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 : 대한민국의 첫 번째 봄
박찬승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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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탄생한 역사 교양서!

우리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그 날의 함성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

 

 

 

선언서를 들고 지방 곳곳으로 내려간 이들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품고 있었을까? 3·1운동 이후 체포된 보성사 직원 인종익은 경찰이 “대체 왜 이러한 무모한 일을 시도했는가?”라고 묻자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전혀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좋은 때가 왔기에, 그에 맞는 적절한 시도를 한 것뿐이다. 처음부터 성공을 기대하고 벌인 일도 아니다. 이번에 우리가 좌절하면 그 뒤를 이어서 또 다른 사람들이 나올 것이고, 100명을 죽이면 또 다른 100명이 나올 것이다. 당신들이 아무리 막으려 해도 한번 터진 물길은 계속해서 흘러넘칠 것이다.” / 23p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인 1919년 3월의 봄날, 일제의 침략에 짓밟혀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바로 이 땅 위에서 자유와 독립을 목놓아 부르짖은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한반도 전역은 물론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 미국 필라델피아 등 세계 곳곳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하나가 된 목소리로 평화를 외쳤다. 이들이 하나의 목소리로 ‘독립 만세’를 외칠 수 있었던 것은, 독립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이룰 수 있는 일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피와 땀, 간절한 바람에 의해 민주와 자유 평등을 기치로 내건 임시정부 즉, 민주공화국이 탄생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올해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각종 매체를 비롯하여 다양한 곳에서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헬조선’이니 ‘탈대한민국’을 부르짖는 오늘날, 100년 전 봄날 이 땅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몸과 정신을 바친 사람들의 함성 소리를 기억하는 일이란 마음을 더욱 숙연케 한다. 그런 의미에서 때마침 출간된 <1919>는 몰락한 식민지의 백성에서 공화국의 시민으로 자주, 독립, 평화를 외치며 내딛었던 민주공화국을 향한 위대한 여정을 담은 역사 교양서다. 서울에서 수백 킬로미터 기차를 타고 가서, 또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가서 독립선언서를 전한 사람들, 장날의 만세시위에 쓰기 위해 어두운 골방에서 수백 장의 태극기를 그리고 또 그린 사람들, 시위 현장에서 앞장서서 독립 만세를 부르고 시위 행렬을 이끈 사람들, 그리고 결국 군경을 총칼에 희생된 영웅들을 기리기 위해서 쓴 책이다.

 

 

 

 

 

 

   책은 일제의 무단통치에 반발하여 하여 만세운동을 준비하기 위한 움직임들, 독립선언서를 작성하고 배포하여 세계를 향해 선포하는 과정, 마침내 울려 퍼진 3월의 만세소리와 임시정부가 수립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1919년의 봄을 재조명한다. 1장에서는 3·1운동의 직접적인 원인이 무단통치라면 윌슨의 민족자결주의가 우리 민족에게 어떤 희망의 불씨를 일으켰는지 그 과정을 상세하게 살펴본다. 여기에서 놀라운 점은 3·1운동을 이끈 대표자들도 민족자결의 원칙이 당장 한국에 적용되리라 믿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족대표 48인 중 하나인 현상윤은 훗날 회고록에서 이렇게 밝힌다. “당초 우리가 독립운동을 계획할 때, 꼭 그때에 민족자결의 원칙이 우리에게 적용되리라곤 물론 믿지 않았다. 파리평화회의가 우리 문제까지 토의하지 않을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파리회의의 각국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고 만세운동까지 일으킨 것은, 독립운동에도 단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3·1운동이 당시에는 성공을 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분명 독립을 위한 중대한 단계가 될 것이고, 토대가 될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라고. 훗날 독립이란 열매를 얻기 위해서 기꺼이 자신들의 희생을 아까워하지 않은 그들의 의지에 마음이 뭉클해지는 대목이다.

 

 

 

독립을 선언하는 근거로는 네 가지를 들고 있는데, 바로 ‘반만 년 역사의 권위’와 ‘이천만 민중의 진실한 마음’, ‘민족의 영원하고 자유로운 발전의 소망’과 ‘세계개조의 큰 기운’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독립선언은 ‘하늘의 명령’이자 ‘시대의 대세’이며, ‘정당한 권리의 발동’으로서 누구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천명한다. / 179p

 

 

최린 등이 종로경찰서에 독립선언서를 보내자, 종로서에서는 민족대표가 실제로 태화관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 이를 문의했다. 이에 태화관 측은 확인하고 전화를 주겠다고 답한 뒤, 손병희 등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손병희가 “여기에 있다고 답하라”라고 하자, 태화관 측은 종로서에 전화를 걸어 그렇게 답했다. 이후 경찰과 헌병이 태화관으로 출동한 것이다. 당시 민족대표 33인은 독립선언식을 무사히 마친 뒤에는 경찰에 자지해 연행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경찰이 출동하자 의연한 자세로 기꺼이 연행됐다. / 193p

 

 

 

   맨 처음 파고다공원에서 학생단으로 이루어진 200여명의 함성 소리는 공원을 벗어나 시가지로 나가는 행진 과정에서 수천 명으로 늘어났다. 이 군중은 셋으로 나뉘어 제1대는 덕수궁으로, 제2대는 외국 영사관으로, 제3대는 가장 큰 무리를 이루어 총독부를 목표로 진로를 잡았다. 사전에 전혀 대비가 없었던 데다 독립선언식을 마치고 태화관에서 민족대표 33인을 연행하느라 발목이 묶여 있었던 경무총감부는 이 때문에 시위대에 바로 대처하지 못했다. 군경이 열성적으로 만세를 부르는 이들을 하나둘 검거하기 시작한 것은 오후 5시가 넘어서였는데, 이날 혼마치를 중심으로 서울 시내에서 체포된 군중만 134명이었다고 한다. 이날의 시위를 시작으로 3월 5일, 남대문역 앞에서 다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는데 이날에는 여학생도 다수 참여한 것이 눈에 띤다. 뿐만 아니라 22일에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시위운동도 일어났으며 기독교와 천주교가 합작한 평양, 기독교인과 학생이 중심이 된 대구, 군경의 탄압에 격렬히 맞선 단천군, 유관순의 아우내장터, 유생들이 중심이 된 안동 등 전국으로 만세시위가 확산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전체 시위 가운데 70~85퍼센트 정도가 폭력과는 관계없는 문자 그대로 평화적인 시위였다고 하니 이는 자긍심을 가질 만한 일이다.

 

 

 

해산한 학생들은 3월 10일 다시 봉기하기 위해 태극기를 만드는 등 준비를 서둘렀다. 그리고 10일 오후, 태극기를 품은 채 시장에 잠입했지만, 장터에는 헌병과 경찰 수가 장꾼보다 더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학생들은 ‘대한 독립 만세’라고 쓴 큰 깃발을 들고 소리 높여 독립 만세를 외쳤다. 100~200명의 군중이 일제히 호응했고, 이내 만세의 함성이 온 시장을 진동케 했다. / 253p

 

 

 

 

 

 

   이처럼 도시와 농촌, 산간벽지를 가리지 않고 확산된 3·1운동이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한국인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과 자주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위 과정에서 일본은 독립 만세를 외치는 한국인의 목소리를 어떠한 폭력적인 수단을 써서라도 막으려했다. 4월 들어서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또 격렬해지자, 일본 정부는 본토에서 헌병 400명과 보병 6개 중대를 추가해 전국 각지에 배치했고, 자제단의 조직도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만세시위는 급격히 줄어들었으니 말이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길은 하나였다. 스스로의 힘으로, 또 장기적인 싸움으로 독립을 쟁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새로운 구심점이 필요했다. 바로 임시정부의 탄생이다. 저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으로 한국사는 이제 명실상부하게 군주나 귀족이 권력을 독점하는 ‘제국’에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권이 있는 ‘민국’의 시대로 넘어가게 되었다고 정의한다. 아울러 1919년 3월의 함성으로 대한민국은 역사의 거대한 전환을 이루어냈으며, 이것이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봄날의 함성을 앞으로도 잊지 않고 계속 되새겨야 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1919년 4월 11일 새벽, 임시의정원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와 ‘민국’이라는 연호를 제정한다. 이날 논의된 ‘대한민국’, ‘조선공화국’, ‘고려공화국’ 등 여러 국호 중에서 신석우가 제안한 대한민국이 채택된 건, ‘대한’에는 일본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다는 의미가 있으며, ‘민국’은 1911년 신해혁명으로 탄생한 ‘중화민국’처럼 새 나라가 공화제 국가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 311p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성립 과정에서 우리가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4월 10일 임시의정원에서 통과된 대한민국 임시헌장이다. 임시헌장은 신익희, 조소앙, 이광수 등이 만드는 데 참여해 모두 10조로 구성되는데, 특히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라는 문장은 대한민국 현행 헌법의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와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와도 직결된다.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한 내용이지만, 사실 대한민국 외에는 전 세계 어떤 나라의 헌법에도 이렇게 쓰여 있는 경우가 없다. / 331p

 

 

 

 

 

 

   책의 말미에는 부록으로 「2·8독립선언서」, 「3·1독립선언서」 전문을 수록함과 동시에 3·1운동의 성격과 참가자 구성, 사망자 및 부상자 수의 통계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이를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또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이 땅의 자유 수호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나 언론, 지식인들은 3·1운동을 ‘폭동’이나 ‘소요’라고 표현하면서 그것이 단순히 1910년대 조선을 통치한 데라우치 마사타케나 하세가와 요시미치 같은 무관총독이 무단통치를 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분석한다고 하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우리는 3·1운동의 정신과 임시정부 수립의 위대한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는 점점 모르는 채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하지만 꼭 알아야할 역사를 생생하게 되살려냈다는 점에서 꼭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앞으로의 세대가 더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역사이기에 보다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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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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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가족으로 속죄와 차별 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남자의 이야기!

미스터리는 잊어라, 휴머니즘과 감동으로 녹아낸 히가시노 게이고의 색다른 소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난 뒤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거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맞아?’ 하고 말이다. <11문자 살인사건>, <브루투스의 심장>, <기린의 날개>, <아름다운 흉기>, <회랑정 살인사건> 등의 작품을 읽은 나로서는 추리소설가라는 강렬한 인상 때문인지 휴머니즘과 감동을 녹아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란 작품은 어쩐지 의아하기만 했던 것이다.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의외의 작품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지금에 와서 보니 그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나 갑작스러운 게 아니었던 것 같다. 아버지와 아들 간의 부성애 코드를 다룬 <도키오>, 그리고 살인자의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편지> 같은 작품이 이전에 존재했었던 까닭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의 작품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간 본격추리나 사회파적인 미스터리물의 강렬함에 압도되어 그가 얼마나 스펙트럼이 넓은 작가인지 나는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읽을 게 많고 감탄할 게 많다는 건 독자로서 참 좋은 일이 아닐까.

 

 

 

편견과 차별, 속죄와 용서, 우리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편지>는 살인자를 가족으로 둔 한 남자를 통해 사회에서 가해자 가족이 겪는 편견과 차별을 다룬 작품이다. 그간 추리물이나 미스터리 장르를 선보이는 가운데, 일본 사회의 병폐와 사람 사는 이야기의 향수를 은근하게 녹여낸 바 있던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품을 통해 본격적으로 사회적인 문제와 인간다운 삶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내던진다.

 

 

하지만 지금 내게는 직장도 돈도 없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살 돈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정월에 떡을 사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츠요시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동생 나오키가 걱정 없이 대학에 진학할 마음을 먹게 할 수 있는 돈이었다.

츠요시는 이런 공상을 했다. 우선 은행에 목돈을 정기예금으로 넣는다. 그걸 나오키에게 보여준다. 너한텐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이만큼 저축을 해놓았어. 이것만 있으면 입시 전형료건 입학금이건 문제가 되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넌 아무 걱정할 필요 없어. 동생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 12p

 

 

 

   츠요시는 가난한 형편에 동생인 나오키가 대학 진학을 거의 포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다급해진다. 허리와 무릎이 좋지 않아 다니던 이삿짐센터는 물론 음식 배달 일도 그만둬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방법이 없었던 그는 이삿짐센터에서 일할 때 알게 된 오가타 할머니 집에 몰래 들어가 돈을 훔치다가 그만 살인자가 되어버린다. 결국 그는 교도소에 수감되고 홀로 남은 동생 나오키는 살인자의 동생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로 지긋지긋한 가난에 꿈을 상실한 채 막막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학교에서는 그가 학업을 중단하고 떠나주길 바라고, 따뜻한 정을 베풀어주던 아르바이트 점장은 그가 살인자의 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를 불편하게 여기고, 음악에 대한 열정과 꿈도 포기해야하는 것은 물론, 사랑하는 여자의 가족으로부터 무시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이렇듯 살인자 형을 둔 동생이라는 꼬리표는 매 순간순간마다 그의 발목을 붙든다. 더욱이 형이 매달 보내는 편지는 동생을 향한 애정과 살인에 대한 죄책감으로 가득하지만 동생의 입장에서는 형이 살인자라는 사실만 더욱 각인시킬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는 점점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게 되고 형의 존재마저 자신에게서 지우려 한다.

 

 

드디어 악몽에서 해방된 거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다른 젊은이들처럼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음악과 만나면서 닫혀 있던 모든 문이 열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모두 착각이었다. 상황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세상과 자신을 가로막는 싸늘한 벽이 여전히 눈앞에 있었다. 그 벽을 넘어서려 해봐야 더욱더 차가워질 뿐이다. / 183p

 

 

차별과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잘 알기에, 나오키는 현재 상태로는 자신이 행복하게 살 수 없을 거라고 믿었다. 그걸 손에 넣기 위해서는 뭔가 힘이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어떤 힘이건 상관없다. 뛰어난 재능이건 재력이건. / 233p

 

 

나는 어떻게 될까? 만약에 몸이 불편해지는 어떻게 될까? 회사가 다른 일을 마련해주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걸까? 그리고 돈이 궁해져 결국 남의 것을 훔칠 생각을 하게 될까? 설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츠요시도 자기가 도둑질을 하러 들어갔다 충동적으로 노파를 죽이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나에겐 그런 형과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게 바로 그 피다. / 355p

 

 

 

 

 

 

   이 소설을 읽다보면 살인자의 가족마저도 속죄하는 삶을 살아야만 하는가? 어느 만큼 희생을 해야 하는가? 어떻게, 얼마나 속죄해야 희생자의 가족들에게 위로가 될까 하는 등의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소설 속에서 누군가는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왜 네가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해?” 하는 말을 던지지만, 대부분은 이상한 일에 말려들까봐 쉬쉬하며 최대한 배척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 츠요시가 매달 희생자의 가족에게 보내는 사죄의 편지가 정작 희생자 가족에게는 어떤 위로보다 상처가 되어 긁어 부스럼이 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면서 진정한 속죄란 무언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이런 점에서 나오키와 히라노 사장의 대화는 의미심장하다. 자신이 죄를 지으면 가족도 고통을 받게 된다는 걸 모든 범죄자들은 알아야 한다고, 동생인 나오키가 겪는 차별과 편견은 어떠면 당연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원망하거나 피하기보다 착실하게 사회성을 되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자네가 형을 원망하건 어쩌건 그건 자네 자유지. 다만 남을 원망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뿐일세. 좀 더 알기 쉽게 말하면, 자신이 죄를 지으면 가족도 고통을 받게 된다는 걸 모든 범죄자들이 깨달아야 한다는 이야기지." / 363p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 엽서 한 장이라도 보내주면, 적어도 그 사람들이 그 사건을 잊지 않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으니까. 우린 잊고 싶어도 미키의 상처를 볼 때마다 생각이 나. 결코 잊을 수 없을 거야.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점점 잊어가지. 그래서 우린 더 상처를 입어. 우린 이 세상에 사건을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우리 말고도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잠깐 위안을 얻을 수 있어.” / 453p  

 

 

 

 

 

   소설은 비록 사람들로 하여금 상처와 고통을 받았지만, 나오키의 곁을 한결같이 응원하는 유미코, 나오키의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을 지지해주고 형과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하는 데라오 등을 통해 나오키가 관계를 회복하고 숨지 않고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을 따듯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차별과 멸시, 편견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지, 또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끝까지 진중하게 풀어나간다. 어쩌면 이 소설이야말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가 추리와 미스터리 장르의 한계에서 벗어나 더욱 확장된 소설적 세계관을 보여줄 수 있는 작가임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지 않나 싶다.

 

 

 

   사실 이 책을 선택했을 때는 당연히 추리소설일 거라고 생각했기에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어서 자칫 실망할 뻔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비록 호불호는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담백한 문체와 높은 몰입도, 우리 사회가 모두 고민해보면 좋을 주제여서 그의 팬이라면 꼭 읽어보시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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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 더 힘들어하고 더 많이 포기하고 더 안 하려고 하는
김현수 지음 / 해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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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사회에 전하는 요즘 아이들의 마음 속 이야기!

아이들의 고생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어른으로 거듭나기 위한 부모교육서!

 

 

 

   ‘친구 같은 엄마가 되자.’

   아이를 하나, 둘 낳으면서 늘 하는 생각이 있다면 부모라는 자리보다 친구처럼 곁을 편안히 내어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며칠 전에 다섯 살이 된 아이가 얼굴을 붉히며 ‘엄마가 내 말을 안 들어주잖아.’ 하는 것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에게 ‘안 돼’ 하는 말로 행동을 저지하고, 어른의 방식으로 아이를 훈계하기만 했던 것이다. 다섯 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벌써부터 엄마가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느끼는데, 하물며 청소년기가 되면 우리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갈지 아찔해지기까지 하다. 더군다나 우리 세대와는 또 달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세대 간의 소통이 점점 어려워지는 세상에 어떻게 하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엄마가 되어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인지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이라는 책의 제목만 읽어도 마음이 덜컥 붙들린다. 언젠가 내 아이가 자라서 느낄,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진짜 속마음이 무엇인지 눈과 귀를 열고 마음으로 읽어봐야겠다.

 

 

 

 

 

 

한 번이라도 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은 치유형 대안학교인 ‘성장학교 별’의 교장이자 청소년, 지역사회, 중독, 정신분석 등의 분야에서 상담과 치료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쓴 교육서다. 오랫동안 저자는 진료실과 교실에서 수많은 청소년들을 만나 그들의 속마음을 들으며 요즘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분노와 울분’을 깨닫고 부모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함으로써 요즘 아이들의 특징과 어른 세대가 책임져야 할 역할들을 일러주고자 한다.

 

 

 

“사랑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증오도 다룰 줄 알게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고 치료자의 역할이다.” / 도널드 위니캇

 

 

 

   어른들이 요즘 젊은이들에게 흔히 갖는 불만이 ‘고생 없이 커서 어려움을 모른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저자는 각자의 시대에서 각각의 고생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아무 고생 없이, 특별한 수고를 치르지 않고, 성장하고 성숙하는 일은 없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아이들의 고생도 알아주어야 한다. 아이들의 짜증과 화에 어른들은 넌더리를 내고, 지치고 힘들다는 걸 알지만 아이들의 공격을 받아주는 어른들의 ‘품’이야말로 아이가 어떻게 자라날 것인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분노하고 울분에 찬 아이들의 목소리와 행동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분노와 울분은 힘의 방향을 바꾸어주면 될 일이지만 삶의 에너지가 식어 무기력한 아이들과는 오히려 더 많은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하는 까닭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분노와 울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느끼고 있는 마음고생이란 어떤 것일까? 저자는 각종 상담과 치료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목소리를 이렇게 정리한다. “특별한 아이가 아니어서 죄송합니다” “재롱 떨기도 힘들어요” “내가 얼마나 외로운지 알아?” “공부 못하는 내가 미워요” “돈으로 때우지 마세요” 등이다. 대체로 아이들은 부모들의 기대에서 벗어나는 일을 두려워하고, 외로움이 큰 아픔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고등학생들에게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위는 무엇일까’ 하고 묻자 대답이 바로 ‘전교 1등 성적표’라고 했다 하는 것을 보니 ‘자식’을 출발로 하여 ‘공부’ ‘학벌’ ‘좋은 직업’으로 이어지는 이 일련의 프로젝트 수행이 인생의 이유이자 목적이 된 부모들과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데에서 아이들은 절규하고 있다. 문제는 현 부모 세대는 희망이 없다든지 목표가 없다든지 꿈을 꾸지 않기로 한다든지 하는 심리적 태도를 수용할 수가 없기 때문에 수많은 가정에서 매일 훈계와 갈등, 싸움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아이들이 분노와 울분의 심리 상태에 처한 것에 대해 저자는 개인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차원에서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바로 획일성, 능력주의, 혹독한 경쟁과 비교, 경쟁에서 뒤처진 이들에 대한 혐오와 모멸, 과잉보호, 다양성의 상실 등 이 사회가 낳은 악행과 모순된 제도들이 아이들을 패배자로 만들고 정서 상태를 절망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공부 말고 해본 것이 없어 체험의 상실을 느끼고, 점점 한정되고 줄어드는 움직임으로 몸을 상실하였으며, 여행과 같이 자신을 탐험할 기회는 물론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음미할 수 있는 독서 시간을 상실하는 등 이번 생은 망했다고 선언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모두를 불행하게 하는 체계를 바꾸지 않고, 우리는 이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기계발, 각자도생을 통해 성공을 추구하지만 그것이 공허한 이유, 결국 우리 스스로의 자존감을 존중받지 못하는 까닭은 이 사회의 체계에 있습니다. / 121p

 

 

 

   저자는 생존이 목표였던 조부모 세대와 부모 세대와는 다르게 요즘 아이들은 소속, 인정, 관계와 의미가 더 큰 승인체제임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아이들이 실제로 느끼고 살아가는 현실을 어른들이 이해하려고 애써야만 아이들의 세계를 알 수 있다고 말이다. 그 방법이란 아이들의 새로운 문화를 이해해주고, 바쁘게 지나가듯이 흘려듣지 말고 아이에게 전적으로 집중해주며 이해하려는 노력이 곁들어진 경청, 상대방의 입장이 아니라 내 아이의 입장에서 일단 한편이 되어주는 것, 압박하거나 채근하지 말고 적당하게 낙관적이고 긍정적으로 이야기해주기, 아이들이 혼자 할 수 없는 일이 많으므로 누구를 만나거나 누구의 도움을 더 받을 수 있을지 함께 도와줄 사람을 찾아주는 일 등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인정하고 아이들과 호감을 나누고 유대를 맺음으로써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시대가 달라지고 사람이 작동하는 원리도 달라져서, 듣지 않으면 분간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많아졌습니다. 아이들 문화 안에서 어른들에게 친절하게 전달되지 않은 여러 문화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 이야기, 비제이, 싫어하는 어른, 가수, 부모 유형을 모두 들어주세요. 그래야 아이들이 말할 수 있으니까요.

들으면서 이해되지 않는 것을 묻는 것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듣지도 않고 지레짐작으로 판단하고 이야기하지는 말아주세요. 상담의 기본이기도 하지만, 상담이 아니더라도 끝까지 듣지 않으면 상대방의 진의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해하려는 노력이 곁들어진 경청이야말로 관계를 가깝게 하는 가장 큰 힘입니다. / 204p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꿈이 생겼다고 말하면, 어른들은 예민하고 섬세한 반응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런 대화를 하게 되는 순간, 그런 발언을 들은 순간을 마주했다면 하고 있던 모든 일을 중단해야 합니다.

그런 뒤, 아주 집중해서 함께 앉아서 소중하게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부모 혹은 어른으로서의 기쁜 마음을 우선 표현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말해 주어야 합니다. (중략)

아이의 가슴속에 그런 꿈이나 과업, 혹은 의욕이 생겼다고 하는 일 자체는 정말 중요한 과정입니다. 절대로 의심하거나 불안을 표하거나 모욕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관련된 아이의 재능을 인정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말해 주어야 합니다. / 213p

 

 

 

   이 모든 일을 행하기에 앞서 저자는 어른부터 먼저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모들부터 생기 넘치는 삶을 살고, 자신의 삶에서 희망을 만들고 사회에 함께 기여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일 때 아이들은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고생을 자식이 아닌 다른 사회적 관계의 현장에서 희생이 아닌 봉사와 헌신으로 보여줌으로써 아이들도 부모를 보고, 어른을 보고 삶이 그저 생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함께하고 기여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저 자식 하나 잘되는 것을 보는 것으로 부모의 인생을 제한하지 말고 부모도 새롭게 공부하고 부모의 삶에서 희망을 만들기를 조언한다.

 

 

 

 

 

 

 

   언제부턴가 아이가 삶의 전부가 되어버리고 미래를 잊고 살아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내 삶을 단단하게 채우는 일이야말로 아이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활활 타오르게 하는 첫 번째 조건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예전에 우리는 이러지 않았다는 말 따위로 나에게 핑계를 대고 아이를 꾸짖기보다 나 스스로가 증명하는 삶을 살고 그것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의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 같은 엄마가 되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겠지만 무조건 아이의 편이 되어주고,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아이가 미래를 내가 원하는 대로 제단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응원해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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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알아두면 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알아두면 시리즈 1
씨에지에양 지음, 김락준 옮김, 박동곤 감수 / 지식너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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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화학 물질에 대한 오해와 진실 파헤치기!

일상생활 속 화학 물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통해 현명한 소비자 되는 법!

 

 

   몇 해 전, 친한 동생이 아이를 낳았다. 나는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하다가 엄마들이 많이 쓴다는 물티슈 한 박스를 선물로 보냈다. 이왕이면 ‘친환경’, ‘프리미엄’, ‘저자극’, ‘안전’이라는 광고글과 sns에서 엄마들의 칭찬 후기도 자자한 상품으로 망설임 없이 선택했는데 얼마 뒤, 그 물티슈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져왔다. 인체에 무해한 저자극 물티슈라는 말에 엄마들이 믿고 쓰던 제품이었는데 이 무슨 날벼락 같은 소식인지. 졸지에 나는 선물을 하고도 곤란한 입장이 되어 동생에게 거듭 사과를 해야만 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무독성’, ‘무자극’, ‘식물계 성분’, ‘100% 유기농’이라는 광고에도 안심할 수 없을 만큼 각종 화학 제품 및 식료품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라돈 침대, 유해 세균 검출로 인한 리콜 사태 등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화학 제품에 대한 두려움이 증폭된 까닭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흔히 마시는 음료수, 머리를 감을 때 쓰는 샴푸나 바디클렌저, 헤어 메이크업 제품, 세정제 등 이 모든 화학 제품에 대해 과연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우리가 제품의 성분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전문가처럼 면밀히 살펴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저 믿고 쓰는 수밖에 없는 일인데, 이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논란이 계속되니 공연히 불안과 걱정에 시달리기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우리가 일상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화학 상식들

 

 

   <화학, 알아두면 사는 데 도움이 됩니다>는 화학공학자인 저자가 대중을 현혹하기 위해 상품판매자들이 불러일으킨 화학에 대한 각종 오해를 바로잡고, 대중에게 올바른 화학 상식을 전달하고자 쓴 책이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학 학술지인 <네이처 케미스트리>가 게시한 글을 인용해 흥미로운 사실을 제기한다. 화장품, 건강식품, 가정용 세제, 음식물 및 음료수를 포함한 모든 상품을 철저히 검사하고 분석한 뒤에 ‘화학 물질 무첨가’라는 문구를 정확하게 사용한 상품을 모두 공개하기로 했는데,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니 내용이 텅 비어 있더라는 것이다. 지면에 이름을 올릴 만한 상품은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화학 물질 무첨가’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100% 천연 제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숱한 유기농 제품들은 다 뭐란 말인가. 나는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미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야 말았다.

 

 

 

   저자는 우리가 현명한 소비자가 되려면 ‘무첨가’라는 문구를 봤을 때 가장 먼저 어떤 성분을 첨가하지 않았는지 질문하고 생각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고 말한다. 앞서 밝혔듯이 100% 천연 제품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화학 물질이 일절 첨가되지 않았구나, 하고 무턱대고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근래에 들어 각 제품마다 성분 표시를 의무화하도록 하고는 있지만 가끔은 첨가하지 않았다고 광고한 화학 물질이 전성분표에는 떡하니 있거나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이름으로 적혀 있기도 하니 말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광고에 현혹되지 않고 스스로 안전한 제품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지식을 익혀야 한다. 이에 책에서는 우리가 꼭 알아두어야 할 48가지의 필수 화학 상식을 비롯하여, 잘못 알고 있었던 상식까지 바로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들을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지식은 자신을 보호하는 최고의 힘이다. 하지만 어설프게 아는 지식으로 사실 관계를 단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87p

 

 

 

   책은 크게 밥상, 세안과 목욕, 미용, 청소에 관한 화학 상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밥상에 관한 상식 편에서는 채소의 잔류 농약을 깨끗이 제거하는 법, MSG는 정말 건강을 해칠까, 올바른 전자레인지 사용법 등의 주제들을 살펴본다. 가장 인상적인 주제가 있다면 바로 전자레인지에 관한 것이었는데, 전자레인지가 음식의 영양소를 파괴한다거나 전자파에 대한 우려와 의심에 관한 오해들을 해소할 수 있는 내용들이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무엇보다 전자레인지 전자파보다 휴대전화 스크린의 블루라이트를 더 조심해야 할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마이크로파나 전자레인지가 아니라 사용자의 사용 방식이며 두려움을 심어주는 단편적이고 과장된 정보에 속지 말아야 하는 일이란 점을 유념해야겠다.

 

 

 

음식물에 수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방이 함유된 음식물은 가열하면 120℃ 이상 올라갈 수 있다. 더욱이 음식물이 골고루 데워지지 않을 때, 구체적으로 가운데 부분은 미지근하지만 용기와 접촉하는 가장자리는 뜨거울 때 플라스틱 용기의 전체 온도가 120℃ 이하일 것이라고 장담하기가 어렵다. 만에 하나 낮은 품질의 재료(열에 약한 플라스틱)로 만들었거나 생산 과정에서 불량한 물질이나 기타 물질(비스페놀A)이 첨가되었으면 확실히 안전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 54p

 

 

'어떻게 사용해도 100% 안전하겠지‘라고 생각해서 주의 사항을 소홀히 하는 것도 안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아는 것이 힘이다. 많은 것을 이해하면 진실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모든 사물은 좋고 나쁜 양면성이 있다. 전자레인지도 그렇다. 100%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두려운 물건도 아니다. 두려움을 심어주는 단편적이고 과장된 정보에 속지 말자. / 62p

 

 

 

 

 

 

   여성들이라면 세안과 목욕, 미용에 관한 주제를 다룬 데에 관심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수분을 유지하는 겨울철 오일 보습 방법, 올바른 마스크팩 사용법, 수제 비누는 천연적일 것이라는 착각, 기능성 화장품의 올바른 사용법, 레몬수를 마시면 정말 살이 빠질까 등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 재미있게 읽힌다. 그간 유명 연예인들이 일러주는 방법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근거 없는 소문에 얼마나 의지했었는지를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테면 차가운 물이나 얼음물로 세안하면 피부가 팽팽해져 주름이 안 생기고 젊어진다는 설에 관해서 이는 과장된 말이며 세안하는 물의 온도가 모공 수축에 주는 영향은 일시적일 뿐, 피부 온도가 상승하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을 지적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또 2 in 1 상품일수록 잔여물이 남지 않게 더욱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는 점, 수제 비누라고 해서 천연적일 거라는 착각은 금물이라는 점 또한 주의해야겠다.

 

 

제품 포장지에 전성분표가 있는지, 광고하는 내용의 성분이 진짜로 들어 있는지, 유기농을 표방하는 제품이면 Ecosert, USDA ORGANIC, IFOAM, JAS와 같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유기농 인증 마크가 있는지, 꼭 유기농 제품을 써야 하는 사람은 모든 성분이 유기농 인증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한두 성분만 유기농 인증을 받아 놓곤 마치 모든 성분이 유기농 인증을 받은 것처럼 광고하는 것인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 149p

 

 

정리하면 보습 제품이든, 미백 제품이든, 안티 에이징 제품이든, 여드름 케어 제품이든 무턱대고 고농도를 찾을 필요는 없다. 농도가 지나치게 높다고 해서 피부에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포장지에 유효 성분의 농도를 실제보다 터무니없이 높게 표기하거나 얼굴에 바를 수 없는 정도의 농도를 자랑처럼 표기한 제조사는 자신들이 모슨 글을 써넣은 지도 모른 채 스스로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 198p

 

 

오호! 비싼 선크림은 조금만 발라도 된다는 말을 믿지 마시라. 앞에서 설명한 SPF, PA 지수는 1㎠ 크기의 피부에 2㎎의 자외선 차단 제품을 발라서 측정한다. 다시 말해서 SPF30의 선크림을 콩 한 톨만큼 짜서 얼굴 전체에 바르는 것보다 SPF15의 선크림을 듬뿍듬뿍 발라주는 것이 낫다. 자외선 차단 지수가 높고 유명 브랜드의 비싼 자외선 차단 제품이라도 충분한 양을 바르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 250p

 

 

 

 

 

 

 

  주부이다 보니 청소에 관한 화학 상식 편에서는 조심해야 하는 가정용 세정제 성분과 이를 올바르게 이용하는 법에 특히 집중해서 읽었다. 그간 주방이나 화장실을 청소할 때 도구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맨손으로 그냥 청소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서는 세정력이 뛰어난 청소 제품으로 주방과 화장실을 청소할 땐 반드시 고무장갑을 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주방의 기름때를 제거하고 싶을 땐 주방용 청소 세제를, 화장실의 물때와 소변 때를 제거하고 싶을 땐 화장실용 청소 세제로 반드시 용도에 맞는 세제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겠다.

 

 

 

  이렇듯 <화학, 알아두면 사는 데 도움이 됩니다>는 그간 화학 제품에 대한 불명확한 정보들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었는지 반성할 수 있는 계기는 물론, 똑똑하게 고르고 제대로 사용하는 법에 대해 배울 수 있어 매우 유용한 독서가 되었다. 일단 정확한 정보를 은폐하고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판매자의 과장된 광고도 경계해야겠지만 그만큼 소비자가 얼마나 알고 있고 이를 경계할 수 있는 판단을 가졌느냐가 더욱 중요한지도 깨달았다. ‘지식은 자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힘이다. 일상생활·공공 안전 문제로부터 자신을 잘 보호하려면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지식을 바탕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던 저자의 마지막 당부를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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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교토 (꽃길 에디션)
주아현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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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작은 골목으로부터 온 낭만 가득한 봄꽃 향기!

사소해서 아름다운, 느리지만 행복한 감성 충만 골목 여행기!

 

 

 

   벚꽃이 벌써 한창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찾아온 꽃샘추위 때문에 벚꽃이 이리저리 흩날리는 모습을 보니 가슴 한 구석이 저린 듯 아쉽다. 오래오래 두고 보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 때문일까, 남편과 나는 개화시기가 늦은 지역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을 즐기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둘째 아이가 마침 태어나는 바람에 집 근처의 벚꽃거리조차 구경해보지 못하고 이대로 봄을 떠나보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매년 봐왔던 벚꽃이 대체 뭐라고. 어쩐지 섭섭해서 괜히 울적해지려는 찰나에 그런 나를 위로하듯 봄날의 핑크로 물든 표지 하나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고 보니 작년 이맘때에 분명 읽은 책인데, 이대로 흘려보내기가 아쉬워서 붙잡고 싶은 오늘의 봄날처럼 다시 한번 책에 마음이 끌린다. 그래, 교토의 벚꽃. 그 벚꽃이 그렇게 참 예뻤더랬지. 교토의 어느 낯선 골목길에서 마주한 벚꽃 사진 하나에 나까지 마음이 설레었던 그 책, 그 페이지가 아직도 기억난다.

 

 

 

 

 

 

잔잔하고 소박하며 평온한 나날에 어느 여행자처럼

 

 

지도를 보지 않아도 숙소가 있는 동네의 길을 빠삭하게 꿰고 있다는 것,

숙소로 향하는 버스 번호가 익숙해진다는 것,

저녁거리를 고르는 아주머니들과 동네 마트에서 함께 장을 본다는 것,

좋아하는 카페에 몇 번이고 들러서 시간을 보낼 수 잇다는 것,

골목길 서점에 눌러앉아 보고 싶은 책들을 잔뜩 볼 수 있다는 것,

이게 바로 살아보는 여행의 매력이지 않을까. / 프롤로그 중에서

 

 

 

   남들 다 가보는 관광지보다 평범한 동네의 골목을 걷고, 자전거 타며 노래 듣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 소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일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여행자 주아현의 <하루하루 교토>가 꽃길 에디션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하루’는 한 낮과 한 밤이 지나는 동안을 뜻하는 우리말이자 봄을 의미하는 일본어 春(춘)의 발음이라고 하니 제목에서도 어쩐지 봄 향기가 느껴진다. 책은 3년 동안 무려 열 번이나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올 만큼 일본 여행을 동경하게 된 저자가 마침내 교토에서 한 달 동안 살아보는 여행을 하면서 기록한 글을 모아 엮은 감성에세이다.

 

 

 

   왜 하필 교토인가 하면, 어디를 가든 매번 좋았지만 오래도록 머물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 건 교토가 유일했다고. 그도 그럴 것이 마치 여러 개의 다른 세계가 있는 것처럼 교토는 참 신기하고 끝없는 매력을 지닌 도시 같다던 그녀의 말처럼, 책을 읽다보면 교토라는 도시가 지닌 소소하지만 그 남다른 매력에 나까지 빠져드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루하루 교토>를 읽다보면 마치 우리 동네 어느 흔한 뒷골목을 여유롭게 누비듯 사소하지만 넉넉한 풍경을 지닌 교토의 골목길을 걷는 저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유독 날씨가 더운 날 빙수를 먹으려고 나섰다가 그냥 조금 더 걸어보자는 마음으로 낯선 길로 접었을 때 마주하게 된 분홍 벚꽃의 찬란함, 츠타야 서점에서 하루를 몽땅 써보기, 전철 타고 아무 곳에나 가서 즉흥 여행하기 등 때로는 계획하지 않았던 것들에서 오는 이 놀라운 감동은 역시 살아보지 않으면 쉽게 얻을 수 없는 것들이리라.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쭉 뻗은 길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도, 편의점에서 음료수나 맥주 하나를 사서 풀밭에 털썩 앉아 마시는 것도, 혹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가만히 사색에 잠기는 것도, 꽤 실력 좋은 버스킹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시간의 제약 없이 내가 있고 싶을 때까지 진득하게 앉아 있다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이 모든 것을 아무런 조건 없이 허락해주니 가모가와는 마음이 참 넓은 강이다. 나의 필름 속에 가장 많이 담겨 있을 가모가와의 모습. 계절과 시간에 따라 이곳의 온도와 색채가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음에 행복하다. / 70p

 

 

 

 

 

 

   혼자 카페를 찾아 그곳에서 한두 시간씩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저자가 교토의 카페들을 찾아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이미 SNS나 여행자들에게 유명한 카페에서부터 우연히 발견하게 된 아기자기한 매력의 카페들까지. 고양이 파르페로 유명한 코토바노하오토, 교토에 온다면 두 번 이상은 꼭 방문해야 한다는 와이프 앤 허즈번드, 오래된 초등학교를 개조해서 만든 트래블링커피, 교토에 올 때마다 교토에 온 기분을 실감하고 싶다면 가장 첫 번째로 찾아오고 싶다던 브랑슈, 갓 만든 부드러운 타마고산도로 유명한 라쿠카페, 작고 소방한 공간이 여행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스위스 커피 앤 플랜트 등 교토의 감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따뜻한 카페들이 마음을 끈다.

 

 

 

투박하면서도 정성스러운 손길로 만들어진 그릇과 소품들을 둘러보는데 그 어느 카페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낡아버린 천 조각, 볼품없이 메마른 나뭇가지, 해진 철제 바구니, 손때 묻은 오래된 책 하나하나가 그들을 만나 카페의 멋진 일원이 되었다. 오래되고 낡은 것들에게 한 번 더 귀를 기울여주고 손길을 뻗어 다시금 생명력을 불어주는 마법 같은 곳. 유행하는 것, 세련된 것만 따라가기 급급한 요즘의 우리 세대와는 다르게 키토네나 교토 대부분의 카페들은 세월이 느껴지는 오래된 옛것, 촌스럽지만 아날로그하고 투박한 것들을 소중히 여기며 지켜내고 있었다. 이들이 만든 소중한 공간에서 따뜻한 기억과 많은 영감, 좋은 기운까지 얻어 가자니 커피 한 잔 값만 지불한 게 미안할 정도였다. 나는 이 공간에 머물 때마다, 나중에 나이가 좀 들면 키토네 같은 삶을 살고 싶다고 몇 번이나 생각하곤 했다. / 146p 

 

 

 

 

 

 

   교토에서 한 달 동안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행의 막바지에 이르러 한 달도 부족했나 하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여전히 가보지 못한 곳과 다시 가고 싶은 곳이 가득하기 때문에. 비록 이 여행으로 어떤 거창한 깨달음을 얻거나 무언가 대단한 걸 배워오지는 못했지만 일상으로 돌아와 어느 날 갑자기 그곳에서의 추억이 스쳐 지나갈 때, 미치도록 그 순간이 그리울 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먹었던 음식들, 걸었던 길들 하나하나에 그리움이 스미어 문득문득 그녀를 이끈다고. 누구나 자신의 일과 익숙한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의 공백을 갖는다는 건 흔히 할 수 있는 결심이 아니지만 그렇기에 그 가치는 무엇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큰 보물이 되었다는 그녀의 말은 나를 부채질한다. 조금 더 어렸을 때, 자유로웠을 때 나도 살아보는 여행을 해볼 걸 하고 말이다.

 

 

이곳을 그리워할 이유는 이렇게나 사소했다. 그래서 어쩌면, 너무도 익숙해질 만큼 내 가까이서 하루에도 몇 번씩 함께했던 감각들이라 이리도 그리워지는 게 아닐까. / 166p

 

 

 

   4월 그 한 달의 시간을 교토에서 보낸 이 책을 읽으며 마침 벚꽃이 만개한 4월이라 유독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것 같다. 매년 보는 벚꽃인데도 항상 마음이 동하는 것처럼 이 별 것 아닌 것 같은 그녀의 소소한 여행도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언젠가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야트막한 기대감과 작은 것에서 큰 감동을 얻는 그 기쁨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는 아닐는지. 이 봄, <하루하루 교토>처럼 내 옆에 피어난 것들과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찾아보는 감동을 많은 분들이 느껴볼 수 있기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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