌 원망만 했으니까, 때문에 아버지의 작고 초라해진 모습에 그저 눈감아버리기만 했으니까. 자궁암에 걸렸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목구멍에 걸린 것 같았지만 애써 담담하게 말했던 어머니도, 이후에 직장으로 전이되어 두 번째 수술을 감행해야 했을 때 어머니의 심경은 또 어땠을까. 그렇게 책을 읽으며 나는 내내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올렸고 무엇보다 손을 잡아드리는 일에 인색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 맞는 옷이 있듯이, 나에게 맞는 무게가 있는 것이다. 욕심과 과신은 생활 구석 구석에도 화를 미치는가 보다. / 189p

 

 

변하지 않은 길은 낡고 지저분하다.

변한 길은 깨끗하지만, 추억은 사라지고 없다.

그게 사람관계이고, 삶인듯싶다. / 223p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하나로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관계를 한순간에 잃어버리는 세상에 사는 요즘, ‘효율이 우리네 삶의 모든 구석구석을 지배하는 세상을 나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는 그의 말과 ‘당신의 오늘 하루하루 그 그저 그런 날이 어쩌면 그저 그런 날이 아닐 것’이라는 말들이 참 좋다. ‘마음의 맷집이란 없다, 가까운 사람이 들이대는 매는 맞을수록 더 아플 뿐’이라는 이 작은 진리까지도. 그리고 70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거쳐 온 조금 덜 젊은 내가 약속한다는 그 말, “당신의 계절은 온다”는 이 말은 아직 꽃피우지 못하는 계절에서 힘겨워하는 요즘 젊은이들에 너무나 감사하고 또 소중한 위로의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삶의 다양한 굴곡 속에서 소박한 행복을 찾고, 그 안에서 희망을 엿보는 저자의 메시지는 거창하지 않아도 큰 위로가 된다. 여기에는 ‘내가 삶의 경험이 많다고 해서 모든 면에서 누군가의 등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크게 성공한 어떤 사람일지라도 모두에게 모든 상황에 대한 길을 제시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철없어 보이는 아이의 미소를 통해서도 큰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있다. 나보다 더 젊은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내가 배우고 깨달은 것이 많다.’는 그의 삶의 자세에서 비롯된 힘일 것이다.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 지치고 무거운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아직 나의 계절은 오지 않았다는 희망, 언젠가는 나의 계절이 찾아오리라는 믿음으로 나의 어깨를 토닥일 수 있었기에.

 

 

 

 

(책이라는 것을 좋아하는 독자이기에, 어쩔 수 없이 오타나 마침표 혹은 띄어쓰기에 좀 더 신경 쓰고 섬세하게 만져주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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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키우는 예쁜 누나 - 올려놓고 바라보면 무럭무럭 잘 크는 트렌디한 다육 생활
톤웬 존스 지음, 한성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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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음과 공간을 싱그럽게 채우는 반려 식물 키우기!

가꾸기에서 스타일링까지, 나만의 특별한 다육이와 오래오래 잘 지내는 법!

 

 

   나는 ‘식물 파괴자’에 가까운 쪽이다. 한때 키우기 쉬울 거라며 선물로 받은 선인장조차 죽여 버렸으니 말이다. 그래서 섣불리 식물을 거두지 않았다. 아무리 예뻐 보인다한들 내 손에 들어오면 시들어버릴 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아주 오랫동안 식물 키우는 데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식목일을 기념하여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방울토마토 화분을 가져온 일이 있었다. 몇 달간 잘 자라는가 싶었고, 덕분에 작은 방울토마토를 얻기도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이와도 이별하고야 말았다. 아, 정말 나는 뭔가를 키우는 데에는 소질이 없구나 하는 것을 깨닫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는데 아뿔싸, 그 다음 해에 아이가 또 방울토마토 화분을 얻어왔다. 이렇게 된 이상 이번에는 잘 키워주마, 마음을 먹었고 나로서는 놀랍게도 1년이 넘어서까지 거의 담쟁이덩쿨 수준으로 자라는 화분을 정성껏 키웠다. 때마침 햇볕이 무척 잘 드는 집으로 이사를 왔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아, 나도 식물을 키울 수 있구나 하는 기쁜 마음에 그 해 공기정화식물인 스투키를 구입했고, 올해 초 첫째 아들이 태어난 지 1500일이 된 날을 기념해 ‘일일초’라는 화분을 또 하나 구입하기도 했다. 이 아이들은 지금까지도 잘 자라나고 있다.

 

 

 

   비록 몇 안 되지만 물을 듬뿍 머금고 창턱에서 오늘의 햇볕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이 초록 식물들을 보면 괜히 마음이 흐뭇하다. 특히 아들이 작은 물뿌리개로 직접 물을 주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식물을 키운다는 게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더 기분이 좋아진다. 이래서 ‘반려 식물’이라고 하는 건가 보다. 자신감도 생겼겠다, 이렇게 된 이상 키우기 쉬운 화분 몇 개를 더 들여 볼까 고민을 하던 찰나에 흥미로운 책 하나를 만나게 되었다. 바로 제목에서부터 사랑스러움이 마구 묻어나오는 <선인장 키우는 예쁜 누나>라는 책이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만나게 되는 초록이들 때문에 당장 꽃집으로 달려가고픈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마법 같은 책이다.

 

 

 

 

 

 

나도 선인장 키우는 예쁜 누나가 되어볼래요

  <선인장을 키우는 예쁜 누나>는 선인장과 사랑에 빠진 저자가 선인장과 다육식물을 키우는 방법에서부터 스타일링까지 즐거운 다육 생활을 위한 각종 노하우를 소개하는 책이다. 여기에 저자의 트렌디한 감각이 돋보이는 50가지 다육식물 일러스트가 담겨 있는데, 그들이 어떤 별난 특성을 지녔는지, 어떻게 가꾸고 스타일링하고, 플랜테리어로 활용하면 좋은지 소개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의 곁에서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고 고민을 묵묵히 들어준 그들에게 멋진 엄마아빠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또한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에 이 책과 선인장 한 그루로 삶의 여유와 활력을 찾아볼 수 있기를 응원한다.

 

 

 

   책은 어떤 식물을 데려오고, 어디에 살게 할 것이며 식물을 키우기에 좋은 환경과 주의할 점, 조심해야 할 해충과 질병들, 나만의 미니 정원 만드는 법 등을 우선 소개한다. 초록 식물들을 집에 데리고 오기로 결정했다면 보금자리를 어디에 마련해야 할까. 저자는 선인장이나 다육식물은 햇빛을 아주 좋아하니까, 따뜻한 햇살이 잘 들어오는 창가나 테이블 한쪽을 추천한다. 천장에 걸어두는 행잉플랜트는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인기가 좋고, 책꽂이나 선반 위에 두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또 식물이 놓일 공간의 일조량뿐 아니라 습기에 얼마나 잘 견딜 수 있는지를 꼭 확인하라고 한다. 어떤 다육식물은 습도가 높은 환경을 못 견뎌서 부엌이나 화장실을 싫어하고, 어떤 식물은 반그늘을 좋아해서 구석진 곳이나 높은 장소에 두면 눈에 확 띄어 인테리어 효과도 좋기 때문이다. 우리의 공간을 ‘플랜테리어’로 더욱 싱그럽게 연출하는 방법으로는 벽지, 가구의 색깔과 느낌, 감촉, 화분으로 장식 효과를 극대화 하는 법 등이 있다.

 

 

 

다육식물은 대부분 자기 몸집보다 조금 더 크는 화분을 좋아해요. 지나치게 큰 화분은 물을 준 후 습기가 오래 지속되어 웃자람의 원인이 되기도 해요. 화분이 적당히 커야 물이 잘 빠져서 건조한 환경이 유지될 수 있어요. 또 화분에 흙이 지나치게 많으면 물이 잘 빠지지 않을 수 있으니 적당히 담아주어야 해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여러분의 반려식물은 매년 새로운 화분(그리고 새 장소)으로 옮겨주면 정말 고마워할 거예요. 식물이 자랄수록 물을 주거나 비료를 줄 때 힘들고, 위쪽이 점점 무거워져서 화분이 쓰러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 13p

 

 

참, 분갈이를 위해 흙은 어느 정도 여유분을 가지고 있도록 해요. 실외에서 키운다면 분갈이토로 충분하지만, 실내에서 키울 식물을 분갈이할 때는 일반적으로 분갈이토와 마사토의 비율을 8:2 정도로 해요(식물에 따라 조금씩 달라요!). 흙 배합이 너무 복잡하면 다육실물에 필요한 요소들이 적절히 배합된 ‘다육실물 전용 분갈이흙’을 사용해도 좋아요. / 15p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저자의 특별한 감각이 돋보이는 일러스트와 상세 설명이 수록되어 있다. 열심히 관리하지 않아도 잘 크는 식물로 주로 화장실 창턱에 두면 촉촉해져 생기가 넘치는 ‘흑법사’에서부터 메두사처럼 보이는 독특한 생김새가 인상적인 ‘청쇄용 크라술라’, 잎을 씹으면 치통이 줄어들고 잘라서 염증이 생긴 피부에 붙이면 진정이 되는 효과가 있는 ‘컬리락’, 잠꾸러기 ‘하티오라선인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특징을 가진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중 ‘염자’, ‘꽃기린’, ‘월토이’는 독이 있다고 하니 아기나 반려동물이 건들지 않게 조심할 것을 유의해야 하는 식물도 있다. 한편, 영문명이 구르는 암탉과 병아리인 ‘조비바르바 글로비페라’는 알을 많이 낳는 암탉처럼 아주 쉽게 아기 식물을 툭 내놓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공기정화와 전자파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침실에 두면 좋은 ‘복륜산세베리아’와 플랜테리어 식물로 인기가 좋은 ‘녹태고’, 부케로도 인기가 많은 ‘펄 폰 뉘른베리크’, 수수한 생김새와 아주 편안한 성격 때문에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식물로 손꼽는 ‘옥주염’은 개인적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이들이다.

 

 

 

 

 

 

   이렇듯 <선인장 키우는 예쁜 누나>는 선인장과 다육이들을 향한 저자의 애정은 물론, 많은 이들이 식물을 가까이 하고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곳곳에서 묻어나오는 책이다. 식물을 처음 키워보는 초보자일지라도 책에는 식물 고르는 일부터 화분 선택하기, 분갈이하기, 가지치기, 번식시키기, 스타일링하기까지 식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주요 정보가 함께 담겨 있으니 도전해봄직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은 꽃집에 가 있을지도.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심한 때에 공기정화식물처럼 기능적으로 유용한 식물도 좋고, 삭막한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관상용으로 좋은 식물도 좋다. 오늘부터 나만의 반려 식물을 키워보는 재미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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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셀프 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24
송윤경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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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세계가 인정한 건축물과 유니크한 감성, 광활한 대서양의 역사,

놀라운 매력으로 여행자를 사로잡는 포르투갈 여행에 관한 모든 것!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아름다운 강, 중후한 자태를 뽐내는 중세 성, 세계가 인정한 세계문화유산 등 수려한 자연경관에 둘러싸인 역사적인 명소까지 다채로운 매력으로 ‘서유럽의 보석’이라 불리는 포르투갈. 남북으로 길게 뻗은 지형에 지중해성 기후로 온화한 편이어서 사계절이 뚜렷한 것은 물론, 우리나라가 일본을 멀고 가까운 이웃 나라로 생각하듯 포르투갈은 동맹과 배신, 전쟁으로 애증관계인 스페인을 이웃하고 있어 어쩐지 우리나라와 닮은 구석이 꽤 많은 나라다. 아쉽게도 이 스페인에 시선이 빼앗겨 포르투갈은 여행자들에게 다소 낯선 여행지다. 나만 하더라도 가장 여행가고 싶은 여행지 1순위가 스페인임에도 불구하고 이웃 나라 포르투갈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포르투갈 셀프트래블> 신간을 마주하는 순간, 상당히 낯설지만 그만큼 모르는 게 너무도 많은 곳이라 흥분과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왠지 이 책을 읽고 나면 내내 포르투갈이 생각날 것만 같은 예감은 역시 틀리지 않았다.

 

 

 

 

 

 

대항해시대의 장엄함과 낭만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

  <포르투갈 셀프트래블>은 수도인 리스본을 중심으로 대서양 입구의 영원한 항구인 포르투, 종교도시의 명맥을 잇는 브라가, 건국의 도시 기마랑이스, 고풍스러운 운하도시 아베이루, 도시 전체가 형형색색 스트라이프 색감으로 어우러진 코스타 노바, 청춘의 대학도시 코임브라, 성모발현의 순례지 파티마, 사랑스러운 여인 같은 나자레, 축제와 여왕의 도시 오비두스, 포근한 할아버지 같은 에보라, 남부의 작은 천국 라구스, 지중해와 대서양의 만남 사그레스, 고즈넉한 석호평야 파루 등의 주요 도시를 다룬다. 아울러 리스본 근교와 세계문화유산 투어 지역도 함께 소개한다. 책은 지역별 추천 일정은 물론 리스본, 포르투, 브라가 등 주요 도시의 관광명소, 식당, 쇼핑 스폿, 숙소를 지역에 따라 안내하고 주소, 위치, 요금 등 알아두면 좋은 여행 Tip까지 수록되어 있다. 관광명소에는 중요도에 따라 별점이 표시되어 있고 식당과 쇼핑에는 추천, 호텔에는 성급을 표시해두어 한눈에 쏙쏙 들어온다.

 

 

 

   주요 관광지를 소개하기에 앞서 셀프트래블 시리즈의 장점라고 할 수 있는 기간별, 태마별 포르투갈 여행의 일정을 가장 먼저 살펴볼 수 있다. 여기서는 1주 리스본 근교 도시 코스, 1주 세계문화유산 코스, 1주 신혼여행 코스, 2주 포르투갈 완전 정복 코스로 나뉘어져있어 맞춤 여행을 계획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또, 포르투갈 여행 전 가장 많이 묻는 질문 7가지를 통해 포르투갈 적정 여행 시기, 예산, 패키지와 자유 여행 중 어느 쪽이 효율적인가, 소매치기 예방법 등 알아두면 좋은 정보들을 사전 제공한다. 이를 테면 로밍보다 포르투갈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유심이 경제적이라거나, 리스본과 포르투 구간의 열차 또는 버스는 인기가 많이 여행 1개월 전에 미리 구매하는 것이 좋다는 등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를 정보들을 쏙쏙 얻을 수 있다.

 

 

 

   이어 포르투갈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10가지와 세계가 주목하는 포르투갈의 세계문화유산,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포르투갈 음식, 포르투갈 기념품을 다 모은 쇼핑 아이템, 포르투갈의 특별한 호텔 포우자다 등의 정보는 떠나기 전에 꼭 미리 체크하면 가면 포르투갈 제대로 즐기고 올 수 있을 듯하다. 특히 포우자다는 옛 성주들의 고성이나 수도원, 대부호의 저택을 국가에서 개조해 만든 국영 호텔로 포르투갈 내 35곳에 자리해있다고 하니 가격은 좀 비싼 편이나 한 번쯤 중세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곳을 꼭 이용해보시라 추천한다.

 

 

 

 

 

 

바다를 향한 영원의 꿈_ 리스본

 

“삶의 방향이 영원히 바뀌는 결정적인 순간은 항상 드라마틱하거나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사실, 드라마틱한 삶의 순간은 가끔씩 믿을 수 없을 만큼 이목을 끌지 않는다.”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등장한 대사는 리스본을 그대로 말해 주는 듯하다. 리스본은 포르투갈의 수도라고 설명하기엔 한없이 모자라다. 화려하거나 세련된 건물이 없다. 사람들은 척박한 일곱 언덕에서 카페의 문을 열고 비카를 마시며 정어리를 손질하고 농담을 주고받는다. 이 평범한 도시에 가면 설렌다. 그것은 이상향을 느낀다고 하는 애매모호한 것처럼, 분위기라는 알 수 없는 끌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리스본 사람들은 최고의 부를 경험했고, 바다로 나간 이를 그리워했으며, 최악의 재앙을 함께했다. 그들은 여행객을 영혼으로 대하고 숨겨 놓은 미소를 내민다. 여행객은 마음이 동한다. 지금까지 보고 듣던 유럽과는 다른 매력으로 젖어 드는 리스본에 도착한 것이다. / 55p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은 1755년 리스본 대지진에도 피해를 보지 않은 견고한 역사를 지닌 알파마 지구를 비롯하여 리스본 시내의 중심부인 바이샤&업타운 지구, 포르투갈의 젊은이들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바이루 알투&시아두 지구, 대항해시대의 영광이 고스란히 담긴 벨렝 지구와 그 외 외곽 지역으로 나뉘어 상세히 설명한다. 여기서는 리스본의 가장 높은 곳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는 상 조르제 성, 포르투갈의 전통타일과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아줄레주 박물관, 리스본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코메르시우 광장과 마치 파도처럼 일렁이는 무늬의 바닥이 인상적인 호시우 광장, 에펠 탑을 지은 구스타브 에펠의 제자 라울 드 메스니어 두 폰살드가 설계한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 바로크 예술의 걸작을 느낄 수 있는 상 호케 성당, 대항해시대의 상징으로 표현되는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발견 기념비 등을 추천한다. 뿐만 아니라 영국의 바이런 경이 친구에게 남긴 편지에서 “신트라의 마을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틀림없네. 아는 이곳에 와서 행복하다네.”라며 ‘위대한 에덴’이라 칭송했다던 신트라는 포트투갈의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명소인 듯하여 특별히 인상적이다.

 

 

 

 

 

 

   이어 빈티지한 도시의 매력이 은은하게 풍겨져 나오는 포르투의 히베이라 광장, 가장 오래된 포트 와인 와이너리인 테일러 와인 하우스, 르네상스 시대의 아름다운 카페에 들어선 것 같은 카페 마제스틱에서의 커피 한잔은 무척 기대가 된다. 또 종교도시답게 웅장하고 아름다운 봉 제수스 두 몬트와 카테드랄(대성당)을 볼 수 있는 브라가 역시 눈을 뗄 수 없다. 이어 포르투갈의 발상지이자 건국의 도시인 기마랑이스에서 즐기는 포르투갈의 건축양식, 16세기에 거대한 폭풍에 의한 퇴적 활동으로 이루어진 마을로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대자연의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코스타 노바 해변과 형형색색의 줄무늬 마을이 인상적인 코스타 노바도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성모 마리아를 닮아 순백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파티마 대성당, 깊숙이 파인 토굴을 5,000개가 넘는 해골과 뼈가 빽빽이 메우고 있는 상 프란시스쿠 성당&뼈 예배당 등에서 엿볼 수 있는 위대하고 장엄한 건축미는 우리가 포르투갈에 가야만 하는 이유로 충분하다.

 

 

 

 

 

 

   이렇듯 포르투갈은 그 어느 서유럽 여행지에서 볼 수 없는 남다른 매력을 품고 있는 곳으로 왜 진작 이곳을 눈여겨보지 않았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대항해시대의 위엄이 도시 곳곳에 서려있으면서도 낭만과 사랑스러움까지 잃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온화한 지중해성 날씨, 서유럽 국가들 중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뛰어난 자연경관, 골목을 가로지르는 노란 트램, 아름답고 애달픈 파두의 선율, 우리 입맛에 잘 맞는 전통 음식까지도 포르투갈의 매력을 더한다. 우리에겐 아직 많이 낯선 여행지지만 그만큼 넘치는 설렘으로 포르투갈 여행을 계획해보자. <포르투갈 셀프트래블> 속에 담긴 정보들을 차곡차곡 모아 차근차근 따라 하다보면 두렵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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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 청년세대의 정치무관심, 그리고 기성세대의 정치과잉
안성민 지음 / 디벨롭어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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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현 주소와 퇴보되고 있는 청년정치의 현실을 진단하다!

객관적인 분석과 냉철한 진단으로 청년정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조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유닛(EIU)이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18’에서 한국은 전년과 같이 10점 만점에 총 8점을 받았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선거 절차와 다원주의 항목에서 9.17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정치 참여 항목에서 7.22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코노미스트에서는 이러한 결과를 두고 아무리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는 나라라도 그 힘의 원천인 정치 참여에서 가장 점수가 낮다는 것은 발전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결국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된 20개국에 들지 못해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 포함되었다. 이는 민주주의가 잘 작동되고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적 후진국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조사결과다.

 

 

 

   아이러니한 것은 대한민국 청년들의 정치를 향한 마음속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유례없는 결과를 마주한 적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당장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는 지속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둘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시급한 현실, 기존 정치의 공고한 시스템, 새로운 정치 기득권이 나타나길 원하지 않는 기성 정치판의 보수족인 제도와 문화, 노인들이 정치적인 실권을 잡는 사회체제가 확대되고 있는 정치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청년층의 정치 참여는 계속해서 어려워질 것이다. 35.7%의 유권자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지분은 겨우 1%만을 가지고 있을 뿐인 청년정치의 현실, 우리는 이를 어떻게 봐라봐야 할까?

 

 

 

 

 

 

 

고령화·양극화로 치닫는 대한민국의 청년정치를 말하다

 

 

   사회적 표상(social representation)이라는 말이 있다. 특정 대상에 대해 사회가 인식하고 있는 공통적인 가치 또는 신념을 의미한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사회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전체 구성원을 하나하나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그들을 구분해 편리하게 이미지화하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회적 표상이라 하면 ‘헬조선’, ‘흙수저와 금수저’, ‘N포 세대’, ‘OO충’ 등으로, 불안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실을 부정적으로 표현한 단어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의 저자 안성민은 최근 청년들을 정의하는 새로운 말로 ‘똥 치우는 세대’를 언급한다. 성인이 되어 사회에 첫발을 디뎠지만 앞으로 나아갈수록 길이 보이지 않는 20대, 가정을 꾸렸지만 치솟는 집값과 불안정한 직장으로 고민이 일상이 된 30대들. 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산업과 국가 발전을 이끌어갈 주역이 되어야 할 2030 청년들이 어쩌다 힘겹게 뒤에서 기성세대의 똥이나 치워야 하는 세대가 된 것인지 개탄할 노릇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성공에 있어서 노력이 아닌 행운이나 인맥이 더 중요해진 세상을 살다보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고, 결혼을 하는 데 드는 만만치 않은 사회적 비용과 생계유지의 어려움으로 인해 비혼이나 1인 가구를 선언할 수밖에 없으며, 저성장과 저소비, 높은 실업률과 고위험의 뉴노멀 시대에서는 열심히 일해도 점점 가난해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윗사람들은 “요즘 것들은 노력을 안 해.”라며 자신이 경험한 삶의 방식을 기준삼아 청년들의 삶을 재단하려 하고 ‘미성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치부하며 청년들의 삶과 그 속에서 드러나는 문제를 인식하여 해결하려고 고민하는 위정자들은 더더욱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자녀 1인당 대학 졸업까지 드는 양육비는 3억 896만 4,000원으로 이전 조사인 2009년의 2억 6,204만 4,000원보다 4,692만원이나 급증했다. 시기별로는 영아기 양육비용이 3,063만 6,000원, 유아기(3~5세)가 3,686만 4,000원, 초등학교가 7,596만 원, 중학교 4,122만 원, 고등학교 4,719만 6,000원, 대학교가 7,708만 8,000원으로 나타났다. 결국,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받는 사교육에 드는 비용은 가정경제를 휘청이게 하고, 이처럼 휘청이는 가정은 사회까지 휘청이게 만든다. 그 근간에는 대한민국의 줏대 없는 교육 시스템과 그 때문에 사그라지지 않는 사교육 열풍이 있다. / 84p

 

 

청년세대는 IMF 시대에 태어나 성장기를 보냈기에 치열한 경쟁이 몸에 배어 있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그 어떤 세대보다 개인주의적인 상향이 강하고, 공동체 의식이나 연대 경험도 이전 세대보다 부족하다. 그렇다고 해서 청년들의 의식이 잘못됐다거나 퇴행했다는 평가를 할 수는 없다. 이들은 그저 과거에 우리가 선명하게 구분하지 못했던 ‘평등’과 ‘공정’을 선명하게 구분하고 있을 뿐이다. / 96p

 

 

성장하던 시대를 살던 세대들과 마이너스 성장 시대에 사는 세대, 사실 모두가 빈곤하다. 그래서 다들 지금의 상황에 분노한다. 특히 청년세대는 이에 더해 윗세대의 시선에 분노하기도 한다. 윗세대는 당연하게도 저성장이 일상화된 뉴노멀 시대에 익숙하지 않다. 그동안 자신들의 노력에 맞춰 사회가 자연스럽게 성장했었기 때문에 그때와는 확연히 다른 지금의 사회적, 세계적인 추세나 발전 속도 등이 쉽게 와 닿지 않는다. 그래서 기성세대들은 지금의 청년세대에게 탓을 돌린다. 그리고는 “노오력이 부족하다”라고 말한다. / 102p

 

 

 

 

 

 

   이러한 상황에서 저자는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과 한국 사회가 보다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청년정치의 부상’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청년들의 삶의 추락은 곧 대한민국의 추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들의 삶을 대변해주고 개선해 나가야 할 대한민국의 청년정치는 점점 퇴보하고 있다. 현 20대 국회를 들여다보면 말 그대로 올드보이의 전성시대다. 현재 여당 대표는 52년생으로 곧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이다. 제1 야당대표 역시 57년생으로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이미 정년을 퇴임한 나이다. 다른 당도 마찬가지다. 53년생, 47년생, 심지어 42년생 등 대한민국 정치는 60~70대 정치인들이 이끌고 있다. 사실 ‘청년’이라 하면, 정부에서 만들어내는 각종 지원이나 복지제도에 청년이라는 단어가 주로 사용되고 그 혜택을 받는 이들이 20~30대에 집중된 것을 보면 2030세대를 청년으로 지칭하기에 무리가 없을 텐데 정치권에서는 일반적으로 청년당원을 만 45세로 규정하고 있다고 하니, 우스갯소리로 경로우대 하나는 기가 막히게 투철한 정치권이다. 결론적으로, 고작 1%도 되지 않는 청년 정치인들이 무려 36%의 유권자인 청년들을 대변해야 하는 비상식적이고 기형적인 대의민주주의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젊은것들은 정치를 모른다’는 프레임을 내세우면서도 ‘무려 50살이 되어도 자신들은 청년이다’고 주장하는 기성 정치인들의 이기심 탓이 크다. 국민의 대표를 자처하는 이들이 자신의 경험으로도 충분히 국민의 삶을 아우를 수 있다고 자신하며 그들만의 리그에서 살아가는 것 역시 문제다. 또 얼마나 성공했는가, 리더로서 자격을 갖추었는가를 학력으로 기준을 삼고, 경력직만 선호하는 정치적 풍토와 청년이 부담하기에는 과도한 선거비용은 물론, 만 25세가 되어야 국회의원에 출마할 수 있다고 제한해놓은 피선거권 문제 역시 청년정치의 진출을 막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도 청소년들은 정치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사회나 정치적 문제에 대해 청소년들의 관심 및 참여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약 90%가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입시업체가 고등학교 3학년 학생 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65%에 달하는 330명이 투표연령 하향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청소년 참정권을 바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는데도 왜 실현은 이토록 더딘 걸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기성세대가 청소년들에게 참정권을 준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숨김없이 그대로 말하면 자신들이 가진 알량한 권력을 다른 누군가에게 나눠주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심리 때문이다. / 132p

 

 

만 45세 이하. 청년층이 드문 산골 마을에서 청년 이장을 뽑는 연령 기준이 아니라 대한민국 여당의 당헌·당규에 정한 청년 기준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만 45세도 청년비례대표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이러한 기준이 만들어진 데는 기상천외한 배경이 있다. 과거 모 정당의 청년비례대표 관련 기준을 마련하는 회의에서 만 35세 이하로 낮추자는 안이 운영위원회에 두 차례나 상정되었지만 만 40세 이상의 운영위원들이 일부러 불참했기에 아예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 146p

 

 

왜냐하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여론을 주도하는 세대를 40대라고 보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40대는 청년층과 기성세대 사이에 낀 중간자라 어떠한 결정을 내리건 간에 자신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세대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윗세대를 지지하자니 자신의 자식 세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고, 그렇다고 후배 세대를 지지하자니 몇 년 뒤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칠까봐 두려워한다. 그렇기에 정치적 영향력과 관심이 가장 큰 세대임에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심각한 갈등 요인인 ‘성장과 분배’ 문제에 어떠한 의견도 내지 못한다. / 176p

 

 

 

 

 

 

   그렇다면 대한민국과 청년정치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저자는 경력을 쌓을 기회는 주지 않으면서 경력직만 뽑는 기업만큼이나 정치 역시 이런 풍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또 청년 정치인을 열정과 패기로만 포장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고 냉정함을 가지기를 조언한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정치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되 냉소적으로는 보지 않고, 국민이 주도하는 사회혁신과 우리 스스로가 ‘참여형 감시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치에 무관심하면 결국 가장 저급한 인간의 지배를 받게 된다. / 플라톤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되짚어보고 그 중심에 서 있는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과 불평등, 정치적 소외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와 대안을 찾고자 한 책이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난 까닭인지 현재 우리 세대가 겪고 있는 여러 사회적 문제들에 무엇보다 공감할 수 있었고, 객관적인 통계와 냉정한 판단에 근거한 그의 지적들이 날카로워 스스로 반성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간 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정치권, 일하지 않는 국회로 전락한 식물국회, 일본과의 국제 무역 분쟁에 휩싸여 있는 이 순간에도 정치적 쇼만 벌이는 국회의원들, 한때는 특유의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해보였던 청년정치인들마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당의 진영 논리에 빠져 기성 정치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에 적지 않은 실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때문에 정치로부터 관심이 멀어진 지도 오래였다. 하지만 ‘정치에 무관심하면 결국 가장 저급한 인간의 지배를 받게 된다’는 플라톤의 말처럼 무관심이야말로 정치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청년정치는 어찌 보면 짧디짧은 한국의 민주 정치사에서 꾸준히 해야 하는 실험과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섣불리 재단하거나 냉소적으로 평가하지 말고 우리가 그 실험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야만 정치가 성장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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