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좋은 날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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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도 좋은 날, 영화 <일일시호일>의 원작!

다도를 통해 지금 이 순간의 감각을 잊지 말고 사는 법을 배우게 되는 따뜻한 에세이!

 

 

 

   다도(茶道)는 차를 달이거나 마실 때의 방식이나 예의범절을 가리키는 말로, 일본에서는 16세기의 정치가이자 승려인 센노 리큐라는 사람에 의해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의 차 문화는 한국의 차 문화에 비해 정교하고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것은 물론 예의와 몸짓, 손짓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해서 ‘일본 예술의 집대성’이자 ‘데마에를 통해서 무를 지향하는 미의 종교’라 불리기도 한다. 좀 더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차 문화를 전파하기 위한 수고 덕분에 이제는 가정에서도 쉽게 차를 즐길 수가 있게 되었지만, 굳이 수고로움을 더해서라도 고즈넉한 정경 아래에서 정성스럽게 내린 차 한 잔의 품격을 제대로 체험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때문에 나는 <매일매일 좋은 날>이란 책을 읽으며 차 한 잔에 인생을 녹여내는 정성이란 것은 무엇인지, 차를 통해 인생을 남김없이 음미할 수 있는 방법이란 또 무엇인지 더욱 진하게 느껴보고 싶어졌다.

 

 

 

천천히 알아가다 보면 인생이 풍요로워질 거예요

 

 

   <일일시호일>이란 이름으로 개봉되는 영화의 원작 <매일매일 좋은 날>은 한 여성이 다도를 배우고 이를 통해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내 일생을 걸 만한 무언가를 찾고 싶었던 노리코는 문득 다도를 배워 보지 않겠냐는 엄마의 제안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린다. 쓸데없이 비싸기만 한 세계, 부자들의 사회적 지위나 이유 모를 권위주의 문화, 여자들의 허영심 경쟁, 결혼을 취직으로 여기는 보수적인 부모들 아래에서 자란 자제들이 받는 일종의 신부 수업이라는 고정 관념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부들이 남편의 출세와 자식의 입시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었던 그 시대의 여느 여인들과는 달리 화려하진 않지만 단정하고, 싹싹하지만 어딘가 의연한 다케다 아주머니로부터 배우게 될 거라는 말에 호기심에 가까운 마음으로 사촌인 미치코와 다도를 배우기 시작한다.

 

 

 

   청결한 공기, 오랜 세월 손때가 탄 듯한 온기가 느껴지는 다케다 아주머니의 집에서 그들이 가장 처음 배운 것은 다구를 닦거나 받치거나 할 때 쓰는 ‘후쿠사’를 다루는 일이었다. 후쿠사의 양쪽 끝을 잡아 “팡!” 하고 울리며 잡아당기고, 말차는 남기지 말고 마지막에는 소리를 내어 끝까지 마시는 거라는 아주머니의 첫 가르침에서부터 그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또 차선이니, 차건이니 복잡한 내용들을 설명하면서도 이유는 상관없이 원래 다도라는 건 그런 거라고만 말하는 아주머니의 대답 역시 그들을 난감하게 만든다. 다실에 걸려 있는 ‘일일시호일’이라는 글귀는 또 뭐란 말인가. 다도의 작법이 무척 까다롭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걸음걸이, 도구를 다루는 법까지 수많은 주의 사항이 요구된다는 것을 거듭 느낄 수밖에 없었다.

 

 

 

“차라는 건 말이지, ‘형태’가 그 첫걸음이란다. 먼저 ‘형태’를 만들어 두고 그 안에 ‘마음’을 담는 거야.” / 49p

 

 

 

   무엇이든 머리로 외우는 것이 습관이 된 노리코를 지적하며 다케다 아주머니는 머리로 의식하기보다 다도는 그냥 한 번이라도 더 많이 연습해 손이 저절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몸이 이끄는 대로, 물 흐르는 듯 데마에를 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며 노리코는 그간 다도를 얕잡아 보고 교만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상대방 앞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제로’ 상태의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일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비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채울 수 없다는 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정신이 들자 나는 그저 묵묵히 진한 차를 개고 있었다. 가마 앞에 앉아 말차를 개는 감각에, 그 진한 차 한 잔을 개는 일에만 나의 ‘마음’ 전부를 기울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도 같은 걸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며 마음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서 어디론가 내달리고 싶은 기분이었는데, 어느새 초조함은 사라져 있었다.

그때 나는 어디에도 가지 않았다. 온전히 ‘여기’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 170p

 

 

 

 

 

 

   노리코는 차를 배우면서 점차 새로운 감각에 눈을 떠간다.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하여 계절감까지 가미된 화과자의 매력과 어느 하나 평범한 것이 없이 멋과 재치가 깃든 다도구, 다실에 놓는 자연의 풀꽃이나 꽃가지를 통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다화, 붓 한 자루의 감동과 재치를 느낄 수 있는 족자까지. 화과자를 먹고, 도구를 만지고, 꽃을 바라보고, 족자로부터 불어오는 바람과 물을 느낌으로써 시각과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 오감 전부를 통해 지금이라는 계절을 맛보고 상상하는 법을 배워나가게 된 것이다.

 

 

 

분명 옛사람들도 이렇게 계절과 마음을 동일시하면서 살아남으려고 했을 것이다.

절분, 입춘, 우수. 그렇게 손꼽아 세어 가며 자기 자신을 격려하고, 몇 번이나 겨울로 되돌아갈 때마다 시험에 들면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며 인생의 어느 계절을 넘어서려고 한 것이겠지.

그래서 다인들은 명절이나 계절의 행사를 하나하나 소중히 축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계절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 184p

 

 

 

   해가 거듭될수록 노리코는 취업이나 연애가 마음대로 되지 않고, 남들과 달리 자신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해진다. 다도를 배운 지도 3년 차, 5년 차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어렵고 자신에게 소질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때 그녀는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제대로 마음을 담고 집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빠릿빠릿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만의 다도를 해 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비 오는 날에는 비를 듣고, 눈이 오는 날에는 눈을 바라보는 것, 여름에는 더위를, 겨울에는 몸이 갈라질 듯한 추위를 맛보며 어떤 날이든 그날을 마음껏 즐기는 거라고. 다도란 그런 ‘삶의 방식’이라고. 날마다 좋은 날, 그제야 그녀는 다실에 한결같이 걸려있던 액자 속 ‘일일시호일’의 참뜻을 체득하게 된다. 결국 ‘차’라는 것은 인생의 계절을 넘나드는 일이며 이 순간의 감각을 잊지 말고 살아가라는 소중한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그곳은 나를 이루는 넓은 저변이었다.

계속 여기에 있었고 어딘가에 갈 필요도 없었다.

해서는 안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해야만 하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

부족한 것도 무엇 하나 없다.

나는 그저, 여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온전히 충족시키고 있었다. / 254p

 

 

다도의 풍경은 밖에서 보면 그저 조용히 앉아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동시에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정적은 농밀하다.

달려 나가 이 기분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는 가슴속 열기와, 말이 따라가지 못하는 덧없음과,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서로 다투어 만들어 내는 침묵.

침묵이 이렇게 뜨거운 것이었나. / 263p

 

 

 

 

 

 

   노리코는 무려 25년 동안 다도를 배우고 익혀나가며 배움이란, 일생을 다해 자신의 성장을 깨달아가는 과정임을 몸과 마음으로 느낀다. 다도를 처음 접할 때만 하더라도 복잡한 절차와 예의범절, 격식을 요구하는 그 까다로움에 어쩜 이렇게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걸까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이제껏 흔들리는 자신을 지탱해주고 ‘인생은 긴 안목으로 지금 이 시간을 살아가는’ 거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었노라 고백한다. 어쩌면 노리코가 배운 것은 차가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법인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책을 읽는 나 역시 지금 이 순간의 중요성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깨닫게 되었으니 말이다.

 

 

 

   다도에 담아내는 마음을 섬세하게 꾸려낸 이 이야기는 차가운 마음을 녹이는 차 한 잔 같은 책이었다. 차마 문장으로 다 담아내지 못한 감성을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해낼지 궁금하기도 해서, 조만간 영화관을 찾아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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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의 기술 - 단단하지만 홀가분하게 중년 이후를 준비한다
호사카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 상상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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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즐거워지는 노후를 위한 마음가짐!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든든한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삶의 조언들!

 

 

   에도시대의 유학자 가이바라 에키켄은 ‘노후는 마음속에 즐거움을 가득 안고 사는, 그런 시기’라 말했다고 한다. 과거에 비해 사람들이 풍요로운 식생활을 즐기고 의료 수준도 높아진 덕분에 60대, 70대가 되어도 건강하고 활력 있는 생활을 유지하시는 분들이 많다. 인생에서 가장 즐겁게 살 수 있고 자신의 귀중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시간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심화된 사회 불평등이 노후의 삶의 방식에도 영향을 끼쳐 ‘쓸쓸한 노후’와 ‘즐거운 노후’의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젊은 나이에는 자식들의 성장에 뒷바라지를 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부모의 노후까지 책임을 지다보니 정작 자신의 노후 대비는 제대로 하지 못해 불안해하는 분들을 흔히 볼 수 있는 데다, 또 퇴직을 한 뒤로 이렇다 할 일이나 취미를 찾지 못해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들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노후에 불안해하지 않고 본격적으로 노후를 맞이했을 때 당황하거나 허무해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이에 <나이 듦의 기술>의 저자 호사카 다사키는 성인 인생의 절반을 차지하는 노후의 시간을 나답게, 오래 잘 살기 위한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노후의 삶의 방식에 차이를 주는 요인은 생활 조건이나 환경보다는,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나 노후에 대한 사고방식 등 개개인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노후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나 생활 습관을 들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긍정적인 노후를 위해 바로 지금부터 행복해지는 방법

 

 

   사람들에게 ‘노후에 걱정스럽거나 불안한 일은 무엇인가’라고 물어보면 많은 이들이 ‘자신의 건강’, 그 다음으로는 ‘가족의 건강’, ‘노후 자금’ 순으로 대답을 한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 기력이 쇠하거나 큰 질병을 얻으면 어쩌지, 아플 때 의료비나 요양비는 무엇으로 감당할까 등의 걱정으로 노후를 어둡게 전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유유자적만으로는 기력을 유지하거나 삶의 활기를 찾기는 어렵다. 때문에 우리는 좀 더 일찍, 구체적으로 내가 원하는 노후의 이미지를 그릴 필요가 있다.

 

 

 

   이에 책의 1장에서는 매일이 즐거워지는 마음가짐을 갖는 법에 대해 소개한다. 그 방법이라 함은 별 것 아닌 일에도 재미있어하는 습관을 들이고, 평상시에 유머 감각을 기를 것이며 사는 보람을 찾으려고 억지로 애쓰지 않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보고, 하루에 새로운 것을 하나씩 발견하는 습관을 들임으로써 활력을 유지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또 길든 짧든 일기를 쓰는 습관을 들여 보고,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젊어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말 것이며 무엇보다도 무탈하게 살아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야말로 스트레스 없는 삶에 있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두가 ‘훌륭하네’라고 칭송하는 일을 해야만 사는 보람이 있다는 생각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 그런 착각에 빠져있으면 노후가 짐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만약 아는 사람이 노후에 새로운 분야를 공부한다거나 지역 사회를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는 말을 들어도 초조할 이유는 없다. 다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 신경 쓰다가 정작 자신의 ‘삶의 보람’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넘치는 에너지로 새로운 삶에 도전해야 노후의 보람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사소한 기쁨도 노후를 보람 있게 만들기 충분하다. / 35p

 

 

 

   2장에서는 인생의 버팀목이 되어줄 취미와 공부법에 대해 소개한다. 독일의 문학가 괴테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이미 새로운 일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노후 우울증과 허무함, 상실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목표나 삶의 보람이 필요하다. 이때 생업 때문에 미뤘던 공부나 취미에 관심을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퇴직 후 ‘얼마간’, ‘당분간’ 쉬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막연히 시간을 흘려보내기보다 휴식기를 미리 정해두고, 이때 지금껏 할 수 없었던 일을 시도해봄으로써 새로운 노후 생활의 발판으로 삼아보자. 이를 테면 문화센터 강좌 이용 및 자격증 취득의 실용적인 노하우를 비롯하여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무엇이든지 정해진 일정을 만들어보는 습관을 들이거나, 다른 사람이 ‘함께 하자’는 제의를 거절하지 말고 자신이 몰랐던 세계를 들여다볼 기회를 열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한다. 특히 여기에서 유념할 점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현역 시절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경력 인생을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이어 3장에서는 부담 없이 산뜻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무연 사회’ 즉 독신 가정의 증가, 경기 침체, 청년 실업,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사람들 간의 유대가 약해진 사회가 된 오늘날, 이웃과 가까워져 보는 것으로 첫 단추를 꿰어보자. 단, 이때는 적당한 거리감과 서로 부담 없는 관계가 오래간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 상대방과 대화할 때는 상대방이 ‘주연’이라고 생각하고 7:3의 비율로 이야기하는 자세도 좋다. 특히, 남편이 퇴직 후 매일 집에 있다 보니 이에 스트레스를 받는 아내들이 있는데, 감사와 칭찬의 말로 부부 관계를 돈독하게 다지는 것도 중요하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서로 지나치게 의존하는 방식은 지양할 필요가 있으나 때에 따라 주변의 도움이 필요할 땐 도움을 구하는 솔직함, 융통성도 필요함을 알아두자.

 

 

남은 남, 나는 나다. 지금껏 당신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 그런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친구의 성공이나 행복에 같이 기뻐해줄 수 있고 자기만 비참하다고 좌절하는 일이 없어진다.

‘나’의 행복, ‘지금’의 행복만을 바라보자. / 123p

 

 

 

  4장에서는 마음을 흩뜨리지 않는 삶의 방식을 소개한다. 여기에서는 노후를 앞두기 전에 노후 자금 마련이나 돈을 쓰는 방법을 재점검하는 등의 현실적인 준비는 물론, 세련된 옷차림이나 태도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법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나이 든 사람을 누가 보겠냐며 자칫 외모 가꾸기에 소홀해지기 쉬운데 그럴 때일수록 외출복을 잘 갖춰 입음으로써 자신의 삶을 스스로 멋지게 가꿔보는 것이다. 또 퇴직 이후의 생활이 이래저래 뒤숭숭해 도박, 알코올 인터넷 만남 사이트 등의 중독에 빠지기 쉬운데, 든든하고 안전한 노후를 생각해서 이를 꼭 경계하자.

 

 

 

 

 

 

   무엇보다 노후에는 건강관리가 가장 중요한 법. 5장에서는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강 관리법에 대해 소개한다. 체중 체크, 만보기로 하루의 운동량을 체크하고 균형 잡힌 식단(키워드, 콩깨미채생버감) 유지, 체온 저하는 심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나이를 먹으면 체온이 점점 낮아지게 마련이므로 중년 이후에는 평소 의식적으로 차갑지 않은 몸을 만드는 생활 습관을 들여서 체온 저하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이어 마지막 6장에서는 노후를 맞이하기 전, 바로 지금부터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여기서는 마미 스나다 감독의 2012년 영화 <엔딩노트>를 언급한다. 영화에서는 말기 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가 ‘엔딩노트’를 정리하며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이 나온다. 엔딩노트 작성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마음의 대청소’라고 생각해도 좋다. 마침 책의 말미에 엔딩노트가 첨부되어 있으니 이를 참고해보자.

 

 

 

좋은 자세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있다. 등을 펴고 시선을 위로 약간 올려다볼 것을 추천한다. 사람은 시선을 30도 올리면 생각도 긍정적으로 변한다고 한다. 반대로 아래를 보고 있으면 사고방식까지 부정적으로 된다. 즉 울적할 때는 등을 펴고 시선을 조금 위로 향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나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 228p

 

 

 

 

 

 

   이처럼 <나이 듦의 기술>은 현실적인 준비 방법부터 간단한 생활 습관까지 홀가분한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위한 책으로 좋은 실용서다. ‘늙은이의 무거운 짐은 신이 주신 선물’이라는 구절의 시처럼, 더 이상 노후를 ‘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선물’이라 생각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보면 어떨까. 우리의 삶이 결코 즐거운 일, 행복한 일만 있지는 않겠지만 노후만큼은 아름답고 편안하며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움을 찾을 수 있는 시간으로 삼는다면 적어도 여생이 불안하지만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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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로 간 소신
이낙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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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향한 애정과 업을 향한 신념의 글쓰기로 쌓은 자전에세이!

당신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기도 한,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대학시절, 나는 조교 언니로부터 한 가지 일을 의뢰받은 적이 있다. 60대가 되는 어르신인데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남겨보고 싶다며 대신 글을 좀 써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자서전을 출간하고 싶으신 건가, 당시만 하더라도 자서전은 잘 읽지 않는 편이라 막막하긴 했지만 일단 만나보겠노라 약속을 하고 나갔는데 마치 우리네 고모 같은 인상의 어머니가 나를 반겨주어 흠칫 놀랐다. 게다가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게 서른 장 정도 되는 페이지에 짤막하게 몇 문장 쓴 자신의 이야기를 그럴 듯하게 정돈해달라는 정도의 가벼운 일이었다. 하지만 쉽게 수락했던 그 일이 생각보자 만만치 않음을 금세 느꼈다. 일면식도 없었던 누군가의 서사를 내가 함부로 재단하고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이 어쩐지 어쭙잖았던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꼭 책으로 내어 가족들에게 남기고 싶다던 어르신의 표정은 아직도 생생하지만 그 뒤에 정말로 책을 남겼는지는 알 수 없었다.

 

 

 

   삶의 행적을 되돌아보고 기록하여 남긴다는 것은 ‘열린 자아’, ‘의식하는 자아’를 필연으로 마주하는 일이다. 비록 문장은 서투르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의 나열이었으나 그것을 오롯이 글로써 남기고 싶었던 어르신 역시 글을 쓰는 동안에는 과거에 대한 반성과 남은 생애에 대한 자기 결심을 여러 번 다짐하지 않았을까. 자신의 성장과 생애의 경험들을 써내려간 이낙진 저자의 <달나라로 간 소신> 역시 그러한 자기 발견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스스로는 서문에서 “책으로 책 잡힐 일을 벌인” 것이라는 우스갯소리에 “뭐 이런 걸 책으로까지 냈느냐?”고 타박할 사람도 있을 것이라 겸손을 구하지만 이 글이 ‘나의 이야기 같아서’ 혹은 ‘나와는 다른 이야기’라서 기뻐하거나 아파하는 사람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한 것처럼 마치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나의 아버지가 떠오르는 이야기 같기도 해서 내내 마음이 그윽해지는 기분이었다.

 

 

 

각별하고 또 각별한 일상의 흔적들

 

 

   총 15장으로 구성된 이낙진의 <달나라로 간 소신>은 저자의 유년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상을 기억하고 기록한 자전에세이다. 책의 각 장 앞부분은 2007년 가을에 쓴 글을, 뒷부분은 2018년 봄에 새로이 써 쓴 글을 수록하고 있다. 특히 인생의 흐름과 의미를 하나의 표상으로 나타내려 한 듯 5장씩 나누어 ‘moderato', 'ritardando', 'a tempo'와 같이 박자의 빠르기 정도를 가리키는 음악 용어로 구분해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보통 빠르기로’라는 음악 기호를 나타내는 moderato 장에서는 두 딸과 교사로 일하고 있는 아내와 공유했던 시간들, 가족이라는 정서가 전달하는 애틋함과 친밀함,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던 깡촌 고향에서 자연을 누볐던 유년의 추억들, 한국교총에서 발행하는 <한국교육신문> 편집국장으로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 엿보이는 일화들을 술회한다.

 

 

 

   그 중 이제 곧 두 아들의 엄마가 될 나의 입장에서는 두 딸을 기특하게 키워낸 아빠로서의 감정이 드러나는 에피소드들이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방학이란 것이 우리 시절과 같은 방학이 아니라 고단의 시간이 되어버린 아이들에게 수학 문제 하나, 영어 문제 하나 더 풀게 하기보다 《법구경》을 외게 하여 어쩌면 평생을 아로 새길 구절 하나 마음에 담아둘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준 이 부부의 결심이 대단하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가 구절을 외울 때 다들 진지하게 들어주고, 처음에는 삐뚤었던 글씨나 글자 크기가 점차 바르게 정돈되어 가는 과정을 보며,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나 역시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아침부터 은이의 《법구경》 외는 소리가 우렁차다. 지난 휴가 때 화엄사에서 손수건만 한 크기의 보자기에 적혀 있는 <나를 다스리는 법>을 하나 사주었다. “매일 한 번씩 쓰고, 큰 소리로 읽는 것이 이번 방학의 숙제다. 대신 학원은 하나도 안 가도 된다. 실컷 놀아라.” 이 선생은 은이에게 다짐을 받았다. 은이도 단단히 약속을 했다...(중략)...일주일 정도 지나자 은이의 글씨가 훨씬 반듯해졌다. 처음 베껴 썼을 때는 글씨 크기도 울퉁불퉁 다르고, 줄도 안 맞았는데 많이 좋아졌다. 열흘 정도가 지난 후부터는 은이의 낭송시간이 되면 가족 모두 바르게 앉아 들어주기로 했다. 은이와 윤이는 바른 자세와 큰 목소리로 번갈아 낭송했다. / 33p

 

 

 

   ‘점점 느리게’를 뜻하는 ritardando 장에서는 누구나 부모가 될 수 있지만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던 저자의 고백처럼 딸들을 키워내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여러 에피소드와 부성애, 조상에 대한 뿌리 의식과 할머니에 대한 향수, 라면에 대한 각별한 추억들을 떠올린다. 잊히지 않고 내 안에서 천천히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는 에피소드들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할머니에 관한 일화는 8남매 중 막내였던 아버지 덕분에 항상 나를 끼고 주무셨던 할머니가 떠올라서 읽는 내내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끝으로 ‘본디 빠르기로’를 가리키는 a tempo 장에서는 전두환 정권 시절, 대학생이자 학생기자로 활동하던 그가 데모와 투석전에 참여했다 유치장에 갇혔던 일화에서부터 처음 아내를 만나 그녀와 나누었던 편지들을 통해 오갔던 감정들, 교권회복운동에 대한 기자로서의 소회와 업에 대한 신념들을 기록한다. 비록 제목의 그것처럼 자신의 소신이 현실에서는 지켜지지 못하고 달나라로 가서 이상으로만 남아버렸음을 고백하지만, 아직도 불의에 저항했던 청년 시절의 의식을 잊지 않고 또 시류에 얽매이지 않으며 현실을 냉철하게 통찰할 줄 아는 기자 정신을 여전히 유지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밤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줬다. 나는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박탈당한 자유, 한 발짝 너머에는 있을 것 같은 자유가 그리웠다. 이념도 사상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철창 밖으로 한 발만 옮기고 싶었다. 3일째 되는 날은 울 지경이었다. 경찰관을 나지막하게 불렀다. “아저씨, 10초만 나가 있게 해주세요.” 자유는 쉽게 오지 않았다. 낮에는 그나마 조사를 받고, 조서를 쓰기 위해 이리저리 불려 다니니 견딜 수 있었다. 경찰들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나 《8억 인과의 대화》를 읽었느냐고 여러 번 캐물었다. 매뉴얼대로 묻는 경찰이 딱해 보였다. 3일 밤에 지나고 재판에 넘겨졌다. 이러저러한 죄목이 붙어 구류 5일을 먹었다. / 147p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한 찰리 채플린의 말이 아니더라도 조바심 내지 않고 한 발 떨어져 보면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많다’던 저자의 말처럼 삶을 살게 하는 건 역시 양식처럼 채워나갔던 추억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삶은 팍팍하고 내 마음대로 흘러가는 것 하나 없다 하더라도 그 속에서 웃고 울고 했던 기억들, 돌이켜보면 그게 다 아름다웠던 것이라 생각하게 되는 그 수많은 일화들이 나의 전부와 다름없었던 것이다.

 

 

 

   <달나라로 간 소신>을 읽으면서 지금 내가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과정 전부가 어쩌면 그 책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내 이야기를 찾고 기록하는 일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할 기회가 있을 때 많이 읽으시라고, 많이 써보시라고 덧붙여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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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셀프 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한혜원.김미정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도쿄 자유여행자를 위한 쉽고 빠르게 끝내는 여행 가이드북!

믿고 보는 해외여행 가이드북, 이 책 한 권이면 도쿄 여행 완전 정복!

 

 

   일본 최대의 도시이자 수도인 도쿄는 역시 일본 여행의 1번지 중에 1번지! 어디를 들어가도 맛집일 것 같은 먹거리가 풍부하고, 쇼핑 천국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아이템이 즐비하며 테마별 여행이 가득한 근교 도시들마저도 매력적인 곳이어서 가고 또 가고 싶은 여행지임에 틀림없다. 그만큼 어디를 가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 분명하지만 짧은 일정동안 어디를 콕 집어서 가야 알찬 여행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럴 땐 역시 내게 꼭 필요한 여행 정보만을 쏙쏙 담아 놓은 여행가이북의 도움이 절실해진다. 그 어느 곳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최신 트랜드를 반영한 정보가 필요한 도시인만큼 2019년 최신판으로 업그레이드된 셀프트래블 시리즈를 추천해보려 한다.

 

 

 

Enjoy Tokyo! 활기 넘치는 도쿄의 감성을 그대로!

 

 

   2019-2020년 최신판 <도쿄 셀프트래블>은 가장 최신 정보를 반영한 도쿄 자유 여행가이드북이다. 책은 신주쿠, 시부야, 긴자, 우에노, 오다이바 등 주요 지역을 다룬 도쿄 중심부와 요코하마, 가와고에, 닛코, 가마쿠라, 에노시마, 하코네 등을 다룬 근교 지역으로 나눠서 소개한다. 책의 앞부분에는 기간별, 테마별로 구성한 추천 일정과 함께 추천 맛집, 쇼핑 리스트, 숙소 등 도쿄에서 꼭 해봐야 할 것을 정리한 하이라이트 미션을 수록해놓았다. 특히 맛집의 천국답게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일본의 대표음식을 즐길 수 있는 장소와 기본 정보들, 주문 시 유용한 단어 및 각종 주의해야 할 점까지 함께 제공하니 어디를 가야 좋을지 몰라 막막한 여행자들에게 매우 유용할 듯하다.

 

 

Eat 1. 이것만은 꼭 먹자!

미식의 천국 도쿄를 여행하면서 먹는 즐거움이 빠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 전통을 자랑하는 스시나 소바, 우동은 물론이고 원조는 아니지만 오랜 시간 일본화돼서 이제는 대표음식이 된 라멘, 햄버그스테이크, 동네 아무 빵집에 들어가서 사도 맛있을 만큼 수준이 높다는 일본의 다양한 스위츠와 편의점의 싸고 맛있는 주전부리까지. 다양한 먹거리가 가득한 도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메뉴를 꼽아보자. / 28p

 

 

 

 

 

 

   도쿄 중심부의 경우 쇼핑과 관광의 핵심지인 도쿄 여행의 1번지 신주쿠, 도쿄 제일의 엔터테인먼트 명소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시부야, 오타쿠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이케부쿠로, 유니크하면서도 세계적인 건물과 유명 브랜드숍이 즐비한 하라주쿠, 세계적인 기업의 빌딩과 세련된 복합시설 외에도 다양한 미술관이 자리하는 최첨단 복합문화지역 롯폰기, 도쿄의 모든 유행과 트렌드가 시작되는 긴자, 고급 주택가들이 몰려 있어 서울의 청담동과 비슷한 분위기를 지닌 지유가오카, 부유층과 상류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인 만큼 유럽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에비스 다이칸야마, 오래된 거리와 여유로운 공원의 소박함을 간직한 우에노, 에도시대 감성을 품은 옛 번화가인 아사쿠사, 도쿄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중심지이자 상업지구인 마루노우치 등을 소개한다.

 

 

 

   일정을 짤 때 개인적으로 가장 고려하는 점이 있다면 맛집과 아이가 즐길 수 있을 만한 장소를 꼭 넣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장소들 중 맛집의 경우에는 오랜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장인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식당들을 찾아 일본 특유의 정서와 맛을 꼭 느껴보고, 번화한 대도시 한복판에서 즐길 수 있는 선샤인 수족관에서 다양한 해양 생물들을 만나보고, 일본 최초의 동물원인 우에노 동물원에서 진귀한 동물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빼놓지 않으려 한다.

 

 

 

Focus 01 골목골목 숨은 보물찾기, 아자부주반

도쿄 좀 여행해봤다 하는 여행자들이라면 아자부주반이라는 명칭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여행자들에게는 단순히 ‘맛집이 많은 작은 동네’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아자부주반은 300여 년이 훨씬 넘는 역사를 가진 곳으로 원래는 조용한 주택가였다. 롯폰기 힐즈와 미드타운 등이 새로 생기면서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개발붐이 일어 지금은 골목골목 작은 숍들과 술집, 레스토랑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는 다이닝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동네답게 작은 골목들에서는 여전히 고전적인 기품이 느껴지면서도, 트렌디한 맛집과 일본 연예인들이 찾는 단골 식당들도 많이 있어 여행자들은 물론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명소가 됐다. / 124p

 

 

 

 

 

 

   근교 도시의 경우 꼬박 하루를 투자하여도 아깝지 않을 도쿄 최대 항만도시인 요코하마, 에도시대의 정취가 남아 있는 가와고에, 역사 유산이 풍부하고 자연 풍경도 아름다운 일본 최대의 관광지 닛코, 뛰어난 풍경을 가진 온천 휴양지 하코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꿈과 환상의 세계 도쿄디즈니리조트 등을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뜨끈한 온천에 몸을 담글 수 있는 하코네와 아이가 무척이나 좋아할 듯한 도쿄디즈니리조트는 꼭 일정에 포함하고 싶은 여행지다.

 

 

 

화려한 역사 유산과 수려한 풍경, 닛코

도쿄 시내에서 철도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닛코는 역사 유산이 풍부하고 자연 풍경도 아름다운 일본 최대의 관광지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도쇼구, 린노지, 후타라산 신사, 주젠지호, 난타이산, 게곤폭포 등의 명승지와 기누가와온천 등이 있어 사계절 내내 수많은 관광객이 닛코를 방문하고 있다. “닛코를 보기 전에 훌륭하다고 말하지 말라”는 말이 대변하듯 멋진 자연 풍경, 수질 좋은 온천, 유서 깊은 문화유적 등 다채로운 즐길 거리가 가득한 곳이 바로 닛코다. / 278p 

 

 

 

 

 

   <도쿄 셀프트래블>을 읽다보면 떠나기 전에 꼭 알아두면 좋을 유용한 팁들이 곳곳에 있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식당의 경우 의외로 신용카드 지불이 불가한 곳도 많은 편이니 현금이나 ATM 카드를 꼭 챙기기를 조언하고, 교통비가 비싼 만큼 외곽으로 이동할 때는 다양한 패스 정보를 꼼꼼하게 살펴 상황에 맞는 패스를 구입할 것을 추천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또 도쿄의 택시 기사들은 영어를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외출 후 돌아올 때를 대비해 체크인 시 미리 호텔의 전화번호와 일본어 주소, 약도 등이 그려져 있는 호텔 카드를 챙겨두면 편리하다는 것이나, 도쿄 지하철역은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경우가 많아 무거운 짐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기보다 10~20분 정도의 차이라면 가급적 환승이 적은 교통편을 선택하기를 권하는 점 역시 미리 알아두면 좋겠다.

 

 

 

 

 

 

   이처럼 <도쿄 셀프트래블>은 도쿄로 여행을 떠나려는 자유 여행자들에게는 더없이 유용한 가이드북이다. 맵북과 트래블노트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으니 가방 속에 쏙 넣어 다니기 편리하고 장소 및 지역별 정보가 상세하게 적혀 있으니 찾아가는 데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복잡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여행지가 많은 곳이기에 도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으로 알찬 여행을 다녀오시길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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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카의 장갑
오가와 이토 지음, 히라사와 마리코 그림,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선물이 전하는 감동!

따뜻한 마음을 한 땀 한 땀 자아내는 오가와 이토의 아름다운 겨울 동화!

 

 

   시리고 메마른 바람이 불어오자 아이가 엄마의 손부터 먼저 찾습니다. 장갑을 미처 챙기지 못한 저의 허술함을 탓하며 아이의 손을 더욱 꼭 잡아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엄마, 손이 따뜻해요.”라고 말하며 제 손이 전하는 온기 속으로 작은 손을 파고듭니다. 이럴 때면 문득 뭉클해지곤 합니다. 저의 온기에 의지해 온몸으로 안겨오는 이 아이가 우리 부부에게로 와 감정과 사랑을 나누며 무럭무럭 자라나 때로는 “엄마, 엄마 손이 차갑다. 내가 호, 불어줄게.” 라고 말하며 자신의 온기까지 전해줄 줄 아는 아이로 자라나고 있음에 감사해서 말입니다. 사랑이란 그런 건가 봅니다. 서로의 온기를 기꺼이 내어주고 베풀면 베풀수록 더욱 차오르는 그런 것이겠지요.

 

 

 

   <마리카의 장갑>은 그런 따뜻한 마음을 한 땀 한 땀 자아낸 오가와 이토의 아름다운 겨울 동화 같은 책입니다. 나의 온기를,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선물을 통해 인생의 모든 순간을 아름답게 채우는 감동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모두의 축복 속에서 태어난 마리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생명의 고귀함을 느끼고, 사소한 일상에 감동하고 또 자신의 사랑을 나눠줄 줄 아는 멋진 사람으로 성장하기까지. 그 일련의 과정들을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남은 생을 무엇으로 채우고 내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할지를 생각하게 하니까요.

 

 

 

마리카, 우리가 사는 멋진 세상에 온 걸 환영해

 

 

   루프마이제공화국의 어느 사우나 오두막, 온 집안의 축복 속에서 건강한 여자아이가 태어납니다. 아빠는 자애로운 어머니라는 뜻으로 아이의 이름을 ‘마리카’라 지었습니다. 마리카가 태어난 날 아침, 할머니는 곧바로 작은 엄지장갑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은 화려한 색깔의 아름다운 엄지장갑을 끼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길뿐더러,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장갑과 함께 살아가기 때문이지요. 할머니는 마리카가 장래에 어떤 여성이 될지 상상하면서 아주 작은 엄지장갑을 뜹니다. 할머니가 마리카의 엄지장갑을 뜨는 동안, 아빠는 세 아들과 함께 풍요롭고 너그러운 숲의 은혜를 느끼며 크리스마스트리로 만들 가문비나무를 준비합니다. 엄마는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흑빵을 만들어 가족과 나눠먹을 준비를 합니다.

 

 

 

식탁은 신의 손바닥, 빵은 그 성찬입니다. 하나의 빵을 나눠 먹는다는 건 모두 사이좋게 지낸다는 것. 빵은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음식입니다. / 31p

 

 

 

 

 

 

 

   자연과 전통, 평화를 중시하는 루프마이제공화국과 가족의 사랑 속에서 성장한 마리카는 열다섯 살에 이르러 야니스라는 춤 동아리 파트너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오빠들과 어울려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는 것을 좋아했던 마리카는 엄지장갑 만들기에는 영 자신이 없었지만 이때 큰 결심을 하게 됩니다. 야니스를 위해서 엄지장갑을 뜨기로 한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세상에서 하나뿐인 선물을 하기로 한 것이지요. 야니스에게 어울릴 것 같은 색깔을 고르고 야니스 손의 온기를 떠올리며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온 마음을 다해 엄지장갑을 떴습니다. 좋아하는,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한 땀 한 땀 정성껏 실을 자아내는 마리카의 마음이 이 책을 읽고 있는 제게도 오롯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은 말로 표현하는 대신 엄지장갑에 마음을 담아서 전합니다.

엄지장갑은 털실로 쓴 편지 같은 것.

좋아하는 마음도 말이나 글 대신 엄지장갑의 색깔이나 무늬로 표현합니다. 그렇게 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좋아하는 마음’이 형상화되는 것입니다. / 63p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마리카와 야니스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맞이합니다. 화단에 꽃씨와 묘목을 심고, 언젠가 태어날 아이의 방을 만들고, 산들바람이 부는 밤이면 그네에 앉아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마리카가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 사이 야니스는 시를 지으며 그들은 하루하루를 따스하게 채워나갑니다. 하지만 약소국인 루프마이제공화국이 얼음제국과의 전쟁에서 지게 되면서 이들은 큰 시련을 겪게 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좌절하지 않습니다. 변함없이 성실하게 그들만의 일상을 꾸려나가며, 행복을 누리는 것만큼이나 함께 불행을 겪어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사과나무는 부모를 잃은 고아를 지켜주는 소중한 나무입니다. 사람은 언젠가는 고아가 되기 때문에 마당에 사과나무가 없는 집은 없습니다. 그래서 루프마이제공화국에서는 집집마다 남자를 지켜주는 떡갈나무와 여자를 지켜주는 보리수, 그리고 사과나무를 마당에 꼭 심습니다. 이 나무들을 가족처럼 소중하게 여깁니다. (중략)

가진 것은 그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그것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지만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 101p

 

 

야니스와 결혼하고 나서 마리카는 하찮아 보이는 벌레 한 마리에게도 제 역할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에게 해만 끼치는 얄미운 벌레이지만 어딘가 사람이 모르는 곳에서 누군가에게 이로운 행동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생명은 위아래 없이 대등하다는 것을 야니스를 보면서 배웠습니다. / 102p

 

 

 

 

 

 

   이윽고, 야니스에게도 강제 연행 명령이 떨어지게 되고 그들은 기나긴 이별의 시간을 맞게 됩니다. 마리카는 그가 무사히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소망하며 밤새 엄지장갑을 뜹니다. 마리카는 웃는 얼굴로 야니스를 배웅했지만 그를 향한 그리움으로 이내 사무칩니다. 언제라도 돌아오면 먹을 수 있도록 음식도 넉넉하게 만들고, 밀린 바느질도 하고 그가 쓸 낚시용 장갑도 뜨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야니스가 없는 겨울은 유독 춥고 외로웠으며 봄이 지나 초여름이 지났지만 늘 찾아오던 황새 부부마저 소식이 없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은 힘든 때일수록 더 활짝 웃습니다. 운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으니까요. 웃으면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습니다. 얼음제국의 지배에 젊은이들이 죽고, 가족을 잃는 슬픔은 계속되었지만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은 서로 용기를 북돋워주면서 살아갑니다. 마리카 역시 자신이 손수 털실을 자아 뜬 엄지장갑으로 고아가 된 소녀들을 돕고 넓은 온실로 만든 아이의 방에 그들을 초대하여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물론 야니스가 무척이나 그립고 못 견디게 보고 싶은 순간이 있지만, 날마다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 덕분에 외로워하지 않고 하루하루 즐겁게 보냅니다.

 

 

마리카는 야니스의 장갑에 가만히 왼손을 넣어보았습니다. 장갑 안에서 야니스의 손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천천히 손가락을 펴보았습니다. 그러자 야니스의 손에 살포시 감싸인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야니스와 손을 잡고 걷던 시절이 그리웠습니다. 그때는 너무 당연해서 손을 잡는다는 것이 이토록 소중한 사랑의 행위인 줄 몰랐습니다. 마리카는 장갑을 낀 손을 꼭 쥐었습니다. / 180p

 

 

 

 

 

 

   마침내 마리카가 일흔 살이 되던 해에 루프마이제공화국은 독립을 되찾았습니다. 마리카는 더 이상 엄지장갑은 뜨지 않지만, 집에 있던 엄지장갑과 야니스를 위해 뜬 장갑들을 풀어 컵받침이나 냄비 받침 등 모양을 바꾸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애써 자은 털실인 만큼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기를 바란 것입니다. 그로부터 칠 년 뒤, 마리카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고마워요!”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납니다.

 

 

 

   이처럼 <마리카의 장갑>은 한 편의 동화처럼 아름다운, 따스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었어요. 마리카의 삶뿐만 아니라, 고유의 전통을 지키며 슬픔을 위로와 애정으로 어루만지고 자연의 은혜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의 모습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큰 감동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실제 발트 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를 배경으로 했다하니 어쩐지 그들의 삶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앞서 <달팽이 식당>과 <츠바키 문구점>을 통해 느꼈듯 <마리카의 장갑> 역시 세상을 아름답게 어루만지는 오가와 이토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녀의 섬세한 시선과 필력이 이 겨울 모두에게 따스한 온기를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문득, 저도 아이를 위해 남편을 위해 뜨개질을 다시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서툴러도 내 온 마음을 다해 정성을 다했던 마리카처럼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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