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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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욕망, 인간의 본질을 유려하게 다룬 경이로운 작품!

프레드릭 배크만의 작품 중 단연 압도적으로 추천되어야 할 소설! 

 

 

 

   스틱과 빙판, 한 개의 퍽과 두 개의 골문, 이기고 싶은 욕망, 싸우고 싶은 욕망, 너희와 우리가 모든 걸 걸고 벌이는 대전. 이 단순해 보이는 스포츠가 한 도시의 존폐를 가르고, 누군가에게는 정치의 무대가 되며, 누군가의 삶을 산산조각 낼 수도 있을 만큼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마을, 그곳은 바로 ‘베어타운’이다.

 

 

 

   <오베라는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브릿마리 여기 있다>의 연이은 흥행으로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프레드릭 배크만이 지난 해 출간한 <베어타운>의 두 번째 이야기 <우리와 당신들>로 돌아왔다. 앞선 전작들이 주로 재미있게 잘 쓰인 ‘스토리텔러’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면 스포츠가 정치가 되어버리고, 비틀린 우정과 상처로 얼룩진 10대들의 상흔들을 음울하지만 서정적이면서 우아한 문체로 그려낸 <베어타운>은 그를 거장의 반열에 올리기에 충분할 만한 작품성을 지닌 소설이라 평가했던 나로서는, 두 번째 이야기 <우리와 당신들>이 보여준 이 압도적인 몰입감과 가슴을 파고드는 유려한 문장들이 선사하는 경이로움에 다시 한 번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자기 안에 혼돈이 있는 자만이 춤추는 별을 탄생시킬 수 있다

 

 

이것은 그 이후의 이야기, 어느 해 여름에서 겨울까지의 이야기다. 베어타운과 그 옆 마을 헤드의 이야기, 두 하키팀 간의 경쟁이 돈과 권력과 생존을 둘러싼 광기 어린 다툼으로 번진 이야기다. 하키장과 그 주변에서 두근대는 모든 심장의 이야기, 인간과 스포츠와 그 둘이 어떤 식으로 번갈아가며 서로를 책임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의 이야기, 꿈을 꾸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 중 몇 명은 사랑에 빠질 테고 나머지는 짓밟힐 테고, 좋은 날도 있을 테고 아주 궂은 날도 있을 것이다. 이 마을은 환희를 느낄 테지만 또 한편으로는 불타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끔찍한 충돌이 벌어질 것이다. / 15p

 

 

 

   <베어타운>의 두 번째 이야기 <우리와 당신들>은 전작에서 벌어진 사건이 있고 몇 달 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온 마을의 자부심이자 존폐를 판가름할 정도로 ‘하키에 살고, 하키에 죽는’ 마을 베어타운은 몇 달 전, 절체절명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팀의 에이스인 케빈이 단장의 딸 마야를 성폭행하게 된 일을 계기로 쓸쓸한 운명을 맞이하고 만다. 베어타운 하키팀의 주요 선수들은 옆 마을 헤드의 하키팀으로 옮겨가면서 뿔뿔이 흩어지고, 마을 역시 일자리도 미래도 없이 곳곳에서 상처와 증오로 으르렁댈 뿐이다.

 

 

 

   케빈에게 성폭행을 당한 마야는 이젠 더 이상 성폭행을 당하는 꿈을 꾸지 않지만, 꿈속에서 매일 밤마다 그를 죽인다. 동생인 레오는 누나의 상처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밤마다 긁는 버릇이 생겼고, 언제든 복수를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듯 불안한 모습이다. 또 얼마나 어떤 끔찍한 일이 아이에게 닥쳐올까 상상을 하며 오늘도 그것을 피해갈 수 있기만을 바라는 마야의 엄마, 청소년팀의 떠오르는 샛별이었지만 케빈과 마야의 일을 증언하는 바람에 모든 것을 잃고 방황하는 아맛 등 모두들 그 날의 사건으로 저마다 깊은 상흔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이 아무리 나이를 먹더라도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은 부모는 없다. 부모가 모든 걸 다 해주어도 아이들이 절대 모르는 이유는 무조건적이라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단어인지 이해하지 못해서다. 부모의 사랑은 감당할 수 없고 무모하며 무책임하다. / 19p

 

 

그 바보들은 베어타운 아이스하키단이 없어진 이유가 케빈 때문이 아니라 ‘그 추문’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 중요한 건 케빈이 누군가를 성폭행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마야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그녀가 없었다면 그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남자들의 세상에서는 여자들이 항상 말썽이다. / 50p

 

 

 

 

 

 

   마야의 아버지이자 베어타운 하키팀의 단장인 페테르는 온갖 협박과 냉대를 당하면서도 해체라는 위기로부터 팀을 구해내기 위해 지역구 의회의 정치인인 테오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다시 팀을 재건하기 위해 나선다.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지만 관심 없던 사람도 거기서 얻을 게 생기면 스포츠는 경제가 되고 정치가 된다는 말이 있듯, 돈과 권력 그리고 이익이라는 유혹 앞에서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이 상처입지 않고 온전히 하키를 스포츠로만 대할 수 있을까. 소설은 스포츠가 경제가 되고 정치가 되는 순간 벌어지는 모순들을 날카롭게 파고들며 그 안에서 흔들리는 다양한 캐릭터와 강렬하고도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마지막까지 독자들의 숨을 조인다.

 

 

 

모든 것에는 한계점이 있기 마련이고, 다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하며 슬픔의 경우에는 그 반대라고 우긴다. 하지만 어쩌면 그게 아닐지 모른다. 발목에 납을 매달고 물에 빠진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으면 서로의 구세군이 되기는커녕 가라앉는 속도만 두 배로 빨라질 뿐이다. 서로의 상처 입은 가슴을 보듬는 부담감을 결국에는 감당할 수 없게 된다. / 94p

 

 

지뢰밭

그대들이 걷고 있는 여기는 지뢰밭.

모든 단어가 폭탄이지만 계속 걸어가야 해.

발밑에서 조그맣게 ‘딸깍’ 소리가 들리고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어버릴 때까지.

피해자의 가장 나쁜 점은 내가 그대들을 피해자로 만들었다는 것.

이제 나는 아무리 원해도 그대들을 치료할 수 없어.

죽은 사람은 난데 묻힌 사람은 그대들인 느낌.

그가 깨부순 사람은 난데 꺾인 사람은 그대들인 느낌. / 138p

 

 

 

   ‘우리는 대부분 마음속으로는 모든 이야기가 단순하길 바란다. 현실도 그렇길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는 물이 아니라 얼음과 비슷하다. 어느 순간 갑자기 방향이 바뀌는 게 아니라 빙하처럼 조금씩 움직인다. 가끔 꿈쩍하지 않을 때도 있다.’는 소설 속 문장이 그러하듯 ‘제발 너희들이 온전히 링크장에 서 있기를 바라. 퍽 하나의 희열에 웃고 울 수 있는 그 단순함만 믿고 삶을 해피엔드로 이끌길 바라.’ 하고 응원하게 되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분명 우리의 삶이 그러하지 않듯 그들의 삶들도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처럼.

 

 

 

“남들처럼 하키 하나만으로 팀에서 자기 입지를 다지도록 내버려 둬. 앞으로는 어딜 가든 차별을 받지 않겠니. 여기에서만큼은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지.”

페테르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말문을 연다.

“코치님은 항상 ‘하키단 그 이상의 하키단’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우리가 지금 그런 조직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 412p

 

 

팀 스포츠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단체의 일원이 되고 싶어서일까?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유가 단순하다. 또 하나의 가족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애초에 가족이 없었던 사람에게는 팀이 가족일 수 있다. / 472p

 

 

 

 

 

 

   이렇듯 <우리와 당신들>은 ‘거짓은 간단하고 진실은 어렵다’는 이 명제 앞에서 오늘도 숱하게 흔들리고 방황하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삶의 다양한 구조와 현실적인 문제들을 통찰력 있게 드러낸다. 특히 가족 사이에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하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움직였던 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을 통해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래서였나. 나는 그렇게 책을 읽는 내내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싶고, 내 사람을 쓰다듬어주고 싶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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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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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미래에 경쟁력 있는 사회인이 되기 위한 철학적 사고법!

고지식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오늘을 사는 지혜를 얻기 위한 교양 철학!

 

 

   우리는 왜 철학을 배워야만 하는가?

   흔히들 이 같은 명제 앞에서 비판적 사고를 키워주고, 현인들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그럴 듯한 대답을 하곤 하지만 고리타분한 옛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거나 수많은 철학자들이 내어놓은 철학 이론 앞에서 금세 무너져버린다. 한창 인문학 열풍이 불었던 때에도 철학서 중 몇 권을 구입해 읽어보곤 했지만 모두가 철학의 중요성과 이론적인 설명만 강조할 뿐 구체적으로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적용하고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없어 여전히 아득하기만 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 야마구치 쇼 역시 평범한 사람이 ‘더욱 나은 삶’을 살고 '더 좋은 사회‘를 건설하는 데 길잡이가 되어야 할 철학을 어렵게만 여기고 소홀하게 다뤄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다. 철학을 연구하는 학술가가 아니라 세계 1위 경영·인사 컨설팅 기업 콘페리헤이그룹의 시니어 파트너로서 철학적 사고를 현업에 활용하여 바로 써먹을 수 있도록 실용성을 강조하는 데 주목한 그였기에, 책에서는 기존의 철학서가 지닌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지금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문제와 해결책을 철학으로 돌파하는 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책은 일상의 고민에서 비즈니스 전략까지, 지금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해석하는 데 필요한 열쇠가 되는 철학적 사고법을 적극 활용하는 법에 대해 알아본다. 경제학, 문화인류학, 심리학, 언어학 등 폭넓은 분야를 다룰 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철학적 사고를 통해 기존의 통념을 버리고 좀 더 긴 안목으로 아이의 성장을 내다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어 매우 유용한 책이었다.

 

 

 

 

 

 

지적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50가지 철학·사상

 

 

   ‘교양 없는 전문가야말로 우리의 문명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다.’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야마구치 슈는 ‘괴테 탄생 200주년 기념제’의 발기인 가운데 한 사람이자, 당시 시카고 대학교 총장이었던 로버트 허친스의 다음과 말을 인용해 철학을 배우지 않고 사회적 지위만 얻으면 문명을 위협하는 존재, 한마디로 ‘위험한 존재’가 된다고 지적한다. 오늘날 수많은 기업이 놀라울 정도로 숱하게 위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시대 상황을 생각해 보면, 반세기 이전에 이미 철학의 중요성을 역설한 허친스 교수의 문제의식이 얼마나 통찰력 깊은 것이었는지 알 수 있다.

 

 

 

   결국 불확실한 시대에 불분명한 난제들을 현명하게 극복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철학적 사고법을 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책에서는 기존의 철학서들이 철학사의 흐름을 기반으로 하여 철학자와 그 이론을 시대순으로 소개하던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람’, ‘조직’, ‘사회’, ‘사고’에 근거하여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고찰하고 이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한다.

 

 

 

   ‘사람’에 관한 핵심 콘셉트를 담은 1장에서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르상티망’을 통해 타인의 시기심을 통해 비즈니스의 기회를 엿보는 법, 흔히 당근이라고 불리는 ‘예고된 대가’가 인간의 창조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훼손시킨다는 실험을 통해 자유로운 도전을 허용하는 풍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실을 자신의 일로 주체적으로 받아들여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태도를 가리키는 ‘앙가주망’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예술 작품처럼 창조해 낼 수 있는 태도야 말로 자신의 가능성을 깨달을 수 있음을 설명하고, 악의가 없어도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 하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등을 통해 사람들이 하는 행동에는 어떤 심리 기저가 숨겨져 있는지를 살펴보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타고난 능력보다 경험을 통해 인간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의지를 심어주는 존 로크의 ‘타불라 라사’ 편은 자라나는 아이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라 더욱 인상 깊게 읽었다.

 

 

 

유아의 발달 과정에서 유아가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데는 심리적인 안전기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사람이 바로 영국의 심리학자 존 볼비다. 그는 유아가 보호자에게 보이는 친근감과 애정, 그리고 보호자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감정을 ‘애착’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애착 관계를 맺은 보호자가 아이의 심리적인 안전기지가 되고 이 안전기지가 있기에 아이는 미지의 세계를 마음껏 탐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중략)...사람이 창조성을 발휘하여 리스크를 무릅쓰고 나아가는 데는 당근도 채찍도 효과가 없다. 다만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가 필요하다. / 69p

 

 

로크는 그가 주장한 경험론처럼 실제로 의사로서 많은 영유아를 접해 본 경험을 통해, 태어날 때 사람의 심성은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석판, 즉 타불라 라사와 같다고 생각했다...(중략)...지금이라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고관이지만 로크가 살던 당시 사회에서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누구나 태어날 때 마음 상태가 백지라는 것은 인간에게 타고난 우열이 없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귀족과 왕족의 자손이든 장인이나 백성의 자식이든 타고난 우열은 없다. 개인의 소양은 모두 태어난 후에 어떠한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고, 이는 교육에 의해 인간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 83p

 

 

 

 

 

 

   ‘조직’에 관한 핵심 콘셉트를 다룬 2장에서는 존 스튜어트 밀의 ‘악마의 대변인’을 통해 끝까지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의 중요성을, 막스 베버의 ‘카리스마’라는 말을 통해 권위를 만드는 세 가지 요소를, 존 내시의 ‘내시 균형’을 이용한 하나의 재미있는 실험을 통해 협조와 배신의 심리에 대해 살펴본다. 이어 ‘사회’에 관한 핵심 콘셉트를 다룬 3장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에밀 뒤르켐의 ‘아노미’, 멜빈 러너의 ‘공정한 세상 가설’ 등의 이론이 등장한다. 그 중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임을 설명한 찰스 다윈의 ‘자연도태’ 이론을 통해 우리가 흔히 ‘에러’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배제시키려는 고정관념을 갖기 쉬운데, 여기서는 무언가 긍정적인 에러가 발생함으로써 시스템의 성과가 향상될 수 있음을 설파한 내용이 흥미롭다.

 

 

 

머튼은 『신약성서』의 「마태복음」에 나오는 “부유한 사람은 점점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점점 더 가난해진다”라는 문장을 차용해 이 메커니즘을 ‘마테 효과’라고 명명했다...(중략)...우리는 비용 대비 효과가 더 높은 아이에게 교육 투자를 몰아주는 경향이 있다. 초기의 성적 결과에 따라 잘하는 아이에게는 더 좋은 기회가 주어지고, 그 결과 한층 더 성적이 높아진다...(중략)...우리에게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초기의 실적 차이를 그다지 의식하지 말고 조금 더 여유롭고 긴 안목으로 사람의 가능성과 성장을 내다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준다. / 172p

 

 

  ‘사고’에 관한 핵심 콘셉트를 담은 마지막 장에서는 이 책이 지향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를 통해 내 생각이 옳은 것이고 이미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을 경계하고, 무엇이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지만 뭔가 있을 것 같고 가망성이 없어 보이는 것에서 혁신이 시작된다는 점을 시사하는 ‘브리콜라주’를, 우리가 지나치게 ‘예측’에 의지하고 있지 않은지 의심해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임을 일러주는 앨런 케이의 명언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 사고인지를 강조한다.

 

 

 

상대와 더욱 깊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창조적인 발견과 생성을 이끌어 내려면 ‘결국 OO이다’라는 식으로 축소해서 인식하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과거의 데이터와 조합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만약 “결국 OO이라는 뜻이죠?”라고 요약하고 싶어질 때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새로운 깨달음과 발견의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쉽게 아는 것은 과거의 지각 틀을 그대로 늘려 가는 효과밖에 가져다줄 수 없다. 정말로 자신이 바뀌고 성장하려면 안이하게 ‘알았다’라고 생각하는 습성을 경계해야 한다. / 270p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를 철학의 시각으로 날카롭게 비판하고 분석한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철학서가 다 그렇지’, ‘어려울 거야’ 라는 통념을 버리고 기존의 사고를 뒤엎는 혁신의 에너지를 얻는데 매우 유용한 책이다. 대학교 재학 시절, 교양 선택 과목으로 나름 철학을 배워보겠다고 과감하게 도전했다가 처절하게 패배하고만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봤을 때 이 책처럼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부분에 접근해보았더라면 지금쯤 철학을 좀 더 재미있고 가깝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이처럼 여러 직종의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나처럼 철학을 어렵게 느끼고 있었던 이들에게도 이 책이 좋은 철학 실용서가 되기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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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프린세스, 내일의 너는 더 빛날 거야 - 지금 그대로 사랑스러운 당신에게
디즈니 프린세스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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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 속에서 발견한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

반드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책!

 

 

 

   온갖 역경을 딛고 아름다운 사랑을 쟁취하는 디즈니 프린세스들의 이야기에 저 역시 마음이 설레었던 때가 있었네요. 그러고 보니 제 마음 속에 로맨스라는 판타지를 품게 해 준 이들이 바로 이들이었네요. 계모와 언니들로부터 구박을 당하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았던 신데렐라, 모두가 위험하다고 여겼던 야수의 따뜻한 마음을 어루만져준 벨, 사랑을 이루기 위해 위험한 거래마저도 용기 있게 응했던 에리얼까지. 이들 모두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내면에 지니고 있던 긍정적인 힘을 믿고,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았기에 진정한 사랑에 다가갈 수 있었지요.

 

 

 

   이렇듯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를 아우르는 중요한 메시지는 ‘사랑과 내면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겠지요. 비록 만화 속의 주인공들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아름다움이 반짝반짝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상냥하게 말하며, 어떤 상황에서든 당당했기 때문이 아닐는지요. 그러니 ‘나는 왜 빛나지 않을까?’라고 생각만 하지 말고 먼저 사랑과 빛이 가득 담긴 말과 행동을 해보라고 <디즈니 프린세스, 내일의 너는 더 빛날 거야>에서는 말합니다. 행복의 말이 행복을 불러오는 것처럼 말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우리의 외면과 내면 그리고 인생의 모습도 달라진다고 말이에요.

 

 

 

행복을 부르는 것은 행복이 담긴 말이고,

사랑을 부르는 것은 사랑의 말이에요

 

 

   <디즈니 프린세스, 내일의 너는 더 빛날 거야>는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 디즈니 프린세스 속 등장인물들의 용기와 사랑의 메시지를 한 권에 담은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일상에 지쳐서 잊고 살았던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글귀들, 완벽하지 않아서 더 사랑스러운 나를 격려해주는 응원의 글들, 우리가 사랑할 때 기억해야 할 것들, 행복을 부르는 사랑스러운 말들을 담아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긍정의 힘을 믿고 역경을 이겨낸 캐릭터들을 통해 이 땅의 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을 성장하게 해주었던 디즈니 특유의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책이지요.

 

 

 

 

 

 

   최근에 저를 보고 사람들이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인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둘째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는 임산부인 저로서는 좀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말이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경제적인 부담감, 육아에 대한 피로감, 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한 무거운 마음들이 겹쳐져 밤잠을 설치기도 했던 것이 이유였던 모양이에요. 그래서일까요. <디즈니 프린세스, 내일의 너는 더 빛날 거야>를 읽으며 ‘괜찮아, 너는 잘 하고 있어. 아직 오지 않은 일을 걱정하고 이야기하며 불안에 살을 붙이지 말아.’ 하는 응원의 힘을 얻게 되었네요.

 

 

 

   또 곁에서 함께 고민하고 어쩌면 저보다 더 큰 짐을 지고 있을 신랑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들이 참 많더라고요. 너무 막막해서 마땅한 대안이나 합의점이 보이지 않는 일이라도 일단 “괜찮아. 같이 해결하면 돼” 혹은 “괜찮아, 같이 생각해보자”라는 말로 시작해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함께 슬픔에 빠져들지 말고 차분하게 지상에 발을 디딘 채, 자꾸만 깊은 곳으로 가라앉으려는 그의 마음을 붙들어주는 것도 제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응원일지도 모르겠고요.

 

 

 

사람의 운이란 늘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서

지금 힘들어도 지나고 보니 그때 그렇게 되어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일도 많습니다. / 37p

 

 

나를 괴롭히는 것은 처한 상황이나 타인의 악의가 아니라

자꾸만 나의 행복을 타인과 비교하는

‘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예요. / 57p

 

 

 

   <신데렐라> 속에서 무도회에 가지 못해 창고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있던 신데렐라에게 요정이 나타나 선물을 주며 하는 말이 있지요. “네가 희망을 잃었다면 나는 나타나지 않았을 거야. 희망이 있기에 내가 도와주러 온 것 아니겠니.” 라고요. 인생은 때로 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경기와 같고, 하나의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하더라도 다음 관문에서 좌절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극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이 희망의 메시지가 어쩌면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이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더 커지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디즈니 프린세스, 내일의 너는 더 빛날 거야>를 읽으며 결국엔 모두 잘 될 거라고, 내 마음을 토닥여가며 조금 더 여유를 가져보기를 격려해보는 건 어떨까요. 차갑고 시린 마음으로 오늘을 버거워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이 좋은 선물이자 위로가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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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팔 독립선언
강세영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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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은 꿈을 가지면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이 시대의 청춘들을 위한 위로와 응원의 에세이!

 

 

  나는 내 나이 서른이 될 때까지 부모님의 집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해서 반드시 혼자 살아보고 싶었던 꿈은 '안정'과 '모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끝내 부모님 곁에서 안정적으로 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덕분에 대학을 다니고, 직장을 구하고, 결혼을 앞두기까지도 나는 부모님이 차려주는 따뜻한 밥을 먹고, 잘 개어져있는 뽀송뽀송한 옷을 입고, 계절마다 바꿔주시는 뽀얀 이불을 덮으며 편안하게 생활했고 그렇게 서른이 되어 결혼을 한 후에야 독립 아닌 독립을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 품안에 있었던 덕분에 밥 굶지 않았고, 투병 중이었던 엄마를 간호할 수도 있었고, 운동선수 생활을 하느라 대부분을 밖에서 생활했던 남동생을 대신해 부모님의 적적한 마음을 채울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잠시라도 혼자 살아볼 걸 하는 후회가 드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랬다면 나는 좀 더 내 마음에, 내 이야기에 집중해줄 수 있지는 않았을까. 부모님 신경 쓰지 않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보기도 하고 누군가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늘어져도 보고, 일탈도 해보면서 내 세상이 더 넓어졌을 수도 있을 텐데, 하고 말이다.

 

 

 

 

 

 

한 가지 길만 있을 줄 알았던 인생에 여러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

 

 

   책 제목이 참 재미있다. '이유 있는 독립 권장 에세이'라는 부제까지도. 자유와 책임에 대해 알아가는 독립 3년 차, 잘하고 싶지만 아직 덤벙대는 직장인 5년 차. 배달의 민족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는 저자 강세영은 자신의 에세이 <이십팔 독립선언>을 통해 처음으로 독립생활을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풀어놓으며 이십팔춘기로 방황하는 이 시대의 청춘들을 위로한다. 외로워도 마음껏 외로워할 수 없고, 흔들려도 무작정 흔들릴 수 없는 28살이란 나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느끼게 되는 그녀의 감정들은 한때의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내 동생의 이야기 같기도 해서 들어주고 싶은, 그래서 가만히 등을 토닥여주고 싶게 만든다.

 

 

 

   저자는 하루에 3시간씩, 대학생 때부터 7년 간, 지옥철에서 1,000시간을 보내며 더 이상 이런 불행을 겪을 수 없어 독립을 결심한다. 하지만 독립이란 건 마음의 준비보다는 금전의 압박이라는 현실적인 고민부터 하게 되는 법! 그녀는 어마어마한 집 값 앞에서 '지하철 좀비'가 될 것인가, '은행의 노예'가 될 것인가를 고민하다 결국 좀비 보다는 더 사람다운 노예가 되기로 한다. 포기를 하는 게 많아질수록 집을 구하기가 쉬워진다는 것은 한 번이라도 집을 구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누구나 깨끗하고 쾌척한 공간에서 지내고 싶고, 최신식 시절을 갖춘 데다 안전이 보장된 곳에서 살고 싶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축이 아니어도 되고, 햇빛도 포기하게 되고, 엘리베이터가 없어도 된다는 조건까지 빼고 나면 누가 봐도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집이지만 결국 타협할 수밖에 없는 현실! 그렇게 그녀는 딱 2년, 주인이 있지만 주인이 살지 않는 2년짜리 집에서 살기로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집은 주거보다 투자의 역할이 큰 것 같다. 있는 사람들은 살지도 않을 집을 마구 산다. 없는 사람들은 집을 사지 못해 빌린다. 딱 2년. 주인이 있지만 주인이 살지 않는 집은 그렇게 2년짜리 일회용 플라스틱이 된다. 내가 사는 이 집도 많은 사람에게 2년짜리 플라스틱 하우스였겠지. 주인이 돌보지 않는 집은 그렇게 늙는다. / 27p

 

 

 

 

 

 

   나의 첫 독립, 나의 첫 공간, 나의 첫 집이라는 뿌듯함이 가져오는 희열은 잠시 뿐. 이제 그녀에게 혼자 살기 시작하니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관심조차 없던 세계가 열리기 시작한다. 독거 노인이 아니라 독거 젋은이인 나는 때로 고독사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예전엔 몰랐던 기초 생활필수품들이 절실해지고, 혼자 산다는 이유로 어둠과 공포감에 맞서야 하는 일상들이 펼쳐진다. 고작 8평짜리 집 하나 관리하는 것도 힘들어 곰팡이를 만들기도 하고 새로운 우주를 탄생시키기도 하면서 자유와 책임 그리고 엄마에 대해 배워가기도 한다.

 

 

 

뭐든 이렇게 말려버릴 수 있다면 좋겠다. 마음속 묵은 때도 싹! 지워버리고, 향까지 첨가해서 쨍쨍한 햇볕 아래에 널어버릴 수 있다면. 그게 고작 하루하고도 반나절만 기다리면 되는 일이라면 참 좋겠다. / 62p

 

 

 

   그렇게 그녀는 차츰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어서야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문득 나의 진짜 모습과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마주하게 된다. TV도 없는 집이다보니 평소 읽지 않았던 책이 좋아지고, 끈적거리는 문체가, 찰떡처럼 달라붙는 문장에 이끌리는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물론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블루투스 스피커로 온 집안을 음악 소리로 채우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또, 혼자 떠난 발리 여행을 통해 ‘한 가지 길만 있을 줄 알았던 인생에 여러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었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마냥 행복해야 한다고, 그저 기뻐야 한다고, 그냥 웃자며, 모든 일을 못 본 척 허허거리며 넘기려고 했던 나는 얼마나 많은 감정을 속이고, 상황에 눈감고, 성장하지 않았던 걸까. 영화 속 감정들은 각각 고유의 색을 가지고 있다. 버럭이는 빨간색, 소심이는 보라색, 슬픔이는 파란색, 기쁨이는 노란색이다. 그런데 기쁨이의 머리카락은 슬픔이의 색인 파란색이다. 기쁨과 슬픔은 상반된 감정이지만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고, 분리될 수 없다는 상징이라 볼 수 있다. / 132p

 

 

모두 혼자 살고 나서야 가능해진 이야기다.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나를 객관화 할 수 있게 됐고 취향 또한 견고해졌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 성장한다. 혼자 살아본 경험 없이 바로 결혼생활을 시작하려는 친구들에게 주제넘게 독립을 권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모두가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아지트를 가졌으면 한다. 그게 집이라면 최고의 환경이겠고. / 252p  

 

 

 

 

 

 

   ‘내가 생각해도 난 그냥 적당히 잘 자랐다.’고 말하며 큰 문제 일으키지 않고, 한번 정해진 울타리는 쉽게 벗어나지 못했던 지난날을 고백하는 대목에서 문득 나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독립보다는 부모님 품에서 살며 안정을 택하고, 이렇다 할 반항 한 번 없이 살아온 나 역시 인생의 여러 선택지를 적극적으로 고르지 못했다. 그저 무난하고 평탄한 삶이 좋은 거라고 믿었다. 저자도 독립을 하지 못했더라면 여전히 자신의 취향이나 성향을 모른 채 아마 더 작은 원에서, 더 좁은 세상에서 꿈틀거림도 멈춘 채 살아갔을 거라고 말한다. 언제나 적당한 선택지를 고르며,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로. 하지만 이제는 내가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이 더 넓어질 수 있기를 바라고, 30대를 넘어 끝자락을 맞이했을 때 지금보다 더 뿌듯한 마음이 가득했으면 하기를 희망한다. 이래서 ‘독립, 주제넘게 권장합니다’는 그녀의 음성이 진솔하게 다가오는가 보다.

 

 

 

   가만 읽어보면 참 소소하고 평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창한 수식어 빼고 가식도 덜어낸 진짜 우리의 청춘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감 백배, 이십팔춘기를 겪고 있는 이 땅들의 청춘들 모두 이 책을 읽고 힘내시길! 더 이상 부들부들, 이십… 팔… 하고 내 나이에 떨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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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 천재 작곡가의 뮤직 로드, 잘츠부르크에서 빈까지 클래식 클라우드 7
김성현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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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에서 빈까지, 위대한 천재 작곡가의 탄생과 죽음!

불멸한 작곡가가 남긴 복잡다단한 생애를 만나보는 특별한 클래식 여행!

 

 

   모차르트 전문가인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는 모차르트의 예술 세계에 대해 “천재라는 말로도 모자랍니다. 그는 외계인이자, 신이 소유했던 펜이었습니다.”고 평했다.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역시 “예술가나 음악인으로서 모차르트는 이 세상의 인간이 아니다.”고 말했다. 위대한 음악 천재, 신이 내려주신 선물, 그 어떤 말들로도 수식하기 어려울 만큼 모차르트는 음악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감동을 주는 존재로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이 화려한 후광에도 불구하고 ‘온실 속의 화초’, ‘희대의 악동’의 이미지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는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 등은 그의 또 다른 면모를 의심케하기도 한다. 오늘날 그가 남긴 음악과 희곡뿐만 아니라 영화나 뮤지컬을 통해 그의 생애를 다룬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지만 정작 천재라는 이미지에 가려진 고뇌와 성장 과정, 숱한 의문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모차르트 예술의 키워드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가

 

 

   아르테에서 출간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일곱 번째의 도서이자 클래식 음악을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소개하는 김성현 저자의 <모차르트>는 모차르트의 탄생지인 잘츠부르크와 마지막 숨을 거둔 빈에 이르기까지, 모차르트가 남긴 삶의 여정들을 쫓아가면서 성장 과정과 고뇌, 창작 과정 등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모차르트의 성장이 그의 창작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세간에 알려진 각종 의문의 진실은 무엇인지, 사후 그가 남긴 예술의 키워드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책을 읽다보면 모차르트의 삶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는 ‘아버지 레오폴트’, ‘그랜드 투어’, ‘아내인 콘스탄체와 살리에리에 관한 왜곡된 진실들’로 압축할 수 있을 듯하다. 특히 아버지인 레오폴트는 모차르트의 삶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모차르트는 아버지 레오폴트에서 시작되어 아버지 레오폴트의 죽음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는 한 장의 수채화를 통해서 여실히 드러난다. 유럽 전역의 궁정으로 순회공연을 다닐 무렵인 1763년, 프랑스 출신의 화가이자 건축가 루이 카로지 카르몽텔이 모차르트 일가를 그린 수채화다. 이 그림에서 레오폴트와 모차르트는 같은 악보를 보면서 바이올린과 건반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아버지는 바이올린 연주자인 동시에 아들의 건반 연주를 관찰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모차르트 남매는 학교에 다닌 적이 없었고, 이들 남매의 유일한 스승은 아버지 레오폴트였다. 이들은 생물학적 가족인 동시에 음악 공동체, 더 나아가 운명 공동체였다.

 

 

 

   오늘날에는 모차르트의 아버지로만 기억되고 있지만, 레오폴트는 당대 최고의 바이올린 교육자였다고 한다. 덕분에 모차르트의 재능이 선천적인 것인가, 당대 최고의 음악 교육자인 아버지에게 철저하게 맞춤형 개인 지도를 받아 후천적 노력에 의한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모차르트의 재능을 일찌감치 발견해 더 큰 세상으로 내보낼 기회를 마련하고 음악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을 제공한 이가 다름 아닌 레오폴트였기 때문이다. 사실 모차르트 신화에서 주연 배우가 모차르트라면, 모차르트의 재능을 누구보다 일찍 알아보고 절대적 확신을 가졌던 연출가는 아버지 레오폴트임은 분명하다. 그는 마지막까지 모차르트의 재능을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의무감과 확신으로 살았으니 말이다. 어쩌면 천재성은 발견되는 것이고 남다른 애정을 갖고 육성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저자의 말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레오폴트는 아들의 재능을 이용한 대담하면서도 주도면밀한 전략가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모차르트의 여섯 번째 생일을 보름 앞두고 첫 유럽 순회공연에 나선 일명 ‘1차 그랜드 투어’라고 불리는 시기에서 그러한 생각은 분명히 드러난다. 1762년 빈의 쇤브룬 궁전에서 여섯 살 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 최고 권력자인 황제 프란츠 1세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신동으로서의 기교를 뽐냈다. 그 뒤 레오폴트는 곧바로 유럽 전역의 궁정을 순회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마련했다. 오늘날 독일과 프랑스, 벨기에와 네덜란드, 영국에 이르는 긴 여정으로 3년 5개월 하고도 20일 동안 88개의 도시와 마을에서 연주했다. 이는 서양음악사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아이의 재능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부모의 전문가적 식견과 아이가 충분히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마련해주는 그의 추진력은 정말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가족 기업’, ‘곡예사 기업’이라는 저평가처럼 유럽 순회공연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이 되었다는 점, 레오폴트가 그랜드 투어 당시 모차르트를 2년 가까이 7세라고 실제 나이보다 줄여서 선전한 점은 또 다른 평가의 이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 독일어로 능숙하게 작곡했던 모차르트를 “최초의 범유럽적 인물”이라고 칭했던 만큼 여행은 모차르트가 신동 연주에서 천재 작곡가로 진화하는 방법론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바흐의 막내 아들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를 만나 교향곡에 눈을 뜨고, 당대 최고의 대위법 전문가 조반니 바리스타 마르티니 신부로부터 대위법을 배우고,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과 <돈 조반니>, <마술피리>, 후기 교향곡과 피아노 협주곡은 모두 고향을 떠나 빈에서 남긴 걸작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기성 음악가들로부터 텃세를 받고, 언제나 자신보다 나이와 경력이 많은 기성세대와 경쟁이나 갈등을 피할 수 없었으며 성인이 되고 취업을 해야 할 시기에 이르러 부자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레오폴트가 죽음에 이르면서 모차르트 인생의 후반기는 고통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눈부신 예술적 성취에 비해 그는 ‘보통 사람’의 역할에는 서툰 존재였고, 지나친 낭비벽과 음악적 재능에 대한 넘치는 자신감은 모차르트의 가계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레오폴트의 죽음은 운명 공동체와도 같았던 모차르트 가족의 해체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영화 <아마데우스>의 묘사처럼 아버지의 죽음 이후 모차르트의 삶이 점차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모차르트가 성인이 된 이후 줄곧 아버지로부터 독립하기를 갈망했고, 아버지의 간섭에서 벗어난 이후 예술적으로 만개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버지라는 든든한 보호막이 사라진 뒤 모차르트가 정치적 처신이나 경제적 살림살이에서 너무나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는 사실 역시 부인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아버지의 부재 상황은 모차르트에게 치명적 위기를 불러왔다. / 253p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면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는 세계 3대 악처로 손꼽힌다는 말을 떠올리게 할 만큼 낭비벽에 심하고, 변덕스럽고 이성적이지 못한 성품 탓에 모차르트의 몰락을 부채질한 대표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오해였던 것 같다. 김성현의 <모차르트>에서는 ‘모차르트 신화’ 탄생의 일등 공신이 아버지 레오폴트였다면 신화의 완성은 아내 콘스탄체의 몫이었노라 밝힌다. 모차르트 사후 그의 음악을 정리하고 추모 공연을 열어 그의 이름을 후세에 남길 수 있도록 가장 크게 공헌을 한 이가 그녀였기 때문이다.

 

 

 

   콘스탄체 못지않게 오늘날까지 가장 큰 오해를 받는 인물로 살리에리만큼 억울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천재인 모차르트의 그늘에 가려 만년 2인자로 표현되는 살리에리가 격렬한 질투심에 사로잡혀 결국 모차르트는 독살하게 되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학자들은 모차르트가 당시 궁정음악가였던 살리에리와 경쟁한 것은 분명하지만, 오히려 상대방을 험담하고 비난한 쪽은 살리에리가 아니라 모차르트였다고 말한다. 살리에리는 자신의 신작 오페라 공연을 고집하는 대신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 흔쾌히 양보하고, 모차르트가 죽은 뒤 그의 막내아들 프란츠 크사버를 직접 가르치기도 하는 등 실제로는 과장된 측면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살리에리의 음악 세계에 대한 온전한 재평가를 가로막는 결과를 낳고 말았으니 정말 억울한 쪽은 살리에리가 아니었을까?

 

 

 

 

 

 

   <모차르트>를 읽으면서 재주와 노력을 상반된 자질로 간주하며 오늘날 ‘신동’, ‘영재’가 가진 타고난 자질에 과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현상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9세기 낭만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모차르트를 하늘이 내려준 악상을 그대로 악보에 옮겼던 천사이자 천재로 묘사했지만, 사실은 지독한 일벌레였음을 알 수 있는 그의 일과는 우리가 천재나 신동이라는 단어가 지니고 있는 마력에 홀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아이를 모차르트처럼 키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모차르트 같은 아이가 있다면 과연 우리는 레오폴트 같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했던 저자의 말이 뼈있게 다가온다.

 

 

 

숨가쁘게 쫓아온 모차르트의 생애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그는 ‘타고난 천재’보다는 ‘만들어진 천재’에 가깝다. 그를 천재로 만든 건 우선 아버지 레오폴트였고 그다음엔 ‘18세기 유럽’이라는 드넓은 세상이었다. 아무리 타고난 재주가 뛰어나더라도 평생 타고난 재주로만 먹고사는 사람은 없다. 천하의 모차르트도 마찬가지였다. 모차르트의 ‘원천 기술’은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재능이 아니라 오히려 거침없이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흡수력과 학습 능력에 있었다. / 314p 

 

 

 

   둘째 아이를 가지고 태교 음악을 듣는답시고 평소에 자주 찾아 듣지 않았던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곤 했는데, <모차르트>를 읽으며 음악을 음악으로 즐기는 것도 좋지만 그 음악에 담긴 사연과 창작 과정을 함께 살펴봄으로써 내 안에서 이야기가 풍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앞으로 제작될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들도 기대되고 이전에 출간될 책들도 소장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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